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 2018.01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은 여전히 OECD 연평균 노동시간 1, 2위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의 나라다. 이런 나라가 ILO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가 근대산업의 특성인 급속한 기술적 진보의 혜택을 가능한 한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매우 간단한 협약이고 1935년에 채택된 매우 오래된 협약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무거움 때문에 실제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ILO 187개 회원국 중 15개국에 불과하다. 심지어 OECD 소속 유럽 국가로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만 비준한 상태이다. 한국은 이 협약을 2011년에 비준했지만, 비준 이후에도 연평균 노동시간이 무려 2,113시간으로 1위 멕시코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연평균 노동시간과 비준조차 하지 못했던 다른 OECD 국가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그림 1>을 통해 확인해보자. 연평균 노동시간 2위 국가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망신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까. 일반적으로 국제협약을 비준하면 그로부터 1년 이내에 그 협약이 실정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그 때문에 국제협약 비준 이전에 이에 대한 입법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2010년 이명박 정부도 이를 위해 ‘주요 ILO 협약의 비준을 위한 국내 법제도 비교 검토’라는 연구보고서를 한국노사관계학회에 의뢰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ILO 제47호 협약에 대해 ‘협약의 취지나 목적이 구체적인 기준의 제시가 아니라 원칙의 승인과 적용의 확대를 통한 보편적 기준으로의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현행법 기준으로도 충분히 비준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협약에 자세한 규제 내용이 없이 원칙만 있고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50조에 주 40시간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 68시간 노동을 인정하는 행정해석, 그보다도 더 긴 노동시간을 인정하는 광범위한 특례업종, 간주시간제, 감시, 단속 노동 등의 현실을 두고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하겠다는 제 47조 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2010년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 개최, 한·미 및 한·EU FTA 체결에 구색맞추기로 마구잡이 ILO 협약 비준을 진행하며 제47조 협약까지 비준했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1,368시간에 불과한 독일도 비준하지 못한 협약을 말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ILO 기본 협약을 2019년까지 모두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협약은 제47조 협약과 달리 내용도 구체적이고 비준 후에도 ILO로부터 꾸준한 감시를 받기 때문에 비준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오기만 한 비준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비준이 그 취지에 맞게 이행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는 제47조 협약의 비준 상황과 같은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미 비준된 제47조 협약은 더는 부끄럽지 않게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한 국가로서 노동 시간 기준 제외 업종 및 연장노동을 모두 폐지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68시간 행정해석의 폐지, 특례업종 대폭 축소, 간주시간제 및 감시, 단속 노동에 대한 기준 재설정 등은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연구 리포트]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2016.5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조성식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회원

 


OECD(Ora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경제협력개발 기구의 약자로 1948년 마샬 플랜의 지원을 받은 유럽경제 협력기구에서 시작하여 1961년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하면서 만들어졌다. OECD의 목적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책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녕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OECD는 경제협의체로서 협의사항에 강제성은 없지만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논의를 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OECD 회원국 간의 비교가 가능한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본글 또한 홈페이지에서 직접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한국은 29번째인 199612OECD 회원국이 되었다. 가입 시 노동법의 수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대다수의 회원국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여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려는 찰나 한국은 OECD 가입 직후 IMF 금융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외국 언론으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였다.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는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지만 노동과 사회복지의 측면에서는 퇴보하거나 정체된 상태로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한국은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아래에서 살펴볼 자료들은 한국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현 주소를 보여준다.

 

1. 노동시간

아래의 그림은 국가별 평균 노동시간 순위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수십년간 지속되어 왔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노동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도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멕시코와 연간 노동시간을 두고 1-2위를 다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는 노동 생산성이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낮은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고임금 노동자들도 퇴사 이후의 불안정한 예상 소득과 노후를 위해 벌 수 있을 때 벌자하는 심정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가 이런 현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2.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아래의 그림은 구매력으로 보정한 최저임금 순위를 나타내는 그림이다. 한국의 최저 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6,030원이다. 달러 기준으로 약 5달러 정도일 것이다. 아직 대중교통 등의 물가가 낮아서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는 약간 올라가겠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과거 동유럽 국가와 일부 남유럽 국가 남미 국가들만이 한국보다 낮은 최저 임금을 가지고 있다.

 

3.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 비율)

한국사회의 낮은 노조 조직률은 형편없는 사회복지제도와 노동자들의 대표성이 사라진 정치제도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대부분 매우 높은 노조조직률을 보이며 이들 국가들의 잘 조직된 사회 복지제도와 강력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존재가 이러한 높은 노동조합 조직률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한국 사회에서도 대기업의 노동조합 이외에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한다면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산재사망률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한국사회는 안전에 매우 취약한 사회이다. 한해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산업재해와 직업성 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매해 5,000여 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매우 안타까운 점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규제를 위반하면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과 운전자들의 안전의식도 더 높아져야 한다. 아래의 그림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다.

 

5. 남녀 임금 격차

수년째 한국이 지속적으로 1위를 하는 분야가 있다. 남녀의 임금격차이다. 한국 사회 성차별은 매우 심각하며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설명하기 조차 곤란한 수준이다. 결혼한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를 지원받기는커녕 권고사직이나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는 난망인 것 같다. 남녀 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6. 자살률

남녀임금 격차와 더불어 OECD 회원국 중에서 계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자살률이다. 어쩌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모습이 이 높은 자살률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한해 산업재해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빈곤률을 줄이고 (특히 노인 빈곤)을 줄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마치며

한국사회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대체로 좋지 않은 부문의 통계를 살펴보았다. 한국사회는 최근 급격한 산업화로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러가지 사회지표는 OECD 회원국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지표의 개선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단체와 같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조직화된 요구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문제로 쉽게 환원되지 않는 성차별과 같은 문제도 존재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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