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 인터뷰

재현 상임활동가 


노동자 정신건강 관련해서 현장에서 함께했던 활동,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치유활동가 허윤제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1일 충남아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

"저는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두리공감은 충남도, 아산시, 금속노조, 공동으로 활동하는 현장, 개별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첫 활동은 지역에 있는 유성기업의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문제로 조합원들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면서였어요."

허윤제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것인가인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다치거나, 자살하는 경우를 해마다 보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게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는데 유성기업에서 한광호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위기 지원 활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활동으로 사람이 살아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노동자 개인적 원인이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현장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건 노동조건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거든요. 회사가 노동자에게 가하는 괴롭힘, 업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난 시간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에 5년 동안 꾸준히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어요. 개인, 집단 상담은 물론이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마음을 열고 힘들고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동조합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 안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업단을 구성하게 하고 늘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러다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일단 현장에서 상주하자는 생각으로 1주일에 2~3일 정도 내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함께 있으니까 경계심도 풀고 마음을 열고 각자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갑을오토텍 역시 직장폐쇄 이후였는데 투쟁 과정에서 분임조를 운영할 때라 분임조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합원들 상황을 같이 점검해보고, 몇 달간 집단 상담 등을 해왔어요."

유성기업의 경우 노동자들이 차량에 자살 도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베란다나 옥상에 있었다는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조합원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고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임시건강진단 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 역시 두리공감 활동가들이 함께해왔다.

모두가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문제

"개별 기업이나 자본, 정부, 지자체, 국회, 전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시각인 것 같아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게 만약 노동자가 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다쳤다, 그러면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질병처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서 업무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하면 정신건강의 원인이 현장에서의 상황 때문인지 개별적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개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개별의 문제라고만 단정할 수 있겠어요."

허윤제님은 일부 개별 기업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현장 내 자체적인 상담실을 마련해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대응하는데, 이 역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신건강을 돌봐서 생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예요. 회사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거부해요. 상담 과정에서 개인 정보도 많이 요구하고 나한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인사고과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모든 이야기를 다하겠어요.

심지어 저희 두리공감에도 말씀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으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허윤제님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노동조건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연구나 사례들을 전문가가 많이 발견해서 개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기업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문제

"유성기업 문제 이후로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어렵거나 뭔가 돌파구가 없을 때 정신건강 문제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인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계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실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거든요. 어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저희가 현장과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더 고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허윤제님은 이런 사례들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일상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거나, 고민하기 어려운 점이라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해결하려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담당자도 세우고 이 문제를 적극 고민이 가능하도록요.

그런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고민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두리공감에선 이제부터라도 현장 주체를 발굴해보자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시작으로 상담, 치유활동에 대한 양성과정과 매뉴얼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상당히 고무적인 게 유성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해 보겠다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에요. 처음에는 투쟁할 시간도 없는데 뭘 이런 거까지 해야 하느냐 이야기도 있고, 주요 투쟁 일정에 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된 거예요."

허윤제님은 갑을오토텍의 경우 투쟁 백서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상담, 치유 활동을 만들어가면서 주체 발굴 활동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가장 큰 원인

"현장에 가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실태조사 등을 해보면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여러 논문을 검토해보고 현장에 가서 봤을 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생계가 너무 힘들고, 고용이 늘 불안하고,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인식이 기업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산다고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라는 게 집단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우리를 탄압해서 힘들어도, 노동자들이 마음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투쟁해서 이기면 괜찮아 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공동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활동가의 의미

"제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상담사라거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는 활동이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그들에게 현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치유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특집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 2018.10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본인의 일, 직업에서 자부심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까?"
"혹시 로또에 당첨되어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매년 500명~600명이 일과 관련된 이유로 자살하는 한국에서 얼마나 되는 노동자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2017년 프랑스 민주노조총연맹이 프랑스 노동자 19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4%는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70.5%는 '일을 하면서 가끔 웃는다'고 답했고,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 이상, 자부심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이 넘었다. 39%는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지금의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¹⁾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정신질병 예방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이렇게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폭넓게 정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과 같은 중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을 떠올리게 된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보호 활동으로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 직업병 인정 등이 제안된다. 직장 내 스트레스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 사건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과 보상 역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논의는 업무 관련 정신질환이나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여러 모델을 활용하여 ▲업무의 양과 요구가 적당할 것 ▲업무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가능한 보장할 것 ▲고용 불안정을 가능한 낮출 것 ▲직장 내 조직 체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할 것 ▲업무환경이 심리적 안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할 것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을 제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 ▲평등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것 등의 과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전사회적으로 높아지는 고용 불안정이나,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 요구, 노사갈등이나 노조 탄압에 업무를 활용하는 행태 등은 모두 노동자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 제기가 더 높아져야 한다.

정신 질병에 대한 관심 역시 질병에 도달하기 전 상태인 소진 증후군, 병가 사용 증가, 업무 만족도 감소, 이직 의도 상승 등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닌 '소진 증후군'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명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노동자가 산업재해와 관련된 각종 보상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2011년 스웨덴에서 총 451건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병이 산업재해 승인 신청됐고, 이 중 70건이 인정되었다고 한다.²⁾ 보상에서의 확장뿐 아니라, 직종별, 세대별로 질병 이전의 이런 실태에 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개선을 위한 정부, 기업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토론돼야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보호를 사업주의 법적 책임으로 

이를 위해,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적 수준에서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 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보건조치' 조항에는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인간공학적 요인에 대한 조치는 담겨있지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다.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사업주의 의무를 가장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보건조치 조항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조치 의무를 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 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추가 제안>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물론 사업주에게 법적 의무가 부여된다고 현실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전체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영역 내로 포함하여 규율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럽 기업체 조사를 기반으로, 유럽 나라들의 직장 내 심리적 위험요인 관리를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나라에 따라 심리적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 수단의 차이가 크고,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가 잘 되는 나라가 심리적 위험관리도 잘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노동자, 경영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계획과 주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³⁾

개별 사업장의 과제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이 노사 간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사업장마다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직무스트레스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교육 활동,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연구, 조사 결과에 기반한 스트레스 저감계획 시행, 시행 이후 평가와 새로운 목표 설정 등이 모두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사업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할 일이 된다.

앞서 강조한 대로, 이런 활동이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체계 내에 통합되어 진행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예방 활동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의 중요한 안건이 되고, 법적 의무로 실시되는 안전보건교육의 일부로 직무스트레스 교육을 진행되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 관리나 술·담배 의존 관리가 노동자 뇌심혈관질환 예방 활동과 통합되고, 근골격계질환에 따른 통증 관리가 다시 정신건강 증진 활동과 통합되는 사업장 보건관리도 모색돼야 한다.

또, 노동자들에게 주요 스트레스가 될 문제들에 대해 미리 회사 차원의 규정을 수립해두는 것도 중요한 예방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내에 일터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은 일터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처리를 신속히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일터괴롭힘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인식을 높여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일가정양립과 관련한 정책, 업무 평가 등 조직 체계상의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미리 노사 합의로 수립되어 공표되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 정책과 법 개정에서 출발하자

사실 노동은 많은 경우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 급여와 복지 등 기본적 토대를 제공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한 노동자에게도 규칙적인 일상을 부여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일터는 살아갈 힘을 제공하기는커녕,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파탄내고,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노동과 자살이, 지금의 불안정한 노동 조건 아래에서는 지극히 가까워졌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노동자가 무한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혼자라고 느끼며 폭력과 모욕에 노출되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생산성과 이윤 대신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될 때, 혹은 최소한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냉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정부와 법적 차원에서 먼저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전향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 각주 
1) 황재훈, 프랑스의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시도, 국제노동브리프 2018.9,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재인용
2) 위의 글과 같은 재인용
3) https://osha.europa.eu/en/tools-and-publications/publications/management-psychosocial-risks-europeanworkplaces-evidence/view

특집1.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어디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실시한 정신건강실태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의 생산가능 인구에서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13.2%였다. 즉 15세에서 64세의 국민을 사망할 때까지 관찰하면 백 명 중 약 13명이 사망할 때까지 한 번은 정신장애를 앓는다는 것이다.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하고 평생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주요우울장애로 5%였으며 다음으로 특정 공포증이 5.6%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5%였다.¹⁾ 2017년 취업자 수가 2,700만 정도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노동자들만이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많은 수의 노동자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도 규모가 작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 1~2위를 하고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 2016년 전체 자살자 13,092명 중에 약 44%인 5,709명은 직업이 있었다. 이 중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종사자가 1,38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단순노무종사자가 824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677명, 농림어업숙련종사자 677명, 관리자가 414명 순으로 많았다.

경찰청의 변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의 36.2%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로 자살을 하였고 23.4%는 경제생활문제로 자살을 하였다.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경우는 514명으로 3.9%에 해당하였다.²⁾ 주된 자살의 원인이 되는 정신과적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역시 직장에서의 고용불안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 자살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규모에 비하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 정신질환과 자살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찰청에서 2016년 자살 사망자를 분류한 바에 따르면 88명이 공무원이었고 이중 약 25%인 22명은 직장내 문제로 자살을 하였고 26명은 정신과적 질병문제로 자살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³⁾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에는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 자료를 통해 그 일부나마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신청 건이 매년 200여건 정도로 전체 규모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에서 정신질환이나 자살로 업무관련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그 빈도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몇 가지 자료로 추정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용득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에서 11월까지 194건이 정신질환과 자살로 산재신청을 하였으며, 이중 112건이 승인이 되어 약 57.7%의 승인율을 보였다. 승인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적응장애, 급성스트레스장애/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으며 우울장애의 승인율이 56.7%였고, 불안장애는 상대적으로 낮은 승인율을 보였다.⁴⁾



이 표에서 기타로 분류된 99건의 거의 대부분은 자살일 것으로 판단되는데, 기타로 분류된 정신질환 중 49건이 승인이 인정이 되어 승인율이 49.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의 승인율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2017년 판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정이 이루어진 63건의 자살 사례 중에 23건이 업무관련성이 인정이 되어 승인율은 6.5%였다. 자살과 정신질환에 대한 승인율은 매년 증가를 하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2018년에는 1월에서 8월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승인율은 더욱 증가하여 75.7%에 이르고 있다. 즉,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청 건수와 양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진단명에 따라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급성스트레스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 원인이 되어 발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트라우마는 직접 죽음을 목격하거나 본인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정도의 충격을 말하는데, 동료가 산재로 사망하는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경우들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2017년 노동절에 발생한 비극적 참사였던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 당시 많은 노동자들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2018년 4월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를 목격했던 노동자 7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산재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 전형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노동자들에 대해서 응급처치와 같은 심리적 응급 지원(Psychological First Aid, PFA)을 하고 조기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적응장애는 외상후스트레스와 함께 '외상 및스트레스 관련 장애'로 분류되어 있는 질환이다. 즉,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외상후 스트레스의 전형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고 불안이나 우울이 나타나는 경우에 붙이는 진단명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적응장애의 승인율이 80%로 가장 높다.

전형적인 심리적 외상 사건이 아니더라도 폭언·폭행·성희롱이나 경영위기, 민원인과의 갈등, 업무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갈등, 원치 않는 일방적인 전환배치, 회사와의 갈등이나 업무 부적응, 괴롭힘 등이 노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적응장애의 주요 원인이었다. 노동자와 사업주의 진술이 다르거나 노동자들의 진술이 달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심리적으로 힘들거라고 예상되는 사건들이 그 원인이 된다.

우울증의 경우에는 직업적 요인과 관련한 연구도 비교적 많이 되어 있고, 외국에서도 업무상 질병 포함 여부와 관련해서 이슈가 집중되어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외국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리적인 요구도, 낮은 사회적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불공정성, 위협, 폭력 및 괴롭힘, 남성에서의 직업 불안정성 등이 우울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유병률이 높은 만큼 국내 정신질환 신청 사례 중에서도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신청 사례들도 주로 과도한 업무량,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정, 직장 상사나 동료·후배와의 갈등, 성추행이나 성폭행, 노사 갈등, 부당 전보나 부당한 업무지시, 법적 송사나 감사에 연루가 되는 등의 사건이 많았다. 노동자들의 우울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외상성 사건이 촉발요인으로 작용하여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하는 경우가많다.

자살의 경우도 우울증과 유사하다. 자살에 이르게 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가장 흔한 사례 중에 하나가 상사와의 갈등이나 괴롭힘이며 일방적인 배치전환 역시 주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팀의 인원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량이 변화하게 되거나, 마감이 몰리거나 클레임 등이 생기면서 업무의 속도나 활동이 변화하게 되는 등의 사건이 많다.

'비참한 사고나 화재의 체험, 목격', '신규사업의 담당이 되거나, 회사 재건의 담당이 된 경우',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을 당한 경우', '근무형태의 변화', '퇴직의 강요', '심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승진에서 뒤처지는 경우', '성희롱을 당한 경우', '상사와의 갈등이 있는 경우' 등이 주요 사건으로 이야기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이러한 사건 자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살은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기보다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살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무언가 스트레스가 될 만한 큰 사건을 겪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또는 이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좌절과 불안,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들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하며 심각한 우울증상을 보이던 노동자들이 병가를 가고, 병가에서 복귀하여 다시 극복해보려 하지만 다시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사직서를 내게 된다. 보통 이러한 노동자들은 완벽주의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업무 성과도 굉장히 좋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상사는 이들의 사직서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치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든가 '당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이 없다'면서 사직서를 반려하게 되고, 마지막 희망이던 사직까지 좌절이 되면서 노동자는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해서 스스로 분신을 하는 노동자,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가 크게 싸우고 바로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린 경비원,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을 맨 노동자, 지속된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리다 퇴근 후 집에서 목을 맨 노동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과 교수의 폭언에 시달리면서 친구에게 농담조로 우울증 약을 달라고 하다가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한 전공의, 외국 지사에서 발생한 제품 불량문제 해결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타지의 호텔에서 목숨을 끊은 노동자까지, 정말 다양한 죽음이 도처에 있다.

이러한 죽음을 살펴보다보면 자살 시도 자체가 가장 위험한 정신과적 증상으로 산재인정의 기준이 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⁵⁾에 해당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죽음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컸다. '그 정도로 힘들면 그만 둘 수 있잖아'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는 판단과 실행을 못하는 상태가 자살 직전의 정신적 이상 상태'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어, 최근의 대법원 판례들은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나 정신병적 증상을 자살 산재인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해석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노동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4.10.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5.1.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등 참조)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같은 정신질환이나 자살과 관련한 사례들을 보다보면 이러한 스트레스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질환들이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건강과 불건강한 상태라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건강이 좋을 때도 있고 상대적으로 좀 기분이 가라앉거나 심리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선후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개인적 문제와 업무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을 수 있는데, 그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회복력이 있거나 그 상태를 헤아리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직적 지원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질환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정신질환과 자살의 문제는 지금까지의 직업안전보건에 있어서의 엄격한 '의학적 인과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게 된다. 원인과 결과라는 일대일의 대응 관계를 벗어나, 개인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인격권이라는 것이 근로계약 속에서도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이를 명시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노동의 형태와 근로계약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노동자성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커 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으로 가면 노동자이고, 퇴근하면 지역주민이라고 나누어서 정책적으로 개입을 하는 틀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 각주
1) 2016 정신질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2)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3)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4) 정신질환 질병별 산재 승인데 대한 연도별 추이. 『정신질환 요양자료분석. 자살·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용득 의원실. 2018년 10월』에서 재인용
5)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살과 자해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을 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하는 법률과 시행령은 다음과 같다.
△ 산재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②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법 제37조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 행위를 한 경우
-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언론보도] 이혼해서? 가족이 자살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자살 산재 불승인 이유"업무상 스트레스 명확하면 정신병력 없어도 산재 인정해야" (매일노동뉴스)

[이혼해서? 가족이 자살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자살 산재 불승인 이유"업무상 스트레스 명확하면 정신병력 없어도 산재 인정해야"
  • 김미영
  • 승인 2018.10.04 08:00








사례 1 :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은 금융노동자가 5개월 만에 실적 압박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통상의 업무를 초과해 자살에 이를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다"며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11

[언론보도] [오락가락 산재 인정기준] 정신질환 산재승인율 지난해 57.7% 그쳐 (매일노동뉴스)

[오락가락 산재 인정기준] 정신질환 산재승인율 지난해 57.7% 그쳐"수면장애 산재 인정기준도 만들어야" … 국회 '자살·정신질환 산재 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 김미영
  • 승인 2018.10.02 08:00








자살로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반드시 '정신질환 병력'을 요구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규정된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196

[토론회] 자살 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자살 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환 산재 판정구조와 지침 개선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


일시 : 2018년 10월 1일 (월) 13시~16시

장소 :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


주제발제

1. 정신질환 요양 자료 분석

- 이이령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2. 자살 자료 분석

- 김세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3. 법원 판결의 시사점과 판정위 개선사항

- 권동희 (법률사무소 새날, 공인노무사)


토론자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 주평식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최명선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권오성

공인노무사 이희자 


주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2.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 2018.09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재현 선전위원장


노동자들이 일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터 괴롭힘 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과 제도로 처벌하거나, 예방 대책 마련 등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은 일터 괴롭힘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파괴하거나, 노무 관리를 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동·인권 운동 진영은 일터 괴롭힘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시작으로, 그 실태는 어떠한지, 일하는 사람들의 개선 요구는 무엇인지, 해외 사례는 어떠한지를 연구하고 법과 제도, 현장에서 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해왔다.

2017년에는 노동조합·현장 활동가, 노무사, 변호사 등이 모여 직장갑질 119를 만들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터 괴롭힘 신고를 받고 해결하며, 근본적인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방안과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고민하고 활동해왔다. 한편 정치권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7월 18일 정부가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그동안 방치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한국 일터 괴롭힘, EU국가들 2배

정부는 한국의 일터 괴롭힘 피해율이 업종별로 EU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3.6~27.5%로서 2배 이상 높은 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점, 일터 괴롭힘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문제가 심각한 점, 직장 괴롭힘 피해자의 자녀가 학교 괴롭힘의 피해자로 대물림되는 점 등을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을 정의함으로써 문제에 개입할 계기를 마련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터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 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또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에 노출되기 쉬운 불안정 노동자(파견 노동자,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이 대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노동자가 일터 괴롭힘을 인지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진다. 이전까지 이 사회에서 일터 괴롭힘 문제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특정 개인, 회사의 일로 치부되어 오면서 피해자들 역시 민간단체인 직장갑질119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8월부터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나 직장 동료 등 누구든 범정부차원으로 운영하는 신고센터에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용자에게도 일정 책임과 역할을 당부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사업장에서는 일터 괴롭힘 신고·대응부서를 설치하거나 지정(노사협의회, 인사·감사부서 등 활용) 하도록 했다. 하지만 범정부차원의 신고센터 설치가 예정한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사용자가 일터 괴롭힘 사실을 인지 또는 신고 접수 시 해당 사건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일 사업장에서 일터 괴롭힘 관련하여 관련 법 위반행위를 인지 · 신고 접수한 경우 정부가 직권조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 등도 이뤄진다.

또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한 사업장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필요 시 임시건강진단명령 등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시건강진단명령이 물리적 상해 위주로 진행되는 점을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확장해서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 또는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자 및 신고자에 대한 징계, 해고 등 보복행위 및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의 심리·경제·법률 지원프로그램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재해 문제에 있어서도 보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살, 우울증, 법정싸움 등 지원 넓혀

그동안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부상, 질병, 우울증 등을 산재 보상하는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했다. 또 법률적으로는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만 지원했다. 앞으로는 복직 소송 및 보복소송에 대응할 때도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가해 입증자료가 부족해 소송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위해 행정청이 직권·현장조사, 감사자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는 일터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피해자 의견을 들어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사용자가 피해자 불이익 처우 금지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 등 관련 법령을 어길 경우 형사 처벌, 과태료 부과 등 책임을 묻는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필수 기재사항에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의무, 예방 및 해결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가령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 의무, 괴롭힘 예방 · 해결을 위한 사용자의 책무, 괴롭힘 발생 시 처리 절차 및 조치, 고충처리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장 실태에 맞는 자율적 예방·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지원에도 나선다. 또 사용자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표준안과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과 관련하여 '간호사 태움'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아산병원처럼 병원 업종을 대상으로 TF도 수시로 운영하는 한편 '(가칭) 존중받는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정 선언'도 추진한다. 일터 괴롭힘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노동자 정신건강 연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대책을 실천하기 위해 일터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캠페인 등으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국회 등과 논의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터 괴롭힘 방지법 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이제는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정부의 이번 대책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일터 괴롭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정부와 사업주의 역할과 책임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정부가 대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예산과 인력 등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방향 정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고 집행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결국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제도 마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질적인 입법으로 나아갈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터 괴롭힘 예방을 특별법으로 해결하려고 모색 중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중 하나로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문제에 따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왔다. 이 점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시민사회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언론보도] ‘감정노동자 보호법’ 아니라 ‘감정노동 중지법’ 돼야 (매일노동뉴스)

‘감정노동자 보호법’ 아니라 ‘감정노동 중지법’ 돼야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9.06 08:00







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소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3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후속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6월18일 입법예고돼 10월18일 시행될 예정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758

[언론보도]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칬으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출근길, 나는 생각했다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②] 웹디자이너와 간호사 죽음의 연결고리

18.04.20 13:45l최종 업데이트 18.04.20 13:45l



나는 간호과를 졸업해 1년 8개월을 간호사로 일하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충동이 생겨 퇴사하였고, 2007년부터 약 10년간 웹디자이너로 일해왔다. 그리고 작년 초부터는 안정적인 월급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는데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우울증이었다.

http://omn.kr/r1rb

[현장의 목소리]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 2018.04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자동차 부품회사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비인간적인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2년 전 3월 17일 한광호 조합원이 노조파괴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맞아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숨진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추모하고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의를 모으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16일 집회 시작에 앞서 고 한광호 열사 2주기 투쟁을 비롯해 노조파괴에 맞선 지난 투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정훈 지회장을 만났다.

제2의 한광호가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한광호 열사 기일이 다가왔는데 이정훈 지회장과 조합원들의 마음이 어떨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광호의 원을 풀지 못해서 가슴 한쪽에 뭔가 응아리가 맺힌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광호의 한을 풀지 못한 것만큼이나 조합원들 중에 제2의 광호가 나올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다. 지난 2월에도 조합원들 중에 3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려졌다. 2명은 그나마 퇴원해서 통원치료 받고 있는데 1명은 아직 병원에 있는 상황이다. 노조파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조합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빨리 공개하고 후속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1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체 조합원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그런데 아직도 결과 공개를 안 해서 지난 2월 19일에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과정에서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내용을 구두로 전달 받았는데 고위험군 조합원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결과를 확인해야겠지만 노동조합은 노조파괴 투쟁 초기인 2011년과 2012년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에서 실태조사를 했을 때 보다 고위험군 조합원이 더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빠르게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금 유성기업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딴지를 걸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종 3개 병원을 지정해서 고위험군 조합원에게 필요한 치료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유성기업에서 그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계속해서 후속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정훈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유성기업의 끝없는 노조파괴가 조합원들의 생계와 건강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 한광호 열사 2주기인데 건강 실태조사도 조사지만 노조파괴 문제가 8년이 되도록 정리가 안 되다 보니까 조합원들이 생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노조파괴자 유시영 회장을 감방에 보냈는데 회사의 전혀 태도의 변화가 없다. 유시영 회장이 이제 4월 16일이면 만기출소 하는데 회사가 이판사판으로 가보자고 하니까, 조합원들은 이대로 아무런 변화를 못 만들어내고 끝나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마 별별 생각이 들텐데 노동조합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

광호의 한을 풀기 위해 다시 투쟁에 돌입한다

노동조합은 한광호 열사 2주기를 맞아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고 교섭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광호 열사 기일을 맞아서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대 하려고 기획하고 있는데 주체들이 먼저 투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지난 3월 12일부터 3월23일가지 노동조합이 속해있는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충북지부가 집회를 열고, 지역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파괴를 일정 부분 끝내기 위해 싸울거다. 노조파괴를 끝내지 못하면 제2의 한광호가 나올 수도 있다. 유성기업은 계속해서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동조합이 계속해서 교섭을 요구하자 설 명절 바로 직전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본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상견례 이후에 교섭을 요구해도 회사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본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3월 15일에도 본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역시 실무자 한명 내보내고 불참했다. 유성기업은 8년 동안 지금까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대화를 일체 거부하다 보니 지난 8년 동안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임금인상,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그 어떠한 약속도 받아낼 수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각종 징계와 일터 괴롭힘, 빈곤한 생활이었다.

“2011년에 금속노조 단체협약이 해지되고 임금협상도 8년 간 못하면서 조합원들은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살고 있다. 거기에 계속 파업 투쟁해야 했던 해고자 19명과 영동과 아산에 노동조합 간부 6명 활동비까지 조합원들이 책임지고 있다 보니 생계가 다들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쟁으로 노조파괴의 진실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비롯해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중 하나로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선정되면서 노조파괴와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사건이 있을텐데 그 중에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3월부터 6개월 동안 집중 조사한다고 하는데 조사 포인트가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어떻게 개입했나라고 들었다. 현대자동차와 창조컨설팅, 유성기업이 수십만 문건을 만들면서 노조파괴를 저질렀는데 왜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했는지, 유성 자본을 재판에 빠르게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노조파괴 주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 현대자동차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천막을 친 게 309일 정도 됐고, 농성을 한건 2년 가까이 되가는데 대화는 전혀 안 되고 있다. 우리는 뜬구름 잡는 듯 여기와서 집회하고 농성하는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 사옥 10층으로 유시영 회장과 창조컨설팅 심종두대표를 불러서 1주일에 1번씩 기획회의를 했다. 그 다음에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에 주던 납품대금을 기존 가격에 23% 올려서 더 줬다. 노조파괴에 필요한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조달한거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서 현대차 임원이 검찰로부터 기소 됐는데 현재 위헌 시비가 붙어서 재판은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대선 직후인 5월 검찰은 현대자동차 임직원 4명과 현대자동차 법인을 기소했다. 노동조합은 8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인 현대자동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잠시 재판이 중단되었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 법인이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해서 법인까지 같이 처벌하도록 하는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재판은 헌재가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인지 합법인지 결정을 내린 후에야 진행이 가능해졌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현대자동차 재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8년간 노조파괴문제로 투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다. 한 쪽에선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노동과세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2011년 지역에서부터 노조파괴가 시작되었다. 우리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조합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정부와 자본이 기획한 폭력이었던거다. 그래서 노조파괴로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들이 우리처럼 같이 싸워줬으면 조금만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러면 조금덜 힘들었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이렇다보니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많은 사람들에게 “너희는 왜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냐”는 질문을 받았다.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는 너무나 억울한 마음이 크다. 대체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나. 죄가 있다면 올해 유성기업이 58년 됐는데 여기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용역깡패가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 원통하고 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와중에 투쟁하면 투쟁할수록 우리가 주장하는 게 맞다는 근거 자료들이 계속확인되니까 거기에 또 분노하게 되고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정훈 지회장이 우리는 승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직 투쟁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승리감을 느낀다. 그동안 우리가 진게 없다. 어용 노조하고 싸워서 금속노조를 다수 노조로 지켜냈고 우리 투쟁이 정당하다고 세상 사람들도 법원도 인정해줬다. 힘든 길이지만 희망도 보이고 나름 쟁취감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8년이란 시간동안 벽에 균열을 내며 투쟁해왔던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반드시 승리해서 고 한광호 열사의 한을 풀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 2018.04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강민정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운영자


1. ‘무거운 짐덩어리를 어떻게 하라고’

과로 죽음 유가족과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 과로 죽음 유가족들이 지니고 있는 ‘복잡·미묘한 마음 상태’를 잘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크게 일어나자 혹자는 과로 죽음 피해자인 망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크게 표현하기도 하고, 과로하게 만드는 회사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커다란 질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로 죽음으로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 속에 숨어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의 ‘무거운 짐덩어리’가족의 과로 죽음은 늘 예견 없이 찾아온다. 과로 죽음 사건을 갑작스레 겪게 되는 대부분의 유족은, 죽음에 대해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일하다가 죽었는데... 이건 뭐지?’와 같은 약간은 ‘어딘지 명쾌하지 않은 감정’을 시작으로 일명 ‘과로 죽음의 뒤처리’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유가족은 장례를 치루며 사측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때 부검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매우 커다란 감정적,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노동조합이 있지 않은, 개별화된 유가족의 경우에는 그 동요가 더욱 극심하다.

“새벽에 야간근로 중 회사에서 그렇게 된거라고 갑자기 전화가 왔길래.. 우리 애기아빠가 그냥 사고는 아닌건가? 그런 찜찜한 생각이 계속 들긴 했어요. 근데 마침 회사에서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장례마치면 산재처리랑 전부 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발인 마치니깐 말이 바로 달라지더라고요. 알아서 하란거에요.회사에서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어쩌면 산재 안넣었을꺼에요. 내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키워놓은 회사인데... 내가 산재신청해서 그런 회사에 피해가 간다면 그건 남편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깐.. 근데 세상에..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니깐...어이가 없더라고요. 근데 뭘 어떻게 누구한테 이 문제를 말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장례를 치르고 가족이 없는 빈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가족의 황망한 과로 죽음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과로 죽음 해결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지식의 한계에 봉착한다. 나아가 가족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남에게 섣불리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고립된다. 앞으로 자신이 홀로 풀어나가야 할 ‘산업재해 인정문제’와 ‘회사 일은 혼자 다 하냐며 핀잔을 줬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라는 커다란 짐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오늘도 과로사·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사회에 무언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죽음사건에 대한 산재인정과정에서의 ‘무거운 짐덩어리’

과로사·과로 자살은 궁극적으로 인사노무관리과정에 생기는 산업재해로 의학적, 법률적, 사회학적 인과관계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절대 유가족의 경험에 근거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변호사, 노무사, 의사, 연구자 등 전문가들과의 결합 하에서만 온전하게 수행될 수 있다. 특히 의학적 진단과 사고에 대한 법률소송 진행은 제도화된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족이 독자적으로 진행이 어렵다. 이에 유가족들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선임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가족의 과로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늘 여러모로 바쁜 전문가들은 조력자일 뿐이다. 절대 알아서 잘해주지 않는다. 현재 과로사·과로 자살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산재처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줘야 하는 것은 온전히 유가족의 몫이다. 망인의 과로 생활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가족이기에, 자꾸만 관련 자료를 숨기는 회사에 대응하여 온종일 아니, 꿈 속에서도 과로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이 있을까? 이 자료를 가져다주면 도움이 될까? 망인의 목소리, 생활을 되짚으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장, 의견서, 진료기록감정서 등 관련 서류를 자세히 검토하고 끊임없이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며 발벗고 나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정신적,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 

아빠의 산재 인정을 준비하고 있는 딸 민희 씨(28세)의 자화상이다. 현재 그녀는 가족 중 가장 앞장서서 고군분투 중이다. 민희 씨에게 산재 인정은 늘 든든했던 아빠에게 ‘당신! 참 열심히 살았네요. 수고했어요.’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나무는 저에요.’ 라는 말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현 심정을 설명해줬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저는 나무인데 제 밑에 뿌리가 참 많아요. 뿌리는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산재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뿌리가 저의 양분을 뺏어먹고 있어요. 나무는 뿌리가 깊어지면 거기로 양분이 전부 가잖아요. 그런것처럼요. 아빠 사고 이후 산재를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어요. 노무사님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셔도 결국은 제 몫이거든요. 하루종일 어떤 자료가 유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자체도 스트레스에요. 답이 없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는게 너무 어렵고, 뭐를 준비해야할지 모르니 엄마와 분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내가 힘들다고 이미 시작한 이상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내 마음을 추스릴 시간조차 없어요.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가 다 없어질 것 같으니깐... 마음은 급한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풍성한 나뭇잎을 가진 조금은 슬프지만, 긍정적인 나무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비록 산재 인정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좋은 결과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가지에 싹을 틔우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에 대한 산재 처리 마무리 후의 ‘무거운 짐덩어리’

산재 인정결과는 그것이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유가족들의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승인된다면, 좌절감은 물론이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의 경제적 여건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승인된 유가족의 경우는 어떠할까? 혜원씨(48세)는 남편의 과로 자살에 대하여 산재 인정을 받은 후 3년 동안 지속적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것에 대하여 낙서하듯 작성한 그녀의 핸드폰 메모장에 그 이유가 있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물질적, 경제적 보상으로는 절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 즉,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아빠의 과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등 과로 죽음 이후의 가족해체 문제 등에 대해 늘 고민이었던 혜원 씨는 스스로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싶었던 것이었다. 산재승인 된 이후 3년 동안 혜원 씨는 사회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2. 무거운 짐덩어리 덜어놓을 수 있는 ‘유가족모임’

그렇다면 이러한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들의 ‘짐덩어리’를 덜어낼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유가족모임’이다. 일본에는 현재 약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존재한다. 공식명칭은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회(全国過労死を考える家族の会)’이다. 1981년 7월 오사카에서 과로사·과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노동조합, 유족, 변호사, 의료관계자 등 55명이 참가하여 ‘급성사등’ 산재인정연락회(急性死等労災認定連絡会)가 처음결성되었다. 이후 1988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협의회(過労死弁護団全国連絡協議会)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이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초창기에는 나고야, 도쿄, 교토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9년 각 지역 모임의 제안을 계기로 1991년 11월22일 근로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을 앞두고 전국 조직인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이라는 유족모임이 결성되었다. 

일본의 유족모임을 연구해본 결과 다음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었다. 

일상적인 연락 및 공동양육, 1박2일 캠핑: 유족모임을 통한 심리적 지원

지역별 유족모임 지부가 있으며 친구 혹은 가족에게 연락하듯 서로 간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도모한다. 나아가 공동양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다 함께 낚시, 스키 캠핑을 가기도한다. 아빠 혹은 엄마가 존재하지 않을 때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가족들은 소중한 가족의 과로사, 과로 자살이라는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유대감과 일치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 및 지지를 얻게 된다. 분명한 점은 다른 유족과는 달리 과로사, 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이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1박2일 학습회: 유족모임을 통한 지식획득

일본의 유가족모임은 1년에 한 번 1박2일 학습회를 진행한다. 전국의 유가족, 연구자, 기자, 변호사, 의사, 심리상담가, 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1박일 함께 숙박하며 과로 죽음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유족들은 같은 일을 경험한 타인으로서 다른 유족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학습회에서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앞으로의 대응원칙과 구체적인 대응 방향, 목표 지점을 공유하게 된다. 즉 과로 죽음에 대한 체화된 지식을 유족 간에 공유하는 한편, 경험적인 원칙을 스스로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로죽음에 대한 승소율 등도 높아지게 되며 설사 패소하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로사방지법제정: 유족모임을 통한 법·제도 개선

일본에서는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로사 방지법)(過労死等防止対策推進法)이 제정되었다. 이는 일본의 과로사 유족회가 해낸 일이다. 과로사방지법은 노동 관련 입법 중 유일하게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요청된 것으로 국회의원의 100% 찬성을 받아야만 제정이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에 일본 유가족모임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집중적으로 연 3회 집회를 여는 등 의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 특히 일본유족모임 대표 테라니시 씨를 중심으로 의원실에 직접 찾아다니며 과로사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물론 법적 근거 등을 설명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 교수진 등과 함께 했지만, 진정한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실태 설명, 산재 신청의 어려움, 인정받기의 어려움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볼수 있는 유족만이 할 수 있는바 유족회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의원들은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심각성을 인식, 100% 찬성을 받아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이뤄냈다.

유족들은 과로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의 당사자로 조직화하는 전후 과정에서 의식의 전환을 맞이 한다. 개인화된 유가족들은 개인화되었을 때보다 집단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겪은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고, 함께 법, 제도 등의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 법, 제도 개선이 된다면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화하여 나타날 수있다는 이점이 있다.

3. 한국 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2017년 7월, 한국에서도 첫 번째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있었고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매달 함께 모여 예술치료를 통해 심리치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로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지난 가을엔 다 함께 손잡고 단풍구경을 갔다 왔다. 모임 날에는 늘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모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족들 간의 관계도 깊어져 이젠, 모임에서 보이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안부를 걱정하기도 한다. 올 해엔 다 함께 힘을 합쳐 스토리펀딩도 준비 중이다. 과로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활발히 활동하자며 서로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일본 유가족모임과의 교류도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한국의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과로 죽음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덜어내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언론보도] 8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

8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3.29 08:00







2년 전 한 노동자가 자살했다. 더 이상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한광호 그리고 유성기업. 10년 가까운 노동쟁의 사업장, 구조적 폭력과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건.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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