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사물(IoT)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 2017.7

사물(IoT)[각주:1]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정경희 선전위원


1차 증기기관의 발명,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3차 IT가 산업에 접목된 정보화시대에 이어 요즘 4차 산업혁명으로 Industry 4.0, 자동화, 자동생산시스템, 스마트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노동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 창출될 일자리보다 사라질 일자리가 더 많다고 참석한 전문가 모두가 우려하는 디지털시대 노동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게 될 안전보건의 새로운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50주년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디지털 산업시대의 기술적 동인과 가치창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분석, 모바일(통신) 등의 지능정보기술이 상호작용하여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 인프라 같은 현실 세계에서 데이터를 획득·전송하여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가상세계에서 취합·분석하여 지식을 추출하고 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각주:2]


디지털 산업시대 노동의 변화

○작업장의 변화

컨베이어 벨트 대신 AGV3[각주:3]가 차체를 싣고 RFID4[각주:4] 내 작업명세서에 기록된 후처리 작업자를 찾아 이동하는 셀 방식으로 생산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작업장 바닥의 가이드라인만 바꿔서 제조라인을 다른 형태로 쉽게 변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미 외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일의 성격이나 요구되는 능력의 변화

업무의 자동화로 패턴화된 작업이 감소하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가 모방할 수 있는 인간 노동의 범위가 확장된다. 산업용 로봇의 급격한 비용감소로 단순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인간이 수행하던 기능적 직무가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범용목적 로봇인 Baxter는 2만 달러, UBRI는 3만 달러에 도입할 수 있어 차세대 로봇을 통한 직무 수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 협력파트너 물색방식의 변화

피라미드 구조에서 네트워크로, 지식노동 조직방식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신속한 구조를 채택한 네트워크 조직은, 구성원이 수평적 관계에서 상호의존하고, 생태계적 관점에서 인력과 재정이 배분되게 된다. 따라서 교대근무, 탄력적 근무시간, 파트타임, 호출형 근무 계약,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산재나 직업병의 책임성이 불분명해지고 작업량과 작업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분산된 노동시장의 인력과 네트워크상에서 업무를 계약하는 새로운 노동방식

온디맨드 경제5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항시 연결되어 작은 수요라도 언제 어디서나 충족할 수 있도록 적시수요의 경제적 특성을 구현한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한 개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공유된 유동적인 공동 작업공간이 나타난다.


○인사관리에서 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무자의 위치, 활동, 생산성을 감시하는 것에서부터 노동자들이 덜 감시받고, 더 많은 자율성을 지니게 하며 성과와 혁신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개편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던지는 안전보건의 기회와 새 이슈

○전 생산 및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연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관찰범위를 확대하여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작업자의 헬멧, 허리띠, 신발 등의 센서를 통해 유해물질 농도, 작업자 수, 위치, 사고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작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전 공정 단계의 정보가 연계되어 필요한 자원, 필요시간과 인력에 대한 예측 가능으로 위험에 대한 대응력, 적응력, 회복력이 강화된다.

○안전을 고려한 기술개발과 제품디자인 등으로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안전관리가 되어야 한다.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환경을 고려하여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안전과 사회복지정책의 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새로운 노동변화에 조응하는 노동법, 지적재산법, 아직도 피처폰시대에 머물러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뒷받침돼 개인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생성·수집·공유·활용되는 초연결 인터넷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출처, STEPI Insight, 2016 발간. [본문으로]
  3. automated guided vehicle,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고 자동으로 짐을 운반하는 차. [본문으로]
  4.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 [본문으로]

[노동시간 에세이] 플랫폼 노동시대, 크로노토프는 누가 쓰는가 /2017.7

플랫폼[각주:1] 노동시대, 크로노토프는 누가 쓰는가



정글 노동시간센터 회원


“아버지께서 들판을 가로질러 익사한 소년의 시신을 운반해오셨다.”

앨리스 먼로의 단편 <몬태나주, 마일즈시티>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은 우리는 많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소년은 누구이며 어쩌다 익사했나?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은 과거와 미래, 즉 ‘시간’에 관한 질문이다. 또 우리는 저 짤막한 문장에서 들판이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 문장 바깥에서는 소년이 익사한 물웅덩이도 보인다. 러시아의 문예이론가 바흐친은 이렇게 문학 속에서 나타나는 시간(chronos)과 공간(topos)이 응축된 내적 연관을 ‘크로노토프(Chronotope)’라 불렀다. 문학은 현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지시하는 문장을 통해 읽는 이에게 인식되고 재구성되어 가시화된다. 그래서 크로노토프는 진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과 입장을 통해 그려지는 현실, ‘해석되고 구성된 동시대성’이라 바흐친은 말했다.


현실을 비추는 문학의 용어를 다시 현실로 가져와보자. 개인은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개개의 크로노토프들은 서로 갈등하고 포용하면서 공존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개개의 크로노토프를 통해 사회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크로노토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지면에서 주목하는 거대한 크로노토프는 ‘플랫폼’이며, 개개의 서사들은 바로 ‘플랫폼 노동자’다.


오늘날 플랫폼은 주로 스마트폰 앱으로 매개된다. 앱을 통해 남는 방, 자동차, 장비를 빌려줬다. 이것은 일종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노동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간성이 더해졌다. 플랫폼 안으로 서사의 주체인 개인이 대거 들어왔다. 에어비앤비, 우버, 메카니컬터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카카오 드라이버, 배달의민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현실화된 미래의 노동중개 형태인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희망을 제시한다. 미래를 스스로 일구고 싶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창업의 무한한 대지가 디지털 공간에 펼쳐진다. 이런 형태의 독립고용노동은 최고의 임금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게 한다. 분초, 비트 단위로 일할 있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원하는 만큼 번다.’ 어느 배달업체가 (실제로는 자영업자 지위를 가진) 배달원을 구인하며 쓴 문구다. 플랫폼 안으로 수많은 개인들이 모인다. 그리고 그 주체는 각자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이 서사들이 모인 전체 크로노토프의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매사추세츠대 제럴드 프리드먼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시적 고용형태는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2008년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시기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2006년 이후 미국 내 고용의 순증가는 모두 대체근로의 형태였다. 즉, 이런 고용관계의 변화는 노동자의 선호 때문이 아닌 사용자의 선호 때문이며 플랫폼 노동의 증가는 이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플랫폼 노동이 이전의 한시적 고용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속도’다. 이전에는 십분 만에 고용하고, 십분 만에 해고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를 가능케 한다. 이럴 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필연적으로 생긴다. 느린 사회적 합의과정을 요하는 법제도가 그렇고 느린 진화과정을 수반하는 노동자의 신체가 그렇다.


법제도를 먼저 생각해보자. 이미 한국에서도 배달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비판자들은 말한다. 고용의 파편화는 사회계약의 폐지다. 사회보장제도의 기원은 노동력 재생산이며 이를 위해 노동자의 신체 보호가 제도화 되었다. 따라서 사회권이 보장되고 노동은 건강, 안전, 존엄이 보장되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총론은 그럴듯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일까? 렌느1대학 조세파 디링제는 이런 식의 접근은 도급인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사회법의 입법 목적을 약화시키며, 보편성으로 특수성을 희석시킴으로써 오히려 개별 법 적용의 필요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보다 삭막한 우리 현실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단순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디지털 특고’다. 그러나 단순히 ‘디지털 특고’라는 틀로 본다면 플랫폼 노동 안에 있는 여러 고용관계의 차이가 은폐된다. (이 논의는 이 지면에서는 논외로 한다.)


영국의 우버(uber)[각주:2] 노동자들의 경우를 보자. 영국일반노조는 우버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이에 승소해 우버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최저임금 보장, 유급연가 사용권과 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는 우버라는 플랫폼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버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인격권이 종속됐으며, 이는 우버에 사용자성을 부과하는 주요한 논거가 되었다. 반면, 프랑스는 우버가 사용자인가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노동자의 노동은 고객을 향한다. 노동제공의 조건은 플랫폼이 정한다. 노동자의 급여는 고객이 지불한다. 플랫폼과 고객 모두 별점을 통해 노동자를 감독한다. 누가 사용자인가? 과연 한국의 법체계는 이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버 노동자의 소송이 시사하는 또 다른 면은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 문제가 긴 노동시간과 낮은 소득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버는 택시기사에 비해 우버 노동자의 소득수준이 높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총매출이다. 연료비, 보험료, 차량유지비를 제하면 소위 남는 게 없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일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플랫폼 배달노동자들도 다르지 않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원하는 만큼 번다.’는 선전은 살아갈 정도로 벌려면 죽을 만큼 일하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신체의 문제, 즉 산업보건의 문제는 어떤가? 하트퍼드셔대 오슐러 휴스와 사이먼 조이스는 이렇게 정리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부실한 장비를 가지고 부적절한 근무환경에서 장기간 일한다. 직업적인 건강악화는 개인이 책임진다. 부적절한 도구나 안전장비, 독성 화학물질, 위험한 근무환경, 훈련 및 감독 부족 등에 의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뿐만 아니다. 일의 불안정성 및 예측 불가능성은 스트레스를 증대시킨다.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못해 심리 사회적 위기에 빠진다. 마감은 분 단위며, 임금도 그에 못지않게 초저가다. 그런데 쉴 수 없다. 쉬는 순간 무한한 경쟁자가 제 몫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에서 평판 관리는 노무 관리의 핵심이며, 한 두 개의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점적 입지를 강화할수록 플랫폼의 노동자 지배력을 더욱 커진다. 동시에 그런 지배적 플랫폼 안에서 평판 관리는 노동자 내면의 욕망도 부추긴다. 대규모 시장 안에서 평판만 잘 관리하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안겨준다.


지난 세기 동안 나타난 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늘 인간의 불안을 드높였다. 기술 격변의 시대가 지나고 나면 우려와 달리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질도 낮고, 보상도 낮은 일자리로 유휴노동력이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동시간이 큰 폭으로 짧아지면서 고용이 유지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플랫폼 시대의 크로노토프가 누구에 의해 쓰이는 지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노동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가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개개의 사람들이 쓰는 크로노토프는 자기 주체적 서사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가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사회전체의 크로노토프는 특정자본가가 주체가 된다. 사회 보장은 사회계약이었고 그것은 근로계약을 근간으로 했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디링제는 법제적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임노동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 다른 하나는 통합적인 일반노동법을 구성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경우 임노동자와 유사한 사회권을 플랫폼 노동자에게 인정하는 것은 아직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 노동조건에 순응해버리면 임노동자 지위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산재보상법 개정 이후 개별 배달원이 산재 적용을 받도록 수정되었지만 보험료의 절반을 자부담해야하는 등 장벽으로 인해 실제 가입률은 형편없이 낮은 것이한 예이다. 그냥 안 하고 마는 것이다. 디링제 역시 노동자성 여부에 상관없는 일반노동법에 더 힘을싣지만 이것도 실효성이 있을 지 미지수다. 새로운 특수법의 입법이 늘 마법의 탄환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속도’다. 이들 법이 위키피디아가 아닌 이상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일종의 위키라면 당면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시민사회는 독일 금속노조에서 만든 대안 플랫폼인 Faircrowd.Work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열 두 개의 대표적인 플랫폼을 리뷰하고 있다. 해당 사업체의 약관에 노동권 침해 요소가 있는지 ‘좋아요’로 보여주고, 실제 노동자는 플랫폼을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플랫폼 시대에 플랫폼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는 공적 플랫폼의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형 알파고’가 농담취급 받는 현실에서 시장주의자들의 거센 반발과 냉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21세기에 부활한 노동중개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적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플랫폼과 경쟁하는 방안도 열어두어야 한다.


한시적이고 불안정한 노동은 시장에 진입하기 전 일시적인 시기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한시적’이라는 단어는 ‘영구적’과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그 결과 사회보장과 소득보장의 권리는 일상에서 지워진다. 휘황찬란한 기술의 향연에 쉽게 압도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오래된 미래임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노동 중개상들은 디지털로 무장하고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달라진 속도 앞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는 무감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이것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지도 모른다.


  1.  국어사전에서 플랫폼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정의함. 즉 승강장, 정거장을 뜻함. 기술의 발달을 통해 플랫폼이란 뜻도 다양해짐. 원래 플랫폼은 ‘plat(경계를 정한 공간)’과 ‘form(형태)’의 합성어이다. 즉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함. 최근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플랫폼의 의미는 ‘인터넷 정거장’임. ‘스마트 시대’에서 인터넷 사업자·콘텐츠 제공자·고객 등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는 약속 장소가 바로 플랫폼. (참고: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23159) [본문으로]
  2. 우버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서비스 [본문으로]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 2017.4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전공의



저는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 전공의를 하고 있으며, 특수 능력(?)을 가진 별종 의사입니다. 보통 병원에서 폐질환 환자들은 호흡기 내과에서 진료를 보지만, 제가 속한 병원은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진폐증 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 중에서도 소규모 과를 전공하며, 특수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주치의 경험을 가진 저는 어찌 보면 별종 의사인 셈입니다.


입원 환자의 대부분은 과거 광부나 석공으로 일하다 생긴 진폐증으로 산재 승인 받아 외래 치료를 받던 중 폐렴, 흉수, 결핵, 폐암 의심 등으로 입원하는, (서른네 살인) 저의 아버지 세대이거나 할아버지 세대인 분들입니다. 비슷한 직업력을 가진 환자들을 보다 매너리즘에 빠져들 때쯤이면, 현직의 용접공 같은 분들이 요새 들어 숨이 조금씩 차는 게 혹시 진폐증 아니냐며 외래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용접 흄·분진·가스 등에 노출되는 수많은 전·현직 노동자들은 과연 폐질환 진료를 어디서 받는 것일까?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 멀어서 공단 주변 병원들에서 진료 받는 것인가? 산재신청은 하는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진폐증은 물론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 간질성 폐질환, 폐암 등의 발생에 직업적인 요인이 약 15~20% 기여한다고 알고 있는데, 산재신청·승인이 험난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탄광부진폐증 환자 외에 제 눈에 보이는 환자가 한참 적기 때문입니다.


샤이(?)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

작업환경측정을 위해 방문한 조선소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조선소는 연마 작업자, 도장공, 용접공은 물론 그 주변에서 일하며 용접 흄·분진 등에 매일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대공장이며 노동조합 힘도 있으니 폐질환 산재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의 없었습니다. 노동자분들과의 대화 내용, 진폐증 환자 주치의를 하며 교수님들과 환자들에게서 배운 지식과 경험 등을 접목해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보았습니다.


만성 폐질환은 대부분 질병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증상도 서서히 생깁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입사하는데다가, 질병이 진행하고 있어도 한창 일하는 30~40대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약간의 기침·숨참이 있어도 동료들에게 꾀병 환자로 낙인찍히고, 회사에 알려져 잘리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기는 게 대부분입니다. 증상은 은퇴할 나이 즈음이나 은퇴한 후에나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그때는 주변에 동료 노동자도 노동조합도 없어 산재에 대한 정보도 없을 것입니다. 혹은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고 나서 증상이 생겨서 생각을 못 했거나, 치료하는 병원에서 직업적인 원인을 고려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병원에 오는 많은 탄광부진폐증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본인이 담배를 피웠고, 마스크를 잘 못 썼으며,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 먼지 구덩이인 줄 알면서도 일한 것에 대한 자책이 있어 폐병은 내 잘못이려니 하며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이며 강성노조가 있다는 조선소의 사정도 이럴 진 데 중소규모 사업장, 하청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명확해 보입니다. 요새 정치권에서 샤이 트럼프, 샤이 보수라는 말이 있는데, 대규모로 존재하나 드러나지 않는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을 샤이 직업성 폐질환 환자라고 불러야 할까요?


석면 꼴 안 나려면, 알파고 시기 신기술에 선제적 예방이 중요

과거 노출로 인한 직업성 폐질환 환자들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현재의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미래의 직업성 폐질환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나노 물질은 ‘꿈의 물질’로 불리며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물질이라도 큰 입자일 때보다 나노 입자 상태일 때 인체에 더욱 유해한 물질일 수 있음에도 노출 기준 조차 부재하고, 흡입 시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은 나노 물질을 사용하는 정밀화학, 제약, 화장품 제조 및 전자산업 등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더욱 우려됩니다. 또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3D 프린팅에 사용되는 물질로 인한 호흡기 문제도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3D 프린팅을 이용한 소규모 사업장이 늘 것으로 예상하는데,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보건 사각지대인 건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건강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사용하다가 문제 발생 후 임기응변식 대처로 노동자·시민의 안전보건에 위협을 일으켜 ‘기적의 물질’에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과 가습기 살균제 등의 역사를 돌아보면 산업 구조 변화 초기, 신규 물질 도입 전에 인체 건강 영향에 대한 선제적 예방 및 연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최근 관심이 증폭되는 미세먼지 대책만큼, 오히려 그보다 더 큰 비중으로 정부·산업계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직업성 폐질환은 쌍팔년도 이야기가 아니라 알파고와 그 친구들이 많아질 미래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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