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노동자의 건강지킴이가 되려는 이유 /2016.3

노동자의 건강지킴이가 되려는 이유



김정수 (한노보연 회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원장)





저는 올해 11년 차가 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특히 최근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수은 중독, 메탄올 중독 등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사고들을 접하다 보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군 복무를 제외하고 주로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했습니다


저와 같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주로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은 소음이나 분진, 중금속이나 유기용제와 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입니다. 이 업무를 하는 동안 이게 노동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소음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청력검사 결과를 제외하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하게끔 되어 있는 특수건강진단이 노동자들에게 생길 수 있는 직업병이나 업무 관련성 질환을 찾아내기에는 빈구석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특수건강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업주도 많고 제대로 알려주는 특수검진기관도 많지 않았습니. 바로 이런 노동자들이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그런 사고들로부터 고통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몇번 얘기를 나누고 나서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데 그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직접 병원을 만들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 의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는 산업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학술연구, 교육, 홍보 등의 사업을 통해 이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향남공감의원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부설의원으로 작년 9월에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개원하였습니다. 화성시는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안산시에 다음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법인의 첫 번째 부설의원을 화성시 향남읍에 개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향남공감의원의 세 가지 모토는 지역 주민의 주치의,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병원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퇴근해서 집에 가면 바로 지역 주민이 됩니다. 지역 주민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지역 사회가 건강해져야 노동자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지역 주민의 주치의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자기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를 해주는 의사들도 많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 할 수 있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의미 있고 좋은일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막상 그 일을 하면서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 일을 하겠다고 모인 우리들 역시 노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서 의미 있고 좋을 일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동부터 즐겁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개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희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 한걸음씩 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주치의가 되고자 인근 어린이집 다섯 곳과 진료 협약을 체결하였고,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가 되고자 사단법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와 함께 이주노동자 순회 진료, 농어촌 이주노동자 교육을 함께 하기로 했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고자 노동감사라는 것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www.gonggam.net 에 들어오시면 저희가 하고 자 하는 것과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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