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산업안전보건법 A~Z 모음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알기!

<산업안전보건법 A~Z> 카드뉴스 목록 


1. 산업안전보건법의 역사와 현황

http://omn.kr/rp3k


2. 산업안전보건법 개요 및 권리 주체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http://omn.kr/rqfy


3.[알권리] 법령요지 게시, 안전보건표지, 노동안전보건교육

http://omn.kr/rs0g


4. [알권리] 작업환경측정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http://omn.kr/rvt6


5. [알권리] 건강검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452805&PAGE_CD=&CMPT_CD=


6. [거부할 권리] 작업중지

http://omn.kr/rzre


7. [참여할 권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http://omn.kr/s2eu


8. [참여할 권리]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http://omn.kr/s4fr


9. [참여할 권리] 위험성평가

http://omn.kr/s6kd


10. 산업안전보건법 패러다임의 전환

http://omn.kr/s8sr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 2018.05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 ILO 화학물질 협약을 통해 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점

조승규 공인노무사, 노동자의벗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아래 ILO)의 국제기준과 한국의 법규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작업상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ILO의 국제기준으로는 제170호 협약(작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상 안전에 관한 협약 : 아래 화학물질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1990년에 ILO에서 채택되었고 한국 정부는 2003년에 이를 비준하였다.

화학물질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은 이미 한국의 법규가 작업상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제도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화학물질에 관한 ILO 협약과 한국의 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40조~ 제42조)을 아주 간단히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 표를 보면 한국은 ILO에서 규정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서 화학물질과 관련한 안전조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올림을 떠올려보자. 노동자들이 이상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잘 제공 받았다면 자신에게 치명적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곳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계속 일하다가 쓰러졌다 하더라도 공정에서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가 있으므로 비교적 쉽게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제도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ILO의 지적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ILO의 지적을 통해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한국의 산업안전 제도 안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ILO에는 CEACR이라는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비준된 협약이 각 국가에서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위원회가 2007년과 2010년, 2015년 3번에 걸쳐서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에 지적을 한 바 있다. 그 지적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동자의 알 권리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ILO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상 비밀로 숨기는 것을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업상 비밀의 주장은 1)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해가 되면 아니 되며, 2)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서 승인되는 방식을 통해야 한다(화학물질 협약 1조, 18조). 그러나 한국의 현행법은 1) 오히려 영업비밀 보호가 원칙이고 노동자는 장관이 인정할 때만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2) 법원에 가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영업비밀이라 주장하기만 하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영업비밀에 매우 관대한 규정 때문에 지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상당 부분은 영업비밀이라는 한 단어만 적힌 채 공란으로 비어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가 제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알 권리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져 있기는 하다.)

두 번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의 부재의 문제이다. ILO는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한 3번의 지적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모두에서 정부의 책임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였는데, 그렇게 계속 같은 지점을 확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안전은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단순히 적어두는 것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작업장에서의 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관계 당국은 그런 태세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다. 한참 부족한 특별관리물질 리스트 등을 볼 때 계속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책임을 맡은 명확한 기관이나 부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있다면 제대로 운영되는지도 의문이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정부의 사업장 검사에서 법 위반율이 절반을 넘는 기괴한 현상은 단순히 과태료 인상이나 더 조사하겠다는 다짐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안전에 대한 정부의 중요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고, 적절한 정부 기관과 인력, 제도가 준비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화학물질 협약을 우리 정부가 비준한 지는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들 협약의 비준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비준한 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사실 한국 정부는 ILO 170호 화학물질 협약에 대해서만 지적받은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 분야에서 비준한 모든 협약에 걸쳐서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협약의 거의 모든 조항에 지적사항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그 개정안 이후에도 산업안전 제도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④] 물질안전보건자료 공적관리 강화해야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④] 물질안전보건자료 공적관리 강화해야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공유정옥
  • 승인 2018.03.09 08:00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 유해성과 위험성, 취급시 주의사항과 사고 대응방법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터 화학물질 안전보건의 기초라고도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87



[입장]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입장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입장

(2018.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 전부 개정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와 개정안의 취지에 대한 입장

산업안전보건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노동 관련법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꾸준히 부분 개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원청의 위험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모든 면에서 더욱 취약한 하청으로 이전되는 사업 형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둘째,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고용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셋째, 다양한 형태의 노동재해에 따른 노동자의 주체적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 넷째, 정신건강의 침해로 인한 문제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노동자의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 여섯째,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행 산안법이 이러한 변화와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큰 폭의 법 개정의 요구가 새 정부 들어 더욱 커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9일 정부는 다음과 같이 제안이유를 밝히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발주자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주체를 확대하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함. 아울러,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함. 한편, 생산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산공정에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국가가 관리하기 위하여 유해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함.”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의 취지는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하다. 노동자와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가 일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개정이 아닌 전부개정, 법률의 전면손질이라고 하기에는 그 철학적 방향과 내용이 빈약하다. 모름지기 전부개정이라 한다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이라는 개념을 직업안전보건으로 전환하고, 신체적 건강에 국한된 규율을 정신적 건강까지 확대하고,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의 개념에서 확장된 노동력을 매개로 사업에 관계하는 자를 기본 보호대상으로 설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업이익을 취하는 모든 자를 법의 수규자로 하며, 노동자의 참여와 거부의 권리를 개별 및 집단에게 부여하여 노동자를 권리주체로 명확히 설정하고, 알 권리가 전면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제출된 전부개정안이 이전과 비교하면 도급사업자(원청)의 책임성,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보, 보호대상자의 확대 등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인식이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개정 이유를 고려한다면, 행정부로서 개정의 현실적 고려를 한다 하더라도, 미흡한 지점이 다수이며, 전부 개정안은 상당 부분 보완되어 재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2. 주요 내용에 대한 입장

1) 법의 보호대상 확대

개정법안 77(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 78(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79(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등은 변화되는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 노동자 보호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플랫폼(platform) 노동자 중 유독 배달중개업의 이륜차 배달노동자만을 특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한 점은 법의 위계적 차원에서도 걸맞지 않고, 보호 대상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개정법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나름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하고, 보호 대상의 확대나 사업주의 책임에서는 효과적인 규정이 부재하다. 그러면서, ‘일하는 사람의 의무에서는 의무만을 규정 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근로자에서 확장된 일하는 사람의 개념을 명확히 중심 개념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가 법의 보호대상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자리매김하여야 함에도 의무만을 규정하고 권리를 배제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 회사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 강화

개정법안 제13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업무집행지시자)를 포함하고, 매년 회사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벌칙도 부과하였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서 종종 벗어나 있는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대표이사의 책임과 의무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보건조치의 미비로 인한 재해에 법률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3)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시 작업중지 강화

개정법안은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였다. 그러나 개정법은 현행법을 분리하여 재배치하고, 대피 노동자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내용적 진전이 없다.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급박한 위험은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여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기에 최소한 급박한 위험과 더불어 산안법에 규정된 안전과 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 노동자의 중지(거부 및 대피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해야 하며, 동시에 근로자대표, 산안위 위원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를 실시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작업 재개 시에도 해당 작업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재해가 발생하고 실시되는 사업주 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산업안전감독관을 충원하고 권한을 확대한다고 해도 전국의 사업장을 포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관건은 사업주의 인식전환과 법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 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호의 대상이자, 예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땅히 그에 부합하는 권한과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작업중지 뿐 아니라 개정 산안법의 전반의 중심 고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과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는 작업중지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4)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 강화

개정법안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한 절차를 마련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업중지 해제 절차에 있어, 근로자 대표, 산안위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노동자 측 관계자와 해당 작업 노동자의 의견 청취 또는 동의 여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한 점은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현장 안전보건에 있어 일하는 사람의 주체적 참여를 언제나 고려하여야 한다.


5)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 제한 등

개정법안에서는 도금, 수은, 납 등 12개 물질에 한정하여 도급을 금지하고 있고, 도급금지 범위확대에 대한 논의나 절차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원청이 적격 수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안도 적격기준의 세부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이를 위반 시 처벌 조항도 없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6)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건설공사에 관한 특례

개정법안에는 도급의 정의, 원청의 책임범위 확대, 건설업에서 발주처 책임강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는 명확히 정리되지 못했다. 발주처의 책임강화도 건설공사로 한정함에 따라, 하청의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학산업단지, 제철소, 발전소 등에 대한 근본 대책도 누락되었다.


7) 고객응대근로자의 보호

개정법안이 보호대상을 정보통신망 등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국한하여,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고객응대 노동자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객응대 노동자인 금융노동자의 경우 금융관련법에서 선언적 수준에서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산업안전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보호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개정법안은 이들 노동자 역시 보호대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고객응대노동자들의 건강장해는 정신건강의 침해로 시작됨을 주목하여야 하며, 고객응대업무 뿐 아니라 각 산업에서 정신건강의 침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지점 역시 착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신건강장해 예방에 대한 보건조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규율되는 규칙에서 고객응대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노동자의 정신건강장해 예방을 규정하여야 하지만 개정법안은 이를 누락하여, 결과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매우 국소적으로 다루고 있다.


8)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제출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관련하여 비공개 정보에 대한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하고 비공개 승인의 유효기간(3)을 정하는 한편, 대체정보 기재의무를 규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관련 심의(비공개 승인 여부와 대체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며(개정안 제115조 제6), 심의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노동계의 참여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심의를 위해 제출되어야 하는 자료와 그 자료의 보관, 공개에 관하여도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주체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 기재 내용에 대한 근거 자료를 보관하도록 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5항은 기존에 사문화된 규정으로 평가되던 현행법 제41조 제11항을 개정한 것인데, 정보 요구권자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하거나 직업성 질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경우”), 대상 물질을 양도제공하는 자 또는 이를 취급하는 사업주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여,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며, 개별 근로자에게 정보 요구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역학조사 기관이나 질병판정위원회의 경우 당연히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해당 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개별 근로자도 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6항이 비공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고 있으므로, 결국 제115조 제5항의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를 동 위원회가 갖게 될 것이므로, ‘심의위원회도 정보제공의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행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유해 성분만을 기재하도록 하였고(개정안 제113조 제1항 제2), 다만 유해하지 않은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였다.(동조 제2). 물질안전보건자료가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전달하는데 충실하도록 개정한 것은 수긍이 가나, 전체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향후에라도 해당 물질을 취급한 노동자가 그에 대한 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동조 제2항에 따라 수집된 정보의 관리, 공개에 대한 규정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현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원으로서 대표 발의하였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과 발의에 참여하였던 화학물질의 영업비밀 남용금지에 관한 법률()’ 등에 이미 담겨 있던 노동자의 자료청구권 및 자료공개 등의 문제의식이 이번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은 매우 유감이다.


3. 이외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입장

1)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 확대의 필요

현행법 제61조의2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개정법안 제22조로 하여 제2장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속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것 이외에는 어떠한 추가 개정내용이 없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필참 성원이며, 주로 노동자 조직 추천으로 선임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 현장에서의 별다른 권한(예컨대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 자료열람권, 작업중지권 등)이 없으므로 인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가 유명무실한 현 상황을 주목해야 함에도, 개정법안이 이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럽고, 노동자의 참여와 권리 보장에 대한 정부의 기본 태도가 무엇인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2) ‘보건조치로서 정신건강 예방 의무의 편입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행법은 신체건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체와 정신의 조화라는 측면에도 부적합하고, 증대되는 정신건강의 문제에도 적정하지 않다. 따라서 전부 개정의 시점이라면 보건조치규정에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에 대한 예방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여, 고객 응대 뿐 아니라, 일터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노동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3)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심의 배제 대한 제재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비록 전 사업장에서 구성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하는 중요한 법률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매우 모순된 규정에 의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법 불비 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현행법 제19조 제2항에서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각호의 사항을 심의하지 않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이에 따른 별다른 벌칙조항이 없다. 의결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나, 아예 명시된 심의()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주 임의대로 할 수 있다. ‘공정안전보고서작성이나, ‘안전보건개선계획을 수립 시 반드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이 있음을 상기한다면, 19조 제2항 위반의 벌칙이 없는 것은 분명한 법 불비 사항이다. 전부개정안에서는 이 점이 개선되어 사업주의 악의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절차 무시를 제어하여야 한다.

 

4. 결론

정부의 개정안은 방향에 있어 일부 타당하나, 그 내용은 부실하여 전부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강조한 생명존중, 노동존중 그리고 산업재해의 획기적 감소의 핵심 관건은 일하는 사람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의 부분을 포함하여 구체화되어야 한다.

첫째, 보호대상의 확대가 일하는 사람으로 전면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특수고용이니 플랫폼 노동이니, 하청이니 구분하여 보호할 이유가 없으며, 그 수규자는 이를 통해 사업 이득을 보는 자로 하면 된다.

둘째, 보호 대상자는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의 주체, 정보청구와 수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신체건강과 동시에 정신건강이 보호예방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전부개정의 취지에 걸 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개정법의 정부 감독권한의 명확화와 강화 및 벌칙의 강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변화된 고용 지형과 관계에서 현장의 안전과 건강을 누가 어떻게 지속적이며, 즉각적으로 나서서 예방하고 감시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산안법전부개정안 최종입장_오탈자수정본_1802.hwp

산안법전부개정안 최종입장_오탈자수정본_1802.pdf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3) /2017.2

위험성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3)

-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A 사업장의 경우 전 조합원 설문, 조합원의 5%에 대한 심층면접, 68개 공정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거쳐 정리 한 주요 내용에 대한 노사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개선과제를 도출했습니다.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바로 개선할 힘을 만드는 것

사업장마다 다르겠지만,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개선할 과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대로 파악 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공동으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꼼꼼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제대로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사한 내용에 따라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노사의 협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개선과제를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를 꼭 포함해야 합니 다. 그래야 개선할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을 지속할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과 정과 힘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를 내고 말거나 개선시도를 하다 말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꼭 관철하거나 견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가급적 사측의 의견도 최대한 반영해야 하겠지만, 현장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개선과제와 개선활동에 대해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둘째, 매년 해야 하는 위험성평가 는 한 번 하고 말 활동이 아니므로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구분하여 노사합의를 통해 집행부의 임기 와 별개로 지속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셋째, 개선과제를 사안별로 쭉 나열하여 제시하기보다는 입 체적인 개선방안을 기획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사 공동으로 개선이 절실하고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전사적으로 추진할 과제, 집행부 차원에서 산보위(노사협의회)를 통해 집중적으로 개선할 과제, 부서별 공정별로 조합원들이 주도적으로 지속할 과제 등으로 구분하여 개선을 일상적으로 지속할 태세를 갖 추고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위험성평가의 목적은 제대로 파악한 유해위험요인을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개선해 나갈 힘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개선을 일상적으로 지속할 조합원들이 본인은 물론이고 현장 동료들이 겪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해 나가면서, 개선할 필요를 공감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효성 있는 개선을 해나갈 힘과 경험을 축적해 나갈 때 일터를 더욱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가 공감하는 실행에 옮겨야 할 개선과제

A 사업장의 경우, 개선할 과제는 3년의 기획 아래 크게 세 축으로 정리했습니다. 전사적으로 진행할 과제로 회사의 안전보건경영방침의 내실화, 근골격계 질환 보호예방관리프로그램의 시행, 핵심 개선과제와 공정별 개선과제의 실행 등입니다.

 

전사적으로 진행할 안전보건경영방침 내실화를 위해 ①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경영진의 안전보건 인지적 경영인식의 전환 ② 안전보건 관련 예산과 인력의 확대 ③ 현장 참여형 안전보건활동 정착을 위한 안전보건지킴이 활동체계 구축 ④ 개선은 단기간만이 아닌 중단기적 기획과 경험 축적 필요 ⑤ 구체적이고 다수가 공감할 근무형태, 근골 부담 예방, 유해물질과 소음, 작업량과 인력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쌓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첫 시도로 전 공장 출입구에 안전보건경험방침 부착, 공정별 MSDS 게시, 재해보고 및 대책 관련 전 구성원에게 보고, 안전보건지킴이 체계 구축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어서 다발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부담 요인 대책으로 보호예방관리프로그램의 시행이 절실하다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동일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선행사례를 통해 A 사업장에 맞는 운영방안에 대한 합의를 거쳐 실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사업 전에 노사가 합의한 바대로, 근골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한 문진 등 의학적 조치를 시급히 하여 시술과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병행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끝으로 핵심 개선과제를 12개 제안하였습니다.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의 개선, 서서 하는 부담 완화, 조명개선과 분진 노출 저감, 방청유와 석유와 랩제 및 염산 사용 공정에 (측방)배기장치 설치, 국소배기장치 성능 및 실태 조사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 및 실행, MSDS 게시 등 유해물질 관리와 유해성주지 등 관리 강화, 금강사 등 랩제 보관 및 사용방법의 개선, 전도위험 방지 대책 수립과 개선, 소음 저감 및 차단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및 실행, 대차의 개선으로 중량물 취급 부담 저감, 고온 및 저온 작업에 대한 보완조치로 이동식 냉온풍기 사용, 설비에 의한 협착 등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센서 설치와 일상적 점검 시스템 구축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핵심 개선과제에 이어 보고서에 제시한 공정별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개선은 공정별로 노사협의를 거쳐 실행에 옮기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A 사업장의 경우 지회와 연구진이 개선을 위한 기획안을 만드는 중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개선과제를 어떻게 실행에 옮겨나갈 것인가에 대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2015.9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김세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서울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던 작년까지는 이주노동자 진료소에 나가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일하면서 이주노동자를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가끔 만나게 된다 해도 몸짓, 손짓, 간단한 그림으로 미흡하게나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그런 상황이 일단락되고 나면 더는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일하면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큰 관심도, 그럴만한 별다른 계기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봄부터 공단 지역이 있는 중소도시의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공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집 근처의 동네마트에서도 이주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정도이니, 공단에 있는 사업장으로 출장검진을 가면 회사마다 좀 차이는 있지만, 이전보다 상당히 자주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본디 ‘검진’이라는 업무가 가진 특성상, 그리고 여러 현실적 여건 때문에 검진하면서 만나는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는 힘들다. 이미 파악되어있는 유해인자 목록이 대체로 정확할 거라는 믿음 아래 그에 따라 핵심적인 증상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고, 신체진찰도 꼭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길어질라치면, 간호사가 다가와 ‘선생님, 조금 더 서둘러주셔야 해요.’라고 다급하게 속삭이기 일쑤. 테이블 옆에 길게 늘어져 서 있는 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말과 손이 빨라진다. 하지만 1:1로 대면하는 검진만큼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상황 봐가며 가능한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늘 여유롭지는않다. 짧은 시간 내에 문진과 진찰을 해야 하고, 간략한 교육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짧은 검진시간, 말 안통하는 이주노동자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건강검진 자체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만나는 이주 노동자들은 더욱더 고민거리다. 대부분 시간적 여유가 없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국적을 물어보진 않지만, 이름이나 외모로 보아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가장 많다. 얼굴을 마주 보고 앉으면 일단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다. 한국에 온 지 오래된 경우는 한국말이 꽤 능숙하거나, 최소한 질문 내용을 이해하고 간단하게나마 대답을 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러면 아픈 곳이 있는지, 일할 때 보호구를 착용하는지 등 간단한 단어나 손짓을 통해 서로 알아들을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쨌든 핵심적인 내용의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 묻는 첫 번째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여러 번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채로 처음으로 그런 상황을 맞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서로 멀뚱멀뚱 눈만 바라보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손짓을 해야 할지 금방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그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뭐든 말해봤자 전달이 되지 않을 테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개인의 병력이나 주요 증상 유무에 대해 미리 스스로 점검한 문진표를 건네받지만, 한국어로 된 문진표를 그가 정확히 표시했을 리 없다. 국적에 따라 간단한 영어로 소통할 수 있거나, 한국어가 능숙한 같은 나라 출신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것은 운이 좋은 경우다.

 

의사소통도 어려운 이주노동자는 어떻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이들이 어떻게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어로 된 매뉴얼이나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읽을 수 있고, 동료와 문제없이 소통이 가능한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일터는 안전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일하다 다치고 병들거나 죽는다. 하물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은 어떨까. 그나마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한 허리통증이나 어깨통증은 어떻게든 몸짓으로라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늘 일하며 다루는 물질이 훗날 암이나 진폐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인지,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로 일하면 왜 위험한지를 그들은 알고 있을까. 혹은 그런 것을 알 기회가 주어지기는 할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쓴 채로 일하고 있는 걸까.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출장검진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난 날에는 이런 생각으로 한동안 답답하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고, 내가 뭔가를 바꾸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한국인이든 이주민이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하겠지만, 이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중 한 명인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봐야겠다. 예를 들어, 기존에 나와 있는 외국어 안전보건자료를 사업장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 외국어 문진표를 우리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다른 직원들과 의논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자료집] 산업안전보건법 활용 메뉴얼

 

 

- 일러두기 -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예방에 관한 법률로 현장 안전보건 활동에 기본적인 법률로 2014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적용 사업부문이 확장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운수노조․연맹이 기획하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집필한 본 자료가 만들어졌습니다. 본 자료는 <법 규정 - 해설 - 현장 활용 - 관련 자료>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능한 모범사례 및 공공운수노조․연맹 모범단협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노동부령),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노동부령)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련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및 예규, 지침 등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복잡하여 현장에서 찾아보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 면도 있으나, 이 자료를 차근히 살펴보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 사업장의 경우 그 사업의 종류와 직종이 다양하므로 본 자료의 적용 대상, 기본 법률을 우선 살피고 법률로 부족한 부분은 단체협약을 통해 보완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본 자료가 활용되어 노동자건강권 쟁취에 작은 기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안전보건법 활용 매뉴얼 집필팀


- 목차 -
<산업안전보건법 목적과 적용>
<1장> 사업주의 의무
<2장> 안전․보건표지의 부착 등
<3장> 안전보건관리체계
<4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5장> 안전보건관리규정
<6장> 안전조치
<7장> 보건조치
<8장> 작업중지권
<9장> 유해작업 도급금지 및 도급사업장의 안전보건조치
<10장> 안전보건교육
<11장> 석면관리
<12장>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13장> 작업환경측정
<14장> 건강진단
<15장> 역학조사
<16장> 각종 안전보건 점검 및 예방 계획
<17장> 명예산업안전감독관
<18장> 위험성 평가


- 부록 -
1.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목차
2. 과태료의 부과기준
3. 안전ㆍ보건표지의 종류별 용도, 사용 장소, 형태 및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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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Tel : 02-324-8633

Fax : 02-324-8632

E-mail : laborr@jinbo.net

 

[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2014.3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3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위험성 평가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고 신설된 법안인 만큼 미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사업장이 시끌시끌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교육에 500명씩 신청자가 몰리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노동자(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황이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특집1]

위험성 평가의 이해


흑무 상임활동가

 

1. 위험성 평가란

 

41조의2(위험성 평가)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내용 및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한다.

1항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조치하는 방법, 절차, 시기,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 위험성 평가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고시 제2012-104]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통해 정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유해․위험요인이란 유해위험을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것의 고유한 특징이나 속성을 말하며 다음 표와 같은 것들이다.

 

용어

위험요인

유해요인

분류

()

1. 기계기구, 설비 등에 의한 위험요인

2. 폭발성 물질, 발화성 물질, 인화성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요인

3. 전기, ,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요인

4. 작업방법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5. 작업 장소에 관계된 위험요인

6.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7. 그 외의 위험요인

1.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한 유해요인

2. 방사선, 고온, 저온, 초음파, 소음, 진동, 이상기압 등에 의한 유해요인

3.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유해요인

4. 그 외의 유해요인

 

 

 

2. 위험성 평가의 방법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해당 사업장에서 사업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고,
-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에게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관리하게 하며
- 관리감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위험성의 추정, 결정,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실행을 하게 하며
-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참여하게 하고,
- 기계·기구, 설비 등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에는 해당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 그 밖에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것

 

1.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법 제48)

2. 안전·보건진단(법 제49)

3. 공정안전보고서(법 제49조의2)

4.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안전보건규칙 제657조부터 제662조까지)

5. 그 밖에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서 정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제도

 

3. 절차
위험성 평가는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으로 진행된다.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① 실시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 실시의 목적 및 방법, 실시 담당자 및 책임자의 역할, 실시 연간계획 및 시기, 실시의 주지방법, 실시상의 유의사항


② 대상 : 위험성 평가는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③ 사전 조사 : 사업주는 다음의 사업장 안전보건정보를 사전에 조사하여 위험성 평가에 활용하여야 한다.

 

 - 작업표준, 작업절차 등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사양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의 유해·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공정 흐름과 작업 주변의 환경에 관한 정보
- 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사업으로서 같은 장소에서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급을 주어 행하는 작업이 있는 경우 혼재 작업의 위험성 및 작업 상황 등에 관한 정보
- 재해사례, 재해통계 등에 관한 정보
- 작업환경측정결과, 근로자 건강진단결과에 관한 정보
- 그 밖에 위험성 평가에 참고가 되는 자료 등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때 업종, 규모 등 사업장 실정에 따라 ① 사업장 순회점검 ② 청취조사 ③ 안전보건 자료 ④ 안전보건 체크리스트 ⑤ 그 밖에 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 중 어느 하나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①번 방법을 포함하여야 한다.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사업장 특성에 따라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및 중대성의 크기를 추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는 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하거나, 더하거나, 행렬을 이용하는 방법 등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어느 것이든 사용될 수 있다.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결과와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을 비교하여, 해당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은 위험성 결정을 하기 전에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해 두어야 한다.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 사업주는 위험성을 결정한 결과 허용 가능한 위험성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험성의 크기,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고려하여 ① 위험한 작업의 폐지·변경, 유해·위험물질 대체 등의 조치 또는 설계나 계획 단계에서 위험성을 제거 또는 저감하는 조치 ② 연동장치, 환기장치 설치 등의 공학적 대책 ③ 사업장 작업절차서 정비 등의 관리적 대책 ④ 개인용 보호구의 사용 등 위험성 감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감소대책을 실행한 후 해당 공정 또는 작업의 위험성의 크기가 사전에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범위인지를 확인하고, 위험성이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추가의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중대재해, 중대산업사고 또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성으로서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잠정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종료한 후 남아 있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게시, 주지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① 위험성 평가를 위해 사전조사 한 안전보건정보 ② 평가대상 공정의 명칭 또는 구체적인 작업내용 ③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④ 위험성 추정 및 결정 ⑤ 위험성 감소대책 및 실행 ⑥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계획 및 일정 등 ⑦ 그 밖에 사업장에서 필요하다고 정한 사항을 담은 기록물을 남겨야 하며 사업주는 기록물을 3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

 

 

4. 위험성 평가의 실시 시기
- 위험성 평가는 최초평가 및 수시평가, 정기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하여야 하며 최초평가 및 정기평가는 전체 작업을 대상으로 한다.
- 수시평가는 다음 표에 해당하는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해당 계획의 실행을 착수하기 전에 실시하고, 계획의 실행이 완료된 후에는 해당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5)번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재해발생 작업을 대상으로

 

(1) 사업장 건설물의 설치·이전·변경 또는 해체

(2)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등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3)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등의 정비 또는 보수

(4) 작업방법 또는 작업절차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5) 중대산업사고 또는 산업재해(휴업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발생

(6) 그 밖에 사업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 정기평가는 최초평가 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1) 기계·기구, 설비 등의 기간 경과에 의한 성능 저하 (2) 근로자의 교체 등에 수반하는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지식 또는 경험의 변화 (3)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 (4) 현재 수립되어 있는 위험성 감소대책의 유효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집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산업위생전문가 박두용 교수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도 노동자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성 평가 도입의 배경과 단위사업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산업위생전문가인 한성대 박두용 교수를 만났다. 박두용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위험성 평가’를 주장해왔으나 정작 지금 시행되는 위험성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 맥락과 배경은 어떤 것인가?

 

1980년대 들어 영국과 미국에서 위험성 평가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이윤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거나 위험 유해 산업의 해외 외주화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유해 산업으로 인한 부담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유해물질 측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산업 위생 기술적 측면에서 포화 상태였다. 현재 사용하는 측정 기술 등이 대부분 1970년대에 개발이 완료되어,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발달할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험 관리,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이 생겼다.

 

그중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전까지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 주면서 주체를 객체로 만들어왔다면, 이제 스스로 평가를 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해나가자는 것이 위험성 평가의 철학이고 정신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유해산업이 존재하고 재래형 재해도 잦으며, 아직도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 스스로 작업장을 평가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현장에서 스스로 나서서 위험성을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작업환경측정을 해서 객관적으로 수치를 보여주고, 이에 기반을 둬 안내와 감독을 해 줘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산재를 제대로 신고하지도, 모두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사업장 평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작업장 유해요인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전에는 위험성 평가를 위해 전문가가 측정하고, 측정치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거칠더라도 그 평가를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해성을 1-4점으로 나누고, 물질 사용량을 1-4점으로 나누어, 각 점수를 곱해서 위험도를 표현해 볼 수도 있다. 벤젠을 사용한다면 유해성은 4점을 주고 쓰는 양이 거의 없으니 양은 1점을 주어 위험도는 4점이 된다. 톨루엔을 예로 들면 유해성은 2점이고, 쓰는 양도 적어서 1점을 매기면 위험도는 2점이 된다. 이때의 위험도 숫자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지 않지만, 여러 물질 사이의 위험도를 비교하면 최소한 그 사업장에서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벤젠은 향기도 좋고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 유해성을 2점 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2-3년 지나면 노동자나 부서, 사업장끼리 소통을 통해, 혹은 정부 감독이나 전문가 안내를 통해 결국 정보가 교류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 용역’ 이런 식으로 위험성 평가 자체를 다시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올해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위험도 평가 방법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사업주나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각 사업장의 유해성을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산업의 위험성’과 같이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 ‘벤젠의 위험성’과 같이 특정 물질이나 유해요인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와 대안 마련이다. 개별 사업장에 도움을 준다면, 노동자나 사업주가 한 위험성 평가에 대해 안내해주거나 여러 종류의(화학물질, 근골격계 질환 등) 위험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도록 돕고, 우선순위에 맞는 적절한 개선 대책을 제안해주면 된다.

 

소규모 사업장, 영세사업장에서는 이런 종합적인 위험성 평가가 가능할까.

 

위험성 평가가 제안된 배경이 전문가 손을 빌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직접 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실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먼저 적용되었던 방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들 자신에 의한 평가’라는 위험성 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 정착되고, 자기 작업장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져야 한다.

 

 

[특집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김재광 선전위원

 

형식적인 평가로 끝낼 것인가


지난 몇 년간의 시범사업을 지나, 올해 3월 13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위험성 평가가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현장 안전보건활동에서 위험성 평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위험성 평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다른 조사나 조치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현장 활동에 임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특정한 위험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위험성의 등급을 정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조사와는 구분된다. 다시 말해 위험성 평가는 안전보건점검에 있어 종합세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작용을 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의 재해 예방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현장의 위험을 차분하게 추적, 점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사항을 조망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안전보건 점검이 그러하듯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해를 예방하고자하는 의지가 각별하지 않다면 노사 모두 형식적으로 대하는 요식 행위에 머물 수도 있다. 또, 현장의 모든 안전보건활동은 결국 현장 노동자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참여를 독려하여 결국 현장 조직활동에 강화에 있다는 점을 잊는다면, 최대한 잘한다고 한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부서가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할까?

 

 현장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삼자


위험성 평가의 준비과정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다만, 매우 경미한 부상 또는 질병만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우선 우리 현장의 과거 재해(부상과 질병)를 먼저 점검하고, 과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예견 가능한 재해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때 화학물질이나 위험한 기계 기구 등 물리, 화학적 위험 뿐 아니라,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부족,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 육체 및 정신질환, 스트레스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평가에 포함시키자.


이를 위해 우선 현장에서 실시된 각종 조사와 점검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무엇인지,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구비되어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현황,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초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그 동안의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우리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들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현장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준비하자


박두용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본 것처럼, 위험성 평가의 중심 철학은 현장 주체에 의한 평가와 개선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위험성 평가의 핵심이다. 위험성 평가는 6단계의 절차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전 과정에서 해당 현장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현장노동자들의 교양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나, 한편 자신의 업무의 위험성에 둔감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모순된 상황이 현장에 엄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파악, 추정하는 것에서부터 위험성을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능동적인 현장노동자의 태도가 결국 이 평가의 질을 결정할 것이며, 향후 안전보건예방에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위험성 평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선제적인 현장 교양과 활동 목표를 현장노동자들과 공유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험성 평가를 통해 대책 마련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여 종합적인 안전보건예방 대책과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평가의 실용성을 설득해야 한다.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대책을 만드는데 있어, 현장의 준비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선전활동을 통하여 일련의 과정과 대책을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책의 사후 경과와 효과를 치밀하게 탐구하고 대중적으로 보고함으로써 평가의 생명력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현장 종합보고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자

 

위험성 평가를 통해 현장의 안전보건상태가 일순간에 혁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의의를 말했지만, 위험성 평가는 여러 조사나 점검 중 하나일 뿐이고, 금년에 전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는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리 활동가들이 이러저러한 조사와 점검을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만 그나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사나 점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번 위험성 평가가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 상태가 어떠한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과제를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근거가 되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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