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를 남기고 싶어요 / 2017.12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를 남기고 싶어요

- 홍보대행사 AE 김서영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홍보대행사

저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데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홍보를 해야 하는 모든 역할과 내용을 컨설팅해요.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저는 AE(Account Executive)역할을 하고 있어요. 회사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면서 홍보대행과 관련한 전체 모든 일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죠. 1년에 보통 4~5개 정도 회사랑 일하는데, 회사 관련 언론 모니터링부터 시작해서 보도자료 만들고, 홍보물이나 각종 행사 기획도 하고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 광고가 필요하면 광고대행사 통해서 직접 광고를 배치하는 일 등등을 해요.”

예전에는 홍보할 수 있는 매체가 주로 언론사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해서 홍보대행사에서 집중하는 매체도 이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AE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제안서를 쓰는 거예요. 매년 봄에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홍보 관련해서 입찰 공고를 내거든요. 그럼 이때부터 회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홍보 방향에 맞게 제안서를 쓰기 위해 제품이나 정책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 해서 준비할 게 많아요. 공부를 해야 만일 공공기관이라고 했을 때 그 정책이 왜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적인 어떤 메시지와 방법이 필요한지, 홍보를 위한 효과적인 매체나 수단은 뭘지 이런 걸 분석하고 예상할 수 있거든요.” 

AE들은 제안서 채택 여부에 따라 회사의 1년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1년 농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일하다 보니 야근도 밥 먹듯이 하고 가장 바쁘게 지내요. 그래서 이때가 가장 힘든데 늘 그때가 벚꽃이 지거든요. 그래서 우리끼리 매년 하는 말이 벚꽃이 떨어지는 걸 보니 제안서를 쓸 때가 됐나보다 이런 푸념을 늘어놔요.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도 나 이번에 제안서 쓰는 시즌이라 아무래도 못 나갈 것 같아이런 이야기만 반복하게 되고요. 그리고 꼭 이때가 아니어도 공공기관에서 종종 긴급입찰이라고 해서 7~10일 정도 시간만 주고 제안서를 받을 때가 있어요. 일반적으론 40일 정도 시간을 주는데 이때는 회사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진짜 급하게 써야 해요. 문제는 애초에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원래 예정에 있던 일은 그대로 하면서 야근하거나 주말에 출근해서 그 회사에 대해서 처음부터 공부하고 1주일 만에 제안서를 쓰는 거예요.“

이쯤에서 무조건 긴급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것인지, 제안서를 쓰자, 쓰지 말자 선택하는 기준에서 AE에게 권한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무조건 모든 긴급입찰을 다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최소한 벌어야 하는 연간사업비가 있잖아요. 그걸 맞추려면 제안서를 안 쓸 수가 없어요. 그리고 회사도 회사인데 결국 그 일을 하게 되면 저 스스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성과가 있으면 연말에 인센티브도 있으니까 시간이 부족해도 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일상이 되어버린 야근과 주말 출근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할 텐데 야근도 워낙 자주 하고 주말에 출근하는 일도 생각보다 많아서 내가 하는 일은 노동강도가 높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야근과 관련해서 이게 참 애매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면 회사에선 스스로 야근 안 하고 싶으면 6시 퇴근 시간 맞춰서 일 끝내고 집에 가라고 하거든요. 대신 내가 일을 다 못 마치니까, 결과물이 없으면 평가나 성과에 안 좋으니까 하는 거죠. 그리고 제안서를 쓰거나 뭔가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낮에 하기가 어려워요. 이때는 회사 클라이언트나 같이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 광고, 행사업체들이랑 조율하면서 일상 업무를 해야 하거든요. 만약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클라이언트도 예상 못 한 이슈가 터져서 내일까지 해결해달라고 우리한테 전화가 오면 현장에 가서 사실관계 확인하고 기자나 SNS 등에 알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AE들은 제안서를 쓰는 일처럼 긴 시간 집중이 필요한 일들은 저녁이나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저평가하는 사회

일하면서 속상할 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우리와 같은 일하는 사람들 인건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인 것 같아요. 우리는 재료를 사서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홍보 기획을 하는데 비용이 얼마가 드는지 시간은 얼마나 들었는지 필요한지 정해진 답이 있거나 증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만족할만한 기획을 했다고 해도 결국엔 회사 클라이언트의 필요나 취향, 선호도에 따라서 합격이든 아니든 결정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밤새도록 고민하고 준비했든 아니든 회사 클라이언트가 별로라고 저평가하면 그만이에요. 사람들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는 거에 너무 인색한거죠. 그래서 매번 계약할 때마다 인건비 좀 깎아주시죠 이 말이 자동으로 나오나 봐요." 

이러한 경우가 유독 한국만 있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안서를 낼 때 한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제안서를 낼 거 아니에요. 그러면 외국 같은 경우엔 기획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제안서를 제출해준 회사에 최소한의 보상을 하고 있어요. 제안서를 쓰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있고 자료를 만들든 디자인을 만들든 비용이 들어갔을 거 아니에요. 그 수고에 대해 답례를 하는 개념인 거죠. 우리도 광고 시장이 호황일 때는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홍보 대행사가 워낙 많으니까 너희 아니어도 입찰할 회사 많다, 우리는 그 내용으로 안 할 건데 돈을 왜 줘야 하냐 그렇게 이야기해요. 근데 우리가 제출한 내용이 좋든 안 좋든 맞든 아니든 그 회사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거잖아요. 적어도 우리가 한 곳을 결정하는데 비교 대상 역할이라도 한 거고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을 잊어버리게 되는 요즘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건 그때는 몰랐는데 요즘 고등학교 때 선생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 선생님들이 대학교에서 <송환>이라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데 보러 가고 싶은 사람은 야간자율학습 빼줄 테니까 가도 된다고 안내해주셨어요. 그 영화가 비전향 장기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왠지 그 영화를 보면 뭔가 세상에 비밀을 알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때 아니 사람이 이렇게 사는 세상이 있구나! 그런데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모르고 살았을까 충격이 엄청 컸어요. 그때까지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대학에 가서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고 싶어서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꿈을 키웠는데, 졸업을 앞두고 문득 현실에 벽이 높다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공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했는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그게 이미지 포장이든 뭐든 광고를 통해 이런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레 이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요즘엔 직업관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처음 시작했을 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일에 치이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을 내가 대신 때워주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에서 의미를 못 찾겠으니까 몸도 마음도 더 힘들어지고 그냥 월급이나 받자 사람이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일까. 김서영 님은 요즘 사회적인 가치를 우선하고 그 가치를 같이 실현할 수 있는 조직이나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시발점이 노동강도에요. 하루 24시간 중에 저를 위해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더라고요. 저 스스로 에너지가 있어야 일에 결과물도 좋을 텐데 지금은 영 그렇지 못해요. 한편으론 그동안 너무 일을 통해서만 자아실현을 하려고 했나 그런 고민도 들어요. 요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Wal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저한테도 절실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하는건

일에 대해 자부심도 있고 기쁨도 있어서일 거에요. 제가 기획한 홍보가 지하철이나 라디오 광고로 나오고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가장 기쁜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과 협업이 중요한데 다 같이 과로하고 힘들지만 서로 잘 알고 이해해주고, 서로서로 인정해줄 땐 뿌듯하기도 하고요. 가장 힘들었을 땐 내 생활이 없을 때겠죠. 2주 동안 계속 야근해봐요. 일하는 시간이 길어서 신입들이 들어오면 1년 정도 다니다 그만두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일을 통해 재미를 찾거나 자부심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만 남는 거죠. 그리고 저희 일이 늘 촉각을 다투다 보니 시기도 중요하고 마감도 지키면서 완벽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기사로든 온라인으로든 세상에 알려지고 나면 주워 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평일엔 항상 몸이 많이 긴장되어 있어요. 작은 것 하나에도 예민해지고요. 이럴 때 그나마 숨 좀 쉬고 싶을 땐 여행을 가요. 우리 회사가 출퇴근이나 연차 휴가 이런 게 자유로운 편이라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을 때 여행 갈 수 있게 시간을 보장해주거든요. 그리고 3년마다 유급으로 안식월 휴가를 줘요. 그나마 이런 시간을 회사가 보장해주니까 다들 재충전하고 힘내서 일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저는 끝까지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일은 힘들지만, 항상 일할 때 이 생각해요. 사람이 평생 살면서 뭔가를 남기잖아요. 그래서 저는 뭔가 프로젝트를 하나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오늘 인터뷰 나오면서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 요즘 4차 산업혁명이다 뭐 다 그러는데 저는 오히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해 사회적으로 가치 평가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제주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문제가 또 불거졌잖아요. 일하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볼 때면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어쩔 땐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일터> 통권 161호 / 2017.6



[특집]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의 오늘

28 이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30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32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현실

34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36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이주노조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편의점 알바 노동자에게 안전과 건강을 


8 [동향체크] 국민안전처, 안전관리헌장 제정안 제출,

미세먼지로부터 노동자 보호해야

 

10 [포커스] 새 정부가 노동안전보건 정책 위해 지금 당장 실시할 것

 

12 [알기 쉬운 위험성평가] 작업자의 참여 배제 할 우려가 있다

 

14 [현장의 목소리]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문제, 우리사회의 노동인식 바로미터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우러지는 노란들판을 찾다

 

22 [연구소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 금속노조 A지회 설문조사 분석결과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지 못 한노동자 이야기


40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과 핀란드의 야간 교대근무

 

46 [문화읽기] 인간의 조건

 

48 [발칙X건강한 책방] 이 책은 슬픔에 대한 책이 아니다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 노원구 경비노동자의 의로운 죽음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

 

54 [이러쿵저러쿵] 꿈 같았던 한 달간의 휴가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기자회견] 부산시교육청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문제해결을 촉구한다!!

부산지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현장실습공동대책위원회에서 오늘 기자회견 진행하였습니다. 하루 빨리 부산시교육청이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 파악과 이후 개선방안까지 마련하길 촉구합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이대로 괜찮은가? 인권유린, 성추행, 노동법위반, 전공불일치
부산시교육청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문제해결을 촉구한다!! 

매년 9월부터 대부분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에서 산업체로 현장실습이 시작된다. 하지만 부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부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부산현장실습대책위)에서 부산교육청과 부산지방노동청의 정보공개신청을 통하여 확인된 문제점을 제기하고, 현장실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자 한다.  

□ 파견된 산업체 수는 평균 1,726개 업체,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되었을까?
2012년부터~2014년까지 현장실습 파견 산업체 정보를 확인한 결과, 현장실습 산업체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업체가 많았다. 특히 서비스, 안내, 판매, 기타 등의 전공분류와 관련된 직무의 현장실습 사업체는 대부분 기술습득과 훈련과정을 배우는 교육과정이기보다 단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업체가 수두룩하였다. 단기 아르바이트 취직과 다르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 편의점, 주유소는 물론 프랜차이즈 업체(치킨, 피자, 의류, 화장품 등)도 많았고, 심지어 주점, 26개의 인력파견 업체에도 현장실습을 보낸 것으로 확인하였다.    

□ 2015년 현장실습 중단 학생수 1,221명(30.3%), 그들은 왜 그만두었을까?
2015년 부산지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현장실습 학생수 4,017명 중 중단 학생수는 1,221명(30.3%)이고, 2014년 현장실습 학생수 4,002명 중 중단 학생수는 1,175명(29.3%)으로 확인되었다. 실습 중단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 현장실습 중단현황을 보면 노동조건 열악이 165명, 전공불일치 69명, 비전없음이 76명, 상사(동료)와의 관계 117명으로, 현장실습 중단의 34.9%가 본인의 사유(군입대, 대학진학, 단순변심 등)로 중단한 것이 아니라 산업체의 노동환경의 문제, 전공불일치의 문제, 산업체 자체의 비전없음이 원인이 되어서 중단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현장실습 실시 사업장 자체 점검 대상은 고작 40개 업체 뿐, 대상 업체의 2.2%!!
현장실습과정에서 인권유린과 폭행, 노동법위반 등의 문제가 많이 드러나면서 현장실습생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하여 현장실습 파견 산업체를 대상으로 중간점검을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2014년 현장실습 산업체 1,170개 업체 중 40개 업체만을 대상으로 선정하여 중간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된다. 2.2% 선정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더 문제는 어떻게 점검을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고, 점검과정에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의 내용을 위반했음에도 조치사항이 법적인 조치나 현장실습 중단은커녕 고지정도로 그친 수준이다. 이러한 형식적인 중간점검은 오히려 현재의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결국 2015년에 또다시 부산지역에서 성추행, 파업사업장 대체근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은 누구를 위한 현장실습인가?
현재까지 살펴본 현장실습의 문제를 보면, 과연 학생들을 위한 현장실습제도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현장실습제도인가? 현재 학교와 산업체와의 관계에서 이미 을의 관계가 되어버린 학교는 이윤추구가 목적인 산업체에게 현장실습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조차 이미 무리한 상황임을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과 학교는 재정지원을 위한 방편으로 현장실습생을 기업체로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산업체 또한 단기간에 활용하기 쉬운 저임금, 단순노동자로 현장실습생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현장실습제도가 교육과정으로서 제대로 된 현장실습과정이 되기 위해선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 그리고 기업체는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한다.

□ 부산교육청은 현장실습문제에 대하여 제대로 응답하라!!

그동안 현장실습과정에서 발생하지 말아야할 사건-폭행사건, 산업재해발생, 성추행, 파업사업장 대체근로 등-들이 부산경남지역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그렇기에 2015년부터 현재까지 부산 현장실습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은 부산지역의 현장실습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부산교육청과 부산지방노동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도 하였고, 몇 차례에 걸쳐 부산교육청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대책마련을 위한 간담회도 제안하였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받은 자료는 너무나 부실하였고, ‘부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실태조사’, ‘청소년노동인권교육실시’, ‘부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실습실 실태조사’ 등 우리들의 제안은 거부되었다. 거듭 요구한다. 부산교육청이 부산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등학교의 현장실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책임기관인 부산 교육청은 달라져야 할 것이며, 실질적인 책임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할 것이다.  

특집 4. 특성화고 실습생 다운씨 이야기 /2016.9

특성화고 실습생 다운씨 이야기

 


림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에대해 문제제기하고 공론화하는 활동을 해오던 중 2015년부터 올 2월까지 세 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해오던 중 위의 사건들과 만나게 되었고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을 경험한 이들과 다양한 통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글은 7월에 만난 권다운씨(가명, 23, )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는 ○○ 정보고등학교에서 경영을 전공한 23살 권다운입니다. 3이 되고 초반부터 취업을 많이 나가거든요. 3학년 학기 초에요. 저도 여러 군데 대기업 면접을 많이 봤는데 줄줄이 떨어졌어요. 학기 초부터 빈자리가 많은 반도 있고 적은 반도 있고. 적은 반 애들은 자기들끼리 화목하기는 하지만 선생님 마음은 타 들어가고.. 그런 게 있었죠. 반에 빈자리가 점점 생길 때마다 저도 좀 압박감도 들고. 그래서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딱 나갔을 때가 8월달쯤이었어요.

 

저희 학교는 전공이 경영하고 또 정보처리 두가지밖에 없는데 그거랑은 무관한 회사들이 많이 왔죠. 제가 들어간 곳도 ○○ 패밀리 레스토랑이거든요. 전공과는 크게 상관은 없는 일, 치 알바 같은 일을 했어요, 그런데 직급은 사원. 그래도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게 일반 아르바이트보다는 많았어요.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아니면 대학교 입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도 있고. 그런 게 일반 아르바이트랑은 많이 달랐다는 것 외에는 다를 건 없었어요. 제가 주방에서 일한 건 아니라서 음식을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음식 내가고, 손님 응대하고, 정리하고 뭐 그런 걸 했었죠. 다른 직원들 하고는 단지 맡은 자리가 달랐을 뿐이지 맡은 업무는 똑같았어요.

 

임금은 최저시급을 그냥 받았어요,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을 찍는 거라서 시간이 쭉 계산이 되니까 그 시간에 대한 시급만 딱 나왔어요. 주휴수당이 나올 수 없게 스케줄을 짰었어요, 아예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일하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계속 20시간을 주기는 하는데 일부러 좀 20시간 안으로 나오도록 그렇게 조정을 했었죠. 꼭 필요한 직원들만 오래 쓰고, 아니면 계속 라커룸에 휴식이라고 넣어 놓고 그랬죠. 보통은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했어요. 여섯 시에 출근해서 열 시 퇴근. 되게 일찍 나오라고 부르는 날도 있었는데, 제가 일했던 매장 근처에서 행사가 있을 때에는 거기가 되게 바빴었어요. 근데 행사가 저녁에 있는 날은 낮에는 되게 한산하잖아요. 그럴 때 낮에 출근시켜 놓고, 몇 시간 일하게 하고, 3~4시간을 쉬라고 해 놓고 저녁에 일을 시키는, 이런 일도 있었죠. 그리고 또 쉬는 시간에는 언제 바빠질지 정확히 모르니까 멀리 가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항상 라커에 있었죠. 그냥 다들 그러는 줄 알았으니까요, 그때는.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제가 돈을 버는 첫 일이었고, 그게 학교에서 보내준 거기도 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못했었죠.

 

제가 있던 매장에서도 금방 나을 가벼운 화상은 많이 있었죠. 저도 종종 다쳤구요. 아무래도 패밀리레스토랑이니까 식전 빵이 나가거든요. 빵은 서빙 직원들이 직접 구워야 되는데, 오븐에 문이 없는 거였어요. 그걸 손을 넣어서 빼고 넣고. 그러다가 오븐 천장에 손가락이 닿거나 하면, 데는 거죠. 집게 같은 것도 없이 다들 그렇게 했어요. 다른 매장에서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있었던 매장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했었어요. 오븐 사용할 때 주의사항도 그냥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라, 손가락 닿지 않게 잘해라, 이 정도였어요. 근데 급히 빨리 빵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 자주 있는데 그때도 천천히 할 수는 없는 거고. 두 개씩 테이블에 빨리 나가야 되는데 그거를 언제 하나씩 조심해가면서 하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데이고, 그냥 밴드 같은거 붙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거나. 취업을 나갔다가 한 7개월정도 일을 하고 대학교를 들어갔어요. 대학교 발표가 나고 그때 처음 대학교에 가야 되는 날에 딱 관뒀으니까. 름 현장실습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전혀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냥단지 돈 버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고, 거기를 다니면서 새로이 좋아하는 게 좀 많아졌다는 거? 요리나 음료 주류 이런 거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훨씬 가까이서 보게 된 첫 경험이었으니까요. 요리나 칵테일에 관심이 생기고,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를 다녔으니까 회계라든가 무역 관련해서 무역영어 같은 걸 배웠는데, 이 배운 걸 써먹을 수 있는 일을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학교에서 하는 교육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학교 입장에서는 근데 막상 배운걸 써먹을 업체로 보낼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취업률만 높이려고 아무데나 넣는 거예요. 다들 취업 가고 있고, 내 옆자리는 비고 있고,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그러니까 그냥 저같이 패밀리 레스토랑도 가고. 그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차라리 졸업을 하고, 학교에서 취업을 안 보내고 교육을 끝까지 다 하고, 어느 정도 진로만 잡아준다거나,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아예 취업률 높이겠다고 딴 데 보내 버리고, 그건 전혀 의미가 없는 거죠. 제가 직접 나가 보기도 했고, 제가 정보고를 나왔으니까 제 주변에도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안 좋은 결과였던 것 같아요. 대부분이 1년 안에 이직을 무조건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현장실습은 선생님들의 업무 실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못 되는 것 같아요.

 

 

특집 1.특성화고 현장실습이란? /2016.9

특성화고 현장실습이란?



선전위원회


▲ 출처 : 대구교육청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전문적인 종사자로 근무하기 이전에 기업 현장에 투입되어 해당분야의 전문 업무 수행 역량을 기르는 교육 훈련 과정이다. 노동부는 현장실습이 배움을 목적으로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 투입되어 일과학습을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실습이 아닌 파견노동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819일 노동부는 특성화고 학생이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도제식 현장교육을 받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내년까지 200곳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금의 현장실습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선 현장실습 분야를 기계, 전기·전자, 화학 등 공업계 중심에서 IT·서비스·경영사무 등 다양한 직종으로 확장하여 비공업계열 학생들에게도 참여의 문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일률적이었던 교육 훈련 기간도 (2)을 산업 분야 특성에 맞게 1.5~2.5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 전체특성화고(465) 중 상업계 184개교(41.6%), 가사실업계 46개교(8.5%) 등 비공업계가 약 55% 차지

  

2015년 기준 청년 고용률(1524) : 스위스 61%, 독일 45.3% vs 한국: 26.9%(자료: OECD) 정부는 심각한 청년고용률을 이유로 들면서 청소년을 노동시장으로 빠르게 진입시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양한 직종에서 값싼 비용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확대 고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 출처 : 스브스 카드 뉴스 갈무리

아무리 정부와 노동부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배움의 과정’ ‘실습 노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현장실습생 노동자들이 가학적 노무관리와 열악한 노동조건 및 환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 현장실습을 나갔던 학생의 진술에서 보더라도 지금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전면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터> 통권 152호 / 2016.9




- 차례 - 

[특집] 특성화고 현장실습 이대로 괜찮은가? 
26 현장실습 인포그래픽 
28 특성화고 현장실습문제 배경과 과제 
32 부산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 
34 현장실습생 인터뷰 글 기고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최악의 산재기업 한국타이어를 고발합니다 

8 [포커스] 정부는 왜 산안법을 개악하려 하는가?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5) 

12 [현장의 목소리] 저는 일터 괴롭힘을 당하는 보육교사입니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인천공항엔 유령이 있다?

20 [연구소 리포트]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힘 및 가학적 노무관리 양적조사 보고 결과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밤을 잊은 그대에게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메뉴얼 전국간담회 (2)

42 [시간의 재발견] 노동시간, 가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44 [문화읽기] 죽는 날까지 놀고 싶다 

46 [발칙X건강한 책방] 엄마들의 삶 

48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노동부의 지침, 가이드북을 통한 노동통제 

50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보장하라

52 [이러쿵저러쿵] 사춘기 불변의 법칙

54 [입장] 토다이를 고소한다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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