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 2019.0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 상임활동가





겨울의 끝자락이던 2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 본부 경기지부를 대상으로 예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교육이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한 분이 나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중심적 구실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이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 안재범 노안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경험과 현장 중심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의 만남


"저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은 충남 아산 에 위치한 회사로, 차량용 에어콘이나 차량용 공조 등을 만드는 전문 업체입니다. 만도 기계로 시작해 4번 정도 매각돼 지금의 갑을오토텍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해온 사업장입니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활동의 중심에 놓고 활동해왔다. 다른 문제에 비해 특별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에 관심이 갔다.


"1994년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울산에서 일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다닌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갑을오토텍에 가게 됐죠. 그런데 같이 일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안 들리신다'는 거예요. 힘들어하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해당 부서의 근무 현장 소음이 심했다는 걸 떠올렸어요. 수소문해 본 결과 소음성 난청과 관련한 직업성 질환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해당 부서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성 질환 관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활동들을 접하게 되었죠. 당시엔 노동조합이 있어도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반이 없었어요. 이 계기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계속 소통하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갑을오토텍 투쟁에서의 값진 경험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노동안전보건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갑을오토텍 투쟁을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노동자 조직화에서 노동안전보건이 갖는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임금 단체협상의 시기가 되면, 현장 조직화를 할 때 무엇을 매개로 해서 조합원들의 단결을 끌어낼 것인지 고민이 크죠. 이건 조직사업장이든 미조직사업장이든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최저임금 위반 등으로 조직화를 하는데, 그 이후로 지속해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큰 문제에요.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들을 결집할 연결고리를 못 찾는 거죠."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특수 검진,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갑을오토텍지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문제들에 관해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2015년 노조파괴가 있기 전 갑을오토텍지회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했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두원정공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 사업을 시행해서 모범사례를 만들었죠. 이걸 참고해서 우리도 따라 해보기로 한 거예요. 노동자들이 안건 보건 활동의 주체가 되어 사업장의 생산량,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죠. 


특히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킨 이후 노동조합 조직화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연계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두 가지, 즉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 사업을 시행했어요. 그 활동이 계기가 되어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분임조가 결성될 수 있었죠. 그 기반이 2015년 노조파괴에 대항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동력이 되었던 거죠. 


노동안전보건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분임조가 노조파괴 대응할 때 큰 역할을 했어요. 파업 지침을 내릴 때,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노조가 조합원들을 모아서 교육을 하고, 위에서 아래로 지침을 내려서 무엇을 할지 통제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거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분임조 활동에 익숙해진 조합원들이 어느 팀은 공장을 지키고, 다른 팀은 경찰서나 법원에 항의 방문과 피케팅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어요. 


노조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이 되더라고요.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도 이탈하지 않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도 있었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쌓아 올린 조직 내 경험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이 노조파괴 대응 과정에서 실제로 조합원 각자의 역량으로 발휘되는 것을 확인한 거죠. 이는 파업 중에 특수검진, 특별안전교육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작업 중지를 끌어내고 사측의 방해를 막아내고 현장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의 경험에도,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갈 때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어보았다.


"제가 갑을오토텍 투쟁 이후로 노안 활동가로 부딪힌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째는 지역이나 현장에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데, 거기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활동을 확장해나갈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거죠. 지역이나 현장의 노안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는 점이 제일 큰 고민이에요. 사고 대처, 산재 보상, 산보위(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명산관(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강화, 각종 작업장 환경 조사 등 노동 안전보건 활동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산별에서는 노안 담당자나 예산이 부족해요. 물리적으로 힘든 거죠. 


다행히 노안위원장으로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안 활동가를 조직해가고 있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확장이 필요해요. 안전보건 교육이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역과 현장의 동지들을 확실한 노안 담당자로 키워내는 일에 한계가 있어요. 노안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지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작업장 위험을 줄여나갈 방향을 모색하기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업장 위험을 실제로 줄여 나가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 은폐를 둘러싼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은 안전보건 문제를 다루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 악순환을 해결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선 노안 문제를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안 문제를 달리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산업재해 등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위험물질의 경우 노안 사업을 통해 발암물질을 제거해나가면 사측은 발암물질 없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평판을,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얻을 수 있죠. 그러므로 회사가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조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봐요. 


회사는 안전보건 문제가 일터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고 있어요. 물론 산재 은폐라는 악순환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오히려 꼬인 매듭을 풀고 나면 일이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작업장 내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하나씩 하면, 회사도 아는 거죠. 노조가 안전보건에 대해 요구하는 것들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왜냐하면 산재를 은폐하려고 공상 처리하는 것도 회사엔 재정적 부담이거든요. 각종 산재로 인한 재정상의 손실이 큰 거죠. 회사도 처음부터 이걸 해결하려고 나서진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직업병 신청을 하도록 내버려 두면, 이를 악용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고 드는 게 아닐까 우려하죠. 


또 산재가 인정되어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는 등 관리·감독이 심해지거나 과태료를 물게 되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까 봐 걱정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안전 보건 조치를 사전에 제대로 해서 산재 발생을 줄여나가면, 처벌되거나 공상 처리하는 비용에 비해 작업장 개선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면 이제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동자들과 협력해서 작업장의 위험들을 줄이려고 해요. 안전보건 조치를 시행하는 초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깨닫는 거죠. 산재 건수도 줄고, 협상 경험이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등 안전보건 활동 전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산재를 둘러싸고 서로 갈등을 빚거나 산재가 은폐되어서 작업장 내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등의 악순환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중대재해에 맞서 작업 중지권을 요구하기 위한 노력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작업 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조는 '파업'을 중심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나 사측의 강한 반발로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 제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채 손해배상과 처벌을 받게 되어 노조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문제를 낳기도 했어요. 


2017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지침서를 만들었지만, 지침서는 문서로만 있을 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은 거의 없어요. 사고 조사, 결과 보고, 이행 조치 등 전체 과정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만 하고 진상조사와 사후 조치가 끝나버리기 때문이었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당장 멈춰 상황실'을 만들었어요. 해당 지침서를 실제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대응 설명서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현장에서 투쟁하기 시작했죠."



남은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노안 활동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장성'이라고 강조했다. 법 제도를 작업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저는 중대재해 대응이나 안전보건 조치와 관련해서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 국가기관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역량 부족도 솔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봐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작업 중지권이 명시가 되었죠.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기 위해서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 제도와 관련한 투쟁도 중요해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법 제도에 명시된 작업 중지권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요. 작업장 일상 속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있는 법 제도도 잘 안 지켜지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잖아요. 그러므로 법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실효성 있게 발휘될 수 있으려면 현장에서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해요.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서 경험 많은 활동가들이 부족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되죠. 이때 현장에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하나는 '겁이 난다'는 거예요. 준비도 안 되어 있고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하고 두렵죠. 다른 하나는 투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파업과 달리, 작업중지는 투쟁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힘들다는 반응이에요. 얼마나 지속할 지 모르니 작업 중지 해제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갈등 상황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오히려 미조직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와 사업주가 주도하니까 노동자들 처지에서는 행정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죠. 그러니까 더 마음 편하게 작업 중지를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들을 마주해보니 산안법 개정을 통해 작업 중지권이 제도화되었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현장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노안 활동에 결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현장성을 더 강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명산관과 산보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법 제도를 개선하고,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나 위험성 평가 등을 더욱 전문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이에 필요한 연구사업을 진행해나가야죠.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과의 밀착성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조사 사업에 필요한 시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사안들에 결합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지역과 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