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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 2020.07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박기형 / 상임활동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희망연대노조 산업안전보건법(아래 산안법) 세미나가 2020년 5월 14일부터 총 6회차에 걸쳐 진행되었고, 6월 18일에 마무리되었다. 세미나에서는 희망연대노조에 소속된 지부들의 현장 상황과 안전보건과 관련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활동 경험을 나누려고 하는 한 분이 눈에 띄었다. 바로 딜라이브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아래 명감)이었다. 지난 6월 29일에 노동안전보건(아래 노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못다한 이야기들을 듣고자 성수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제안으로부터 시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김형진 명감은 통신 분야에서 10여 년을 일.. 더보기
월 간 「일 터」/[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 2020.07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박기형 / 상임활동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희망연대노조 산업안전보건법(아래 산안법) 세미나가 2020년 5월 14일부터 총 6회차에 걸쳐 진행되었고, 6월 18일에 마무리되었다. 세미나에서는 희망연대노조에 소속된 지부들의 현장 상황과 안전보건과 관련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활동 경험을 나누려고 하는 한 분이 눈에 띄었다. 바로 딜라이브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아래 명감)이었다. 지난 6월 29일에 노동안전보건(아래 노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못다한 이야기들을 듣고자 성수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제안으로부터 시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김형진 명감은 통신 분야에서 10여 년을 일했고, 파트너사에서 근무하다가 희망연대노조 가입 이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이때 정책차장으로 파트너사에서 고용형태 전환과 관련한 투쟁을 했다. 그러다 딜라이브 지부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아래 산안위) 활동을 제안받았고,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이후, 산안위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1월 명감으로 위촉되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생소했습니다. 파트너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지만, 정작 위험요소는 느끼지 못했어요. 전봇대에서 승주하고 담벼락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도 일상업무라고 당연시했죠.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산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점차 배워나갔죠.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산안법 스터디도 하고, 회의 일정 잡히면 사전 회의에 참석해서 관련한 내용도 검토하다보니, 현장의 위험요소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명감은 제가 처음은 아니에요. 지부에서 1기 명감을 위촉했었죠. 처음에는 노안활동이 자리잡기 전이었고, 노사관계도 불안정할 때였숩나다. 과도기였던 거죠. 그래서 사용자 측과 산안위든 실무협의든 많이 부딪혔어요. 그런 갈등 속에서 활동의 기본틀을 갖춰나갔습니다. 제가 2기 명감인데, 지금은 노안활동이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나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등에 업무시간 내 참여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일정을 맞춰서 현장점검 및 대응도 하고 있습니다."
 

▲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지부는 안전문제를 인식하지 못 하고 위험 노동을 당연시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현장의 위험 업무와 사측의 안전조치 미실시 등을 알려가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해나가고 인식을 변화시켜왔다.

 

서로 몰랐던 안전보건 의제

김형진 명감이 노안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직고용 전환 국면과 겹쳤다. 이 때문에 본사와 파트너사 등 사측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단지 투쟁 국면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전보건과 관련해, 사측도 충분한 이해나 정해진 관례가 없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모르는 상황이었다.

"저로서도 일하면서 누군가 다치거나 사고났던 걸 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잘 알지 못했었죠. 수습, 대응, 산재신청 등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으니까요. 사측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동안 산안법과 관련한 위반사항들을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산안위 처음 시작했을 때, 사측도 산안법 책을 펴놓고 찾아가며 얘기를 나누기도 헀습니다."

"그럼에도 정책차장으로 있을 때, 현장의 위험을 최대한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측이 위험업무에 대해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알려보려고 했습니다. 승주 작업부터 아치형 옥상 작업까지 여러 현장 상황을 영상에 담았고요. 작업량, 장비 무게 등을 측정하고, 위험상황별 사진도 찍어서 자료로 만들었습니다. 야간작업 문제도 지적하고요."

산안위에서 만들어간 노안활동

현장점검으로부터 시작한 노안활동은 산안위로 이어졌다. 산안위에서 사전회의, 실무회의, 본회의로 이어지는 안건마련 및 준비, 협의과정을 통해 여러 의제를 제기하고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일과시간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최대한 협조를 이끌어내 업무시간을 조정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비록 산안위원 활동을 전임으로 하지 못하지만, 함께 업무 외 시간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서로 소통도 하고요. 산안위의 경우에는 파트너사별, 지사별로 위원을 위촉하고 다양한 의제를 모아내려고 했습니다. 이제는 멀티, 텔레웍스, 내근직, 영업 등 직군별로 배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안위를 통해서 각종 노안의제를 파악하고, 제기하고 있어요. 현장작업의 경우 팔토시나 워머, 사무직들의 경우 발받침대 등을 구비해서 작업부담을 덜 수 있도록 요구했고, 안전화 교체주기나 작업복 제공도 늘리고 작업복 자체도 작업하기 편하게 개선하고요. 작업중지도 할 수 있도록 노안활동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현장에서 좀 더 실효성있게 작동하도록 작업중지 이후 현장개선 등으로 이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조합 내 의견을 모아 요청하고, 사측과 협상을 통해 현장을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현장직군 외에 상담 및 사무 직군과 관련한 의제로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상담직군의 경우, 고객갑질 등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하도록 했고, 코로나19 이후 사무공간과 콜센터 내 아크릴 보호막 설치도 하도록 했다.

"현장 직군의 경우 사다리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사다리 사고에 대해 현황 점검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LS사다리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하고, 전봇대에 거치할 때에도 고무지지대 등을 설치해서 작업 중 미끄러져 돌아가지 않게 조치도 취했습니다. 계속해서 현장의 위험요소들을 알린 결과, 사측에서도 현장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안전조치가 현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안전장구류 지급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교육도 개선하고, 작업시간 등도 충분히 확보하는 등의 후속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고소작업의 경우엔 2인 1조 도입이 중요한데, 아직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송망 관리와 관련해서 긴급출동을 위한 대기근무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야간근무 부담과 함께, 혼자 출동하는 데 따른 위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조건 개선, 신규인력채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과제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법제도를 넘어선 활동을 만들어야

딜라이브 지부에서 명감을 위촉하면서, 사측과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1기와 2기 모두, 사측에서는 명감 위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위촉 여부에 대해 사측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활동에 협조적이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명감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명감 활동을 지속한다면, 활동시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전임으로 하든, 안전관리팀으로 직책 변경을 하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요. 노조 상황도 고려해야 하긴 해야죠. 물론 현재 수준에서 별도로 협오를 구하면, 시간할애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직군이다 보니 업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법에서 규정한 명감활동 내용 중 일부만 수행하고 있습니다. 좀 더 사고 대응도 열심히 해보고 싶고, 조사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나아가 산안위 활동과 지부 활동을 더 연계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형진 명감은 딜라이브 지부에서 노안활동을 활발히 이어왔지만, 한 번의 도약이 필요한 게 아닐까 고민이 든다고 했다. 산안위 활동 등을 통해 현장 개선을 해왔는데, 여전히 회사는 법제도 안에서만, 법에 규정된 최소기준만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 문제는 법에 규정된 기술적인 사항만 지키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안활동은 이를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더 많은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노동조건, 고용형태, 임금과 노동시간 등 개선해야 할 과제는 더 넓다. 이를 위한 김형진 명감은 임기를 마치더라도, 노안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세미나 때 함께 의견을 나눴던 것처럼 희망연대노조에서 더 많은 지부가 함께 노안의제에 관심을 갖고 교류하며 활동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 바람에 연구소도 함께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