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 이야기]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2016.5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요즘은 독서실도 프리미엄 시대이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가 다니던, 더는 그런 독서실이 아니다. 호텔 비즈니스 코너 같기도 하고, 가로수길 카페 느낌도 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독서실엔 모름지기 총무가 있기 마련. 프리미엄 독서실 총무는 프리미엄급 노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상근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서실 총무로 일하게 된 지 5개월이 된 영 씨는 다른 독서실 알바들과 사정이 비슷하다. 준비하는 시험,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그간 풀타임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비교적 시간 선용을 하기 수월할 거 같은 ‘독서실 알바’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공부하시는 분 환영”의 함정

 

“독서실 알바는 주로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취업 자격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자리에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세요. 알바 구인 사이트들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며 선전해요. 다른 독서실은 안내데스크 있는 창구 뒤편을 총무들이 쓰는 방으로 하고, 별일이 없으면 거기서 접수도 받고 공부도 할 수 있게 하지요. 제가 일하는 독서실 같은 경우는 안에 있는 좌석을 하나 따로 줘요.”

 

그렇다. 독서실 알바를 택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일터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기에 이 일을 택한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이것저것 독서실 공간 정리하고, 민원 처리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 외 근무시간 중의 ‘대기시간’이 독서실 총무들에게는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용공고 때부터 공식화된 근무조건이다.

영 씨가 일하는 독서실은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거 같이, 남녀 실로 구분되어 쭉 칸막이 책상이 붙어있는, 그런 전통적인 독서실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다. 프리미엄 독서실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방도 여러 가지 타입(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스형으로 만들어져 사방이 막혀있고 좌석마다 문이 달려있는 1인용 좌석, 칸막이 책상에 사물함이 달린 지정좌석, 별도 예약 없이 이용하는 자율좌석 이렇게 3종류가 있다. 이 독서실에서는 총무들에게 1인용 책상 칸 하나를 제공해 준다.

 

“독서실 총무알바가 하는 일이 거의 비슷비슷할 거예요. 회원 오면 등록받고 좌석 지정해 주는 일, 오픈이나 마감 때 청소하거나 문고리나 프린터기, 전등 수리 등 자잘한 시설 관리를 하지요. 독서실 알바들이 시급 2-3천 원도 못 받고 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 이유가 일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가 공부할 공간을 받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근데,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최소한 이만큼은 꼭 줘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놓은 거잖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최임보다 조금 더 주고 있는데요, 이 일 찾을 때 검색해 보니까 아파트 상가 같은 데에 딸려 있는 독서실 같은 데에서는 정말, 최임 절반이나 1/3만 주고 일 시키더라고요. 노동법 관리 감독이 안 되는 사각지대인 것 같아요."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가까운 독서실도 있었지만, 버스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을 다니는 이유는 이 독서실이 최저임금보다 약 250원 정도 더 시급을 쳐주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프랜차이즈 법인에서 운영하는 체인점 독서실이라서 법적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서실도 야간노동의 현장. 교대제로 돌아간다.

 

최저임금과 공부준비 외에 영 씨가 이 알바 자리를 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서실 관리일도 교대제로 근무 스케쥴이 돌아가는 곳이라, 때로는 오전 시간을, 때로는 오후 시간을“저희는 3교대로 돌아가요. 오픈 조는 8시 반에서 14시까지, 미들은 14시부터 19시 반까지, 그리고 마감 조가 19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예요. 오픈-미들-마감 이렇게 돌고, 하루 쉬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죠. 마감일 때는 사람들이 다 퇴실하고 청소하고 가야 하니, 한 2시쯤 나오게 되지요. 저랑 교대로 일하는 총무들이 3명 더 있는데, 다른 분들은 택시를 타고 들어 가지만 저는 심야버스가 있어서 그거 타고 집에 가요. 물론 좀 피곤하긴 하지만... 다음날 쉬니까요. 예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서 10시간, 12시간씩 있었던 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나은 거 같아요. 요즘처럼 날씨가 따듯하고 좋은 계절이면, 해가 떠 있을 때 뭔가 나가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막상 일하다 하루가 다 가고, 주말에는 힘들어서 뻗어있고. 물론 지금 하는 일은 임시직 알바이고, 내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온전히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교대제나 심야노동이라고 하면 밤새도록 돌아가는 주야 맞교대의 제조업 공장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교대제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은 물론이고, 밤 11~12시까지 열려있는 대형마트/슈퍼마켓도 2개 조 이상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도 심야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리를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 씨가 일하는 곳은 오픈-미들-마감의 3개 시간대로 분할되어 일하는 3교대의 순환형(정해진 근무시간대를 순차로 근무하는 형태) 교대제를 택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은 아니고 새벽 1시 반에 폐문하긴 하지만, 3일에 한 번 마감 조 교대가 돌아오는 날은 교대제로 인한 심야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끄럽다’는 컴플레인, 조용히 시켜야 하는 업무

 

독서실은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한 곳이니 소음을 관리하는 게 총무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결국 그 소음을 발생시키는 사람도 독서실 소비자이고 장기 이용권을 끊은 회원이다 보니, 알바 영 씨의 입장에서는 시끄럽게 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눈치가 보이는 어려운 일이다. 연필을 사각거린다든지, 책장을 좀 힘차게 넘긴다든지 사소한 행동이 아무래도 독서실에서는, 그리고 독서실 알바에게는 큰일이 되는 것이다.

 

“최임주는 곳 중에서는 육체노동 부하가 있거나, 고객 대면 감정노동 많이 해야 하는 서비스업 쪽 일이 많은데, 여긴 일종의 서비스업이지만 그렇다고 고객 응대 업무나 감정노동을 막 빡세게 해야 하는 건 아니긴 해요. 다른 곳보다 가격이 좀 비싸다보니 성인 이용객이 많아요. 그게 무슨 시험이든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지요. 청소년들보다 소음에 굉장히 민감해서 시끄럽다는 컴플레인이 많은 편이에요. 이걸 처리하는 게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한번 가서 말씀드리고 바로 수정되면 좋은데, 안 그러면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저는 가서 똑같은 말하기 눈치 보이고... 저한테 말하다가 정 안 되면 메모를 써 붙이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다 감정 상해서 싸운 분들도 계셔요. 난감하죠.”

 

영 씨가 어려워하는 일 중 또 하나는 화장실 청소였다. 건물 2개 층을 쓰고, 좌석수가 125개 정도가 되다 보니, 가정에서 보다 훨씬 자주 청소해야 한다. 그 일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혹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더러워서라기 보다, 공공장소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더럽게 사용하는 이용객들에 화가 나서 그 일이 어렵다.

 

“누군가가 치운다는 생각을 왜 안 할까요? 그렇게 더럽게 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 잘못된 거 같아요.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관리할 책임 역시 모두에게 있는 것이죠. 책임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긴 해도 말이지요. 돈 받고 고용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게 맞는 걸까, 누군가 내가 다 못하는 부분까지 대신해 이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해주고 있구나가 아니라, 돈 받고 일하는 거면서 ‘왜 안해?’ 이렇게들 생각하나,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불쾌해지는 거죠.”

 

최저임금 알바 노동자이자, 미래를 준비하며 일하는 청년 노동자 영 씨. 학자금 대출만 없다면 다음 진로를 준비하는 지금, 굳이 알바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자금 대출 없는 세상, 알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그녀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최저임금 받는 일자리 중에서 그래도 독서실 총무 알바는 노동조건이 나은 축이라고 생각해요. 아 물론 최저임금 안 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요. 우리 독서실은 근태 보너스라고 하면서 출퇴근 시간 정확히 지켜서 근무한 시간이 20~25시간 정도 채워지면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 것도 있으니까요. 사실 주휴수당을 사장님이 이상하게 왜곡해서 주는 거 같긴 한데, 그냥 참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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