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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노동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 2014.4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나고' 정하나 선전위원 돌봄. 어쩐지 글자 생김부터 뜻까지 봄과 닮았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느낌,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대지를 살살 달래 일으키는 봄과 닮아있다. 국어사전에서 [돌봄]과 기본형 [돌보다]의 뜻을 찾아봤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는 뜻을 같고 있었다. 내친김에 [보살피다]도 찾아봤다. 뜻은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4월 어느 봄 돌봄과 뜻이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났다. 방문간호사, 사회적 돌봄서비스 대부분에게 개념도 생소한 방문간호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일자리로, 보건복지부 정책인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내 배치된 인력으로 빈곤·질병·장애·고령 등 건강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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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노동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 2014.4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나고'


정하나 선전위원

 

돌봄. 어쩐지 글자 생김부터 뜻까지 봄과 닮았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느낌,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대지를 살살 달래 일으키는 봄과 닮아있다. 국어사전에서 [돌봄]과 기본형 [돌보다]의 뜻을 찾아봤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는 뜻을 같고 있었다. 내친김에 [보살피다]도 찾아봤다. 뜻은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4월 어느 봄 돌봄과 뜻이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났다.

 

방문간호사, 사회적 돌봄서비스

 

대부분에게 개념도 생소한 방문간호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일자리로, 보건복지부 정책인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내 배치된 인력으로 빈곤·질병·장애·고령 등 건강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 가구에 대해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직접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적인 돌봄 서비스'[각주:1]이다.

 

“이 제도는 전 국민 건강관리사업인데, 있는 제도를 지침대로만 잘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취약계층 대상에는 노인들뿐 아니라 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족, 새터민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전미옥 씨는 보통 아침 9시 지역 보건소로 출근해서, 전산 작업을 마치고 10시 반부터 방문 업무를 시작으로 6시 퇴근까지 약 여덟 가구를 돈다고 했다. 방문한 가구들에서는 주로 주기적인 건강문제 스크리닝을 하는데, 건강행태 및 건강위험요인을 측정하고 영양·운동·절주·금연 등 생활 지도도 했다고 한다.
 
“그냥 간이로 혈당 체크 하는 그런 걸로는 정확하게 진단이 안 나오거든. 난 그래서 이~~따만한 거, 큰 기계 그런 거 맨날 들고 왔다 갔다 그랬죠. 무겁지만 난 꼭 그걸 들고 갔어요. 제대로 해야지. 그러려고 하는 사업인데.”

 
꼼꼼하게 측정해주고 잔소리해가며 건강을 챙겨주는 전미옥 씨 덕에건강 인식도와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 어느 할아버지는,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면 담배를 끊지는 못했어도 많이 줄였다 자랑하시려고 방에 배인 담배냄새 빼기에 열중하셨던 분도 계셨다고 한다.

그런 분들 애정에 대한 예의일까? 아니면 전미옥 씨의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일까? 전미옥 씨는 남다르게 명함에 일부러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를 남겨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에, 주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도 무조건 받았다고 한다.
 
“혼자 사는 어른들은 갑자기 아프시기도 하고 다치시면 또 큰일 나니까요. 그리고 저 말고 다른 데에 할 데가 없는 거 같더라고”

 

최말단이지만 돌봄의 최전선

 

“우리는 추우나 더우나 집집이 방문하는 게 원칙이잖아요. 일반 병원에도 방문간호사가 있기는 한데 근데 그분들은 환자가 집에서 콜 하면 그제야 가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와 달라’하기 전에 먼저 명단 받아서 사례를 발굴하죠.”

 

전미옥 씨와 같은 시(혹은 군/구)와 계약된 방문간호사들은 현재 시 직영 소속이 아니다. 위탁업체의 소속으로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을(乙)도 아닌 병(丙)이다. 그래서 집집이 방문했을 때 공무원 인줄 알고 요청할 경우에 충분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이 감동적이었다.

 

“저희는 솔직히 최말단에 공무원 신분이 아니니까 행정상으로 무언가를 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잖아요. 이 집에 장판이 얼마나 뜯겼는지, 문이 내려앉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가 다 눈에 보여요. 방문하는 집에 어르신, 그 가정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복지문제 전반을 발굴하는 거죠. 근데 저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 적어서 실제로 사회복지사나, 반찬 지원이나 벽지기부 해줄 수 있는 가게 등 타 기관이랑 연계하고 그렇게 했어요. 월급은 적어도 그게 너무 보람 있었어요. 내가 정말 일을 많이 물어다 줬는데 상대들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웃음)”

 

인터뷰 내내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느껴졌다. 방문간호 일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람들의 삶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일까? 전미옥 씨는 몇 주 혹은 몇 달에 한 번 와서 측정하고 말 한 번 나누고 가는 의료 전문인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지 않았다.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돌봄 주체의 역할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창 일하던 시절에 만났었더라면 서비스 수혜자분들의 건강보다 전미옥 씨의 과로를 도리어 더 걱정했을 것 같다.

 

위탁운영, 저질 방문간호의 지름길
 

 

현재 전미옥 씨는 해고 상태이다. 2012년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만료됐다. 그리고 어느새 복직 투쟁을 시작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2007년 사업 초기에 입사해서 해고될 때까지 휴직 없이 쭉 5년을 일했는데 그중 단 6개월도 그녀는 시(화성) 소속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매년 재계약하는 형식이었다가, 업무대행으로 체계를 바꿨다가, 급기야 2011년 민간위탁으로 바뀌면서 그녀는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를 거쳐 지금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위탁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바꿨죠. 저희는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일부러 ‘방문’ 간호사라는 직함을 준거잖아요. 근데 방문간호사가 아니라 연구요원, 교수님으로 바뀌었어요. (웃음)” (학교법인에 위탁을 해서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됨)

 

위탁운영 체제로 바뀐 이유는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정부가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노동시장 진출 등 사회 환경이 바뀌고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06년부터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에서 비용의 임계치를 넘어선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팔아넘기고 있다.

 

“1년에 한 번 행안부 평가가 있는데, 평가기준이 이상해졌어요. 민간위탁으로 바뀐 후로부터는, 양적인 향상만 중요시 여기는 거예요. 건강증진이 목적인데 말이죠. 참나, 예전에는 조절률 같은 부분을 많이 보았거든요. 당뇨나 혈당이 얼마나 많이 조정되었는지,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이런 게 다 없어졌어요. 무조건 양적 기준 중심이에요”

 

또한 평가를 통해 지역마다 경쟁을 부추기는 가운데, 1등한 지역에는 상장을 준다고 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위탁운영 체제다 보니, 1등 한 지역 법인은 다음 연도 계약에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하루 방문건수가 중요하지, 그 외에 방문해서 서비스 수혜자와 어떤 대화를 했고 시급한 필요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쌓을 것이며 건강관리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의 과정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방문간호사 파견이 목적대로 집집이 방문을 통해 각 가구의 필요도나 긴급함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해 연계를 맺게 해주거나 보고하는 등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맺어왔던 기존의 방식은 번거로운 사업, 미련한 돌봄 노동이 되어버렸다.


“사례 발표회 같은 걸 하거든요. 요즘엔 보면 경로당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그것도 못하면 당신이 정말 수완이 없는 거다, 뭐 이런 발제들을 해요. 하지만 제가 있는 봉담읍은 도농복합 지역이라 외진 데는 정말 외지거든요. 서울 경로당 분위기랑 다를뿐더러,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할 거라 예상하는 분들은 경로당에 절대 나오지 않으셔요. 돈도 없고. 자식도 없고 자랑할 게 없는 분들은 그렇거든요. 그러니 애초 사업 취지상 그분들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원칙대로 집으로 다시 방문하는 게 맞는 거죠. 평가에서 말하는 실적은 못 채워도요”

 

원칙의 열정을 응원하며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와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나왔던 말은 지침·원칙이었다.

 

“원칙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칙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도 원칙을 얘기했다. 방문간호사의 직업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돌봄의 마음으로 원칙의 노동을 하는 전미옥 씨의 건투를 빈다.

 


 

방문간호사제도란?

 

2007년부터 국민건강증진을 위하여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작되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건강문제가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자로 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건강 취약계층에게는 단비 같은 복지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에 있어 집집이 방문하는 방문간호사는 필수적인 성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나 질은 열악하다.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는 보건소에서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 기간제와 외주위탁 업체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건소에 기간제로 방문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간제로 유지하거나, 외주위탁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는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자의 신분이 불안정한 이유는 첫째, 공무원조직의 확대를 정책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보건복지 관련 일선 종사자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이유는 예산절감과 배정의 문제이다. 방문간호사의 직접고용 또는 적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간호사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요구와 영향력이 적은 관계로 이들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에 예산을 배정하기보다는 지역유지의 관심인 개발과 전시 행정이 앞으로 지자체장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1. 공공부문의 직간접 개입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로서 대개 노인, 장애인, 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대인돌봄 서비스(사회적 돌봄서비스 공급체계 현황과 특징. 김은정. 201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