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24> 어린이집 보육노동자 서진숙 님의 하루 (1부)

미디어뻐꾹님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일터24시> 프로젝트입니다


일 하는 사람의 노동과정과 일터를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우리 사회가 알고, 함께 고민하며, 변화시켜 나가야하는 것들 조금씩 
다가가고자 기획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어린이집 보육노동자 서진숙 님입니다. 


[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 2018.02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천주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몇 달 전, 문재인 정부의 정책 플랫폼이었던 <광화문 1번가>에는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해”)이 올라왔다. 제안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사회복지 종사자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특례업종 분야에서 제외하라는 것. 다음은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표준임금을 지급하라는 것. 마지막으로 돌봄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 의료 등 사회복지 영역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보더라도, 사회복지사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인력난으로 과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면하는 사회복지사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복지제도에서 탈락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2011년)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3년마다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2013년 네 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했다. 이들은 20~30대 사회복지공무원이었다.

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유서를 통해 사유를 짐작하건대, 그는 일터에서 비인격적인 대우, 직장 내 위계적 관료문화, 업무 압박, 과로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의 죽음 이후, 사회복지사의 처우에 관한 문제가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여전히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제도 개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나는 아웃소싱 직원입니까?

고우리(가명, 35세) 씨는 7년 차 사회복지사다. 그녀는 현재 지역사회교육 전문가로 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한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현재 우리 씨가 일하는 곳은 세 번째 일터이다. 사회복지사로서 그녀의 이력을 보면, 2~3년 단위로 일터가 바뀌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지만,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규직이라고 하면 안정된 고용형태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연차에 따라 임금도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정규직이란, 다른 의미였다.

정규직이긴한데, 사회복지는 정규직이 특별히 크게 의미가 없는 게 워낙 위탁사업이 많아요. 그러다보니까 위탁이 종결되면 사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좀 있어요. 지금은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위탁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 조건부 정규직? (웃음) 뭐라고 따로 붙이진 않는데 저희는 정규직이라는 정체성은 없어요. (...) 평가가 연 단위로 이루어지고, 3년 단위로 법인 운영 평가가 같이 이루어져요. 법인이 잘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해서 재위탁 심사에 들어가는 거죠. 탈락되면 더 운영할 수 없어요. 이게 사실 사회복지사업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이걸 민간위탁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아웃소싱 같은 거.

우리 씨의 고용구조를 보면,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한다. 상세하게 말하면, 교육청에서 법인에 위탁하고, 위탁업체에서 우리 씨를 고용한 것이다. 하지만 임금과 업무규칙은 교육청에서 받는다. 사회복지사는 취직하더라도 2~3년마다 기관의 위탁 기간에 따라 불안정한 고용을 경험한다.

우리 씨뿐만 아니라, 시설 사회복지사들 또한 지자체에서 법인에 위탁을 주면, 그 위탁업체에서 사회복지사를 고용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씨가 자신을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웃소싱”에 채용된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불안정한 노동 구조의 골자가 되는 것은 우리 씨가 말한 것처럼 “위탁사업”구조이다.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업무 실적이나 만족도에 따라 평가받는 대신, 기관의 평가를 위해 일한다. 그로 인해 사회복지사는 자신과 기관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높다. 자신의 고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3년마다 행해지는 기관평가에서 기관이 좋은 점수를 받아야 위탁이 갱신되고, 사회복지사의 고용은 연장된다.

어느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업무가 “(위탁)평가를 위한 평가”에 따라 배치되고, 연중 프로그램이나 행사 또한 최대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방식으로 조직된다고 했다. 프로그램 이용자의 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 등은 전년도보다 절대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설이 독립적인 재정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관은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프로그램과 더 많은 이용자가 필요하다.


과로의 다른 언어들

: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깔때기',

그리고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

운영비가 부족하고 프로그램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본인 업무 외에 외부 사업을 지원해서 운영비를 마련한다. 외부 사업의 경우 10원을 쓰더라도 기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작업으로 인해 야근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일은 추가되고, 그것이 곧 조직의 실적으로 쌓인다.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은어 중 하나는 ‘복지 깔때기’이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민원에 ‘복지’만 들어가도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업무가 몰리고, 사회복지사들은 하나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에 “깔때기”라는 말을 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이유리(가명, 26세) 씨는 자신의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표현했다. 지역아동센터에는 센터장과 본인만 일한다. 그러니 토요일에도 프로그램이 있으면 외근해야 하고, 휴가는 엄두조차 못 낸다. 자신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사회복지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주말에 외부 행사에 참여하면, 평일에 대체휴일을 쓸 수 없다. 이런 시간은 ‘(담당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관행 때문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야근이 많은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건 기본이고, 계약서를 쓸 때 추가근무나 당직을 하더라도 추가수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곳은 야근이나 주말에 일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기록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휴가를 요구해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임금을 많이 줄 수 없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한다. 따라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곧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고, 추가 노동은 사회복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장려된다.


‘헌신’과 ‘후원’을 강요당하는 사회복지사

다시 우리 씨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녀의 한 달 임금은 190만 원 정도이다. 7년 차 사회복지사 임금이 190만 원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래도 자신은 낮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 씨는 교육청에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그나마 급여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사가 더 많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각각 다른 임금을 받는 이유는 2005년 지방분권화 정책으로 복지시설 운영비 책임은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법인에 사회복지 사업을 위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속한 지자체와 법인에 따라 각각 다른 임금을 받게 된다.

김가람(가명, 26세) 씨는 지난해 인턴 2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인상됐다. 그녀는 월 195만 원을 받는다. 임금은 기본급 178만 원(복지관)+5만 원(재단)+12만 원(지자체 사회복지종사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가람 씨가 있는 곳은 되도록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급하려고 하지만,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에 임금 차이는 큰 편이라고 했다.

한편, 이유리(가명, 26세) 씨는 임금이 기본급 150만 원(센터)+20만 원(지자체 사회복지종사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다른 지역, 다른 기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특별수당이 차이가 난다. 또한 재정이 튼튼한 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임금을 줄 수 있지만 영세한 시설(아동, 장애인 등)이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처럼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는 데는 사회복지 사업의 재정구조도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 사회복지사를 “봉사자”나 “헌신”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여 임금 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는 관리자나 후원자들에 의해 지속되기도 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주변에서 “사회복지사는 그래야(가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거나, “후원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데 쓰라고 했지, 너희들 주려고 하는 거 아니다”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도 노동하는 사람이지만, 그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회복지사로서 일의 가치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인터뷰에서 만난 네 명의 사회복지사는 낮은 임금에도 자신이 일하는 곳에 후원금을 내고 있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냈다기보다, “암묵적으로 대부분 후원을 하는” 문화 때문에 월 10만 원씩 후원하고 있었다. 일하는 곳 외에도 다른 곳에 기부를 강요당하는 일이 왕왕 있다.

유리 씨는 세금과 후원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140만 원을 받으며, 그 금액으로 생계비를 해결한다고 했다. 당장은 부모님 집에 머물기 때문에 주거비가 들지 않지만, 독립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낮은 임금은 독립을 주저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는 경력이 있더라도, 경력에 따른 보상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20대~30대 사회복지사는 빠른 이직을 고민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둘이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는 자조 섞인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회복지사는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부양가족이 생길 때를 대비하기 어려운 경제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환은 개별 사회복지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사업의 생태계가 얼마나 불안정하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로자살의 문턱에서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있는 현장을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착한 사람’ 혹은 ‘선의, 희생, 봉사’를 떠올린다. 타인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려하고, 이타적이고, 헌신적으로 사명감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이래야한다’는 관념이 오히려 사회복지사의 노동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다시 말해,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회복지사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일하는 사람에게 사회에 헌신하고 감내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노동윤리와 규율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사의 과로 노동은 위탁구조라는 한 축과 동시에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가 만나 지속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이로운 일을 한다고 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 등으로 이어질 이유는 없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갈수록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은 확대되고, 기존의 자원으로 사회복지 정책이나 제도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면, 여기서 발행하는 비용은 모두 사회복지사 개인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비용을 사회복지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라는 목소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사회복지사가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살지만 정작 자신의 복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삶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사회복지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의 복지 또한 함께 갈 수 있다.

특집 3. 장시간 노동과 사회복지사의 24시 / 2017.9

장시간 노동과 사회복지사의 24시

-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사회복지사 A씨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직업이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흔히 '좋은 일 한다'는 말과 희생정신, 봉사정신이라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이런 시선은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주장 하기 어렵게 한다. 좋은 일에는 저임금이, 희생과 봉사정신에는 부당한 일에도 침묵해야 하는 억압이 동반된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필요가 증가함에 따라 과업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항상 인력은 부족하고, 야근은 당연시된다. 이번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에서 사회복지 업은 유지되었다. 공공의 필요성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선 어떤 문제의식과 고민이 있을까. 지난 8월17일 서울에 있는 중 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 하는 사회복지사 A 씨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곳의 사회복지사들은 어떻게 근무하고 있나요? 

"제가 일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365일, 24시간 돌아가요. 그래서 교대근무 직원들이 24시간 2교대로 근무 해요. 주간근무는 오전 7시30분~저녁 6시30분, 야간근무는 저녁 6시~오전 8시까지요. 스케쥴은 주간/주간/야 간/야갼/비번/휴일인데, 사실 야간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하면 제대로 못 쉬어요. 휴일이 이틀이라 할 수 없죠. 

그리고 휴일, 공휴일에 근무하면 수당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급여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받고 있죠. 야간에 휴게시간이 있어도, 한시도 장애인 분에게 떨어질 수 없어요. 휴게시간이 아니에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해요. 과로사로 인정받는 기준을 주 62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과로사로 인정받기 위해 90시간을 일해야 할까요? 우리가 노예도 아닌데 말이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부심과 보람은 어떤가요? 


"장애인분의 삶이든, 직원의 삶이든 뭔가가 바뀔 때요. 거주시설 장애인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제약이 많아요. 그런 환경을 바꾸면서 요구하고, 선택하는 것들이 늘어날 때 가장 보람차요. 저희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 환경이 좋아졌을 때예요. 차별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생활 재활교사들이거든요." 

생활 재활교사들의 처우가 어떤가요? 

"이분들은 사회복지, 재활학을 전공한 분들이에요. 보건복지부에서 급여가 나오는데 실제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가장 낮은 급여를 받아요. 1호봉 기준으로 세전 연 2천4백에서 2천5백 정도를 받는데, 그것도 시간 외 근무 40시간 채워야 받을 수 있어요." 

최근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이 10개 업종 으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유지하기로 됐죠.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 


"장애인 시설만큼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 없어요. 교대 문제도 심각하죠. 그런데 선함이라는 굴레에 씌여 노동을 강요당하는 구조예요. 인력 기준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굉장히 많이 늘어났죠. 요구 받는 것도 엄청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직접 서비스 수준은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문제가 심각한데 시설을 대표하는 협회에서는 별다른 대응이나 성명서 조차 없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문제에 공감하고 분노해요. 그런데 분노가 집단화 되기 어려운 구조가 있어요. 교대 근무자들은 조가 같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거든요. 노동자들이 서로 얘기하고, 연대할 환경이 안 만들어져요." 

노동과정에서 여러 건강 문제도 발생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근무시간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넘어갈 때가 많아요. 만성피로를 호소해요. 교대근무를 하니까 밤에 잠을 못 자요. 야간근무 끝나고 낮에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오죠. 그래서 수면장애가 있는 분들도 있어요. 외상은 빈번히 발생해요. 경미한 타박상 정도는 얘기도 안해요. 전염성 질병도 문제죠. 

저희가 자체적으로 관리해서 어려워요. 그리고 보행이 불편한 분들 지원하다 보면 근골격계질환, 디스크가 발생해요. 그런데 병원 다닐 시간도 없어요. 스트레스는 항상 있죠. 집에 있다가도, 아픈 분이 생기면 시설로 가야 해요. 장애인분들의 모든 걸 우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우울증을 직접 호소하는 사람은 없지만, 힘들어서 퇴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괜찮다고 해도, 얼마 뒤 퇴사해요. 그래서 이직률도 높죠."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우선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뭔가요? 


"노동시간이 정상화 되어야 해요. 급여나 노동시간 인정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죠. 시간 외 노동을 하는 게 너무 당연시 돼요. 노동시간이 줄고, 인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양적인 서비스가 늘어나도, 서비스 질이 좋아지기 힘들어요. 지금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꿔야 해요. 최소 50%는 충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 개인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해요. 거주시설은 집단생활이기 때문에 장애인분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요. 자기결정권, 선택권, 자립을 중시하면서 개인별 서비스가 강조되죠. 그런데 인력이 늘지 않으면 어려워요." 

사회복지 노동자로 바라는 일터는 어떤 곳인가요? 

"노동자들의 처우나 노동조건이 좋아져야 해요. 그러면 장애인분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거예요. 탈시설, 자립, 인권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인력 충원이 필요해요. 개인의 노력으론 절대 안 되죠. 장애인도 사회복지사도 사람답게 살지 못해요. 사회복지사도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노동의 문제를 되돌아봤으면 해요. 

사회복지사가 좋은 일 하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 아니에요. 옳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스스로 우리의 노동 문제에 대해 옳게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대 말고는 답이 없어요. 한목소리를 내야 해요. 더 많은 사회복지사가 힘을 가질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같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 2017.9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 보육노조 최초파업 중인 성북 초등어린이집분회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부산의 중심지 서면 일대는 부산진구청이 담당 한다. 우뚝 솟은 부산진구청 앞 가로수 아래에는 50일이 다 돼가도록 돗자리를 깔고 무더위를 지나며 파업농성 중인 4명의 보육교사가 있고, 부산진구청 정문 안으로는 ‘과연 이런 억지 집회가 정당한가?’라는 제목의 어른 키보다 큰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단순한 노사문제로 바라 보는 부산진구청을 향해 공공의 보육현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책임지라고 주장하는 보육교사 들은 어째서 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부산진구에 있는 성북 초등어린이집 보육교사 노조 윤경순 분회장, 이서영, 김현아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북 초등어린이집은 박순애 원장이 20년 가까이 부산진구청으로부터 재위탁을 받아오면서 4년 동안 25명의 교사가 교체될 만큼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착취와 인권을 짓밟아 오고 있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친환경 페인트칠을 했는데. 2015년에는 페인트를 벗기는 작업까지 했어요. 3~4일에 걸쳐서 사포를 들고 생전 처음 마스크를 낀 채 온종일 창틀의 페인트를 손으로 벗겨냈어요. 호흡기도 좋지 않고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특히 손톱이 빠져나갈 듯 아파서 후배 교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요.

임신한 교사에게도 이일을 시켰어요. 밤 10시가 넘어 퇴근을 한 날도 있었고, 점심은 각자의 돈으로 사먹어야 했죠.

보육시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함에도 불러내어 잡무를 시킬 때가 많았죠. 가까운 예로 2016년 5월 시민 공원 봄꽃 축제 후 원장님의 집, 지인들, 학교, 어린 이집에 두기 위해 시민공원에 전시되었던 화초들을 가지러 3일을 시민공원에 다녀야 했어요. 한두 개씩 가져가는 시민들과 달리 어린이집 차에 넘치도록 실어 “이렇게 많이 가져가면 곤란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거운 화분들을 반복해서 날라야 했는데 부끄럽고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몸도 아주 아팠어요. 그 시간에 같은 반에서 근무하는 동료는 혼자 영아들을 보육하며 힘들어했죠. 며칠 동안 허리 어깨 근육통으로 파스를 바르고 생활해야 했어요.“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2015년 부산진구에서 제정한 조례로 인해 원장의 정년이 다되어지자 구청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원장이 이에 불복 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소송이 시작되고 부신진구청의 어린이집 감사,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고, 교직원들은 원장의 협박과 구청의 진정서, 탄원서, 각종 진술 및 경찰서 출석 요구 등으로 고초를 겪게 되었고, 결국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9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고 한다.

“현장에 있는 저희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많으니 구청 에서 행정소송에 필요한 탄원서를 적어 달라고 했어요. 여기에 협조해주었다는 이유로 원장님이 저희를 해고하려 했고 이를 위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죠. 그래서 조리사님이 제일 먼저 노조에 가입하 셨어요.

사실 주변에서 ‘노동조합’이라는 것도 있으니 가입 해서 힘을 키워내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노동조 합에 대해 왜곡된 말을 들어서 망설이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3년 차인 이서영 선생님을 해고했어요. 2학기가 시작하기 전 이제 사회 초년생인데 못된 것만 배워서 못된 짓만 한다고. 어차피 재계약을 안 할거니까 지금이라도 다른데 알아보라고. 다른데 취직하면 자기한테 연락이 오는 데 조금이라도 좋게 말해줄 때 가라고 했어요. 노조에 가입할까 봐 으름 장을 놓으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원장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조에 가입한 거죠.“

2016년 6월, 박순애 원장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을 빌미로 구청이 계약을 해지하고, 구청의 직영 운영 하에 김석순 원장이 투입되면서두 명의 원장이 모두 어린이집에 출근하였다고 한다.

“아이가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어요. 원장님 부재중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죠. 뉴스가 나가고, 학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오고, 선생님들은 난리가 났는데 원장님은 심신이 약하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거죠. 그래서 구청에서 새로운 원장님을 파견 보냈고, 두 원장 체계로 저희가 몇 달간 지내게 된 거죠.”

결국, 구청의 행정패소로 김석순 원장이 물러가고 원장자리를 되찾은 박순애 원장의 노동 탄압은 극에 달하였고, 2016년 12월 구청은 갑작 스럽게 2017년 12월 성북 초등어린이집을 폐원하겠다고 통보하였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시민단체와 함께 폐원반대 투쟁을 전개하여 막아 냈으나 원장은 이를 이유로 2017년 원아 모집을 하지 않아 1차 정리해고를 강행하여 결국 교직원 7명이 해고압박을 못 이기고 퇴사하였다고 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저희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아동학대 시말서를 강요했어요. 아이가 화장 실에서 울었는데 일부러 배변을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울렸다는 내용으로 적으라고 했어 요. 그리고 원장님은 아이의 울음소리만 녹음하고 있고요. 그래서 배변훈련 중이었고 그에 맞는 것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만약 원장님이 아동학대로 판단한다면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신고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죠. 설사 저희가 아동학대를 하였다면 원장으로서 당장 바로잡도록 조처를 하는 것이 맞으나 그 상황을 그대로 녹음하고 있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인 거죠.

원장님 손녀 반을 2년이나 했거든요. 그때 내 손녀 한테 아동 학대한 것을 다 알고 있고,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노조 가입하지 말라고 협박도 했어요. 최근 에는 그 손녀가 저희 반에 있었어요. 초과보육이어서 다른 반 선생님과 분반을 했었는데 저에 대해서그 선생님에게 자꾸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동학 대를 걸어서 해고하려고 했던 거죠.“

조합원이 급격히 줄어들자 원장은 원아를 조금더 모집하여 비조합원 교사 2명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조합원에게는 업무반려, 불가능한 업무 지시, CCTV 감시압박 등으로 괴롭히며 징계위협을 가하다 또다시 조리사에게 경영상 이유로 2차 정리 해고통보를 하였으나 현장투쟁으로 철회시켰다고 한다.

“지난 3월엔 조리실에 조리사님의 동의도 받지 않고 CCTV를 몰래 설치했어요. 지금은 정보공시에는 조리실에 CCTV가 설치되어있다고 변경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시, 눈에 불을 켜고 조리사님을 해고 하기 위해 징계 거리를 찾으려고 했던 거죠. 분회장님 같은 경우 원장님의 요구대로 안 하시니 부장직을 박탈하고 업무지시 거부통보서를 줬어요. 해고를 위한 준비단계로 징계를 위한 서류를 모으는 거죠. 변호사가 옆에서 알려주니 법적으로 꼼짝 못 하게 해놓고 고소 고발하려 한 거죠.”

2017년 7월, 조리사 정리해고가 좌절되자 원장은 비조합원을 무리하게 채용하더니, 극심한 차별대우와 탄압으로 교직원들이 더는 견딜 수없게 만들었고, 보육 노조 성북초등어린이집 분회는 2017년 7월 24일 보육노조 역사상 최초로 파업에 돌입하였다. 원장은 조합원 교사들이 맡고 있던 반만 부분 직장폐쇄를 시켰고, 부산 진구청은 아이들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시 켰다.

“저희가 파업을 하면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꼭 파업해야 하나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만두는 것 말고는 더 버티기 힘들었어요. 파업하면서도 많이 힘들죠. 그래서 많이 울었는데 연대해주러 정말 많이 오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오시고 ‘힘내라고 이길 수 있다! 끝까지 힘내라! 할 수 있다!’ 이런 격려의 말씀으로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부산진구청은 파업은 노사 간의 일이라며 문제 해결에 아무런 의지가 없고, 한때 이용했던 교직원들이 자신들 때문에 생계를 잃거나 지옥 같은 현장에서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 책임회피 에만 급급하며 적대시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도 예상되고 앞으로 더 심한 탄압과 난관이 기다릴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들어보았다.

“노조 가입하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 는데 우리가 이겨나가야 하고, 파업을 시작할 때도 어느 정도 싸우면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더 큰 산이 나타나요. 그래서 하루는 힘 빠졌다가 하루는 다시 또 다짐하곤 하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저희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투쟁해서 이기지 않겠나 생각해요. 건강이 좀 염려되지만 끝까 지, 투쟁해야죠.”

행복한 보육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투쟁하는 것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들 보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눈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보고 싶죠. 어제도 아이들 사진 보면서 흉내 내면서 아이들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가면 아이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겨줄까 하는 염려도 돼요. 아이 들이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지만 지금은 전원을 시켰으니 아이들과 함께할 수없는 게 마음 아프죠.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 원장님 한테 끌려나가는 모습,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서 울었던 모습, 아이들 앞에서 소리 지르는 원장님께 대응해야 하는 좋지 못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계속 보여주는 것보다 당당하게 이겨내서 ‘너희 선생님 들은 올바르게 너희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험난하지 만, 이 길을 갔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견뎌 내는 것 같아요.”

운영의 투명성으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 립어린이집이 민간위탁으로 공공성을 상실해 가는 현장에서 이를 막아보고자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는 보육노동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마지막으로 들어 보았다.

“저희처럼 투쟁하는 분이 있다면 좀 더 용기 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투쟁하면서 왜 나만 이런 걸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여러 연대투쟁을 다니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노조가 있는 일터를 많이 접했거든요. 각자 일터에서 힘든 점이 있지만 자기 일터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육노조 최초로 파업을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보육노동자의 예시가 될 수 있고,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끝까지 열심히 싸울 거예요. 그래서 꼭 이겨내 볼게요.”


[노동시간 에세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2017.4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의 초과근로수당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중소기업 등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만일까? 대기업 역시 정면으로 나서진 않지만 같은 심정일 것이다. 더 부정적인 해석은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이 초과근로수당의 인상을 노린 노조의 꼼수라는 견해다. 많은 기업이 초과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수당 지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과적으로 초과근로수당 인상을 통한 임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공공운수노조의 자기희생적 타협안까지 발표되었지만,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늘 그래왔듯이 ‘임금 인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임금 인상 이슈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힘을 잃고 왜소해진다. 이런 현상은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임금인데, 더 높이기는커녕 노동시간까지 줄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나, ‘생산성을 높여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기업은 망하고 말 것’이라는 위협까지 노동시간은 늘 임금의 종속 변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더욱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래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후보들 모두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잠시 살펴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칼퇴근법’이란 이름으로 야근 금지를 통한 정시 퇴근을 보장하고, SNS를 이용한 업무지시 등 돌발노동을 금지하며, 최소 휴식시간과 최대 근로시간, 근로시간 공시제 등을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 주당 노동시간 40시간 완전 정착, 노동시간단축특별위원회 설치와 수퍼우먼방지법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연간근로시간 1,800시간, 포괄임금제와 고정초과근무제 관행 개선, 최소휴식시간, 휴가 저축제, 교대제 개선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연차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기 부모의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로 제한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겠다고 한다. (정책 소개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이 충실한 후보부터 제시한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두드러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리의 긴 노동시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까? 저녁 6시가 되면 칼같이 컴퓨터를 끄고 상사의 카톡 걱정 없이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포괄임금제라는 두루뭉술한 임금 대신 일한 시간만큼 보상받는 임금체계를 누릴 수 있을까? ‘수퍼우먼’이란 말이 사라진, ‘워킹맘’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 생산성과 노동시간을 등치시키는 후진(後進) 자본주의, 인간의 삶에서 노동 이외에 그 어떤 것의 가치 부여에도 인색한 야만(野蠻)의 시대를 끝내고 말 그대로 ‘휴머니즘’,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의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관계없이 대선후보들이 한결 같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는 모습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너무 오래 일해 왔고 많이 지쳤다. 청년 취업 빙하기 사회에서 취업을 위해 몇 년씩 고생한 신입사원들이 정작 입사 후 1년을 못 넘기고 직장을 떠나는 데에는 긴 노동시간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긴 노동시간과 무거운 업무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르고 심각한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게임 산업 노동자의 자살,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의 죽음, IT산업 개발자로 폐질환에 걸려 8년여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산재 판결을 받은 양도수씨의 사례는 언제든 우리사회에서 재발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또 ‘경력단절’ 여성을 돕겠다고 정부가 법까지 만들었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경력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는 지속되고 있으며, 긴 노동시간이야말로 그 핵심이다. ‘당당한 직업인’을 꿈꿨지만, 일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으로 일할 에너지도 정신적 의지도 잃어가는 지친 모습들이 우리사회 ‘워킹맘’의 얼굴이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한국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만큼 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어떤 대답들이 있을까? 쉬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저녁엔 집밥을 해먹기 위해서? 주말엔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 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현실을 넘어 우리의 사고(思考)의 한계를 넘어 상상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想像)의 한 가운데, 구심(求心)에 놓인 인간의 성향을 ‘돌봄(care)'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돌봄’이나 ‘케어’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 ‘범람’해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어떤 노동자를 ‘OO돌보미’라고 부를 때 우리는 쉽게 그(또는 그녀)의 임금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추측한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그(또는 그녀)가 하리라고 짐작한다. ‘케어’라는 말 역시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특수한 숙련(special skill)보다는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에 가깝다. 케어는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 앞에 다른 단어가 붙어 ‘OO케어’라고 해도 그리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기 쉽다.


그러나 여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돌봄이야말로 노동만큼 가치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란 것을 하기 전에, 태아(胎兒)에서부터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 인간의 삶은 돌봄에서 시작해서 돌봄으로 끝난다. 어쩌면 사회는 이런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돌봄이란 활동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의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돌봄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트론토(Tronto)는 “돌봄이란 우리의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하고 보수해 나가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이며 돌봄의 대상은 “우리의 몸과 자아, 환경 등 삶을 지속하는 데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돌봄이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과 같은 특정한 인간 집단이나 시기에 국한된 것이라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과정이자 활동이다. 또 육체적 활동이자 정신적인 활동이고, 의식주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물론 관심과 배려, 친밀감 등 정서적 차원을 포함한다.


트론토 등 돌봄연구자들은 우리는 태어나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 역시 갖는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라고 할 때 여기서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은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으로 독립할 때까지 부모 등 타인에게 의존하며, 노인이 되어 역시 타인의 돌봄을 받는다. 또 성인의 시기에도 아프거나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의식주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간은 혼자서만 살 수 없으며, 먹고 마시고 입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 대부분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한다.


때문에 돌봄연구자를 포함한 여성학자들은 인간사회의 도덕성 원리로 돌봄의 윤리(the ethic of care)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사회관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정의의 윤리(the ethic of justice)였다. 이것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을 기초로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에 기초한 공적 영역의 도덕성 원리다. 그러나 여성학자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분리된 개인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존재라는 것이 여성학적 인간관이다. 이런 돌봄의 윤리는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밀성, 인간관계와 유대, 상호관심, 반응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가치관이다. 


미국의 법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누스바움(Noussbaum)은 돌봄의 윤리를 중심으로 사회의 정의를 다시 구성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돌봄수혜자)이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보는 사람(돌봄제공자)이 타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착취되지 않는 사회를 가리킨다. 지난 역사 동안 인간의 사회에서는 타인을 돌보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려는 욕구가 지닌 보편성을 폄하하고 돌봄을 주변화해 왔다. 돌봄을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따라서 극복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전제하고 사회와 제도를 조직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의 사회가 노동중심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인간 활동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부상했고, '임금노동'이나 '경제활동'이 인간의 지위를 평가하는 최우선적인 규준이 되었다. 그리하여 맞게 된 일 중독 사회에서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과잉 생산 된 상품을 팔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리고 과잉 생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저평가되고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되었다. 그뿐이랴?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빼앗겨 왔다. 총체적인 돌봄의 위기, 돌봄의 공백상황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이 직장에서 쓰러진 후 정부는 뒤늦게 매월 1회 금요일 4시 퇴근을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인가? 아니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빠지는 근무시간을 다른 날에 덧붙이겠단다. 이것은 좋은 제도인가? 돌봄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은 부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적 돌봄은 1일 단위로 이루어지며, 매일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밥을 지어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쉬어야 하는 것은 매일 치러야 하는 재생산 노동이다. 한 달에 한번 몰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평일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퇴근이 늦어지면 돌봄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일하는 부모들은 더 늦어진 퇴근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귀가시간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인가?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터> 통권 133호 / 2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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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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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LG공장 질소누출 사고 발생, 3명 사망 外  l 장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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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l 이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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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엔 택배 노동자들에게 감사인사를  l 쌀집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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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l 후원회원 강충원


34

[작업중지권 기획]

평생 지켜야 할 ‘사람 살리는 권리’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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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50만개 늘어났는데 더욱 가난해진 이유는?  l 노동시간센터(준)·수유너머N 회원 전주희


40

[문화읽기]

무서운 어린이집  l 송윤희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은 누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일터」애독자가 한노보연 회원이 되기까지  l 권종호


46

[이러쿵저러쿵]

지리산 어느 산골짜기 선배의 이야기  l 양선배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A-Z 노동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 2014.4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나고'


정하나 선전위원

 

돌봄. 어쩐지 글자 생김부터 뜻까지 봄과 닮았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느낌,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대지를 살살 달래 일으키는 봄과 닮아있다. 국어사전에서 [돌봄]과 기본형 [돌보다]의 뜻을 찾아봤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는 뜻을 같고 있었다. 내친김에 [보살피다]도 찾아봤다. 뜻은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4월 어느 봄 돌봄과 뜻이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났다.

 

방문간호사, 사회적 돌봄서비스

 

대부분에게 개념도 생소한 방문간호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일자리로, 보건복지부 정책인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내 배치된 인력으로 빈곤·질병·장애·고령 등 건강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 가구에 대해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직접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적인 돌봄 서비스'[각주:1]이다.

 

“이 제도는 전 국민 건강관리사업인데, 있는 제도를 지침대로만 잘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취약계층 대상에는 노인들뿐 아니라 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족, 새터민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전미옥 씨는 보통 아침 9시 지역 보건소로 출근해서, 전산 작업을 마치고 10시 반부터 방문 업무를 시작으로 6시 퇴근까지 약 여덟 가구를 돈다고 했다. 방문한 가구들에서는 주로 주기적인 건강문제 스크리닝을 하는데, 건강행태 및 건강위험요인을 측정하고 영양·운동·절주·금연 등 생활 지도도 했다고 한다.
 
“그냥 간이로 혈당 체크 하는 그런 걸로는 정확하게 진단이 안 나오거든. 난 그래서 이~~따만한 거, 큰 기계 그런 거 맨날 들고 왔다 갔다 그랬죠. 무겁지만 난 꼭 그걸 들고 갔어요. 제대로 해야지. 그러려고 하는 사업인데.”

 
꼼꼼하게 측정해주고 잔소리해가며 건강을 챙겨주는 전미옥 씨 덕에건강 인식도와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 어느 할아버지는,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면 담배를 끊지는 못했어도 많이 줄였다 자랑하시려고 방에 배인 담배냄새 빼기에 열중하셨던 분도 계셨다고 한다.

그런 분들 애정에 대한 예의일까? 아니면 전미옥 씨의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일까? 전미옥 씨는 남다르게 명함에 일부러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를 남겨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에, 주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도 무조건 받았다고 한다.
 
“혼자 사는 어른들은 갑자기 아프시기도 하고 다치시면 또 큰일 나니까요. 그리고 저 말고 다른 데에 할 데가 없는 거 같더라고”

 

최말단이지만 돌봄의 최전선

 

“우리는 추우나 더우나 집집이 방문하는 게 원칙이잖아요. 일반 병원에도 방문간호사가 있기는 한데 근데 그분들은 환자가 집에서 콜 하면 그제야 가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와 달라’하기 전에 먼저 명단 받아서 사례를 발굴하죠.”

 

전미옥 씨와 같은 시(혹은 군/구)와 계약된 방문간호사들은 현재 시 직영 소속이 아니다. 위탁업체의 소속으로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을(乙)도 아닌 병(丙)이다. 그래서 집집이 방문했을 때 공무원 인줄 알고 요청할 경우에 충분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이 감동적이었다.

 

“저희는 솔직히 최말단에 공무원 신분이 아니니까 행정상으로 무언가를 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잖아요. 이 집에 장판이 얼마나 뜯겼는지, 문이 내려앉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가 다 눈에 보여요. 방문하는 집에 어르신, 그 가정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복지문제 전반을 발굴하는 거죠. 근데 저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 적어서 실제로 사회복지사나, 반찬 지원이나 벽지기부 해줄 수 있는 가게 등 타 기관이랑 연계하고 그렇게 했어요. 월급은 적어도 그게 너무 보람 있었어요. 내가 정말 일을 많이 물어다 줬는데 상대들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웃음)”

 

인터뷰 내내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느껴졌다. 방문간호 일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람들의 삶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일까? 전미옥 씨는 몇 주 혹은 몇 달에 한 번 와서 측정하고 말 한 번 나누고 가는 의료 전문인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지 않았다.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돌봄 주체의 역할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창 일하던 시절에 만났었더라면 서비스 수혜자분들의 건강보다 전미옥 씨의 과로를 도리어 더 걱정했을 것 같다.

 

위탁운영, 저질 방문간호의 지름길
 

 

현재 전미옥 씨는 해고 상태이다. 2012년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만료됐다. 그리고 어느새 복직 투쟁을 시작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2007년 사업 초기에 입사해서 해고될 때까지 휴직 없이 쭉 5년을 일했는데 그중 단 6개월도 그녀는 시(화성) 소속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매년 재계약하는 형식이었다가, 업무대행으로 체계를 바꿨다가, 급기야 2011년 민간위탁으로 바뀌면서 그녀는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를 거쳐 지금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위탁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바꿨죠. 저희는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일부러 ‘방문’ 간호사라는 직함을 준거잖아요. 근데 방문간호사가 아니라 연구요원, 교수님으로 바뀌었어요. (웃음)” (학교법인에 위탁을 해서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됨)

 

위탁운영 체제로 바뀐 이유는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정부가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노동시장 진출 등 사회 환경이 바뀌고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06년부터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에서 비용의 임계치를 넘어선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팔아넘기고 있다.

 

“1년에 한 번 행안부 평가가 있는데, 평가기준이 이상해졌어요. 민간위탁으로 바뀐 후로부터는, 양적인 향상만 중요시 여기는 거예요. 건강증진이 목적인데 말이죠. 참나, 예전에는 조절률 같은 부분을 많이 보았거든요. 당뇨나 혈당이 얼마나 많이 조정되었는지,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이런 게 다 없어졌어요. 무조건 양적 기준 중심이에요”

 

또한 평가를 통해 지역마다 경쟁을 부추기는 가운데, 1등한 지역에는 상장을 준다고 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위탁운영 체제다 보니, 1등 한 지역 법인은 다음 연도 계약에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하루 방문건수가 중요하지, 그 외에 방문해서 서비스 수혜자와 어떤 대화를 했고 시급한 필요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쌓을 것이며 건강관리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의 과정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방문간호사 파견이 목적대로 집집이 방문을 통해 각 가구의 필요도나 긴급함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해 연계를 맺게 해주거나 보고하는 등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맺어왔던 기존의 방식은 번거로운 사업, 미련한 돌봄 노동이 되어버렸다.


“사례 발표회 같은 걸 하거든요. 요즘엔 보면 경로당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그것도 못하면 당신이 정말 수완이 없는 거다, 뭐 이런 발제들을 해요. 하지만 제가 있는 봉담읍은 도농복합 지역이라 외진 데는 정말 외지거든요. 서울 경로당 분위기랑 다를뿐더러,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할 거라 예상하는 분들은 경로당에 절대 나오지 않으셔요. 돈도 없고. 자식도 없고 자랑할 게 없는 분들은 그렇거든요. 그러니 애초 사업 취지상 그분들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원칙대로 집으로 다시 방문하는 게 맞는 거죠. 평가에서 말하는 실적은 못 채워도요”

 

원칙의 열정을 응원하며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와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나왔던 말은 지침·원칙이었다.

 

“원칙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칙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도 원칙을 얘기했다. 방문간호사의 직업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돌봄의 마음으로 원칙의 노동을 하는 전미옥 씨의 건투를 빈다.

 


 

방문간호사제도란?

 

2007년부터 국민건강증진을 위하여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작되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건강문제가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자로 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건강 취약계층에게는 단비 같은 복지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에 있어 집집이 방문하는 방문간호사는 필수적인 성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나 질은 열악하다.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는 보건소에서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 기간제와 외주위탁 업체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건소에 기간제로 방문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간제로 유지하거나, 외주위탁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는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자의 신분이 불안정한 이유는 첫째, 공무원조직의 확대를 정책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보건복지 관련 일선 종사자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이유는 예산절감과 배정의 문제이다. 방문간호사의 직접고용 또는 적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간호사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요구와 영향력이 적은 관계로 이들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에 예산을 배정하기보다는 지역유지의 관심인 개발과 전시 행정이 앞으로 지자체장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1. 공공부문의 직간접 개입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로서 대개 노인, 장애인, 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대인돌봄 서비스(사회적 돌봄서비스 공급체계 현황과 특징. 김은정. 2012) [본문으로]

<일터> 통권 123호 / 2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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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2.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3.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의 산재사망 현황을 짚어 본다.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에서 살만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나누고, 생명을 지킬 권리, 현장을 바꿀 권리를 되찾아 올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제안한다.

03

뉴스

해고, 징계... 노동탄압에 자살 소식 이어져 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자택서 자살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노조 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 질환 산재인정받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l 정하나

14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l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렬, 이고은

1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l Dr.아이유

33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당신에게 일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l 김세은

34

현장의 목소리

버스준공영제가 말하지 않는 비밀 l 재현

38

문화읽기

걸그룹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날 깨우네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사용자의 재량에 내맡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우리 사업장 위험성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l 안재범

44

이러쿵저러킁

바쁜 한국을 떠나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l 김정

47

성명서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라!

48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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