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11.14 탄력 근로시간제 확대 규탄 기자회견

노동자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추진 당장 멈춰라

근로환경실태조사를 이용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건강영향 분석 발표

 

 

일 시 : 20181114() 오전 10

장 소 : 청와대 앞

주 최 :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서비스연맹, 법률원), 과로사예방센터,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시간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노동자의미래, 대한불교조계종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사회진보연대(노동자운동연구소),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과건강, 전국학생행진, 집배노조, 참여연대, 천주교 노동사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진보연대

 

기자회견 프로그램

1. 탄력근로시간제의 제도적 문제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

2. 장시간 불규칙 노동의 건강영향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3. 탄력근로시간제 문제 현장 발언 1

안병호 (공공운수 영화노조 위원장)

4. 탄력근로시간제 문제 현장 발언 2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

5. 특례 59조 문제 현장 발언

김철호 (공공운수 민주한국공항지부 지부장)

6. 기자회견문

 

7. 퍼포먼스

 

 

 

 [기자회견문]

과로사, 과로자살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시도 즉각 중단하고,

무제한 노동 강요하는 노동시간 특례 전면 폐지하라

지난 10년간 하루에 한명, 매년 370명의 노동자가 죽도록 일하다가 죽어 나갔다. 산재보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무원, 병원, 교사, 특수고용 노동자의 과로사와 과로자살까지 노동자와 그 동료, 가족의 통곡과 눈물이 넘쳐났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었지만, 연장근로, 간주근로, 포괄임금제,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노동시간 특례 등으로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 국가였고, 매년 업무상 이유로 자살하는 노동자는 600명에 달했다. 장시간 노동은 교통사고, 의료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도 끊임없이 위협했다. 이에 과로사 아웃 대책위는 노동시간 양극화 해소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외국의 다수 연구에서 작업시작 9시간이상부터 사고율이 증가하고, 12시간 이상 노동은 사고위험을 2배로 증가시킨다. 11시간 노동은 심근경색이 3배가 증가하고, 당뇨병은 4배 증가한다. 한국의 근로환경 실태조사에서도 10시간 이상 노동이 주 2회 이상 계속되면 우울 또는 불안장애가 2.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연구보고는 넘쳐나는 것이다. 이에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부분적인 근로기준법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시행인 그나마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제도에 6개월 시정기간을 도입하더니. 급기야 정부와 국회는 최장 주당 80시간 노동이 가능한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자유 한국당과 바른 미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뿐만 아니라 올해 폐지된 노동시간 특례 업종을 부활시키는 입법발의조차 서슴치 않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명백한 재벌 청부입법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는 건설업은 매년 600명 산재사망이 발생하고, 지난 10년간 과로사 산재신청만 800명에 달한다. 과로사 산재신청이 많은 30개 기업 중 13개가 GS, 삼성, 현대, 롯데,SK를 비롯한 재벌 건설사들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는 조선, 화학 산단의 대 정비 공사는 무리한 공기 단축, 하청 고용과 더불어 장시간 노동이 심각하게 제기된 바 있다. 게임 산업은 소위 크런치 모드라 불리는 압축노동으로 넷 마블을 비롯한 과로자살의 심각성이 드러난 바 있다. 국회가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특례제도로 남겨 놓은 항공운송지상조업에서는 일일노동시간 상한 없는 연속휴식시간제와 인력충원 없는 근무표로 참혹한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고, 이한빛 PD의 죽음으로 실태가 드러나 올해 7월 특례가 폐지된 영화 방송에서는 여전히 하루 16시간, 20시간 노동이 지속되며 <탄력근로제>를 동의하라는 근로계약서가 횡행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주당 64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업들은 주당 80시간 노동까지 허용하고 있다. 1일 노동시간 상한이 없어 <24시간 노동>도 가능하게 하면서도, 처벌 조항 없는 임금보전조항으로 실질 임금은 줄어들게 된다. 또한,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현실에서 법전 상에만 존재하는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일터를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과로로 죽고, 자살을 결심하는 수 많은 노동자의 고통과 참극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인력 충원 없이 오로지 장시간 노동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 대기업의 살인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한 여야정의 <민생> 협의체의 어설픈 민생 놀음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에 과로사 아웃 대책위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탄력근로시간제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

국회는 재벌 청부입법 탄력근로제 확대 즉각 중단하고, 노동시간 특례 전면 폐지하라

재벌 대기업은 노동자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즉각 중단하라

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1일 노동시간 상한제 즉각 도입하고, 포괄임금제 폐지하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고, 과로사 예방법 제정하라.

 

20181114일 과로사 OUT 대책위


탄력근로과로사대책위기자회견문 최종.hwp


[언론보도]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오마이뉴스)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②] 우편업

18.11.07 09:58l최종 업데이트 18.11.07 10:13l




집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집배 노동자들과 여러 시민사회의 요구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만들어졌다. 10월 22일, 이들은 1년여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0년간 166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심혈관계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사고에 의한 부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http://omn.kr/1chtv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2018.10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낮 주인공 다카시는 약간 실성한 듯 기뻐하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마치 운동복을 입은 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고, 자유롭다. 그는 방금 사표를 쓰고 회사에서 탈출했다. 반인권적 괴롭힘과 출근과 퇴근 그리고 평일, 휴일이 구분이 없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것이다.


다카시를 바라보는 관객은 다카시와 같은 자유로움과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로 탈주의 욕망을 '쿨(cool)'하게 대변한다.

이미 관용어가 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당장 가능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듯하다. 일에 종속된 피폐한 삶이 워낙 비일비재한지라, 지극히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휴가나 휴일을 제대로 누려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방향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자면 밤낮없이 일하고, 자살까지 감행한 <잠깐만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다카시의 고뇌에 찬 결단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찜찜하다. 고뇌에 찬 결단이 분명 결단이 맞는데 말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마주 본다. 일은 삶의 일부도 아니고 분명한 대칭이다. '워라밸'의 목표는 일에 포식된 삶을 일로부터 분리하여 삶의 독자적인 것을 구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설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나, 노파심인지 몰라도 이러한 설정은 일이 삶에서 분리되어 노동자에게 주체적 영역이 되고, 일을 제외한 그 외의 삶만이 노동자의 주체적 영역으로 분리되는 기이한 이데올로기가 성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분리 사고는 일은 사용자에 처분에 맡겨진 비주체적 영역으로, 삶의 방치영역으로 고립될 수 있다. 어떠한 자에게 일은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어떤 자에게는 작은 부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크건 작건 간에 일은 삶의 일부이고, 모두 주체적 영역이 되어야 하며, 일관된 자기 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한 한편의 개량적 모색이기도 하고, 아예 현실을 은폐하고 현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노동은 소외되는 것이므로, 노동력에 대한가격에 대한 흥정이나, 그 외의 부수적 처우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노동소외 자체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일(노동)을 삶의 영역에서 분리하여 가능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자는 아예 노동의 소외를 언급할 근거도 없이 판매된 노동력에 대한 독점적 처분권을 자본(사용자)이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만을 주체적으로 처분 가능한 삶으로 규정하여 판매된 노동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개입을 원천적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일은 주체적 삶에서 분리되어 방치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카시는 맨 처음 자기 일과 삶을 일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일은 자기 삶의 일부 조차 될 수가 없었다. 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것이었다. 다카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은 삶 속에서 방치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다카시는 괴로워는 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엄두도, 시도도 하지 않는다.

종국에는 사표를 쓰고, 일을 삶 속에서 드디어 주체적으로 단절시켰다. 다카시를 응원 했던 것은 사표를 쓴 것이 아니라, 주체적 삶속에서 배치되는 일을 다시 용기 있게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시의 선택을 모두가 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치가 당연시되고, 탈주가 마냥 칭송된다면 도대체 정작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일은 짧은 시간만 하는 것이 답이고, 휴일과 휴가를 가능한 많이 향유하면 되는 것인가? 일과 삶은 분리된 것이고,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과 직장은 그저 호구지책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호구지책 이상의 일은 특정하게 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직장에서의 노동을 포함한 삶은 사용자의 것이고, 직장을 벗어나서야 온전한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 삶은 실제 온전히 자신의 삶일까? 노동시간이 짧건 길건, 여유롭건 고되건 간에 그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모두 다카시와 같이 먼 이국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과 삶을 가질 수 없기에 묻고 또 묻게 된다.

특집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 인터뷰

재현 상임활동가 


노동자 정신건강 관련해서 현장에서 함께했던 활동,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치유활동가 허윤제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1일 충남아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

"저는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두리공감은 충남도, 아산시, 금속노조, 공동으로 활동하는 현장, 개별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첫 활동은 지역에 있는 유성기업의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문제로 조합원들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면서였어요."

허윤제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것인가인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다치거나, 자살하는 경우를 해마다 보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게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는데 유성기업에서 한광호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위기 지원 활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활동으로 사람이 살아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노동자 개인적 원인이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현장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건 노동조건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거든요. 회사가 노동자에게 가하는 괴롭힘, 업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난 시간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에 5년 동안 꾸준히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어요. 개인, 집단 상담은 물론이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마음을 열고 힘들고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동조합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 안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업단을 구성하게 하고 늘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러다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일단 현장에서 상주하자는 생각으로 1주일에 2~3일 정도 내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함께 있으니까 경계심도 풀고 마음을 열고 각자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갑을오토텍 역시 직장폐쇄 이후였는데 투쟁 과정에서 분임조를 운영할 때라 분임조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합원들 상황을 같이 점검해보고, 몇 달간 집단 상담 등을 해왔어요."

유성기업의 경우 노동자들이 차량에 자살 도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베란다나 옥상에 있었다는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조합원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고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임시건강진단 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 역시 두리공감 활동가들이 함께해왔다.

모두가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문제

"개별 기업이나 자본, 정부, 지자체, 국회, 전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시각인 것 같아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게 만약 노동자가 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다쳤다, 그러면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질병처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서 업무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하면 정신건강의 원인이 현장에서의 상황 때문인지 개별적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개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개별의 문제라고만 단정할 수 있겠어요."

허윤제님은 일부 개별 기업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현장 내 자체적인 상담실을 마련해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대응하는데, 이 역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신건강을 돌봐서 생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예요. 회사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거부해요. 상담 과정에서 개인 정보도 많이 요구하고 나한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인사고과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모든 이야기를 다하겠어요.

심지어 저희 두리공감에도 말씀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으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허윤제님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노동조건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연구나 사례들을 전문가가 많이 발견해서 개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기업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문제

"유성기업 문제 이후로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어렵거나 뭔가 돌파구가 없을 때 정신건강 문제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인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계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실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거든요. 어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저희가 현장과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더 고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허윤제님은 이런 사례들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일상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거나, 고민하기 어려운 점이라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해결하려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담당자도 세우고 이 문제를 적극 고민이 가능하도록요.

그런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고민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두리공감에선 이제부터라도 현장 주체를 발굴해보자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시작으로 상담, 치유활동에 대한 양성과정과 매뉴얼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상당히 고무적인 게 유성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해 보겠다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에요. 처음에는 투쟁할 시간도 없는데 뭘 이런 거까지 해야 하느냐 이야기도 있고, 주요 투쟁 일정에 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된 거예요."

허윤제님은 갑을오토텍의 경우 투쟁 백서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상담, 치유 활동을 만들어가면서 주체 발굴 활동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가장 큰 원인

"현장에 가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실태조사 등을 해보면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여러 논문을 검토해보고 현장에 가서 봤을 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생계가 너무 힘들고, 고용이 늘 불안하고,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인식이 기업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산다고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라는 게 집단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우리를 탄압해서 힘들어도, 노동자들이 마음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투쟁해서 이기면 괜찮아 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공동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활동가의 의미

"제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상담사라거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는 활동이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그들에게 현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치유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특집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 2018.10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본인의 일, 직업에서 자부심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까?"
"혹시 로또에 당첨되어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매년 500명~600명이 일과 관련된 이유로 자살하는 한국에서 얼마나 되는 노동자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2017년 프랑스 민주노조총연맹이 프랑스 노동자 19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4%는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70.5%는 '일을 하면서 가끔 웃는다'고 답했고,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 이상, 자부심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이 넘었다. 39%는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지금의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¹⁾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정신질병 예방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이렇게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폭넓게 정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과 같은 중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을 떠올리게 된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보호 활동으로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 직업병 인정 등이 제안된다. 직장 내 스트레스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 사건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과 보상 역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논의는 업무 관련 정신질환이나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여러 모델을 활용하여 ▲업무의 양과 요구가 적당할 것 ▲업무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가능한 보장할 것 ▲고용 불안정을 가능한 낮출 것 ▲직장 내 조직 체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할 것 ▲업무환경이 심리적 안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할 것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을 제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 ▲평등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것 등의 과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전사회적으로 높아지는 고용 불안정이나,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 요구, 노사갈등이나 노조 탄압에 업무를 활용하는 행태 등은 모두 노동자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 제기가 더 높아져야 한다.

정신 질병에 대한 관심 역시 질병에 도달하기 전 상태인 소진 증후군, 병가 사용 증가, 업무 만족도 감소, 이직 의도 상승 등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닌 '소진 증후군'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명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노동자가 산업재해와 관련된 각종 보상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2011년 스웨덴에서 총 451건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병이 산업재해 승인 신청됐고, 이 중 70건이 인정되었다고 한다.²⁾ 보상에서의 확장뿐 아니라, 직종별, 세대별로 질병 이전의 이런 실태에 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개선을 위한 정부, 기업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토론돼야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보호를 사업주의 법적 책임으로 

이를 위해,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적 수준에서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 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보건조치' 조항에는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인간공학적 요인에 대한 조치는 담겨있지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다.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사업주의 의무를 가장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보건조치 조항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조치 의무를 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 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추가 제안>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물론 사업주에게 법적 의무가 부여된다고 현실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전체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영역 내로 포함하여 규율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럽 기업체 조사를 기반으로, 유럽 나라들의 직장 내 심리적 위험요인 관리를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나라에 따라 심리적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 수단의 차이가 크고,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가 잘 되는 나라가 심리적 위험관리도 잘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노동자, 경영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계획과 주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³⁾

개별 사업장의 과제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이 노사 간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사업장마다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직무스트레스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교육 활동,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연구, 조사 결과에 기반한 스트레스 저감계획 시행, 시행 이후 평가와 새로운 목표 설정 등이 모두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사업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할 일이 된다.

앞서 강조한 대로, 이런 활동이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체계 내에 통합되어 진행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예방 활동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의 중요한 안건이 되고, 법적 의무로 실시되는 안전보건교육의 일부로 직무스트레스 교육을 진행되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 관리나 술·담배 의존 관리가 노동자 뇌심혈관질환 예방 활동과 통합되고, 근골격계질환에 따른 통증 관리가 다시 정신건강 증진 활동과 통합되는 사업장 보건관리도 모색돼야 한다.

또, 노동자들에게 주요 스트레스가 될 문제들에 대해 미리 회사 차원의 규정을 수립해두는 것도 중요한 예방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내에 일터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은 일터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처리를 신속히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일터괴롭힘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인식을 높여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일가정양립과 관련한 정책, 업무 평가 등 조직 체계상의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미리 노사 합의로 수립되어 공표되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 정책과 법 개정에서 출발하자

사실 노동은 많은 경우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 급여와 복지 등 기본적 토대를 제공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한 노동자에게도 규칙적인 일상을 부여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일터는 살아갈 힘을 제공하기는커녕,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파탄내고,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노동과 자살이, 지금의 불안정한 노동 조건 아래에서는 지극히 가까워졌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노동자가 무한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혼자라고 느끼며 폭력과 모욕에 노출되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생산성과 이윤 대신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될 때, 혹은 최소한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냉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정부와 법적 차원에서 먼저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전향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 각주 
1) 황재훈, 프랑스의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시도, 국제노동브리프 2018.9,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재인용
2) 위의 글과 같은 재인용
3) https://osha.europa.eu/en/tools-and-publications/publications/management-psychosocial-risks-europeanworkplaces-evidence/view

특집1.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 실태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어디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실시한 정신건강실태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의 생산가능 인구에서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13.2%였다. 즉 15세에서 64세의 국민을 사망할 때까지 관찰하면 백 명 중 약 13명이 사망할 때까지 한 번은 정신장애를 앓는다는 것이다.

니코틴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하고 평생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주요우울장애로 5%였으며 다음으로 특정 공포증이 5.6%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5%였다.¹⁾ 2017년 취업자 수가 2,700만 정도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노동자들만이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많은 수의 노동자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도 규모가 작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 1~2위를 하고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 2016년 전체 자살자 13,092명 중에 약 44%인 5,709명은 직업이 있었다. 이 중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종사자가 1,38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단순노무종사자가 824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677명, 농림어업숙련종사자 677명, 관리자가 414명 순으로 많았다.

경찰청의 변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의 36.2%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로 자살을 하였고 23.4%는 경제생활문제로 자살을 하였다.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경우는 514명으로 3.9%에 해당하였다.²⁾ 주된 자살의 원인이 되는 정신과적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역시 직장에서의 고용불안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 자살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규모에 비하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 정신질환과 자살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찰청에서 2016년 자살 사망자를 분류한 바에 따르면 88명이 공무원이었고 이중 약 25%인 22명은 직장내 문제로 자살을 하였고 26명은 정신과적 질병문제로 자살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³⁾ 민간기업 종사자의 경우에는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 자료를 통해 그 일부나마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신청 건이 매년 200여건 정도로 전체 규모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에서 정신질환이나 자살로 업무관련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그 빈도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몇 가지 자료로 추정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용득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에서 11월까지 194건이 정신질환과 자살로 산재신청을 하였으며, 이중 112건이 승인이 되어 약 57.7%의 승인율을 보였다. 승인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적응장애, 급성스트레스장애/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으며 우울장애의 승인율이 56.7%였고, 불안장애는 상대적으로 낮은 승인율을 보였다.⁴⁾



이 표에서 기타로 분류된 99건의 거의 대부분은 자살일 것으로 판단되는데, 기타로 분류된 정신질환 중 49건이 승인이 인정이 되어 승인율이 49.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의 승인율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2017년 판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정이 이루어진 63건의 자살 사례 중에 23건이 업무관련성이 인정이 되어 승인율은 6.5%였다. 자살과 정신질환에 대한 승인율은 매년 증가를 하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2018년에는 1월에서 8월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승인율은 더욱 증가하여 75.7%에 이르고 있다. 즉,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청 건수와 양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진단명에 따라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급성스트레스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 원인이 되어 발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트라우마는 직접 죽음을 목격하거나 본인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정도의 충격을 말하는데, 동료가 산재로 사망하는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경우들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2017년 노동절에 발생한 비극적 참사였던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 당시 많은 노동자들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2018년 4월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를 목격했던 노동자 7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산재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 전형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노동자들에 대해서 응급처치와 같은 심리적 응급 지원(Psychological First Aid, PFA)을 하고 조기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적응장애는 외상후스트레스와 함께 '외상 및스트레스 관련 장애'로 분류되어 있는 질환이다. 즉,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외상후 스트레스의 전형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고 불안이나 우울이 나타나는 경우에 붙이는 진단명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적응장애의 승인율이 80%로 가장 높다.

전형적인 심리적 외상 사건이 아니더라도 폭언·폭행·성희롱이나 경영위기, 민원인과의 갈등, 업무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갈등, 원치 않는 일방적인 전환배치, 회사와의 갈등이나 업무 부적응, 괴롭힘 등이 노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적응장애의 주요 원인이었다. 노동자와 사업주의 진술이 다르거나 노동자들의 진술이 달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심리적으로 힘들거라고 예상되는 사건들이 그 원인이 된다.

우울증의 경우에는 직업적 요인과 관련한 연구도 비교적 많이 되어 있고, 외국에서도 업무상 질병 포함 여부와 관련해서 이슈가 집중되어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외국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리적인 요구도, 낮은 사회적지지, 노력-보상 불균형, 불공정성, 위협, 폭력 및 괴롭힘, 남성에서의 직업 불안정성 등이 우울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유병률이 높은 만큼 국내 정신질환 신청 사례 중에서도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신청 사례들도 주로 과도한 업무량,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정, 직장 상사나 동료·후배와의 갈등, 성추행이나 성폭행, 노사 갈등, 부당 전보나 부당한 업무지시, 법적 송사나 감사에 연루가 되는 등의 사건이 많았다. 노동자들의 우울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외상성 사건이 촉발요인으로 작용하여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하는 경우가많다.

자살의 경우도 우울증과 유사하다. 자살에 이르게 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가장 흔한 사례 중에 하나가 상사와의 갈등이나 괴롭힘이며 일방적인 배치전환 역시 주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팀의 인원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량이 변화하게 되거나, 마감이 몰리거나 클레임 등이 생기면서 업무의 속도나 활동이 변화하게 되는 등의 사건이 많다.

'비참한 사고나 화재의 체험, 목격', '신규사업의 담당이 되거나, 회사 재건의 담당이 된 경우',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을 당한 경우', '근무형태의 변화', '퇴직의 강요', '심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승진에서 뒤처지는 경우', '성희롱을 당한 경우', '상사와의 갈등이 있는 경우' 등이 주요 사건으로 이야기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이러한 사건 자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살은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기보다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살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무언가 스트레스가 될 만한 큰 사건을 겪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또는 이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좌절과 불안,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들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하며 심각한 우울증상을 보이던 노동자들이 병가를 가고, 병가에서 복귀하여 다시 극복해보려 하지만 다시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사직서를 내게 된다. 보통 이러한 노동자들은 완벽주의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업무 성과도 굉장히 좋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상사는 이들의 사직서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치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든가 '당신이 아니면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이 없다'면서 사직서를 반려하게 되고, 마지막 희망이던 사직까지 좌절이 되면서 노동자는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해서 스스로 분신을 하는 노동자,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가 크게 싸우고 바로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린 경비원,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을 맨 노동자, 지속된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리다 퇴근 후 집에서 목을 맨 노동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과 교수의 폭언에 시달리면서 친구에게 농담조로 우울증 약을 달라고 하다가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한 전공의, 외국 지사에서 발생한 제품 불량문제 해결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타지의 호텔에서 목숨을 끊은 노동자까지, 정말 다양한 죽음이 도처에 있다.

이러한 죽음을 살펴보다보면 자살 시도 자체가 가장 위험한 정신과적 증상으로 산재인정의 기준이 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⁵⁾에 해당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스스로의 죽음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컸다. '그 정도로 힘들면 그만 둘 수 있잖아'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는 판단과 실행을 못하는 상태가 자살 직전의 정신적 이상 상태'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어, 최근의 대법원 판례들은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나 정신병적 증상을 자살 산재인정의 주요한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해석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노동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4.10.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5.1.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등 참조)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같은 정신질환이나 자살과 관련한 사례들을 보다보면 이러한 스트레스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질환들이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건강과 불건강한 상태라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건강이 좋을 때도 있고 상대적으로 좀 기분이 가라앉거나 심리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선후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개인적 문제와 업무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을 수 있는데, 그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회복력이 있거나 그 상태를 헤아리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직적 지원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질환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정신질환과 자살의 문제는 지금까지의 직업안전보건에 있어서의 엄격한 '의학적 인과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게 된다. 원인과 결과라는 일대일의 대응 관계를 벗어나, 개인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인격권이라는 것이 근로계약 속에서도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이를 명시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노동의 형태와 근로계약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노동자성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커 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으로 가면 노동자이고, 퇴근하면 지역주민이라고 나누어서 정책적으로 개입을 하는 틀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 각주
1) 2016 정신질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2)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3) 2018 자살 예방 백서. 보건복지부
4) 정신질환 질병별 산재 승인데 대한 연도별 추이. 『정신질환 요양자료분석. 자살·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용득 의원실. 2018년 10월』에서 재인용
5)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살과 자해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을 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하는 법률과 시행령은 다음과 같다.
△ 산재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②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법 제37조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 행위를 한 경우
-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언론보도] 이혼해서? 가족이 자살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자살 산재 불승인 이유"업무상 스트레스 명확하면 정신병력 없어도 산재 인정해야" (매일노동뉴스)

[이혼해서? 가족이 자살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자살 산재 불승인 이유"업무상 스트레스 명확하면 정신병력 없어도 산재 인정해야"
  • 김미영
  • 승인 2018.10.04 08:00








사례 1 :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은 금융노동자가 5개월 만에 실적 압박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통상의 업무를 초과해 자살에 이를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볼 수 없다"며 산업재해를 불승인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11

[토론회] 자살 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자살 정신질환 산재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환 산재 판정구조와 지침 개선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


일시 : 2018년 10월 1일 (월) 13시~16시

장소 :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


주제발제

1. 정신질환 요양 자료 분석

- 이이령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2. 자살 자료 분석

- 김세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3. 법원 판결의 시사점과 판정위 개선사항

- 권동희 (법률사무소 새날, 공인노무사)


토론자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 주평식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최명선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권오성

공인노무사 이희자 


주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2.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 2018.09

일터 괴롭힘 대책에 대한 평가

재현 선전위원장


노동자들이 일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터 괴롭힘 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과 제도로 처벌하거나, 예방 대책 마련 등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은 일터 괴롭힘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파괴하거나, 노무 관리를 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동·인권 운동 진영은 일터 괴롭힘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시작으로, 그 실태는 어떠한지, 일하는 사람들의 개선 요구는 무엇인지, 해외 사례는 어떠한지를 연구하고 법과 제도, 현장에서 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해왔다.

2017년에는 노동조합·현장 활동가, 노무사, 변호사 등이 모여 직장갑질 119를 만들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터 괴롭힘 신고를 받고 해결하며, 근본적인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방안과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고민하고 활동해왔다. 한편 정치권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7월 18일 정부가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그동안 방치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한국 일터 괴롭힘, EU국가들 2배

정부는 한국의 일터 괴롭힘 피해율이 업종별로 EU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3.6~27.5%로서 2배 이상 높은 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점, 일터 괴롭힘에 따른 우울증과 자살 문제가 심각한 점, 직장 괴롭힘 피해자의 자녀가 학교 괴롭힘의 피해자로 대물림되는 점 등을 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을 정의함으로써 문제에 개입할 계기를 마련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터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 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또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에 노출되기 쉬운 불안정 노동자(파견 노동자,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이 대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노동자가 일터 괴롭힘을 인지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진다. 이전까지 이 사회에서 일터 괴롭힘 문제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특정 개인, 회사의 일로 치부되어 오면서 피해자들 역시 민간단체인 직장갑질119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8월부터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나 직장 동료 등 누구든 범정부차원으로 운영하는 신고센터에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용자에게도 일정 책임과 역할을 당부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사업장에서는 일터 괴롭힘 신고·대응부서를 설치하거나 지정(노사협의회, 인사·감사부서 등 활용) 하도록 했다. 하지만 범정부차원의 신고센터 설치가 예정한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사용자가 일터 괴롭힘 사실을 인지 또는 신고 접수 시 해당 사건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일 사업장에서 일터 괴롭힘 관련하여 관련 법 위반행위를 인지 · 신고 접수한 경우 정부가 직권조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 등도 이뤄진다.

또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한 사업장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필요 시 임시건강진단명령 등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시건강진단명령이 물리적 상해 위주로 진행되는 점을 정신적 괴롭힘 등으로 확장해서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일터 괴롭힘 피해 노동자 또는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자 및 신고자에 대한 징계, 해고 등 보복행위 및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의 심리·경제·법률 지원프로그램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재해 문제에 있어서도 보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살, 우울증, 법정싸움 등 지원 넓혀

그동안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부상, 질병, 우울증 등을 산재 보상하는 기준은 지나치게 협소했다. 또 법률적으로는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만 지원했다. 앞으로는 복직 소송 및 보복소송에 대응할 때도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가해 입증자료가 부족해 소송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위해 행정청이 직권·현장조사, 감사자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는 일터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피해자 의견을 들어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사용자가 피해자 불이익 처우 금지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 등 관련 법령을 어길 경우 형사 처벌, 과태료 부과 등 책임을 묻는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일터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필수 기재사항에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의무, 예방 및 해결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가령 사용자 및 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금지 의무, 괴롭힘 예방 · 해결을 위한 사용자의 책무, 괴롭힘 발생 시 처리 절차 및 조치, 고충처리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장 실태에 맞는 자율적 예방·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지원에도 나선다. 또 사용자의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일터 괴롭힘 예방교육 표준안과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일터 괴롭힘과 관련하여 '간호사 태움' 문제가 불거졌던 서울아산병원처럼 병원 업종을 대상으로 TF도 수시로 운영하는 한편 '(가칭) 존중받는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정 선언'도 추진한다. 일터 괴롭힘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노동자 정신건강 연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대책을 실천하기 위해 일터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캠페인 등으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국회 등과 논의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터 괴롭힘 방지법 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이제는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정부의 이번 대책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일터 괴롭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의하고, 정부와 사업주의 역할과 책임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정부가 대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예산과 인력 등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방향 정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고 집행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결국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제도 마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질적인 입법으로 나아갈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터 괴롭힘 예방을 특별법으로 해결하려고 모색 중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중 하나로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문제에 따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왔다. 이 점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시민사회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현장의 목소리]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2018.09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현입니다.”

현지현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어요.

현지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7년차 간호사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현지현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11년차 간호사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현지현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11년차 간호사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요.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현지현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하고요.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요.

7년차 간호사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7년차 간호사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11년차 간호사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 2018.09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2004년 개봉했던 영화 <인어공주>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배우 전도연과 박해일이 출연해 아름다운 섬마을의 풍광과 부모님의 과거 시절로 돌아가 비로소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극 중 전도연은 아름답지만 거친 바닷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해녀로, 박해일은 섬마을의 몇 안 되는 가구에 반갑고, 슬픈 소식을 전하는 우체부(집배원)으로 나온다. 영화 속의 우체부 박해일은 아름다운 섬마을을 오토바이로 타고 다니며, 보람있게 살아가는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2018년 집배원 노동자의 표정에 행복함을 찾기란 어렵다. 작년 19명, 올해 14명의 집배원이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희망은 있다. 작년 한 해 장시간 노동 근절,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외쳤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을 지난 8월 24일에 만나 집배 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을 없애기 위한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았다.

허소연 선전국장은 집배노조가 출범한 2016년부터 함께 했다. 노동조합 일을 하기 전 대학교에서 학생운동하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계기였다. 


[출처: 집배노조]


“집배노조 설립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됐던 건 토요택배 부활이었어요. 기존 노조 체계로는 우리가 원하는 걸 이뤄낼 수 없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장시간 노동, 중노동 근절은 몇몇 사람에게서 나온 요구가 아니었어요. 기층에 있는 우정노조 조합원들에게부터 올라왔던 요구였죠. 그래서 노조를 새로 설립하게 됐어요. 당연히 설립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 상급단체여야 한다고 판단했고, 민주노총을 선택했죠. 그렇게 대중의 요구로 만들어진 노조이기 때문에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가 가장 핵심적 요구였습니다.”

지금의 집배노조는 2016년 전국의 집배원 ‘전국우정노조’를 탈퇴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입을 결정하며 집배노조를 세웠다. 변화를 갈망하는 움직임은 2013년 집배원장시간 중노동없애기운동본부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화됐다. 우정노조에서 나온 노조들은 기존 노조에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토요 택배 폐지, 장시간 중노동 폐지 등 같이 싸우자고 말이다. 

“집배원분들은 대안적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토요 택배가 재개됐지만 위원장 간선제 등 기층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이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정노조는 오랜 역사, 큰 규모인 대단한 노조죠.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복수노조가 7개가 있고, 직종별로 분리된 현실에 대한 책임은 제일 먼저 생긴 우정노조에 있다는 것도 같이 통감해야 할 부분이에요. 복수노조를 만든 사람들이 노조가 없어서 새로 만든게 아니고,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이 사람들이 우정노조를 탈퇴한 이유 분석을 철저히 해야죠.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노조가 많아서 관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요.”

집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받아 안고 활동하는 집배노조는 최근 새 식구를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여름에만 담양우체국, 북광주우체국, 춘천우체국 등 전국 곳곳에서 지부가 설립되고 있다. 

“공동의 승리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뭉쳐 요구하면 실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요. 기존의 긴 역사 속에서 그런 성취감이라고 할 게 많지 않아요. 집배노조 설립 초기에도 ‘될까?’가 있었죠. 그런데 노조가 생기고 장시간 중노동 쟁점화시키고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도 요구하고, 집배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도 꾸려졌죠. 그건 상층부의 제도이지만 실제 일하는 분들에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었어요.


[출처: 집배노조]


정규직 집배원은 근속연수가 15년 정도로 길어요. 긴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바뀐 게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뭔가 바뀐 거죠. 하다못해 관리자들이 집배원을 대하는 태도, 표정이 바뀐 거예요. ‘왜 바뀌었을까?’ 했었을 때 집배노조가 생기고 난 다음에 변화한 걸 체감하고 있어요. 최근 가입하신 분들은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여태까지 보고만 있었는데 내가 가입하면 더 많이 바뀔까?’ 그런 기대와 희망을 품고 오시는 분들이요.”

허소연 선전국장은 한 가지 기억을 꺼냈다. 조합원의 99%가 남성, 평균연령대도 49세다. 한 조합원의 가족이 요즘 출근할 때 왜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가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거의 죽지 못해 나가는 표정으로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집배원 그만두고 자영업이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얘기를 하고, 가족들이 서로 안타깝고 미안해하고. 하지만 최근 들어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진 않지만 본인이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하다못해 정수기 밑에 물이 떨어져 미끄러운 문제를 관리자에게 말할 수 있는 것, 택배 쌓는 팔레트 철이 어긋나서 일하다 다칠 것같은 문제를 과거엔 알아서 조심히 사용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바꿔달 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배노조는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집배노조의 핵심 요구는 장시간 노동 해결이에요.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 59조에 우편업이 제외되긴 했지만, 공무원 집배원은 현역 공무원이라 무제한 노동이 허용돼요. 우체국은 무료노동, 중노동이 허용된 사업장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내가 일한 시간만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투쟁을 주요하게 하고 있어요. 과로사 관련해서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사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형식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망사고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보고하고 원인 분석을 내놔야 하죠. 사고다발 군을 미리 찾아내 예방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집배노조에서는 그런 걸 요구하고 있죠. 그런데 정말 황당했던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 중 ‘잘 씻고 다니게 해라, 팬티를 잘 갈아입어라’ 이런 내용이 었더라구요. 그게 안건이었어요. 그게 뭘 뜻하는 걸까요? 집배 노동자들이 지저분하니 개인 위생관리 해라 이런거죠. 또 한 곳의 사례는 샤워시설이 고장 나서 1층 영업장으로 물이 새니까 아예 샤워를 못 하게 했어요. 그러면 안건 1번으로 샤워시설 문제를 다뤄야 하는거 아니닌가요? 모든 걸다 개인 책임으로 돌려요.”

이처럼 안전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우정사업본부의 태도는 노동자를 사고와 죽음으로 내몬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방우정청 거창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인력부족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일 하는 바람에집배원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 한다. 토요택배를 비정규직 위탁배달원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집배노조는 당연히 반대하고 있죠. 고용형태에 따라 누구는 토요일에 쉬고, 누구는 일하고. 토요 택배완전 폐지 요구는 같이 쉬고, 같이 일하자는거예요. 택배업은 40대 남성분들이 많아요. 이 분들은 IMF 이후 정리해고 당하고 자영업, 물류사업으로 갔던 분들이죠. 정부는 그걸 악용해 열악한 일자리에 이 분들을 몰아넣고 있어요. 악순환이에요. 장시간노동이 만연해 오후시간에 택배를 못 받고, 밤늦게 받아야 하고, 그러니 밤늦게 배달을 해야 하죠. 어디서는 끊어내야 해요. 우정사업본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배달, 물류 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육체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신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작년 7월 6일 한 집배원이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계단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틀 뒤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 21년 차 집배원이었고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존 업무 구역에서 7년 일했지만 업무 구역이 바뀌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 주어졌다.

“처음 과로사를 생각했을 땐 노조도 협소하게 뇌심혈관계질환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로자살 비중이 뇌심혈관계질환만큼 높더라고요. 자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는 분들도 많아요. 국민에게 서비스 제공하는 것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괴리가 심해요. 대부분 정신적 스트레스는 고객, 관리자에게 받아요. 

그런데 우체국에는 노동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시스템이 없어요. 오히려 집배원에게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하죠. 이번에 기획추진단에서 집배원 1만5천 명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직무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정부가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건강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게 사실 가장 화나고, 일이 안 풀리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우정사업본부는 개인이 건강관리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주장해요. 관리자들이 봤을때는 집배원들이 담배 많이 피고, 술 많이 마시고 그런거죠.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어요. 장시간 중노동 스트레스를 풀어낼 방법은 이분들에겐 가장 쉽게 담배와 술인 거죠. 사실 우정사업본부도 알 거예요. 원인이 장시간 중노동이란 걸요. 외면하는 거죠.”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위해 열심히 싸워왔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에게 노동안전 과제에서 장시간 중노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높아져야 해요. 그러려면 노조가 기본적으로 임금인상, 복지증진을 해야죠. 문제는 노조가 어떤 비전을 갖고, 사람들을 만날거냐예요. 적정의 일을 하면서 삶을 잘 유지해나가는데 요즘 화두죠. 이걸 위해서라도 노조는 장시간 중노동 관련 의제를 계속 가져나가야 해요. 안전 문제도 부차적인 게 아니죠.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노조에서 장시간 중노동, 안전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이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요.”

[언론보도] '교육공룡' 에스티유니타스 '두 얼굴'…"벤처 신화"vs"직원 착취" (뉴스1)

'교육공룡' 에스티유니타스 '두 얼굴'…"벤처 신화"vs"직원 착취"

"매일 야근했지만 보상 없어, 까라면 까는 문화 잘못"
"30대 CEO 혁신 추구"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8-05-14 08:00 송고

30대 최고경영자(CEO), 설립 6년 만에 매출 4000억원 돌파,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교육 서비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내년 상장 목표…….

'교육 공룡'이라 불리는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를 대변하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최근 화려한 '교육 벤처 신화'의 이면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http://news1.kr/articles/?3315843

[언론보도] 장시간·야간 노동, 우울증 발병 확률 높인다 (한겨레)

장시간·야간 노동, 우울증 발병 확률 높인다

등록 :2018-05-09 14:35수정 :2018-05-09 15:52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뒀어야지”, “개인적 문제인 우울증과 회사가 무슨 상관이냐”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자단기’(자격증단기학교) 등으로 알려진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했던 웹디자이너 고 장민순(36)씨가 과로에 시달리다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이 보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의 우울증 진료율은 다른 직장인들에 견줘 2배 가까이 높았다. 장씨의 사망에 이 회사의 노동 조건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438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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