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있었다면 박선욱 간호사는 계속 일할 수 있었을까? (매일노동뉴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있었다면 박선욱 간호사는 계속 일할 수 있었을까?노동계 "직장 괴롭힘 개념 만들었지만 사용자 처벌 조항 미흡"
  • 김미영
  • 승인 2018.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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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까지 절차가 남았지만 여야 합의로 환노위 문턱을 넘은 만큼 순조로운 통과가 예상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986

특집2.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 2018.09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재현 선전위원장


노동자들이 일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터 괴롭힘 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과 제도로 처벌하거나, 예방 대책 마련 등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은 일터 괴롭힘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파괴하거나, 노무 관리를 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동·인권 운동 진영은 일터 괴롭힘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시작으로, 그 실태는 어떠한지, 일하는 사람들의 개선 요구는 무엇인지, 해외 사례는 어떠한지를 연구하고 법과 제도, 현장에서 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해왔다.

2017년에는 노동조합·현장 활동가, 노무사, 변호사 등이 모여 직장갑질 119를 만들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터 괴롭힘 신고를 받고 해결하며, 근본적인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방안과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고민하고 활동해왔다. 한편 정치권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7월 18일 정부가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그동안 방치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한국 일터 괴롭힘, EU국가들 2배

정부는 한국의 일터 괴롭힘 피해율이 업종별로 EU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3.6~27.5%로서 2배 이상 높은 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점, 일터 괴롭힘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문제가 심각한 점, 직장 괴롭힘 피해자의 자녀가 학교 괴롭힘의 피해자로 대물림되는 점 등을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을 정의함으로써 문제에 개입할 계기를 마련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터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 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또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에 노출되기 쉬운 불안정 노동자(파견 노동자,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이 대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노동자가 일터 괴롭힘을 인지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진다. 이전까지 이 사회에서 일터 괴롭힘 문제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특정 개인, 회사의 일로 치부되어 오면서 피해자들 역시 민간단체인 직장갑질119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8월부터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나 직장 동료 등 누구든 범정부차원으로 운영하는 신고센터에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용자에게도 일정 책임과 역할을 당부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사업장에서는 일터 괴롭힘 신고·대응부서를 설치하거나 지정(노사협의회, 인사·감사부서 등 활용) 하도록 했다. 하지만 범정부차원의 신고센터 설치가 예정한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사용자가 일터 괴롭힘 사실을 인지 또는 신고 접수 시 해당 사건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일 사업장에서 일터 괴롭힘 관련하여 관련 법 위반행위를 인지 · 신고 접수한 경우 정부가 직권조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 등도 이뤄진다.

또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한 사업장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필요 시 임시건강진단명령 등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시건강진단명령이 물리적 상해 위주로 진행되는 점을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확장해서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 또는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자 및 신고자에 대한 징계, 해고 등 보복행위 및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의 심리·경제·법률 지원프로그램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재해 문제에 있어서도 보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살, 우울증, 법정싸움 등 지원 넓혀

그동안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부상, 질병, 우울증 등을 산재 보상하는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했다. 또 법률적으로는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만 지원했다. 앞으로는 복직 소송 및 보복소송에 대응할 때도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가해 입증자료가 부족해 소송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위해 행정청이 직권·현장조사, 감사자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는 일터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피해자 의견을 들어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사용자가 피해자 불이익 처우 금지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 등 관련 법령을 어길 경우 형사 처벌, 과태료 부과 등 책임을 묻는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필수 기재사항에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의무, 예방 및 해결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가령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 의무, 괴롭힘 예방 · 해결을 위한 사용자의 책무, 괴롭힘 발생 시 처리 절차 및 조치, 고충처리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장 실태에 맞는 자율적 예방·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지원에도 나선다. 또 사용자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표준안과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과 관련하여 '간호사 태움'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아산병원처럼 병원 업종을 대상으로 TF도 수시로 운영하는 한편 '(가칭) 존중받는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정 선언'도 추진한다. 일터 괴롭힘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노동자 정신건강 연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대책을 실천하기 위해 일터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캠페인 등으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국회 등과 논의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터 괴롭힘 방지법 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이제는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정부의 이번 대책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일터 괴롭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정부와 사업주의 역할과 책임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정부가 대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예산과 인력 등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방향 정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고 집행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결국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제도 마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질적인 입법으로 나아갈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터 괴롭힘 예방을 특별법으로 해결하려고 모색 중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중 하나로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문제에 따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왔다. 이 점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시민사회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현장의 목소리]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2018.09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현입니다.”

현지현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어요.

현지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7년차 간호사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현지현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11년차 간호사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현지현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11년차 간호사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요.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현지현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하고요.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요.

7년차 간호사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7년차 간호사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11년차 간호사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보도자료]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신청 보도자료 20180817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신청 보도자료


서울아산병원 내과 중환자실 간호사로 입사한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5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산업재해신청을 하게 되었다. 딸의 허망하고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도 묻을 수 없었던 가족들은 7월 10일에서야 겨우 사망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딸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는 무엇보다도 서울아산병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유족과 함께 기다렸으나 아직도 서울아산병원은 이를 행하지 않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산재신청과 더불어 서울아산병원에 대해 지속적인 투쟁을 할 것이다. 유족의 산재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와 판단을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고인의 죽음은 법률적으로도 산재(업무상 재해)라고 확신한다. 


우선 고인이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점은 학생기록부의 객관적 기록뿐만 아니라 동기, 동료 등의 진술로도 모두 확인된다. 입사 이전에 밝고 쾌활했으며, 사교적인 고인이 불과 6개월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전적인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입사 이후 고인은 프리셉터에 의한 불완전한 교육, 질책 등을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고인은 교육 기간 내내 불안했고,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되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고인의 죽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자체 감사팀을 통해 조사를 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공동대책위는 경찰에 대한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입수하였다. 서울아산병원 감사팀 보고서에서도 ‘교육과정상 중환자실 간호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간호업무를 일률적으로 3개월 프리셉터 교육을 마친 후 곧바로 중환자를 담당하게 하여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심한 압박감을 줌’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 고인의 프리셉터가 교육기간 내 화를 내고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동료들의 경찰조서에서도 일관되게 진술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인은 프리셉터 교육기간 내내 이런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였고, 이는 동기 등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즉, 카카오톡 대화에서 “하루종일 혼나..” “오늘도 조금만 혼나길 ..기도하며 자야지“라고 했고, 동기는 고인에게 ”진짜 무섭게 혼내시더라“라고 했다. 또한 “그치 10일날 가독립, 진짜 암것도 못하는데, 어떠게 독립하지. 말도 안돼 나 간호기록도 별로 안 해봤는데..” ”그러니까..나 어케 독립하지..“ 등 수차례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결국 고인은 독립하여 중환자실 간호업무를 담당하기 전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으며, 독립 이후 3명의 중환자 담당이라는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병원 감사팀 보고서에서도 ‘신규 간호사 개인별 업무 적응도를 고려하지 않고 과중한 업무량을 부과하여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줌’으로 명시하고 있다. 


고인은 매일 초과근무, 출근 전 공부 및 업무파악 등으로 하루 3~4시간 정도의 수면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였으며, 유서메모에서도 ‘하루 세 네 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기재하였다. 그리고 프리셉터 등 병원의 부적절한 교육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간호를 하는 내내 불안해하였으며, 잦은 실수로 인한 피드백(질책)이 이어졌고, 보고서 작성 등으로 더욱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아산병원 감사팀 보고서에서도 ‘짧은 교육기간으로 상대적으로 업무가 미숙한 상태에서 중환자실 간호 업무를 맡게 되어 실수와 피드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작은 실수로도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중환자실 특성상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스트레스가 가중됨’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있다. 


고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및 육체적 피로가 가중되어 몸무게가 13kg가 빠지고, 말수가 적어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어도, 환자들을 간호하겠다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었다. 그러나 2월 13일 이브닝 근무 당시 고인의 실수로 PTGBD관(담즙배액관)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병원에서는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듯이 이를 병원의무기록지에 명시했고, 놀란 고인은 당시 새벽5시까지 퇴근하지 못한 채 밤새 뒷수습을 해야 했다. 


이후 고인은 배액관 사고로 인해 ‘의료소송이 들어오지 않을까. 환자보호자가 질책하고 책임을 묻는게 아닐까’라고 매우 걱정할 수밖에 없었고, 2월 14일 및 2월 15일 새벽 동안에도 ‘의료소송, 간호사 과실치사’ 등을 검색하면서 거의 48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실제 투신 자살 이전 1시간 사이에도 36회의 검색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경찰의 디지털포렌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내사보고를 통해 ‘고인이 업무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던 상태였던 중 배액관 사고로 인해 의료소송이 제기될 것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자살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고인은 업무 기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 및 육체적 피로 상태에 있던 중, 2월 13일 발생한 배액관 사고로 인해 극도의 정신적 이상상태가 초래되어 이 사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및 제37조 제2항, 시행령 제36조상의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상태의 자해행위인 ‘업무상 재해’가 명확할 것이다. 


고인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받는 것은 고인이 마치 개인적인 성격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했던 병원 측에 의해 훼손된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다. 또한 아직도 고인과 같은 근무조건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들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병원 시스템을 바꾸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와 판단을 통해 반드시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 


덧붙여 서울아산병원은 자체 감사팀의 보고서를 통해 ‘병원의 구조적 문제와 부적절한 교육, 과중한 업무부담, 지속적인 스트레스 발생 등’을 언급하면서도,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이 이 문제를 묻으려 한다. 경찰 역시 내사 과정에서 병원의 책임이 드러나는 수많은 증거와 진술을 접했으면서도 마치 병원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내사를 흐지부지 종결했다. 비단 서울아산병원만이 아니라 간호 인력에 대한 적절한 교육, 적절한 업무 분장, 환자 수 경감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선욱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기에, 공동대책위는 오늘 산재신청과 더불어 반드시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을 묻고, 병원의 구조적이고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다.


2018.  8.  17.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고 박선욱 간호사를 태움과 장시간 과로 노동 등으로 숨지게 한 서울아산병원이 또다시 유족과 전국의 간호사들 마음에 상처를 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 신입 간호사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면접에 참여하는 예비 간호사들에게 몹시 부적절하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면접에 참여했다는 예비 간호사들은 서울아산병원이 ‘올 초 병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힘든 신규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이냐’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또, 한 예비 간호사에게는 ‘학교 선배가 자살한 병원인데 왜 지원했느냐’, ‘주위에서 여기에 지원하는 걸 말리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예비 간호사들은 면접 과정에서 큰 굴욕감을 느꼈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으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병원 탓이 아니라 개인 탓이고, 고 박선욱 간호사의 후배는 믿지 못하겠으니 죽지 않을 것을 각오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면접관 개인의 부적절한 질문이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 취지였지만, 부적절한 질문인 것은 맞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15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단 한 번도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병원 노동자들에게 고 박선욱 간호사가 예민한 성격이었고, 죄책감에 스스로 자살한 거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최근에는 고 박선욱 공대위가 요구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김앤장을 선임하고 언론 플레이를 할 시간에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을 만났어야 했다. 또 이번 면접 과정에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을 받았던 예비 간호사, 이 일로 함께 상처받았을 전국의 간호사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면접에 참여한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거나 보복 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고인과 유족에게 다시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서울아산병원은 유족에게도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만일 서울아산병원이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거나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 조치를 취한다면 고 박선욱 공대위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을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시민들의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 박선욱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뿐만 아니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2018년 7월 31일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 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현장의 목소리] 간호사 침묵을 깨다 / 2018.06

간호사 침묵을 깨다

[현장의 목소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박고은님 인터뷰

재현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지난 2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로 약 6개월간 일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유가족과 전·현직 간호사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가 서울아산병원의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 문화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은 묵묵부답이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 기억에서도 점점 잊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터>는 현직 간호사로서 "나도 너였다"며 제2, 3의 박선욱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박고은님을 지난 523일에 만났다.


박고은과 고 박선욱, 다르지 않았던 간호사의 삶 

"저는 2010년에 간호학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는데요. 직장을 구하자마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일을 연속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8~9년 차 경력이 있는데 저는 어느 병원을 가나 박선욱 간호사처럼 신규였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일에 마음이 더 쓰이고 공감 됐어요. 저는 심지어 박선욱 간호사보다 더 오랜 시간 신규 생활을 했으니까요." 

박고은님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태움과 각종 부조리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대학병원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정규직으로 채용이 돼도 자리가 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거든요. 그때 병원이 prn(pro re nata: "필요하면"라는 뜻)이라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려고 했어요. 간호부 관리자들이 신규 간호사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어차피 자리 나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에 놀다가 입사하면 동료들에게 뒤처지니까 알바 한다 생각하고 와서 일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그럴싸하게 말하면서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강요하는 거라 너무 황당했어요." 

박고은님과 다른 간호사들은 이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prn 신청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했다. 이때를 다시 기억하면 처음 직장에 갔는데 학교 실습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예상치 않게 임신했어요. 그리고 설 연휴 동안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기 진통이 와서 일주일 병가를 받았죠. 그렇게 쉬고도 회복이 안돼서 복귀 전날 부서장님을 찾아뵙고 조금 더 쉬면 안되냐고 했더니 막 뭐라 그러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가 임신해서 병가로 쉬고, 나이트도 빠지고 일 시키기도 불편하다고 불만들이 많은데 대체 나한테 뭘 어떡하라는 거냐고 짜증을 내는 거죠." 

결국 부서장은 박고은님에게 '너에게 더 줄 수 있는 휴가는 없으니 계속 출근하든지 일을 그만두든지 결정'하라면서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그때는 아무리 여기가 좋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제 컨디션이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직서를 쓰고 나왔죠." 

박고은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간호사로서 경력이 끊어진다는 불안함과 부담감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 내시경실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아이 문제로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고 국내 로컬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제가 그전에는 대학병원이거나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검진센터에서 일했거든요. 병원들이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대학병원 체계가 굉장히 익숙했어요. 그런데 국내 로컬 병원에서 일 해보니까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일회용품을 재사용하거나 재소독 하고,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더라고요. 의사들은 환자들 감염관리나 안전문제에 관심이 없고 간호사들한테 일을 다 떠넘기고요. 이런 데서는 도저히 양심적으로 환자를 못 보겠다, 생각해서 병상 규모가 큰 로컬을 가봤는데 역시 똑같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2일 다니다 그만두고 몇 번은 더 이직했어요." 


'못난 사람, 못난 간호사'로 만드는 인력부족과 태움문화 

박고은님은 여러 경력 중 학생 때부터 가고 싶었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도 일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도 같은 중환자실에서 일했던지라 감정이입이 더 된다고했다. 

"제가 중환자실 경력이 없었는데 병원 쪽에서 관계 없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했어요. 그런데 첫날 출근해서 수간호사랑 면담하는데 제가 무경력자인지 몰랐더라고요. 병원이랑 중환자실이랑 소통이 잘 안된 거죠. 중환자실 선생님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경력자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신규가 와서 자기 일도 하고 저도 가르쳐야 할 판이니 화가 났겠죠. 그래서 매일 혼나고 몇 간호사들이 제 프리셉터 없을 때 윽박 지르고, 눈칫밥 먹고 살았어요. 근데 사실 이런 거 때문에 힘든 건 두 번째였고요, 뭐가 가장 힘든 줄 아세요?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여기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요. 나는 중환자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도움이 못 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런 싫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고 스스로 이런 생각이들 때가 사실 제일 힘들었어요." 

박고은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하다 계속 쓰러졌고, 결국 병원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그만둔 거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박선욱 간호사도 많은 순간 도망치고 싶었겠죠. 게다가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국내에서 가장 위급하고 위중한 사람들이 오는 병원인데 다들 일도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사람을 태웠는데 어떻게 일을 잘할 수가 있겠어요." 

박고은님은 본인이야 살면서 여러 풍파를 겪고 이제야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막 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박선욱 간호사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개인의 탓이 아닌 무책임한 병원 문제에 집중해야 

"언론이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서울아산병원이 문제라기보다 박선욱 간호사를 괴롭힌 프리셉터나 같은 병동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번 집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그 병원이나 부서 분위기가 어떤지, 구조는 어떤지를 파악하고 시스템에 관해서 이야기 해야지 개인을 먼저 손가락질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 한편에서는 박선욱 간호사가 일을 진짜 못해서 선배들이 참다, 참다 그런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저는 박선욱 간호사가 아무리 일을 못 했다고 해도 '그럼 일 못 하는 사람은 꼭 죽어야 하냐'고 되묻고 싶어요. 아니, 일을 못 하면 트레이닝을 해주라고 선배들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가 학교 성적도 좋고 긍정적인 성격이니까 일 잘할 것 같다고 채용했으면 잘하든 못하든 병원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일한 지 겨우 몇 달 된 신규 간호사가 일을 못 하면 또 얼마나 못했겠어요.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자기 스스로를 탓했던 게 박선욱 간호사예요." 

이런 이야기가 도는 건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동료 3~4 명과 함께 해야 하는 환자 체위변경을 간호조무사와 단 둘이 하던 중 중환자의 담즙을 배액 하는 관을 빠지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런 경우 환자는 재시술 해야 해서 책임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박고은님은 박선욱 간호사는 이 일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하는 내내 태움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환자에게 실수까지 했으니 낭떠러지로 몰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 일은 환자한테 폐를 끼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죽었다고 하는데, 이 실수가 본인이 죽음으로 갚아야 할 만큼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만약에 저라도 제가 일을 잘못해서 환자가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라도 죄를 갚아야 하는거 아닐까 고민했을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사실 박선욱 간호사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보통은 중환자실 환자는 많은 장비를 달고 있고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명 정도가 같이 환자 체위변경을 하는 게 맞아요. 아무리 적어도 3명이 같이 환자 자세 바꾸고, 처치하고, 장비 고정하고 이런걸 해요. 그런데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한테 2명만 가서 그 일 하고 오라고 시키면서 사고가 생겼죠. 그 일이 있고 나서 박선욱 간호사는 너무 괴롭고 외로웠을 거예요. 병원은 자기한테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도와는 사람은 없고 나 힘들다고,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겠죠. 

정말이지 만일 이때 단 한 사람이라도 다음부터는 안그러면 되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리고 2명만 환자 체위변경하게 한 병원도 잘못이 있다고 박선욱 간호사의 책임을 덜어줬다면 어땠을까요."

 

병원을 바꿔야 간호사의 삶도 바뀌어 

"우리 사회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몇 개인의 문제로만 이야기하면서, 다른 문제들은 묵인하거나 방관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전국에 있는 간호사들이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신규 간호사 교육 과정이 잘못됐다고 목소리 내고 있잖아요. 서울아산병원같이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다른 소규모 병원은 얼마나 더 심각하겠어요. 그러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아서 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아산병원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말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박선욱 간호사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게 자기 직장에서 일하다 죽은 거잖아요. 그러면 사과해야죠. 산재를 인정받도록 도와줘야죠."

 박고은님은 마지막으로 자신도 매일 태움을 당하면서도 이 문제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통계, 연구 보고서들 보면 학대받은 아동이 학대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잖아요. 저는 간호사도 비슷한 거 같아요. 간호사들은 이미 학생 때 실습하면서 선배들한테 혼나고, 또 혼나는 걸 보거든요. 그러니까 직장 구하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생각이 든 게 어떨 때 아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소리 지르고 매를 들 때가 있잖아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방법인데 아이한테 소리 지르고 눈 한번 부릅뜨고 매를 들면 아이가 눈치를 보거든요. 그건 에너지도 별로 안 들고 당장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어서 편해요. 그런데 이런 폭력적인 방식은 결국 인간의 영혼을 훼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쉽지 않은 게 아이를 존중 하면서 행동을 바꾸게 하려면 하나를 만 번 설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성인은 만 번까지는 아니겠지만 신규 간호사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선배가 만 번 가까이 이야기할 만큼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생각해보세요. 병원 인력은 늘 부족한데 선배가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가르치게 되겠어요. 화내고 눈 부릅 뜨는 게 편하고 빠르겠죠. 저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호사들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조금 더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요." 

현재 박고은님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와 개별 간호사,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에 함께하고 있다. 공대위는 앞으로도 서울아산병원의 사과, 산재인정, 재방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언론보도]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칬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②] 웹디자이너와 간호사 죽음의 연결고리

18.04.20 13:45l최종 업데이트 18.04.20 13:45l



나는 간호과를 졸업해 1년 8개월을 간호사로 일하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충동이 생겨 퇴사하였고, 2007년부터 약 10년간 웹디자이너로 일해왔다. 그리고 작년 초부터는 안정적인 월급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는데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우울증이었다.

http://omn.kr/r1rb

[언론보도] 병원이 위험하다 (매일노동뉴스)

병원이 위험하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3.08 08:00







긴 겨울의 끝자락 새벽, 스물일곱 새내기 간호사가 몸을 던져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중환자실에서 꺼질 듯 말 듯 이어지는 환자들의 생명조차 지키고자 고심하던 간호사는 정작 스물일곱 반짝반짝 빛나고 창창해야 할 자신의 생은 지켜 내지 못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37

[언론보도] 후배 간호사 집어삼킨 '태움', 선배로서 두렵습니다 (오마이뉴스)

후배 간호사 집어삼킨 '태움', 선배로서 두렵습니다

여전히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불길한 상상이 나를 괴롭힌다

18.02.22 21:47l최종 업데이트 18.02.22 21:47l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신규 간호사가 자살했다.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태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태움...누가 처음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종류의 괴롭힘을 "태운다"라는 표현 외에 어떤 말이 대신할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http://omn.kr/pt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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