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변호사 A를 위한 변명 /2016.6

변호사 A를 위한 변명



임자운 변호사, 반올림 상임활동가

 


다들 아는 얘기일지 모른다. A는 세칭(世稱) 일등 외고와 일등 법대를 나왔다.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최상위 성적을 받았다. 그 모든 것을 스스로의 실력과 노력으로 당당히 얻어냈다고, A는 생각했다.

 

연수원 졸업 후, A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무엇이건 될 수 있었다. 법원은 따분할 것 같았고 검찰은 조직문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침 세칭 일등 로펌으로 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연락이 아니었기에 기꺼이 나갔다. 세칭 일등 변호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들 중 하나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어색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것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A는 또 생각했다.

 

그래서 A는 세칭 일등 펌(firm)의 변호사가 되었다. 도제식 교육이 시작되었다. A의 스승은 B. 소위 전관변호사다. 이 바닥에서 먹어주는경력을 갖추었다. 회사 안에서 꽤 무게감 있는 구성원이기도 하다. 당장은 B의 인정을 받는 것과 이 회사의 원만한구성원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니 어쩌면 그게 전부라고, A는 또 생각했다.

 

A가 할 일은 B가 던져주는 기록을 읽고 법원에 제출할 서면을 쓰는 일이었다. 법정에 나가 변론도 해야 했다. 사건의 수임여부와 변론의 방향은 A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B가 한다. 가끔은 소소한 의견 제시도 외람된 일이 되어 버린다.

 

일등 펌은 수임료도 일등이다. 그 정도 대가를 지불 할 수 있어야 일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 정도 대가를 감수하면서 까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일 중에는 불법 혹은 탈법적인 일들이 많기 마련이다. A는 그저 의뢰인에게 가장 유익한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A는 생각했다.

 

A도 그런 상황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일하려고 그 고생을 했나, 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A에게도 정의감이라는 게 없지 않았다. 뉴스에 등장하는 성폭력, 아동 학대에는 누구보다 분개하는 A였다. 변호사법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변호사법 제1조가 명시한 변호사의 사명(“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 A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러저러한 원칙들은 어느 직종에나 있었다. 의사, 기자, 선생, 공무원 등등이 각각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뻔한 말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그들이 다 그러한 원칙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왜 이 모양 인가. 이미 이렇게 된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직업윤리가 다 제대로 지켜진다면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적당한 불법과 탈법은 도리어 사회를 원만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하지 않는가, 라고 A는 또 생각했다.

 

그리고 나쁜 사람 혹은 나쁜 기업의 변호사로서 그들의 불법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것, 나아가 그들의 불법이 적법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 불법인가. 어차피 변호사도 서비스직 아닌가. 나쁜 사람이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라고 A는 또 생각했다.

또한, 그런 추상적인 규범들을 일일이 따질 여유가 없을 만큼 A는 바빴다. A가 대리하고 있는 사건들 각각이 사회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치건, A에게는 쌓여있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A의 머릿속에는 변호사의 사명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추상적인 규범들 보다 훨씬 중요하고 구체적이며 A의 처지에 훨씬 더 가까운, 그래서 더욱 중요한, 규범들이 있었다. 당장 B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회적 지위, 명망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당장 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 또한 규범이고 윤리다, 라고 A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A는 지금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에는 이곳에 오는 것이 성공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머무는 것이 성공이다. 물론 이곳에서 경력을 쌓고 독립할 수 있는 경험과 관계를 만들고 나면, 그 때는 스스로 나갈 수 있다. 그 때가 언제쯤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가는 것은 낙오하는 것이고, 낙오는 곧 실패다. 실패자로 낙인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다, A는 또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A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다. 세칭 최고로 꼽히는 직업,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저 그 자리에 머물고자’, 그 안에서 원만해지고자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A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평범하고 원만한 사람들이 곳곳에 너무 많다는데 있을지 모른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로 시민단체가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A를 떠올렸다. A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지는 않겠지만, 설령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젊은 검사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그만둔다고 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찍혀 살아야 겠지.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말이 적혀 있다. 세상이 만든 성공과 실패의 도식, 어느 조직에서건 원만한 것이 최고 미덕이 되는 문화. 그것이 사회와 개인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

 

 

[A-Z 노동이야기]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일하는 현정 씨의 하루 /2015.11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일하는 현정 씨의 하루
- 법률 사무소 소장 현정 씨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지평, 화우” 한번쯤 언론을 통해 들어보았을 법한 국내 최고 로펌으로 일컬어지는 법률 사무소들의 이름이다. 대형로펌들은 삼성, 현대, 기아 등 국내 대기업 물론 외국계 기업의 M&A, 구조조정, 인사 노무를 비롯해 지적재산권, 특허권 등 법적 분쟁을 해결한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일터는 앞서 언급했던 로펌들과 달리 변호사 1명이 운영하는 작은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현정 씨를 만났다.

 

 

특별한 철학으로 운영하고 있는 법률 사무소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ㄷ법률사무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하는 현정입니다. 대학에서 법학 전공하고 법조인이 되는 게 꿈이어서,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벌써 6년이 지났네요.

 

 

법률사무소 소장으로 일하는 현정씨

 

다른 법률 사무소와 다르게 직함이 소장인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일반 사건이 아니라 노동인권전문 사건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과 관련된 부당해고,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체불임금,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이런 사건을 주로 맡아요. 그렇다보니 일하는 노동자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 직함을 달고 있어요.

 

처음부터 특별한 사무소인줄 알고 오셨나요?

 

아니요. 처음엔 이럴 줄 몰랐어요. 면접 볼 때 여기는 일반적인 사건은 맡지 않고 노동자들 사건을 주로 맡는 사무실이라고는 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저는 어딜가나 다 똑같은 사건만 맡을 수는 없으니까 다른 특색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채용 공고가 나서 서류 제출후, 보통은 사무실 직원들이 면접통보를 해주고는 하지만 변호사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마치 저를 모시는 듯한 대우를 해주셔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친절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면접을 봤는데 다행이 마음을 놓았어요.

 

어떤 점이 긴장, 의심을 풀게 되었을까요?

 

변호사라고 하면 뭔가 굉장히 권위적일 것 같은데 변호사님이 너무 수수하시고 마인드가 보통 분들과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때 이런 분과 함께라면 일하면서 배울게 많겠구나 생각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저를 대하실 때 나는 변호사고 너는 직원이다 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본인을 항상 낮추세요.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하시구요.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고 지금까지도 같이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이 현정 씨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오~ 좋은데서 일한다 이런 반응이었어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티비에 방송되고 보도될 때마다 가족들은 지금도 많이 자랑스러워하세요.  친구들도 저희 일에 특성상 집회나 이런 것들에 참여하게 될 때가 있는데 처음에는 빨갱이? 이런 얘기도 하더니 지금은 아무래도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나 높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요.

 

6년 정도 일했으면 관성에 빠지거나 일이 지겨울 법도 할 것 같은데 슬럼프 같은 건 없었나요?

 

작년에 회의감이 크게 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번 회의감이 몰려오고 나니까 안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접할 때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가령 저희 사무실에 오시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저희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힘들 때가 있어요. 왜 변호사를 산다고 하죠. 너는 내가 돈을 주고 샀기 때문에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그런 의식을 소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보일 때 정말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일부 그런 분들 있는데 정말 그럴 때는 회의감도 느끼고 참을 수가 없어요. 조합원들은 저런 분들을 믿고 따를 텐데 그런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 선들 뭘 기대할 수 있을까 ?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러면 변호사님은 또 그런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 제가 노동조합에 대해 왜곡되게 생각할 까봐 안타깝게 생각하시고요. 일부 몇 사람 때문에 왜곡해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게 제 입장에서 허탈해요. 의욕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저런 분들을 위해 제가 열심히 해서 재판에서 이긴들 뭐가 달라질까라는 고민이 들어요.

 

 

법률 사무소 소장의 하루

 

하루가 정말 바쁘시죠? 일과가 대략 어떻게 되나요?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해요. 퇴근시간 잘 지키는 게 사무실 방침인데 일의 특성상 갑자기 사건을 맡게 되거나, 급하게 뭔가를 제출해야 할 때는 퇴근이 늦어질 때도 있어요. 재판은 기한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안 그러면 재판 결과에 불이익이 있거든요. 출근해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진행 중인 사건을 검색 하는 거예요. 상대측에서 어떤 자료가 제출되었는지. 판사님이 명령을 내린 게 있나 그런 걸 파악해야 해요. 재판 기일이 잡혔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재판에 제출할 서면 검토하고, 제출 할 서류들도 챙기고요. 재판 전에 준비해야 할 자료들 있으면 그거 준비하러 법원이나 검찰청에 가서 서류를 등사 해 와야 해요. 또 신문기사도 많이 봐요. 사건 준비하면서 많은 사업장들을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라고요. 여기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 그런 것들. 일을 하다 보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 진 것 같아요.

 

기사들 접하다보면 대형 로펌들 얘기가 많이 나올텐데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들어요?

 

기사뿐만 아니라 지금도 거의 대부분 사건이 김앤장, 태평양, 화우 이런곳과 싸우는 거예요. 대기업 사건은 더욱 그래요. 그렇다보니 소위 대형 로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하는 적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솔직히 없는 것 같아요.

 

재판 관련 업무 외에도 사무실 살림 꾸리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무실 특성이 있다 보니까 입사해서부터 지금까지 풍요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월급도 솔직히 넉넉하지는 않고요. 그렇다고 해서 생활이 안 될 정도는 아니고 또 돈은 쓰기 나름이라서 돈을 따진다면 지금까지 이 일은 못했을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무실 식구와 관계는 괜찮으세요?

 

직업의 특성상 항상 억울하거나 부당함을 많이 겪은 사건을 이겨야하는 그러나 이겨야 본전인 일을 하기 때문에 마음적으로 많이 힘든 직업이에요. 얼마 전까지 웃으면서 같이 상담하고 재판 준비했던 분들이 상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요. 변호사님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안 하시는데 전화가 오면 겁부터 나더라고요. 또 누가 돌아가셨나. 그래서 한때는 전화벨이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나고 공황장애 같은게 올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고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뭔가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껏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내담자가 있나요?

 

쌍용차 사건인데, 처음에는 정치적인 문제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것도 기계적으로 일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쌍용차 사태 때 관련 영상이나 책을 접하고 한상균 당시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을 사건 맡으면서 피가 거꾸로 솓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현장에 있던 아이들을 접하면서 왜 정말 크게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아 내가 몰랐던 것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사건마다 개인적인 감정 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의 특성이 저에게도 흡수가 되는 그런 느낌이었죠.

 

일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금 진행하는 소송들이 좋은 성과를 얻어서 또 하나의 판례를 남기면 뿌듯할 것 같아요. 기존에 저희에게 불리했던 판례가 있다면 뒤집었으면 좋겠고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법이 자리 잡는데 일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이든. 제가 겪고 있는 중에 한가지라도 작게나마 좋게 변화가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일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고, 여태껏 살아왔던 방식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어요. 그런분들과 더불어 웃으며, 즐기며,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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