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중대재해 없는 사회, 부산 엘시티 사고를 다시 기업해봅니다" / 2019.06

[노동자의 힘으로 중대재해 막아내자] 

 

 

 "중대재해 없는 사회, 부산 엘시티 사고를 다시 기업해봅니다"

 

 

나래 / 상임활동가 

 

 

지난 424, ‘최악의 살인기업선정식이 진행됐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곳은 바로 포스코건설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가 10명에 이르는 곳이다. 게다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작년 32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신축공사 현장에서 자재가 떨어져 건설노동자 4명이 숨진 사건 역시 포스코건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다. 특히 추락같은 재래형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인 만큼 위험이 제대로 관리감독 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안전보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 된 뒤 현장 개선, 피해자에 대한 조치 등은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을까?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발생했던 일들이 어떤 과정에서 해결되었는지, 혹 해결되지 않았다면 어떤 점들이 그러한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엘시티 사고 당시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 교선부장을 맡았던 강한수(현 토목건축분과위원장) 씨를 지난 524일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고 발생일은 201832일이었습니다. 당시에도 공사가 꽤 진행된 상태라 저희 조합원들은 많이 빠진 상태였어요. 그래도 200여명 정도는 됐죠. 그런데 당일은 건설노조 창립일로 유급휴일이라서 조합원들이 현장에 없었어요. 처음엔 기자가 저에게 연락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작업했던 팀장, 간부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오후 4~5시경 사고현장에 갔어요.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도 사고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깐 그때까지도 수습을 못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들어서는 엘시티(LCT)는 해수욕장변에 지어지고 있는 101층 초고층 건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엔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었지만, 부산시가 200912월 규정을 바꾸고 이어 201110월 호텔과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 이어 부산시는 2013년 엘시티를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며 법무부에 건의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명한 공공기관장 6명 가운데 2명이 엘시티 쪽으로부터 명절 때마다 선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게다가 엘시티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특별감독에 나선 관계 공무원들이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한 마디로 비리의 총체적 합작품이라 불릴 정도였다.

석연치 않은 점 투성이인 공사는 계속됐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신축현장 A동 유리외벽 부착과정에서 54층에 설치돼 있던 4개의 안전 작업 발판(SWC, Safety Working Cage) 2번째를 55층으로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SWC를 고정하고 있던 슈브라켓 4개가 원인 불상의 이유로 이탈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 따라 확인됐다.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애초에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했다.

 

“SWC는 자동 유압장치로 올리는 거에요. 이작업대의 경우 자동 유압 방식이기 때문에 타워크레인으로 올리거나 하지 않거든요. 저층에서 사용하는 안전 작업 발판은 크레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협업하게 돼요. 그럼 이 과정에서 충돌이 있다거나 신호가 맞지 않아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엘시티의 경우 타워크레인과 상관없이 위에 고정해놓고 자동 유압 방식으로 쭉 올리는 형태라 안전하다고 주로 얘기됐죠. 상식적으로 지금까지 SWC를 인상하면서 떨어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외국에서 제작 해온 거에요. 그러다 보니 사고가 난 후 특별안전 점검을 할 때도 이 작업대에 대한 걸 안전보건공단에서 잘 모르니깐 외부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을 불러온게 제작업체 관계자였어요. 그러다보니 제작업체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거고, 현장에서 정말 잘 이해하고 관리감독 해왔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작년에 그렇게 큰 사고가 난거 죠. 워낙 고층건물에 규모도 크다 보니 조사를 하는 과정도 쉽지않았어요. 외벽이다 보니 밖에서 살펴보기 힘든거죠. 국과수나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도 사고 위치 지점에서 확인하려고 하니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죠. 아마 조사자들도 아주 불안했을 거에요.”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사람들조차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엘시티 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과정엔 노동조합이 직접 참여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전달하고, 제대로 조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당시 대응 과정에서 얼마나 노동자 참여가 보장됐을까.

 

사고 발생일 이후 일주일 정도 있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현장 전체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어요. 노동조합이 계속 요구했죠.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노동부 말로는 포스코건설 측에서 반대가 워낙 심하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래서 노동조합 참여보다 현장에서 일 하고 있는 조합원, 간부 중심으로 참여하는 걸로 했어요. 3개 팀으로 나눠서 지하부터 옥상까지 점검했죠. 그때 다들 많은 고생을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든 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사람들이 와서 위험한 것을 전반적으로 훑을 수 있게 됐고, 조합원과 간부들 역시도 본인들이 일을 하면서 잘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죠. 일을 하다 보면 법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피부로 느끼는 위험들이 있어요. 그런 걸 발견하고 실제 제안해서 개선하는 게 중요하죠. 특별근로감독을 한다는 건 위험성을 확인하고 바꾸자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위험성은 무엇인지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해요. 그런 게 노동자 참여보장의 중요성이에요.”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7명의 사상자가 나온 엘시티 사고. 사고 이후 유족과 목격자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취해졌는지 물었다.

 

위에서 작업하다 추락했던 분들이 있고, 그 밑이 통제가 되어야 하는데 통제가 안되서 사고를 당한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 분들 모두 업체가 달랐어요. 아마 하부 통제라도 됐으면 한 명이라도 사고가 덜 났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원청의 안전총괄책임이 중요하죠. 요즘 말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시공사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아무리 각자 잘하려고 해도 많은 하청업체가 별도로 작업하는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시공사가 컨트롤 해주지 않으면 사고 위험 확률은 확 높아지는 거죠. 사실 돌아가신 분들이 조합원이 아니다보니 깊게 대응하긴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우리 입장에선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래야 유족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사고 책임을 정확히 져야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노동조합의 역할이 쉽지 않았지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죽음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과 함께 살아남은 자가 제대로 치료 받고 일상생활에 복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언론에서 잠시 시끄러울 뿐 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으며 원상복귀까진 어렵더라도, 안정된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얘기되는 것들이 필요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조합원들만 두고 보면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없었죠. 작업중지가 한 달 넘게 진행되서 410일 경작업이 재개됐어요. 조합원 중엔 없었을지라도 최소한 목격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는 노동조합도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노동부에 적극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포함한 조치들을 취하라고 요구했어요. 당시에 당연히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얼마나 잘 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건설 현장의 경우 고정된 제조업 사업장과 다르게 시시각각 변화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위험요소를 상상력을 갖고 긴장감 있게 해야 하는데 잘 안되죠. 시스템적으로나 체계적으로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빨리빨리 문화가 여전히 심각하죠. 게다가 불법 하도급 문제도 있고요. 건설 현장에 가보면 선안전, 후시공이란 문구가 붙어 있어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란 거죠. 실제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심각성을 깨달아요. 97IMF 이후 안전관리자는 정리해고 1순위었어요. 결국 안전이 제일 먼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거였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실제 포스코건설이 안전관리자 80%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돌려막기한 사실이 작년에 밝혀졌다. 안전관리자 315명 중 정규직은 56(18%)에 불과했따. 100대 건설사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37.2%)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안전관리자와 건설 노동자의 비정규직 문제가 결국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동한 것이다.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 기업을 처벌하고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물었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만 놓고 보더라도 노동자에게 권한을 주지 않고 책임만 전가하는 식이에요. 회사가 이윤을 가져가듯이 책임 또한 마찬가지로 져야죠. 권한과 책임이 함께 담보되어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건 그런 이유에요.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 1명 당 평균 벌금은 얼마 되지 않아요. 다행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발생한 이윤은 기업에게 돌아가죠. 회사가 잘해서 사고가 안 나는게 아니에요. 위험 부담을 갖고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전가 되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실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어떤 노력이라도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