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주노동자 안전·건강과 노동허가제 (매일노동뉴스)

이주노동자 안전·건강과 노동허가제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10.18 08:00







“Free Job Change, Achieve WPS.” 지난 14일 이주노동자 대회 참석자들은 하늘색 바탕에 구름같이 하얀 글씨로 그들의 요구를 적어 들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WPS(Work Permit System)는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말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로 300인 미만 제조업, 건설업, 어업, 농축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적용된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외국인은 218만여명이며 단기체류자가 약 60만명, 불법체류자가 25만여명이다. 2018년 전반기 기준 고용허가제로 6만8천390개 사업장에 15개국 21만7천344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515

[성명서] 경기도 이재명 도지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성명] 경기도 이재명 도지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9월 10일 한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가 ‘건설노동시장 정상화’를 위해 건설현장 ‘외국인 불법고용을 뿌리뽑겠다’며 공공건설 현장 단속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미 SNS를 통해 “불법체류자들이 건설노동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임금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은 몇 주, 몇 개월 단위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임시일용직이다. 기업주들은 이를 이용해 일자리를 놓고 건설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부추기며, 매일 1~2명씩 죽어나가는 열악하고 위험천만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따라서 일자리와 산재사고에 대한 시름을 놓지 못하는 건설노동시장의 비정상적인 현실은 이러한 현실을 강요해 온 기업주와 이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의 책임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다른 건설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현실로부터 고통을 강요받아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고령화된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이 그런 작업을 기피하자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대신 건설사들은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해 왔다. 그런 까닭에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보다 6배 이상 높은 산재발생률에 노출되어 있다. 당장 지난달에도 수원과 화성의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추락사망하는 산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였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강화는 이들이 고용주에 맞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더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강요하여 결과적으로 건설현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난 8월 22일에도 경기도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한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에 쫓겨 달아나다 추락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가 건설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를 본격화 한다면 이런 야만적인 단속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더 열악해지면 사용자들은 더 손쉽게 가혹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조건 하락은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의 조건을 내리 누르는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공격은 건설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진정으로 ‘건설노동시장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 모든 건설노동자에게 적정 임금 보장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으로 금지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다단계하도급은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경기도가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이를 근절한다면,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경쟁시키며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수 없도록 적정임금을 강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기도와 이재명 도지사가 진정으로 ‘건설노동시장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애꿎은 이주노동자를 희생양 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2018년 10월 10일 

경기이주공대위

[20181010]성명-경기도건설이주단속중단촉구.hwp


[안내] 2018 전국이주노동자대회


2018 전국이주노동자대회 

- 일시: 2018년 10월 14일(일) 오후2시

- 장소: 서울시 파이낸스빌딩 앞 (시청역 4번출구)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대경이주연대회의, 부울경공대위, 경기이주공대위



[기자회견] 이주노동자 이중삼중 착취자 후안무치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마저 최저임금 차등을 두겠다는 그 입 다물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을 없애라!

[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 이중삼중 착취자 후안무치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마저 최저임금 차등을 두겠다는 그 입 다물라!

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을 없애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별적용삭감하라는 인종차별적 요구를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수습기간을 도입해 수습 1년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차에는 90%, 3년차가 돼야 100%를 지급할 수 있게 한다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가 그것이다.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 이민자가 36.4%나 되고 특히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그 비율이 48.4%나 되는데, 이들의 임금을 강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에 정면 위배된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종학은 이런 위법하고 인종차별적인 요구를 적극 검토해보겠다며 화답했다.

 

급기야 지난 8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은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별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국내에 처음 입국해 단순 노무업무를 하거나 수습을 시작한지 2년 이내인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단순 노무업무로 분류한 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첫 입국 후 허용되는 연속체류 기간 내내 최저임금을 차별 받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인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또 단순 노무업무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은 수습 시작 2년 이내에 최저임금을 차별 받게 된다.

 

지금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작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를 벌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도 마다할 수 없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부터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의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까지 강제로 공제할 수 있는 지침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차별해 더 삭감하자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낮다는 둥,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부담이라는 둥 마치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손해라도 보는 듯 말하며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근로자들의 취업기피로 인해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도입인원을 늘려 달라고도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없다면 사업을 유지하지도 못하며 그들의 노동으로 큰 이득을 보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기는커녕 임금을 더 깎아달라고 하다니 이런 놀부 심보가 어디 있는가?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차별 적용돼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가 늘어난다면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압력이 될 것이다. 너를 대체할 값싼 노동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은 고용주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또한 시행 첫해를 제외하고 단일하게 적용돼 온 최저임금에 이주노동자라는 예외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예외를 늘려나가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개악의 종합세트라 할 만한 김학용의 개악안에는 이미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의 종류, 규모, 지역, 연령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까지 후퇴시킬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삭감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외국인 근로자 수습제요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또한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이주노동자내국인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으로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2018823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아시아의창,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지구촌사랑나눔중국동포의집,()한국이주민건강협회희망의친구들,남양주샬롬의집,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외국인노동자와함께,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아시아인권문화연대,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용인이주노동자쉼터,의정부EXODUS,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파주샬롬의집,포천나눔의집,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노동당경기도당, 노동자연대경기지회, 녹색당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경기본부, 사회변혁노동자당당경기도당,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친구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땅과자유, 민주노총경북본부, 민주노총대구본부, 민중행동, 대구사랑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성서공단노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인권운동연대, 지구별동무, 대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북부노동상담소-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가톨릭노동상담소, 민주노총부산본부,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과함께, 희망웅상,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거제고성통영노동건강문화공간새터, 녹산선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 2018.08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경기 이천의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차이 스레이 오운(24, 여) 씨의 하루는 아침 6∼7시 시작됐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치커리, 상추, 겨자, 시금치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을 했다. 6월부터 9월까지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처럼 더웠고,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을 먹는 30∼40분 정도였다. 10월에는 특히 일이 많아 하루 11시간씩 29일을 일하고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한 달간 일한 시간은 309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가장 일을 많이 한 10월에 차이 씨가 받은 월급은 118만 5천1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2013년)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4천86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가 받아야 할 월급은 150만1천740원이다. 비닐하우스 일은 겨울로 접어든 11∼12월에도 별로 줄지 않아 하루 9∼10시간씩 꼼짝없이 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각각 246시간씩 일하고 받은 돈은 107만 3천320원과 102만 4천770원이었다. 법정 최저임금대로라면 119만 5천560원을 받았어야 했다.

1월이 되어 일감이 확 줄자 고용주 이모(62) 씨는 열흘간 "일이 없다"며 차이 씨를 강제로 쉬게 하고 달랑 66만 9천940원의 월급을 줬다. 차이 씨가 "휴업 급여를 주든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될 일이 아니었다. 이 씨는 "쉬는 동안 다른 곳에 다녀오라"며 숙소의 전기와 난방을 끊어버렸고, 차이 씨는 비닐하우스 가건물 숙소에서 혹독한 추위에 떨며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 <농업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① 2만 명 농촌 잔혹사 2014/03/24 연합뉴스

위의 사례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농업에 종사한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이 열악한 것은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농림축산, 어업(이하 포괄적 의미로 농업)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와 비인간적 처우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이는 한국의 법제도 어디서도 관리 감독받지 않는 농업 노동의 특성 때문이다. 유일한 한국 근로기준법상 농업에 대한 언급은 '제63조 적용의 제외' 부분에서 근로시간과 휴식, 여성과 소년에 해당하는 부분마저 농업 부분에는 적용을 제외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다시 이야기하면 임신한 여성이라도 농업 부분에서는 연장 노동, 야간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노동 인권의 심각한 침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는 농업 부문에서 엄연히 존재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보호가 그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되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업인은 자영업자에 해당하고, 임금노동자는 매우 소수였다. 하지만 농업 지역이 급격한 고령화와 규모가 커지는 농산업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현재의 농업 현장에서는 임금노동자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 문제는 이렇게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법적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이용한 노동 착취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농업 부분에서 노동 착취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과거에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로 많이 갔던 플랜테이션 농장이 대표적이다. ILO의 '제184호 농업 안전 보건 협약'은 그렇게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는 농업 현장의 문제를 특별히 다뤄 관리하기 위해 1958년부터 있었던 '플랜테이션 농업에 관한 협약 및 권고'부터 1999년의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에 이르기까지 농업에 적용될 수 있는 모든 협약을 총망라해 2001년 제정되었다.

이 협약은 농업을 작물 생산, 임업 활동, 목축, 잠업의 직접 생산은 물론이고 사업장의 운영자에 의한 농산품 및 축산품의 가공과 농업설비의 사용과 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농업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1차 산업 부분을 광범위하게 다루도록 하였다. 또한 특별한 예외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 이유를 명확하게 기술하며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 이행에 따르는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이 협약의 세부 내용은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노동 시간, 복지, 산업 안전, 보건 등 대부분의 사항을 농업 분야에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그에 따라 위험성평가 시행, 관청의 관리 감독, 작업중지권, 안전 보건 관련 정보 제공 및 협의, 기계 · 유해 화학물질 및 생물학적 물질로부터의 위험 예방은 물론이고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 임시계절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 노동시간, 야간 노동, 휴식 시간 등의 일관된 적용 등을 모두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노동 시간의 제한 사항을 농업 등 광범위한 1차 산업에서 모두 제외해 버린 점은 매우 심각한 노동 인권 침해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도 법인 또는 상시 5인 이상 농작업장 노동자로 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농업 노동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한국의 현행법은 열악한 농업 현장의 노동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애써 배제하고 있다. 

농업에서 임금 노동자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이주노동자를 통해 충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 제도의 문제는 농업을 심각한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ILO 제184조 농업 협약은 매우 중요하다. 이 협약의 비준을 위한 법 제도 정비 과정을 통해 농업 현장의 노동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히든 피겨스> / 2018.07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히든 피겨스>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영화 <히든피겨스>의 한 장면


인종주의가 씌우는 가면

제주도에 몰려든 480명의 예멘 난민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마치 이 민족이 평화로운 남쪽 섬을 침략이라도 했듯이 제주도의 여성과 아이들을 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그렇다. 예멘 난민들의 90%가 20~30대 남성이며, 그들은 브로커를 끼고 입국했다. 이로부터 ‘가짜 난민’설까지 등장했는데, 저들은 인도주의적 보호를 보장받아야 할 난민이 아니라 잠재적이지만 곧바로 현실화할 (성)범죄자집단이자, 불법 체류자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멘에서 밀입국한 480명은 ‘예멘인’이거나 ‘난민’이 아니라 (성)범죄자로서 예멘인으로 표상된다.

인종주의는 ‘순수한 집단’으로 인종(race)을 지목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선호하는 공격목표, 즉 사회적으로 정상화를 위해 배제되어야 할 집단의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그래서 인종에 대한 혐오는 사회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난민 혐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불특정한 예멘인이어서가 아니라 ‘20~30대의 낯선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에 대한 문제를 되짚게 하며, 또한 논란이 재활성화 되고 있다. 예멘 난민으로 인해 인종주의적 태도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적 통념들이 예멘 난민 문제로 더욱 격렬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와 혐오 등 인종주의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매우 문제가 있는 이데올로기다.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는 ‘종족적 인종주의’와 ‘성적 인종주의’는 늘 함께 기능하며, 나아가 “인종주의는 항상 성차별주의를 전제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여러 유형의 인종주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인종주의는 늘 특권화된 집단을 보편의 얼굴로 내세우며, 다양한 사회적 집단을 평가절하하며 인종화한다. 그래서 우리가 인종주의에 대항할 때 차별받고 배제되는 집단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지를 분석해야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가면을 씌우는 자가 누구인지, 보편의 얼굴을 한 지배적 표상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히든 피겨스>가 싸운 것은 어떤 인종주의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평가되는 작품 하나를 보자. 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figures, 2016>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 나사(NASA)에서 근무했던 흑인 여성들의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흑인 여성들은 백인 남성들뿐만 아니라 백인 여성들에게도 차별받는다. 그런데 백인 남성들과 백인 여성들이 흑인 여성에 가하는 차별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우성 여성 전체는 나사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의 바깥에 있다. 이들은 전산원으로 별도의 독립적인 사무실에서 기능적인 계산을 하거나, 남성들이 일하는 공간에서 필요한 사무 일을 하기 위해 배치될 뿐이다. 흑인 여성들과 직접적 갈등을 겪는 것은 백인여성들이다. 이들은 같은 전산원이자 다른 인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백인 남성들은 흑인 여성에게 직접 모욕을 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흑인 여성들의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정당한 역할을 주려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에서 실질적인 중책을 맡고 있는 캐빈 코스트너 역은 흑인 여성 전용 화장실 간판을 깨부수고 “이제 됐군. 유색인종 화장실은 없어. 백인 화장실도 없고. 그냥 변기 있는 화장실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인종주의적 차별에 맞서 흑인 여성들이 ‘여성과학자’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성공했다고 영화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이 영화를 실화에 바탕을 둔다) 말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여성들의 연대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빼어난 영화라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출발인 인종주의는 여전히 남는다. 

영화에서 백인 남성이 재현하는 것은 백인도 아니고 남성도 아니다. 그것은 ‘나사’다. 그리고 그것은 1960년대 미국이라는 국가이기도 하다. 나사는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국가주의가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릴 우주선을 둘러싸고 가장 첨예화되었던 시대의 한가운데서 상징적으로 자리한다. 백인 남성의 몇몇이 인종차별의 벽을 깨고 흑인 여성의 천재적인 두뇌를 인정한 것은 미국과 소련 간 벌어진 우주‘전쟁’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인종주의의 얼굴, 보편을 가장한 지배적 표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흑인 여성들의 인종주의적 편견과 차별은 당시에 정세적으로 요청된 적, “망할 소련 놈들”에 대한 타자화를 통해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즉 영화는 인종주의에 대항한다기보다 특정한 인종주의를 다른 인종주의로대체하면서 인종주의를 구성하는 교차적인 그물망들(종족적 인종주의와 성적 인종주의)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그 그물망 안에서 영화는 끝난다. 드디어 미국은 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흑인 여성들은 나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되었다. 전쟁은 승리했다!

과로의 보편적 얼굴

인종주의적 접근 말고 다른 면에서 보자면 <히든 피겨스>는 ‘나사’에서 일하는 과학자이자 공무원의 이야기다. 그들의 살인적인 과로는 ‘로켓에 사람을 태워 달에 보내는 계획’이 성공할 때까지 이어진다. 과로를 과로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로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거나, 아니면 자기 일이 공적인 임무를 띠고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노동운동에서 제조업 남성 노동자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보편적 노동의 표상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 이미지는 국가 주도의 발전주의 시대에 ‘산업역군’의 표상이기도 하다. 즉, 제조업 남성 노동자의 얼굴은 곧 국가이자 혁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가장 비극적으로 균열이 난 채 극대화 되었을 때가 IMF 위기시의 정리해고와 그를 둘러싼 투쟁이었다.

IMF 위기 때 98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였다. ‘차 만드는 남성’과 ‘밥짓는 여성’이 함께 한 파업이었지만, 파업 이후 식당 여성 노동자들은 해고되었거나, 식당 자체가 외주화되어 나빠진 노동조건과 임금을 감수해야 했다. 파업의 패배로 남성 노동자들도 더 빨리, 더 많은 차를 만들어야 했다. 강화된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으로 컨베이어벨트에서 과로사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죽지는 않더라도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빨리 밥을 먹고 빨리 쉬고 싶었기 때문에 남성 노동자들은 더욱 급해졌고, 그리고 험악해졌다.

“씨발년들아 빨리 밥줘.” 식판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남성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사회의 살벌한 과로를 경험하고 있었지만, 그 과로는 동질적이지 않다. 차를 만드는 노동과 밥 짓는 노동의 분할,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분할은 분할 이전에 특정한 노동의 형태를 특권화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분할은 곧 차별과 배제의 선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8시간, 10시간 혹은 12시간으로 균질화된 노동시간의 질적 차이가 구성된다. 이것은 노동강도로 환원할 수 없는 과로의 질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과로는 종족적 인종주의와 성적 인종주의가 교차하며, 서로를 보충하는 메커니즘이 형성하는 분할의 선을 따른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자신을 보편의 표상으로 재생산하는 이상 이러한 인종주의적 분할선 역시 재생산된다. 그들은 더 이상 ‘국가’나 ‘혁명’을 상징하는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득권’을 보편화한다. 

최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를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 아니 700명 중 단 한 명의 여성 노동자를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사측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단지 정규직의 횡포가 아니다. 정규직화하면 남성도 하기 힘든 조립라인에 여성 노동자를 배치 전환시키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역으로 남성 노동자도 조립라인의 노동강도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젊고 건장한 남성 하청노동자들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이때 비가시화되는 건 여성노동자들의 과로다. 정규직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들은 남성도 하기 힘든 조립라인에서 일하기에는 약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보편적인 과로의 강도를 견뎌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신체를 가졌다는 것이다.

인종주의는 이러한 차별의 논리 배후에서 작동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인종, ‘여성’이라는 인종이 교차하며 ‘여성 비정규직’은 여성의 문제로도, 비정규직의 문제로도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별의 선들 아래에 놓인다. 그리고 ‘남성정규직’이라는 일부 집단이 특권화 되면서 보편의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 자신들의 과도한 노동을 특권화 하는 순간 과로를 일으하는 인종적, 성적인 메커니즘은 사라지고, 더 많은 과로를 조직하는 경영기술이나 노동과정의 변형, 노동의 형태들도 사라지고 오로지 물리적으로 계량화된 과로의 수치만이 남게 된다. 그들의 과로를 가장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들이 입증하고 싶어 하는 과로 역시 가장 앙상한 것으로 남았다. 따라서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도덕적인 요청이 아니다. 스스로가 보편의 지배적 얼굴에 대항하는 소수자의 위치를 점하는 것만이 모든 인종주의에 대항하는 길이자, 자신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기득권’을 획득할 방법일 것이다.

[기자회견] 제주 예멘 난민에게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죽음의 위협에서 탈출해 온 난민들에게

혐오와 배제, 인종차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환대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1. 지금 대한민국은, 500여명의 난민의 처우와 관련하여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70여만명에 달하는 청와대 청원, 날선 혐오와 배제의 언어들이 몰아치고 있는 SNS, 부정확한 사실과 자극적으로 편집되고 과장, 왜곡된 뉴스가 줄을 잇고, 난민반대집회가 열리며, 난민을 강제송환하자는 요구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중 일부라고는 하더라도, 지금의 이 상황은, 불과 1년전, 전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평화와 정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촛불을 들었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착잡함과 함께 깊은 우려를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2. 예멘은 4년째 내전 중인 국가로서, 국가로서의 기능이 무너지고,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은 송두리째 파괴되었습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1만 명 이상, 부상자는 5만 명이 넘습니다. 국내 피난민은 2백만 명에 달하고 국경을 넘어 탈출한 이들이 2십여만 명입니다. 인구 3분의 22천여만 명이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구호품으로 연명하고 있고, 매일 130명의 아동들이 질병과 기아로 숨지고 있습니다. 700만 명이 굶주림으로 아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정부군과 반군, 무장세력들은 각 지배 지역에서 정치적 반대의견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강제징집을 실시합니다. “21세기 최대의 비극”, “예멘의 현 상황은 세계 종말과도 같다”, “지구에서 가장 비참한 곳등의 말이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사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한 그곳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겨우 빠져나온 예멘인 5백여 명이 살아남고자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였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따뜻한 연대를 맺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3. 그러나 애초 정부의 경솔한 대책, 정보의 부족으로 시작된 막연한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어 어떤 팩트로도 어떤 해석으로도 설득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금방이라도 우리들의 일상에 들이닥칠 듯한 실재화된 위험인 것처럼 변모하면서 난민들을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인종주의에 기반한 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무슬림, 난민에 대한 반대가 불안감과 결합되어 우리의 이성과 약자에 대한 연대의식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2030세대가 겪고 있는 취업난, 실업, 경쟁 압박, 여성의 안전에 대한 불안 등이 적확한 원인 규명과 해법없이 이방인을 희생양 삼아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4. 난민을 배척한다고 내국인의 안전과 인권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난민 배척으로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한국문화가 개선되는 것도, 범죄율이 낮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빈곤과 차별을 없애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두의 안전과 인권을 높이는 길일 것입니다. 오히려 이주민들의 범죄율은 낮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에서조차 최근 내무장관이 “30년 이상 통틀어 가장 범죄율이 낮은 수준(전년대비 9.6%감소)이고 비독일인 범죄율은 22.8%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에도 한국의 이주민들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습니다.

 

난민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내국인이 일하려 하지 않는 3D업종에서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들은 열악하게 일해 왔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실업과 이주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이 현재의 난민들을 수용 못할 규모가 아닙니다.

5. 이미 많은 분들이 말했듯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곳곳에는 난민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과 징병을 피해 피신했던 젊은 조선인 남성들, 한국전쟁이라는 내전 속에서, 4.3 과 같은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한국은 수많은 난민을 양산하였으며, 현재 해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의 절반 이상이 난민의 후손이라고도 합니다.

유엔 설립후 최초로 도움을 받은 난민이 한국 난민이었다는 사실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6. 정부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난민정책을 비판하며, 난민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수립을

촉구합니다.

지금의 한국의 상황은 한국정부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정책에서 비롯된 바 큽니다. 정부는 그 동안 난민에 관한 국제협약 비준과 난민법제정을 정부의 치적으로 치장해왔지만 정작 세심하고 배려깊은 난민정책을 시행해왔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극히 낮은 난민인정률, 열악한 지원, 긴 심사기간과 심사과정에서의 난민조력미흡, 부족한 전문인력, 난민과 이주민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확대정책 부족 등 난민정책이 안고 있던 허점과 부실은 이번 제주도 예멘 난민 유입사태를 맞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법무부가 29일 내어놓은 보호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경제적 목적 또는 국내체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난민법 개정을 하겠다는 대책 역시 적절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근거 없는 가짜 난민논리를 더욱 확산시키고 난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것입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난민 인권에 기반한 정책의 내실화이며, 난무하는 인종주의적 혐오와 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난민신청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충분한 지원이 제공되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제주도의 출도제한을 해제하고 신속한 절차를 거쳐 난민 지위를 부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그 동안 인권단체들이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방기해왔습니다. 점차 발현하기 시작하는 인종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혐오발언규제와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를 요구하였지만 역시 미온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사회는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혐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학습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모호한 입장이, 현 상황에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습니다.

 

7. 대한민국은 점점 늘어나는 이 땅의 이주민들, 사지를 탈출해온 난민들과 함께,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 연대하면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위협에서 탈출해 온 난민들에게 혐오와 배제, 인종차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환대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연대를 파괴합니다.

 

이미 각국 정부들은 난민, 이주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으로 난민에 관한 국제협약 외에 난민과 이주민에 관한 각각의 글로벌컴팩트를 만들어 채택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인 한국정부도 보다 책임있게 난민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난민과 이주민의 증가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의 연대가 없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와 시민정신의 위기입니다. 우리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은 난민, 이주민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모두의 인권과 평등을 진전시켜 나가고자 다음을 정부와 우리 사회에 촉구합니다.

 

1. 난민이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생존을 위한 탈출과 정착을 응원합니다.

2. 난민 강제송환은 곧 사지로 내모는 것입니다. 강제송환 요구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3. 전쟁과 죽음의 상황에 가짜는 없습니다.

4. 난민인정을 더 어렵게 하는 정부의 법개정을 반대합니다.

5. 예멘 난민의 제주도 출도제한을 해제하고 신속히 난민 지위를 부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6. STOP WAR NOT PEOPLE ! 사람이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멈춰야 합니다.

 

 

2018712

 

 

제주 예멘 난민에게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보내는 이주인권노동단체 일동

 

경기지역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14개단체(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녹색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변혁당 경기도당,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이주노조,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이주노동자쉼터,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

난민네트워크 15개단체(공익법센터 어필,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공익사단법인 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난민인권센터, 동두천난민공동체,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이주여성을위한문화경제공동체 에코팜므, 이주민지원센터친구, 이주민공익지원센터 감사와 동행, 재단법인 동천, 한국이주인권센터, 휴먼아시아)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16개단체(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땅과자유, 민주노총경북본부, 민주노총대구본부, 민중행동, 대구사랑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성서공단노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인권운동연대, 지구별동무, 대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북부노동상담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14개단체(()지구촌사랑나눔 중국동포의집,()한국이주민건강협회희망의친구들,남양주샬롬의집,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외국인노동자와함께,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아시아인권문화연대,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용인이주노동자쉼터,의정부EXODUS,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파주샬롬의집,포천나눔의집,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 34개단체(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아시아의창,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9개단체(가톨릭노동상담소, 민주노총부산본부,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과함께, 희망웅상,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거제고성통영노동건강문화공간새터, 녹산선교회)

이주배경아동청소년기본권향상을위한네트워크 14개단체((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아시아의 창,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이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와 인권연구소, 재단법인 동천, 천주교 의정부교구 파주 EXODUS,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TAW() 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12개 단체(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의 창, 안산이주민센터,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천안 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 37개단체 (201879일 기준) 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제주불교청년회,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정의당 제주도당, 녹색당 제주도당, 노동당 제주도당, 민중당 제주도당, )4·3연구소, 강정국제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글로벌이너피스, 기억공간re:born,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바라연구소-평화꽃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다크투어, 제주민권연대, 제주민예총, 제주장애인연맹DPI,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차롱사회적협동조합,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교수 네트워크, 지구마을평화센터,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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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을 높이고 차별을 유지・강화 하는 보건복지부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반대한다

< 공 동 성 명 서 >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을 높이고 차별을 유지강화 하는 보건복지부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반대한다 

지난 67,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으로,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고 내외국인간 형평성은 높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지역가입을 의무화하고,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외국인에 대해 체류 관련 심사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개선안의 골자이다. 

장기체류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건강보험 적용인구를 늘리겠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외국인간 형평성 제고등 마치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부정수급의 주범이며 부당하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다. 

나아가 건강보험 가입의 의무와 책임을 이주민 당사자에게만 부과하고 있다는 점과,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에 장벽이 되어온 체류기간 요건은 강화하면서 차별적인 보험료 부과기준은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5-138)은 외국인등록을 하고 국내에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는 이주민에 대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직장가입 또는 지역가입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말 기준 장기 합법체류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9.4%에 불과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률인 95.6%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1).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건강보험

전체

외국인

재외국민

직장가입자

36,898,912

625,891

16,843

지역가입자

14,041,973

264,000

6,416

합 계

50,940,885

889,891

23,259

건강보험 가입률

95.6%1)

59.4%2)

N/A3)

출처: 국민건강보험. 2017 건강보험 주요통계

비고: 1)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2)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3) 재외국민 중 귀국해 주민등록을 한 자는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하나 국내 체류 재외국민의 수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건강보험 가입률 계산이 불가능함

 

 1. 건강보험 직장가입의 문제 - 건강보험 미적용 사업장에 외국인 고용허가, 당연가입 사업장이라도 건강보험 가입 여부 감독 및 제재 조치가 없어 

우선, 이주민들은 취업을 하고 있어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이 아닌 곳에 고용되어 있거나, 당연적용 사업장에서 건강보험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이주노동자 도입과 고용을 위해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업장에 고용허가를 내주어,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숱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고용허가 발급 시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라는 인권단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의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감독하거나 사업주의 가입 거부를 제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률 제고를 위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2-.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 국내 체류기간 3개월에서 6개월 후로 요건 강화되면 건강보험 공백 기간만 길어져 

직장가입이 어렵다면 지역가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유학이나 결혼을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주민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려면 국내에 최소한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백기간 동안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의료관광객으로 분류되어 그 의료비에 건강보험수가의 200%에 달하는 외국인수가가 적용된다. 즉 건강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20이라면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100이 아니라 200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수가종류

비율

본인부담

의료급여 1

100%

없음

의료급여 2

100%

10%

건강보험

100%

20%

일반수가

150%

100%

외국인수가

200%

100%

이러한 고액의 의료비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주민 환자들을 몰아넣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 기간을 앞으로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면, 장기 체류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공백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단기간 적은 보험료 부담으로 고액진료를 받고 출국한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의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또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을 얻는데 6개월 이상의 체류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2-. 건강보험 지역가입의 문제 -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하게 최소한 전년도말 지역가입자 세대 당 평균보험료를 부과하는 규정 유지로 저소득층 또는 실직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은 여전히 남아 

이주민의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도 전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경우가 있었다앞으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전년도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지금까지는 이주민 지역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온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도 이주민들은 앞서 언급한 보건복지부 고시 제6조 제2(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에 따라 소득(임금)이 없거나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무조건 전년도말 지역가입자 세대당 평균보험료 만큼을 내야 했고, 소득(임금) 파악이 가능한 경우는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되 산정된 액수가 평균 보험료 이하이면 평균 보험료를, 평균 이상이면 산정액을 내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언급하고 있는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한 예외, 유학·종교 체류자격자에 대한 경감 조건 또한 이미 있었던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다. 

지금까지도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낮거나 실직 상태에 있더라도 매달 10만원 가까이 내야 했던 높은 보험료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공정하게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대신, 차별적인 규정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에게 지역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 게다가 실효성은 있을지 의문이다. 

3. 피부양자 등록의 문제 - 지금도 구비할 수 없는 서류 요구로 피부양자 등록 어려운데 앞으로는 본국 외교부 확인까지 받아야 

나아가 이번 개정안으로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등록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은 이주민이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혼인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자녀의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사실증명을 통해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본국에서 가족관계와 관련된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난민 등 이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이주민들은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 아예 본국에서 가져온 가족관계 증명 서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문서 발행국 외교부의 확인까지 요구하겠다고 하니,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등록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4.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 - 기여와 수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당연, 가입 장벽 낮추고 공정성 담보해야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발표 이후, 언론은 앞 다투어 먹튀’ ‘무임승차’ ‘부정수급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지금까지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제도를 남용해온 것처럼 묘사했다.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에서 사용한 도덕적 해이’ ‘내외국인간 형평성’ ‘체납 시 불이익’ ‘자격 상실 후 급여 이용 차단’ ‘부정수급 시 처벌 강화와 같은 용어들이 부정적인 표현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보험에 대한 오해에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더해진 인식일 뿐이다. 

누군가는 수십 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도 병원 문턱 한 번 안 밟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수년간 고액의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를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비난할 수는 없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능력껏 함께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자의 기여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만큼, 형평성과 공정성은 필수 조건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은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제한을 두고,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가입 장벽을 높게 쳐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에 대한 기존의 비형평과 불공정은 유지·심화하면서, 가입은 의무화하고 제재와 처벌은 강화하는 방안을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책으로 내놓았다. 이쯤 되면 더 많은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건강보험 제도 운영의 문제를 이주민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아리송하다. 

건강권(건강할 권리,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권리)은 인권, 즉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보편적비차별적 권리이며, 세계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인종차별철폐협약(1969), 여성차별철폐협약(1979), 아동권리협약(1989), 장애인권리협약(2006),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대한 협약(1990) 등은 모두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한 사회적 권리로서 건강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권리가 이주민 또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재고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에 기반하여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직장건강보험 당연가입 사업장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여부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고용허가 발급 시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라! 

2. 결혼, 유학 외에도 장기체류가 확실한 체류자격 보유자에 대해 입국 혹은 외국인등록과 동시에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격을 부여하라! 

3. 건강보험료 산정방식에서 내외국인간 차별을 폐지하고, 이주민에게도 소득재산 등에 따른 공정한 보험료를 부과하라! 

4. 이주민이 그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2018618 

경기이주공대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공익법센터 어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경기이주공대위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녹색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변혁당 경기도당,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이주노조,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이주노동자쉼터,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지구촌사랑나눔중국동포의집, ()한국이주민건강협회희망의친구들, 남양주샬롬의집,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외국인노동자와함께,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인권연대

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의 창,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천안 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201806017 [성명]이주민 건강보험 개악.hwp


[기자회견] 경찰의 성소수자단체 불법 정보수집을 규탄한다!

[기자회견문]

 

경찰의 성소수자단체 불법 정보수집을 규탄한다!

 

지난 3월말 A씨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의 공개 카페에 가입하여,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에서 진행하는 전주퀴어문화축제 퀴어봉고사업과 관련하여 사업기간인 12일간의 식사 및 숙박의 구체적인 일정을 문의하였다. 이후엔 동일한 아이디로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추가모집에 기획단에 참여하고 싶은 것처럼 속이고, 부산퀴어문화축제의 구체적인 일정과 개최시기 등을 문의하였다. 또한 부산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한 일반사업장에 전화를 걸어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게 된 경위를 묻고,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올해 퀴어문화축제 개최일정을 물었다. 이러한 과정은 성소수자인권모임 활동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후원사업자의 경우 혹여나 혐오세력이 사업장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극도의 공포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서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공식 홍보계정은 물론이고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소속 회원들의 계정을 팔로우 하면서 지속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 후 A씨는 같은 번호로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부산서부경찰서 소속이라며 유사한 내용을 탐문하였다. 이상한 것은 관할구역도 아닌 성소수자단체를 대상으로 정보수집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A씨가 혐오단체의 사주를 받아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저지른 일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작년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하여 해운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한 후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집회경로가 누출되어, 혐오집회인 레알러브시민축제 기획단측이 부산퀴어문화축제 집회경로와 똑같은 곳에 사람들을 배치하여 방해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성별정체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한 성소수자 차별, 혐오, 폭력에 반대하는 전 세계 성소수자 연대와 행동의 날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정보관 A씨의 행위는 한국사회가 성소수자를 여전히 정신질환자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인권조례 개악 및 폐지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의 본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후보에 대한 검증기준으로 만들기 위한 혐오세력들의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는 성소수자를 이 사회에서 지우려는 혐오세력들, 그리고 이에 동조하듯 정보관이 벌인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들은 바로 이곳에, 우리 옆에 존재한다.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는 소수자들의 인권을 나중으로 미뤄지지 않게 하기 위해, 차별과 배제혐오라는 글자가 사라지는 평등세상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갈 것이다.

 

 

 

2018517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경찰의_불법_정보수집_규탄_기자회견_보도자료.hwp

경찰의 불법 정보수집 규탄 기자회견 자료 (2).hwp


특집3.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 2018.05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 웹디자이너 소리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성소수자 동료가 있을까. 이상한 질문 같지만 우리 사회, 일터의 성평등, 인권감수성을 돌아보게 하는데 중요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로 인해 직장에서 진짜 자신을 꽁꽁 감춘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전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 노동과 성소수자, 그리고 건강 문제를 나눠보기 위해 마케팅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성소수자 노동자 소리 님을 지난 4월 24일에 만났다.

“지금 다니는 직장까지 총 4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지금 제가 28살인데, 20대 초반부터 일했죠. 그때부터 겪은 일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웹디자이너 소리 님은 게이이면서 HIV/AIDS 감염인이다. 일하게 된 계기도 군 휴학을 하고 입대를 앞둔 찰나 에이즈 확진을 받게 됐고, 군대 면제가 됐다. 애니메이션 전공을 한 그는 당장 복학을 하기 어려웠고, 마침 아는 지인이 회사를 소개해줘 웹디자인과 연을 맺게 되었다. 현 직장은 1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SNS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인데, 소리 님은 콘텐츠 제작 업무로 기획이 완성되면 웹자보, 카드뉴스 등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웹디자이너의 하루는 어떨까?

“집이 멀어서 회사까지 1시간 반이 걸려요.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담배 한 대를 피우죠. 그래야 정신이 들어요. 앉아서 하루 스케줄 확인을 하는데 SNS콘텐츠를 몇 개 만들어야 하는지, 잔업이 있진 않은지 확인하고 만약 잔업이 있으면 오전에 잔업을 처리해요. 그 이후에 콘텐츠 작업을 하죠. 보통 SNS콘텐츠 작업을 끝내면 오후 4시 정도가 돼요. 추가업무로 블로그 체험단 운영 관리도 하는데, 이 일을 끝내면 딱 퇴근 시간이예요. 그런데 꼭 퇴근 시간에 대표가 일을 줘요. “이거 해야돼.” 이러면서 휙 던지죠. 그러면서 내일까지 해야한데요. 그런 일이 잦아요.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야근이에요. 얼마 안 하면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아니면 밤 12시죠. 모아니면 도에요.”

야근 문제는 웹디자이너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첫 직장도, 지금 다니는 직장도 야근이 일상적이었다. 지금도 최소 주 1회, 많게는 4일 야근이다. 개인에게 떨어지는 할당량이 항상 두 배로 떨어지고, 급작스럽게 처리해야 할 일도 매번 많다. 소위 을입장의 회사이다 보니 의뢰인의 말대로 무리하게 작업을 한다. 결국 ‘과로’는 웹디자이너의 몫이다.

또 한 가지 소리 님을 힘들게 하는 건 체계적이지 않은 회사 운영 구조다. 

“문제는 회사의 체계적이지 않은 운영구조예요. 보통 회의를 통해 기획이 완성되고 디자이너에게 업무를 주는데 그런 게 없이 일이 막 떨어져요. 대표가 일을 막 던지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직률도 높아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 이미 절반 이상이 나갔어요. 보통 마케팅 회사는 기획자가 많아야 하는데 이 회사는 1명이에요. 얼마나 문제인지 아시겠죠? 심지어 제가 입사하고 1개월도 채 안 됐을 때 명함 디자인 업무를 줬어요. 디자인을 새로 하자고 해서 12개 시안을 만들었죠. 수정도 네, 다섯 번을 했어요. 처음엔 대표가 만족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다음주에 저한테 와서 ‘이거 너무 쓰레기 같아서 못쓰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너무 속상했죠.”

그래도 일의 보람은 본인이 했던 작업물이 많은 곳에 뿌려졌을 때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하고, 새로 창작하는 디자이너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쓰레기’라고 평가당했을 때의 참담함은 곧 자신의 자존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로지 그 즐거움과 보람으로 회사생활을 버티는데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마저 무너지면 너무 힘든 일이 된다고 서글프게 말했다.

당연히 과로와 스트레스는 몸에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장염, 역류성 식도염에 시달린다. 소리 님은 덤덤하게 ‘장기는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근골격계 질환도 당연히 심각하다. 목, 허리, 손목, 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아예 직종을 옮기지 않는 이상 똑같은 문제를 겪죠. 어디를 가도 똑같으니까요. 하다 정 힘들면 퇴사하고 다른데 들어가서 똑같이 스트레스받잖아요. 그렇다고 무급휴가를 회사에서 선뜻 내줄리도 없고요. 그러니 차라리 월급을 덜 받고, 덜 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성소수자 노동자인 소리 님에게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는 더 복잡하고, 괴롭다. 단순히 스트레스 수준이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문제다. 그는 평균적인 틀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 회사라고 했다. 처음 다녔던 곳도, 2개월 짧게 다녔던 회사도 3년 가까이 일하는 지금의 직장도 마찬가지다.

“모든 회사에서 제가 들은 말이요, ‘게이처럼 굴지마라’였어요. 제가 첫 직장 다닐 땐 마른 체격이었거든요. 그때 저한테 ‘너는 너무 말라서 밤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성차별적 발언에 쉽게 노출됐고, 심지어 성소수자인지 집요하게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이 모든 회사에 꼭 한 명씩 있었죠.

지금 직장에선 무슨 얘기까지 들은 줄 아세요? ‘너는 성소수자이고, LGBT¹ 쪽인거 상관없는데, 제발게이인거 티 좀 내지마라’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한 사람은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남성이에요. 사실 그 상황이 두렵기도 했죠. 아마 첫 직장이었으면 아무 얘기도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엔 무서운 것도 잊을 정도로 화가 났죠. 그래서 ‘내가 게이이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 지금 말한 거 불쾌하다. 그 말은 장애인한테 장애인 티 내지 말라고하는 것과 똑같다. 내가 만약 진짜 게이면 어쩔거냐, 말실수 했다고 생각하지 않냐.’라고 물으니깐 그러더라고요.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다’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웃으면서 상황을 마무리하기 했는데, 그리고 나서 갑자기 그 상황이 무섭더라고요.”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 직장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곳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곳이다.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언행이 대부분 직장에서 벌어진다. 사실 혐오와 차별, 배제는 약한 사람에게 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 님의 경험이 여성인 필자에게도 낯설지않다.

“어디를 가든 물어봐요. 여자친구 있냐, 결혼할 거냐, 결혼 생각 없냐. 계속 물어봐요. 여자친구 없고, 결혼할 생각 없다고 한번 말을 하면 안 해야 되는데 결혼이 얼마나 좋고,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고 그런 설교를 해요. 심지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혹시 남자 좋아하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스트레스예요. ‘아니 왜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생각부터 들죠. 저는 굳이 애인이 있는지를 회사에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저보고 매정하데요. 인정머리가 없다고요.”

최근 결남출이란 신조어가 있다. 면접을 보는 구직자에게 ‘결혼, 남자친구, 출산’에 관해 묻는 면접관의 질문을 줄인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과정부터 직장생활까지 성차별을 당하는 대표적 예다. 그런데 성소수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마치 검열을 하듯, 세상이 정해놓은 평균을 강요하듯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그들에게 너무 쉬운 질문이지만, 소리 님에겐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질문이다.

“이거는 포괄적 문제죠. 여자면 무조건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고, 남자면 여자친구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성애중심적이죠. 그리고 연애도, 결혼도 내가알아서 할 문제잖아요.”

소리 님은 커밍아웃²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성정체성, 적적지향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이고 사생활인데 그것을 굳이 회사에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최근 ‘게이 티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건을 겪은 후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최근에 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 일을 겪고 나서 되게 무서워졌어요. 내가 게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게이 티를 내지 말았으면 좋겠단 얘기를 들으니깐 회사에서 커밍아웃 했을 때 엄청난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은 드는데, 얘기해야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하고요. 그런데 후폭풍이 두렵죠.”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밝히는데 가장 큰 벽은 사람들의 차별, 혐오다. 문제는 그것이 일터 괴롭힘으로 작용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본인의 정체성으로 인한 따돌림, 협박, 반복적 지적, 비난, 조롱, 물품훼손, 신체적 폭력, 성희롱, 성폭력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 516명 중 41.7%(215명)에 달했다.



“성소수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또 달라요. 차별적인 단어를 들었을 때 밝힐 수도 없고, 오히려 숨겨야 하죠. ‘게이들 너무 더러운 것 같아,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혐오/차별적 말을 듣고 심지어 맞장구를 쳐야할때도 있어요. 자기를 숨기고, 부정까지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각하죠. 그래서 우울증도많아요.”

그렇다면 성소수자 차별, 혐오 문제에 대해 정부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순 없을까? 하지만 소리 님은 있는 법제도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은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제정했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을 포함해 동성애 차별 금지를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 등 자치규범이 있지만 최근 기독교, 보수집단 등에 의해 조례가 폐기 되거나 성적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있다.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이 후퇴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중단할 것을 한국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혐오, 차별, 폭력 없는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의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요구되는데 노동조합, 사회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물었다. 

“차별/혐오로 인한 폭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요. 일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게 어느 정도까지 규제가 되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폭력이죠. ‘너는 게이처럼 굴지마, 여자처럼 굴지마, 남자처럼 굴지마, 화장하고 다녀’라는 식의 표현은 문제가 있는거잖아요. 언어에 대해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다보면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일터에서 풀어내는 게 노동조합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소리 님은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HIV/AIDS 감염인으로서 겪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에이즈는 ‘죽음의 병’,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뒤엉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왜곡된 것이다.

“채용 건강검진, 직장 건강검진에 혹시 HIV/AIDS항목이 있진 않을까 두려움이 커요. 회사에 알려지면 어쩌지, 알려서 내가 해고되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많이 해요. 만약 입사 해도 계속 두려움에 떨어요. 감염인은 하루에 한번씩 약을 먹어야 하는데 낮에 복용할 땐 주변 눈치가 보여요. 몰래 숨어서 먹기도 하죠. 사람들이 ‘무슨 약이냐, 비타민이냐, 나도 달라’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약값 지원 문제도 심각해요. 대상은 늘고 있는데, 예산이 감소하고 있거든요. 약값을 선불로 내는 병원이 있어요. 그런데 예산이 부족해서 약값 환급금을 1년 뒤에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일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게 치료제 예산이예요. 예산이 부족하면 약을 못먹는 사람이 발생하게 돼요. 그러면 감염인수는 증가할 테고, 감염인이 크게 고통받게 되죠. 그런데도 최대로 잘 하는 게 현상유지예요. 아니면 심지어 예산을 깎기도 하고요.”

감염인을 터부시하고, 감염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의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염 사실을 알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모임에서 발행한 「행성인 회원을 위한 HIV/AIDS 가이드북」엔 10가지 에티켓 항목이 있다. 항목 중 가장 첫번째가 지지와 공감이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지지와 공감이 성소수자를, HIV/AIDS 감염인을 평등한 사회, 일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 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저는 사람들이 오지랖 좀 그만 떨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 없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가득찬 오지랖이요. 오지랖을 필거면혐오와 차별 없이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 각주

1)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transgender)를 가르키는 말로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2)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성소수자가 자기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특집1.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은 어떠한가 / 2018.05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은 어떠한가

재현 선전위원장


성소수자는 누구인가

성소수자는 남녀 동성애자를 포함하여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퀘스쳐닝(자신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특정 젠더 또는 섹슈얼리티로 자신을 한정 짓지 않는 자), 간성 등을 포함하는 LGBTQI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stioning, Intersex)를 총칭한다. 한국의 성소수자는 그 자체로 혐오에 대상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지 못하고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문제가 되는 사회

이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를 정신질환자로 여긴다. 그래서일까? 성소수자를 정신병 환자로 여기는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꾸준히 전환 치료를 받으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틀렸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환 진단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기로 했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며 더는 성소수자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이후 성소수자의 전환 치료를 주장하던 세력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전 세계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 결정이 있었던 5월 17일을 기념하여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행사를 진행하면서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한편, 보수개신교는 자의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면서 성소수자를 죄악으로 여기는데 전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인권조례 제정 등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가로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보수정치 세력역시 반공 이데올로기로 지지층 결집이 쉽지 않자, 성소수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을 동성애 집단으로 매도하며,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혐오는 성소수자의 삶 자체를 위협

지난 2017년 육군 A대위는 군대 밖에서 상호합의하에 업무와 무관한 사람과 성관계를 맺었는데, 상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군형법 92조 6항('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에 의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반인권적인 판결은 당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군은 의심이 가는 대상자 군인들에 통화 기록을 파헤치고, 개인의 성적지향을 강압적으로 진술하게 하는 면담 등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짓밟았다. 무엇보다 A대위는 성적지향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감옥에 갇히며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성정체성이 밝혀지고, 생존권 자체가 박탈되었다.

문제는 한국 사회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판치는 세상에서 A대위와 같은 일은 어떤 성소수자 그리고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나타날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알려졌을 때 일상적인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은 사회다. 한국 성소수자 건강 연구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연구팀 역시 '모든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성소수자는 자신이 놓여있는 소수자 지위로 인해 차별과 폭력 등 편견적 사건을 겪게 되고 이들은 배제에 대한 예상, 정체성에 대한 숨김, 내재화된 동성애 혐오 등의 소수자만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말했다(<한겨레 21> 낙인과 고립 그리고 죽음 2018.01.02).

몸과 마음의 건강마저 위협받는 성소수자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가 일반 인구보다 자살 경험이 9.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결국 생명까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혐오 세력들이 반드시깨달아야 한다. (2017 성소수자 인권포럼, 한국인 LGB(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 건강연구)

성소수자들은 의료 영역에서도 방치되어 있다. 특히 트렌스젠더의 경우 성전환 과정과 이후 받아야 하는 의료적 조치가 있지만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이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부분 트렌스젠더들은 성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 확률도 낮고, 가족으로부터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과 몇 년씩 호르몬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홀로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이나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과 관련된 비용을 국가 의료보험 체계에서 보장하는 사례를 고민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적지향에 맞게 사랑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모든 성소수자가 건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연대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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