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2017.10 ·11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태완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청명한 가을 하늘은 과연 누구에게나 고를까. 함박웃음을 짓는 인파들을 가로질러 인터뷰하러 가는 길이 무겁게 느껴졌다. 지난 8월 28일부터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택배 노동자의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2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을 10월19일 가을 하늘빛을 닮은 푸른색 천막 농성장에서 만났다.


본인 역시 2013년부터 택배 일을 시작해 지금도 택배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털어놓았다.

"우리 신분이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보니, 노동자로서 기본권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우리를 노동자로 대하고 일을 시키죠. 그런데 법적 보호가없다 보니 노예시장 분위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가 정책 변화하면서 비용이 발생하면 그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요. 발생하는 비용을 메우기 위해 노동자는 일해요. 결국,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부당함에 맞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면 바로 계약해지 당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만들기가 어려워지죠."

특수고용직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 도급계약을 맺어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된다. 학습지 교사, 화물 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들 중 택배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무 대가로 수수료를 받으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당연히 회사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악용한다. 따라서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사용자와 교섭조차 할 수 없다.

"노조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월평균 소득이 320만 원 정도 나왔어요. 많이 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가 일하는 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오전 내내 터미널에서 물건을 받아요. 그러면 배송 출발 시각이 평균 1, 2시예요. 오후 5시까지 고객들에게 배송하죠.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이 250개, 200가구 정도예요. 물건 당 소요시간이 1분이어야 해요. 1시간에 40~50개를 해야죠. 그런데 배달이 어려운 지역은 한 시간에 20개 하기도 벅차요. 그렇게 배송 못 한 게 남으면 다시 배송 나가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다시 서브 터미널(옥천, 대전 등)의 사무실로 복귀해서 누락, 가격 조정 등 전산업무를 약 1시간 동안 해요. 배달 업무가 전부가 아니죠. 평균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배송이 다 안 끝나면 밤 11시, 12시까지 일합니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당연히 연차도 없고, 수당도 없다. 오로지 물건 당 수수료로 월급이 책정된다. 하지만 회사는 택배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며 악선전을 한다. 가족들과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조법이 정한 근로자의 범위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어 10월 17일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독려,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게 특별법 제정 또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완 위원장의 판단과 고민을 물어보았다.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워낙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수고용 형태 노동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죠. 사용자 관점에서 비용 절감, 업무지시 등에 쉽기 때문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워낙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친 노동 정부가 아님에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있었죠. 권고 발표 후 아직 노조와 구체적 안을 만들기 위한 자리를 제안 받진 않았습니다. 이후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한다면 정부는 설립신고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 편에서 증인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방어해줘야 합니다. 노동존중을 얘기하는 정부라면 그렇게 해야죠."

김태완 위원장에게 택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일터에 관해 물었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고생하며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이 사람들이 정당하게 일한 만큼 대우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들어와 보람을 느껴 '평생 여기서 일하며 살 수 있겠다.' 생각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바꿔야 해요."

노숙농성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농성장 인터뷰를 마친 얼마 후 노조는 지난 10월 23일부터 노조 설립 필증 쟁취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11월3일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노조설립을 인정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시민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결과였다. 그러나 대리운전기사노조의 설립신고는 반려됐다. 택배노조의 승리를 시작으로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힘이 받길 간절히 바란다.

특집 2.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 2017.10 ·11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 8월28일 서울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10월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한 정책실장을 만나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최근 투쟁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생업도 하랴 노동조합 활동도 하랴 건강은 어떠한가

"어젯밤에도 대리운전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아침 선전전하고 집에 잠깐 들어갔다가 지금 세 번째 일정을 하고 있다. 요즘 이렇게 저렇게 투쟁이 계속되 면서 이런 날이 많다." 

사실 인터뷰 오기 전까지 노동조합이 있는지 몰랐다. 언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건가
"2006년부터 전국에 노동조합을 본격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소속 회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에서 시작해서 전국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는데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대구에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앞장서면서 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해 설립필증까지 받았었다. 그러나 정부가 대리운전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기존 노동조합과 새롭게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지역에서 활동을 제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러한가
"말씀하신대로 대리운전 일은 마치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노동조합에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70%나 됐다. 여기에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10%였다. 따라서 전체의 80% 정도가 대리운전 일이 직업이다. 예전에 아주 초반에는 대리운전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시장도 형성되기 전이라 그때는 몇 달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시장규모가 연간 3조원 정도나 되고 15만명이 종사하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
"야간노동 자체가 발암물질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매번 낮과 밤이 바뀌어서 일하기 때문에 이게 가장 힘들다. 주간에라도 푹 쉬어야 하는데 잠을 충분히 자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번 수면리듬이 깨지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대리운전노동자들이 평균 저녁 6~8시 정도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 4시 늦으면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한다. 물론 종일 호출이 있어서 10시간 내내 운전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호출을 계속 기다리고 목적지까지 손님 데려다주고 다음 호출 받을 장소나 집까지 알아서 걷고 이동하는게 어렵다. 길이라도 익숙하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일 하다 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에 감정노동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대리운전은 술 취한 고객을 제일 많이 상대하는 일이라 볼꼴 못 볼꼴 다 보면서 일한다. 심지어 일하면서 고객한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경제적으로 처우나 조건은 어떠한가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기본급이라는게 없다. 한번 호출비가 1만5천원인데 하루에 평균 5~6번 정도 호출 받으니까 7~9만원 정도 버는거다. 그런데 매일 출근할 수 없으니까 1주일 에 한, 두번 정도 쉬면 한달 평균 수입이 180만원 정도 된다. 여기서 회사 수수료 20% 내고, 호출 프로그램 사용료 내고, 보험료에 통신비까지 개인이 해결해서 한달에 150만 원정도 남는다. 이러니까 대리운전해서 먹고는 사는데 돈은 절대 못모은다."

정부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가

"전혀 없다. 요즘 자본이 플랫폼 노동이다 뭐다 하면서 철저하게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만 급여를 주고, 나머지 쉬는시간이나 대기시간은 급여를 안주거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이전부터 대리운전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이 없었다. 지난 촛불 때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엄청 열심히 광장으로 나갔다. 경남지부는 처음에 한번 촛불 광장에 테이블 놓고 시민들한테 커피를 나눠줬는데, 그다음부터 사람들이 커피를 찾으니까 몸은 힘든데 안갈수도 없어서 촛불 끝날 때까지 계속 커피를 나눠줬다. 이게 뭐냐면 지금껏 정부가 대리운전 시장을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나온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중으로 배제되었 다. 자본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외면하고, 정부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라면서 노동3권으로부터도 배제한거다."

지난 8월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 제출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가 대선전 공약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인정 될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조합 입장에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와 대화로만 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가
"우리가 대리운전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이나 처우 개선과 같이 굉장히 무리하거나 어려운 걸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약속했던 특수고용노동자인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는거다. 민주노총에서도 우리 노동조합의 인정 여부가 새 정부가 앞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시금석이 될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거라고 보는가
"노동조합 인정여부는 대리운전노동자들만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은 고객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고객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거다. 물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활동을 안하거나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나 사회 적으로 전달하고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최소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는게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또, 제도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직화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필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선 뭔가 일정하게 사회적으로나 노동부에 의해 권리가 보장받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최소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움직일거라고 본다. 지금처럼 헌법에서는 보장하지만, 임의조직인 노동조합일때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지금은 우리한테 절박해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하고 있는데 사실 단순하게 이것만을 위해서 투쟁하는건 아니다. 이 투쟁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이자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다. 조합원들에게도 우리가 조직은 작고 힘은 없지만 가장 절박하니까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보자고 설득했다. 이 투쟁이 새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를 확인하게되는 만큼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서 싸울거다." 

※ 지난 11월3일 노동부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요청한 설립 필증에 대해서 변경신고사 항이 아님을 사유로 하여 사실상 반려와 다름 없는 결과를 통보하였다

특집 1. 노동조합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어야 한다 / 2017.10 ·11

노동조합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어야 한다


김재광 소장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 10%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3년간 반짝 상승했다가 지금껏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낮다(2015년 기준). 한편 단체협약 적용률¹⁾도 13% 정도로, OECD 평균 55%에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통계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조합을 내 삶과는 별개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심지어는 적대감마저 조성된다. 정말 한국 노동자의 90%는 노동조합이 필요 없는 것일까?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자본주의사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의무는 넘쳐나지만 권한이 없고 매우 협소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력만 따로 떼어내 팔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인격을 동반한 노동에 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 또는 사용자의 선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최대한의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경제 환경에서 사업주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좀처럼 어렵다. 

요즘 들어 부쩍 회자되는 '갑질'은 원초적으로 임금노동의 노사관계에서 비롯된다. 노동자에게 최고의 '갑'은 사업주를 위시한 사용자이다. 그래서 보호법률이 있음에도 다치거나 죽을 것을 예감하면서 일하고, 집에 가고 싶어도 퇴근을 못한다. 임금이 체납돼도 면전에서 대들지(?) 못하고, 심지어 성희롱을 당해도 참는다. 이른바 '사용종속 관계'는 이토록 서글프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 일터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너무도 간명하다. 기본적 인격의 보장도 사업주의 선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헌법과 실정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 조직은 불가피하게 동료들 그리고 사업주와의 관계를 재편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주와의 불편한 관계는 종종 '각오'가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지배권력이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을 교육했고, 지금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노동자는 고용을 위협받으며 더욱 개별화됐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확대됐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커졌으나 기업 단위의 노조 설립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제도적으로는 산업별 교섭과 협약 확대를 강제하지 않아서, 산별노조가 있어도 산별 규범을 형성할 수 없게 돼있다.²⁾ 

또한, 노동자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도가 노동조합 조직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이 아직도 비준되지 않은 점을 보더라도, 한국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동권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노동조합, 사회적·제도적으로 더욱 독려 되어야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이익단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노동자에게 필요한 이유가 된다. 또한, 노동조합은 다른 이익단체 이상의 사회적 순기능을 가진다.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복리와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 것 자체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적 조직운영을 직접 경험하여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설립 취지에 맞는 민주적 운영을 전제로 한다. 기업에 유착해 설립 취지를 망각하거나, 단결과 연대를 담합과 배제로 변질시킨다면 노동조합은 사회공동체에서 고립되거나, 사회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서 밝힌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조합은 사회적, 제도적 차원에서 노동대중과 '시민사회'에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일반화되어 '시민' 과 '시민사회'에서 분리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격려되고 동시에 감시될 때 비로소 공동체와 상호작용하는 조직으로 자리할 수 있다. 적어도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닌 사회가 되어야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다. 

 * 각주
1) 비조합원에게도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노동조건이 적용되는 비율
2) 참고로 프랑스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협약적용률은 97%에 이른다. 이는 산별교섭과 협약적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문] 이주노조 설립신고 소송 대법원 계류 8년, 이제는 합법화 결정을 내려라!

[기자회견문]


이주노조 설립신고 소송 대법원 계류 8년, 이제는 합법화 결정을 내려라!

보편적 인권과 이주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대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   


80년대 후반부터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와 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인정과 대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폭행, 임금체불, 인종차별 속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한국이 이주노동자를 노예와 다름없이 취급하던 제도인 산업연수제를 폐지했지만 뒤를 이은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회용 노동자’로서 열악하게 착취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12년도에는 이주노동자 스스로 사업장변경시 원하는 회사를 선택할 수 없게 하였고 2014년도에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출국 후에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끈임없이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해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 스스로 한국 사회를 향해 외치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노동부, 법무부를 필두로 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자격을 근거로 노조결성을 부정하고 있고 노동조합을 지속적으로 탄압해 왔다. 체류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이들은 모두 똑같은 노동자이다. 이 점은 이 소송의 피고측인 노동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위 체류자격이 없는 '불법' 노동자이므로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피고와 한국 정부의 핵심 논리다. 2013년도 국감에서도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미등록체류노동자가 18만명에 달한다면서 이주노조 설립은 국내 경제와, 사회적 상황, 사회적 합의등이 있어야 한다고 난색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의 주장은 명백히 헌법에 의해 국내법 효력을 갖는 국제법과 국제 인권규약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엔과 ILO 가입국으로서, 또한 수많은 국제협약 비준국으로서 가지는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UN, ILO,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노총, 심지어 국가인권위의 해석과 권고까지 수차례 나왔지만 한국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 소송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 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언급했듯이 "근로 3권의 입법취지, 근로기준법 제5조, 노노법 제9조의 입법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명백히 옳다. 정부가 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난 2007년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취소 처분’을 받고도 정부가 이주노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실질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 노조 대표자들에 대한 수 차례 표적 탄압을 자행해 온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으로도 질 것 같으니 실질적으로 이주노조를 뿌리뽑겠다는 발상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그러한 탄압으로 이주노조를 지키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법원에 있다. 2007년 2월 23일에 노동부가 상고를 한 이래 이제 꼭 8년이 되었다. 아무리 대법원 판결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8년이나 이 사안을 판결하지 않고 질질 끄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이면에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대법원이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논리로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사법부의 책임회피이자 방기로서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대법원은 시급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대법원이 임무를 이행하지 않는 동안 이주노조의 지도부들이 두 번이나 표적단속을 당해 강제추방 되었고 합법 신분을 가진 지도부조차 비자가 박탈당하는 탄압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대법원이 계속 방조해서는 안된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결이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바로잡고, 보편적 인권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시급한 판결을 다시 한 번 요구하는 바이다.


2015. 4. 17.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이주노조 합법화 촉구를 위한 투쟁지지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알림]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폐! 고용허가제 10년 규탄!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수도권 이주노동자 총궐기 대회 (7/27 오후 2시, 보신각)

 

 

 

 

7/29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폐'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모입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퇴사후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이주노동자 퇴직금(출국만기보험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게 됩니다. 이는 현재 근로기준법의 퇴직급여지급규정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현재도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문제제기를 받고 있는 이 제도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합니다. 또한, 올해는 고용허가제 10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노동3권을 침해하는 고용허가제 철폐를 위해서도 더욱 힘을 모아야합니다.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폐! 고용허가제 10년 규탄! 노동3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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