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3인 3색 휴가이야기 (1) 휴가,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싶다 - 하청노동자의 작지만 큰 바람 / 2014.8

[특집2] 3인 3색 휴가이야기

(1) 휴가,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싶다

- 하청노동자의 작지만 큰 바람 


김재광 선전위원


오랜만에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자고 일어났다. 하계휴가가 시작됐다. 같은 뜻이기는 한데 내게는 어쩐지 ‘여름휴가’라기보다는 ‘하계휴가’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여름휴가라고 하면 여름을 맞이해 쉬기도 하고 여름을 즐기는 느낌이라면, 하계휴가는 쉬고 즐긴다기보다는 불가피한 생산중지의 느낌이다. 원청 공장이 쉬기 때문에 그 생산계획에 맞춰 내가 다니는 하청공장이 생산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 원청 공장의 생산과 연동된 적기생산을 하는 우리 공장은 ‘짤 없이’ 원청이 쉬는 7월 말 8월 초에 쉬는 것이다. 올해는 8월 첫째 주다. 보통 아이들 학원도 이때쯤에 맞추어서 쉬는데,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한주 먼저 쉬게 되어 오랜만에 함께 놀러 가서 점수 따보려는 나의 셈도 어긋났다. 대한민국 전체가 7월 말 8월 초에 대부분 휴가를 가는 이유는 한창 더울 때이기도 하지만, 학원과 대기업이 쉬기 때문이 아닐까? 학원이 쉬니까 학부모가 쉬어야 했던 것인지, 학부모가 쉬니까 학원이 쉬어야 했던 것인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원청 공장은 여력이 있는 건지, 노동조합 덕분인지 하계휴가가 별도인 모양인데, 하청인 우리 공장은 1년 연차에서 의무적으로 하계휴가 일수를 제외한다. 이런 거 생각하면 입맛이 쓰지만 이조차도 못 찾아 먹는 주위 사람들은 생각하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당장 내 아내는 휴가가 따로 없다. 작은 마트에 나가는 아내는 여름휴가라고 따로 내보지도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은 방학이어도 학원가서 없고, 아내는 일 나가고 휑한 집 방안에서 연신 TV 리모컨만 돌려대니 은근히 부아가 난다. 원청이 쉬니 어쩔 수 없이 우리 공장도 쉰다고 치면, 이때 말고 내가 가족들과 일정 맞추고, 내 사정에 따라 휴가를 쓰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휴가라기보다는 강제 휴업이나 다름이 없다. 


하긴 아들 녀석과 휴가가 안 맞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머리가 굵어져 나와 같이 있으려고 하지도 않고, 나도 휴가철 피서지에서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에 치여 지치는 것도 지겹기도 하다. 평소에는 유명한 피서지에 가지 말자고 작정하지만 정작 휴가 때가 되면 계획을 규모 있게 짤 시간도 경비도 없어 그냥 하던 대로 하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공장 동료들도 오십 보 백 보다. 뭐 차이 나는 거라면 캠핑용품인데, 이거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비싼 것은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다. 장비 가격에 밀리면 기도 못 펴는지라 가뭄에 콩 나듯 가는 캠핑도 심드렁하다. 이거 뭐 놀아본 놈이 놀아본다고 휴가라고 달랑 여름 한철 반짝이니 사실 어떻게 쉬고 놀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휴가가 안 맞아 이렇게 혼자 집에 있는 것이 편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아침을 먹으려 한가롭게 집안을 살피니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화장실 검은 곰팡이가 보인다. 노는 김에 이놈을 손봐볼까? 어차피 아이와 아내는 늦은 저녁에 올 것이니 이놈으로 하루 보내야겠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해도 아내와 아이와 한 이틀 정도는 콧바람을 쐬고 싶은데 올해는 이것도 어려우니 아쉽기는 하다. 늦은 밤에 귀가할 아내는 곰팡이 없는 깨끗한 화장실을 보고 칭찬은 해주려나? 아니면 너무 피곤해서 깨끗해진 것 눈치도 못 채려나? 


* 이 글은 남성 하청 노동자의 여름휴가를 가상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