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조합원과 감정노동의 고충을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 2014.11

[특집]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1월 특집에서는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짚어보았다.

 

 

조합원과 감정노동의 고충을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레알 코리아는 랑콤·비오템·키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인 화장품 그룹의 한국 지사다. 로레알 노동자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발생하는 감정노동과 장시간·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인터뷰를 통해 2005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왔는지 되짚어 보면서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지 모색해보고자 하였다.

 

* 인터뷰 : 로레알 노동조합 이은희 위원장, 하인주 사무국장, 문준이 조직국장

 


로레알 코리아는 지난 2005년 6월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임금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임금 및 수당 문제로 화장품 판매·영업 사원 1,000여 명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와 싸움을 통해 한국 사회 최초로 단협을 통해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했다. 현재는 수당뿐만 아니라 감정노동 휴가, EAP 프로그램(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면서 우리 노동이 ‘감정노동’임을 알게 됐어요. 이후에 보상을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권을 보장받는 의미에서 감정노동 수당을 회사에 요구하게 되었죠. 회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감정노동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싸움 끝에 결국 얻어냈는데 문제는 회사가 2008년까지 월급명세서에 서비스 수당이란 명목으로 지급해서 조합에서 이 이름을 바꾸려고 오랜 시간 싸움을 이어갔어요.”

 

 

감정노동의 검은 그림자

 

노동조합 출범한지 10년, 타 외국계 화장품 업체 노동조합에선 로레알 노동조합을 다들 부러워하지만, 감정노동의 그늘은 이곳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일인데 보통 매장에서 행사를 하면 대개 고객들에게 참여하라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요. 그런데 우리 직원이 다른 매장 고객에게 연락을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랬더니 그 고객이 너희 고객도 아닌데 나한테 문자를 어떻게 보냈느냐며 개인정보유출이라고 욕하면서 백화점 담당 직원을 때리기까지 해서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어요. 이후에 우리 직원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몇 일 일을 쉬고, 출근하러 매장으로 오는데 그때 충격으로 매장까지 걸어서 들어오지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어요.”

 

“한번은 고객이랑 전화 상담을 잘 마쳤는데, 그 고객이 남편에게 직원이 자기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하면서 무시했다고 했나 봐요. 곧장 남편에게 전화가 왔고, 직원에게 한 시간 동안 욕을 퍼붓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칼 들고 매장으로 갈 테니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 거죠. 이렇게 되면 진짜 매장으로 오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퇴근을 할 수도 없어 백화점 보안팀에 연락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미스터리 쇼퍼[각주:1]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나라마다, 브랜드 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가이드가 있어서 1년에 두 번, 큰 매장은 네 번씩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고객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친절한 직원과 불친절한 직원을 구별하는데 쓰이고 있고, 무엇보다 평가 기준도 굉장히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평가 항목에 감성평가라고 해서 고객에 대한 직원의 진심이 담겨있는지 아닌지가 점수에 포함돼있어요. 얼마 전 제 평가에서도 굉장히 노하우가 많은 사원처럼 느껴지나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고 해서 점수가 50% 깎였어요. 제 목소리가 상냥한 편이 아닌데 비디오가 아니라 녹음기로 체크하다 보니까 내가 아무리 미소를 지어도 소리로는 확인이 안 되고,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하니,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건가요?”

 

본사뿐만 아니라 입점해있는 백화점에서도 미스터리 쇼퍼를 통해 직원을 평가하고 점수에 따라 퇴출도 시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반감이 워낙 강해 서비스연맹과 투쟁 끝에 백화점에서 하는 미스터리 쇼퍼는 폐지 시켰다.

 


우린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 합니다

 

한국 사회와 달리 본사가 있는 프랑스나, 해외에서도 감정노동 관련한 사례는 어떨까.

 

“얼마 전 노동조합에서, 독일을 다녀왔는데 거기는 진상 고객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못하더라고요. 직원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 되고 손님은 물건을 사기만 하면 되는데 왜 고객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죠. 만약 고객과 분쟁이 일어나도 자기들은 고객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원을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현실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진상 고객으로 인한 감정노동은 개별 사람들에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녀들의 문제라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유통시장의 손님이 왕이라는 그릇된 판매 전략이 직원에게 과도한 친절과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 담당 직원이나 입점 회사의 경우 고객들과 마찰이 생기면 자신들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니까 가장 힘이 없고 약자인 입점 직원에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무조건 사과하고 조용히 끝내길 바라다보니 강요된 웃음과 친절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에 감정노동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고객과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소위 ‘갑’인 백화점 측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이 매뉴얼이 현장에서 잘 써먹힐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면서 보완할 점이 많아요”

 

 

로레알 노동조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여전히 부족하지만 05년부터 조합원과 함께해온 결과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고충이 있어도 말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얘기할 수 있는 권한과 루트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이 일상에서 불만이 있으면 수시로 얘기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가면서 노동조합의 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정부 기관을 비롯해 사업주까지 감정노동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회사 내 고충처리부서 운영, 직무 스트레스 상담, 감정 휴가 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과거보다 감정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유의미한 발전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쇼퍼’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노동 탄압, ‘갑’ 백화점과 ‘을’ 지점의 관계, 열악한 장시간 노동 및 근무환경에서 오는 직무스트레스의 총 집합이 감정 노동임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의 해결책은 진상 고객의 문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한계가 있다.

감정노동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측면에서 감정노동의 아픔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땐 현장에서 조합원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 관리자들과 부딪혀야 할 땐 조합원과 함께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라는 로레알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주목하자.

 

  1.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을 방문하여 물건을 사면서 점원의 친절도, 외모, 판매기술, 사업장의 분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제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미스터리 쇼퍼라고 부른다. 내부모니터요원이라고도 한다. [두산백과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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