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2월_특집2] 일상 속 재난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 2021.02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일상 속 재난을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이승윤/중앙대 사회복지학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필수노동자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필수노동자 지원보호 대책을 마련할 때, 이 논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재난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상 유지를 위해 보이지 않고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던 노동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고요 속에서만 비로소 저음의 파동이 들리듯,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멈춤'을 경험하자 멈추지 못하는 노동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그동안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그 노동이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저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필수적 속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특히 재난은 우리사회의 유지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노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주로 저임금 또는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경험하는 필수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이들도 목소리를 내어보았지만, 사회에서는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 필수노동에 대해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수노동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의 관심이 급격히 확대된 맥락이 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필수노동자의 특징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관계, 저임금 및 대면노동의 불가피성이 있다. 먼저, 국내 사례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차원의 필수노동자에 대한 연구 결과(해당 지자체의 필수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돌봄노동자 중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돌봄노동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높은 노동강도 및 휴식권의 제한', '업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 '높은 고용 및 소득 불안정성'을 경험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반적인 노동조건 및 노동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또한, 일터에서 실직, 소득감소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여도 사회안전망으로도 적절하게 보호받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방문 돌봄종사자의 모호한 종사상 지위,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어 비자발적으로 경험한 실직이나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로 일을 줄이게 된 경우도 현재의 실업급여 제도와는 부정합한 측면이 나타났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지급되었던 한시지원금의 엄격한 소득기준 때문에 가계를 책임지기 위한 소득활동으로 필수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자격기준을 상회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계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필수노동자의 불안정성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응하여, 국내에서는 성동구 등 지자체에서 선도적으로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도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20년 12월에 정부는 필수노동자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해외사례 또한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식품가공업, 배달업, 보건의료업과 같이 '경제활동'의 유지에 핵심적이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산업들은 감염병 국면에서 '필수적인(essential) 산업'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필수노동자(key workers)'라고 설명한다.
  한편 원격 및 비대면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최전방노동자(Frontline worker)'는 전체 노동인구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보건의료 종사자, 점원, 식품가공 종사자, 건물 관리인, 농업 종사자, 트럭 기사 등을 필수노동자 범위에 포함시켰다.
  다음으로 국제노동기구(ILO)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염 국면의 최전방(frontline)에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정의에 해당하는 경제 부문을 제시하는 형태로 필수노동자를 정의한다.
  해당 경제 부문은 간호사, 의사, 시설 관련 업무(human health related work), 사회복지 관련 업무(social work), 청소 관련 업무(support work)로 요약된다. 이들은 감염병과 직접적으로 싸우며 대면 노동을 지속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1억 3천만 명의 노동자가 해당 부문의 노동자인 것으로 추산되며, 다른 주요한 특징으로 이 부문의 노동자는 약 70%가 여성인 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보건의료 노동자(health worker)'를 "보건의료 산업에 종사하고 자격과 무관하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로 정의하고,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는 "코로나19 감염병 시기동안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는 대중교통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식료품점, 배달 서비스업 종사자 등과 같이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영업이 허용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포함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는 봉쇄 조치를 시행한 EU의 3개 국가(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세부 업종별 봉쇄 조치 적용 여부를 통해 각 산업의 필수적인 정도를 구분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국가에서 필수적이지 않은(non-essential) 산업과 완전히 필수적인(fully essential) 산업이라는 양극단을 구성하는 업종은 유사하여,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에는 관광업, 숙박업, 외식업이 있고, 완전히 필수적인 업종에는 식품 및 제약 생산업, 수도전기 등의 공익적 업종(utilities), 운송업, 의료업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정리하자면, 각 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대체로 공유하는 핵심적 속성은 '노동 현장에 물리적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노동자', 혹은 '사회, 가구 및 개인의 기초적인 삶이 유지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생산품을 제공하는 노동자'로 수렴된다. 한편, 해당 용어를 사용하는 기구나 국가가 필수노동자의 어떤 속성에 보다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다른 용어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 용어는 국가의 경제·사회·공공 핵심 업무를 강조하는 개념인 반면, 최전방노동자frontline worker) 용어는 대면업무의 불가피성을 보다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해외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필수노동자 정의 및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진행된 논의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국토안보부 산하의 CISA(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에서 발표한 '필수 산업 분류'에 따르면, 필수노동자는 보건의료, 통신, 정보기술, 국방, 식품 및 농경, 운수, 에너지, 공공행정 등과 같이 '주요한 인프라의 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운영 및 서비스를 수행하는' 광범위한 집단을 의미한다.
  연방 지원정책의 경우, 펜실베이니아, 버몬트, 루이지애나 등 3개 주는 연방 CARE act 기금을 활용하여 민간 및 공공 부문 근로자를 포함한 필수노동자에 대한 위험 부담금을 지급했다. 다른 몇몇 주에서는 연방 구호 기금을 사용하여 긴급구조원, 보건 관련 간병인과 같은 더 좁은 범위의 최전방 필수 근로자에게 위험 급여를 제공했다. 미국의 주정부별 및 연방정부별 필수노동자 관련 정책은 대부분 임금보조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경우 1회성 지급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갖는다.
  캐나다의 경우 국세청(CRA, Canada Revenue Agency)을 통해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 대응하여 새로운 지원정책을 추가함과 동시에 기존의 제도(고용보험)에도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 돌봄노동자 대상 정책,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조치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긴급임금보조정책, 기업 대상 긴급대출제도 등이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캐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수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 중 EWSP(Essential Worker Support Program)를 살펴보면,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돌봄노동, 청소, 교통 및 물류, 환경미화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필수노동자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이들 중 저임금인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형태로 지원을 제공하였다. 여기에서 필수노동자는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에서 세부적인 자격요건을 결정하고 지원범위를 설정하였다. 재원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각 주정부가 25% 보조하는 형태로 지원이 제공된다.
  필수노동자는 필수적인 서비스와 핵심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감염병 국면에서도 밀접 노동을 하고 있어, 해외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문제에 아직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필수노동자는 감염병 국면 이전에도 저임금 상태와 더불어, 비공식노동인 '그림자 노동'상태로 지속되어 왔다. 위험을 감수하는 그림자 노동 없이는 현재의 비대면 소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필수'노동자 지원체계에 대한 논의와 적극적인 정책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