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반올림과 전해지지 못한 메시지 (매일노동뉴스)

반올림과 전해지지 못한 메시지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7.26 08:00







가슴 먹먹하게 기쁜 날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2차 조정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952

[언론보도] 집배노동자 과로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 (매일노동뉴스)

집배노동자 과로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

기사승인 2018.07.12  08:00:02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7월1일 대구지역 우체국 소속 집배노동자가 택배 픽업업무를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6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수거 작업을 마친 집배노동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집배노동자들에게 ‘특별기’라고 불리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직후에 발생했다.


[언론보도] 공공제도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매일노동뉴스)

공공제도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청년 도금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 류현철
  • 승인 2018.06.28 08:00







또 한 생명이 스러졌다. 도금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시안화수소라는 유독물질에 중독돼 사망했다. 스물세 살,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됐다. 노동자들은 계속 다치고 죽어 간다. 힘든 일은 당최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라는데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끼여 숨지고, 불법파견돼 메탄올로 눈이 멀고, 소화기 약제로 간이 녹아내려 숨지고, 도금조에서 발생한 유독물질인 시안화수소에 숨이 멎은 이는 모두 앞길이 구만리였던 청년노동자들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379

[언론보도] 야근, 과로, 감정노동... 내 우울증은 '회사 탓'이다 (오마이뉴스)

야근, 과로, 감정노동... 내 우울증은 '회사 탓'이다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③] 과로와 정신건강

18.04.25 11:15l최종 업데이트 18.04.25 11:15l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개인의 취약성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질병 발생에 대한 생의학적 이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정신의학계에 의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과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개인의 취약성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의 상식과 경험, 수많은 역학적 연구의 결과들은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http://omn.kr/r2xg

[언론보도] 업무상질병 승인 증가와 질병판정위 10년 (매일노동뉴스)

업무상질병 승인 증가와 질병판정위 10년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4.19 08:00







올해 1월과 2월 업무상질병 승인율이 62.4%로, 지난해 승인율(52.9%) 대비 9.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뇌심혈관계질환 승인율은 지난해 32.6%에서, 올해 2월 43.4%로 10.8%포인트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만성과로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발병 전 12주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 경우만을 만성과로로 봤다면, 업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교대제 업무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다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환경 비교시 ‘유사 업무 수행 동종근로자’와의 비교를 삭제하고, 재해자 기초질환을 삭제해 재해노동자의 업무환경과 건강상황을 고려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029

산재 사고·통계·지표, 드러내야 바꿀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산재 사고·통계·지표, 드러내야 바꿀 수 있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1.04 08:00







2018년 새해가 밝았다. 12월31일에 뜬 해와 1월1일에 뜬 해가 다를 리 없으나 사람들은 매년 첫날이면 새로운 기대를 품고, 변화를 위한 자신과의 약속 실천의 시작점으로 삼곤 한다. 동기부여란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다짐과 계획과 마찬가지로 정책이나 제도 역시 그 시점(始點)을 매해 첫날로 잡는 경우가 많다. 달력을 기준으로 하는 행정상 편의가 목적이겠으나, 새해이기에 새로운 제도의 등장을 기대하게 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962

[언론보도] 왜 하는지 알아야 잘할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왜 하는지 알아야 잘할 수 있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또 크레인이다. 이번에는 건설현장이었다. 지난 10일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건설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들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를 진행 중인 상황인지라 가슴이 더 먹먹해진다. 보도를 접한 노동자들이 또다시 그날의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싶어서였다. 이미 이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으나 작금의 상황이 다시 펜을 들게 한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433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 2017.8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재작년인가 공중파에서 방송된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이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외과의사가를 기억하는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잠자는 숲속미녀 재벌 상속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를 기억하는가?

물론 몰라도, 기억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나 역시도 관심사는 메디컬(의학) 드라마로서 주인공인 의사의 리얼리티나 멜로 드라마로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 드라마 제목에 있었다. 실력 최고의 용한 돌팔이라는 뜻의 용팔이가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용한 돌팔이라니 이것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형용모순 아닌가?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직업성 질환을 대하는 의사의 모습을 투영해보면 그다지 모순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 용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용함은 질병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증상이나 질병의 원인을 알고, 진단을 내려 병명을 붙여주고, 치료방법까지 정확히 알면 될 것이다. 그럼 다음의 상황을 보자.

-노동자 : 선생님, 몇 주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자꾸 아파요. 이제는 팔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하겠어요. 왜 그런 걸까요?

-의 사 : 팔을 들어 올리는 자세로 일을 오래 하시잖아요. 또 일할 때 어깨에 힘을 줘서 잡아 당기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겁니다.

-노동자 : 도대체 병명이 뭔가요?

-의 사 : 우측 어깨의 회전근개 손상이 의심됩니다.

-노동자 :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안 아프고 좋아질까요?

-의 사 : , 일 좀 그만하고 쉬셔요. 일을 안 하면 좋아집니다.

-노동자 : ??

질병의 원인을 알려주고, 진단도 내리고, 치료방법까지 알려준 의사는 이 노동자에게 용한 의사일까 돌팔이일까? 돌팔이는 치유의 능력이 없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겠다. 물론 의사로서의 기본적 지식을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할 것이며, 질병 자체를 다루는 기술 이외에는 다른 품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그럴 수 있으며,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침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계요인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도 그럴 수 있다.

사회기초보장제도가 부실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야만 생계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직장 안에 있는 위험요인 보다는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실업과 해고가 더 큰 건강유해요인이 되는 법이다. 그들에게 일을 그만하고 쉬라는 이야기, 작업을 전환하라는 틀리지 않은 이야기가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기만 하다.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중장비 유압장치를 만드는 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40대 노동자는 수년간 좌우를 번갈아가면서 발생하는 어깨통증으로 나에게 진료를 받아왔다. 스트레칭, 물리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을 관리해왔다. 증상은 개선과 악화를 반복했다. 분명한 것은 작업물량이 줄어드는 시기나 휴가를 보내고 나면 증상이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동갑내기인 그는 나를 주치의로 부르면서도 짐짓 ‘어깨는 날개입니다’라고 라디오에 등장하는 유명 의사를 찾아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농반진반한다. 나는 용한 의사를 찾을게 아니라, 인제 살살 일하라고 일을 안해야 낫는다고 진반농반한다. “일을 계속 하면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몇 번의 악화와 개선을 거듭하고 난 이후 그는 진지하게 묻는다. 부담스러운 일로 인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질환인데, 어찌 그 일을 고스란히 해나가면서 좋아질 수 있겠는가? 일을 계속하면서 증상이 좋아지려면 작업의 조건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장비개선을 포함한 인간공학적 개선을 하거나, 인력을 충원하여 작업물량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진단도 용한 의사도 무의미한 것이다.

소음성 난청에 대하여 요관찰 대상이 된 50대 노동자는 매번 소음성 난청에 대한 검사를 다시 받으러 병원에 가야하는 것이 불만이다. “아이고, 만다꼬 자꾸 불러쌌능교? 청력 안 좋아진거야 벌씨로 알고 있는 기고, 약도 없다믄서요. 말하는 거 다 알아묵꼬 하믄되고. 고마 귀마개나 잘 착용하라고 할 거 아잉교? 아따, 귀찮아서 몬살긋네.”

벌써 몇 년째 소음성난청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라고 치르는 연례행사에 대해 그는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다. 변하는 것이 없는 탓이다. 때가 되면 으레 소음측정기를 달아 작업환경측정을 하고 오라가라 특수건강진단을 하지만 작업장의 소음을 낮추기 위해서 공정 개선이 이루어지거나 장비가 개선된 것은 없다.

소음측정기를 달아주는 산업위생기사에게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하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에게도 볼멘소리를 해보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작업장의 소음 수준을 낮추는 권능은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소음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산업위생기사에게도, 그를 문진하고 판정한 의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환경측정, 배치 전 건강진단, 특수건강진단,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위험성 평가 모두직업성 질환의 예방을 위한 제도들이다. 직업성 질환은 질병경과가 일반 질환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원인규명과 산재 인정에 매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직업성 질환이 일반 질환과 구분되어서 관리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예방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조절하여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1차 예방이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2차 예방, 질병이후의 적절한 재활 관리를 통해서 복귀를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3차 예방이다. 그래서 당연히도 1차 예방이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하다. 앞서 열거한 제도들은 확인된 위험요인의 개선을 전제로 기능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을 변화시키는 권능은 조직된 힘에서 나온다. 노동조합이조직된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안전보건과 직업건강수준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의 권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여 직업윤리를 관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직업건강과 관련한 학문적 성과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 참여와 개입을 통해 충돌되는 이해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2015년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에서 제안되었고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의학과 의사회'에서 번역한 “직업건강 전문가를 위한 국제 윤리강령(International code of ethics for occupational health professionals)” 에서는 직업건강전문가들에게 개선조치에 대한 추적조사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건강 또는 안전에 대한 위험의 증거를 제시하는 상황을 개선하기를 거부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경우, 직업건강 전문가는 최대한 신속하게 우려 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과학적 지식을 고려하여 노출 제한을 포함하는 관련 건강보호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법률 및 규정을 적용하고, 고용주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상기시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필요하면, 해당 노동자와 기업대표에게 통보하고 관할당국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윤리강령의 서문의 일부는 용한 돌팔이에서 진정한 직업건강 전문가로서 거듭나는 길의 면모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건전한 직업건강실무의 목적은 단지 건강을 평가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업무능력을 보호, 유지 및 증진하고, 이를 위해 일 외의 가족상황과 직장 외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직업건강실무 및 직업건강증진의 이러한 접근은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인간적·사회적 필요를 다룬다. 여기에는 예방적 건강관리, 건강증진, 치료적 건강관리, 긴급재활, 필요한 경우에는 재해에 대한 보상, 그리고 질병 및 손상으로부터의 회복과 업무복귀를 위한 전략이 포함된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 / 2014.6

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
- 건강노동자 역설, 그리고 노동시간센터 -


류현철 회원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양팔을 가로질러 팔짱부터 끼었다. 상체를 쑤욱 뒤로 젖히고 앉는  바람에 의자의 등판은 한껏 뒤로 젖혀지고 엉덩이는 아슬아슬하게 의자 끝에 걸쳐져 있다. 낯선 방문자에 대한 심드렁함을 온전히 드러내려는 듯, 그는 기름때가 완연한 작업복 바지에 다소 유행이 지난 안전화(분명 안전화에도 유행도 스타일도 있다!)로 마감된 단단해 보이는 하체의 한쪽 다리만 길게 뻗은 채 쩍 벌리고 앉는다. 짐짓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삐딱해진 시선은 이 바닥에서는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그래서 더욱 시답잖아 보이는 의사양반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고, 잠깐 왼쪽 가슴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는 이름표에 머물렀다 떠나지만 의사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은 없다. 공장 사무실 한켠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긴장.
 
나는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고 상체를 그에게 훅 깊숙이 기울이며 갑작스런 인파이팅을 시도하듯 다가가 대화를 시작한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야 한다. 공장의 배경 소음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밀한 개인의 건강 문제들을 마냥 떠들다가 주변 동료들을 미필적 고의의 정보유출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싹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시작이 된다. ‘약이나 처방은 주지도 않고 술 끊고 담배 끊고 운동하라는 식상한 이야기나 할 테지’ 싶어 일부러 비딱하게 앉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대략 그렇게 회사에 6일도, 6주도 아닌, 6개월 만에 방문한 보건관리대행 의사와 건강(?)한 노동자와의 첫 상담은 시작된다.

 

최초 대면의 긴장은 바싹 거리를 좁혀 나눈 몇 마디 일상적인 대화와 그가 하는 절단업무, 그 중 플라즈마 절단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자기 일에 대해 풍월을 읊을 줄 아는 의사에 대한 신기함 등으로 조금씩 풀어져 갔다. 45세 남성 노동자인 그와의 최초 면담을 기록하는 나의 방식은 이랬다.

 

 

2014년 2월 입사, 플라즈마 절단, 절단 경력 14년
과거력 (-), 가족력 (-), 귀마개/마스크/보안경 (+/?/+)
흡연 1갑반 20세부터, 음주 (-), 운동 (-)
08:00-20:00, 월-금, 토 08:00-17:00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일과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며, 토요일에는 그나마 오후 5시에 업무가 끝난다. 평일 식사 및 휴식시간을 빼도 하루에 10시간, 토요일은 8시간 근무, 주당 58시간이 그의 노동시간이다. 


2011년 OECD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이다. 이것만 해도 OECD 회원국 2위로 OECD 회원국 평균 연간 노동시간인 1,765시간보다 325시간 이상 길다. OECD 노동자들보다 평균 8.1주 이상 일한다.

 

그런데 나는 이것조차도 도통 믿지 못하겠다. 지난주 근무시간이 어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철야를 2번 했단다. 교대근무 얘기는 없었는데 철야라니요?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해서 밤을 꼬박 새워 철야근무를 하고 새벽에 2~3시간 잠을 잔 후 다음날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단다. 33시간 동안 회사에 있는 것이다. 비록 그의 업무가 지속적인 라인작업은 아니고 기계장비를 운용하는 것이고 잠시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업무는 아니라지만... 그렇게 일을 한 후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오전 8시에 출근한 그는 다시 철야근무를 했다. 지난주에 그렇게 하고 오늘도 철야근무를 할지 모른다. 맙소사! 늘상 있는 일이 아니라 최근 늘어난 물량 탓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했다. 그렇게 일을 하는 그는 아직 건강(?)하다. 이 회사에 오면서 받은 배치 전 건강진단에서도 특이한 문제는 없었고, 이제껏 건강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적도 없고 오늘 측정한 혈압도 정상이었으니 “거보슈”라며 뿌듯해 한다.

 

‘건강노동자 효과’ 라는 것이 있다. 직업성 질환 연구에서 최초로 관찰된 현상으로 종종 노동자들은 일반 인구보다 전체 사망률이 더 낮게 제시되는데, 그 까닭은 심각하게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당최 견뎌 내기 어려운 조건의 일이라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만 남아있게 되는 현상이 거꾸로 그 일을 해도 건강상 악영향은 없거나 오히려 건강에 이롭기까지 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일을 해도 그는 괜찮고 건강하기까지 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건강한 탓에 이렇게 일을 버티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건강할 수 있을까?

 

“아휴, 그래도 철야한 다음날 아침 먹고 난 이후부터는 몽롱하지~ ...오후가 되면 정신이 부웅 떠서 일하는 것 같다니까요~”


그는 건강하다. 아직까지는... 첫 상담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이완시켰다는 것 외에는 그렇게 일하시다가는 언제 몸이 망가질지 모른다는 막연한(장시간 노동의 건강문제를 열심히 의사스럽게 이야기한다 해도 결국은 막연한) 이야기밖에 못 한 대행의사에게 ‘노동시간센터’가 자못 간절한 이유이다. 그의 건강이 무너지고 일상이 더 무너지기 전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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