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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3인 3색 휴가이야기 - 카페주인의 여름은 월급쟁이보다 핫(hot)하다 / 2014.8 (2) 카페주인의 여름은 월급쟁이보다 핫(hot)하다 정하나 선전위원 서울역 뒤 즐비한 빌딩숲을 지나 재개발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구역으로 접어들면 은미 씨(가명.35세)가 운영하는 예쁜 카페가 나온다. 여의도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가 부모님이 하시던 그릇가게 자리에 카페를 차린 지도 어느덧 6년째. 그 전엔 월급쟁이 생활로 6년을 꼭 채웠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 중 절반은 누가 시켜서 일하고 따박따박 월급 받는 생활을, 나머지 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벌리는 만큼 갖는 삶을 지내왔다. 카페를 하는 이들에게 여름은 최대의 성수기라고 하지만 현실은 카페를 하는 이들에게 여름은 성수기다. 추워서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겨울은 소비가 위축된다. 따뜻한 봄이 오고 슬슬 밖으로 거동할 만한 날씨.. 더보기
월 간 「일 터」/[특 집]

[특집] 2. 3인 3색 휴가이야기 - 카페주인의 여름은 월급쟁이보다 핫(hot)하다 / 2014.8

(2) 카페주인의 여름은 월급쟁이보다 핫(hot)하다


정하나 선전위원


서울역 뒤 즐비한 빌딩숲을 지나 재개발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구역으로 접어들면 은미 씨(가명.35세)가 운영하는 예쁜 카페가 나온다. 여의도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가 부모님이 하시던 그릇가게 자리에 카페를 차린 지도 어느덧 6년째. 그 전엔 월급쟁이 생활로 6년을 꼭 채웠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 중 절반은 누가 시켜서 일하고 따박따박 월급 받는 생활을, 나머지 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벌리는 만큼 갖는 삶을 지내왔다. 


카페를 하는 이들에게 여름은 최대의 성수기라고 하지만 현실은


카페를 하는 이들에게 여름은 성수기다. 추워서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겨울은 소비가 위축된다. 따뜻한 봄이 오고 슬슬 밖으로 거동할 만한 날씨가 되면 거리에 돈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으로 다가 갈수록 시원쌉싸름한 아이스커피, 제철을 맞은 과일주스, 그리고 팥빙수까지. 카페 메뉴들은 호황을 맞는다. 

은미 씨 가게가 위치한 서울역 근처는 최근 몇 년간 재개발이 되어 새로운 빌딩 2~3개가 들어섰다. 12시 땡!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면 식사 후 디저트로 시원한 음료 한잔씩 들고 사무실 올라가는 게 코스가 되었다. 지역 전체가 대공장 휴가일에 맞춰 한꺼번에 쉬는 공단지구라면 모를까, 노동인구 대부분이 사무직인 서울 중심부에서 여름휴가철은 카페 주인장에게 한몫 단단히 챙겨야 할 성수기다. 하지만 자영업자 은미 씨의 지난 6년은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했다. 겨우 근근이 버텨온 수준이다. 가게를 내면 3년이 고비라던데 이를 넘겼으니 이 정도도 수지맞았다고 해야 하나? 


휴가? 그런 거 없다


TV에서 말하는 경기침체, 구조조정, 물가상승은 은미 씨 카페의 매출과 바로 연결되었다. 경제상황에 따라 주 고객인 월급쟁이의 방문 숫자가 달라지고, 그들의 월급이 인상되는지 동결되는지는 가게의 존망과 직접 연결되었다. 그 와중 주변엔 10개가 넘는 커피숍이 생겨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회사에서 일찍 밀려난 사람들이 퇴직금 털어 가게를 열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많은 이가 2~3년 안에 도태된다는 걸 이 골목에서 은미 씨는 직접 보고 겪었다. 돈 버는 재미에 무더위도 잊고 신명나게 일한다? 아니다. 이때라도 꼬박꼬박 가게 문을 열고 음료를 팔아야 한 해를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은미 씨에게 ‘여름’ 휴가는 없다. 그나마 ‘휴가’와 같은 시간은 1년에 두 번 카페 한 켠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테리어 소품 및 잡화를 구입하러 떠나는 비즈니스 차원의


▲ 은미 씨가 하루 종일 일본에서 발품을 팔면서 직접 공수한 아이템들


 일본행이 유일하다. 초봄과 늦가을 손님들이 많아지는 시기를 피하고, 평일이 아닌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다. 이런 일본행은 카페들의 과다 경쟁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다 작년에 시작했다. 구역 내 10개가 넘는 카페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페와 공방 ·잡화 판매점을 결합한 이색공간을 생각해 낸 것이다. 


처음엔 1년에 두 번이나 가게를 비울 때 나름대로 결단이 필요했다. 카페를 여닫는 시간에 대해 일반적인 기대치가 있는데 임시휴업이 잦으면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건비 부담을 무릅쓰고 잠깐 쓸 알바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은미 씨는 힘들게 낸 시간인 만큼 한 번 일본에 가면 카페를 주로 찾는 단골 여성손님들이 만족할 물건을 찾기 위해 하루 중 자는 시간 빼고는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닌다.


물론 일본에서 틈틈이 특색 있는 카페나 가게에 들러 마음껏 구경도 하고, 맛집도 찾아다니지만, 이것도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라기보단 메뉴를 개발하고 상품 보는 안목을 높이려는 목적이 강하다. 그래도 은미 씨는 월급쟁이 시절 일이 많고, 상사 눈치가 보여서 휴가 쓰는 게 자유롭지 못하던 때랑 비교해보면 지금은 외지에 나와 콧바람 쐬니 숨통도 트이고, 스스로 계획한 일이니 재미가 있단다. 하지만 이것도 가게가 재개발에 들어가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