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병원이 위험하다 (매일노동뉴스)

병원이 위험하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3.08 08:00







긴 겨울의 끝자락 새벽, 스물일곱 새내기 간호사가 몸을 던져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중환자실에서 꺼질 듯 말 듯 이어지는 환자들의 생명조차 지키고자 고심하던 간호사는 정작 스물일곱 반짝반짝 빛나고 창창해야 할 자신의 생은 지켜 내지 못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37

[연구소 리포트]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 2014.3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푸우씨 집행위원장

1. 연구 배경

 

“회사 설립 20년 만에 처음 알게 된 근골격계 질환과 유해요인조사”


애경그룹과 일본 JSP 자본합작으로 EPP/EPE Foam 제품(자동차부품, 포장재, 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코스파는 1991년 4월 음성에서 공장가동을 시작해 김천까지 생산시설을 확장하였다. 24시간 돌아가는 장치산업의 일반적인 특성이 그러하듯이 코스파 또한 12시간 주야 맞교대와 장시간노동, 협소한 공간에 빼곡하게 자리한 생산설비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중적인 소음, 성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물을 사용하여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습도, 음성 공장에서 상시로 이주노동자나 용역을 고용해야 할 정도로 확인되는 인력부족 등 다양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2년 5월 13일 음성과 김천에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코스파 노동자의 집단적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다. 따라서 2013년 노조설립 1년을 경과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첫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2. 연구 과정

 

“유해요인조사는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현장의 일상을, 노동자의 몸과 삶을 제대로 꼼꼼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

 

노동부가 2004년부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로 제도화했지만, 갓 노조가 출범한 코스파 노동자에게는 ‘근골격계’도 ‘유해요인조사’도 낯설고 생소한 것이었다. 따라서 무엇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조합원 전반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양 지회 확대 간부 수련회에서 “근골격계직업병과 유해요인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간부교육을 먼저 진행하였고, 이후 음성과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였다. 교육을 마무리한 후 양 지회 간부들과 대충지부 간부, 연구진이 함께 ‘유해요인조사의 목표와 방향 수립-실행점검-대안토론-사업마무리와 평가’를 공동으로 책임질 기획팀을 구성하였고, 기획팀 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착수하였다. 먼저 기초인적사항, 급여, 노동시간 등의 노동조건, 근골격계 증상 유무, 직무스트레스 등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교육을 통해 실시(전체 노동자 104명, 응답자 86명, 82.6%)하였다. 그리고 양 지회에서 부서별로 인간공학평가 등 현장조사를 함께할 인원을 선발해 현장팀을 구성하여 집중적인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현장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와 현장조사 결과 자료를 가지고 기획팀에서 대안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근골격계 유증상자 중 증상이 ‘중간정도로 심하다’, ‘심하다’라고 답변한 노동자와 의사와 면담을 희망하는 노동자 전 인원(설문조사 응답자 86명 중 44명, 51.2%)을 대상으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진찰을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음성과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설명회를 진행하여 이번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3. 연구의 주요 결과

 

1) 근골격계 질환,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코스파 노동자들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은 신체 어느 한 부위 이상이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속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인 기준 1에 해당하는 경우가 70명(81.40%), 증상이 ‘중간 정도로 심하다’인 기준 2에 해당하는 경우가 44명(51.16%)이었다. 이는 2012년 시행된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이 바로 확인된다.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은 기준 1이 44.7%(최소 18.2%~최대 65.9%), 기준 2가 34.1%(최소 9.1%~최대 61.5%)이었다. 코스파 노동자들은 기준 1의 경우 경기지부 평균치는 물론 최대치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기준 2의 경우 경기지부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최대치보다 약간 낮은 유병률을 보였다. 특히 코스파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이 34.3세로 2012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대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 41.1세에 비해 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 발포부서, 딜렘퍼 청소                             ▲ 발포부서, 원재료 투입                     

 

2)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온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파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36명(47.38%)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그중 공상처리 했다고 응답한 1명을 제외한 35명(46.05%)은 개인 비용으로 치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코스파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 업무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지극히 개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일부 부서의 노동자들은 과다한 작업량과 반복동작과 같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까지 길어 개인적으로 치료받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3) 굽히고, 젖히고, 쪼그리고, 비틀고...


코스파 생산현장은 좁은 공간에 설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설비에 맞춰 노동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목을 뒤로 젖히고, 쪼그리거나, 비트는 일을 해야 하는 업무가 상당하여 전체 생산 공정의 상당수가 노동부가 고시한 11개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지나치게 협소화하여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간과, 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해당할 정도로 인간공학적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업공정의 전반적인 위험요인의 노출 수준을 평가하는 ANSI-Z365로는 43개 작업 중 27개 작업이 ‘저위험성 초과작업’으로, 목, 허리, 팔, 팔꿈치 등 상지부담을 확인하는 RULA에서는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이 4단계인 ‘즉각적인 작업자세 변경’ 결과가 나왔으며, 역시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에서 비특이적 작업자세와 전신부담을 확인하는 REBA에서 3단계 ‘위험단계 높음, 곧 조치가 필요함’ 이상의 결과가 도출됐다.

 

4)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노동조건


2개의 생산시설 중 음성공장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이 김천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음성 공장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김천에 비해 길고, 노후화된 설비 등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작업물량이 많아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4. 현장 개선, 무엇을 바꿔야할까?


1)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종합 대책 마련해야


노동조합에서 이번 유해요인조사를 거치면서 양 지회에 노동안전보건부서를 신설한 것처럼, 회사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할 부서와 담당자를 선임하고, 장단기 계획의 수립, 실행, 점검 및 평가를 위해 노사가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협의 기구가 실제 기능하려면 이 기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활동 시간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산재처리 등 공적인 방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물론, 요양 이후 원직 복직에 대한 불안감, 요양으로 인해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우려하여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당장 즉각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자가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휴식과 함께 마사지와 찜질, 작업 전후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등 자가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회사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3)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 장·단기적 대책 동시에 마련해야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유해요인조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스파의 경우 작업공정의 특성상 설비 규모가 크고 의존도가 높지만 설비 자체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장단기 대책을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피로방지 매트 도입과 입좌식 의자 제공, 높낮이 조절 가능 작업대 도입, 철재 계단 이동시 무릎 부담 완화를 위한 충격완화 매트 설치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4)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노동조건 개선이 중요해


과다한 작업물량과 장시간 노동 등 일부 노동조건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위험요인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런 노동조건 개선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이 실질 임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월급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적절한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보장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소 리포트] 버스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버스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 전북 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


한노보연 청이

들어가며

오랜 기간 한국노총 사업장이었던 전북 버스업계에서 2010년부터 민주노총으로의 조직전환이 이루어지고, 이후 4년째 버스노동자들이 노조인정,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4년째 이어지는 버스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부분적으로 노동조건이 개선된 면도 있지만, 격일근무라는 교대근무 자체에서 비롯되는 장시간 노동, 휴식시간 부족은 여전히 버스노동자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임금 또한 여전히 월 170~180만 원에 불과해 생활임금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 대한 토로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회사와 행정당국은 버스노동자들의 불만에 귀 기울이지 않아 왔고, 구체적 실태를 조사하거나 체계적으로 정리된 바도 없었다. 이번 연구는 버스노동자들의 호소가 집단적 경험임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는 기초 조사로서 시행되었다.

조사 결과

조사는 설문 ․ 심층면접 ․ 현장조사로 진행되었다. 설문에는 총 101명의 버스노동자가 참여했고 전원 남성이었다. 평균 나이는 49세로 50대 이상이 51.0%로 과반을 차지했고, 40대가 41.7%였다. 운전 경력은 평균 13년 7개월이었으며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경력은 평균 10년 7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된 결과는 노동시간이었다. 설문 참여자들에게 ‘어제 근무한 시간표’를 작성하여 회사에 도착한 시간과 회사를 떠난 시간을 표시하게 하고, 이에 기초하여 회사에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버스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7시간 48분을 회사에 머물고 있었다. 18~19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46.3%, 17~18시간 근무하는 경우는 34.7%였다. 이 중 ‘순수 운전시간’은 평균 15시간 28분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15~17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34.1%로 가장 많았고, 17시간 초과하여 운전하는 경우도 26.1%에 달했다.
2012년 10월 23일~30일, 8일간의 운행 일지 및 시간표 210건을 얻어 설문 조사 결과와 비교해봤다. 운행 일지 분석에 따른 총 근무 시간은 16시간 50분이었으며, 총 운전시간은 11시간 26분이었다. 총 운전시간에서 설문과 차이가 발생했는데, 이는 차고지에서 종점으로 이동하는 시간, 가스 충전 시간 등이 대기 및 휴식시간으로 계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행 회차

1

2

3

4

5

6

7

8

9

10

운행 버스 대수

191

191

191

191

191

191

189

138

129

109

휴식 및 대기 시간()

37

32

34

32

29

26

32

23

24

32

< 2012. 10. 23~10. 30 운행일지 분석-회차별 대기 시간 >

위 표는 회차별 대기 시간을 나누어 평균을 구한 것이다. 첫 번째 운행에서는 대기시간이 비교적 길지만 퇴근 시간과 맞물리는 회차에는 대기시간이 확연히 줄어듦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 시간이 불안정하여서 버스노동자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마음 편하게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버스노동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담배 한 대 태우고 화장실 다녀오고 버스 한번 청소하고 나면 30분이 지나간다. 운행 중간에 남는 대기시간이 절대 길지 않으며 이를 휴식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자투리 대기시간을 휴식시간이 아닌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임금

설문 참여 버스 노동자들의 지난해 총 급여액은 평균 2082만 원이었고, 본인 수입을 포함한 가구 월 소득은 평균 222만 원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450여만 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노동조합을 통해 확보한 43여 건의 2013년 7월 임금명세서 중 24~26일 근무한 (실제 운전일수로는 12~13일) 18건을 분석해보면, 기본급은 평균 1,158,000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연장 수당 362,000원, 야간 수당 144,000원, 주휴수당 198,000원 등을 합친 급여 총액의 평균이 2,070,000원으로 간신히 2백만 원을 넘겼으며, 여기서 다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제액을 제외하고 실제 노동자가 받은 월 급여는 평균 1,713,000원에 불과했다. 평균 급여도 적을뿐더러 급여 총액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5.9%에 불과하여 수당 비중이 턱없이 높았다.

격일 근무에 따른 일과

비번 조일 때 하는 일을 물었을 때(복수 응답 가능) 응답자의 41.3%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는 지난 한 달간 평균 5.4일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40~50%의 노동자가 버스 운전자로 12~13일간 공식적으로 일하는 외에도 추가로 5일 이상의 근무를 하는 셈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응답자의 경우 하루 평균 89,700원의 임금을 받고, 평균 8.5시간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로 얻게 되는 임금은 평균 517,000원이었다. 가구 월 소득 평균이 222만 원이었으므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수입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며, 나아가 현재 전북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은 절반가량의 노동자들에게 아르바이트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활이 어려운 정도의 저임금이라 할 수 있다. 저임금은 격일근무제도 아래에서 버스노동자들이 비번 조일 때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하는 일차적인 원인이다.

운행 환경

하루를 기준으로 했을 때, 49.4%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10회 이상 위반하고 있으며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10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46%였다. 이렇게 신호 및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각각 짧은 배차 간격(46.5%)과 휴식시간 부족(44.7%)을 꼽았다. 

“빨리 출발해서 빨리 가야 밥을 더 먹을 수 있어. 5분이라도. 그러니까 신호위반 하고 출발하고. 사람들, 손님들 타면 딱 봐갖고 없으면 막 가는 거예요.”

또한, 기종점에 휴식 공간, 화장실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다수이고 조합원들은 이에 따른 불편을 많이 호소했다.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어서 차 안에서 쉬어야 하고, 식당이 없는 곳으로 운행할 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식사를 한다. 특히 화장실이 갖춰지지 않은 종점이 많아 대다수 노동자는 노상방뇨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화장실이 있다 해도 수년째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화장실에 가면 똥파리가 인사한다는 버스노동자의 자조처럼, 많은 노동자는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인간적 모욕을 심하게 느꼈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려고 버스를 세운 채 화장실을 찾아다니다 울었다는 버스노동자의 이야기에 가슴이 멨다.

전주 회룡 종점에 시골길 한편 덩그러니 놓여있는 간이화장실. 관리 및 청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

< 주관적 노동강도 (보그점수) >

주관적인 노동강도를 6점(아주 편함)~20점(최대로 힘듦) 사이의 점수로 묻는 항목(평소 귀하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다음 중 가장 가까운 숫자에 표시하십시오)에서 평균 점수가 15.2로 운전자들이 평소 업무를 매우 힘들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관적 노동강도 (보그점수) >

노동 강도를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지표로 업무 후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54.9%가 업무 후 항상 육체적으로 지친다고 응답하였으며, 종종 육체적으로 지친다는 응답도 23.5%에 달하였다. 응답자의 59.6%가 업무 후 항상 정신적으로 지친다고 응답했고, 업무 후 종종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도 28.1%였다.

변수

구분

빈도()

백분율(%)

무응답

업무 후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

전혀 없다

1

1.0

2

간혹 있다

21

20.6

 

종종 있다

24

23.5

 

항상 있다

56

54.9

 

업무 후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

전혀 없다

1

1.1

15

간혹 있다

10

11.2

 

종종 있다

25

28.1

 

항상 있다

53

59.6

 

< 업무 후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 >

피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9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진 7점 척도 설문조사(Fatigue Severity scale)를 하였다. 응답자의 평균이 4.51로 고도의 피로군에 속하였다. 외국 문헌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피로도는 2.3±0.7이며, 국내에서 건강한 중년 남성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피로도는 3.42점이었다. 
근골격계 질문에서는 허리 증상 호소자가 가장 많아 72.1%, 질환 의심자도 18.3%에 달하였다. 버스 운전은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전신 진동에 노출되어 여러 근골격계 중 특히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는 직종이다. 설문 결과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피로도 분포 >

수면 평가

근무일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44분, 비번인 날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6분이었다. 비번인 날 평균 50분 정도 수면을 더 취해 근무일의 피로를 해결하는 수면 양상을 보였다. 
주간 졸림증을 평가하기 위해 Epworth sleepiness scale(ESS)를 사용하였다. 응답자의 39.4%가 중등도 주간 졸림증, 23.2%가 심한 주간 졸림증을 나타냈다. 불면증을 평가하기 위해 불면증 지수(Insomnia Severity Index, ISI)를 사용하였는데 심한 불면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7.8%였으며, 중등도 불면증을 보인 경우도 30.4%에 달했다.
아르바이트하는 경우 주간 졸림증 정도는 확실히 심해졌다.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경우 정상이 48%이고 심한 주간 졸림증 증상자는 13%였던 것과 달리, 아르바이트하는 경우에는 정상이 27%에 불과하고 심한 주간 졸림증 증상자가 33%나 되었다. 아르바이트 여부에 따른 이런 차이는 불면증에서도 나타났는데, 아르바이트하는 경우 불면증 평균 점수가 14.0점,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경우 10.5점으로 나타나 아르바이트하는 경우 불면증 점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버스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저임금으로 인해 비번 조일 때 아르바이트를 나가 피로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을 하며, 여기에 피로가 덜 풀려 졸린 상태에서 운행하는 것이 겹쳐 안전을 위협받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었다.

버스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높은 피로도, 낮은 수면의 질 등 버스노동자 건강문제의 핵심 고리는 바로 ‘장시간 노동’에 있다. 특히 운수노동의 특성상 수면 문제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노동에서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격일근무라는 근무제도 자체를 변경하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80%이상 시행되고 있는 1일 2교대제로의 변경이다.

교대근무 형태를 전환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임금 현실화다. 현재 다수의 버스노동자들이 생활임금 벌충을 위해 비공식노동(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임금 현실화가 수반되지 않은 근무형태 개선은 또 다른 임금 벌충의 현장으로 그들을 내몰게 될 것이고, 결국 그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전주 버스운송사업자들이 격일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버스 회사 5개 모두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등 운송사업의 경영난 심화와 일정 정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열악한 경영 상태는 근무제도 변경과 임금 현실화에 드는 재정을 버스회사 자체에서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결국은 노사 간 협상에만 맡겨놓아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버스운송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할 때 행정당국이 공영제 도입과 함께 노동조건 개선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종점지의 식당, 화장실, 휴식시설 문제 개선도 매우 시급하다. 식사와 대․소변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1차적인 생리적 욕구다. 버스노동자 노동환경에서 이 부분은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 현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층면접 및 현장조사 중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꺼낸 이야기가 ‘버스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식당·화장실 문제와 봉건적인 노사관계, 버스노동자에 대한 고려가 없는 버스행정 등은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들이다. 

장시간 노동․저임금 또한 버스노동자를 노예 다루듯 대하는 회사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회사와 행정당국은 ‘비용의 논리’를 얘기하지만, 버스노동자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대했다면 이런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그대로 둘 수 있었을까? 버스노동자들이 처한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회사·시민·행정당국 모두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자각해야 할 것이며, 특히 전주시내버스 공동 관리위원회와 전주시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즉각 문제 시정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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