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 이야기] 파킹도 파견으로 /2016.6

파킹도 파견으로

- 발렛파킹 하는 알바 노동자, 지훈 씨 (가명)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20대 지훈(가명)씨는 안 해 본 알바가 없는 '알바통'이다. 주차요원, 택배 상하차, 편의점 등등 다양한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알바를 한다. 요즘에 그가 선택한 알바는 발FP파킹, 주차 대리 알바이다. 주중에는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일한다. 그가 일하는 동네는 강남. 서울 안에서도 강남 도심은 주차난이 심한 곳이라 발레파킹이 아주 흔하다. 지금 지훈씨는 자동차 판매점이 들어가 있는 빌딩의 주차장에서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큰 호텔도 발레파킹은 외주


"서울이 주차공간이 아주 부족하잖아요. 요즘에는 외제차도 많아져서 차의 크기도 커졌고, 차량도 엄청 많지요.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주차대행해주는 일도 많아진 거 같아요. 강남은 발레파킹 안 이용하면 주차는 거의 꿈도 못 꾼다고 보시는 게 맞아요.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주차 대신 해주는 거 많이 보셨죠? 그 가게에서 주차 알바로 직원을 한명 뽑아서 그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이것도 다 하청이고 파견이에요. 주차대행 업체에서 호텔이나 병원, 큰 음식점 같은 사업장이랑 계약을 맺는 거예요. 저희는 주차대행업체에 속해있긴 하지만,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노동자들처럼 개인사업자로 계약이 되어 있어요."


지훈씨는 주차 일을 꽤 일찌감치, 대학생일 때부터 시작했다. 운전에만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고, 당시 시급 7~8천 원 정도로 최저시급보다 훨씬 많이 주는 일이라서 좋았다. 그가 처음 들어가 약 3년간 일했던 곳은 서울시내 특급호텔로 유명한 ○○호텔이었다. 호텔 안에 필요한 여러 업무가 그렇듯, 주차장 발레파킹 일도 외주화 되어 있었다. 주차장에서 호텔손님들의 차를 받던 지훈씨는 그 호텔의 보안경비, 환경미화, 로비 접객(벨보이) 업무를 외주계약으로 맡았던 업체에 소속되어 일했다.


"그 호텔에는 하루에 적어도 (차량) 1500대가 드나드는데, 호텔 건물 안에 있는 주차장에는 300대만 수용할 수 있었거든요. 대략 500대 정도는 다른 주차장을 써야 했어요. 그래서 근처에 다른 큰 건물이나 대학교 등의 주차장을 쓸 수 있게 호텔이 계약을 맺어놓지요. 발레파킹하는 사람들은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 이동해야 했죠. 근데 만약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다 주차일하던 사람이 물어내야 해요. 그나마 호텔은 주차장 안에서 사고가 나면 업체(혹은 호텔)랑 사고 낸 (주차)운전자랑 같이 부담하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부담하는 게 한 30만 원 정도? 재해보험이 들어있어서 그렇다나 봐요. 그렇지만 건물 밖의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하다가 도로에서 사고 나면 전부 운전자가 책임지는 시스템이었어요. 주차장 안에서 보장되는 보험만 해도 큰 데에서 일하니까 들어 있었던 거지, 예전에 어떤 병원 쪽에 파견 나가 일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파킹 파견해주는 업체가 영세하면 보험을 하나도 안 들어 놓기 때문에, 사고 나면 운전한 알바가 다 독박 쓰게 되는 거죠."


시간에 쫓기는 주차 대행 노동자


차는 많고, 주차공간은 적은 서울의 도로사정으로 인해, 주차 알바는 시간에 매우 쫓기는 편이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1시간 동안 20-30대씩 차가 들어오기도 한단다. 빠르게 주차를 하고 다음 차를 맡으려 하다보면, 도로 이동시 과속하지 않고는 손님들 편의를 맞추기 힘들다. 하물며 식시시간 같은 건 제때 챙기기 어렵다.


"남들 밥 먹는 시간이 제일 바쁘죠. 바로 직전에는 갈빗집에서 일했어요. 거기는 정말 딱! 식사 시간 때가 제일 바쁜 곳이잖아요.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점심은 오후 3시쯤, 저녁은 8시 이후에나 먹을 수 있었어요. 거기서 일할 때 저는 일부러 저녁은 걸렀어요. 허겁지겁 밥을 먹고 금방 또 뛰어다니고 그러면 속이 부대껴서 다음날까지 힘들어서 말이죠. 휴게시간은 따로 있지는 않고 손님들 없는 시간에 짬짬이 알아서 쉬는 거죠. 일하는 12시간 내내 바쁜 건 아니니까요. 지금 일하는 자동차회사 건물 주차장은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식사시간을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예요. 그러고 보니 지금 일하는 데가 임금체불도 안 되고, 분위기도 좋고... 여러모로 나은 점이 많네요."


지훈씨는 호텔 주차장 일을 관두고 2년 정도 쉬다가, 갈빗집에서 다시 올해부터 주차대행 알바를 시작했다. 돈이 급해 시작한 알바였건만, 너무 영세한 업체였던 탓인지 임금체불이몇 번이나 있었다. 이 갈빗집은 전용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도로변에 손님들 차를 세워놨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주차대행 노동자들이 차를 차곡차곡 주차장으로 옮겨놓는 방식이었다.


"강남일대에 비상등 켜놓고 승용차들이 쭉 세워져 있는 거 보셨나요? 이게 백이면 백, 주차장 없어서 발레파킹 하는 사람들이 도로가에 임시로 세워둔 차들이에요. 제가 일했던 갈빗집도 손님들 차가 넘치니 도로에 세워뒀었죠.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니 식당 손님 차량을 빨리 빨리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손님 차에 주차위반딱지가 붙으면 이걸 주차 대행업체에서 다 물어줘야 해요. 예를 들면 식당은 한 달에 주차업체에 2천만 원을 통으로 주고, 거기서 인건비나 과태료 등을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데, 이 식당은 손님들 주차위반 딱지 값만 한 달에 400만 원 어치가 되다보니... 주차업체 사장이 자기 쓸 거 빼면 직원 3명에게 월급주기도 빠듯했던 거죠. 나중엔 사장이 자기가 더 적게 가져간다고 투덜대기도 할 정도였는데, 결국 월급이 밀려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지훈씨가 예전에 일했던 호텔 같은 경우는 큰 보안회사에서 주차 업무도 맡기 때문에 임금체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은 주차 대행 업체들이 영세하고, 노동자와 편법적으로 계약을 맺거나 일의 대우를 부당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비오는 날 비 맞고, 눈 오는 날 눈 맞고


주차 대행 일을 하면서 가장 불편하고 힘든 일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공기를 마셔야 하는 게 아닌지 싶었다. 대부분의 건물 주차장이 지하에 있고, 지상에 발FP파킹 노동자들을 위해 따로 휴게/대기공간을 만들어 놓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도 많이 마셔야하는 곳이니 더욱 그러리라 예상됐다.


"지하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계속 맡으며 일하는 것도 안 좋고요, 그리고 담배냄새도 정말 많이 맡게 돼요. 일 끝나고 코풀면 정말 시커~~~멓게 나오고 그래요. 기관지가 늘 안 좋은 편이고요. 미세먼지도 장난 아니잖아요. 자동차 외관에 있는 먼지나 기름때도 그렇고. 하루에 몇 십 대씩 자동차 문을 열고 닫고 하면 손도 어느새 새카맣게 더러워져 있다니까요. 자동차 자체가 매연덩어리이니까... 어쩔 수 없죠 뭐. 처음에 일했을 때는 피부에 두드러기도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몸도 좀 익숙해졌나봐요."


또한, 지훈 씨의 표현대로 "비오는 날 비 다 맞고, 눈 오는 날 눈 다 맞는" 일 환경이다. 차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타고 내려야 하고 많은 차량을 옮겨 다녀야 하니 우산을 쓰기 힘들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예민한 손님들은 몸이 젖은 채로 자기 운전석에 앉아 시트가 지저분해 지는 것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한다.


"서비스 쪽은 왜, 이러저러한 고객들이 있다 보니 항의를 받는 게 가장 피곤한 일이잖아요. 주차 일도 마찬가지예요. 비오는 날 시트 젖는다고 뭐라고 하는 손님, 마음대로 운전석 조정했다고 뭐라고 하는 손님, 차 안에 있는 블랙박스 영상 확인하고 주차하러 갈 때 과속한 거 아니냐고 따지는 손님들... 다양해요. 아 제가 당한 좀 악질적인 사례인데요, 어떤 손님이 예전에 자기가 긁혀온 자국을 저보고 했다고 덤터기 씌우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블랙박스 다 확인해서 제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다 밝혔지만 기분 나쁘죠. 저희는 이런 억지 쓰는 경우를 미연에 피하려고, 차타기 전에 차량 외관을 한번씩 체크해요. 긁힌 자국 있거나 찌그러진 부분 있으면 미리 찍어놓고 타지요. 나중에 괜한 문제 생기지 않도록."


젊은 사람들 중에는 흔히 손 댈 수 없는 외제차를 보는 맛에 이 일을 취미삼아 '알바'로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대부분의 발레파킹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나 은퇴 후 제2의 생업으로 택한 고연령자나, 다른 곳에서 쉬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전과자들이 많다. 강남 주변에는 고가의 외제 승용차도 많아 항의나 사고가 생기면, 대부분의 주차대행 노동자들에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터. 다행히 지훈 씨는 지금까지 몇 년간 발레파킹 일을 하면서 사고가 난적은 한 번도 없다.


"제가 지금 일하는 건물에 자주 오시는 단골 손님이 있으세요. 그분이 몰고 다니는 차가 6억 짜리인데요. 워낙에 운전이 미숙한 분이라, 다른 건물 가는데도 일부러 저희 일하는 주차장까지 찾아와 차 맡기시는 손님이죠. 사실 고가차량 차주들은 사고 나면 서로 부담스러우니까 웬만하면 발레파킹을 안 맡기거든요. 그만큼 이분이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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