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 2017.9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내 노동시간 기록에 대한 권리가 내게는 없다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한 IT 노동자는, 10년간 일하던 중 계속된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걸려 폐절제 수술까지 받게 됐다. 큰 수술 후 복귀했지만, 그 다음 해까지 완쾌되지 않아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회사는 수술한 이듬해, 휴직 상한기간 1년을 채운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까지 당하고 나니 억울했다.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고 폐 절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점을 입증해 산재 인정을 받고자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면역력이 떨어질 정도로 과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해고까지 한 회사가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적지만 1천 427시간의 시간외근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간외근로를 강요당했다는 점을 입증한 1심 판결 이후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단의 심사 결과는 요양불승인 처분, 결국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았다. (2016.6.2. 서울고법, “폐 잘라낸 SW개발자 산재 인정하라"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602151425)

올 해 5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법정 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체불이 대대적으로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전체 노동자 3250 명 중 2057 명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체불된 연장 근로수당은 44억 원이나 됐다.

그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던 회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기록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건물 출입 기록 880만 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찾아내 분석해서 잡아낸 것이다.

이 팀은 파리바게뜨에서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사건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임금을 떼먹던 회사 내 별도의 서버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찾아낸 것이다. (2017.8.6.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 노동법 위반 꼼짝 마)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5733.html)

노동시간 기록과 보관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 노동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다. 체불임금, 불법적인 연장근무 적발을 목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고 버티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적발할 수 없다. 건강 문제때문이든, 떼어먹힌 임금 때문이든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 노동시간 기록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위 두 사례는, 체불임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본인의 장시간 노동을 밝혀내고 인정받은 노동자의 노력과 신기술로 무장한 성실한 공무원에 의해 장시간 노동 실태를 숨기려던 회사의 장막을 거둬낸 사례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두 사례를 미담으로 기억할 것인가? 애초에 노동시간 기록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나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는 없을까?

노동시간법을 따로 제정하여 노동시간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기록을 2~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은 각각의 노동자가 노동한 시간, 그에 해당한 보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은 정규 노동시간, 연장근로 시간, 일요일 노동시간, 초과 노동시간 등을 모두 분류해서 기록해둬야 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보수도 따로 기록해둬야 한다. 기록 보관 기간은 2년이다. 영국의 경우는 최대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시간을 따로 기록을 남겨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도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 시간을 기재하고, 이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를 표시한 노동자의 목록도 작성해서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기록된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예방으로

기록과 보관은 활용을 위해서다. EU 노동시간 관련 가이드라인은, 각 나라에서 국내법으로 이런 노동시간 기록을 법적 의무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노동부 등 관할 주무 기관의 감독 하에 두도록 권유하고 있다. 관할 주무 기관이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의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보관할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도록 미리 제한한다고? 과로로 산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노동시간 기록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려고 해도 노동시간 기록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어떤 상황이 더 적절할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 2014.5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재현 선전위원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회사 핸즈코퍼레이션은 1972년 설립해 4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인천에 네 개의 공장,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회사,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까지 전체 1,300여명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간 1200만 개의 휠 생산량을 자랑하며 업계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의 시장 점유율로 2012년 매출액만 5050억 원에 달한다.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고, 밥도 마음 편히 못 먹었다. 이 부당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지난 3월 18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고열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도 회사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나 보호구도 주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한 일하다 다쳐도 산재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은 자비로 치료했고, 간혹 회사에서 자체처리를 할 땐 시말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한석훈 부지회장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회전근개 파열로 업무상 질병 산재승인을 받았는데 그 과정이나 결과가 녹록치 않았다. 

 

부지회장 : 저는 2012년 12월 21일 1공장에 입사해서 주조 반에서 근무를 했어요. 고열 작업이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죠. 보통 하루에 SUV 차량에 들어가는 휠을 410개 정도 만들었는데 장갑을 몇 개씩 끼고 일해도 워낙 뜨거워서 별 소용이 없었죠. 예전에는 기계 1개당 담당이 1명이었는데, 제가 일할 때는 1명이 기계 2개를 담당하면서 일이 더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 휠이 굉장 뜨거운데 이걸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올려야 하는데 문제는, 컨베이어벨트가 워낙 가까이 있다 보니 너무 뜨겁고 작업하면서 움직일 때 위험하고 무엇보다 컨베이어벨트가 원활하게 작동을 안 하거나 물건이 끼이면 상황을 점검해야했는데 그때 제 종아리가 끼는 사고가 있었어요.


일하는 동안 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 가거나, 조퇴하는 등은 항상 여유인력이 없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부지회장 : 작년 5월에 다쳤을 땐 진료비 지급과 관련해서 회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차장이랑  부서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후에 계속 항의하니까 나중에는 말을 바꿔서 진료비는 줄 테니 사고 경위서랑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치사하지만 일단 쓰라는 거 썼는데 위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 하더니 지금까지도 아무 답이 없네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6개월 후 월급에서 제하거나, 물어내라고 강요했고 실제로 물어준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부지회장 : 8월에도 작업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당시 부서장에게 이전에 병원비도 안 줬는데 오늘은 병원비를 주는 거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꼭 주겠다는 거예요. 그 확답을 듣고 병원에 갔어요. 그리고 진료를 받는데 MRI를 찍자고 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죠. 한편 진료 끝나고 회사에 갖는데 말을 바꾸더니 병원비를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유가 참 황당했는데 MRI 촬영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걸 왜 했냐고 따지더니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후 회사는 부지회장에게 자체처리를 해주겠다고 했고, 빨리 진료 받고 회사로 복귀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회사 말에 따라 회사 지정병원에서 두 달 가량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진단 기간이 지나도 어깨 진통이 계속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악화됐고 두 달 추가 요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자 회사는 왜 완치가 안 되냐며 더는 자체처리가 힘드니 회사를 관두든 아니면 병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완치가 되면 출근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한석훈 부지회장은 이에 회사에 산재신청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는 절대 안 되니 병가를 내든 그만두든 결정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결국 산재신청을 했고 산재승인을 얻어냈다. 올해 2월 21일 요양기간이 끝나고 부지회장은 적재부서로 전환 배치되어 복귀했다.


부지회장 : 적재 부서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하면 2,000개 정도, 12시간 하면 3,000개 정도 휠을 쌓았어요. 무게만 다 합쳐도 40~50톤 정도 될 텐데 그렇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회사에선 처음엔 건강이 염려된다 하고, 저도 아무래도 걱정도 되고 하니까 회사 말을 따랐는데 알고 보니 일도 힘들고, 잔업도 없어 월급 적으니 사실 나가라는 말이었던 거죠. 무엇보다 다른 동료들은 밥도 허겁지겁 먹고 담배 피우고 커피마실 시간도 부족해서 허덕이는데 저는 1시간씩 쉬면서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부지회장은 이후 최근까지 부서를 4번이나 강제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고 4월23일 회사 징계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산재신청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기에 개선돼야 할 점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어떤 점이 시급한지 물었다.

 

지회장 : 가장 큰 문제는 여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회사가 날이 따뜻해지는 4월에 되면 주조 부서에 여유인력을 뽑기는 하는데 일이 워낙 힘들고 근무 조건이나 월급이 많지 않으니까 대부분 금방 그만둬요. 회사도 그만둘 거 알고 사람을 뽑는 거고요. 여유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병원 가기가 힘들고, 제대로 쉬거나 치료도 못 받아요. 뜨거운 쇳물 작업을 하는데 방열복을 못 입어요. 여기는 방열복을 입고 일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입고 일하려면 30분 일하고 30분은 쉬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까. 30분 쉬는 게 불가능한 거죠. 밥도 교대로 먹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달고 살아요. 정말 토가 나올 지경이에요.

 

한편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일이 쉬운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지회장 :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여기서 일하다 보니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회사 규모가 이렇게 큰데 작업환경이 왜 이렇게 열악한지 이해가 안 돼서 알아보다 보니 노조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이 회사는 노동자들 노동력을 착취해서 벌어먹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집행부가 1년간 노조를 설립을 준비하게 됐고 이번 3월 18일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죠.

 

 

회사 측은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4월 1일 어용 기업노조를 만들어 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는 4월 23일 부지회장은 해고, 지회장은 3개월 정직, 사무장과 문화체육부장 1개월 정직 징계로 압박하고 있다. 

 

지회장 : 이 징계도 정말 어이가 없어요. 회사는 정보보안정책 위반을 주장하는데 우리가 산재신청 하거나 노동부에 보낼 자료로 쓰려고 식사 시간에 일하는 조합원들 사진을 찍었는데 회사는 기계를 찍어서 회사 보안을 유출했다는 근거로 징계를 내린 거예요. 잔업을 안 했다고 업무지시 위반이라고 하고, 조합 활동시간 보장을 안 해주니 4명이 연차를 썼는데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반려를 했어요. 1,500명이 직원이 있는 회사에 4명 휴무가 연차를 반려할 만큼 무슨 차질을 빚는다는 건지. 회사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출처 : 금속노조

 

징계 이후 자칫 현장 분위기기가 위축될 수도 있고 상황이 쉽지 않지만, 아침 · 저녁으로 공장별 선전전을 계속 진행하면서 조합 가입을 권유하면서 힘을 모아내고 있다.

 

지회장 : 현재 뭐가 바뀌었다고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예전에는 아침 8시 출근인데 7시 반에 조회를 하는 바람에 돈도 못 받으면서 일찍 출근하고 그랬는데 조합에서 문제를 제기 하면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또 전에는 사람들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이 너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분위기도 많이 좋아지고 웃는 사람도 늘어나고 1년에 1번도 회식이 없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도 만들고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핸즈코퍼레이션은 해고가 없고, 비정규직이 없고, 노사 간 마찰이 없는 3무 사업장이라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선전한다고 한다. 위험에 노출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뻔뻔하게 기만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의 기만을 분쇄하여 마침내 노동자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진정한 3무 사업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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