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2015.10

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 김문겸 대림비앤코 노동조합 사무국장, 마창거제산재추방연합 대표 인터뷰


선전위원회


대림비앤코(주)는 화장실, 욕실에 있는 세면대, 양변 기, 소변기 등 위생도기를 만드는 회사다. 예전에는 흙먼지 때문에 진폐도 많았지만, 시설 개선 후에는 근골격계질환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량물을 다루기도 하고, 도자기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 쉬기 힘든 게 원인이다. 


김문겸 대림비앤코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노동 운 동이 전반적으로 왕성했던 예전에는 산재 신청하 는 것도 문제없었다고 말한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 고 준비하면, 회사가 공상을 해 주겠다 회유를 했 다. 그런데 2012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가 그 동안 해 주던 공상을 안 해주겠다고 나섰다. 회 사가 정말 산재 은폐를 뉘우치고, 모든 업무상 사고 와 질병을 산재보험을 통해 해결하기로 결심한 것 일까? 그렇지 않았다. ‘사고성’ 질환은 공상을 해주 면서, 말 그대로 만성적인 업무 부담 때문에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은 공상을 안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대림비앤코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여 러 회사들이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산재 승인 가능성이 높은 사고성 질환은 공상으로 처리해 산재 건수를 줄이고, 승인 가능성이 낮은 질환은 신청하 고 불승인되는 경로를 밟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노동 조합은 사고성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근골격계질환 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구성 한 것이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이다. 


“우리 조합원들 근속이 15년, 20년 되니 근골격계 질환이 많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이 개인질환이니 퇴행성이니 내세우며, 승인률이 50% 밖에 안 된다. 그러니 산재를 내자고 하면 조합원들이 불안해한다. 그래서 우리도 2011년 이전에는 근골격계 질환을 대부분 공상으로 처리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회사가 못 해주겠다고 나온 것이다. 산재 승인률이 낮아진 것, 노동조합 힘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것이 모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산재 신청 해 본 조합원과 면담해보니, 제일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생계문제였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 여부 결정 날 때까지 2-3개월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불안하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은 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은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결의를 모아, 조합원 1인당 월 5천 원씩 3년간 조성하기로 했다. 첫 해에는 쟁의기금 2,000만원을 종자돈으로 목간 전용하여 지급했다. 제도 시행 후 1년쯤 지나 회사에도 책임이 있으니 일부 비용 부담할 것을 요구해, 회사도 일부 비용을 냈다. 이 기금으로 산재요양 신청자에게 3개월 동안 매월 1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산재 승인이 나면 받았던 생계비를 환급하고, 불승인 되면 필요 생계비 지급으로 끝난다. 조합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총회에 기금 안을 올리고 조합의 간부들 아침 출근 선전, 조합원 교육, 중식시간 간담회를 했는데, 찬성률이 70%가 넘었다. 우리 조합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는 느낌도 있었다. 이전에는 대부분 공상으로 처리하고, 산재는 일 년에 1-2건 났는데,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였다. 산재 신청을 많이 하게 되니 매년 노동부에서 수시근로감독도 들어오게 됐다. 조합이 주장해왔던 현장 개선을 노동부에서도 지적하는 형국이 됐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일부 개선이 되니, 이런 점도 산재 신청의 효과이자 좋은 점이었다. 물론 산재와 공상에 대한 조합원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도 많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산재 신청이 늘어나니, 오히려 산재 승인도 더 잘 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우리가 산재 신청을 많이 하니까, 근로복지공단도 우리 일이나 우리 사업장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우리 일을 잘 모르고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땐 담당자에게 전화하고, 자료 준비도 많이 했다. 그런 건이 되풀이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항의 방문 같은 활동도 같이 하니 최근에는 승인이 잘 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노동조합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활동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림비앤코도 지금은 다시 일부 공상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 이후 3년 정도, 산재 건수가 늘어나자 회사가 다시 교섭을 요청해왔다. 공상 제도를 일부라도 다시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약간 포기한 면도 있다. 모든 근골격계질환을 산재로 처리하기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부친다. 공상은 조합이 따로 할 일이 없는데, 산재로 신청하면 재해자 면담부터 현장조사, 동영상 촬영, 병원 진료, 근로복지공단까지 조합이 쫓아다니면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산재와 공상이 공존하고 있다.”


김문겸 사무국장은 ‘산재자 특별기금’이 의미있는 시도였다면서도, 산재 신청에 노동조합 실무 역량을 지금처럼 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가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산재 은폐를 넘어서기 위한 개별 조합의 노력이 산재보험제도 개혁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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