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매일노동뉴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8.09.27 08:00







추석연휴가 끝났다. 모두 고루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어떤 이들에게는 가장 고달픈 시기가 되곤 한다. 추석연휴 직전 소식지를 받기 위해 동네 한 여성단체에 방문했다. 이런 저런 담소와 차를 나눈 후 헤어지며 활동가들과 “성평등한 명절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나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때마침 추석 인사로 “평등한 명절 보내세요”라는 인사말을 담아 주변 분들과 나눴다는 것을 떠올렸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평등하게 일상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가. 명절 내내 곱씹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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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2018.0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요긴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이 해결된 후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잇몸까지 쓰는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잇몸까지 상하고 나서는 더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얼마 전 출장을 나간 곳에서 방아쇠 수지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났다. 에어건(air gun)을 온종일 쓰면서 방아쇠를 수시로 당기니 검지 쪽인대에 전형적인 방아쇠 수지가 생겨버렸다.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아봤지만, 그때뿐이고 어차피 검지를 계속 쓰면 더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이제는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왼손, 오른손, 검지, 중지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 있었으면 아플 일도 없었겠다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물건을 처리하는 동안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조금만 신경을 못 써도 하자가 생기곤 하니 손가락이든 자세든 바꿀 틈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은 일에 검지 대신 중지를 쓰는 것, 이 대신 잇몸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식품 포장하면서 철끈을 돌려 묶느라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겼던 다른 노동자는 오른손을 수술받고 아껴 쓰는 동안 왼쪽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겨버렸다. 자동차 정비를 하던 노동자는 테니스 엘보우를 치료받는 동안 어깨의 충돌증후군이 심해졌다.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는 이가 깨지고 결국 잇몸마저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평생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전업주부든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을 직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은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정 상 그것이 자세와 관련된 것이든 잦은 사용과 관련된 것이든, 개인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든 오랜 시간 근골격계가 변형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직업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이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 노동자에게 요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 의자 및 책상의 좋지 않은 구조, 활동량이 적어 생기는 복부비만,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수많은 직업과 관련하여 파생된 요인들이 요통의 원인이 되겠지만 결국 그 노동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비로 병원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산재는커녕 공상조차 이야기하지도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산재해줘야 하는거 아냐?’라는 전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을 상사로부터 듣기도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 안 좋은자세로 앉아있어서 그래요. 계속 앉아만 계시면 안 돼요. 한 시간에 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세요.’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을 당연히 가장 오랜시간을 들이고, 불편한 자세를 강제하는 노동자의 직업에서 찾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직업 관련한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손실일수의 약 25%, 98억 유로의 생산 손실(2009년), 조기 은퇴하고 조기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이유 중 정신 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 치료, 재활, 간병에 연간 250억 유로 사용 등 실제 사회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독일의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에는 지속해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예방 대책이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 관련 손실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명백한 재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조차 공상처리를 강요하여 산재를 은폐하며, 질판위에서는 아직도 퇴행성 질환은 직업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니 앞서 사무직 노동자의 예와 같이 직업 때문이지만 건강보험으로 치료되는 많은 경우는 확인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려는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직업 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크기조차 확인이 안 되고 대부분 자비로 치료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알아서 기꺼이 잇몸을 내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사업주가 나서서 환경을 개선하려 할 것인가.

이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이를 신청할 방법도 매우 간소화 시켜야 한다. 다른 질환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감기처럼 흔하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있는 질환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성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과 꼭 같은 과정을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을까, 현재는 제대로 된 질환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직업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이 더 이상 건강보험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만큼의 재정 부담을 그 원인 제공자인 사업주에게 산재 보험금 인상 등으로 물어야 한다. 근골격계 사고의 예방, 작업 환경에 대한 인간공학적 개선, 작업 간 휴식 시간을 통한 근골격계 피로 회복 등의 대책은 관리 감독만으로 해결되기보다, 직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을 사업주가 제대로 지게 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 [국가핵심기술로 둔갑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삼성 비밀주의에 산재 입증 가로막힌 피해자들 (매일노동뉴스)

[국가핵심기술로 둔갑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삼성 비밀주의에 산재 입증 가로막힌 피해자들반도체업계 쌍두마차 SK하이닉스 "노조사무실만 와도 보고서 볼 수 있어"
  • 배혜정
  • 승인 2018.04.19 08:00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알권리가 삼성의 과도한 비밀주의에 또다시 가로막혔다. 일하다 질병을 얻은 산재 피해자들이 산재를 입증할 때 꼭 필요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은 "공장 작업환경을 측정한 보고서가 느닷없이 국가핵심기술이 됐다"고 황당해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00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노동자 건강 관련 ILO 협약을 살펴보기에 앞서 / 2017.12

노동자 건강 관련 ILO 협약을 살펴보기에 앞서

콜라비 선전위원

 

연구소에서는 올해 3월부터 회원 몇 명이 팀을 이루어 안전보건 관련 국제적 기준을 국내 현황과 비교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유럽과 북미 여러 국가의 교대제, 노동시간 관련 기준을 살펴보았고, 그 내용을 일터에도 실었다. 

이어서 다음 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중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협약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 정부에서는 ILO4개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87, 98) 강제노동 철폐(29, 105) 등을 비준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에는 UN에 구체적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ILO 협약 189개 중 한국은 29개를 비준한 상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이 61개임을 생각하면 양적으로 뒤처지는 데다, 질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ILO 협약 중 그야말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1 8개 중 4, 우선적 비준을 권고하는 거버넌스 협약(governance conventions) 4개 중 1개를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로 지목되어온 이유다. 

물론 ILO 협약을 비준한다고 해서 한국의 노동 현실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47호 주 40시간 근로 협약에 비준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며, 주 노동시간 40시간은커녕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한국이 비준한 협약 중 아동노동 관련 협약인 제182호는 아동에게 심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아동노동의 범주는 만 18세 미만이고, 한국의 고등학생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달 제주의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중 사고로 사망한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협약 비준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감시와 촉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팀에서는 한국이 노동자 건강과 관련해 비준한 협약과 비준하지 않은 협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과 국내법을 비교해보고 비준을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될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비준한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따져보기도 할 것이다. 먼저 다음의 표에 제시한 노동시간,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약을 먼저 살펴보고, 그 외 아동노동 및 청소년의 보호, 모성보호, 사회보장 관련 협약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그 내용 역시 일터를 통해 알리려 한다. 많은 분의 관심과 의견 부탁드린다.



(1) 중요성 내지 지위를 기준으로 하면 ILO협약은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 거버넌스협약(governanace conventions), 전문협약(technical conventions)으로 구분된다. 기본협약은 1998년 “노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들과 권리에 관한 선언(기본원칙 선언)”에서 열거한 4개 원칙(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금지)과 관련된 8개 협약이다.

[특집] 1.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과 평가-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 평가 / 2015.3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과 평가

- 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 평가 -

 


회원 김재광(공인노무사)


 

지난 2000년 이후 노동부는 5년 단위로 산업재해예방(5개년 계획)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점검하고 있다. 5개년 계획이 이전에도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제1차 산업재해 예방 6개년 계획,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산업안전 선진화 3개년 계획을 시행한 바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근 25년간 정부 나름의 체계적인 산업재해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제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2010~2014)이 종료되고, 4차 계획이 수립된 시점에서 지난 제3차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목표를 중심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재해율 0.5%대 달성? 빛 좋은 개살구

 

정부의 5개년 계획은 보통 비전, 목표, 기본방향, 추진전략 및 과제로 구분되어 있다. 3차 계획의 비전은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이다. 이러한 비전이 구현되었는지는 전체를 검토하고 글의 말미에 살피고자 한다. 3차 계획의 목표는 ‘2014년 재해자수 6만 명대로 감소시키고, 재해율을 0.5%대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당시 재해자수는 97000여명 대에 이르고, 재해율은 0.7% 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재해자는 91824, 재해율은 0.59%, 35개년 계획이 목표한 재해자수 6만 명에 이르기에는 부족했지만 재해율은 0.59%로 목표한 0.5%대에 가까웠다. 아마도 2013년도부터 업무상 교통사고 등을 통계에서 제외한 숨은 노력이 0.5%대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수치만 보면 재해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인데 꼭 성공하였다고 말하기가 머뭇거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2013년 사망만인율2012년보다 오히려 증가하였고, 3차 계획 기간 동안 사고사망만인율[각주:1]0.7%대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재해율 저하 목표가 현실을 더욱더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보통 사고사망만인율이 산재재해율보다 낮은 것이 일본을 제외한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재해율에 비교하여 턱없이 사고사망만인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말인즉, 사망사고는 은폐할 수 없어 상당부분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으나, 거꾸로 사망이 아닌 경우는 상당부분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재해율을 줄이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은,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산업재해의 은폐를 조장 묵인하는 것에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사고사망률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애초 정책 목표가 산재율, 사고사망만인율 감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산재 은폐에 대한 단호한 처벌, 산재보험 급여의 내실화가 동반되었어야 하나 이에 미치지 않아 수치상 목표는 달성했으나 취지에는 벗어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그나마 제45개년 계획에서는 사고사망만인율을 0.7%대에서 2019년에는 0.3%로 줄이고자 계획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산재은폐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산재보험 급여의 내실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목표마저도 현실적 실효성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업장 자율시스템은 어떻게 되었나?

 

3차 계획이 기존의 5개년 계획과 비교하여 눈에 띄었던 대목은 위험성 평가 그리고 노사자율, 민간참여 유도 등 이라 하겠다. 3차 계획 목표는 재해율 저하 이외에도 또 하나의 목표를 제시하였다.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율안전보건시스템 정착이 그것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에 대한 포괄적인 안전보건평가이며 동시에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진화된 사업장 자율시스템이라 할 것이다. 이것에 대해 제3차 계획은 상당히 힘주어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 위험성 평가는 법제도적으로 2010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서비스전달체계 다원화를 추진전략 및 과제로 선정하고, ‘지역별 산업안전 네크워크 구축’, ‘중앙/지방정부간 연계협력강화’, ‘노사공동 산업안전보건 협력체계구축 지원등을 세부과제로 두고 있었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 노동부의 안전보건부문에서 2000년도 중반 이후 여러 연구 용역 및 시험 적용 등 상당한 노력을 보였고, 시행이후 이에 대한 선전 및 평가 기법의 교육 등에 대한 대대적인 공을 들인 바 있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에서 주최한 위험성 평가에 대한 교육의 경우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위험성 평가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점, 작업자의 참여가 독려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며 이것에 대한 제3차 계획의 중점이 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중점 목표였던 위험성 평가의 이행이 얼마나 진행되었는가와 별개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료나 결과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험성의 선진성은 자율적인 안전보건예방관리시스템이고, 여기서의 자율은 회사뿐 아니라 작업자(노동자)에게도 부여된 것인데, 정작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조차 활발한 위험성 평가 작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제시된 세부과제인 지역별 산업안전 네크워크 구축’, ‘중앙/지방정부간 연계협력강화’, ‘노사공동 산업안전보건 협력체계구축 지원은 이렇다 할 결과를 낳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3차 계획에서 강조된 위험성 평가는 제4차 계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 이러한 취지의 사업이 사실상 폐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가지게 된다.

 


계획의 실효성 평가가 필요하다

 

3차 계획에서는 건설, 제조, 화학, 서비스, 소규모 사업장 등 특성화된 예방대책 추진을 통한 사업실효성 제고라는 추진전략 및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제3차 계획 기간에 유독 중대 산업 사고나 하청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2013년 다른 모든 업종에서 산재사망이 감소할 때 건설업에서는 산재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했다. 사업의 실효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3차 계획 추진 중 하나로 제시됐던 산업안전보건 행정역량강화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수와 역량을 키워 산업안전감독을 내실화하겠다고 하였으나, 2015년 지금까지도 여전히 산업안전감독관 1명은 4000~5000 개의 사업장을 담당한다. 역시 계획이 계획에 머무르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단면이다. 계획을 실행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행정력, 뚜렷한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산재예방계획들이 그렇게 작동해왔는지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

 


계획의 근본은 노동자의 권리

 

앞서 제3차 계획의 비전은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이었다. 그러나 사망만인율은 다시 증가세가 되었고, 사고사망만인율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는 제3차 계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세월호는 산업안전보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나타난 해당 노동자의 위험에 대한 거부와 통제의 권한이 얼마나 하잘것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은 노동자의 참여를 양념처럼 집어넣고 있으나, 정작 노동자에게 중요한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에 대한 실효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변화되는 산업 환경을 거론하면서도 요청되는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보호와 권리를 성의 게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3차 계획의 비전 근로자가 안전한 삶과 행복을 영위하는 안전행복사회 구현은 만무하고, 4차 계획의 비전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일터 구현은 요원한 것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국가적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계획에 정작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중심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인지, ‘계획인지 돌이켜 볼 일이다.   



  1. 사망자수의 1만 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전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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