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015.10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2차 연구


정하나 선전위원



2년에 걸쳐 진행한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연구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1차 조사(설문조사)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요인이 대체 판매현장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2014년에 진행한 <현대차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1차 연구>에 대해서는 일터 130호 연구소 리포트에서 소개한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1차 사업에서 얻은 설문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 혹은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정가판매 제도’와 ‘가학적 인사관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가로 차를 팔자는 ‘프라미스 투게더’, 뭐가 문제?

현대자동차의 판매정책인 ‘정가판매’ 제도는 2011년 ‘프라미스 투게더(Promise Together)’ 캠페인과 함께 도입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이 제도를 ‘올바른 판매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도판매’ 문제의식이 ‘정가판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판매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대신 ‘가격 규제’만 남은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의 마케팅정책 수립과 연동되는 판매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판매사원 개인이 차를 에누리 없이 정가로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 하는 것만 가지고는 ‘정도판매’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판매위원회 노동자가 정가판매제를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말대로 ‘정도’를 지키자고 정가판매를 따르자니 고객들이 떠나가고, 그렇다고 차를 팔자고 정가판매를 어기자니 회사에서 징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자본은 실적 외에도 판매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정가판매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정가판매 제도의 두 가지 약점과 이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정가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선언 외에 실제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한 다른 조처가 전혀 없는 앙상한 정책은,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회사가 정가판매 위반에 대한 징계권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징계권을 쥐고 있는 회사의 감시하에서, 정가로는 팔리지 않는 왜곡된 시장구조 속에서 판매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많이 팔 수도 없게 해놓고... ‘가학적 인사관리’만 일삼는 사측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은 현재 정가판매 제도를 실현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었다. 다양한 차량 판매 경로가 있는 상황에서 정가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팔 수 없는 제도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노동 자체가 역설과 모순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데다, 노동자와 대리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게 된 셈이라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즉, 정가판매의 약속을 못지키면 그것대로 징계 압박에 시달리고, 잘 지키면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일과 회사에 대한 회의는 바로 이에 기인한다.

회사는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이나 보완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직 노동자들의 정가판매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징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학적 인사관리의 형태이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조합원들 사이에는 압박과 불안감, 서로 간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 억압적인 근태 관리, 편가르기식 인사 관리나 미스터리 쇼퍼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한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현대차 자본의 인사관리 행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정가판매를 지켜서는 팔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또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미스터리 쇼퍼 등을 통해 시험하는 회사 측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재미를 잃었고 판매 조직의 미래 자체가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매 노동자들은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실적이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판매량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업 노동의 특징도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측의 압박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가판매 제도나 가학적 인사 관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배신감과 불신을 촉발하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1차 사업에서 직무 불안정, 관계 갈등, 조직 체계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을 아주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건강지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 가학적 인사관리

직무스트레스의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2014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우울 증상, 정신적 소진, 주관적 건강 수준은 그 차이가 컸다. 더 심각한 것은 가학적 인사 관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종 건강 지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행감시나 징계의 경험은 주관적 건강수준, 우울증상,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직장 내 폭력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었다. 정신적 소진은 여러 가학적 인사관리 가운데 ‘정가판매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의 증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는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이 모순적인 정가판매 정책으로 인하여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지쳐버릴 정도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감정노동이나 정신적 소진감, 직장 내 폭력을 직·간접 경험한 노동자들 역시 건강 지표가 모두 나빴다. 특히 직장 내 폭력 경험은 우울증상 위험을 큰 폭으로 높이고, 나아가 지난 1년간 자살 생각도 많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이러한 결과들은 심층면접을 분석한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정가판매로 인한 직무불안과 여기에 더 해져 실적관리를 표방한 가학적 인사 관리로 인한 동료 간의경쟁이 직장 내 폭력이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직무 불안정은 직장 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가학적 인사 관리와 같은 부적합한 경영방식 역시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연합 직업안전보건청(EU OSHA)의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와 경영자의 리더쉽 및 관리방식을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이 등 개인적 요인과 직장 내 폭력 사이 관계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데이터 심층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직장 내 폭력이나 우울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관계갈등 영역은 단순히 노동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적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은 조직적이지 못 하고 개별적이었다. 정가판매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정가판매를 지켜 실적이 낮은 데서 오는 고통, 정가판매 제도로 인한 보람 없음과 동료들 사이의 갈등을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가판매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해 정가판매 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을 때는 정가판매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그 기준의 엄격한 적용, 현제도의 일시적인 운영 중단 및 개선된 제도의 시범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정가판매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걸리지만 말라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 국내 시장 점유율이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진,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관리자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장 질서 확립 방안으로 시장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한 시장 질서에 대한 동의, 대리점 소장 판권 제한, 대리점 노동자의 연대 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대리점이 이미 국내 자동차 영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만큼 시장 질서 확립 과정에서 대리점 관련 주체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과거와 매우 달라졌고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개인의 판매 실적을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실적 중심 구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를 덜 방안으로 고객관리 중심으로 업무 재배치, 지역 할당제, 영업 영역 분리, 승진 제도 개선 등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정가판매 제도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고통만 강요하고 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가판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 간 교류와 공동체 경험의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 이번 연구를 통하여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노동자 들의 노동 조건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질서와 판매정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직영판매 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 인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가학적 인사관리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긴급보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일치된 목소리일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보다도 판매위원회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 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악화되는 관계 갈등, 직장 내 폭력 문제는 더욱 그렇다. 서로 고립된 개인으로, 혹은 무관심하거나 대립하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는 사측의 전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노동 인권이 존중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터도 모두 요원한 꿈일 뿐이다. 현장의 작은 문제라도 반드시 함께 토론하여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분회나 지회의 현장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직무나 성별,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분회나 지회 및 더 나아가 대리점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 사이의 상호 교류와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 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히 조직된 현장의 힘으로 신명나는 판매현장, 건강한 일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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