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해야 /2016.8

생명안전업무 노동자, 정규직화 해야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①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정비를 하다 사망한 비정규직·하청 노동자가 만일 업무를 혼자 하는 것이 위험하고,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으니 작업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모두는 그 결과가 어떠할지 예측이 가능하다.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해라!

출처 : 더불어민주당


그래서 정치권에선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사, 선박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경우 기간제, 파견, 하도급을 제한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금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과 유해·위험작업에 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철도 운행 때 기관사 및 운전업무종사자 2명이 함께 승차하는 것을 의무화한 '철도안전법 개정안' 등도 함께 발의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들은 일의 속성상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재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이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외주/파견업체에 전가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구조에 처해있다. 그런데도 재계는 고용 형태나 외주화 여부가 안전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법안 발의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에게 '정규직', '직업고용'이라는 이중규제를 가하여 고용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법안 통과를 넘어 남겨진 과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생명안전업무 외주화 금지특별법'안과 함께 생명안전업무의 기간제, 파견 고용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입법안도 발의 됐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박근혜 정부와 여야의 다툼에 밀려 모두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이번 20대 국회 역시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안과 전혀 달리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파견 노동자를 전면 확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고, 앞서 언급했던 재계의 압박 등으로 인해 법안이 통과되리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이 실제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지금 제출된 법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야당이 제출한 법이 통과되어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생명안전업무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통령으로 업무 대상을 정한다고 하는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업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19대 국회 때 "공익을 위해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존중하는 헌법 원칙에 부합된다면서 "고용 형태에 대한 제한은 핵심 업무를 대상으로 필요 최소한에 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따라서 20대 국회에서 제출한 법안을 매개로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정규직화의 필요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면서, 근본적으로는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위험 업무가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지금의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연구 리포트] 현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실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 /2016.2

현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실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



김태훈 회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2015년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2015520일 환자가 발생한 뒤 총 186명이 확진되었고 37명이 사망했다. 16,752명이 격리되었다.

메르스 사태는 부끄러운 한국 의료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냈다.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책임 방기가 국가방역체계의 문제점을 가져왔고, 메르스 확산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개별 병원들이 전염성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 준비도 되지 않았고, 장비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간호사를 포함해 병원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데 뛰어들어야 했다.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메르스 환자를 직접 치료했던 병원의 노동조합들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새롭게 겪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메르스로 드러난 병원 인력 외주화, 부실한 병원 내 감염 관리, 간호사 직업안전보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책 논의를 촉발하고자 했다.

의료연대본부 MERS 대응백서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향후 과제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재확인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백서 1부의 병원별 현장 대응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마다 메르스 환자 진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우선 병원 혹은 노동조합에서 작성한 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간부와 실제 환자를 간호한 노동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백서가 주목한 것은 현장 노동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만 보이는 메르스 사태의 진실이다.

 

서울의료원: 공공병원의 의미와 과제를 보여주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공공병원이다. 2008년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23병상(음압격리 5, 비음압격리 18)을 지정받았다. 서울의료원의 격리병상은 시설 면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병원 본 건물과 별도로 병동 시설을 구축해, 감염관리에 효과적이다 서울의료원은 526일 첫 확진환자를 받기 시작해, 712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총 23명의 환자(전체 확진 환자 186명 중 약 12.4%)를 치료했다.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환자가 처음 입원한 초기에는 에볼라 대응 훈련을 받은 감염전문간호사만 투입되었다. 과거 사스(SARS) 때 수간호사 중심으로 투입하여 다른 병동의 인력 부담에 큰 무리 없이 지나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환자가 예상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추가 인력이 필요했다. 121병동(호스피스 병동)은 환자를 다 퇴실시켜서 폐쇄하고 131병동(특실 병동)은 이동식 음압설비를 가져와서 의심환자 격리병동으로 운영했다. 이렇게 환자를 뺀 두 병동 간호사 중에서 연차가 높은 순으로 메르스 병동에 배치되었다. 이때 차출된 간호사의 경우 사전에 교육된 바가 없었고, 사후 조치 및 산재 처리 방침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다만 증상이 있으면 감염관리실에 연락하라는 말을 들었고, 출퇴근할 때 체온 검사 및 증상 점검 등을 했다. 근무 당일 날 메르스 간호를 하고 있던 수간호사로부터 오리엔테이션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간호과정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배치된 간호사들은 맞교대로 일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611일경 부원장 면담을 하게 된다. 주요 요구는 3가지였다. 첫째, 메르스 사태가 종결된 뒤 간호사들이 바로 다시 병동에 투입되면 위험하다, 잠복기를 고려해서 14일 휴가가 필요하다. 둘째, 메르스 전담 간호사들이 대부분 가족 한두 명과 같이 살고, 아기들이 있는 경우 더욱 불안해하고 있으니 전용 숙소를 마련해 달라. 셋째, 12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72일 노사협의회에서 전담 간호사 전원에게 14일 특별휴가를 주는 것을 합의했다. 다른 요구는 합의되지 못했다. 실제 712일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퇴원하고, 담당 인력들은 14일 동안 유급 휴가를 받았다. 포상의 의미도 있으나, 메르스 잠복기를 고려하면 적절한 감염관리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경북대병원: 시설도 인력도 문제였다

경북대병원은 메르스 사태에 대응할 시설도, 인력도 갖추지 못했다. 우선 국가지정격리병동이 없다. 520일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대구 지역에서는 국가지정격리병동이 대구의료원 밖에 없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대병원은 619일 내과 중환자실(MICU)에 확진환자를 입원시킨다. 대구의료원에서 출발한 환자는 619일 오후 3시에 경북대병원 응급실 입구에 도착했다. 간호사와 주치의가 휠체어를 끌고 가서 환자를 이동했다. 문제는 이동과정이다. 환자 이동 경로는 환자가 오기 전부터 가드레일을 쳐 두고, 환자가 타게 될 엘리베이터도 못 쓰게 막아놓았다. 그런데 응급실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복도가 너무 길었다. 게다가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통로는 다른 통로랑 공기가 다 통했다. 출입통제는 했지만, 공기격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 MICU 음압병실로 환자를 이동할 때 신경외과 중환자실(NSICU)을 지나가야 했다. 음압병실은 제대로 밀폐가 되어야 하는데, 경북대병원의 경우 음압병실의 문틈 아래로 쪽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공간이 있었다.

인력 배치도 원칙이 없었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하면서 기존 MICU 환자들은 다른 중환자실로 보내졌고, MICU 인력 중에서 10명을 남겨두고 다른 간호인력은 지원인력(helper)형식으로 다른 병동으로 보내졌다. 미혼 간호사가 자원하다 보니 대부분 연차가 낮은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를 전담하게 되었다. 수간호사와 과장은 수시로 확인했지만, 음압병실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최대한 들어가는 사람을 줄여야 하니 간호사 10, 의사 1명만 음압병실로 들어갔다. 교수는 외래를 계속해야 해서 음압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경북대병원이 이렇게 준비도 없이 메르스에 대응하게 된 계기는 병원 차원의 대외적 홍보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환자가 퇴원할 때도 언론 홍보를 우선시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환자를 봤던 인력은 제대로 보호해주지도 않았고, 후속조치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를 보기 전에 산재 보상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환자가 퇴원한 뒤에 MICU48시간 동안 출입 통제하고 청소와 소독을 하기 위해, 이틀간 쉬었는데, 특별휴가를 주겠다고 해놓고, 개인 휴가 처리되어있었다. 현장에서 메르스를 간호했던 간호사는 고생은 아랫사람들이 하고, 언론에 나가고 생색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고, 어쩔 수 없나, 이게 한국 사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서울대병원: 안일한 병원에 맞서 직접 매뉴얼을 만들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인 동시에 한국에서 독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소위 5’ 병원이다. 서울대병원 역시 평소 감염관리와 전염병 유행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초기에는 안일했다. 메르스 발생 소식이 언론으로 알려진 뒤, 노동조합이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기하자 관리자는 우리는 메르스 환자가 10명이 넘으면 그 이후부터 받는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다음 날 바로 의심환자가 입원했다. 접촉력과 증상이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메르스 확진자일 수도 있었던 환자였다. 그리고 2일 뒤 확진 환자가 입원했다.

초기에 관리자들이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을 억압하기도 했다.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은 메르스 대책회의에 노동조합 간부를 포함해서 논의했지만, 서울대병원은 대책회의에 현장 대표를 포함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준비는 미숙하고, 구체적인 현장의 지침은 전혀 없었다. 처음 환자가 왔을 때 감염병동에는 아무런 지침도 없이, 다 괜찮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라, 환자를 받으라는 얘기만 있었다. 정작 현장에서는 계속 쌓이는 폐기물을 어디로 배출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옷은 어디서 갈아입어야 하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의심환자가 온 다음 날 (529) 간호사들끼리 병동에 모여서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런데 간호본부장의 반응은 이걸 너희가 왜 만드느냐’, ‘너희는 간호나 해라였다. 그 상황을 보던 의사들이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자 그때야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서 직접 만든 매뉴얼은 이후 감염관리실에서도 가져갔고, 보라매병원, 강릉의료원 등에서 환자가 생겼을 때 공유하기도 했다.

고압적 자세는 숙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때도 똑같았다. 감염병동 간호사 중 아기 엄마들이 많았다. 아직 어린 아기들도 많아서 집에 가는 게 두려웠다. 위험을 감수하고 애들을 마주하느냐 아니면 내가 집을 나와서 아이들과 떨어지느냐 고민해야 했다. 이런 현장 간호사들의 불안에 관리자들은 왜 오버하냐라는 식으로 대했다. ‘노조가 요구하니까 안 된다는 대답도 있었다. 절대 없다고 장담했던 3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그나마 현장 간호사들의 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터뷰에서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교수들도 집에 안갔어요. (웃음) 솔직히 의사들이 환자 옆에 머무는 시간보다 우리가 훨씬 많잖아요. 방사선사 교육도 저희가 시켜줬어요. 살기 위해서 한 거지. 우리를 우리 스스로 지키려고. 하나하나 우리 손 안 거친게 없었어요.”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숙소를 요구해, 결국, 병원 역내 한 건물에 임시 숙소를 쟁취한다. 사실 숙소라 부르기도 어려웠다. 사무실 공간에 집기 들어내고, 머리 쪽이 꺼지는 접이식 침대 한 개를 들여다 놓았다. 시멘트 바닥이라 은박지 돗자리를 깔았고 화장실에는 샤워시설도 없었다. 이런 숙소지만 고열로 동생 집을 나온 간호사, 파견 나온 간호사, 증상이 있는 직원이 머물 곳이 되어주었다. 이것도 노조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문제 제기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숙소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병원의 감염관리, 전염병 대응 역량의 현실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

각 병원이 그동안 공공의료에 대해 평소 준비해온 역량,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동조합의 과제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은 임단협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측을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사태에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침을 내리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노력했다. 전문가, 연대체, 정책위원에게 자문을 구하는 한편 서울지부의 현장 지침 등을 공유하면서 대응했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감염 관리 문제를 빠르게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 조직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간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음압 격리병상의 확대, 응급실 과밀구조 개선 등 공공의료의 강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부와 분회에서도 병원 내 감염관리와 병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서 병원 현장을 개선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일터> 통권 145호 / 2016.2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차례 -

[특집] 응답하라 삼성, 사과와 보상이 남았다

28 직업병 피해보상, 차별과 배제없이 이뤄줘야!!

30 재해예방대책합의의 의미

32 아버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34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도 응답하라!!

36 반올림 투쟁, 이렇게 왔다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중운동으로!!!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노안 활동 매력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합시다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실무 역량을 넘어, '건강권' 활동가로


14 [현장의 목소리]

아름다운 사람들의 비행을 꿈꾸며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기술자'라고 쓰고 '노가다'로 막 불린다


22 [연구소 리포트]

현장 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료의 부끄러운 실태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피부병 생겨도 대체 어렵다던 금속가공유가 바뀐 사정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단협을 통해 작업중지권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는가?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는가?


48 [문화읽기]

겨울 딸기 사랑해도 될까?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별일 아닐 수가 없다


52 [일터 다시 보기]

2016,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도 건강하길


54 [이러쿵저러쿵]

우리의 현재는 1988년보다 행복한가?


[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5월 20일 첫 감염자 발생 이후 3주가 되었지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8일 현재, 87명이 감염 확진되었고, 2,500여명이 격리 조치되고 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 중이다. 


3차 감염자의 지역적 확산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격리조치자의 규모로 보건대 병원을 벗어난 지역사회로까지 전염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초기대응은 물론이고, 확진 환자와 격리대상자 관리, 국민의 알권리 보장, 보호와 예방을 위한 조치 등 전반에 걸쳐 부실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메르스 괴담자는 엄벌로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나, 300만 명이 감염돼야 재난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국민안전처의 발언을 듣거나, 6월5일에야 다분히 형식적인 메르스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기업대응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대응을 보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치료약이 있었던 신종 플루(2009년)때나, 사스(2003년), 에볼라(2014년)때처럼 국내 감염자 수가 거의 없었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유례가 없었던 대량의 격리 대상자 규모, 다수의 3차 감염자, 지역사회 확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알려진 치사율도 30~40%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전염되면 오로지 자신의 면역력의 힘만 가지고 이겨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다. 치료제도 없고, 제때에 제대로 치료할 시설도 태부족한 현실에서 전염력과 치사율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응하는 국가적 대책에는 일하는 노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때 지난 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면피용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특히 확진환자와 격리대상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에는 보호 예방을 위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여느 바이러스 질환처럼 메르스 감염 역시 그 질병의 경과에 당뇨, 신장, 폐질환 등의 기저질환과 개인의 면역력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노동자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에 대한 각별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하루 17시간 넘게 운전해야만 하는 평택 버스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는 평택, 화성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에 취약한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밤샘하는 노동자들은 메르스 감염의 발병과 병증의 중증도에도 그만큼 취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경제 위축 운운하며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뒷전으로 두지 말라.


지난 6월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대응조치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국민들도 과도하게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은 선에서 보건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이러한 시각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수 있음을 현 정부의 내각은 아직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설령 공기 전파의 가능성이 없다한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둘째, 메르스사태에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인 조치에 책임을 다하라.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임을 모르는가.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휴업을 하고 있다. 확산을 막고 보호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사업주에게 강력히 권고하고 사업주는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로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과로의 기준은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정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일하는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심야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노동강도에 맞는 적정한 물량으로 줄이고 생활 임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메르스 감염이 확산될수록, 특히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되었을 경우, 과로로 인한 단순 감기와 메르스 감염의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은 노동자 개인에게나 지역사회 모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시기에 과로를 피하는 것은 특히나 중요하다.


셋째, 사업주는 메르스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현장에 건강하게 복귀할 때까지 유급으로 병가를 보장해야 하며, 격리 조치만이 필요한 경우에도 2주간의 유급 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실질적으로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조치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야 하며,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여 상병급여로 보장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윤과 생산성을 좆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야 함을 말해주지 않았던가? 정부는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