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나 ⑤ (매일노동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에 대해 특검은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 은닉, 그리고 위증의 다섯 가지 혐의를 두고 기소했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왔다. 혐의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형량은 징역 5년밖에 되지 않는 상식 밖의 판결이었다. 최소 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는데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이다. 272쪽에 달한다는 1심 판결문에 담긴 논리와 법리 해석은 잘 모르겠지만 비리와 적폐 청산을 외치며 전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결과라고 하기엔 분명 초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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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나?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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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직, 24시간 맞교대, 60~70대, 뇌심혈관계질환의 과거력, 퇴직 후 재취업, 수면 부족….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이 시행된 이후로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노동자들을 진료실에서 보는 일이 많아졌다. 한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이분들의 삶이 상당히 고단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이 중첩된 상태라니 그 고단함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러한 고단한 삶을 이루는 바탕에는 24시간 맞교대로 대표되는 초장시간 노동이 존재한다. 주 84시간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은 노동강도가 매우 낮은 ‘감시·단속업무’라는 이유로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근무 중에는 잠을 못 자도록 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곳이 있을 정도니 열악한 근무 환경 이야기는 일일이 할 필요도 없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 2014.5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되어 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병이 직업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역학조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활동에 포함되는 현장 조사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조사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한 담당자들에게 안내받아 다녀야 하는 경우가 흔한, 대기업 방문조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아픈 노동자가 일했던 혹은 일하고 있는 환경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형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질병과 관련될만한 유해요인을 탐색하는 것, 노동자들과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고 공장 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한 사장님들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뭔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도 이런 사업장 방문조사에서 만났던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5년쯤 전에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왔다. “반사원단 제조업체에서 MIBK(메틸이소부틸케톤)에 노출된 근로자의 독성간염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가 당시 요청되었던 조사의 제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이 ‘MIBK가 간독성이 있긴 하지만, 독성간염을 일으킬 정도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해당 노동자는 독성간염에 대한 치료는 마치고 회복한 상태였고, 사업장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여 자료검토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약간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였고, 노동자는 별로 사업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조사에 동행하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가벼운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떠나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새로 공장 지어서 이전했다고 하더니 역시 깨끗한 편이네!’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사원단’이라는 제품은, 자동차 불빛을 반사하여 어둠에서도 도로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들에 부착된 그 원단이다. 이 원단은 바탕 필름에 ‘글래스비드’라는 유리구슬 같은 것들을 촘촘히 붙이기도 하고 형광페인트를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형광페인트를 만드는데 섞어 쓰는 폴리우레탄수지 도료 통이 눈에 띄었는데, 구성성분에 “디메틸포름아미드(DMF) 60%”가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간독성물질이고 이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의 10년째 독성간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수차례나 발생해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독성간염 위험이 있는 디메틸포름아미드를 썼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도 해야 하고 특수건강진단도 해야 하는데 수십 년을 이 사업을 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단 직원이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주가 보내준 물질 정보만 보고 MIBK에 의한 독성간염이라면서 조사를 의뢰한 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상 신청을 한 노동자가 신기할 정도였다.


다시 찬찬히 사례를 보니 아주 전형적인 DMF에 의한 독성간염 경과를 보였다. 해당 근로자는 입사하고 바로 사업장이 이전하여 기계 이전작업, 청소작업 등에 투입되어 기계를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이틀간 형광도료를 바가지로 떠서 코팅기에 부어주는 코팅작업에 투입된 6일 후에 구토, 어지러움, 식욕감퇴가 발생하였고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다시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받으면서 독성간염은 완전히 호전되었다.


사업주에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분은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이 맞으니 직업병으로 인정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놓쳐왔던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제품의 특허출원도 자랑하고 사업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사장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수십 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럼 저기서 몇 년째 코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사람은 한 달도 일을 안 했다.” 한 번도 디메틸포름아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은 특이체질반응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출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이렇게 간염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였으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조사는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래에 있고, 다른 건 몰라도 DMF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정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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