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지난 반올림 운동을 돌아보며 / 2014.10

[특집2] 지난 반올림 운동을 돌아보며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올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반올림이 7년을 맞아, 9월 27일 이수 사무실에서 공유정옥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간 활동에 대한 소회, 의미, 평가와 전망을 들어보았습니다.


우선 교섭 진행 경과를 알고 싶습니다


작년 12월 18일 삼성과의 1차 교섭이 있었습니다. 삼성 측은 실무교섭에서 반올림과 교섭하기로 했지만 정작 교섭에서는 반올림이 교섭에 나온 것에 대해 반대하였습니다. 유족들과 우선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지요. 교섭이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교섭 날짜를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은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반올림에 위임장을 쓸 것을 요구하다가 갑자기 올해 5월 반올림과 대화하겠다고 제의했습니다. 

6월 3차 교섭 때 삼성은 8명 피해자를 먼저 보상하고, 보상 위원회 설립이라는 제대로 된 안을 처음으로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피해자 8명을 포함하여 30여명 산재신청자를 먼저 보상하고, 나머지는 삼성이 만든 '퇴직자 암 지원제도' 기준을 완화해서 전체 피해자를 위한 보상을 하자고 요구하였습니다.

8월 4차 교섭에서 삼성은 보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만들자고 했고, 반올림은 산재 신청자를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삼성도 8명 먼저 보상을 접고 발병 시기, 업무내용, 질병 등에 대한 항목으로 보상기준을 만들 것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였으며 차기 교섭에서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반올림이 오랫동안 원했던 바를 실현할 수 있겠다 싶은 고무적인 논의였습니다. 그런데 교섭을 마무리하는 찰나, 가족 한 분이 8명 선 보상 안을 받고 싶다고 하고 삼성은 그것을 냅다 받아서 가족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몇몇 가족이 동요하자, 좀 전 합의안을 깼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반올림이 가족 의견을 정리해 오라고 요구하였습니다. 

8월 29일 가족 6명이 독자 교섭 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였고, 9월 3일 차기 교섭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반올림은 가족들의 의견을 모으려고 했는데 선 보상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의견이 너무 완강하였고 결국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9월 3일 교섭 때, 삼성전자와 반올림, 삼성전자와 가족이 같은 자리에서 교섭하게 되었는데 삼성은 발병자와 논의하고 싶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이는 삼성이 5명의 백혈병 피해자와만 논의하고 싶어했던 교섭 초기 생각으로 퇴보한 것입니다. 반올림을 배제하려는 의도겠지요. 이러한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할 따름입니다.


그럼 교섭단이 분리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섭단은 다수의 사람이 모여 있기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간 어렵게 맞춰왔습니다. 정확히 어떤 계기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몇몇 가족이 그동안 반올림과 맞춰왔던 안에 대해 배제되었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앞으로 교섭을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인지요?


쉽지 않겠지만, 반올림이 최선을 다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교섭을 시작하면서 애초 했던 이야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보상만이 아닌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삼성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관철하는 것입니다. 삼성과 사회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큰 의미입니다. 이것은 폭넓은 연대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우리와 함께했던 활동가, 시민들의 마음을 안고 가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절대 몇 사람 보상하라고 연대활동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처음에 삼성이 5명과 대화해서 보상의사를 밝혔을 때 반올림은 우리 뒤에서 더 절박하면서도 대화에 나오기 어려운 분들을 대신했기 때문에 끝까지 죽으나 사나 우리의 기조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교섭단은 이 생각으로 일치해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많은데, 삼성이 유독 문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이닉스와 같은 공장도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처음 제보자가 삼성에서 일했었고, 삼성이 가진 특유의 폐쇄성이 있고 규모가 제일 크니까 피해자도 제일 많은 겁니다. 지난 수년간 삼성 반도체 산업이 호황이어서 노동자들은 엄청나게 일했고 그에 따라 유해물질에 더 오랜 시간, 고강도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회유와 부인으로 일관하며 대화를 무시했던 삼성의 태도가 제일 결정적이었지요. 


현재 재판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40여 명 산재신청 중에서 10명 조금 넘게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뇌종양, 뇌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발병한 경우와 루게릭, 다발성경화증 이런 희귀 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경우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재신청을 하고 1년 넘게 조사하고 있는 사안도 10여 건 정도 있고요. 매그너칩 반도체에서 백혈병, 삼성에서 유방암을 인정받았지만 이제 막 물꼬를 트고 있는 시기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있습니다.


그 간 삼성의 변화는 감지됐는지요?


2010년 박지연 씨 사망 이후 삼성이 조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 박지연 씨는 온양공장에서 근무하였는데 백혈병으로 2년간 투병하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이분은 퇴사 전 사망했는데 사망 1개월 후 삼성이 기자 브리핑을 해서 공장 견학을 시켜주겠다고 한 바 있지요. 박지연 씨 이전에는 삼성이 조용하게 돈으로 회유하려고 했었지요. 이후 백혈병 소송이 진행되고 두 명이 산재인정을 받으면서 회사가 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겼어요. 

그 와중에 삼성 공장의 변화도 좀 알게 되었습니다. 안전교육 실시, 보호구 지급, 안전 표지판 제작 및 부착, 퇴직자 암 제도를 만드는 등 사내 복지차원이라고 하지만 바뀐 흐름이 생긴 거지요. 

하지만 작년 1월 삼성 불산 누출사고, 산안법 위반 2004건을 보면 삼성이 이렇게 돈을 투입해도 현실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삼성반도체 공장 종합 진단을 했는데 예방보다는 노동자를 통제하고 겉보기식 전시 행정을 하는 등 헛돈을 쓴 것입니다.


7년의 활동 중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은 무엇이었습니까?

 

무지 많은데요. 우선 산재인정을 받았을 때입니다. 2011년 6월 23일 1심에서 황유미 씨, 이숙영 씨 산재인정도 기뻤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바로 산재인정 받았던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이룬 것이 있구나, 반도체 전자산업으로 노동자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에 그동안 활동이 보람 있었다고 느꼈지요. 반도체 산업이 직업병을 인정받은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고 알고 있어요.

한 번은 택시를 탄 적이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대뜸 그랬어요. ‘그거 알아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람이 암에 걸려서 죽었대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뀌었구나!’ 라고 느꼈었고, 영화가 만들어지고 50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나누었지요. 그간 여러 활동을 했지만 반올림 활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성반도체 문제를 알게 되고 바뀌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황상기 씨라는 분이 있었기에 반올림이 지금까지 유지됐습니다. 이분을 영웅시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심지가 굳고 투명한 분입니다. 이분을 만난 게 우리의 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황상기 씨가 없었다면 대책위는 있었겠지만 이미 문 닫았을 거고 반올림은 없어졌겠죠.


이후 반올림 활동을 어떻게 펼쳐 나가고 싶습니까?

 

반올림의 운동 의제들이 이름에 담겨 있듯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인데 몇 년 전부터 우리가 느낀 것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는 전자산업의 안전보건 대책이 미흡해 보입니다. 기존의 안전보건대책은 재래형 제조업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예방이 중요합니다.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고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서 봤듯이 화학물질에 대한 알 권리, 개선방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자산업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굉장히 낮기에 그래서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세계화된 전자산업은 그 공장을 국제적으로 옮겨 다니며 직업병, 환경, 노동인권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가동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나은 상황이라 다른 지역 노동자들이 반올림에게 많은 의뢰를 해옵니다. 세계화된 전자산업 구조에 맞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위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방과 폭넓은 노동권, 국경을 넘는 국제연대가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더 안정적인 활동이 필요하기에 반올림이 더 할 일이 많은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공유정옥 동지께 감사드립니다. 반올림은 지난 7년처럼 현재의 어려움도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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