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에세이] 은퇴 좀 하자!! /2016.3

은퇴 좀 하자!! 

- 일 없는 노년에 대한 오해

 


권종호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올해 명절에도 어김없이 고향집에 내려가서 볼멘소리를 한바탕 하고 왔다. 작년 부로 칠순을 넘기신 어머님께 농사일 좀 줄이시라고 매년 말씀드리는데 전혀 먹히질 않는다. 칠십 평생 농사일, 식당일 가릴 것 없이 해오신 어머님은 이미 성한 곳이 하나 없는데도, 일 그만두면 병난다며 한사코 하던 대로 하시겠단다.

"일 그만두면 병난다." 흔히 하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일하며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무서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묘한 설득력을 갖는 말이다. 왜 그럴까?


그만두면병난다?

은퇴 후 흔히 선택하는 아파트 경비직의 예를 들어보자. 뭐라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혹은 일이 없으면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비직을 시작하게 된다. 일 하게 된 이유야 어찌 되었건, “놀면 뭐해 일이라도 해야지, 이렇게라도 나오니 활동이라도 하지 안 그럼 병나뭐 이런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맞는 말일까? 교대 작업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고령자들은 이미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되도록 교대 작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교대 작업으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되어 경비근무 도중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죽는 날까지 일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총파업이 성사되기도 했다. 고령 노동자라고 차별받지 않도록 정년 연장을 통해 일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데도 총파업을 하다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럽의 경우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은 대부분 65세로 맞춰져 있다. 또한 연금을 통한 보장액도 OECD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은퇴직전 소득의 63% 수준을 보장해주고 있다. , 은퇴를 해도 상당한 수준의 소득이 사망 시까지 보장되는 것이다. 때문에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정년 연장은 곧 연금 수령 연령이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일방적인 국가의 긴축재정에 맞서 총파업까지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럽에 비하면 한국에서 퇴직 이후의 삶은 암담한 수준이다. 한국의 정년퇴직은 54세에서 60세 사이로 정해져 있고 연금 수령은 65세 이후부터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보장성도 은퇴 직전 소득의 25~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장 직장을 잃으면 연금 수령까지 10년 가까이의 공백이 있고 그 이후 연금을 받는다 해도 평균적으로 직전 소득의 25~30% 수준으로 생계조차 꾸려나가기 힘들다.

 

노년에 일을 가장 많이 하는데, 가장 가난한 현실


2015년 포브스 지는 한국의 노년 빈곤에 대한 OECD 통계 관련 보도를 실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년 인구의 빈곤율이 50%에 가까운 수준으로 OECD 평균 11.0%에 비해 5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바로 다음의 노년 빈곤율을 보이는 호주와도 15%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포브스 지는 이를 연금 제도의 미성숙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노년 소득에서 근로 소득 비중이 가장 큰 국가라는 점이다. ,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도 가장 가난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소득원 구성>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한국 다음으로 노년 빈곤율이 높았던 호주의 경우 가난함에도 노년에 일을 통해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일반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년이라 할지라도 일을 안하고 버틸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노년에 일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엄청난 빈곤율을 보이는 한국의 노년은 미성숙한 연금에만 그 원인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노년층 노동은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유럽연합, OECD와 비교한 한국 고령근로자의 고용관련 점수표>를 보면, 한국의 노년층은 EUOECD의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고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5~69세의 고용률은 43.8%로 다른 나라 평균 11.2%, 19.6%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일자리의 질을 살펴보면 임시직 비율이 36.7%로 다른 나라 평균인 6.7%, 8.7%에 비해 엄청나게 높고, 그러한 일자리의 월평균 소득은 청장년층의 82%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은퇴 연령 역시 한국 남성의 경우 71.1세로이다. 62.4세나 64.2세에 보장된 정년보다 오히려 빨리 은퇴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늦다. 종합하여 해석하면, 한국의 노동자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일반적 퇴직 연령인 55세 전후부터 실제 은퇴 연령인 70세까지 꾸준히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일자리는 임시직,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들로 빈곤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노인자살률 1위로로 이어지는 연쇄고리.


결국 이렇게 늙고 병든 몸으로도 일을 놓지 못하는 현실은 일 그만두면 병난다는 억지스러운 자조를 낳았다. 질 낮은 일자리로 인해, 일을 하면서도 해소되지 않는 경제적 빈곤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자살하는 한국의 노년층은 실제로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중추적으로 이끌어온 세대였다. 근면함을 미덕으로 알고 열심히 살았고 노후는 생각도 못 하고 기업과 직장, 나아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로를 버텨왔던 세대인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재벌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10조로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났지만 국가의 재정은 부채만 늘어가고 연금과 복지는 전혀 노년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늘고 노년 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이 늦춰지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로 보인다. 이과정을 먼저 겪은 유럽은 기존의 정년 연령에 맞춰 퇴직하고 연금 생활을 하려는 경향을 무마하기 위해, 오래 일 할수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고용을 보장해주고 노년의 신체 능력에 맞는 일자리로의 이직을 유도해 지속적인 근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한국은 앞서 보다시피 출발점이 다르다. 일찍 퇴직하면 편안한 연금생활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의 비정규직 혹은 적은 연금 수입에 의존하는 장기 실업 상태인 진정한 헬조선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일 그만두면 병난다라는 말은 누구라도 수긍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년의 근로는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도 없고, 임금 피크제로 임금을 줄인대도 일만 하게 해주면 고마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금 피크제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 힘을 얻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노년층 빈곤이지, ‘정년의 연장그 자체가 아니다. 다시 말해 현재 한국에 필요한 제도는, 임금을 삭감해 노년층을 더 활용고자 하는 질 나쁜 고용연장이 아니라, ‘노년층의 빈곤을 실질임금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생소한 이야기가 있다. 일을 그만두면 건강을 더 잘 챙길 수 있고 은퇴 후 남는 시간은 편안하게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그렇게 일찍 은퇴하고 싶어 한다. 한국의 현실은 그 당연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암담하다. 한 번뿐인 삶에서 노동의 시간은 정년 기간만으로 충분하고 그것만으로도 노후가 보장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러한 정책은 이미 가난할 대로 가난한 노동자를 쥐어짜서는 나올 수 없다. 그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기업과 정부의 고통 분담을 이제라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제 나이 들면 우리도 은퇴 좀 하자

 

 

 

[노동시간에세이]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2015.12

적정 소득, 노동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조성식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40세 미만, 주야 맞교대, 근무 월 250만 원 이상 지급.'

 

직장 근처 인력 파견 업체의 네온사인에 이렇게 쓰여 있다. 이 인력 파견업체에서 광고하는 곳에서 일하고 250만 원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일주일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을 일해서 250만 원이 월급이 노동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250만 원의 월급을 받으려면 보통 주 6일 하루 12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일주일은 주간에 12시간 일해야 하고 다른 일주일은 밤에 12시간을 일해야 250만 원의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결국 250만 원의 돈은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에, 연장 노동에 대한 가산, 야간 노동에 대해 가산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에선 많은 노동자가 저임금의 노동을 보충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고 거기에 심야 근무까지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주당 7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법에 맞는 내용일까?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조항, 얼마나 지켜질까

 

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한국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잘 준수되지 않아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 해당한다. 물론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형식적인 법조차도 없는 나라들보다는 낫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같은 법이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상태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지만 한 해에만 산업재해와 업무상 질병으로 한 해에 2000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그렇다면 노동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50조와 53조가 노동시간과 직접 관련된 조항이고 59조는 예외 조항이다. 이 법 조항들을 보면 한국의 정규 노동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할 경우에는 52시간까지 연장 노동을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인력사무소의 광고 내용 '주야 맞교대, 250만 원'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조장하는 광고인 셈이다.

 

한편 평소 노동부에서 정기적으로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근로감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지, 특례 업종이 아닌 산업에서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 경우 처벌을 하는지, 만약 처벌을 한다면 어떠한 처벌을 하는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로 언론 기사나 노동자들의 경험을 살펴본다면, 노동 시간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아마도 드물 것이다. 또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켜서 어떤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사업장이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알기 어렵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노동부에서 2012년에 발표한 자료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표는 2012년도 일부 사업장에 대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수시로 감독한 결과이다. 140개 사업장 중에서 124개의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독 결과에서 80%가 넘는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에는 대부분 가벼운 벌금조차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근로기준법 적용은 선명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법 조항이 있으나 마나 한 것처럼 대부분 사업장에서 무시하고 지키지 않고 있다.

 

 

<업종별 근로기준법 53조 위반 사업장 비율> (2012년 수시감독 결과)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저임금 체계라고 본다.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전일제 노동자 중위임금 3분의 2 이하) 비율은 25.1%OECD 평균은 16.3%인 훨씬 높은 비율이고 이는 OECD 국가에서 2위에 해당한다또 최저 임금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만일 2015년도의 최저임금인 5580원으로 주 40시간 일하고, 하루의 유급 휴일을 받는다고 가정해서 주 6일의 임금을 받는다고 계산하면 월 107만 원 정도의 매우 낮은 소득으로 살아야 한다만일 부부가 맞벌이한다고 하더라도 215만 원 내외의 낮은 소득으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연장근무 추가 50% 가산, 야간노동 50% 가산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물질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표준노동 시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72시간의 주야 맞교대 노동을 감내해야만 하는 현실이 한국사회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극이다. 그러면서 장시간·야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은 지속해서 손상당하고 있다건강해지려면 적절한 소득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 적절한 주거 공간에서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계절에 따른 여러 종류의 의복도 필요하고, 적당한 강도의 운동도 해야 한다. 적절하게 여가를 보내야 하고, 경조사를 비롯한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해야 하는데, 이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소득이 필요하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사회가 최저 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건강 최저소득'이라고 하는데, '건강 최저 소득'을 개념을 주장한 사람은 영국의 의사이자 보건학자인 '제리 모리스'이다. 한국에서도 이 개념에 따라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 생계비가 계산된 바 있다. 계산된 금액은 2009년을 기준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한 가구에 최소 약 250만 원의 돈이 매달 필요하다고 조사되었다2009년에 조사된 결과이므로 그간의 물가를 상승을 반영하면 2015년 현재는 조금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거로 판단된다. 6년간의 물가 상승률이 10%라면, 건강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한 가족의 월 275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보장하려면, 최저 임금으로 표준 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이상 일했을 때 '건강 최저 소득' 이상의 소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살려야 한다. 경제민주화!"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 학생,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출처 : 참여연대)

 

2013년 멕시코에 빼앗긴 'OECD 국가 중 평균 노동시간 1'2014년에 다시 되찾았다는 반갑지 않은 기사를 보았다. 또 유럽의 여러 국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에서는 주당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졸중이 증가하며, 주당 노동시간이 55시간이 넘을 경우 뇌졸중의 위협이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이 연구는 한국 사회와는 좀 맥락이 다른 면이 존재한다.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의 노동자들이 주된 연구 집단인데 서유럽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저임금 노동자보다는 전문직이나 고위직의 사람들이 성과를 높이고자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근로 감독의 수준도 한국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또 근로기준법을 강화해서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면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보고서도 한국노동사회 연구소에서 발간되었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 체계, 부실한 근로감독 시스템과 맞물려 노동자들의 건강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저임금 체계·제 역할을 못 하는 근로감독 체계가 맞물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를 비롯한 대중의 정치·사회적 요구와 투쟁이 시급하다.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과 관련한 조항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②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제52조제2호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③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정 2010.6.4.>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제3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연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그 후 연장시간에 상당하는 휴게시간이나 휴일을 줄 것을 명할 수 있다.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週)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노동시간에세이]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2015.9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일까? 내 상상엔 이렇게들 답할 것 같다.

 

초등학생 :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다.”
중학생 : “일하기 싫다.”
고등학생 : “글쎄 안 하면 좋겠지만, 조금만 하고 놀고 싶다.”
대학생 : “나도 일할 수 있을까?”
취업준비생 : “일만 하게 해준다면 24시간 한다.”
직장인 : “퇴근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하면 소원이 없겠다.”

 

이 질문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 세기 전 ‘노동’에 관심을 가졌던 사상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일치된 답변을 했다. 태양의 도시』의 저자인 16세기 사상가 캄파넬라는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시간은 하루 5시간 노동이라고 썼다. 15세기 철학자·정치가이자 신학자였던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은 오전 3시간과 오후 3시간, 합해서 하루 6시간 노동이라고 보았다. 당신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싶은가? 그리고 실제로 몇 시간 일하는가? 시간제 근무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하루 8시간 이상, 10시간에서 12시간 일하지 않을까? 물론 그 이상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최근 인터뷰한 여러 기업에서 실제 근무시간은 ‘나인 투 나인(9 to 9)',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2시간이 가장 많았다.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하는 데 바치는 셈이다.‘나인 투 나인’이 왜 나쁜가? 열심히 오래 일해서 승진하고 월급도 많아져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낡은 차도 바꾸면 좋은 삶이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긴 시간 노동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없을까? 건강, 가족과의 저녁식사, 아이들의 웃음소리, 친구, 영화, 산책, 운동, 여행, 늦은 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 읽기, 광화문 집회 가기...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노동의식의 역사

 

인간의 역사에서 ‘노동’이 오늘날처럼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불과 2~3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기독교 신화에 따르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낙원,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아무 일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의 노여움을  사 에덴에서 쫓겨나게 된 아담과 이브는 “땀 흘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으리라”는 저주의 메시지를 받는다. 이처럼 서구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기독교 사상에서 노동은 신의 처벌이었다. 중세시대까지 서구에서 노동은 사회적 하층계급의 의무였다. 노동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은 것이었다. 오죽하면 중세의 귀족들이 글씨 못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고 글씨를 쓰느라 모양이 망가진 손을 가진 이를 경멸했을까. 생계를 위해 글씨를 써야했던 사람들은 낮은 계급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자. 그들이야말로 선택받은 계급이었다.

 

동양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양반 남성들은 농사나 수공업에서 면제되었고 글을 읽을 자유와 책임이 주어졌다. 노동은 노비와 농민, 여성의 몫이었다. 한 예로, 『구운몽』, 『사씨남정기』의 저자 서포 김만중은 양반 가문이었지만 벼슬을 그만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의 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과거에 급제한 양반들은 관직을 얻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양반계급 남성들은 과거 준비를 하며 일생을 보냈고 먹고 살기 위한 농사와 길쌈, 수공업은 농민과 여성과 수공업자 그리고 노비들이 수행했다.

 

노동이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자 권리가 된 것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서구의 프로테스탄트혁명을 거치며 직업은 신이 내려준 소명(calling)이 되었고 부(富)는 근면의 표식으로 신의 선택을 예고하는 기호(a sign)가 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호는 고아나 가난뱅이, 알콜 중독자들을 가둬 강제노동을 시키는 구빈원(救貧院)에서부터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은 노동자가 될 권리를 부여받으며 노동자가 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 안의 일중독 DNA, 다른 욕구를 억압한다

 

한국인들은 오래 일한다. 세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휴가가 적어 연간 노동일수가 많고 1일 노동시간도 길다. 또 노동을 그만두는 시점, 최종 은퇴연령도 높다. 지난 세기말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의 퇴직 연령을 높여 연금 수급시점을 늦추려는 법안이 통과 되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저항이 있었던 데 비해, 한국에서는 노동자들 스스로 퇴직을 늦추고 싶어 한다. 70살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것이 내가 만나본 중고령 노동자들의 희망이었다.

 

한국인들이 장시간 노동지향의 DNA를 갖게 된 것은 20세기 산업화의 산물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압축적 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인들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길고 긴 레이스에서 쉼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그 결과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한 빈곤국에서 아시아의 용(龍)이 되었고 세계적인 대기업도 몇 개 등장했다. 인터뷰하며 만난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길고 늘 피곤하며, 가족과 함께하거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 중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임금이나 승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찬성하는 사람보다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사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도 걱정스럽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만난 한 여교사는 자신들은 오후 4시면 퇴근해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궁금했다. ‘4시에 퇴근해서 뭘 하지?’ 반대로 그녀는 한국에서는 7~8시에 퇴근한다는 나의 말(더 늦게 퇴근하는 곳도 많지만 말하기가 창피했다)을 듣고 물었다. “그 시간까지 회사에서 뭘 하나?”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모휴가 등 가족돌봄 시간을 넉넉히 준다는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에서 내 눈에 띄었던 것은 수많은 공원, 산책 나온 아이들과 부모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놀잇감이었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수많은 결사체들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은퇴한 노인들도 서너 개의 사회적·정치적 모임에 소속해 있으며 토론과 정치참여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을 비롯한 EU 국가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적 참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몇 해 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EU와 같은 설문조사를 했는데,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가족생활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많았지만, ‘사회 참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매우 적었다.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휴식과 가족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정치적 활동에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 것이다. 너무 긴 노동시간은 인간의 내면에서 다양한 욕구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짧아진 노동시간이 가져다 준 삶의 변화

 

노동시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나는 남성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남성들의 구술 생애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남성들이 어떻게 일중심적인 삶을 살게 되었고 그것이 한국의 남성성과 가족, 젠더관계에 가져온 변화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때 인터뷰한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Q. (과거에) 선생님은 일요일 날 쉬실 때에 보통 뭐하셨습니까?

박영수(가명) : 쉴 때 그때는 주로 자는 경우가 많았었어요... 그 전에는 주로 잠을 많이 잤어요. 피곤하니까... 주야간 하고 오면. 그것도 야근, 며칠씩 일주일 내내 야근할 때가 있어요. 그리되면 그 다음 일요일 날은 꼼짝을 못해요. 그냥 하루 죙-일 잤어요.

 

Q. 직장을 바꾸신 후, 좋은 점이랄까요, 그런 게 있으십니까?

박영수(가명) :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내가 책을 볼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금요일 날 5일 근무인데도, 우리는 한 십 년전부터 5일 근무를 했어요. 저는 금요일 한, 세시 되면 와요, 집에. 한가하니까. 그 대신 그 전에 일은 다해놓고 오죠.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아요. 근데 저 사람(부인) 같은 경우 토요일 오전근무까지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하고 시간이 안 맞아요. 어딜 갈라면 금요일 날 오후에 가면 딱 좋은데, 그럼 한 이삼일 쉬잖아요. 저 사람은 토요일 날 오전까지 근무를 하니까 오후 돼야 시간이 나거든요. 저 는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아요. 책도 볼 수 있고 밭에 정원에 쑥도 캘 수 있고, 나물도 있으니까. 가을 같은 때 밤도 딸 수 있고. 그게 한 가지가 제일 좋아요.

 

일요일만 되면 피곤에 지친 몸을 누이고 밀린 잠을자는 일상과, 주 5일제 근무로 책을 읽고 운동하고 들로 나가는 삶에 대한 진술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매우 다른 정서를 담고 있다. 때로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해야 하는 지치고 피곤한 모습과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을 쉬는 덕분에 책도 읽고 자연도 즐기는 서정적인 인간의 모습,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터뷰에 응한 박영수 씨는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다"고 되풀이했다. 일에서 벗어난 ‘시간’이 자기 삶에서 어떤 다른 의미를 갖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중독’은 일이 곧 자아의 중심이며 일 이외의 다른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태, 일이 없어지면 자신의 삶도 끝난다고 느끼는 의식상의 특징을 말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 역군이라는 이름 아래 일중독을 보편적 정서로 만들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일중독은 좋은 삶이라는 20세기적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00여 년전 토마스 모어나 캄파넬라는 어떻게 5~6 시간 노동을 주장했을까? 생산과 배분이 적절히 통제되는 사회에서는 부의 지나친 불균형을 막을 수 있고 덕분에 사람들은 너무 오래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은 사회적 불평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속의 일중독 DNA가 지워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시간 단축요구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

특집 2.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 2015.8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전주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지는 지루하고 소소한 싸움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하면 흔히 현대, 기아, 쌍용 등을 떠올리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갑을 오토텍, 동희오토, 한라공조 등의 생소한 이름을 가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이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 위해 들어가는 2만~3만 개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을 자동차 부품사라고 한다. 이 부품사들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작동하지만 이 기업들 사이에는 지배와 위계가 존재한다. 

기계를 완성하는 기업,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사이에 불공정 거래와 자본의 추가적 수탈이 가능한 것은 자본 그 자체의 힘이다. 그 위계들의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자들이 있고, 노동자들은 자본의 위계에 따라 또 다시 분할된다. 완성차 정규직-완성차 비정규직-협력사 정규직-협력사 비정규직. 여기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자동차를 만드는 검은 피부와 하얀 피부의 노동자들이 줄 세워진다. 

현대자동차, GM대우, 쌍용차, 기아, 르노삼성의 이름에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각기 구조조정과 정리 해고의 상처와 투쟁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동료들을 보내야 했고,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으로 동료들의 일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생산성 질주를 시작했고, 스스로 초국적 자본이 되었거나 초국적 자본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극에 달했다. '나도 언젠가는 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왼쪽 가슴에 지니고 일해야 했고 그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잔업과 특근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을 이끌고 있다. IMF 위기가 각인시킨 불안의 흔적이 장시간 노동으로 남아 '연봉 1억 원 현대차 귀족노동자의 신화'를 완성한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이럴진대 완성차 기업에서 물량 오더를 받고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실상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품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수십 년 일해 왔다는 것이다. 


"왜 여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싸움을 시도 조차 못한 거죠?" 

"인식을 못했거나 아니면 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들이 그러니까 심야노동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고. 사실은 저희들이 교육을 받기 전에는 심야노동, 오히려 야간을 뛰면 낮에 볼일도 볼 수 있고 더 좋은 거 같은데. 이렇게 심야노동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런 것들을 몰랐던 거죠. 또 야간 들어가야 돈이 되니까. 야간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또 장시간 노동? 장시간의 기준을 저희가 몰랐고 스스로도 이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각이나 이런 게 없었고. 그래서……예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일 했거든요." 

1998년 정리해고 도입이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자본은 보다 본격적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데 골몰했으므로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국가와 자본이 한목소리로 내는 경영합리화에 묻힌 소음에 불과했다. 

2002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되어 언론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축하했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줄어든 법정 시간만큼 더 많은 초과노동을 해야 했다. 고용불안을 떨치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초과노동을 온 몸으로 흡수했다.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해야 하지만, 자동차 자본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거래로 이뤄진 다단계 하도급 체계를 구축하면서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벌렸다. 

2006년 이후에도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요구는 이어졌다. 커다란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참으로 길게, 지루하리만치 요구했다. 이때 현장 노동자들 일부는 여전히 특근과 잔업을 하게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2012년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완성차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 변했을까? 보통 새벽1시부터 5시까지는 공장에 불이 꺼진다. 주야맞교대로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이 그나마 몇 시간이라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잔업이 줄었다. 무조건 8시간 노동하고 2시간 잔업하던 것이 이제는 잔업할 틈 없이 교대를 해야 하니 강제로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다 심야노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2조는 새벽 1시에 근무가 끝나고 1조는 6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여전히 야간노동과 새벽노동은 있지만 그래도 '노동자 모두가 잠든 시간'은 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음 겪는 사건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동료들이 모두 잠을 자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들 중 절반은 늘 깨어 있었다. 이들의 신체는 누군가 나 대신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길고 지루한 싸움은 완성차에서 부품사로 번지고 있다. 모두가 잠자는 시간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노동자들의 신체와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이 변화의 방향을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의 두 번째 싸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 일깨우기 

2012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같은 해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65시간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아니란다. 그러나 같은 해 금속노조가 조사한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2,856시간이었다. 

이들은 한국노동자들 평균 노동시간보다 800시간을, OECD 노동시간보다는 1,000시간을 더 일했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단축을 저지하고 있는 형세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왔던 이유는 자신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1 년에 1,00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했기 때문" 이었고, 다른 나라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려면 동료들의 장시간 노동이 보이지 않고, 내가 장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망각하는 상태여야 한다. 인간의 신체는 분명 고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자본의 속도에 맞추는 인간의 신체는 급격하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의 시간을 신체가 기꺼이 흡수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노동자들이 밤을 '심야노동을 할 수 있어서 수당이 붙는 쏠쏠한 노동시간'으로 인식했던 것은, 왜곡된 임금구조와 낮은 임금 때문이다. 화폐가 부르는 밤의 노래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굳은살은 노동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급기야 "견딜만 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화폐가 덧씌운 느낌,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을 제거한 통증 없는 상태에 불과하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유성지회의 싸움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목소리였다. 

"유성기업이 밤에는 잠 좀 자자,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라는 타이틀을 걸고 싸울 때 우리도 집회에 참여했어요. 이렇게 싸우다보니 조합간부와 임원이 느낀 거죠. 아~ 밤에 왜 일을 해야 하나." 

주간연속 2교대제를 경험하고 있는 자동차 노동자들은 이제 다시는 심야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이미 장시간 노동이라는 통각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잠자는 밤 시간'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만든, 싸워서 다시 찾은 공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노동시간 단축의 교전-제2라운드 

그래서 잠을 자는 시간은 이제 자본이 멈춘 시간이 되었다. 자본 측이 이를 그냥 두고 볼리는 만무하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고, 이윤이란 시간당 생산성의 증대다. '시간이 줄었으니 생산성을 더 올려라.' 다른 한편 잠을 자는 시간은 노동자에게는 심야수당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자들은 밤 시간을 두고 갈등했다. '밤에는 잠을 자야지'와 '죽으면 원 없이 잘 텐데, 임금이 줄면 안 된다' 사이의 간극은 1,000시간의 초과노동을 수 십 년 일한 만큼이나 깊다. 이러한 갈등을 파고들어 자본은 생산성과 임금을 연결하고자 했다. 

"임금보전 수준은 생산량 보존 수준과 연계하는 것이 회사의 기조다. "(Q사 관리자) 

완성차와 부품사 지회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없애고, 노조교육시간을 근무시간 밖으로 내밀면서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것도 모자라 "숨어있는 여유율"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였다. 노동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UPH(시 간당 생산대수)를 10~15% 올렸다는데, 이 정도는 현장 노동자들에겐 "더는 못 올리는" 수준이다. 

완성차를 필두로 부품사들의 합의 과정에서 잡음이나 소란은 없었다.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싸움치고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완성차가 그렇게 매듭지었다. 생산성의 증대와 임금보전,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요구를 적절하게 조정했다. 완성차의 합의안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두 번째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선도적으로 전개하고 본격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패배다. 현대차 자본이 개입하고 공권력이 실행한 폭력은 주간연속 2교대제의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가 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50명이 넘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유성기업의 투쟁에 대해 기묘하리만치 함구했다. 완성차 지부의 타결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타격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게 된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성의 이데올로기에 잠식된 현장에 있다. IMF 위기를 겪은 지금의 노동자들, 그 위기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자본의 생산성 증가 요구를 노동강도 강화로 흡수했다. 고정급이나 기본급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인 요구보다는 잔업과 특근에 따른 보상적 임금을 요구했다. 연쇄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우리의 일터'라는 집단적 공간성에 균열이 심화되었고, 그 틈으로 생산성 이데올로기가 초과수당이라는 개별적 성과주의로 채워졌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기조는 "물량 수평이동" "임금 수평이동" 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임금은 보전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시간당 물량은 더욱 늘어났다. 임금은 하락하지 않고 고정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물량이란 몸이 견디는 한 더욱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작한 싸움이 생산성을 둘러싼 교전으로 역전되었다. 

우리가 임금을 보전 받으려면 사측이 요구하는 생산성도 보전해주어야 한다는 기묘한 평등주의가 자동차 공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조와 2조 시간을 각각 8시간, 9시간으로 도입했지만 2016년 이후부터 8시간, 8시간으로 더 낮춰야한다. 지금의 기묘한 평등주의 논리 하에서, 1시간 더 줄인 만큼 1시간 분의 노동강도를 더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노동강도로 흡수하지 않은 단 1시간을 확보하는 싸움은 이 평등주의를 깨야만 가능하다. 

개별화된 임금을 전체의 보편적인 임금구조로 바꾸는 것, 시간급제가 아니라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바꾸어야만 한다. 생산성의 이데올로기를 깰 수 있는 지루하고 소소하고 지속적인 잡음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임금과 생산성의 고리를 끊어낸 '단 1시간' 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2라운드를 고민할 시간이다.

[연구 리포트] 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 2015.2

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주말노동은 노동자를 우울하게 만들까?

 

그 동안 연구소리포트를 통해서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었지만 ‘노동시간과 건강’에 대한 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노동시간 문제로 사용된 항목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또는 교대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노동시간 길이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는 비단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배치될 것인가 뿐 아니라, 1주일 중 어느 때에 배치될 것인지, 배치가 규칙적인지 또는 불규칙적인지, 휴일과 연중의 휴가는 어떻게 주어지는지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비록 주5일제도가 법제화되었지만 주말 노동은 ‘연중무휴’ 사회인 한국에서 아직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연구는 주말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이 있을지, 만약 전체 일하는 시간이 같다면 주말에 일하더라도 정신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시행된 연구이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취업자근로환경조사’의 2011년 자료를 이용하여 전체 50,032명의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29,7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주말노동은 “지난 한 달간 토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와 “지난 한 달간 일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 라는 두 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이용해 지난 한 달간 토요일 또는 일요일 근무가 없었던 집단, 1~4일, 4일 이상인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우울증상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개발한 ‘웰빙지수’ 설문을 이용하였는데 지난 2주간 ‘나는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와 같은 5가지 항목에 대해 ‘항상 그랬다’부터 ‘그런 적 없다’까지 6개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고 총점을 구하도록 되어있다. 다른 연구에서 우울증의 선별점으로 제시한 7점미만인 경우에 우울증상군으로 정의하였다. 우울증상에 영향을 함께 줄 수 있는 성별과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소득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주당 노동시간, 정규직·비정규직, 직업군, 회사규모,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 유무를 보정하였다.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집단을 기준집단으로 하여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에 우울증상을 가지게 될 위험도를 제시하였다.

 

누가 주말노동을 하는가?

 

전체 연구대상 노동자 중 지난 한 달간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는 40.7%, 1~4일은 46%, 5일 이상 주말노동을 한 경우는 13.3%로 약 60%의 노동자가 지난 한달 간 한번 이상의 주말노동을 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고, 월 소득이 250만 원 이상인 경우가 그 이하인 경우보다 주말노동을 하는 비율이 낮았다. 근무시간이 길수록 주말노동 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졌고 교대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결혼상태/학력/월소득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직업특성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주말노동과 우울증상 사이의 관계

 

표 1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위험요인이 있는 해당집단의 결과 즉,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분석 결과, 남성의 경우 주당노동시간 이외의 다양한 직업적, 인구학적 요인을 보정하였을 때 주말노동이 없는 군에 비해 주말노동을 1~4일 하는 군이 1.4배, 주말노동을 5일 이상 하는 군에서 1.6배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각각 1.3배, 1.4배가량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 만약 주당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하게 되면 비차비는 약간씩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표 1. 주말 노동자의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성별

주말노동 여부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1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2

남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

1.43 (1.241.65)

1.36 (1.181.57)

 

주말노동 5일 이상

1.58 (1.301.92)

1.45 (1.191.78)

여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

1.34 (1.131.58)

1.32 (1.121.58)

 

주말노동 5일 이상

1.38 (1.091.74)

1.36 (1.071.73)

* 비차비 1은 성별, 연령, 소득, 정규직/비정규직, 직업, 야간노동 포함 교대제를 보정하였고 비차비 2는 이 항목들에 주당 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함

 

연구결과 살펴보기

 

1) 우리나라의 주말 노동

주말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분석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역시 주말노동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주말노동일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노동시간 단축운동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가 주말노동과 우울증상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득을 3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는 주말노동이 가장 적었고,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중간 그룹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이는 주말노동과 동시에 수행된 장시간 노동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가족안에서의 남녀의 전통적 역할분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주말노동은 우울증상과 관련이 있다. 왜?

본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말노동은 높은 노동강도와 부족한 휴식시간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로서 주말에 일하지만 다른 요일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는 경우보다는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까지 특근을 하는 경우가 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이 고되고 휴식이 부족하면 자연히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고 피로와 건강문제는 우울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두 번째는 주말노동이 일-삶 균형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2004년 주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이 처음 도입된 이래 점차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전체적인 사회의 일주일 사이클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휴식과 재충전, 여가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과 친구 등 여가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사이클이 맞지 않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상을 가져왔을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에서 주당 노동시간을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우울증상 위험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노동강도와 휴식의 부족뿐만이 아닌 일-삶 불균형과 같은 다른 유발 경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주말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말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노동시간 단축운동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 본 연구결과는 국제시간생물학회지 2014년 10월호 (Chronobiol Int. 2014 Oct 7:1-8.)에 실린 내용입니다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 2015.1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조성식 회원



몇 달 전 실험실에서 실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수검진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실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대학원생은 특수검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진에서 한 대학원생이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문제가 아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의 스트레스는 교수의 갑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많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 장시간 일하고 있고, 지도교수의 개인적인 잔심부름과 같은 학업과 무관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험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직무스트레스를 자세히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직무스트레스를 좀 더 학술적으로는 살펴보자.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는 “직무스트레스란 업무상 요구사항이 노동자의 능력이나 자원, 바램과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유해한 신체적 반응”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란 업무내용, 업무 조직 및 작업환경의 해롭거나 불건강한 측면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생리적 반응 패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직무스트레스는 뇌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문제, 산업재해 발생을 증가시킨다.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위한 모델에는 직무요구·통제 모델과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 조직정의 모델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가 개발되어 있다. 조사는 주로 설문지를 통해서 하게 되는데, 직무요구·통제 모델은 직무요구도가 높으면서도 본인이 업무를 통제할 권한이 없는 노동자들이 겪는 직무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고,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은 본인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그로 인한 보상(금전적 보상이외에도 심리적 만족과 승진과 같은 자기발전의 기회도 포함한다.)이 적은 경우에 겪는 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다.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는 물리적 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성, 관계 만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평가한다.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에는 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은 거시적인 해결 방안부터, 회사 내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 단계의 개입, 그리고 운동, 인지행동치료, 명상과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 개입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손쉬운 개인적인 중재 방안에 많은 관심과 노력이 치우쳐져 있는데, 직무스트레스의 근원적 해결 방안인 사회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에 보다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직무스트레스 예방대책은 산업안전보건법(규칙)에 규정되어 있는데, 예방대책이라 하기에 한계는 명백해 보인다.


제669조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전업(專業)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하 "직무스트레스"라 한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 법 제5조제1항에 따라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작업환경·작업내용·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장·단기 순환작업 등의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

2. 작업량·작업일정 등 작업계획 수립 시 해당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할 것

3. 작업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4. 근로시간 외의 근로자 활동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

5. 건강진단 결과, 상담자료 등을 참고하여 적절하게 근로자를 배치하고 직무스트레스 요인, 건강문제 발생가능성 및 대비책 등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

6. 뇌혈관,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시행할 것


우선, 직무스트레스의 범위를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으로 한정하여 지나치게 협소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직무스트레스를 어떤 노동자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중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야간작업 노동자들에 대해 특수검진이 도입되었지만, 건강검진 조치 외에 야간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규제는 없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지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무스트레스의 대표적 사회적 요인인 불안정 노동의 규모가 대폭 줄어야 할 것이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없애야할 것이며, 갑들의 횡포를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직무스트레스의 어느 모델에 기반 하더라도, 그들이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 역시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에 만연한 장시간·저임금 노동 역시 가장 중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또 갑들의 부당한 횡포를 사회적으로 막을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직무스트레스의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터> 통권 132호 / 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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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2. 자살과 죽음

3. End 2014, And 2015


03

[뉴스] 

현대중공업 단협에 ‘노조 작업중지권’ 첫 규정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산재인정투쟁  l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최진일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l 정하나


14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l 재현


18

[연구소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l 김형렬, 최민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l 쌀집아재


30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l 조성식


32

[작업중지권 기획]

사용중지와 작업중지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4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자본주의 시간경제에 가려진 그림자 시간노동을 찾아서  l 노동시간센터(준) 김보성


38

[문화읽기]

노동개혁? 있는 거나 제대로 보호하시지!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부가 말하는 2015년 노동·비정규직 대책이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을 다녀와서  l 이태진


44

[이러쿵저러쿵]

아이의 탄생과 육아  l 곽경민


46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l 경기이주공동대책위원회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A-Z 노동이야기]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그의 노동은 / 2014.10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그의 노동은

'건축 설계사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장



초과노동 200시간, 병 나는 게 당연


30대 후반, 이승현(가명) 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제법 큰 규모의 건축 설계회사에서 10여 년째 일하고 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대학에 가고, 전공 살려 대기업에 취직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니 꽤 안정적인 인생이다. 


그런 이승현 씨가 얼마 전 아주 호되게 열병을 앓았다.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걸을 수조차 없었다. 뇌수막염이 아닌가 걱정됐지만 아직 취학 전인 아이가 셋이었다. 부인은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야 했다. 혼자서는 병원에 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아파, 주말 내내 집에서 끙끙댔다. 그렇게 이틀을 내리 앓고 나니 열은 떨어졌는데 월요일 출근하자 온몸에 반점이 올라왔다. 덜컥 겁이 나서 그제야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했다. 다행히 열이 떨어졌으니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 했고, 그 뒤로 잘 회복되었다. 


아직 어린 셋째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은 것 같다며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냐는 의사 말에 이승현 씨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전 달 초과 근무가 200시간이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로 치면 근무 시간을 모두 합쳐도 200시간이 안 돼야 맞다. “초과 근무가? 정규 근무 빼고?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이 나오지?” 하는 질문을 혼잣말처럼 계속 터뜨리는 내게 덤덤하게 답한다. 


“새벽 4시에 퇴근하고, 그날 아침에 다시 9시까지 출근하면 그렇게 되지요. 주말에도 출근하고요. 그 와중에 3일 휴가도 다녀왔다니까요. 물론 매일 그렇게 사는 건 아니죠. 그렇게 어떻게 살겠어요. 1년에 3-4번 정도 큰 프로젝트 할 때만 그렇게 심해요. 1-2달 정도?”


1년에 3-4번, 각각 1-2달이면 1년에 절반은 이렇게 산다는 거 아니냐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당연히 저도 쉬고 싶죠.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 아프고 나니 정말 몇 달 쉬고 싶더라고요. 와이프한테도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나 이렇게 못 살겠다, 쉬고 싶다. 그런데 와이프는 불안한가 봐요. 한 번 쉬면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 저는 사실 몇 달 쉬어도 충분히 재취업하거나 새로 시작할 자신이 있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안 그런가 봐요.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데 말리더라고요.”



회의하다 회사에서 자살했다는 선배 이야기


“사실 저보다 더 심한 사람도 소개해 드릴 수 있어요. 주변에서 누가 심장병이라더라, 누구는 자고 일어났더니 죽었다더라 이런 흉흉한 얘기가 많아요. 일의 양이 많기도 하고, 경쟁이 심해서 스트레스도 심하죠. 최근에 제일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저희랑 비슷한 규모의 꽤 큰 회사에서 임원진 회의 하던 도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그대로 회의실 창문으로 걸어가 뚝 떨어졌다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를 바이러스성 열병에 걸리게 했던 것은 병나기 직전 그가 이끄는 팀이 맡았던 경쟁 입찰이었다. 


“공공기관에서 건물을 짓기로 했어요. 이 경우에는 설계만 가지고 먼저 공개 입찰을 했지요. 거기서 설계를 선정하게 되면, 그 설계를 가지고 다시 건설사를 입찰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이때는 건축 설계랑 건설사랑 개별로 선발하는 거죠. 설계에 세 개 회사가 경쟁 붙었는데 다행히 됐어요. 병나도록 일했는데 떨어졌으면 속상했겠죠.”

 

다행히 이승현 씨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나머지 두 회사에서도 그의 회사와 비슷한 규모의 팀이 꾸려져 그들도 한 달에 200시간 초과 근무를 했을 것이다. 그 중 한두 명은 이승현 씨처럼 병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랬는데도 입찰에서 떨어진 그 회사 팀장은 회의 도중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투명하게 결정한답시고 이렇게 경쟁을 시켜요. 서류 심사 같은 걸로 2팀으로 미리 줄여서 경쟁시킬 수도 있는데 괜히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거잖아요. 꼭 이렇게 안 해도 돈 줄이고 투명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거 같은데. 나 시키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계획 세우는 사람들이 책상머리에서만 일해서 그래요. 자기들이 일을 만들면,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거죠.” 



어디 가세요? 퇴근 하세요?

 

발주자가 이렇게 설계사와 건설사를 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에 맡기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일명 턴키(Turn-key, 일괄수주) 방식이 있다. 자체적으로 설계 회사도 가진 재벌기업이 아니면, 건설사가 설계회사와 팀을 이뤄서 경쟁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설계비와 시공비가 모두 합쳐져 입찰 규모가 어마어마해지고, 건설사가 이 경쟁에 목을 매게 된다. 그러면 건설사까지 그의 상사가 된다. 건설사에서는 대리를 한 명 파견해 설계회사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지 감시한다. 


“턴키 설계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모아 큰 방을 하나 쓰거든요. 20명 정도가 한 방에서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일하는 거죠. 그러면 건설사에서 대리를 한 명 보내요. 사실 그 사람이 정말 대리인지도 모르겠어요. 비정규직, 알바 쓰는 거 아닌가 몰라. 아무튼 대리 한 명이 나와서 뭐 하는지 아세요? 그 턴키 방 출입구 앞에 책상 하나 갖다 놓고 앉아서 엑셀 파일 만들어, 우리 턴키 팀 직원들 출퇴근 시간을 적는 거예요. 설계하는 기간 동안 그 일밖에 안 해요. 

밤에 나가려고 하면 ‘어디 가세요? 퇴근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아뇨, 커피 마시러 가요.’ ‘에이, 가방 가지고 가시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이런다니까요.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면 ‘어제 그 때 바로 퇴근하셨죠?’ ‘아니요.’ ‘에이, 제가 보니까 안 들어오시던데.’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하하하.” 


유머감각이 있는 이승현 씨는 건설사 직원과 설계회사 직원 사이의 실랑이를 능청스럽게 흉내 내며 재밌게 얘기했지만, 12시 전에 퇴근하면 일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니냐고 설계회사 사장이나 팀장에게 항의하고, 심지어 설계팀 직원들이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계약금보다 덜 지급하려는 건설사의 횡포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승현 씨도 젊었을 때는 건설사 직원이 말려도 ‘나는 피곤해서 더는 일 못 한다, 사장이나 팀장이랑 얘기해라’ 하고는 집에 가버리곤 했다. 그러나 사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제 저도 슬슬 간부급이에요. 나이가 드니까 조금씩 달라져요. 연차가 높아지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에서 받는 평가 중 충성도 부분이 늘어나요. 젊은 직원은 그 사람이 회사에 충성하냐 아니냐는 안 중요하고, 일만 제때 잘하면 되거든요. 그 때는 저도 건설사 직원 신경 안 쓰고 집에 일찍 가고 그랬죠. 나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그런데 임원이 되어 갈수록, 능력 못지않게 충성도가 중요한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 못 하죠. 아래 후배들이 그렇게 집에 가면 저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출처 : v3wall.com


아직은 욕심도 있고, 꿈도 있어요


모든 건축 설계사가 이승현 씨처럼 사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에서도 그는 큰 기획을 담당하기 때문에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예를 들어 그가 이번에 기본 컨셉을 잡고, 큰 틀의 설계를 해서 입찰을 따내면, 그다음에 일을 이어받아 구체적이고 자잘한 설계를 하는 팀도 있다. 그 팀은 일도 적다. 대신 돌아오는 성취감, 회사에서의 인정, 급여도 적다. 


“그래도 저는 아직은 버틸 수 있고, 욕심도 있으니까 이렇게 남아서 오버하며 일하는 거죠. 아직은 할 수 있고, 좀 더 해내고 싶으니까. 회사 내에서도 좀 더 편한 부서가 있고 나가서 제 사무실 내고 다세대 주택이나 작은 상가들 설계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아직은 이게 재미있어요.”


이런 욕심과 꿈이 이렇게 경쟁적이고 이렇게 쥐어짜는 시스템에서도 승현 씨가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동력일 것이다. 이승현 씨가 지금 직장에서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면서도 꿈과 열정을 담아 설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몇 달은 쉬고 싶은 것 역시 승현 씨의 꿈과 욕심이다. 이런 꿈과 욕심을 일에서의 꿈과 욕심과 함께 채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숙제가 많아진 인터뷰였다.

[성명]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제도 확대가 웬말인가! 제도를 당장 없애는 것이 답이다!

[성명]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제도!

확대가 웬말인가! 제도를 당장 없애는 것이 답이다!


매년 2300여명의 산재사망, 9천여명의 산업재해 정부통계, OECD 1위 산재사망 공화국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재해의 일차적 책임은 기업에게 있지만, 기업이 보호와 예방을 위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8/25 산재보험의 개별실적요율제를 확대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통해 무책임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부는 개별실적요율제확대와 관련하여 현행 적용대상은 상시근로자수가 20명 이상 사업(건설업은 총공사실적 40억원 이상)으로 한정됨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그 대상을 10명 이상(건설업은 총공사실적 20억원 이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 및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확대를 선언한 개별실적요율제는 그동안 산재은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제도이다. 노동부는 그 도입 취지를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산재예방에 힘쓰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산재 발생 정도에 따라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감면해주다 보니 산재은폐를 위한 충분한 근거가 되어왔다. “개별실적요율제를 통해 작년 한해만 11,376억원의 산재보험료 할인의 혜택이 고스란히 삼성과 현대, LG, SK 20대 대기업에게 돌아가 2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과 비판에 대한 대책은 아무 것도 없이 제도의 확대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의 개별실적요율제확대는 그 자체로, 산재사망 공화국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공상으로 유도하여 산재은폐를 조장하고, 그것이 마치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것처럼 착시 효과만을 노리는 꼼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말 노동부는 산재보험 50주년을 맞아 산재은폐의 원인이 되고 있는 개별 실적요율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발표하며 대기업 산재보험료 감면 축소, 산재은폐 대책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의 시행과 더불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 등이 논의를 7월 말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노동부 스스로 진행했던 과정은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통상적인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수렴 기간도 5일로 제한하여, 초고속 규제완화를 진행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이지만, 그것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것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를리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크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보호와 예방의 책임을 망각하고, 오히려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입법예고에 반대한다. 이를 산업재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와 노동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개별실적요율제도는 당장 폐기하는게 답이다!


2014829

 

건강한 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마산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산업보건연구회,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언론보도]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2014.08.22,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762&page=1&category2=203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3)

 

엄정흠(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두원 정공 교대제 전환의 의의

 

1974년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주력 생산하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의 80% 가량을 두원정공으로부터 공급받으며, 나머지 20% 정도만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는 현재 사양부품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차종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및 북미 제외 지역과 전자식 연료분사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열대 및 극지방에 수출하는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이 부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일부 중장비 차량 생산과 이미 판매한 차량의 AS를 위해서도 이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두원정공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수요로 인해 업체의 전망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 두원정공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면접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역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량이 넘쳐나 하루 3~4시간의 잔업과 철야작업도 빈번히 했으나, 이후로는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겨난 문제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원정공에 먼저 찾아온 위기는 환경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199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두원정공은 경제위기를 맞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매출액과 이익은 1999년에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기회로 두원정공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양보교섭안을 모두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절반에 가까운 동료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작업장에서, 남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원정공의 이른바 민주집행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되었다. 민주노총 가입을 내걸고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두원정공 노동조합 집행부와 이후 민주집행부는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2002)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2003), 보쉬(Bosch)로의 매각 저지(2005)1) 및 신규 물량 확보 투쟁(2006) 등을 전개하며 무너지고 쪼개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지난 구조조정의 트라우마 속에서 물량을 사이에 두고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변모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노동조합의 헌신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현장은 차츰 복원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투쟁들의 승리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와 신뢰는 견고해졌다. 물론 두원정공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므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고용조정을 해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담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고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에 맞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하는 두원정공의 예고된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07년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토대 마련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201010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동시 도입을 성공시켰다. 아래 표는 노사합의 내용이다.


*2010년 제도개선 합의서 내용


1. 회사는 2010921(10월 급여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월급제를 실시한다.

 

1) 월급제는 시간외 수당 30시간을 적용 지급한다.

전 조합원에 적용한다. (관리직 조합원 포함)

교대근무자(2)는 교대근무수당으로 심야근로 3시간 30분의 50%를 지급한다.*

2) 근무형태는 8+8을 직도입한다.

3) 근태(지각, 조퇴 등) 관련 사항은 현행대로 한다.

4) 노사는 인원 이동 관련 성실한 협의를 통해 원활한 생산이 되도록 노력한다.

5) 특별부서(열처리, 보일러, 변전실)는 해당부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6) 월급제 시행 전후 중대한 문제 발생시 노사 협의하여 방안을 강구한다.

7) 기타 기본급, 통상임금 산정 및 근무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첨부1**을 따른다.

 

2. 월급제에 적합한 단일 호봉제를 201110월부터 실시한다.

 

1) 월급제 실시에 맞추어서 2010101일부터 단일호봉제 완성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팀을 구성 운영한다.

 

* 이전에는 오후 10시부터 420분까지 야간근무였는데, 12시부터 1250분까지의 식사시간은 무급이었으므로1250분부터 420분까지의 3시간 30분 중 50%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한 것.

** 첨부1은 임금계산공식 및 근무표 등.

 

자료출처: 노조 자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시스템은 여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마찬가지로 ‘10+10 교대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여져,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하게 나타났다. 아래 표는 OECD 최장시간 노동을 기록하는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두원정공 노동시간 추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이 사라지고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의 근무시간표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도입 논의 초기에 조합원들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동안 적응해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한편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두원정공 사측은 잔업 및 특근을 노사 합의 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인 920일까지 최대한 운영하다 21일부로 전면 중단해 실제로 임금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노조에 대한 불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물량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 및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갔다. 동시에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줌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은 아래 제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 3년째로, 제도가 많이 안정화되어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시간 및 임금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대체로 많이 가라앉았으며, 오히려 현장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삶이 더 만족스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를 통해 큰 타협과 양보 없이 원칙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계기로 노동운동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정작 그 원칙으로 상정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이른바 3무원칙에 철저히 입각하여 교대제 변경을 이뤄낸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3무원칙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이 사실상 새로운 근무형태 설계의 핵심 쟁점이며, 따라서 그만큼 노사간의 치열한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언론보도]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2014.08.13,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53&page=1&category2=203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1)


김경근(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시간 노동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평균인 연간 1700여 시간보다 500시간 정도 더 길게 일한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보다 자그마치 3달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은 몇십 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년 내내 일한다.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여겨질 것만 같았던 장시간 노동이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선거 캠페인이 등장했듯,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깨닫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과정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한편, 단축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 위기의 순간이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노동시간의 통제권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 노동시간은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같은 시각에 시작하여 같은 시간동안 작업하고 같은 시점에 일을 마쳤다면,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더욱 더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배치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나아가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개인별로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가 노동자들의 ‘시간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선택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관건은 노동시간의 통제권이다. 


장시간 노동의 원인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유독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임금 : 저임금과 낮은 기본급 


우선 임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적으며,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이다. 게다가 복지제도는 열악하다. 따라서 잔업·특근을 동반한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고임금 노동자도 잔업·특근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고임금이 잔업·특근의 결과라는 점, 즉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고임금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역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명목상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존재하지만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제도 자체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질적인 제재까지 미약한 것이다. 


거기에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다. 약속된 시간만큼 일하는 것은 이른바 ‘칼퇴근’이라 불리며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휴가 일수 자체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돈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관점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규범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일터에서 자본과 노동의 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소비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낙은 갖고 싶은 물건들을 ‘지르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힘들 때면, 물건을 사고 다시 행복해진다.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 중독’ 혹은 ‘소비와 노동의 악순환’으로 설명한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결국 임금을 받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 부여가 적으며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 커진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는 주장이 결정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한국의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노동현장의 권력 변화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공포와 불안에 의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차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의식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포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오래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IMF 경제 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극심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고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언제 일거리가 줄어들지, 일자리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잔업과 특근이 다 떨어져서 법정 노동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은 임금 자체가 워낙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불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시간 노동만이 곧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의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믿음직한 방패가 되지 못했고 점점 더 힘이 약화되어 갔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기업의 권력 강화 


무엇보다 일터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구조조정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자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에서,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선택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러한 자기 위안은 고용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IMF 위기 이후 재편된 작업장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시간당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다. 또한 소비를 좀 더 줄이려는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꿈꾸도록 강요당했다. 그러한 꿈에 익숙해지고 만족하게 된 것은 사후적인 결과일 뿐이다. 지금처럼 오직 장시간 노동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다른 꿈을 꿀 수는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업장 권력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시간의 중요성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일터에서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의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여가와 가족의 문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터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현재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본인의 건강과 여가 그리고 가족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고리이자, 둘 모두의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



[활동보고]노동시간센터(준) 연속토론회 첫번째 시간 리뷰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주최한 연속토론회

<한국 장시간노동의 원인과 해법-세가지 이야기>의 첫번째 시간이 

지난 7월 25일 금요일에 있었습니다. 






주발제자로 여성학 전공이시면서도 특히 여성노동에 연구관심을 갖고 계신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를 모시고 '장시간노동과 젠더 불평등' 문제에 대해

듣고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동시간과 젠더-일과 일상생활의 불균형, 성별 불평등은 어떻게 지속되는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주요 문제의식은 장시간노동체제는 여성들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핵심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정권이 밀고 있는 일-가족/삶 균형 프레임의 정책이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후 2회 3회 토론회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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