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 2020. 08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

일본 후생노동성은 6월 26일, 매년 발표하는 산재 보상 통계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2019년 과로로 인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보상을 신청한 노동자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모두 936명의 노동자가 본인의 뇌심혈관계질환이 작업환경 때문에 발생했다며 보상을 신청했다. 이 중 사망은 253건이었다. 일터의 문제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며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2060건이나 되었다. 이 중 202건이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다. 

지난 5년 동안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산재로 승인하는 건수는 답보 상태다. 승인율은 떨어지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2015년 795건이 신청되어 이 중 251건이 승인됐다. 승인율은 37.4%였다. 그러나 2019년 승인율은 31.6%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2015년 36.1%에서 2019년 32.1%로 승인율이 감소했다. 

산재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노동자가 과로가 무엇인지, 노동자 건강에 과로가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단체인 POSSE 대표인 콘노 하루키가 2011년 '블랙기업'이라는 개념을 제안했고, 이로 인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고용 후 몇 년 안에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내던져버리는 회사들이 있다'라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블랙기업'이라고 알려진 이 개념은 영어권에서는 'evil companies(악마 기업)'이나 'dark companies(어둠의 기업)'이라고 번역된다. 

일하다 과로로 질병을 얻게 된 노동자들이나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때로는 이런 질병이나 죽음이 직장과 관련돼 있다는 것, 혹은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2019년 경찰은 1949건 자살이 일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으나, 산재 보상을 신청한 자살 사건은 202건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매년 150~200명의 과로사와 과로 자살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백 건이 매년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1. 일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구글 COVID-19 알림 서비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과로를 악화시킨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긴급 상황은 5월 말 해제되었지만, 감염인 숫자는 7월 들어 계속 증가했고, 8월 1일에는 하루 신규 감염인 숫자가 1464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직장을 잃거나, 무급 휴직을 견뎌야 했다. 노동기본법들은 사업주가 감소한 급여의 60% 이상을 보상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를 거부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노동자에게 연장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공공영역이다. 교토에서는 43명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3월부터 5월까지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하도록 강요받았다. 매달 250~300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는 의미다. 한 노동자는 연장근무 시간이 251시간에 달했다. 비슷한 상황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전국의 다른 공중보건센터에서도 벌어졌다. 의사, 간호사, 교사, 돌봄 종사자 등 다른 필수 노동자들도 폭증한 업무 때문에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엄청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을 자연재해 때문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공공분야를 '작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공중보건센터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전국에 있는 공중보건센터는 1992년 852개에서 2019년 472개로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 인구는 증가했으니, 각각의 공중보건센터에서 담당하는 시민의 숫자는 그만큼 더 증가한 것이다. 또 우리는 후생노동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53%가 임시, 고정 계약으로 고용돼 있다는 것도 안다. 이들은 고용상태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임금과 수당도 적다. 

팬데믹 기간 동안 더 많은 회사가 노동자들이 집에서 일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택근무는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거나, 붐비는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도록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종일 인터넷에 반드시 연결되도록 강제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긴급 재난 시기에 노동조합과 NGO의 역할은 노동자들이 과로에 저항하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많은 노동자가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을 피하고, 바이러스 접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노동조직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노동시간을 엄격히 규정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자들 대신 협상할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 노동조직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