[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 2021. 03

[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지안 집행위원

연구 배경

화장실에 자유롭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엄의 문제이며 동시에 건강과도 직결돼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그동안 다수의 일터에서는 화장실 문제가 고충 처리 수준으로 다뤄지거나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면서, 노동환경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축소돼왔다. 최근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이용과 관련된 문제들이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망라해 드러나고 있다.

건설 현장에만 여성노동자가 13만 명으로 이는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10%를 차지하는 수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터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서비스업도 심각하다. 2018년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화장실에 가지 못한 경험을 한 노동자가 59.8%에 달했다. 10명 중 6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화장실 접근권이 박탈되고 있는 형편이다. 방광염, 근골격계질환 등 여러 질환이 있었지만, 특히 방광염의 경우 일반 인구의 발병률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서조차 화장실과 휴게실 설치의 미비를 이유로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일하는 여성들에게 화장실은 불편하고, 안전과 신변에 위협을 당하는 공간이거나 어떨 땐 권리와 기회까지 박탈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노동 문제로서의 화장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한노보연이 함께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20년 5월부터 11월까지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 영향 연구>를 진행했다.

법제도 분석

기존의 법제도 분석을 통해, 일터 내 화장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19년 건설노조 여성위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을 의제화한 이후로 만들어진 사업장 세척·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는 강제력이 있는 법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 및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마련한 지침으로 노동부가 근로감독이나 시정지시를 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는 활용할 수 있다. 일반사업장과 옥외작업장으로 구별해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이 갖는 의미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화장실 설비 등이 노동자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고, 공중화장실을 고객 전용 화장실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터 내 화장실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사업주에게 화장실 설치의무 및 관리의무를 명시적으로 부담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 유지를 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고 건강장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무규정을 통해 화장실 설치 및 관리의무도 부여할 수 있다. 화장실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데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시설로써 기본적인 작업환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 분석

설문조사를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위생권이자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인 화장실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관련된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노동환경을 조사함으로써 노동조건과의 연관성을 찾고자 했다.

14개의 산별 노조에서 총 889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이중 근무 형태에 따라 화장실 접근이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간에서 일함이동/방문노동 노동을 함으로 나눠 조사·분석했다. 먼저 노동강도의 현황은 보그지수를 통해 확인했는데, ‘일정한 공간군의 보그 지수 평균은 12.69점으로 나타났고, ‘이동/방문군은 14.11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일정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강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인을 인력부족노동시간고용불안 순으로 답했다. 반면 이동/방문군에서는 성과압박노동시간고용불안 순으로 답해, 고정사업장에서의 인력부족 문제와, 이동/방문 사업장의 성과압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 접근성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에서 1~2분 거리 내에 화장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08%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화장실 도착 후 긴 대기 시간 없이 1~2분 이내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서, 13.37%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100명 중 13명 이상은 화장실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접근성이란 화장실까지의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중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일정한 공간군의 경우,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거나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13.53%로 확인됐다.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 대체 인력이 없다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너무 멀리에 있거나 인근에 없다로 확인됐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노동 밀도가 높아져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동/방문군의 경우,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거나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57.7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주변에 없거나 너무 멀리 있으며, 있어도 위생 등 시설이 너무 열악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설문참여자의 48.3%는 화장실 이용과 관련된 건강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러한 건강 문제는 화장실 문제에 대한 대응이 개별화돼 노동문화 속에서 심화한다.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수분 섭취 및 음식물 섭취를 제한한다고 한 응답률이 각각 전체의 36.9%, 30.3%로 나타났다. 화장실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를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58.9%로 상당히 큰 폭으로 나타났고, 이들이 경험한 심리적 문제로는 불안감(64.5%), 자신감/자존감 저하(26.5%), 우울감(20.8%) 순이었다. 특히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답한 군의 91%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와, 화장실 접근성이 심리적인 문제 및 감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화장실 이용은 질병의 유병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우신염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병에서 화장실 이용 어려움군이 이용 쉬움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비율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나, 화장실 이용 정도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 증상 및 질병 유병률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 영향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화장실 지도 그리기에서 한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아래 네모)와 길을 건너 가야하는 화장실 건물을 그린 것이다. 출처: 지안

면접분석

설문 및 면접을 진행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의 화장실 문제가 다양한 직종연령대에서 보편적으로 경험되고 있음에도 문제화되지 않았는지에 주목했다. 여성노동자들이 화장실에 갈 수 없는 문제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다. 문제의 유형을 나눠본다면 사업장에 화장실이 미설치되거나 제대로 된 면적·시설·위생·안전 환경을 갖추지 않은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자체가 마련되지 못한 경우, 극심한 노동강도로 인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런 원인의 문제들은 화장실에 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왜 노동시간의 배치에서 고려되지 않는지, 휴식시간은 왜 충분한 휴식과 화장실을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포함해서 구성되지 않는지, 화장실은 일하는 노동자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왜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마련되어있지 못한지 여러 고민을 제기한다.

즉 이 문제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 단순히 화장실이라는 시설의 설치, 운영의 문제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 노동시간, 노동강도, 공간, 휴식의 배치가 노동자의 건강과 필요를 충분히 고려해 구성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고, 더불어 이 목소리들은 노동자의 자기 몸과 노동에 대한 자율성 및 통제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화장실 이용조건과 환경을 봤을 때, ‘시간은 중요한 키워드이다.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속의 여유율은 물론이고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물과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그냥 참는등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1인 근무 매장에서는 대체 인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했지만, 대부분의 직종 역시 최소의 인원만을 배치하며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자기 노동에 대한 자율성은 노동시간을 스스로 조절해 이용 접근을 향상하는 중요한 힘이다. 그러나 대면 및 방문 사업장에서는 고객 만족 평가제도와 민원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단속하고 있었다. 또한 작업 중 휴식시간은 너무 짧게 배치돼 충분히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거나, 화장실의 긴 대기 시간을 만들어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충분한 쉼의 보장, 휴식권이 화장실 문제와 연결돼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화장실을 포함한 일터의 공간역시 노동자들의 필요를 고려해 설계 및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옥외작업장에서는 인원수에 따른 화장실 설치가 돼 있지 않았고, 일반사업장에서도 인원 대비 변기대 개수 부족이나 화장실까지의 긴 동선 문제 등이 확인됐다. 일터 내에 존재하는 차별이 화장실 접근성을 약화한다는 점 역시 주요한 지점이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원하청 관계사회적 신분성별 등에 따라 너무 다른 시설과 환경이 주어져 있었다. 이러한 일터의 환경 속에서 화장실 이용의 제약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가장 만연한 질환은 방광염이지만 신우신염과 같이 심각한 질병이나 혈뇨, 오줌소태 등 다양한 비뇨기계 증상들을 청취할 수 있었다.

결론 및 제언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꼽는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은 노동강도이다. 따라서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노동강도가 낮아져야 하고, 특히 노동시간의 여유율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연구 참여자들의 대부분, 비뇨기계나 생식기 질환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 나눈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현실반영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식 수준에서 여성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노동자의 문제이자 중요한 건강문제로써 다뤄지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접근은 일터 내 차별을 지양하는 노력과 함께 상기돼야 할 지점이다.

노동자들의 화장실 접근과 관련된 법제도정책이 제정되는 것 역시 중요한 개선 방안이다. 화장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업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충분한 시설과 함께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현장의 노동조합 역시 이번 연구를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다면적으로 드러내고, 여성 의제를 현장에서 더 발굴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조 간부의 여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높이고, 여성노동자 건강권 교육을 현장에서 주기적으로 실행하며, 장기적으로도 성인지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가능한 현장, 일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