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답이다!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김명성 금속노조 마리오 아울렛 분회장 인터뷰 /2015.9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답이다!
-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김명성 금속노조 마리오 아울렛 분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에 있는 마리오 아울렛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생긴 의류 아울렛 쇼핑몰로, 주말이면 10만 명 이상이 드나드는 동양 제일의 매장이다. 김명성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마리오 아울렛 분회장은 8년 전 시설관리팀 정규직 노동자로 입사했다. 시설관리팀은 마리오 아울렛의 전기, 안전, 소방 등 시설 전반을 관리한다. 업무 특성상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지만, 매장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 그런데 2014년 3월 마리오 아울렛이 시설관리업무를 외주화하면서 김명성 분회장을 비롯해 24명의 노동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마리오 아울렛이 부당해고를 저질렀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판결했지만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6명의 조합원은 지방노동위원회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마리오 아울렛 노동자들

 

2012년 마리오 아울렛은 60여 명의 계산직 노동자들을 외주화했다. 2013년에는 회사가 직접 경영하는 식음료팀 직원 10여 명을 권고사직하더니, 2014년엔 패션 사업부 직원 20여 명을 또다시 권고사직했다. 이후 현장에선 다음 목표가 시설관리팀일 거라는 소문이 횡행했다.

 

“시설관리팀을 외주화한다는 소문이 계속 돌다 보니까 내부에서 긴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작년 2월 20일에 인사자문 직원이 권고사직을 발표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날 노동조합 만들었는데, 결국 4월 1일에 시설관리팀을 외주화했어요.”

 

처음 만들 때,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노동조합은 2014년 6월 상급 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변경하며 금속노조 깃발을 올렸다. 김명성 분회장(당시 부분회장)을 포함해 21명의 동료는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했다. 그러자 회사는 대기 발령을 내렸다.

 

“작년에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실하고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이 면담하면서 알려진 내용인데, 홍성열 회장은 대기 발령시키면 우리가 새 직장 구해서 나갈 줄 알았는데 안 나가고 버틴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임금을 받는 기준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가 아니라, 오후 7시까지 추가 고정 수당 1시간을 포함해서 받거든요. 그 부분이 임금의 30% 가까이 육박할 정도로 꽤 되는데 대기발령을 시키면서 임금을 70%만 주고 수당도 전혀 없으니까 다들 버티기가 쉽지 않았어요.”

 

회사는 시설관리팀 노동자들이 대기 발령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자 제 발로 나가도록 다른 묘안을 찾았다.

 

“대기발령을 두 달 통보 했는데, 한 달 지나서 저희를 회사로 다시 부르더라고요. 그러더니 한 개에 200kg 되는 화분 600개를 매장에 나르고 정리하는 일을 시켰어요. 또 하루는 35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 땡볕에 건물 외벽 페인트칠을 시키더라고요. 이때 4명이 일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가고, 남아있던 사람들도 어지럼증을 느끼고 구역질하고 난리였는데 계속 일을 시켰어요.”

 

당시 노동자들은 폭염주의보에는 작업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만일 쓰러지면 책임질 테니 작업을 계속하라고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7m 높이의 건물을 페인트 장대 연결봉으로 칠하라고 시키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다리와 안전모, 안전화 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약속은커녕 법도 안 지키는 마리오 아울렛

 

회사의 악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지방 고용노동청 관악지청이 마리오 아울렛이 지난 3년간 시설관리 노동자 19명에게 3억6천만 원의 임금체불을 지적하며 지급 명령을 내렸지만, 이것 또한 외면했다.

 

“노동자들이 노동법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노동조합 만들고 노무사님 상담을 받아보니 24시간 당직 근무하면서 받아야 할 야간수당, 연장 수당을 못 받았던 체불임금액이 상당했어요. 문제는 노동부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에서 재조사를 하더라고요. 재조사 과정에서 홍성열 회장과 같이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 조사관이나 검사가 법 위반에 대해서 고의성 여부를 따져본다고 하더라고요. 느낌이 이상했어요. 결국에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소 건은 무혐의처분이 나왔어요. 답답했지요. 마리오 아울렛은 동양 최대 아울렛이라고 말하면서 과연 근로기준법을 모르고 야간수당을 안 줬을까요? 만약 몰랐다고 하더라도 법을 안 지켰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사업주가 최저임금이 안 되게 임금 을 주고,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몰랐다고 하면 고의성이 없어서 처벌을 안 받는 건가요? 저는 법을 모릅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상식에는 맞지 않네요. 지금은 체불 건은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중입니다.”

 

이후에도 마리오 아울렛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국정감사에서 홍성열 마리오 아울렛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반노동 행위의 책임을 물었다. 홍성열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시설관리팀의 전문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외주화했다고 주장했다.

 

“전문성 확보가 아니라 비용을 아끼고 싶었던 거예요. 처음엔 외주화를 하면 인건비가 30%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자료를 보니 인건비 차이가 10%더라고요. 게다가 부가가치세는 별도고요. 계산해보면 한 달에 노동자 한 명당 4만 원 차이가 나는 거죠. 게다가 전문성은커녕 매장이 잘 돌아가지도 않아요. 일하는 직원들 얘기 들어보니 시설관리 직원들이 계속 바뀌고 있대요. 처음 온 사람이 일을 어떻게 제대로 하겠어요. 회사도 심각성을 알 텐데 자신들 잘못을 인정하기 싫으니까 쓸데없는 자존심이 세우면서 버티는 것 같아요.”

 

국정감사에서 홍성열 마리오 아울렛 회장은 ‘무분별한 권고사직과 130%에 이르는 높은 이직률에 대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2014년 10월2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각 의원실에 제출한 ‘중장기 고용확대전략’ 근거로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마리오 아울렛은 3년간 약 1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2014년 12월 29일 분회장, 부분회장 등 조합원 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가 2014년 9월에 다시 두 달간 대기 발령을 통보했어요. 11월엔 시설관리팀원들 위축시키려고 영업부로 전환배치 한다고 했는데 저희가 별거 아니다, 일할 수 있다고 하니까, 직무를 맡을 수준이 안 된다면서 정리해고를 통보하더라고요.”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5일 마리오 아울렛이 근로기준법 24조에서 정한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 근로자 대표 등과 협의를 거치지 아니한 점 등을 볼 때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마리오 아울렛은 지금껏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지킬 거라고 기대했지만, 변화가 없자 싸움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회사 앞에서 아침 1시간 선전전만 진행했어요. 나중에 들어가서 다시 일해야 하는데 우리 투쟁 강도가 세면 나중에 들어가서 일할 때 불편할 것 같아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제는 회사가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지키지 않으니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씩 농성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투쟁 계획이 있어도 제대로 싸우지 못했는데 이제부터는 할 수 있는 거 다해보려고요.”

 

 

 

마리오 아울렛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영업팀 일부 직원을 총무팀으로, 홍보팀 일부 직원을 영업팀으로, 재무팀 일부 직원을 영업팀으로 보냈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회사가 시설관리팀 노동자들이 직무를 맡을 수준이 부족해서 전환배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리해고했다는 말과 배치되는 행위다. 현장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권고사직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회사가 인원 감축을 위해 전환배치를 한 것 아니겠냐며,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마리오 아울렛은 한때 3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있었지만, 지 금은 정규직이 100명도 안 된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김명성 분회장은 생각보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사실 노동조합 활동한 거 후회를 안 한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딸 셋에 아내까지 책임지고 가정을 꾸려야 하는데. 가족들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친구들도 처음엔 잘 해보라 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네가 무슨 투사냐, 너는 가족 생각은 안 하느냐, 너 잘났다고 싸우는 거냐고 하니까 감정이 나빠지더라고요.”

 

그래도 이 싸움을 포기하지 못 한 것은 억울한 마음 때문이다.

 

“처음에도 억울하다는 심정 하나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억울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홍성열 회장이 누구보다 명예욕이 큰 사람인지라, 우리보다 더 아프고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어할 거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어요. 회사나 노동조합이나 서로 이 상황이 힘드니까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서 회사는 체불임금 지급하고 업무 정상화하고, 저희는 다시 하던 일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일 것 같아요.”

 

김명성 분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투쟁에 연대해준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농성장 보셔서 아시겠지만 연대 단위에서 보내온 플랑이 쭉 걸려있어요. 우리보다 먼저 정리해고 싸움을 하고 있는 쌍차 동지들, 지난번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서 투쟁 같이했던 갑을오토텍지회 동지들이 연대해주셨어요. 갑을 동지들은 다음번엔 라인별로 플랑 맞춰서 오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대 동지들의 플랑으로 마리오 아울렛을 둘러쌀 예정이에요.”

 

 


<일터> 통권 140호 /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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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조파괴를 이겨낸 아래로부터의 힘

28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30 갑을대첩 비책공개

34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폭염을 뚫고 전국석면피해자들이 모였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알고 사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발암물질조사사업


14 [현장의 목소리]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김명성 금속노조 마리오 아울렛 분회장 인터뷰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펴드립니다"


22 [연구소 리포트]

    2015 산업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나인 투 나인(9 to 9)의 사회,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48 [문화읽기]

   설악산 케이블카가 산의 민주화?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10년 걸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합법화


52 [일터 다시 보기]

   노동시간 단축은 상식!


54 [이러쿵저러쿵]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


[언론보도] "너무 위험해서 못해요!" "그럼, 나가!" (프레시안 2015.07.16)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157

"너무 위험해서 못해요!" "그럼, 나가!"
[노동자 건강권 실태 ①] 위험 작업, 노동자의 '거부할 권리'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2015.07.16

 

 

 

지난 4월 한 달간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를 진행한 노동 안전·보건단체들이 전국 산업 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 결과를 <프레시안>에 보내왔습니다. 이 조사는 서울 구로, 경남 녹산, 울산 매곡, 대구 성서 산업 단지에서 일하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 75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구 산업보건연구회,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각 지역 단체들이 참여한 실태 조사 결과를 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일 하다가 위험하다고 느낀 적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곧바로 "많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마리오아울렛분회 윤유석 부분회장의 말이다. 주말에는 10만 명도 찾는다는 대규모 아울렛 매장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했기 때문에, 일도 많고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2014년 여름은 무척 더웠다. 특히 7, 8월에는 하루 최고 33~3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주의보였던 날이 많았다. 그 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물류센터 외벽 도색 작업을 지시했다. 외부 업체에게 맡길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1층은 그나마 낮기 때문에 할 만했다. 그러나 약 7미터 높이의 2층은 높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비계나 '아시바 사다리'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페인트 붓을 장대로 길게 연결해 도색을 하라고 했다. 페인트 붓을 6~7미터 길이로 연결하라는 것이다. 어떤 곳은 안전 난간이 없는 2층 발코니에서 칠하기도 했다.

 

위험을 느낀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 도구인 안전모와 안전화를 요구했다. 회사는 그 요구에 한참을 뜸들이다가, 작업이 끝날 때쯤에야 선심 쓰듯이 가져다줬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수 명의 노동자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졌다. 한 노동자는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구토를 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회사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쉴 공간이 없어서 길바닥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잠시 쉬는 것이 전부였다. 병원비 지급 또한 거부당했다. 노동자들은 폭염주의보 속에서는 작업을 자제해 달라고 수차례 구두 및 메일로 요청했지만, 회사는 그 요청을 묵살하고 쓰러지면 회사에서 책임질 테니까 그냥 작업 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 일하다 위험하다고 느낀 경우, "못하겠다"고 회사나 관리자에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걸까?

 

"못하겠으면 나가라는 식이니까요. 항의하면 해고라고 어디 써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지속적으로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신규 입사자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누구도 '위험해서 못 하겠다' 말을 못 하는 거죠. 더군다나 2014년 초에 외주화로 인한 권고 사직까지 내린 적이 있기 때문에 더 더욱 못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일하다 위험해도 회사에 개선 요구 못해

 

일하다 위험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제조업이나 건설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윤유석 부분회장처럼 제조업에서 일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하면서 위험한 일을 많이 겪는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든, 일하다 위험을 느끼는 경우에도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다. 이번 전국 산업단지 노동 건강권 조사에서도 '일하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2.6%가 노동자가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작업 중단은커녕, 회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산업 단지 노동자들의 12.2%는 일 하다가 병에 걸리거나 다칠 것 같은 위험을 항상 느끼며, 41.7%는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느꼈을 때, 회사에 개선을 요구했다는 응답은 21.7%에 불과했다. 절반 정도는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고, 30.8%는 위험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계속 일했다고 응답했다.

무시하고 일했다고 응답한 88명 중 39명은 '개선을 요구해도 회사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7명은 '늘 있는 일이라서 매번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불이익이 걱정돼서 개선 요구를 못 했다'는 답도 18명이었다(복수 응답).

 

제 역할 못 하는 정부와 사업주, 대신 노동조합에는 기대

 

정부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84.9%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사업주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응답에서도 58.0%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산업 단지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산업 안전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노동자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 관리자나 보건 관리자 등 산업 안전·보건 체계와 안전·보건 관리 규정, 안전·보건 교육을 모두 면제 받는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면 이를 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대책은 부족하기만 하고 지금으로서는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 결과의 한 지표가 산업재해다.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산업재해를 당한 9만909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32.4%,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81.0%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00명 당 1.19명이 산재를 당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 재해율 0.42%의 3배에 달한다.

 

공단 구조 고도화와 함께 산업 단지에서 늘어나고 있는 서비스 산업 역시 산업 안전의 또 다른 취약 분야다. IT산업(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정보 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등)은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안전·보건 교육 의무가 면제된다. 사무직으로만 구성된 사업장은 산업 안전·보건 체계와 안전·보건 관리 규정, 안전·보건 교육을 모두 면제받는다. IT 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직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 질환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이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렇다.

 

노동조합 있으면 건강이 나아질까?

 

정부와 사업주에 대한 이런 실망감에 비하여, '노동조합이 생기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무려 40.6%의 노동자가 '매우 그렇다', 42.3%의 노동자가 '그렇다'고 응답해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합을 향한 이런 기대는 근거가 있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자들이 집단 교섭을 통해 작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고, 작업 환경 및 유해 요인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며, 작업장 내 안전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아직은 말 그대로 '기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산업 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조 조직률은 2%라고 한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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