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 2017.10 ·11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 8월28일 서울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10월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한 정책실장을 만나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최근 투쟁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생업도 하랴 노동조합 활동도 하랴 건강은 어떠한가

"어젯밤에도 대리운전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아침 선전전하고 집에 잠깐 들어갔다가 지금 세 번째 일정을 하고 있다. 요즘 이렇게 저렇게 투쟁이 계속되 면서 이런 날이 많다." 

사실 인터뷰 오기 전까지 노동조합이 있는지 몰랐다. 언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건가
"2006년부터 전국에 노동조합을 본격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소속 회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에서 시작해서 전국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는데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대구에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앞장서면서 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해 설립필증까지 받았었다. 그러나 정부가 대리운전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기존 노동조합과 새롭게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지역에서 활동을 제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러한가
"말씀하신대로 대리운전 일은 마치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노동조합에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70%나 됐다. 여기에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10%였다. 따라서 전체의 80% 정도가 대리운전 일이 직업이다. 예전에 아주 초반에는 대리운전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시장도 형성되기 전이라 그때는 몇 달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시장규모가 연간 3조원 정도나 되고 15만명이 종사하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
"야간노동 자체가 발암물질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매번 낮과 밤이 바뀌어서 일하기 때문에 이게 가장 힘들다. 주간에라도 푹 쉬어야 하는데 잠을 충분히 자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번 수면리듬이 깨지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대리운전노동자들이 평균 저녁 6~8시 정도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 4시 늦으면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한다. 물론 종일 호출이 있어서 10시간 내내 운전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호출을 계속 기다리고 목적지까지 손님 데려다주고 다음 호출 받을 장소나 집까지 알아서 걷고 이동하는게 어렵다. 길이라도 익숙하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일 하다 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에 감정노동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대리운전은 술 취한 고객을 제일 많이 상대하는 일이라 볼꼴 못 볼꼴 다 보면서 일한다. 심지어 일하면서 고객한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경제적으로 처우나 조건은 어떠한가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기본급이라는게 없다. 한번 호출비가 1만5천원인데 하루에 평균 5~6번 정도 호출 받으니까 7~9만원 정도 버는거다. 그런데 매일 출근할 수 없으니까 1주일 에 한, 두번 정도 쉬면 한달 평균 수입이 180만원 정도 된다. 여기서 회사 수수료 20% 내고, 호출 프로그램 사용료 내고, 보험료에 통신비까지 개인이 해결해서 한달에 150만 원정도 남는다. 이러니까 대리운전해서 먹고는 사는데 돈은 절대 못모은다."

정부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가

"전혀 없다. 요즘 자본이 플랫폼 노동이다 뭐다 하면서 철저하게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만 급여를 주고, 나머지 쉬는시간이나 대기시간은 급여를 안주거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이전부터 대리운전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이 없었다. 지난 촛불 때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엄청 열심히 광장으로 나갔다. 경남지부는 처음에 한번 촛불 광장에 테이블 놓고 시민들한테 커피를 나눠줬는데, 그다음부터 사람들이 커피를 찾으니까 몸은 힘든데 안갈수도 없어서 촛불 끝날 때까지 계속 커피를 나눠줬다. 이게 뭐냐면 지금껏 정부가 대리운전 시장을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나온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중으로 배제되었 다. 자본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외면하고, 정부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라면서 노동3권으로부터도 배제한거다."

지난 8월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 제출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가 대선전 공약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인정 될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조합 입장에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와 대화로만 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가
"우리가 대리운전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이나 처우 개선과 같이 굉장히 무리하거나 어려운 걸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약속했던 특수고용노동자인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는거다. 민주노총에서도 우리 노동조합의 인정 여부가 새 정부가 앞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시금석이 될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거라고 보는가
"노동조합 인정여부는 대리운전노동자들만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은 고객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고객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거다. 물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활동을 안하거나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나 사회 적으로 전달하고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최소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는게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또, 제도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직화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필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선 뭔가 일정하게 사회적으로나 노동부에 의해 권리가 보장받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최소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움직일거라고 본다. 지금처럼 헌법에서는 보장하지만, 임의조직인 노동조합일때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지금은 우리한테 절박해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하고 있는데 사실 단순하게 이것만을 위해서 투쟁하는건 아니다. 이 투쟁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이자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다. 조합원들에게도 우리가 조직은 작고 힘은 없지만 가장 절박하니까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보자고 설득했다. 이 투쟁이 새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를 확인하게되는 만큼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서 싸울거다." 

※ 지난 11월3일 노동부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요청한 설립 필증에 대해서 변경신고사 항이 아님을 사유로 하여 사실상 반려와 다름 없는 결과를 통보하였다

[A-Z 노동이야기]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2015.10

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 주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박준형(가명)씨



정하나 선전위원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가, 팍팍해진 국민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외친 문구이다. 오늘 만난 박준형(가명)씨는 투잡(two-job)족이다. 그야말로 '살림살이'가 녹록지 않아 투 잡을 뛰고 있다. 주말 저녁, 준형씨는 나이트클럽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다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콜을 기다린다. 겹벌이로 대리운전을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겨우 받다 보니 생활이 힘들어서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활비 딱 떼면 단 얼마라도 저축도 하고 싶고, 하다못해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영 여윳돈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대리운전이라도 해서 투잡 뛰는 거죠. 일반 대리기사들은 업체에 대리기사로 등록하고, 각자 휴대전화에 해당 업체 앱을 깔아서 손님 전화를 받잖아요. 저는 그렇게 정식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나이트클럽 지배인으로 일하는 지인이 업소에서 직접 연결해 주는 대리기사 조로 일하고 있어요. 업체 애플로 콜을 받는 게 아니니 건당 수수료를 떼는 것은 없죠. 대신 4대 보험이 안 되니 산재 적용 같은 건 안 되고요."


치열한 업계, 그래도 '용돈벌이'라도 하려고

평일 근무시간을 빼고 밤에, 그리고 출근 안 하는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대리운전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 20대 때 유흥업소에서 홀 관리 매니저를 한 경력이 있던 준형씨는, 과거 웨이터로 있었던 후배한테 연락했다. 지배인이 된 그 후배를 통해 지금 하는 일을 운이 좋게 연결받았다.


"한 달에 못해도 10번 정도는 나가려고 해요. 최소한 4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게요. 원래는 비정기적으로 그냥 돈 필요할 때 후배에게 전화해서 '오늘 콜 연결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3~4년 전부터는 주말에는 꼬박꼬박 안 빠지고 다 채워 나가려고 하고요. 주중에도 일이나 약속 없을 때는 대리 뛰어요."


2010년 한 취업정보업체가 직장인 7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잡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었다.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일은, 주로 직장생활의 연장선에서 할 수 있는 일, 집에서도 가능한 일, 퇴근 후 할 수 있는 단순 시간제 아르바이트,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리운전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시간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두 번째 일자리(second job)가 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낸 '대리운전기사의 노동조건과 환경실태 분석(2015)'에 따르면, 대리운전 수입에 불만족한 비율이 62.6%다. 또한, 지난 3년간 수입이 줄었다는 응답이 80.4%에 이르렀으며 가장 큰 이유는 '건당 운임 감소'를 꼽았다고 하니 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이 된다.


"밤에 하는 거라 피곤하고, 원래 일도 있으니 그리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죠. 용돈 정도 번다고 생각하면 맞아요. 나이트 후배한테 전화해서 '형 오늘 한다'고 얘기하고 저녁 7시부터는 손님 연결해 주길 기다리고 있죠. 나이트클럽에 나가서 기다리는 건 아니고 퇴근 후 집에 와서 대기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전화 받으면 나이트클럽 주차장으로 손님 태우러 가는 거죠. 대부분 나이트 주변 강남 동네들로 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시내 안에서는 2만~2만5000원 받거든요.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날이면 다 나이트 근방 고만고만한 행선지로 가는 사람들로 채워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손님 3~4명 받아서 1시간에 10만 원 훅 벌 때도 있죠."


수도권의 일반적인 대리운전서비스 요금은 2만5000원이다. 대리운전 업체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소속된 대리업체와 대리운전 요청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업체에 이 중 5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나이트클럽 전용 혹은 프리랜서 대리기사인 준형씨는 손님에게서 받은 돈이 온전히 자기 몫으로 들어오니 좀 나은 편이다. 


"나이트클럽은 저 말고도, 4개 대리업체에 손님을 나눠주고 있어요. 저랑 4개 업체에 웨이터(혹은 지배인)들이 적절히 손님을 나눠주는 그런 식인 거예요. 제가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대리 요청받으려고 대기를 타고 있는데요. 물론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지만, 만약 서울근교 원거리 가시는 분들이 있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당장에 가죠. 근데 분당이나 성남 같은 특별케이스는 드물어요."


나이트클럽과 연결된 대리업체들도 자체적으로 기사수급이 안 되면 준형씨에게 콜을 넘겨준다. 그럴 땐 받은 대리비 일부를 수수료 조로 업체에 보낸다. 그 업체의 소속 기사가 아니라 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긴 해도, 나름의 상도를 지켜야 서로 좋고 오래 할 수 있다는 게 준형씨의 생각이다.


가장 편한 손님은 타자마자 자는 손님

택시 운전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면 야간 운전이 몸도 힘들지만, 취객들 주사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벌이는 좋지만, 일부러 야간 택시 안 뛰는 분들도 있을 정도이다. 유흥업소가 많은 시내에서 손님을 태울 때 일부러 너무 취한 사람은 태우지 않으려고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준형씨 같은 대리기사들의 경우 늘 취한 사람만 태워야 하니 고충이 클 것 같았다.


"제일 편한 케이스는 타자마자 바로 자는 손님이죠. 다 취한 상태에서 대리를 부르는 거라서 보통 말이 짧습니다. 어느 정도 주사 부리는 건 기본이에요. 욕하는 손님도 많고요. 자꾸 반말하고 욕하면 '손님, 반말(혹은 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태워드릴 테니 주무시고 계십시오'라고 합니다.


그래도 취기에 안 자고 더 뭐라 뭐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룸미러로 쳐다보면서 한마디 하죠. '저도 긴 시간 세상 험하게 살다가 최근 마음잡고 운전대 붙잡고 있는 겁니다, 착하게 살게 좀 도와주십시오!' 시커먼 놈이 저런 멘트 날리면 아무래도 좀 무섭겠죠?"


준형씨도 이쪽 업계 오래 하신 선배 기사분들한테 배운 말이다. 이런 위협적인 멘트를 날리고 나면, 손님들이 신기하게도 주사를 접고 뒷좌석에서 잠든다고 한다. 취한 사람만 태우는 운전이다 보니 '진상' 손님들이 정말 많지만 준형씨는 그런 일로 크게 스트레스받거나 마음에 담아두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 그도 잊지 못할 희대의 진상을 한 번 만난 적 있다.


"한 번은 저보다 한참 어린 젊은 사람 2명이 탔어요. 어느 동으로 가자고 그래서 '네 손님, 알겠습니다'하고 출발했죠. 손님들이 보면 차에 탔을 때는 비교적 멀쩡한데 자기 차에 딱 타고나면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는지 가다 보면 더 취하고 거칠어지는 손님들이 많거든요. 이분들 이 딱 그랬는데 한 몇 분 지나니까 말이 짧아지면서 계속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는 거예요.


'아저씨, 어느 동으로 가 달라고요!'라고 그러면 제가 '네, 손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창밖 보세요. 지금 어디까지 왔고 가는 길이지 않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거죠. '아 씨! 야 어느 동으로 가 달라니까!' 이렇게 말이 짧아지더니. 막 상욕도 하더라고요. 둘이서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그때 참다 참다 안 되겠다 싶어서 차를 세우고 뒤에 두 손님 내리라고 했죠.


술 취한 사람들이 뭐 이성적인 얘기가 귀에 들어가겠어요? 내리게 한 다음 밖에 세워놓고 '나랑 싸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그럼 한 번 싸워보자, 덤벼라'하면서 겁 좀 줬죠. 그랬더니 바로 깨갱 하고 그다음부터는 조용히 가더라고요. 대리운전 이용하는 사람들도 좀 알아야 해요. 기사들 우습게 보고, 함부로 대하고, 욕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손님들도 좀 인식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 대리운전 기사 300명 중 손님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85.9%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폭행 횟수는 한 해 3~5회가 47.2%, 10회 이상도 15.5%나 된다. 또한, 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7.3%나 나온 것을 보면 대리기사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참 만만치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대리기사가 노동과정 중 폭력을 경험하고 있지만, 박준형씨가 그랬듯 참고 넘기거나 자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대리기사들을 위한 이렇다 할 법적 보호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인식도 저열하니,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퀵돌이 대리기사, 나름 단골도 생겼다

반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좋은 손님도 만났다. 가는 내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음이 잘 맞는 손님이 있었다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그 손님이 해 준 얘기가 준형씨에게 그날따라 위로도 되고 힘도 되었다. 행선지에 도착했는데 몸을 잘 못 가누시기에 집 대문 앞까지 부축해드렸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급기야 잠깐 들어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고 집 안까지 데리고 들어갔다.


"부축해서 집에 들어갔더니 가족들은 제가 같이 술 마신 지인인 줄 안 거죠. 아내 되시는 분이 처음에는 '우리 양반, 술을 왜 이렇게 먹었느냐, 좀 말리지 그랬냐'라고 핀잔을 주시다가 '저 대리기사인데요'하니 깜짝 놀라시면서 모시고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과일 깎아 주시고, 커피 타주시고. 그런 좋은 사람도 있고. 그래도 아무튼 제일 편한 손님은 타자마자 바로 자는 손님이고. 하하하."


준형씨는 벌써 6년째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를 특별히 지목해서 불러달라고 하는 손님이 생겼을 정도이다. 운전을 잘, 빨리하는 준형씨의 스타일이 맘에 드는 손님들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직접 소개해 주는 기사이니 신원도 확실해서 안심되어 준형씨를 찾는 듯하다. 인터뷰하는 날도, 술 마시러 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거절하고 손님 태우러 대기하러 가던 퀵돌이 대리기사 준형 씨. 그의 늦은 귀갓길이 손님들만큼 편안하길.



[노안뉴스] 회식 뒤 귀가중 숨졌는데 산재 불인정, 왜? (한겨레)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3072.html

 

 

 

회식 뒤 귀가중 숨졌는데 산재 불인정, 왜?

 

 

 

서영지 기자

 

 

 

자재 관리 업체에 다니던 이아무개(당시 26살)씨는 2013년 9월12일 현장소장 등 2명과 술을 마셨다. 대리운전을 부른 동료의 차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렸지만, 2시간 뒤 경기 하남시의 서울~춘천 고속도로 교차로 진출로에 앉아 있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유족은 “입사 1개월을 축하해주라는 대표이사의 지시로 회식을 했다. 업무상재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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