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박근혜 정권 3년, 여성 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2016.3

박근혜 정권 3, 여성 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222일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삼성전자 하청 핸드폰 부품 가공 업체에서 일하던 28세 여성 노동자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을 손상당하는 산업재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장은 지난 14명의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발생됐던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화학물질 관리 취약 우려 사업장 3,100개에 속해 이미 23일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점검까지 받은 사업장에서 같은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안산 시화공단을 방문해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세요.” 라고 주문했다. 이번 사고처럼 노동개악이라는 핑계로 추진하는 이른바 뿌리 산업(제조업) 파견 확대가 노동자 건강권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두눈으로 보고도 말이다.

 

화학물질로 병들어가는 여성 노동자의 삶

반올림은 지난 9년의 투쟁으로 직업성 암을 비롯해 각종 생식독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알려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까지도 일터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심지어 삼성은 지난 116일 아시아 아메리칸 언론인협회 서울지부가 주최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토론회에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가 생전에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황상기 아버님에게 유미 씨가 생전에 공정/생산기술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적었던 메모를 들이밀며 여기 관련 물질과 공정이 적혀있으니 사실과 다르게 호도하지 말라고 되레 큰소리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시간제 일자리로 위태로운 여성 노동자 삶

반도체 전자산업엔 다른 제조업에 비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강하며 꼼꼼하다는 성별고정관념 때문이다. 또한, 여성 중에서도 사회생활과 임노동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는데 이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치가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이는 삼성전자가 속초, 군산 등 지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여성을 고용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성별 고정관념은 반도체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시간제 일자리 전면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3%OECD 국가 중 단연 1위였는데, 2013년 시간제 일자리 도입 이후 평균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도 남성은 17,450, 여성은 12,310원으로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 커녕 시간제 일자리가 격차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이고,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가운데 여성의 연금 수령액이 남성의 73%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후에 빈곤한 노인은 = 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임금 못지않게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노동자의 기존 근속년수나 숙련도 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보조 업무에 배치하면서 일을 통한 자아성취, 자존감을 빼앗는다. 초단시간 노동자(15시간미만)의 경우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적인 법적 보장조차 받지 못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에서는 통상적인 노동시간보다 짧은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미만) 노동자를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으로 5년 미만 동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은 주로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도서관 사서, 방문 간호사 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자체가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지키지 않음에도 법 위반은 아니라면서 뒷짐 지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참여 보장,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핑계로 시행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잘못된 성 역할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는 남성이고, 여성의 노동은 반찬값이나 아이들 학원비 버는 노동으로 부차화 시키는 생각. 반도체 전자산업이나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에게 알맞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들이 지속 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출산, 돌봄 등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러한 싸움이 절실하다!!

 


[기자회견문] 핸드폰 부품업체 불법 파견 노동자의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 총체적, 포괄적 대응이 필요하다



160302_메탄올기자회견문.hwp

[기자회견문] 

핸드폰 부품업체 불법 파견 노동자의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 총체적, 포괄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2월 22일, 인천 남동구 소재 핸드폰 부품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28세 여성 노동자의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시력 손상 사고가 확인됨에 따라, 메틸알코올 중독 환자는 현재까지 총5명이 확인되었다. 여러 지역 여러 사업체에서 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환자들의 중독 수준이 실명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사건이다. 정부가 이번 사고를 몇몇 영세업체의 일탈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여 임기응변식 대책과 미봉책에 그친다면 향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원인을 심층 분석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하루 빨리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현재 5명의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조차 그 전모가 충분히 파악되어 공개된 상태가 아니다. 해당 핸드폰 부품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최근 이와 같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해당 공정에서 메틸알코올을 쓴 것이 최근이어서인지, 해당 부품 생산업체가 최근 더 화학물질 관리를 허술히 할 요인이 있었던 것인지, 해당 공정에 불법 파견이 관행화되면서 과거보다 위험성이 더 커졌던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과거부터 메틸알코올 중독 환자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것인지, 정부는 과거에 발생한 환자들을 추적 조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의문에 정부는 책임 있는 설명과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라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관련 사업장의 임시건강진단 결과,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비롯해, 각각의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하루 빨리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안의 규모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은 메틸알코올 취급 사업장에 대한 임시건강진단과 지도, 점검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광범위하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수행하고 실시간으로 국민들과 관련 내용을 의사소통하여야 한다.


둘째, 이번 사건을 메틸알코올이라는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취급 관리 부실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메틸알코올을 취급했던 사업장에 한정해 지도, 감독을 행하면 안 된다. 이번 사고는 핸드폰 부품 생산업체 전체의 화학물질 취급 관리 부실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다섯 번째 환자 발생 사례가 메틸알코올이라는 특정 물질 문제로 접근했던 정부의 대응이 낳은 결과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메틸알코올 지도, 점검시 다섯 번째 환자 사고 발생 사업주는 “공장 설비를 이전 중이라 작업은 하지 않는 상태로 지난해 말부터 절삭용제를 에틸알코올로 교체하였고 앞으로도 메틸알코올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허위로 감독관에게 진술한 바 있고, 지도점검 과정에서 메틸알코올의 위험성을 주지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죄질이 나쁜 일개 사업주에 한정되는 일일까? 이와 같은 일이 현재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지 않은가? 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대부분의 사업체가 “우리는 현재 메틸알코올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지도, 감독망을 비껴갈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핸드폰 부품 공급 사슬 전체에 대한 화학물질 관리감독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이번 사고로 제조업 불법 파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는지 명확해졌다. 정부는 파견 업무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제조업 불법 파견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제조업에는 다양한 안전상 건강상 위험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업무를 업무에 대해 충분히 숙련되거나 제반 지식을 갖추기 어려운 파견 노동자로 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파견 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의 근무조건, 업무내용, 작업환경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위험한 작업조건에 노출되기 쉽다. 파견 노동자는 대부분 단기간 고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장에 익숙해지거나 숙련될 기회를 가지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파견 노동자는 고용의 특성상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힘들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문제 제기를 하여 바꾸기보다는 해당 사업장 근무를 그만두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파견 사업주와 사용 사업주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노동자 건강 및 생명 보호의 의무를 등한시하기 일쑤다. 이 모든 조건이 파견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핸드폰 생산 대기업은 핸드폰 부품 공급 사슬 관리에 대한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 의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전자산업 대기업들은 2차, 3차 하청을 불문하고 모든 핸드폰 부품 생산 공정의 화학물질 취급 및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독성이 강한 물질을 저독성 혹은 무독성 물질로 교체하는 것을 비롯한 총체적 화학물질 관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자산업 대기업은 하청업체들의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이러한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기업의 국제 인권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기업과 인권에 관한 원칙(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의 근본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는 단순히 문제가 있는 사업장과 계약을 종결하고 부품을 공급받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게 전자산업 대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정부, 노동조합, 시민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2016. 3. 2

노동건강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일과건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