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 인터뷰

재현 상임활동가 


노동자 정신건강 관련해서 현장에서 함께했던 활동,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치유활동가 허윤제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1일 충남아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

"저는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두리공감은 충남도, 아산시, 금속노조, 공동으로 활동하는 현장, 개별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첫 활동은 지역에 있는 유성기업의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문제로 조합원들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면서였어요."

허윤제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것인가인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다치거나, 자살하는 경우를 해마다 보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게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는데 유성기업에서 한광호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위기 지원 활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활동으로 사람이 살아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노동자 개인적 원인이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현장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건 노동조건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거든요. 회사가 노동자에게 가하는 괴롭힘, 업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난 시간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에 5년 동안 꾸준히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어요. 개인, 집단 상담은 물론이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마음을 열고 힘들고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동조합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 안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업단을 구성하게 하고 늘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러다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일단 현장에서 상주하자는 생각으로 1주일에 2~3일 정도 내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함께 있으니까 경계심도 풀고 마음을 열고 각자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갑을오토텍 역시 직장폐쇄 이후였는데 투쟁 과정에서 분임조를 운영할 때라 분임조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합원들 상황을 같이 점검해보고, 몇 달간 집단 상담 등을 해왔어요."

유성기업의 경우 노동자들이 차량에 자살 도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베란다나 옥상에 있었다는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조합원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고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임시건강진단 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 역시 두리공감 활동가들이 함께해왔다.

모두가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문제

"개별 기업이나 자본, 정부, 지자체, 국회, 전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시각인 것 같아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게 만약 노동자가 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다쳤다, 그러면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질병처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서 업무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하면 정신건강의 원인이 현장에서의 상황 때문인지 개별적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개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개별의 문제라고만 단정할 수 있겠어요."

허윤제님은 일부 개별 기업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현장 내 자체적인 상담실을 마련해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대응하는데, 이 역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신건강을 돌봐서 생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예요. 회사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거부해요. 상담 과정에서 개인 정보도 많이 요구하고 나한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인사고과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모든 이야기를 다하겠어요.

심지어 저희 두리공감에도 말씀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으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허윤제님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노동조건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연구나 사례들을 전문가가 많이 발견해서 개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기업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문제

"유성기업 문제 이후로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어렵거나 뭔가 돌파구가 없을 때 정신건강 문제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인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계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실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거든요. 어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저희가 현장과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더 고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허윤제님은 이런 사례들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일상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거나, 고민하기 어려운 점이라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해결하려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담당자도 세우고 이 문제를 적극 고민이 가능하도록요.

그런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고민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두리공감에선 이제부터라도 현장 주체를 발굴해보자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시작으로 상담, 치유활동에 대한 양성과정과 매뉴얼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상당히 고무적인 게 유성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해 보겠다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에요. 처음에는 투쟁할 시간도 없는데 뭘 이런 거까지 해야 하느냐 이야기도 있고, 주요 투쟁 일정에 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된 거예요."

허윤제님은 갑을오토텍의 경우 투쟁 백서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상담, 치유 활동을 만들어가면서 주체 발굴 활동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가장 큰 원인

"현장에 가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실태조사 등을 해보면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여러 논문을 검토해보고 현장에 가서 봤을 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생계가 너무 힘들고, 고용이 늘 불안하고,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인식이 기업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산다고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라는 게 집단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우리를 탄압해서 힘들어도, 노동자들이 마음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투쟁해서 이기면 괜찮아 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공동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활동가의 의미

"제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상담사라거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는 활동이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그들에게 현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치유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특집3. 슈퍼갑질, 인권유린 끝낸다! / 2018.09

슈퍼갑질, 인권유린 끝낸다!

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 강수진 지부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내과의사

최근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태움으로 자살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병원에서 일터 괴롭힘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일터 괴롭힘, 태움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만난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19년간 극심한 슈퍼 갑질을 견뎌왔다. 최근 정부에서 병원 내 태움 등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확정한 바있는데,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듣고자 강수진 지부장을 지난 8월 23일에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가천대길병원의 노동 환경은 어떠한가요?
"병원이 다 비슷하겠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상명하달식의 업무수행, 그리고 병동이나 부서별로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해왔어요. 서로 소통하지 않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조직 문화가 많았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준이 되는 업무 지침이 없었어요. 관리자들 역시 업무 지시에 대한 기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기준이라고 하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 같은 법과 제도일 텐데 관리자들이 이런 것들을 잘 모르니 현장에서 지켜질 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가천대길병원의 상황은 일터 괴롭힘을 논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이나 규정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봐요."

강수진 지부장은 명절 이후 받게 되는 대체휴일이나 임시공휴일과 관계없이 늘 일해왔다고 하였다.

"병원에서 대체휴일은 진료부 재량에 따라서 업무를 하도록 공문이 내리는데 실제로는 모든 부서가 다 근무를 했어요. 정부에서의 대체휴일이 가천대길병원에서는 적용이 되고 있지 않는 거죠."

강수진 지부장은 근무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간호사들의 경우 병동에서 본 업무 시간에 앞서 30분 ~ 1시 정도 먼저 출근해서 일하는 게 다반수였다고 하였다.

"출근 전과 일 마칠 때 인수인계를 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업무가 미진했던 거에 대해서 지적도 받고 교대를 해도 문제가 없도록 중요한 사항들을 공유하는데 길게는 2시간 정도 걸려요. 그런데 이 추가 노동에 대해서 수당이나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않고 있어요. 병동 뿐만 아니라 외래에서도 전혀 수당이나 보상 없이 일을 하고 있어요. 문제는 저희 병원이 외래 접수를 당일 접수로만 받기 때문에 늘 외래환자들이 많거든요. 결국 보상이 없이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강수진 지부장은 쉴 틈 없이 오전에 외래 환자들을 보다 보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아서 점심도 먹지 못하고 바로 오후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말하였다. 병동에서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관련되어 있는 다른 부서도 퇴근이 늦어지고, 모든 직원이 평균 1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였다.

한편, 병원의 슈퍼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회장 생일에 전 직원 축하 동영상을 만들고 공연을 해야 하고, 회장의 사택(私宅)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온갖 갑질로 병원 노동자들은 마음에 멈이 들어 가는데 회장은 단 돈 18원에 VIP 병실을 이용하며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고, 잊을만하면 비리를 저질러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 태움, 갑질 문제도 결국 인력 부족의 문제로 시작된 것 아닌가요?
"네 아무래도 인력 부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그래서 최근 병원 측과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요. 초과근무를 하고 노동강도가 높은 것 역시 본질적으로는 인력 부족이 원인인데요. 병원에서는 보조 인력의 확충을 비정규직으로 하
고 있어요. 1년 계약으로 고용하는데 몇 개월의 교육 기간을 거쳐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바로 계약이 끝나서 다른 사람을 재교육해야 하거든요. 이런 과정 자체가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어요."


강수진 지부장은 인력 부족이 낳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신규 간호사들이 업무에 투입되면 업무량이 워낙 많다 보니 일을 빨리 배워야 해요. 선배간호사들 역시 주어진 업무량은 이전과 같거나 더 많아졌는데, 추가로 신규 간호사를 가르쳐야 해요. 이렇다 보니 선배간호사들 입장에서 후배간호사들을 잘 가르치기 보다 혼내고 강압적으로 업무를 빨리 배우게끔 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후배를 보듬어주거나 세심하게 가르쳐주는 분위기가 잘 안 되거든요."

강수진 지부장은 태움도 인력부족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하였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다 보니까 많은 간호사가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병원을 그만 둬요. 사직이 줄을 잇다 보니까 임신순번제처럼 사직순번제라는 것도 생겼어요. 신규 직원이 충원되어야 그 사람이 그만둘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기간이 교육기간 포함해서 5~6개월 정도 걸리니까 바로 퇴사를 못 하고 대기하는 경우도 생겨요. 상황이 이래서 연차도 못 써요."

- 노조를 결성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얘기한 노동강도, 업무환경, 조직문화 등 전반적으로 기존 기업노동조합에 대한 불만 등이 누적되어서 제대로 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가천대길병원은 기업노동조합 간부가 누구의 사위, 누구의 조카 이런 식으로 병원 경
영자의 친인척으로 엮여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허수아비라는 인식이 팽배했어요. 의료기관 평가에 대한 불만도 있었는데 평가 준비를 위해서 서류 업무는 늘었지만,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니 우리에겐 노동 착취로 다가왔어요. 제대로 된 시설 개선도 하지 않고 평가 기간에만 반짝 필요한 물품을 갖추고 평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거든요."


강수진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평가를 준비하고 마쳐도, 병원에서는 애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전 직원에게 모두 만원만 지급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고충을 말해도 책임지고 해결해주는 부서장은 없어요. 부서장은 인사팀에게 미루고 인사팀은 정해진 기준이나 지침이 없으니 고충 해결을 다시 부서장에게 미뤘죠. 기존에 있던 노동조합에 찾아가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어
요. 그래서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찾아갔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보건의료노조 인천지부를 만나게 해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어요."


한편, 가천대길병원은 민주노조 설립 이후 노조 간부의 밤 늦은 퇴근길을 미행하고, 업무시간 내내 바로 곁에서 감시하는 등 노조탄압을 자행하였다고 한다. 또, 노동조합 가입 활동을 병원 보안요원(외주용역)을 동원하여 가로막고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일부 관리자가 조합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방해하거나, 많은 동료가 보는 앞에서 위세를 떨며 큰소리로 하대하며 비속어로 언어 폭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러한 병원의 노조 탄압으로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극도의 위화감과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 노조가 새로 결성되고 시작한 변화가 있었나요?
"공식적으로 우리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교섭하려고 할 때도 기존의 기업노조가 있고 새 노조가 있으니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임산부는 야간
노동을 공식적으로 못하게 되어있지만, 본인이 원하면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요. 여긴 임신하자마자 동의서를 들이밀면서 출산 마지막 달까지 근무하기도 했어요. 임신 초기와 말기에 사용 가능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그림에
떡이었어요. 하지만 임산부의 야간 노동 문제를 우리가 계속 제기하니깐, 이제는 동의서를 받고 있지 않고 임산부는 야간 노동에서 제외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 조합원이 우리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임신하고 밤에 일하기 막막했는데 밤에 일하지
않게 해주어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가천대길병원, 슈퍼갑질 중단해야

공짜노동, 인권유린 등 슈퍼 갑질을 당하며 일해왔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일터 괴롭힘 없는 현장을 위해 특별근로감독과 기획 수사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하루 빨리 가천대길병원이 반인권적 노동탄압과 슈퍼 갑질을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이전과는 다른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자회견] 삼성 노조파괴 규탄! 이재용 재구속! 삼성에서 노조하자!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삼성 노조파괴 규탄! 이재용 재구속! 삼성에서 노조하자!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삼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삼성그룹의 기업이 아니라 불법과 인권유린, 노동탄압으로 칠갑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생명무시 경영, 족벌세습경영, 정경유착 경영을 무너뜨려야 한다.

삼성의 불법경영과 무노조 경영을 지탱해온 것은 권력과 자본의 더러운 유착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착이 아니라 삼성 자본에 무릎 꿇고 부역한 권력이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문자가 그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권력이 삼성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낯 부끄러운 청탁과 찬양, 환심 사기와 정보 전달로 가득 찬 문자였다. 장충기에게 언론인, 정치인, 교수, 검찰, 국정원, 판사까지 줄을 섰다면 이재용이 누구와 어떤 거래를 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삼성이 반사회적 범죄를 공공연하게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양심을 팔아 자본에 부역한 이른바 삼성장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용을 재 구속해야 한다.

삼성왕국의 절대 권력자 이재용도 1700만 촛불이 만든 적폐청산과 부역자 처벌요구를 비껴가지 못했다. 재벌불사의 나라에서 이재용은 두 번에 걸친 구속영장청구로 기어이 구속되었다. 치외법권이었던 삼성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삼성창업 79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재용은 지금 감방생활 1년도 채우지 않고 나와 활보하고 있다. 경영세습을 대가로 한 뇌물공여 등 중대범죄를 대통령이 이재용을 겁박한 사건으로 삼성을 힘없는 약자이자 피해자로 둔갑시킨 사법적폐 판결이었다.

그러나 고삐가 길면 반드시 밟힌다고 했다. 삼성이 자본의 힘과 권력의 비호아래 자행한 무수한 노조파괴 범죄의 증거자료가 은밀한 지하창고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천인공노할 염호석 열사 시신탈취 공모, 가족 회유와 협박, 조합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온 노조파괴 범죄의 실상이 밝혀질수록 이재용의 책임은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이재용을 살리고 꼬리를 자르는 용두사미 검찰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5일 함께 감방을 나온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는 다시 함께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폐기되고 종식되어야 한다,

지난 4월 17일은 80년간 유지해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폐기된 날이다. 삼성은 돌이킬 수 없는 증거로 막다른 구석에 몰리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직고용 전환과 노조인정 및 노조활동 보장을 합의했다. 지난 5년간 최종범, 염호석 두 열사를 가슴에 묻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당한 채 울분과 분노로 투쟁해왔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 이재용은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사과와 무노조경영 포기를 공식선언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뻔뻔하다. 우리는 여전히 삼성이 반노동 반노조 입장을 포기했다고 보지 않는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폐기는 삼성 이재용의 공식선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의 전면 직고용 전환 완료와 노조활동보장 그리고 삼성 전 계열사 노조설립으로 완성된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뿐 아니라 삼성관련 모든 노조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4.17합의는 단지 면피용 합의에 불과하고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규정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부터 진행되는 삼성전자서비스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사교섭에서 삼성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삼성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삼성의 노조파괴, 노동탄압은 이미 국제문제가 되었다. 국제노동기구도 한국 정부가 검찰 조사결과를 통보하고, 삼성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의 악명과 잔혹함은 노동자의 생명마저 짓밟아온 것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1년 동안 삼성에서 320명의 직업병 피해 제보자가 있었고, 11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삼성은 산재인정 소송에서 유해물질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법에 의해 모든 사업장에서 공개하고 있는 작업환경 측정결과를 영업비밀, 국가기밀로 둔갑시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이다. 검찰의 엄정수사와 예외 없는 책임자 처벌,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과 권력의 정경유착 근절, 노조 할 권리 전면 보장을 담아 반 헌법적인 삼성의 무노조 경영 종식을 강제하고 선언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유린해온 삼성을 바꾸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삼성에 노조하자!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민주노총은 오늘을 시작으로 삼성이 저지른 온갖 범죄와 잘못을 바로잡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전자반도체, 중공업 등 제조업은 물론 유통서비스, 의료제약, 건설, 사무금융, IT통신 등 삼성의 전 부문 계열사에서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됨을 알리고 노조가입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는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 삼성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당당한 투쟁선언이다. 그 출발은 ‘삼성에서 노조하자’이다. 25만 삼성 노동자들이여! 삼성에서 노조하자!


2018년 4월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180426보도자료민주노총_경기도본부삼성_규탄_기자회견.hwp


[현장의 목소리]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 2018.04

광호가 꿈꿨던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꿈꾸며

-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이정훈 지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자동차 부품회사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비인간적인 노조파괴와 가학적 노무관리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2년 전 3월 17일 한광호 조합원이 노조파괴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맞아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숨진 고 한광호 열사의 2주기를 추모하고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의를 모으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16일 집회 시작에 앞서 고 한광호 열사 2주기 투쟁을 비롯해 노조파괴에 맞선 지난 투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정훈 지회장을 만났다.

제2의 한광호가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한광호 열사 기일이 다가왔는데 이정훈 지회장과 조합원들의 마음이 어떨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광호의 원을 풀지 못해서 가슴 한쪽에 뭔가 응아리가 맺힌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광호의 한을 풀지 못한 것만큼이나 조합원들 중에 제2의 광호가 나올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다. 지난 2월에도 조합원들 중에 3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려졌다. 2명은 그나마 퇴원해서 통원치료 받고 있는데 1명은 아직 병원에 있는 상황이다. 노조파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조합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빨리 공개하고 후속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1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체 조합원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그런데 아직도 결과 공개를 안 해서 지난 2월 19일에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과정에서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내용을 구두로 전달 받았는데 고위험군 조합원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 결과를 확인해야겠지만 노동조합은 노조파괴 투쟁 초기인 2011년과 2012년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에서 실태조사를 했을 때 보다 고위험군 조합원이 더 많은 것으로 예상하고 빠르게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금 유성기업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딴지를 걸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종 3개 병원을 지정해서 고위험군 조합원에게 필요한 치료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유성기업에서 그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계속해서 후속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이정훈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유성기업의 끝없는 노조파괴가 조합원들의 생계와 건강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 한광호 열사 2주기인데 건강 실태조사도 조사지만 노조파괴 문제가 8년이 되도록 정리가 안 되다 보니까 조합원들이 생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노조파괴자 유시영 회장을 감방에 보냈는데 회사의 전혀 태도의 변화가 없다. 유시영 회장이 이제 4월 16일이면 만기출소 하는데 회사가 이판사판으로 가보자고 하니까, 조합원들은 이대로 아무런 변화를 못 만들어내고 끝나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마 별별 생각이 들텐데 노동조합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

광호의 한을 풀기 위해 다시 투쟁에 돌입한다

노동조합은 한광호 열사 2주기를 맞아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고 교섭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광호 열사 기일을 맞아서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대 하려고 기획하고 있는데 주체들이 먼저 투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지난 3월 12일부터 3월23일가지 노동조합이 속해있는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충북지부가 집회를 열고, 지역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파괴를 일정 부분 끝내기 위해 싸울거다. 노조파괴를 끝내지 못하면 제2의 한광호가 나올 수도 있다. 유성기업은 계속해서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동조합이 계속해서 교섭을 요구하자 설 명절 바로 직전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본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상견례 이후에 교섭을 요구해도 회사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본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3월 15일에도 본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역시 실무자 한명 내보내고 불참했다. 유성기업은 8년 동안 지금까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대화를 일체 거부하다 보니 지난 8년 동안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임금인상,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그 어떠한 약속도 받아낼 수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각종 징계와 일터 괴롭힘, 빈곤한 생활이었다.

“2011년에 금속노조 단체협약이 해지되고 임금협상도 8년 간 못하면서 조합원들은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살고 있다. 거기에 계속 파업 투쟁해야 했던 해고자 19명과 영동과 아산에 노동조합 간부 6명 활동비까지 조합원들이 책임지고 있다 보니 생계가 다들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쟁으로 노조파괴의 진실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비롯해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중 하나로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선정되면서 노조파괴와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사건이 있을텐데 그 중에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3월부터 6개월 동안 집중 조사한다고 하는데 조사 포인트가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어떻게 개입했나라고 들었다. 현대자동차와 창조컨설팅, 유성기업이 수십만 문건을 만들면서 노조파괴를 저질렀는데 왜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했는지, 유성 자본을 재판에 빠르게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노조파괴 주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 현대자동차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천막을 친 게 309일 정도 됐고, 농성을 한건 2년 가까이 되가는데 대화는 전혀 안 되고 있다. 우리는 뜬구름 잡는 듯 여기와서 집회하고 농성하는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 사옥 10층으로 유시영 회장과 창조컨설팅 심종두대표를 불러서 1주일에 1번씩 기획회의를 했다. 그 다음에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에 주던 납품대금을 기존 가격에 23% 올려서 더 줬다. 노조파괴에 필요한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조달한거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서 현대차 임원이 검찰로부터 기소 됐는데 현재 위헌 시비가 붙어서 재판은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대선 직후인 5월 검찰은 현대자동차 임직원 4명과 현대자동차 법인을 기소했다. 노동조합은 8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노조파괴의 주범이자 공범인 현대자동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잠시 재판이 중단되었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 법인이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해서 법인까지 같이 처벌하도록 하는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재판은 헌재가 노조법 양벌규정이 위헌인지 합법인지 결정을 내린 후에야 진행이 가능해졌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현대자동차 재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8년간 노조파괴문제로 투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다. 한 쪽에선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았다. 

(사진출처: 노동과세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2011년 지역에서부터 노조파괴가 시작되었다. 우리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조합 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정부와 자본이 기획한 폭력이었던거다. 그래서 노조파괴로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들이 우리처럼 같이 싸워줬으면 조금만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러면 조금덜 힘들었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이렇다보니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많은 사람들에게 “너희는 왜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냐”는 질문을 받았다.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는 너무나 억울한 마음이 크다. 대체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나. 죄가 있다면 올해 유성기업이 58년 됐는데 여기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용역깡패가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 원통하고 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와중에 투쟁하면 투쟁할수록 우리가 주장하는 게 맞다는 근거 자료들이 계속확인되니까 거기에 또 분노하게 되고 뒤도 안돌아보고 싸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정훈 지회장이 우리는 승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직 투쟁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승리감을 느낀다. 그동안 우리가 진게 없다. 어용 노조하고 싸워서 금속노조를 다수 노조로 지켜냈고 우리 투쟁이 정당하다고 세상 사람들도 법원도 인정해줬다. 힘든 길이지만 희망도 보이고 나름 쟁취감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8년이란 시간동안 벽에 균열을 내며 투쟁해왔던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반드시 승리해서 고 한광호 열사의 한을 풀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론보도] 8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

8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3.29 08:00







2년 전 한 노동자가 자살했다. 더 이상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한광호 그리고 유성기업. 10년 가까운 노동쟁의 사업장, 구조적 폭력과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건.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571

[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노동자 연쇄 자살 미스터리, 강력한 처벌로 막을 수 있나? / 2018.03

노동자 연쇄 자살 미스터리, 강력한 처벌로 막을 수 있나?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집배원 노동자들의 강탈당한 시간

지난 2월26일 고 임선빈 집배원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고인을 포함해 지난 5년간 80여 명의 집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계 질환과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 한 사람의 죽음조차 다양한 원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들 죽음은 수많은 원인 중에서 공통적인 한 장소를 지목하고 있다.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소식들이 모이는 곳, ‘우체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이상 안녕하지 않다. 이 죽음의 기이함은 범인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살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자들은 자기 죽음으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지목했지만, 그 범인은 여전히 살아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지휘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자들의 연쇄적인 죽음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닮았다. 죽음은 이미 벌어졌고, 우리는 다음의 죽음을 예상한다.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죽음 이후, 그러니까 살아있는 우리들이 죽음의 원인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이야말로 미스터리하지 않은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년간 전국 9개 우정청 중 서울, 강원청을 제외한 7개의 우정청에서 집배 노동자들의 초과 노동시간 중 17만 시간이 삭제되었다. 장시간 노동의 은폐를 위한 초과 노동시간의 조작은 집배 노동자들의 연쇄적인 죽음이 과로사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출되기도 했다. 실제 우정본부는 작년 6월 경기 가평우체국 소속 집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했을 때 “우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4,452명의 집배 노동자의 노동이 삭제된 17만 시간, 1일 8시간으로 환산하면 21,250일, 이를 또다시 1년 365일로 환산하면 58년 2개월. 이들의 시간을 노동자들에게 되돌려 준다면,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그 시간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강탈하지 않았다면 80여 명의 연쇄적인 죽음의 스릴러물은 상연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적어도 80명의 숫자가 채워지는 것을 고작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삭제된, 17만 시간의 노동시간은 연쇄적인 죽음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더욱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목하는 ‘단서’다. 무엇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17만 초과노동을 감수하게끔 했는지, 우정본부는 어떻게 집배 노동자들의 과도노동을 강제해왔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단서 말이다. 집배노조는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에 강요됐던 성과연봉제 도입이 초과근로시간을 축소, 조작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는 폐기될 예정이지만 과도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성과장치들과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법, 제도적 장치들이 존재하는 이상 노동자들의 연쇄적인 자살을 포함한 죽음은 예고될 수밖에 없다.


KT, 439명의 노동자 연쇄죽음의 아카이빙¹이 보여주는 것

KT노동인권센터는 2006년부터 자신들의 일터에서 일어나는 노동자 죽음의 사례를 아카이빙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439명의 죽음을 기록했다. 이들은 왜 하필 2006년이라는 시간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동료들의 죽음을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시간으로 기입하고자 한다. 


KT노동인권센터와 ‘노동자의 벗’ 소속 7명의 노무사는 2017년에 무려 1,800여 쪽에 달하는 <KT노동인권백서>를 출간했다. 백서는 439명의 죽음이 KT 민영화와 노동탄압의 결과라고 그 원인을 지목했다. 

“KT 민영화는 1980년대부터 그 정지작업이 시작돼 사업 분리, 분할 매각, 정부지분 축소 등을 거쳐 2002년에 정부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완료됐다. 그 이후 15년이 흘렀다. 처음에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도입하면 국민들에게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민영화의 결과는 해악적이었다. 국민들은 높은 통신비 부담에 고통 받고, 노동자들은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실적 경쟁에 시달리며 죽음으로 내몰렸다.”(<KT 노동인권 백서> 중)

2006년은 KT 내에서 CP라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시행된 시기이다. 2002년 민영화되기 직전 7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민영화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가 수차례 진행되어 4만 명이 퇴출당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사측은 이후 ‘상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CP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지속적인 일터 괴롭힘과 강제적인전환배치 등에 노출했다. 업무상의 저평가자를 일컫는 ‘C-플레이어들(C-player)’은 신자유주의가 내거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전략”이 탄생시킨 새로운 집단이자, 어떻게든 정리되어야 할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등장했다.

KT노동자들이 아카이빙한 죽음의 목록 중 눈에 띄는 것은 ‘명퇴 후 사망’과 ‘자살’이다. 통상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자의 신분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의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명퇴 후 죽음’까지 아카이빙한 것은 이들 죽음의 원인이 KT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의한 것임을 뜻한다. 작업장 바깥에서 개별적으로 맞이하게 된 죽음을 다시 불러들여 2006년-KT라는 시공간에 다시 배치함으로써 KT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터가 여전히 ‘죽음의 KT’임을 말하고 있다. 

또 하나는 41건의 자살을 함께 포함한 것이다. 이 중에는 ‘저항’의 맥락에서 의미화 할 수 있는 자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로자살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입증하기 힘든 문제다. 자살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선택이라는 허구적 믿음의 강력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고통들과 함께 배치되었을 때 과로자살은 맥락화된다. 과로자살은 심리부검과 같은 접근으로 개인으로부터 자살 원인을 추적한다고 해서 해명될 수 없다. 즉, 과로자살은 자살의 문제가 아니라 과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과로자살이 발생한 ‘장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른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노동자의 자살이 살아있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함께 연결될 수 있다. 그러한 한에서 개별 노동자가 고통을 드러내는 양상 중의 하나의 경우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성에 접근할 수 있다. 강제 전환배치와 일터 괴롭힘 등으로 인한 노동자 자살은 한국사회에서 과도노동 즉, 과로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체국 노동자의 자살처럼 한국사회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과도노동의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장시간 노동은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 온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과 구별된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민영화, 상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맥락 하에 진행되고 있는 성과 프로그램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체계적으로 분쇄되어 노동자들이 개별화된다는 것에 있다. 성과 프로그램은 우체국과 KT에서 자본-노동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들 사이의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관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갈등의 원천이 된다. 우체국 관리직들은 자신들의 성과등급을 위해 집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종용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시간 노동을, 높은 노동강도를 압박해왔다. KT 노동자들의 일터 괴롭힘 역시 오직 자본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는 장시간 노동의 보다 기술적인 적용으로 나아간다. 자본은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면서도 보다 촘촘한 망으로 노동성과를 압박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현장 활동가들은 가장 먼저 타깃이 된다. 집합적 힘이 분쇄되었을 때 노동자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며, 무력하다. 경쟁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관계를 냉소적 관계로 대체한다. 

집배 노동자들이나 KT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은 과로자살의 또 다른 잔혹을 드러내준다. 어제의 동료들이 오늘에는 성과 프로그램의 실행자가 되거나 혹은 그 앞에서 침묵하게 될 때, 노동자들의 자살은 고독사를 닮는다. 


강력한 처벌 이전에 ‘권리’를 보장해야 

문재인 정부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뒤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직무 스트레스나 일터 괴롭힘의 문제는 개정된 법안에서도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과로의 적극적인 해석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개정된 법마저 때늦은 법으로 당도해 버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강력한 법 집행을 위해 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어떤 강력한 처벌도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한 그 장소에 당도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가장 발 빠른 집행자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집합적 힘을 모조리 분쇄한 뒤에, 강력한 법의 보호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법이 의무와 처벌만을 명시하는 순간 ‘치안’이 된다. 특히나 노동법이지 않은가. 노동의 권리야말로 법의 언어 속에 각인해야할 단어다. 그것이 없다면 노동의 보호란 자본 통제의 다른 이름이다. 함께 일한 동료가 죽었다면 그것도 연쇄적으로 죽었다면, 그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는 중대재해 현장이다. 이에 대해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어야 한다. 과로의 의미가 과도한 노동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오늘날,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스스로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싶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작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 각주

1) 데이터를 보관, 기록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보도] “정신질환 시달리는 유성기업 노동자 임시건강진단 당장 실시하라” (한겨레)

“정신질환 시달리는 유성기업 노동자 임시건강진단 당장 실시하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충남노동인권센터 등으로 꾸려진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충남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고용청은 임시건강진단을 불이행한 유성기업 사업주를 처벌하고, 임시건강진단을 당장 실시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천안고용노동청은 지난해 7월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를 거부하고 여태껏 건강진단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특정 노동자의 임시건강진단을 하라고 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어긴 땐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정해져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1041.html#csidx0c92cc834e93694aa8ef9dd3b3f554f

<일터> 통권 148호 /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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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26 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28 한광호 열사는 죽으믕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30 노도아 괴롭혀온 법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32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8 [포커스]

메탄올 중독 사태로 본 파견 노동의 실태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란 무엇인가 (1)


12 [현장의 목소리]

시멘트만큼이나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간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20 [연구소 리포트]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나의 그녀들에게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2)


42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문제는 노동이야


46 [문화읽기]

뻥튀기 문화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5678 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9번째 자살 사건


52 [일터 다시 보기]

한솔케미칼 백혈병 피해 노동자 산재신청


54 [이러쿵저러쿵]

주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특집 4.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2016.5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이종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분노와 답답함, 이를 표현할 언어의 부재

 

지난 겨울, 인권연구소 창과 함께 ‘Daum 스토리펀딩’에서 ‘일터괴롭힘’에 대해 연재했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어 왔던 괴롭힘을 토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비정규직에게 갑질하는 학교, 성과를 쥐어 짜는 조직, 투명인간 취급하며 따돌리는 동료들 등등.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공감, 분노, 답답함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동안 일터에서 겪었던 고통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었던 것 같았다. 해외에서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존엄 침해, ‘일터 괴롭힘’에 대해 다루는 언어가 있을까? 법제도적으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일터에서의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 또는 bullying)에 대한 문제제기는 1980년대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 로 시작되었다. 실증 연구, 심리학적 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언론 보도, 재판 사례 등으로 관심이 대두되면서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큰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로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제도를 만들어 왔고, 법률이 아니더라도 지침, 행정감독 등을 통해 반(反) 괴롭힘 정책을 표방해 온 국가들이 많이 생겼다.

 

프랑스 법에 규정된 ‘정신적 괴롭힘,’노동자의 ‘정신’건강도 고려

 

일터 괴롭힘에 관한 법제도로 한국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정신적 괴롭힘, 무자비한 폭력(Le harcélement moral, la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라는 책을 발간하고, 이 책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프랑스 사회 내에서 일터에서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법적으로는, 2002년 ‘정신적 괴롭힘’(harcélement moral)의 개념을 노동법전과 형법전에 도입하여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규율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법전에서는 “어떠한 노동자도 자신의 권리들과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직업적 전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의 훼손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 라며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를 설명한다. 노동자의 존엄 침해를 중심으로 둔 점이나, 건강에 관해 정신과 신체를 통합적으로 다룬 것이 정신적 괴롭힘의 규정에서 두드러지는 요소이다. 노동법전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정신적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정신적 괴롭힘을 겪다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경우 이를 무효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사용자에게 정신적 괴롭힘을 예방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괴롭힘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하면, 그 행위가 괴롭힘과 관계없는 정당한 행위라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등 구제를 실질화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프랑스 사회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입법을 시도할 때, 호의적인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신적 괴롭힘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개념화하기 어렵고 그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거나, 기존의 법제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됨으로써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와 판단기준이 구체화되었고,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정신적 괴롭힘을 가시화함으로써 예방과 구제의 실효성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하급심에서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행위자가 괴롭힘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괴롭힘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도 규율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최고법원에서 확고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방식이라는 이유가 정신적 괴롭힘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프랑스 법원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은 괴롭힘 사건이라도 사용자가 예방조치를 다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결과적 안전의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괴롭힘을 직업상의 위험의 하나로 보고 그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확대시켰다.

 

* 프랑스 심리학자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발간한 책 <정신적 괴롭힘, 무자비한 폭력>

 

안전보건 상 위험을 초래하는 괴롭힘 행위에 중단 명령내릴 수 있는 호주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는 주(州) 정부 차원에서 직업안전 관련법에 일터 괴롭힘에 관한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입법적 해결을 모색하거나, 일터 괴롭힘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지침을 채택하여 인식 개선과 절차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 온 국가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3년 공정노동법(Fair Work Act 2009)의 개정으로 연방 차원에서도 일터 괴롭힘(Bullying)에 관한 조항이 들어왔다. 이 법에서 는 “개인 또는 집단이 노동자 또는 이 노동자가 포함된 노동자 집단에 반복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행위하며, 이 행동이 안전과 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때” 괴롭힘을 겪는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괴롭힘을 겪을 때 공정노동위원회(the Fair Work Commission)에 괴롭힘 중단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괴롭힘을 겪고 있는 당시에 신속한 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이 규정이 연방의 노동건강안전법(Work Health and Safety Act 2011)의 적용범위와 동일하게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만 하청, 외주, 교육생, 자원봉사 자 등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괴롭힘 방치 촉진하는 미국의 ‘건강일터 법안’ 운동

 

미국은 반차별 법리가 발달했지만, 일터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률조항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차별적 속성이 없는 경우라면 괴롭힘을 받더라도 그에 대한 적절한 구제 수단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로 인해 차별사유와 결합되지 않은 괴롭힘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용자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촉진하는 ‘건강일터법안(Healty Workplace Bill)’ 입법운동이 진행되게 되었다. 2016년 5월 현재 30개 주와 2개 자치령에서 건강일터법안이 발의되었다. 건강일터법안은 노동자가 가학적 근무환경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그에 관한 소송을 통한 구제를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책임에 관해서는 기존에 성적 괴롭힘(성희롱)에 관해 형성된 법리를 법안에 그대로 들여왔다. 관리자의 괴롭힘이 해고, 징계 등 사용자의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 사용자는 그에 관해 반드시 책임이 있고, 사용자의 처분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사용자가 합리적 주의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사용자책임 법리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일터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할뿐더러 일터괴롭힘을 직접 다루는 법령이나 지침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전혀 법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성기업에서의 노조파괴 사례는 부당노동행위제도를 통해 규율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 불법성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단지 법이 없기 때문에 괴롭힘이 방치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학적인 노무관리에 맞서 적극적 대응의 수단 중의 하나로서 노동자의 존엄을 선언하고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존엄 침해에 대한 책임을 원칙적으로 지우게 하는 법제도를 추진해볼 수 있다. 괴롭힘에 관한 해외의 법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행위로 보고 사용자에게 방지의무가 있는 행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David Yamada, "Workplace Bullying and the Law: AReport from the United States", 2013 JILPT Seminar on Workplace Bulling and Harassment.
- 조임영, 「직장 내 괴롭힘과 프랑스 노동법」 , 『노동법논총』 제25권, 2012.
- Ellen Pinkos Cobb. (2013). Bullying, Violence, Harassment, Discrimination and Stress: Emerging Workplace Health and Safety Issues, The Isosceles Group, 2013.

[성명] 유성기업은 조합원 자결에 대해 사죄하고 노동자 괴롭히기 중단하라!

[성명] 유성기업은 조합원 자결에 대해 사죄하고 노동자 괴롭히기 중단하라!


오늘 새벽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 한광호 씨가 자결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노사가 합의한 심야노동을 주간노동으로 전환시키지 않기 위해 온갖 폭력을 저질렀다.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들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차로 치고 때리며 폭력을 휘둘렀다. 국정감사 결과, 유성기업의 폭력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개입과 창조컨설팅의 조력을 받은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후에도 유성기업은 노동자의 기본권리가 명시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뒤로 후퇴시켰다.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복수노조를 만들더니, ‘기초질서지키기’란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옥죄어 징계하고 몰래카메라 감시와 고소고발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나빠졌고 이에 2012년 충남노동인권센터 부설 ‘노동자 심리치유 사업단 두리공감’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고위험군이 40%나 될 정도로 노동자들의 심리상태, 정신건강은 매우 위험했다. 그 후 충남인권센터는 노동자들에 대한 검사와 상담을 지속했다. 또한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와 아산지회도 악화되고 있는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때문에 현장에 노동자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담당자를 정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상태가 나아질 수 없는 일. 결국 오늘 노동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가 죽음 외에는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었기에 이는 명백한 타살이다. 지옥 같은 현장을 벗어나는 것은 죽음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남은 동료들과 가족들의 가슴을 찢는다. 


노동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치유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 상태가 종결되고 가해자가 처벌받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인권적 불법행위를 저지른 유성 경영진은 이제까지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반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었다. 이에 작년 말 인권단체, 노동안전단체, 법률가단체들이 모여 <노조파괴 범죄자 처벌,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약칭 유성기업 공대위)>를 꾸렸다. 그러나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아직도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 더 이상 노동자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싸워야 한다. 유성기업 공대위는 이번 한광호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부정의한 기업경영, 노동자 괴롭힘, 노조탄압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며 유성기업과 정부, 사법부에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유성기업은 한광호 조합원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라. 그리고 징계와 고소고발 등 노동자 괴롭히기를 당장 중단하라! 그를 죽게 만든 책임자를 징계하라!

정부에게 요구한다.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 및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사법부에게 요구한다. 노조탄압, 위법 행위로 일삼는 유시영을 제대로 처벌하라!


2016년 3월 17일 

노조파괴 범죄자 처벌,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 (약칭 유성기업 공대위)


[공대위 참여단체]

*노동안전보건단체: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심리치유단체: 충남노동인권센터 부설 노동자 심리치유 사업단 두리공감 

* 학계: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 법조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 법학 연구회

* 노동계: 노동자전선,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손잡고, 전국금속노동조합,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좌파노동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 정당: 사회변혁노동자당

* 종교 : 기독교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 사회단체: 경제민주화실현네트워크, 손잡고,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진짜 사장 나와라 운동본부, 참여연대

* 인권: 인권운동사랑방



특집 3.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 갑을오토텍지회 조균형 조합원 인터뷰 /2015.9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 갑을오토텍지회 조균형 조합원 인터뷰

 

 

 

선전위원회

 

 

길고 힘들었지만 어느 때 보다 조합원 스스로 나섰던 이번 투쟁!! 싸움의 당사자였던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 과정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했다. 지난 8월21일 갑을오토텍 지회 사무실에서 조합원 조균형 님을 만나 소회를 들었다. 조균형 님은 갑을오토텍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2005년에 대의원, 2010~2011년 노동조합 조사부장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초반에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피켓 들고 일인 시위 하는 모습 보고 감동 받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첫 피켓팅한 3인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행동에 나서게 되었나?

 

나는 그냥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은 셈이다. 박종국 조합원이 제안했고 나랑 손찬희 조합원이 초기에 참여했다. 작년에 신규채용 60 명이 됐는데, 이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2월부터 계속 됐다. 사실 기업노조 만들면서 복수노조 만들어서 노동조합 흔들려는 움직임은 2010년경부터 감지됐던게 있었기 때문에 조합에서 차분히 대응하는 편이었다. 초반에는 주로 외부에 이런 문제를 알리고, 정보를 모아나가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박종국 조합원이 조합원들이 먼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거다. 작년 두원정공 투쟁 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피켓팅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때 200일 투쟁했다고 했으니, 우리도 200일이라도 버티겠다는 생각이면 승리하지 않겠냐며 시작했다. 피켓팅 시작한 날,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조합원 중 한 명, 늙은 노동자가 ‘나는 어차피 여기 떠나면 갑을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정년하기 전에 투쟁이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이 투쟁 같이 해서 후배들에게 노동조합이라도 지켜서 남겨주고 갈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울컥해진다. 그 내용이 대자보로 붙고, 채팅방에서 공유됐다. 조합원들이 이런 얘기에 공감하고, 서로 감동받았던 것 같다. 3명으로 시작한 피켓팅이 8명, 20명 하다가 제일 많을 때 200명까지 늘었다. 처음에 간부들이 아침에 나오면, 우리가 오지 말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이 시켜서 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마음이 동한 조합원들이 만들어간 투쟁이 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을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 내는 데 SNS 등을 잘 활용한 것 같다

 

정말 SNS 활용을 잘 한 것 같다. 피켓팅 시작하면서 사람들 모아서 처음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점점 확대돼서 나중에는 거의 전 조합원이 참여하게 됐다. 초반에 피켓팅 사진도 올리고 하면서 서로 격려가 됐고, 사진이 계속 올라오니까 조합원들 사이에서 ‘오늘은 누가 참여했구나, 오늘은 누가 안 보이네’ 하는 얘기들이 되고, 안 나오는 사람에 대해 독려도 하게 됐다. 또 카톡 채팅방을 통해서는 토론도 많이 하게 돼서, 소통의 중요한 통로가 됐다. 무전기보다도 더 빠르게 상황 공유가 되더라. 조합원들이 토론도 했지만, 위안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 투쟁하는 동안 늘 교섭 속보를 그렇게 기다린다. 실제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 모르고 있는 상황이 불안한 거다. 평소에 눈 뜨고 살던 사람이 눈 감으면 불안한 거랑 같은 거다. 그런 불안감을 카톡 단체방이 덜어준 거 같다. 상황이 바로 공유되고, 그 상황에 대해 서로 얘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간에 낮 시간 투쟁이나 연대 활동에 2조(주간연속 2교대의 후반조)가 참여하는 과정도 카톡 단체방 토론을 통해 시작하게 됐다. 한 대의원이 ‘요즘 간부들이 밖으로 다니느라 바쁘다, 기자회견하고 외부 사람들한테 우리 상황 알리고 있다. 그 와중에 고용노동부, 경찰서 이런 데서 1인 시위 하고 있는데, 2조가 잠 조금 덜 자고 같이 하자’는 얘기를 카톡방에 올리고, 조합원들이 ‘그래, 좋다’하면서 시작된 거다.

 

가족대책위도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대책위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들이 참여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족들 동참도 자발적으로 시작됐다고 들었다

 

피켓팅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딸이랑 얘기를 하게 됐다. 이러저러해서 아빠가 선전전 하느라 매일 새벽에 일찍 나가고, 주말마다 바쁜 거다 그랬더니 딸이 ‘피켓팅 나도 할까?’ 하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할 거면 피켓은 네가 예쁘게 만들어 와라 했다. 그랬더니 열심히 만들어서 어느 날 아침에 피켓팅을 같이 나갔다. 그 때쯤 피켓팅이 좀 뻔해지는 것 같았는데, 이벤트가 된 거다. 역시 또 사진 찍어서 올리고 그랬더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얘깃거리가 되더라. 그러면서 다른 조합원 가족들도 여러모로 참여하게 됐다. 이 얘기를 했더니, 아들 녀석이 자기도 투쟁 기금으로 20만원을 보태겠다고 하더라. 딸도 자기랑 동갑인 다른 조합원 형님 딸이랑 돈을 모아서 밥버거를 400인분 사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 또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화제가 되고, 얘깃거리가 되고, 분위기가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우리 가족들도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던 것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좋다. 주말마다 나가고, 약속 많고,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인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이번 투쟁에 같이 참여하면서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대책위들, 피부 관리해야 할 사람들인데 땡볕에 얼굴 벌개져서 투쟁하던 장면들은 지금 생각해도 안쓰럽기도 하고, 저 사람들까지 나오게 하다니 암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제안과 자발적인 분위기가 조합원들에게 활력을 줬고, 조합원 스스로 자기 투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투쟁을 통해 느낀 게 조합원들에게 숨겨진 저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노동조합 조사부장 할 때 조직 분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했었다. 복수노조 등 바람이 불면 훅 갈 수도 있겠다고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몰랐던 조합원들의 저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끌어내는 계기와 모아내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거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정말 바닥으로부터 그런 힘이 올라왔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분임조 활동이 시작됐다. 다른 지회들도 분임조 활동은 꼭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 분임조 얘기를 했다. 확대간부들이나 실천단은 교육도 몇 차례 받았었다. 그런데 우리도 ‘좋긴 하지만, 그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현장내 구역별로 친목 모임 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번 투쟁이 자연스럽게 분임조 활동의 시발점이 된 거다.

 

분임조가 토론과 행동의 단위가 되면,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지금 우리 분임조는 5명인데, 토론을 하면 누구든 한 마디씩 꼭 하게 돼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다가도, 자기 얘기를 하게된다. 불안한 마음, 반대 의견, 걱정되는 부분도 얘기가 나오게 되고, 서로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된다. 또 같이 결정한 내용은 ‘나는 빠져도 되겠지’하는 생각을 못 하고 꼭 같이 지키게 된다. ‘전 조합원 모여라’ 하면 400명이니까, 나 한 명 빠져도 되겠지 싶은데, 분임조마다 5명씩 연락을 돌리니까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업노조 만들어 나간 사람은 우리 분임조 활동보고 ‘5호 담당제’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우리도 분임조 활동이 이제 시작된 거고, 정착된 것은 아니다. 분임조마다 활동 방식도 다양하고, 아직 운영이 서툰 조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다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조합에서 잘 될까?’ 이런 생각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임조 활동을 통해 노동조합 내적으로 조직력이 강화되고,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 이번 투쟁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갑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잘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자판기 노조’ 탈피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조합원들이 간부들에게 ‘이 문제 해결해줘’하는 것을 안 했다. 구역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구역 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구역에서는 몇 년 전에, 조합원들 근무 태도 가지고 시비 걸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생산과장을,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현장 투쟁 벌여서 바꿔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훈련이 돼 있다가, 죽기 살기로 투쟁해야 하는 시점이 되니까 터져 나온 것 같다. 조합이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간부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내 투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본격적인 싸움만 해도 2달이 넘고,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부터 치면 거의 6개월이다. 지치거나 힘든 때도 있었을 텐데 피켓팅 처음 시작한 게 4월 8일이었으니, 4달 정도를 정신없이 지냈다. 사실 그 동안은 지치거나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간 것 같다. 그 사이에는 개인 생활이라는 게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물론 투쟁하는 동안 나도 겁났고 무서웠다. 평생 사람들이랑 싸울 일 없이 살아왔는데, 웬 깡패 같은 사람들이 현장에 들어와 돌아다니니, 무섭기도 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이런 얘기도 조합원들하고 많이 했는데, 얘기하다보면 다들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위안도 받고, 다시 힘낼 수 있었던 것 같다.

 

8월 들어 현대차에 공급할 물량이 정말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관리직에서 직접 기계 돌리겠다고 할 때 나도 불안했다. 그래도 돌아보면, 우리가 처음 이 싸움을 시작할 때 이 싸움에서 진다면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절박함이 있어서 조합원들도 스스로 투쟁에 나섰던 거다. 그렇게 치면 싸우다 져도 죽는 거지만, 물량 때문에 지금 그만두면 그냥 죽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을 조합원들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조합도 대처를 참 잘 했다. 사무직 투입해서 기계 돌리겠다고 했을 때, ‘그럼 너네들 특별안전교육은 받았냐?’고 던지고 노동부에 고발하면서 충돌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면서 막바지 투쟁이 잘 될 수 있었다.

 

복수노조를 등에 업고 민주노조 탄압하는 경우도 많고, 민주노조 패배 소식도 많았는데, 이번에 갑을이 긴 싸움을 승리로 마무리하게 되어 의미가 크다. 조합원 입장에서 가장 중요 하게 생각되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제일 큰 것은 노조파괴 시도에 대항해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아직도 용역들 일부는 기숙사에 남아 있고, 다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노조파괴 시도는 노동계가 전국적으로 직면한 문제인데, 여기에 우리 투쟁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수 있었다면 좋겠다. 내부적으로는 우리 조합원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분임조 활동 등을 통해 조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투쟁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걸 다시 짚는 평가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어떤 때든 완벽하게 준비돼서 투쟁할 수는 없는 거다. 어떤 상황에서든 조합원들이 함께 잘 버텨준 것이 중요했다고 본다.

 

특집 2.갑을대첩 비책공개 /2015.9

갑을대첩 비책공개

 

 

안재범 운영집행위원, 갑을오토텍지회 노안부장

 

 

 

갑을오토텍은 그룹차원에서 노조파괴 용병들을 모집했다. 신입사원으로 위장해 갑을오토텍에 입사한 노조파괴 용병중 절반이상이 전직 경찰과 특전사 등 군경 이력을 가진 자들이다. 전직 경찰들은 경찰협동조합을 통해 특전사는 특전 동지회를 통해 사전 모집됐다. 특히, 노조파괴 총책 및 팀장급으로 활동한 자들은 이미 계열사인 동국실업에 부·차장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투입됐던 자들이다. 용병들은 입사 전부터 수차례의 교육을 받고, 금속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어용노조 설립을 통한 노조파괴 활동을 준비했다. 갑을자본은 용병들에게 특정 지회간부 테러, 금속 파업 시 대체인력 및 파업파괴, 생산량 UP, 폭력사태유도 및 구사대, 직장폐쇄 후 선별복귀까지 계획한 것이 노조파괴문건으로 확인되었다. 금속노조 타 지회들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확인 되듯이 갑을자본도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자본의 이익극대화 수단(사내비정규직, 외주 용역화, 생산성 등 인원 및 사업구조조정)들을 아무런 저항 없이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 모든 자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노조를 이익극대화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현장에서 치우려 하는 것이다.

 

분노한 조합원들의 1차 투쟁, 마침내 6·23 항복문서 쟁취!

 

갑을자본의 신종노조파괴에 맞선 지회대응은 크게 법적투쟁과 12차 파업투쟁으로 나눌 수 있다. 지회의 법적투쟁은 충남지부에 익명으로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관 출신의 이력과 용역들의 모집책과 경로를 찾아냈고,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요청한 특별근로감독은 노사 쪽과 산안쪽 두 가지 모두 이례적으로 즉각 받아들여졌다. 노동부의 수사는 빠르고 신속했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었다. 신종노조파괴의 모든 증거를 손에 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과 검찰은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반면 지회조합원들과 주변의 기대는 컸다. 노조파괴에 대해 법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증거도 충분했다. 적어도 노조 파괴 가담자들 중 한 두 명이라도 구속된다면 이후 투쟁의 고삐를 쥐고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기대감을 버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자본과의 1차전이 진행되는 내내 법과 공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목도하면서 그 기대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깨닫게 됐다. 고용노동부, 경찰, 검찰은 자본의 움직임과 태도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꿔가고 있었다.

 

파업투쟁은 합의를 우선할 지 담판을 낼 지였다. 정상적 노사관계로 보자면 현안문제든 협상이든 밀고 당기는 노사합의 과정을 거쳐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정상적 노사관계가 모두 파탄난 상태, 즉 갑을자본에 의해 그 어떤 대화와 교섭도 차단된 상태에서 지회는 고민 끝에 섣부른 교섭을 청하기보다 최대한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춘 상태에서의 담판을 결정했다. 모든 역량을 아래로부터의 조직체계를 세우는 데 집중했다. 나아가 조합원들의 자발적 투쟁과 실천을 장려하고 아낌없이 지원했다. 더불어 자본이 내세우는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노동부의 조사로 잠시 미뤄뒀던 신종 노조파괴의 모든 증거 역시 조합원들에게 전면 공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은 신종 노조파괴 분쇄는 대화나 교섭에 앞서 조합원 스스로가 이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임을 알아가고 있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이 분임조 활동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편,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으로 무장한 노조파괴용병들의 폭력은 무자비했고, 거침이 없었다. 때려보기만 했지 맞아 보지 않은 이들의 폭력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617일 용병들의 무자비한 집단 폭력을 참을 수 없어 여기서 끝장을 내자며 기업노조 사무실로 향하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보며, 오히려 전세가 역전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언론 카메라에 죽봉 든 조합원들의 모습이 나올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의지는 분명했다. ‘공장 밖으로 쫓겨나더라도 용병들과는 더 이상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없다. 여기서 끝장을 보자.’ 고 다짐했다. 결국 7일간 정문봉쇄 투쟁을 통해 용병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고 6·23 합의라는 갑을자본의 항복 문서를 받아냈다. 6·23 합의는 조합원 동지들의 주체적인 투쟁, 가족대책위의 헌신적 투쟁, 그리고 어느 때 보다도 열렬했던 연대의 힘이 결합되어 만든 승리였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로 2차 투쟁도 승!!

 

6·23 합의를 통해 노조파괴 용병들을 전원 채용 취소시키고, 기업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기존 5명에 대해서도 7월 중으로 퇴사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파괴 분쇄투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6·23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사항(채용취소에 따른 신규채용 및 채용원칙, 채용 취소자들과의 법적분쟁에 따른 후속조치, 2015년 발생한 민형사상 사건에 대한 징계 등 불이익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 및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부담 및 치료기간 정상근태, 조합원 심리치료비 부담, 기숙사 퇴거조치, 합의서 불이행 책임 등)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갑을자본도 완성사의 일부 생산차종에 대한 물량회수를 빌미로 한시적인 일용직 운영, 비생산부서의 용역화 및 일부 생산 공정의 외주화, 생산성 향상 등을 공격적으로 요구하며 이미 6·23합의로 채용 취소된 용병들을 적극 활용했다. 기숙사 기거는 물론이고 식사까지 제공했다. 용병들은 한발 더 나아가 기업노조 사무실을 회사 정문 앞에 차리고 지노위에 채용취소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구제신청까지 했다.

 

이때 갑을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이랬다. “금번 사건으로 고객사로부터 일부 차종이 회수되고 주력제품에 대한 물량도 이원화될 위기에 있다며 더 이상의 파업은 고객사로부터 퇴출된다는 것과 통상임금확대, 주간연속 2교대 시행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상승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이대로 가면 회사가 폐업할 수밖에 없다.” 비생산부서의 외주용역, 생산성 30% 향상, 적자 아이템의 외주생산 등에 노동조합이 동의해 주면 용병들 문제도 말끔히 정리하겠다는 것이 6·23 합의 이후 갑을자본이 취한 태도였다.

 

이런 갑을자본의 태도에 지도부는 완성차의 요구로 주력 차종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고용불안으로 조합원들이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조합원 동지들이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물량 반납 얘기를 현장에 알리면 투쟁의지가 위축이 되거나 꺾이지 않을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현장에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우려와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분임조에 이 문제를 공개하고 토론에 붙인 결과 조합원동지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같이 죽자! 망하는 싸움하자!’는 반응이었다. 이에 따라 갑을오토텍지회는 곧바로 2차 투쟁을 선포하고 분임조 활동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기세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또한 휴가 기간 동안 확대간부동지들이 공장을 사수하며 사무 관리직들이 휴가를 가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돼서 생산하는 것을 저지하였다. 동시에 노동부 천안지청에 사무 관리직 사원들의 건강권을 위한 배치 전 건강검진, 작업변경 특별교육 등이 진행되지 않은 것을 고발조치하고 그 결과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으나 갑을자본은 이를 무시하고 사무 관리직의 현장투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에 따라 지회는 논의 끝에 분임조를 통해 휴가 중인 조합원의 공장집결을 결정했고 300여명의 조합원동지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러한 조합원동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도부는 이 싸움은 이겼다고 생각했고 회사는 이러한 조합원들 기세에 눌려서

현장 침탈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후 휴가 마지막 날인 89일에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철야농성을 위한 파업배낭을 꾸려서 공장에 집결하도록 했고 전면적으로 공장가동을 막고 싸울 것을 결의했다. 결국 전 조합원 철야농성 하루 만에 갑을자본의 교섭요청이 왔고 후속조치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안 전체를 합의하게 되었다.

 

 

 

갑을자본은 조합원들의 분임조 활동에 떨었다

 

2014년 교대제 준비 시기부터 두원정공동지들의 투쟁을 연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분임조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 중대장, 소대장, 분임장 체계를 세우고 교육을 실시하면서 공정별로 5-6명씩 61개 분임조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복수노조와 노조파괴 문제가 벌어졌다. 두원정공 지회의 2차례 분임조 교육이후 처음엔 중대장, 소대장, 분임장 3명의 동지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시작한 아침 출근 선전전이 1주일이 지나면서 50, 100명으로 늘고 전체 조합원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2조 근무 조합원들이 노동부, 법원 등에 가서 투쟁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분임조는 서로 투쟁을 결의하고 소통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 신종노조파괴 분쇄투쟁을 잠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평상시처럼 지도부나 확대간부들만 공유하고 판단하여 결정했다면 조합원동지들의 자발성 역동성은 고사하고 기세도 떨어져 투쟁을 말아 먹는 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갑을자본은 막바지 실무 교섭에서 투쟁이 끝나면 분임조를 해체할 것인지" 묻고 분임조가 있어서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자본이 무서워했던 것은 지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제 자본은 더 큰 공격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분임조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투쟁이든 작은 투쟁이든 지도부가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투쟁을 조합원들이 할 수 있도록 배치하려고 한다. 그리고 교육, 소모임, 학습모임 등을 더욱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상시 분임조가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특집 1.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2015.9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선전위원회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경과하며 민주노조가 폭발적으로 등장한 이후, 30년이 지났다. 현장의 민주적 역동성은 어느 새 80년대 전투적 노동조합주의의 추억으로만 여겨진다. 민주노조 건설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 국면이 일단락되고 노사 관계에서 제도적 측면들이 완성됨에 따라,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리하거나 대행하는 데에 머물게 된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노동자 개인은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지침을 이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지도부를 넘어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 통제 가능하지 않은 자발적인 투쟁은 환영받지 못한다. 민주적 역동성을 잃고 제도화된 노동조합은 ‘관리된 투쟁’을 조직한다. 의례화된 임단협 투쟁 일정, 자조 섞인 ‘뻥 파업’ 등은 노동조합 운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 단초다. 나아가 투쟁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에 대한 믿음 자체가 약해진지 오래다. 관성화된 조합 활동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수동적인 개인으로 여겨지고, 사회적으로는 자기 밥그릇 챙기는 정규직 노동자 취급당한다. 이런 노동조합들마저 사측의 주도 아래 극단적인 폭력으로 깨져나가 억압적인 어용노조로 교체되는 것이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의 현실이기도 하다.

 

투쟁 속에 실현된 조합원 민주주의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사측의 노조 파괴시도에 맞선 한 노동조합의 투쟁이 이목을 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의 투쟁이다. 복수노조 도입 이후, 어용 노조를 활용한 민주노조 파괴가 노무법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된 마당에, 갑을오토텍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 자체는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뒤 진행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지침을 넘어서는 활동을 제안했다. 1인 시위도, 가족 연대 활동도, 교대제 2조의 오전 투쟁 결합도, 조합원 스스로 채팅방을 통해 상황을 나누고, 토론하고, 투쟁 방안을 제안하고, 호응했다. 노동조합은 이런 조합원들의 열기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이런 주체적인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살리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부터 고민하던 분임조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인 소통과 논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조직했다. 갑을오토텍지회 안재범 노안부장은 “평상시처럼 지도부나 확대간부들만 공유하고 판단하여 결정했다면 조합원 동지들의 자발성, 역동성은 고사하고 기세도 떨어져 투쟁을 말아 먹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균형 조합원은 “우리가 몰랐던 조합원들의 저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끌어내는 계기와 모아내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다시 발견한 조합원의 자발성과 주체성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에게 주체적인 활동의 영감을 준 것이 두원정공 투쟁이다. 2014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만들어간 투쟁이 힘이 되었다. 2014년 두원정공 지회의 투쟁은 사측의 단협 위반으로 시작되어, 교섭이 교착 상태에 있으면 폐업절차를 밟겠다는 사장의 발언으로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폐업 발언이 나오자 조합원들이 스스로, 당시 지침으로 시행하고 있던 1시간 파업을 전면파업으로 전환시켰다. 노동조합도 이런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조합 지침 대신 소단위(중대)별로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노래가사 바꾸기 대회, 계열사 노동자 만나러 광주에 가기, 사장을 만나러 집이나 두원공대로 원정투쟁 가기 등 이었다. 조합원들은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두원 자본을 때려눕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런 투쟁 과정에 대해 엄정흠 두원정공 대의원은 “언제부터인가 투쟁이 지침에만 의존한다. 이러니 투쟁을 노동조합이 관리하는 측면도 있고, 그런 투쟁에 간부도 조합원도 익숙해진다. 지침을 떠나 자발적으로 투쟁하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지침을 내려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막상분임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매일 1시간씩 중대 총회가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갖가지 활동을 제안하고 주체로 나섰다. 정작 판이 열리니 조합원들이 다 알아서 하더라.”고 회상했다.두원정공 지회라고 전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합간부들이 이렇게 해도 되나 할 정도로,기세가 올라오는 게 무서웠다. 조합 활동 오래 한 간부들에게 조합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거다. 조합원들의 투쟁이 간부들의 계획을 넘어서면, 결국은 그 부담이 조합으로 온다. 그러니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받아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노조는 민주주의 학교라는데 주목해야

 

갑을이니까, 두원이니까 가능했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로 단사의 투쟁 성공사례를 접하며 고군분투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았으면 한다. 다만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 유지되며 자본의 지배와 관리를 일부 대변하는 존재가 아닌 자본의 논리를 꿰뚫어 세상의 질서를 바꿔내는 노동자들의 학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 투쟁과 경험에서 함께 배우고 읽었으면 한다.

[노안뉴스]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정신질환, 업무상 재해 인정 (미디어 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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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cmedia.or.kr/2012/view.php?board=total&nid=78681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정신질환, 업무상 재해 인정

정재은 기자

"불법적인 노조 파괴와 탄압으로 중증우울증에 걸린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사업주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얻은 정신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일이라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동자 신 모 씨가 지난해 11월 29일 낸 요양 신청에 대해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3월 26일 승인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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