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2018.09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카톨릭대의료원분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조합을 찾아갔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선정적인 의상을 입어야 하는 강제 장기자랑, 관리자 이삿짐 나르기, 공원 조성 기부금 강요 등 부당한 갑질은 물론 병원 이익률과 반대로 가는 임금 인상, 임산부 강제 야간 노동, 장시간 과로 노동 등 부당한 업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38년의 세월을 뒤엎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과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조직국장 동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6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억눌린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11년차 간호사, 7년차 간호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보 조직국장 현지현입니다.”

현지현 지금 노동조합은 1,300명이 가입 대상자인데 조합원이 900여 명 정도 가입해있어요. 간호사, 의료 기사, 방사선사 등 모든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죠.

11년차 간호사 사실 처음 병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는 망설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실상도 알게 되고 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7년차 간호사 저도 비슷한데요. 널스케입이라고 전국에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희 병원이 이슈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된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었다는 거에 분노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부당한 업무를 강제 당하며 일해왔다

7년차 간호사 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할 때마다 사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한데 간호사 업무랑 관련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키거든요. 가령 걸레로 병원 휠체어를 닦으라는 거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해요. 본격적인 준비만 두 달 정도 하는데 이때는 아침 데이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요. 문제는 평상시에도 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말이 8시간 근무지 환자 보는 일이 교대 시간을 딱딱 맞춰서 끝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도 가끔 제시간에 딱 맞춰서 정시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눈치를 많이줘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일찍 갈 거면 여기로 퇴근하지 말고 구석 엘리베이터 타고 퇴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밤새워서 나이트 근무를 해도 다음날 데이 근무자들이 티 타임 할 때까지 남겨두고 집에 차 마시고 가라고 하기도 해요. 지금껏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그날 딱 하루 일찍 퇴근하면 그 병동은 퇴근을 빨리 한다더라 소문이 나요. 병원 자체가 간호사들이 집에 늦게 가야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니까 다들 이렇게 살았어요.

현지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환자들이 직접 간호사, 의사 의료 서비스나 친절도 같은 걸 평가하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거든요.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동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1년차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기 전에는 간호사들이 임신 마지막 달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당연했어요. 저는 이 병원이 처음 다니는 병원이고 이직을 했던 적이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도 다들 그러는 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금까지 무조건 강제였거든요.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것부터 바로 바꿨어요. 그리고 전에 제가 몸이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병가는커녕 제 휴가랑 오프 이용해서 치료 받았어요.

7년차 간호사 대구에 대학병원이 4개가 있는데요. 우리 병원이 병상도 제일 많고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급여는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도 대부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인데 다른 민간 병원보다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버티면서 일해왔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현지현 아무래도 노동조합 처음 만들 때 조합원들에게 갑질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제일 많았어요. 관리자들의 부당한 인사나, 간호사들 선정적인 장기자랑 시키고, 관리자가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줘야 하고, 눈 오면 병원 눈 쓸게 하고 그런 것들이 심각했더라고요.

11년차 간호사 예전에 병원에서 공원을 만든다고 전 직원들이 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있었어요. 제일 작은 구좌가 5만 원이었는데 최고 60만 원까지 할 수 있어서 다들 어쩔 수 없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끝전 기부하자고 해서 월급에서 끝전을 강제로 기부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병원에 돈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기부했었는데 이것도 어이가 없어요. 또, 병원이 체계 자체가 없어요. 우리는 지금까지 임금명세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동기인데 월급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총무과 물어보면 너희가 재수가 없는 거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여기가 38년 된 병원인데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시스템이 없었다

현지현 여기 병원은 직장 갑질 문제만이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더라고요. 지금까지 출퇴근을 주 5일 40시간으로 운영한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8시간 일하고 어떤 날은 6~7시간 일해서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시키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토요일에 휴일, 연장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일은 시킨 거예요.

11년차 간호사 아침에 출근했는데 만약 환자가 줄었잖아요. 그러면 병원에 다 왔는데 집에 가라고 그래요. 반대로 휴가나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환자가 많다고 출근하라 그래요.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왜 네가 마음대로 해외에 나갔냐고 뭐라고 하고요. 최근엔 조합원한 분이 파업 중간에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서장이 환자 버리고 병원 나갈 땐언제고 휴가 가냐고 비난을 했다는 거예요. 외래팀장인 수녀님들은 노동조합에서 파업하면서 소식지를 냈는데 거기에 수녀님이 아니고 수녀라고 했다고 역정을 내더라고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최고 VVIP 에요. 만약에 본인이 일하는 병동에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물 떠다 드리고 심부름하고 수발들어야 해요.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현지현 작년 12월 27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7개월 정도 교섭을 진행했는데요. 4월까지는 병원 책임자인 의료원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책임자가 나오라는 교섭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의료원장 나오고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4차례 정도 교섭을 했고 지금까지 대화를 하는 상황이에요.

노동조합은 이번이 첫 단협을 체결하는 거다보니 핵심 요구안이라고 해서 10개를 논의하고 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임금 문제가 안 풀려서 다른 사항들도 진전을 못 하고 있어요. 병원은 자신들의 제시한 임금 문제를 노동조합이 받지 않으면 이후 대화도 없다고 하고요.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보자 다짐하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사실 다른 거보다 환자, 보호자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까지 나와서 투쟁을 하냐고 많이 응원해주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이 돼요. 파업 투쟁하면서는 사실 처음엔 3일이나 7일이면 병원이 교섭하겠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고 싸우면 싸울수록 병원의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래도 내가 11년을 몸담았던 병원인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렇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는데 그래도 지금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힘내서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요.

7년차 간호사 투쟁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았어요. 우리가 누렸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했구나. 지금까지 재단 좋을 일만 했구나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11년차 간호사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교 졸업하고 여기가 첫 직장이고 다른 곳에 이직했던 적이 없어서, 우리 병원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니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가까운 지역에서 영남대나 경북대병원에서 파업한다고 해도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직장 생활 하면서 우리끼리 툴툴거리기만 했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7년차 간호사 저도 지금까지 부당한 상황을 보면 투덜거리고 말았거든요. 만일 돌파구가 있다면 퇴사다 이렇게 생각했었고요. 다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이제는 달라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11년차 간호사 조합원들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며칠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7년차 간호사 이때까지 힘들지만 버텨서 왔으니까 열심히 투쟁해서 꼭 같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9월 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분회가 병원과 잠정합의하였다. 파업투쟁 39일 동안 모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이뤄낸 소중한결과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앞으로도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기본 합의 사항 *

▲ 기본급 정률 5.5%+정액 6만원 인상

▲ 갑질 전수조사, 부서장 상향평가 인사반영

▲ 주5일제 도입, 시차근무 폐지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10~12명 고정

▲ 배치전환 원칙 마련

▲ 육아휴직급여 지급, 임신기간/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외주용역 금지 및 불법파견 정규직화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야기일 것입니다.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간호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회견]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고 박선욱 공동대책위 서울아산병원 고발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아직까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고인이 예민한성격이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면서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하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고인이 투신 직전 남긴 메모에는 하루에 세네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어 서울아산병원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암시하였다. 

실제로, 이후 밝혀진 내용들은 서울아산병원에 장시간 노동과 시간외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만연해있으며, 신규간호사 교육에 대한 관리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보건 상의 조치가 부재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서울아산병원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한다. 

고인을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들은 조기출근과 연장노동을 일상적으로 경험하였음이 드러났다. 고인의 경우 입사 후 통상적으로 3~4시간을 초과근무 하였으며, 이로 인해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하였고, 체중이 13kg이나 급격히 감소할 정도였다. 특히 고인이 사망한 2월에는 출근한 8일간 초과근무시간이 무려 45시간 이상이었다. 이는 고인과 같이 근무했던 간호사들도 지적하듯이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은 이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 수간호사가 예외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한 수당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또한 고인은 신규간호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과 이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호소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병원 측의 관리나 개선 노력은 없었다. 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 직후 고인이 받았던 교육을 포함하여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 대하여 인지하였음에도 외부에는 고인의 죽음이 고인의 성격 탓인 것처럼 주장했다. 

병원 측은 고인이 심각한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려 불면과 체중감소 등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처한 사실을 면담과정에서 확인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어떤 안전·보건 상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병원 관리자들은 병원 내에서 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태움이 직무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관련하여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 또는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 

이렇듯 서울아산병원은 부족한 인력 투입으로 간호사들의 초과노동을 유발하고, 시간외수당은 미지급했으며, 태움 등 조직문화나 신규간호사 교육에 대해 방치하고 적절히 관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박선욱 간호사가 심각한 고통을 받았고 병원 측도 인지했으나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고, 결국 한 간호사를 사망하게 하였다. 그러나 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 직후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는커녕, 고인의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려 하였다. 이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고, 병원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의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선욱 간호사가 겪었던 문제들은 여전히 서울아산병원의 신규간호사들이, 한국사회의 수많은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들이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장시간 노동, 시간외수당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하라!

신규간호사 방치, 산업재해 유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하라!

서울아산병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약속하라! 

2018.07.10.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서울아산병원 고용노동부 고발 기자회견자료.hwp


[언론보도] 한예슬이 아니었다면, 의료사고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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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제 안전법을 살펴본다 ③] 전담인력 없는 소규모 병원, 사고 보고의무 없는 의료인

18.05.04 10:42l최종 업데이트 18.05.04 10:42l



최근 배우 한예슬이 지방종 제거 수술 중 의료사고로 인해 본인이 입은 상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계기로 의료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아무리 억울해도 밝혀내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나마 유명인이라면 이슈라도 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http://omn.kr/r6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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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omn.kr/r6fi

[언론보도] 병원이 위험하다 (매일노동뉴스)

병원이 위험하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3.08 08:00







긴 겨울의 끝자락 새벽, 스물일곱 새내기 간호사가 몸을 던져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중환자실에서 꺼질 듯 말 듯 이어지는 환자들의 생명조차 지키고자 고심하던 간호사는 정작 스물일곱 반짝반짝 빛나고 창창해야 할 자신의 생은 지켜 내지 못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37

[언론보도] 후배 간호사 집어삼킨 '태움', 선배로서 두렵습니다 (오마이뉴스)

후배 간호사 집어삼킨 '태움', 선배로서 두렵습니다

여전히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불길한 상상이 나를 괴롭힌다

18.02.22 21:47l최종 업데이트 18.02.22 21:47l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신규 간호사가 자살했다.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태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태움...누가 처음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종류의 괴롭힘을 "태운다"라는 표현 외에 어떤 말이 대신할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http://omn.kr/ptpl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드가의 발레, 아니 빨래하는 여인을 보았나요 / 2017.12

드가의 발레, 아니 빨래하는 여인을 보았나요

김지원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관내 영세한 업체 건강진단은 우리 병원의 몫이다. 지역 내 유일한 특수건강진단 기관이지만 인근 경쟁병원들의 영업망이 죽 훑고 지나간 뒤 이삭을 줍는 터라 5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를 맡는 데 익숙해졌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는 사실 편하고 사업장도 중간중간 둘러볼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덕분에 조그만 유리를 입으로(!) 불어 성형하는 공장, 소규모 도금업, 화장품 용기 따위를 제조하는 업체 등을 훨씬 많이 가보게 되었다.

 

가을에 방문한 이 업체는 수술복과 가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곳이었다. 압도적이었다. 갠지스 강가의 빨래터를 본다면 이러할 것만 같다.

 

병원에서는 가운, 수술복을 아무렇게나 수거함에 집어 던진다. 수술복으로 음식물을 닦거나 수술적출물들이 묻는 경우도 있다. 가운에는 피고름이 튀고 베타딘 소독액이 묻어나온다. 가끔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면 가운이 찢어지고 단추가 떨어져 나간다. 그다음엔 우리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수거함에 던져두고 잊을만할 때쯤 되면 가운은 다시 하얗게 표백되어 각이 잡혀 접힌 채 비닐에 쌓여 누군가가 가져다 놓는다. 떨어진 단추도 알아서 달려있고, 인턴이니 레지던트니 하는 글귀도 다시 잘 수놓아져 있었다.

 

그 생략된 이야기 속에 이곳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런 일감은 이문이 많이 남지 않는다. 대개 사회적 기업, 장애인 채용 기업들에서 맡는다. 혹은 종교단체나 사회봉사단체에서 운영한다. 고용된 여성 중에는 작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청각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들도 제법 있다. 그들은 종일 수술복에 묻은 이물질들을 털어내고 커다란 공업용 세탁기와 건조기에 넣고 돌린 뒤 다시 꺼내 일일이 다림질을 하고 또 하나씩 포장한다. 세탁소와 비슷하지만, 그 규모나 양이 상당하고 단순 반복적이다. 빨래 더미 위에 앉아 허리를 비틀고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하다 보면 근골격계 통증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면 분진에 의한 호흡기 자극증상과 화학약품에 의한 비특이적 피부 자극증상 등도 발생한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인 사업장답게 다 같이 집에서 싸 온 고구마와 떡을 꺼내먹으며 또 감사하게 일을 하루하루 이어 나간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작업장 사진을 보여줬더니, 다른 직환의가 에드가 드가(Hilaire-Germain-Edgar Degas)가 그린 작품 중에 빨래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있단다. 발레하는 여자들 말고 빨래하는 여자들(?) 기억에 없다. 그의 아름다운 그림 속에는 아름다운 여인들만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드가도 여느 화가들처럼 이쁜 정물화나 초상화를 그렸다. 하지만 점차 민중 노동자들의 삶을 포착하여 그려내는 데 관심을 옮긴다. 발레 무용수들은 그 당시에 매춘부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의 삶을 누리며 퍽 곤란한 노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드가는 이런 무용수들의 처우 개선에까지 직접 개입할 정도로 자신의 피사체들에게 공감하였다. 아마도 무대 뒤에서 빨래하고 다림질하는 여성 노동자들까지 같은 맥락으로 아꼈고 화폭에 담은 것 같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라고 세탁 노동자들을 다 아는 것처럼 감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의사 노릇을 위해 가운을 빨아주고 다려준 이분들의 노고에 대해 실로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간 감사했노라고 고백해본다. 늘 그렇듯 우리의 일은 이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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