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2) /2017.1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2)

- 현장조사 과정을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어떤 공정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20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 사업장의 경우, 전체 공정 중 중복되는 공정을 제외하고 총 70개 공정 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을 선택하면서 주목한 점은 첫째, 현장의 노동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둘째, 자신 의 노동은 물론이고 다른 동료들의 노동을 제대로 보며 셋째, 작업자가 하는 노동 전체를 담을 수 있도록 조 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험정도와 생산 점유 및 기여도 등 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하는 모든 노동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노동과 동료작업자들의 노동에 대한 고충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실질적인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출발점입니다. 개선과제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때, 실질적인 개선을 추진해 나갈 힘을 만들 수 있습 니다. 위험성평가 사업의 목표인 실질적인 개선은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참여를 가질 때 가능합니다. 선택한 공정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실제 노동과정에 대한 경험을 부풀리거나 축 소하려는 경향을 가급적 줄이면서, 작업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최대한 담고자 했습니다. 물론 현장조사 이전 에 조합원 교육과 설문조사를 통해 기본적인 노동조건과 유해위험요인을 조사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 쳐 조사하고 정리・분석하여 기록한 내용은 이후 개선활동은 물론이고, 지속해서 수정・보완을 해 나갈 기본 적인 자료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현장 참여형 현장조사, 어려움과 희망을

회사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소모적 비용으로만 인식합니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새 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A 사업장의 경우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보건경영방침을 천명하고 있고, 전문경영인의 발언은 안전보건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 후 수습을 반복하는 현실이었습니다. 현장의 노동과 목소리를 꼼꼼하게 살피지 못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보호예방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호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과 예산, 인력과 시스템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집행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현장참여입니다. 안전보건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인 현장 노동자들의 능동적이고 일상적인 참여가 보호예방 시스템 구축에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노사합의로 어느 기관을 설정하거나 노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성평가를 하더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은 현장의 참여입니다. 현장참여는 실제 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위험성평가의 목표-과정-개선 등 후속과정 전반에 대한 참여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유해위험요인을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현장참여는 회사 차원에서 비용의 문제와 생산 차질로 인식되는 현실을 넘어야 하고,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활동력과 활동경험의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넘어야 합니다. 현장조사단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하루 집중교육과 실습으로 시작했습니다.

 

A 사업장의 경우 위험성평가와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동시에 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선택과 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기초로 하여, 4시간은 기본적인 이해와 조사 도구에 대한 교육을 하였고, 4시간은 연구진 2명과 현장조사단 6명이 함께 현장조사 실습을 하면서 조사역량을 키웠습니다. 하루 역량 강화 교육과 실습 이후 5주에 걸쳐 한 주에 2일 각 8시간씩 현장조사를 하였습니다. 연구진은 한사람이 한 공정씩 맡아서 조사하였고, 현장조사단은 두 사람씩 3개 조로 나눠 한 공정씩 조사하였습니다. 실제 처음해보는 조사 도구와 방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조사 과정 내내 현장 조사 후 바로바로 어려움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노동에 대한 이해와 정리가 부실한 현실이었습니다. 생산을 중심으로 한 표준작업서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노동과 몸을 중심으로 한 정리내용은 없었습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안전보건문제를 사후처리 중심과 담당자 중심으로 임해왔던 현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현장조사를 마칠 때 즈음, 현장 노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노동자와 노동을 중심에 두고 현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사 과정 내내 강조하고 공유했던 문제의식은 위험성평가를 마치고 보고서를 내면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절반가량을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장조사 과정을 통해 현장조합원들의 관심과 목소리를 모으고, 노동 자체를 주목하고 기록하여 현장개선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실제 집행할 역량에 맞는 목표와 조사를

A 사업장은 교육, 설문, 면접,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정리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핵심 개선방향과 다양한 개선과제를 도출했습니다. 부서별 조합원들 20명 내외의 단위로 8차례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A 사업장처럼 할 수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사정이 달라서, 실제 집행할 역량에 맞는 목표설정과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 하고 말 위험성평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힘이 없거나 노사합의로 추진하기 어려워 사측 주도로 하고 있다면, 노동조합 상집 수만큼 또는 확대 간부 수만큼의 공정이라도 조사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유해위험요인을 바꿔나갈 또 다른 절반의 걸음,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1) /2016.8

작업중지권 매뉴얼 전국 간담회 (1)

더 많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허하라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어느 일터, 어느 노동자에게나 꼭 필요한 작업중지권이지만, 이전의 활용 경험이 있고 실제로 작업중지권 행사를 두고 노·사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금속 노동자들과의 소통이 많았다. 그 동안의 활동의 성과를 모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을 준비했다. 매뉴얼을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 1차로 완성된 내용을 가지고 권역별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을 담고, 토론의 결과물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로 경기와 인천 지역 간담회 토론 내용을 싣는다.


경기지역 간담회

경기 지역 간담회는 두 번 진행했다. 한 차례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안위 회의에 앞서 지부 소속 지회 노안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로 진행됐다.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업중지권이 있기도, 없기도 한 우리 현장 이야기

한 지회에서는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전혀 알려지지도 않고 사용되지도 않아 안타까웠던 사례를 들었다. 작업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손가락을 다쳐, 피가 철철 났는데도, 조합원들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다행히 수술이나 입원, 긴 시간 휴업을 해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업중지도 되지 않고, 노동조합에 사고를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곁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동료의 부상을 몰랐던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뒤 조합에서는, 최소한 누군가 다친 경우에는 작업을 멈추고, 사고를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때는 작업을 멈추자고 토론했다고 한다.


노동조합의 대응도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사업장에서는 작업 중 환기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냄새가 심하게 났고,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는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회사에서는 내려와서 상황을 보고도 기계를 계속 가동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대의원 한 명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모두 나가도록 하고, 혼자 대걸레를 들고 현장에 남아 기계 가동을 막았다. 결국 작업중지 상태에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후 회사는 이 대의원을 징계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조합은 이런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분노를 모아내거나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회사와의 협상으로 해당 대의원의 징계는 막아냈지만, 이 사업장에서 그 후 작업중지는 마치 조합이나 동료 노동자에게 폐를 끼치는 일처럼 돼 버렸다.


이렇게 서로 다른 조건이지만, 여러 지회에서 함께 해볼만한 활동이 몇 가지 제안됐다. 조합원이나 지회 간부 노동안전보건 교육에 작업중지권 내용 넣기, 각 지회의 단체협약 돌아보고 개정해서 산업안전보건법 26조보다 나은 단협 만들기 등을 함께 해보자는 토론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알바 노동자, 건설 노동자에게도 필요하다

7월 5일에는 경기지역 다양한 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따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외에도 건설노조나 알바노조 활동가,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활동가, 사회변혁노동자당 활동가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활동가들의 요구 중 하나는 작업중지권이 ‘금속노동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속 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매뉴얼’이라는 책 제목에서 ‘금속 노동자를 위한’이라는 말을 빼면 안되느냐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컨베이어 생산 시스템에서 잠깐 동안의 작업중지도 생산 손실을 크게 가져와 사측과의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금속 사업장에서는, 사업주 못지않게 노동자들도 작업중지권 활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에 비해 건설이나 서비스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위험 작업 거부를 덜 어렵게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건설 현장에서는, 선배 노동자들의 판단에 따라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늘 작업 안 해’하는 식의 작업 중지나 거부가 일상적이기도 하다.


대신 이 때의 난점은,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중지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속 제조업 사업장 이외의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해서는 작업중지, 위험작업 거부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고민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좀 더 친밀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위험 작업을 선전에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알바 노조의 패스트푸드 조합원들과 함께, 최소한, 비나 눈이 와서 배달이 어려울 때는, 15분 배달제를 거부하는 등의 활동을 조직해볼 수 있겠다. 초스피드로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햄버거 만드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위험한 햄버거’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면서, 거부 투쟁을 조직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전화 끊을 권리도 대표적인 작업중지권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가 제도화되었다.


하루 16시간 운전을 요구받는 운전 노동자가 적정노동시간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이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구호를 걸고 투쟁해왔다. 유럽과 북미 대부분의 운전 노동자들은 하루 9시간이나 10시간 이상의 운전은 거부하고 있다. 다양한 노동을 하는 여러 노동자들이,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동 과정에서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신나게 상상해보는 시간이었다. ‘금속 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매뉴얼’ 이후 당장멈춰 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인천지역 간담회

인천지역 간담회 사진


인천지역 간담회는 7월 19일 금속노조 인천지역공동운영위원회와 인천지역 노동안전보건단체인 건강한 노동세상,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동 주최로 열었다. 금속노조 노안실, 금속 인천지부 소속 여러 지회 활동가들과 한국지엠지부 및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건강한노동세상과 이주인권센터도 함께 참여했다.


노동조합 없는 곳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토론 과정에서 비정규직이나 노동조합 없는 곳의 노동자들에게 도움 될 내용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이라 생각돼서 작업을 중지했는데 회사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 이후 법적인 투쟁 등의 대응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의 지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안전문제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불이익을 받으면 안되는데, 이 불이익이라는 게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어떤 처우를 받으면 안 되는 거고, 만일 불이익한 처우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거나 보고 배울만한 사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주인권센터 활동가의 지적이었는데,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잘 모르는 해외에 있다는 점 자체, 또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는 등 불리한 사정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아 작업중지권 사용을 두려워할 수 있겠다는 우려였다.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노동자도 멈출 수 있도록 건강한 노동세상 전지인 활동가는 이렇게 작업중지권을 쓰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조합도 있고, 고용도 보장된 조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혹은 그때 그때 현장에서의 힘겨루기를 통해 안전할 권리, 멈출 권리를 지켜갈 수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들은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에 법 개정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법 개정 과정에서 현재 나와 있는 근로감독관의 지침 내용이 잘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뉴얼에는 근로감독관의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업무처리 지침 중 작업중지 대상작업 선정기준이 실려 있다. 그 중에는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등 최근에 발생한 대형 산재를 저

절로 떠올리게 할 만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미준수한 경우도 포함된다.


올해 초 핸드폰 제조 하청 업체에서 발생했던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고도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멈추고 항의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각각의 사업장을 근로감독관이 항상 살피고 감독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발견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면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제 사고를 막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소한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를 시킬 수 있는 범위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했을 때 모두 보호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작업중지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때 대피시키지 않는 사업주를 고발하자

현재의 법이 한계가 많지만, 그래도 이를 활용하는 행동이 제안되기도 했다. 작업중지를 제 때 시키지않는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위반으로 고발하는 활동을 통해서도, 거꾸로 작업중지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H 사업장의 경우, 작업장 안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한쪽에서는 일을 계속 시킨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한 쪽에서는 조합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진화하는데도, 대피를 시키기는커녕 작업을 지속하라는 독려를 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찍은 동영상에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이 정신 나간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위반으로 고발할 수 있지 않을까? 26조 1항(위험 상황에서 노동자를 대피시킬 의무)을 위반한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벌칙 중 두 번째로 강한 벌칙이다.


노동조합이 직접 할 수 있는 행동을!

매뉴얼과 함께 활동가나 노동조합이 직접 할 수 있는 '행동' 사례를 제안하는 운동이 함께 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업장에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황에 작업중지권 스티커 붙이기를 제안하면서, 스티커를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활동은 어떨까? 개별 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위험상황이라고 생각되면 누구든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연락할 수 있는 노동조합 내 핫라인 설치하고 그 핫라인 담당자는 단체협약으로 보호하는 활동도 할 수 있겠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남동공단 지역에서 발생한 위험 상황, 작업 중지가 필요할 것 같은 상황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을 지역 차원에서 만드는 것도 해봄직한 일일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노동부의 위험상황 신고전화인데, 근로감독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워낙 높다. 지역의 노동조합 상급단체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단위에서 먼저 ‘위험상황 핫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여기서 노동부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활용해서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면, 위험상황 신고전화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일상적으로 사고나 위험에 대해 기록을 잘 남기는 것도 중요한 활동으로 제안됐다. 일상적인 위험이나 사고, 아차사고에 대해 매일 일지를 적어두는 것은 작업 중지의 불가피성과 합리성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 중지를 한 경우에도, 사고 순간부터 사측의 최초 반응, 이후 대응, 노·사간 협의 과정과 결과 등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잘 남기면, 이 역시 작업 중지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집 1.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015.8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확대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주야 맞교대를 시행하던 20여 년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 노동 시간과 야간 노동의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회에서 수행한 조사에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았고, 일상의 삶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미 활동을 기획하고, 자녀 돌봄이나 가사 노동에 대한 분담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주간연속 2교대 실시와 함께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단축의 문제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된 점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야간 노동 철폐를 만들어 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교대제 전환의 흥정과 협상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통해, 향후 주간연속 2교대 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동 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대근무의 변화를 경험했거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단위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삶의 변화를 조사하고, 노동 시간과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의 변화가 없는지, 있다면 구체적인 변화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38개 지회 51명의 조합 간부 및 조합원들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의 주요 내용은 교대제 변화 전후의 작업환경, 임금, 노동시간, 조합 활동에 대한 내용과 교대제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 조합원과의 소통, 사측과의 합의 과정 등이었다. 사업장 단위의 설문조사도 수행하였는데, 45개 사업장에 대해 교대제 이행 상황, 교대제 변화의 주요 내용, 작업환경의 변화, 교대제 전환의 주요 동력, 조합의 대응과 조합원 소통 등에 대해 설문하였다. 

또한 7개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대제 이행 전후 건강과 삶의 변화, 특히 수면건강 및 건강행태, 취미 생활 등에 대해 물었고, 교대제 변경에 따른 노동시간, 임금, 노동 강도 변화에 대해 설문하였다. 진행했던 연구 결과 중에 부품사의 교대제 이행과정에서의 특징, 외주화 경향, 통상임금의 문제를 둘러싼 쟁점 등에 대해 주요 내용을 싣는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문제를 짚어 내고 논쟁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의 철폐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연구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2015.8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이은주 마창거제 산재추방연합 상임활동가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월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연구팀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경남노동건강연구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을 구성하여 전남 목포, 경남 울산, 거제, 통영, 창원지역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489명이었고, 면접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5개 지역 총 6명이었다. 이번 조사는 물량팀이라는 고용구조가 물량팀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하청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조선 산업

조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구성 추이의 특징은 하청 기능직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199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2002년 이후에는 하청기능직 노동자의 수가 직영기능직 노동자의 규모를 넘어서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하청노동자 인력 또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3년 9대 조선소 기능직 사내하청 인력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9대 조선소의 기능직대비 하청비율은 1990년 21.2%였지만 2013년엔 294.1%까지 높아져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사업부 기능직 하청 인력은 6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3대 조선소 해양사업부 기능직 대비 하청비율은 90.1%에 이른다. 핵심 인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사내외협력업체에서 조달한다는 고용방침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고용 유연화를 달성하려는 자본의 기본전략이다. 자본은 조선 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따라 물량 기복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를 고용 유연화의 합리적인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하위 단위로 재탄생하는 물량팀의 보편화

특히 물량팀 증가가 뚜렷한데, 조선업종은 2005년경 부터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시급한 인력 확보를 물량팀으로 하기 시작했다. 물량팀은 물량팀장이 사업주가 되고, 도급을 주는 하청 업체는 고용사업주인 동시에 사용사업주가 되는 기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하나의 하청업체 내에 물량팀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고용구조, 1차 업체의 시급제로 형식상 고용을 유지하고 수시로 물량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까지 형성되고 있다. 물량팀의 일상화는 자본이 상시적인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을 독점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최하위 단위의 고용형태가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더 위험하고 더 불안정한 지위를 갖는 물량팀이라는 고용형태는 조선업종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2010년경부터 급격하게 확산기를 넘어 정착기에 이르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STX조선, 삼호중공업, 성동조선 등에서 물량팀으로 일하는 노동자이었다. 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조선업종의 전 직종에 분포되어 있었다. 나이는 평균 42.2세였다. 


1. 상시화된 단기고용 방식

물량팀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부도로 인한 퇴직, 업체 내부의 고용조정 등을 통해 실업상태가 된 이후에 같은 기업 내부의 물량팀 모집에 응하여 물량팀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신규 취업자들도 물량팀 이외의 모집이 매우 적고, 하청업체로의 신규취업은 심각한 저임금이어서 물량팀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하나의 원청 기업 내에서 이직하며 끊임없이 물량팀 노동자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부분에서 그 원인이 제일 큰 거 같습니다. 정규직은 인건비가 많이 나가잖아요. 이쪽 회사 입장에서는 경기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 많아지면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는 거죠.” (물량팀 노동자 )


물량팀 노동자들이 한 개의 원청업체에 근무한 기간이 평균 2.1년으로 자본의 물량팀 고용은 상시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량팀의 고용 기간은 대체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재고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물량팀은 구체적인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16.88%에 이르고, 구두로 통보받은 경우가 14.58% 이르는 등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2013년 7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지금 저희 인원이 26명 정도 됩니다. 물량팀 인원만. 계약이 3개월 단위로 연장이 돼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바뀝니다. 일 년 되면 거의 반 이상이 다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현재 저랑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가 왔을 때부터 근무하던 사람은 4명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3개월에서 6개월 되면 다 바뀝니다. 14반도 물량팀인데 인원은 20명 15반은 10명 정도 되며 우리가 있는 12반이 제일 많습니다." (물량팀 노동자 )


2. 노동시간과 임금

물량팀 노동자의 한 달 평균노동일수는 21일, 하루 노동시간은 9.4시간이었고, 연간 평균 60일 정도의 실업기간이 있어, 10개월 동안 받는 임금액으로 연간 소득을 얻어야 하므로 취업 시기에는 매우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시간에 노출되어야만 연간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구조는 일당 제가 60%였고 직시급제 등이었다. 연봉은 조선업종 정규직 노동자 연평균급여 평균의 55%정도 였다.


3. 고용 불안정

복잡한 다단계 고용구조에서 부당함은 일상이 되고,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의 상태에 노출된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불안이다. 물량의 변동에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은 반자발 반강제적인 내부이동을 해야만 한다.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아, 또는 더 나은 일당이 보장되는 쪽으로 하청업체, 나아가 원청 사업체를 옮겨 다니게 된다. “기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냐면 위에 물량을 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일하기 불편하고 힘들다면 물량팀에 던져 버리고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먹이사슬이다. 위에서 시키면 제일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물량팀이다.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다.” (물량팀 노동자)


4. 노동기본권의 배제

물량팀 고용구조의 전면적 확산은 물량팀이 조선업종에 전면화되면서, 더 불안정한 고용구조, 더 심한노동 강도, 더 많은 산업재해, 더 많은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량팀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는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동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불이 발생했다 해도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 가입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제일 먼저 쓴다. 노동조합 가입 했을 시 퇴사 처리 한다는 내용. 예. 그건 무조건 쓴다. 들어가자마자. 임금 얼마 사인하고 근로계약서는 대충 회사마다 좀 다른데 물량팀에 맞게끔 맞춰 놓은 근로계약서. 절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랑 지장 찍고 가입했을 시 회사 퇴사 처리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 것까지 다 받아낸다...” (물량팀 노동자)


1) 일상이 되어버린 임금체불

물량팀 노동자들의 37.95%가 임금체불의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체불은 소속된 하청업체의 폐업이나 기성금 부족 등이 대부분의 원인이고, 3회 이상의 체불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55.93%에 이르러 “체불임금을 받는 노력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이 낫다”는 자조적인 푸념까지 생겨났다. 임금체불에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20.87%에 이르고 있어, 임금체불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실감케 하고, 그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다 뭐, 노동부 일단 고발. 초창기에 고소고발하고 그다음에 사람들 모아가지고 탄원서 써서 검찰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해봤는데, 결국에는 그때 당시 합의 본 게 한 30프로 정도, 체불액의 30프로 정도. 한번은 또 팀장이 또 돈 갖고 잠적을 해버렸는데, 그것도 고소고발하고 재산내역을 뽑아보니까 그 사람 앞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가지고 그것도 결국에는 고소 고발한 상황에서 끝나버렸죠. 사실은 재판가고 이리 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라 그러면 시간 끌어야 되고 하니까...” (물량팀 노동자)


2) 4대 보험 미가입

물량팀 노동자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이 61.9%에 불과하여 4대 보험의 운영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산재 위험 55.51%, 복리후생 빈약 53.61%, 노동 강도 52.65%, 저임금 52.51% 등의 불만족을 드러내고 있다. 


5. 위험의 아웃소싱, 건강권 파괴

물량의 아웃소싱은 위험의 아웃소싱을 동반한다.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빨리 수행해야 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공기를 앞당기는 것을 우선하는 노동현장에서 안전한 작업은 꿈꿀 수 없다.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단기계약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관리하고 보호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무 중 사고나 질병 경험이 34.39%에 이르고 있는 반면에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는 겨우 5.73%에 불과했다. 산재 미처리 사유 중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가 38.39%나 되어, 원청 사업주가 물량팀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 속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건강권파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불법적인 노동 통제와 임금체불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시적 형태가 아닌 상시적 고용구조로 자리하고 있는 물량팀이라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사라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 단결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었다.


[자료집] 2015 산재사망노동자합동추모제

- 목차 - 

0. 2015 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 식순

1. 2015 산재노동자합동추모제 추모사

2. 문송면 장례투쟁일지

3. 2014 - 2015 주요 산재사망 사고 정리

4. 2015 최악의 살인기업 / 지난 10년간 산재사망 50대 기업

5. 참여단체들의 요즘

6. 알려드립니다

Ⅰ. (가칭)기업살인법․기업책임법 제정연대가 출범합니다

Ⅱ. 4.16연대 창립총회에 초대합니다

[언론보도] "너무 위험해서 못해요!" "그럼, 나가!" (프레시안 2015.07.16)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157

"너무 위험해서 못해요!" "그럼, 나가!"
[노동자 건강권 실태 ①] 위험 작업, 노동자의 '거부할 권리'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2015.07.16

 

 

 

지난 4월 한 달간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를 진행한 노동 안전·보건단체들이 전국 산업 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 결과를 <프레시안>에 보내왔습니다. 이 조사는 서울 구로, 경남 녹산, 울산 매곡, 대구 성서 산업 단지에서 일하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 75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구 산업보건연구회,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각 지역 단체들이 참여한 실태 조사 결과를 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일 하다가 위험하다고 느낀 적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곧바로 "많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마리오아울렛분회 윤유석 부분회장의 말이다. 주말에는 10만 명도 찾는다는 대규모 아울렛 매장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했기 때문에, 일도 많고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2014년 여름은 무척 더웠다. 특히 7, 8월에는 하루 최고 33~3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주의보였던 날이 많았다. 그 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물류센터 외벽 도색 작업을 지시했다. 외부 업체에게 맡길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1층은 그나마 낮기 때문에 할 만했다. 그러나 약 7미터 높이의 2층은 높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비계나 '아시바 사다리'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페인트 붓을 장대로 길게 연결해 도색을 하라고 했다. 페인트 붓을 6~7미터 길이로 연결하라는 것이다. 어떤 곳은 안전 난간이 없는 2층 발코니에서 칠하기도 했다.

 

위험을 느낀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 도구인 안전모와 안전화를 요구했다. 회사는 그 요구에 한참을 뜸들이다가, 작업이 끝날 때쯤에야 선심 쓰듯이 가져다줬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수 명의 노동자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졌다. 한 노동자는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구토를 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회사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쉴 공간이 없어서 길바닥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잠시 쉬는 것이 전부였다. 병원비 지급 또한 거부당했다. 노동자들은 폭염주의보 속에서는 작업을 자제해 달라고 수차례 구두 및 메일로 요청했지만, 회사는 그 요청을 묵살하고 쓰러지면 회사에서 책임질 테니까 그냥 작업 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 일하다 위험하다고 느낀 경우, "못하겠다"고 회사나 관리자에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걸까?

 

"못하겠으면 나가라는 식이니까요. 항의하면 해고라고 어디 써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지속적으로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신규 입사자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누구도 '위험해서 못 하겠다' 말을 못 하는 거죠. 더군다나 2014년 초에 외주화로 인한 권고 사직까지 내린 적이 있기 때문에 더 더욱 못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일하다 위험해도 회사에 개선 요구 못해

 

일하다 위험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제조업이나 건설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윤유석 부분회장처럼 제조업에서 일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하면서 위험한 일을 많이 겪는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든, 일하다 위험을 느끼는 경우에도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다. 이번 전국 산업단지 노동 건강권 조사에서도 '일하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2.6%가 노동자가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작업 중단은커녕, 회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산업 단지 노동자들의 12.2%는 일 하다가 병에 걸리거나 다칠 것 같은 위험을 항상 느끼며, 41.7%는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느꼈을 때, 회사에 개선을 요구했다는 응답은 21.7%에 불과했다. 절반 정도는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했고, 30.8%는 위험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계속 일했다고 응답했다.

무시하고 일했다고 응답한 88명 중 39명은 '개선을 요구해도 회사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7명은 '늘 있는 일이라서 매번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불이익이 걱정돼서 개선 요구를 못 했다'는 답도 18명이었다(복수 응답).

 

제 역할 못 하는 정부와 사업주, 대신 노동조합에는 기대

 

정부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84.9%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사업주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응답에서도 58.0%의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산업 단지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산업 안전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노동자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 관리자나 보건 관리자 등 산업 안전·보건 체계와 안전·보건 관리 규정, 안전·보건 교육을 모두 면제 받는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면 이를 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대책은 부족하기만 하고 지금으로서는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 결과의 한 지표가 산업재해다.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산업재해를 당한 9만909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32.4%,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81.0%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00명 당 1.19명이 산재를 당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 재해율 0.42%의 3배에 달한다.

 

공단 구조 고도화와 함께 산업 단지에서 늘어나고 있는 서비스 산업 역시 산업 안전의 또 다른 취약 분야다. IT산업(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정보 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등)은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안전·보건 교육 의무가 면제된다. 사무직으로만 구성된 사업장은 산업 안전·보건 체계와 안전·보건 관리 규정, 안전·보건 교육을 모두 면제받는다. IT 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직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 질환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이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렇다.

 

노동조합 있으면 건강이 나아질까?

 

정부와 사업주에 대한 이런 실망감에 비하여, '노동조합이 생기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무려 40.6%의 노동자가 '매우 그렇다', 42.3%의 노동자가 '그렇다'고 응답해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노동조합을 향한 이런 기대는 근거가 있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자들이 집단 교섭을 통해 작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고, 작업 환경 및 유해 요인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며, 작업장 내 안전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아직은 말 그대로 '기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산업 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조 조직률은 2%라고 한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5월 20일 첫 감염자 발생 이후 3주가 되었지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8일 현재, 87명이 감염 확진되었고, 2,500여명이 격리 조치되고 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 중이다. 


3차 감염자의 지역적 확산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격리조치자의 규모로 보건대 병원을 벗어난 지역사회로까지 전염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초기대응은 물론이고, 확진 환자와 격리대상자 관리, 국민의 알권리 보장, 보호와 예방을 위한 조치 등 전반에 걸쳐 부실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메르스 괴담자는 엄벌로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나, 300만 명이 감염돼야 재난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국민안전처의 발언을 듣거나, 6월5일에야 다분히 형식적인 메르스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기업대응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대응을 보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치료약이 있었던 신종 플루(2009년)때나, 사스(2003년), 에볼라(2014년)때처럼 국내 감염자 수가 거의 없었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유례가 없었던 대량의 격리 대상자 규모, 다수의 3차 감염자, 지역사회 확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알려진 치사율도 30~40%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전염되면 오로지 자신의 면역력의 힘만 가지고 이겨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다. 치료제도 없고, 제때에 제대로 치료할 시설도 태부족한 현실에서 전염력과 치사율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응하는 국가적 대책에는 일하는 노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때 지난 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면피용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특히 확진환자와 격리대상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에는 보호 예방을 위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여느 바이러스 질환처럼 메르스 감염 역시 그 질병의 경과에 당뇨, 신장, 폐질환 등의 기저질환과 개인의 면역력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노동자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에 대한 각별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하루 17시간 넘게 운전해야만 하는 평택 버스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는 평택, 화성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에 취약한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밤샘하는 노동자들은 메르스 감염의 발병과 병증의 중증도에도 그만큼 취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경제 위축 운운하며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뒷전으로 두지 말라.


지난 6월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대응조치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국민들도 과도하게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은 선에서 보건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이러한 시각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수 있음을 현 정부의 내각은 아직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설령 공기 전파의 가능성이 없다한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둘째, 메르스사태에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인 조치에 책임을 다하라.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임을 모르는가.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휴업을 하고 있다. 확산을 막고 보호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사업주에게 강력히 권고하고 사업주는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로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과로의 기준은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정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일하는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심야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노동강도에 맞는 적정한 물량으로 줄이고 생활 임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메르스 감염이 확산될수록, 특히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되었을 경우, 과로로 인한 단순 감기와 메르스 감염의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은 노동자 개인에게나 지역사회 모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시기에 과로를 피하는 것은 특히나 중요하다.


셋째, 사업주는 메르스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현장에 건강하게 복귀할 때까지 유급으로 병가를 보장해야 하며, 격리 조치만이 필요한 경우에도 2주간의 유급 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실질적으로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조치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야 하며,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여 상병급여로 보장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윤과 생산성을 좆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야 함을 말해주지 않았던가? 정부는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동성명]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5/8 규제완화추진에 대한 입장

[성명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5/8 규제완화추진에 대한 입장

 

5월 8일, 국무총리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한국무역협회에서 건의한 화관법, 화평법, 산안법과 관련한 규제 개선과제에 대해 소관부처인 환경부 및 고용노동부와 협의하여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국무총리실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만나 규제완화 요구를 직접 수렴하고 각 부처별 소관규제들에 대해 규제완화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기구이다. 지난 2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는 정밀화학산업의 규제완화요구를 듣고 ‘공장입지부터 제품판매까지 총 111개의 규제를 발굴’하였으며, 업종별로는 최초라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이 발굴한 완화대상 규제에는 농업지역이나 주거지역 근처에도 화학사업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거나, 화학물질 독성정보를 유통 전에 파악하여 제출하도록 한 것을 완화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큰 우려를 낳은 바 있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은 국민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오늘 규제완화 대상을 확정하여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발표된 내용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량 유통되는 신규화학물질에 대해 유전독성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급성독성시험결과는 물론 유전독성을 파악하기 위한 돌연변이시험과 소핵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사업장에서 신규화학물질을 독성파악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다가 노동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조항이지만, 사업장에서 고독성물질 정보를 알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와 환경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이 조항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뿐 아니라 화학물질의 사회적 부담을 줄여주는 소중한 규제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런데 유전독성에 대한 시험결과를 제출하지 않게 함으로써, 앞으로 소량사용물질에 대해서는 이 물질이 염색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인지 아닌지 알수 없게 되는 문제를 낳게 되었다. 단기적으로 독성이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와 후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규제완화를 하면서 소량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수입제조 전 45일 전에 제출하도록 한 것에서 14일 전으로 일정을 단축시켜주었다. 대신 노동부에게는 서류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제품을 사용해도 좋은지 아닌지 통보하도록 하였다. 이로서 노동부의 행정부담은 커지게 되었고,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꼼꼼한 자료검토보다는 날림 검토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독성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추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다거나 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데, 자료검토를 신속하게 하도록 함으로써 이럴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국민들이 유전독성을 가진 물질로부터 보호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기업들이 소량유통물질을 아무 때나 손쉽게 해외로부터 수입해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국민을 보호해야 하건만, 현 정부는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환경부와 노동부를 겁박하여 소중한 규제를 철회하도록 이끌고 있다. 물론, 과거 정부들도 규제완화를 하였다. 지난 정부들에서 규제의 완화는 불필요한 규제나 중복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목하에 추진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기업이 불편해하는 규제라면 없애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규제무력화 논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국민의 각성은, 규제완화와 같은 기업편들기로 안전과 건강을 후퇴시키지 말아야한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또 다른 세월호를 낳을지 모를 규제완화를 추진하려 한다.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국무총리실에서는 규제완화 추진계획을 즉각 백지로 돌려야 할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정보를 더 많이 기업에게 요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존에 제출받던 시험정보 조차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자랑스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오늘 보도자료를 접하면서, 국무총리실에 규제완화를 민관이 모여 의논하는 추진단 자체가 필요한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제대로 된 총리 한 번 임명하지 못한 현정부의 국무총리실에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규제완화추진단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국무총리실 민관합동규제완화추진단에게 5/8 규제완화 계획을 즉각 백지화 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기업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국무총리실 민관합동규제완화추진단의 해산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바이다.

 

2015년 5월 8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동성명]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라

[공동성명]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바라보며, 우리는 막을 수 있었던 참사의 아픔에 고통 받았다. 세월호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하고 승선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적재량을 초과하는 화물과 안전장치 미비에 대해 관계당국에 신고하고 승객을 포함하여 자신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출항을 중단하고, 거부할 수 있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위험에 맞닥뜨린 노동자가 스스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인 ‘작업중지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13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은 이런 교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는 이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실질적인 개정 내용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할 경우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는 작업을 중지할 조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스스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작업을 중지하면, 사업주가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았기 때문에 ‘급박한 위험’이 아니었다며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징계나 고소·고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당장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사고나 위험이 발생하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제하는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정작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눈을 감아 버렸다.
 
또,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 위험과 관련해 충분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신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노동자가 이 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 문제다. 그러나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된 ‘작업 중지 요청권’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다.
 
산재 발생 위험 때문에 작업을 중지했던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고소고발과 징계로 고통 받고 있다. 위험한 작업을 떠맡는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이라고 자조한다. 당장의 목숨 줄인 밥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허울뿐인 수사를 걷어치우고,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라.
 
2015년 3월 16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건강한노동세상,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건강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회진보연대,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 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 2015.2

가부장적 문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권리는 가려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는 더 주의를 기울여 조명할 필요가 있다. 노동안전보건에 있어 견지해야할 젠더관점, 최근 승소판결을 받은 ‘제주의료원 집단유산 산재인정’ 사례, 여성주체들이 전하는 여성노동의 생생한 노동현실을 확인해 보자.


[특집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공유정옥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의대생 때 병원으로 실습을 갔었다. 몸통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심전도 검사를 맡았다. 환자를 아프게 하는 검사가 아니라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갈비뼈를 기준으로 지정된 위치에 전극을 붙여야 하는데, 여성의 경우 젖가슴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맨살에 손을 대는 일이라 젊은 여성 환자들은 같은 여성끼리인데도 민망해했다. 남성들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서 힘들었고, 별 일도 아닌데 부끄러워하며 시간을 끄는 환자가 야속했다.

 

한 두 해가 지나 인턴(수련의) 신분으로 병원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인턴의 수많은 업무 중 수술을 앞둔 남성 환자들에게 소변 줄을 끼우는 일이 있었다.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여성 환자는 간호사가, 남성 환자는 인턴이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요도를 통해 긴 소변 줄을 밀어 넣는 동안 환자들은 아파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는 게 내겐 가장 중요했다.

 

어느 날 소변 줄을 넣던 중에 환자가 발기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그때서야 다른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음경을 쥐고 오른손으로 긴 소변 줄을 밀어 넣는 이 일을, 왜 내가 하는 건가. 수술을 앞두고 소변 줄을 넣는 일이며 사타구니를 면도하는 일이 하나같이 여성은 간호사가, 남성은 의사가 하기로 되어 있는 불문율은 왜 생긴 걸까.

 

 

 

▲ 윤필 작가가 그린 ‘성별분업’에 대한 그림. 출처 : 인권운동사랑방

 

 

세상에는 성별에 따른 촘촘한 규칙들이 있었고, 나도 그것들 속에 있었다. 젠더는 권력 관계였고, 그래서 상대적이었다. 환자나 간호사 앞에서 나는 남성 젠더인 의사로 일해야 했고, 의사들 내부로 돌아와 ‘진짜’ 남성 의사들 사이에 있으면 여성 젠더로 자리매김 되었다. 내가 배운 의학 교과서의 지식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심전도 검사의 표준도 그러했다. 심전도 검사를 받을 환자의 절반이 젖가슴을 가진 여성인데도. 나는 그런 표준에 길들여졌기에 교과서대로 검사할 수 없는 환자를 불편해할 뿐이었다.

 

노동자 건강권에서도 젠더 문제는 촘촘하고 강력하다. 안전보건 문제가 아직 덜 알려진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 답하면 된다. 마트 계산원, 식당 홀 서빙, 어린이집 교사나 병의원 간호사 등 사회적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진 직종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도움과 챙김을 받아 물건을 사고 밥을 먹고 가족을 챙기며 치료를 받지만, 이들의 건강이나 권리에 대한 얘기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운동 속에도 젠더는 있다. ‘산재 노동자’ 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단연코 남성, 아버지, 혹은 남편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은 ‘소녀’ 이거나 ‘누이’ 로 불렸다.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유해요인 문제는 여성 노동자들이 각별히 처한 위험으로 인식되기 전에, 숭고한 모성을 보호해야 하거나 저 출산 문제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와 범벅되곤 한다.

 

2013년 국제노동기구는 <안전보건의 젠더 감수성을 위한 10항>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노동안전보건에서도 젠더 차이를 고려하고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 위험성 평가와 연구, 교육과 훈련 등을 평가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보건지표에 여성이 처한 문제들이 담기지 않는다는 지적, 작업도구나 개인보호구도 일정한 체격의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노동기구가 이런 권고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는 인식에 있다. 보이지 않던 문제를 누군가 말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이런 인식이 생겼을 거다. 우리가 여성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말하기까지 힘들었을 누군가, 그 말 때문에 힘들었을 누군가에게 그 지식을 빚진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촘촘하고 강력하고 당연해 보이는 젠더 구조 속에서 누군가 여성 노동자로서의 건강권을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내 눈으로 못 보았던 문제를 대신 알려주고 있는 목소리들이다. 마땅히 귀 기울이고, 같이 메아리를 만들어갈 방법을 생각해볼 일이다.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 2015.1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조성식 회원



몇 달 전 실험실에서 실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수검진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실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대학원생은 특수검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진에서 한 대학원생이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문제가 아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의 스트레스는 교수의 갑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많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 장시간 일하고 있고, 지도교수의 개인적인 잔심부름과 같은 학업과 무관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험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직무스트레스를 자세히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직무스트레스를 좀 더 학술적으로는 살펴보자.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는 “직무스트레스란 업무상 요구사항이 노동자의 능력이나 자원, 바램과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유해한 신체적 반응”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란 업무내용, 업무 조직 및 작업환경의 해롭거나 불건강한 측면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생리적 반응 패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직무스트레스는 뇌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문제, 산업재해 발생을 증가시킨다.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위한 모델에는 직무요구·통제 모델과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 조직정의 모델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가 개발되어 있다. 조사는 주로 설문지를 통해서 하게 되는데, 직무요구·통제 모델은 직무요구도가 높으면서도 본인이 업무를 통제할 권한이 없는 노동자들이 겪는 직무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고,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은 본인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그로 인한 보상(금전적 보상이외에도 심리적 만족과 승진과 같은 자기발전의 기회도 포함한다.)이 적은 경우에 겪는 스트레스를 보는 모델이다.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는 물리적 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성, 관계 만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평가한다.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에는 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은 거시적인 해결 방안부터, 회사 내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 단계의 개입, 그리고 운동, 인지행동치료, 명상과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 개입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손쉬운 개인적인 중재 방안에 많은 관심과 노력이 치우쳐져 있는데, 직무스트레스의 근원적 해결 방안인 사회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에 보다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직무스트레스 예방대책은 산업안전보건법(규칙)에 규정되어 있는데, 예방대책이라 하기에 한계는 명백해 보인다.


제669조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전업(專業)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하 "직무스트레스"라 한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 법 제5조제1항에 따라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작업환경·작업내용·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장·단기 순환작업 등의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

2. 작업량·작업일정 등 작업계획 수립 시 해당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할 것

3. 작업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4. 근로시간 외의 근로자 활동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

5. 건강진단 결과, 상담자료 등을 참고하여 적절하게 근로자를 배치하고 직무스트레스 요인, 건강문제 발생가능성 및 대비책 등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

6. 뇌혈관,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시행할 것


우선, 직무스트레스의 범위를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으로 한정하여 지나치게 협소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직무스트레스를 어떤 노동자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중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야간작업 노동자들에 대해 특수검진이 도입되었지만, 건강검진 조치 외에 야간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규제는 없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지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무스트레스의 대표적 사회적 요인인 불안정 노동의 규모가 대폭 줄어야 할 것이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없애야할 것이며, 갑들의 횡포를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직무스트레스의 어느 모델에 기반 하더라도, 그들이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 역시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에 만연한 장시간·저임금 노동 역시 가장 중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또 갑들의 부당한 횡포를 사회적으로 막을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직무스트레스의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집] 1.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 2014.12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정리 : 선전위원회

 


 


 

2014 현장연구나눔마당이 11월 29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10년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매개로 한 연구와 활동에 참여해 노동 운동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현장과 연구소가 양쪽 주체로 참여하며, 양측의 운동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현장참여연구를 지향한다. 현장참여연구를 통해 연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현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고, 이것을 실천할 때 현장과 세상뿐만 아니라 연구에 함께 한 우리 자신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장연구나눔마당은 올 한 해 연구소가 함께했던 여러 연구결과 중 더 많은 이들과 나누어 평가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싶은 네 개의 주제를 선정해 발표하고 공유했다. 특집을 통해 현장연구나눔마당의 토론과 열기를 일터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연구의 결과와 성과도 나눠야 맛이다. 2014년 연구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면서, 2015년 한 발 더 나아가는 활동을 기획하길 기대한다.



[특집] 2.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 2014.9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권리 구성


김재광 선전위원



앞서 작업중지권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최근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작업중지권”과 같은 맥락이면서도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이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작업장의 환경과 본질적으로 쉽게 침해받기 쉬운 노동자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작업 거절권의 실현, 인격권의 구체적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문답 형식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문 : ‘작업 거절권’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이것은 무슨 뜻인가? 

답 : 근로 계약서를 썼든 아니든 간에 사용자(기업주)와 노동자는 상호 주요한 권리 의무관계를 맺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노동력제공의무,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이다. 그런데 이때 사용자는 임금제공의무뿐 아니라, 안전배려의무를 가진다. (상식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겠으나, 배상청구는 사후적이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 충분한 권리행사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전에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 이것이 작업거절권의 의의라 하겠다. 요약하자면 작업 거절권은 사용자가 충분한 의무(안전배려의무)를 행사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급부(노동력제공)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문 : 그렇다면 이는 현재 산안법의 작업중지권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답 : 일면 그렇다. 현재 산안법에 규정된 작업중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산안법 상의 작업거부 및 중지는 작업거절권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작업 거절권은 현재 산안법이 ‘급박한 위험’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건 간에, 이것 이상(넓은 의미)의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것 이상(넓은 의미)의 거부의 권리를 의미한다. 이래야만 비로써 작업거절권의 실익이 발생한다. 이러한 논리가 노동자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보다 폭넓게 보호할 수 있다. 



문 : 알 듯 말 듯 하다. 보다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나?

답 : 최근 서울시의 다산 콜센터의 상담원들에게 통화종료권이 부여되었다. 성희롱 또는 고의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통화 종료권은 일종의 작업 거절권 행사라 할 수 있다. 산안법에 규정된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정신적,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작업 환경을 거부할 수 있다. 예컨대 운송, 배달업무의 경우 악천후 상황 시 스스로 업무의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급박한 위험’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가 법상의 안전조치나 보건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노동자는 작업을 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 구성은 건설 및 제조업 위주의 현행 산안법 구조나 적용을 여타의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가 된다.




문 : 좋은 이야기이나 현재 작업중지권도 행사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답 : 법 구조적으로 보면 현재 작업중지권은 오히려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상식적 수준에서 안전 및 보건 조치가 안 되거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위협이 있을 때 이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행위 또는 권리를 특별한 권한처럼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런 말이 현행 작업중지권의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을 보장할 확장된 논의와 복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 외국에서는 이를 입법화한 사례가 있나?

답: 법 규정과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으나, 맥락상 같은 수준의 입법이나 적용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민법을 통해 안전배려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기반을 두어 노동자의 작업거절권은 폭넓게 지지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노동법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고, 집단적 거절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기준이 때에 따라 까다롭기는 하다) 일본의 경우 법원 판결을 통해 일부 인정하고 있다.



문 : 작업 거절권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인격권 보장과 안전 보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답 : 일반 계약과 달리 임노동관계(근로계약 관계)에서 노동과 인격은 불가분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노동자의 인격권 침해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인격권의 침해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협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인격권 모두가 안전과 보건의 문제는 아니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격권은 노동자의 정신건강과 긴밀히 연관된다. 직장 내 성희롱, 집단적 괴롭힘, 폭언,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양심에 반하는 노동의 강요, 건강 및 가정생활의 양립에 반하는 장시간노동의 강요 등은 근로자의 인격권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문 : 좀 더 구체적 설명을 듣고 싶다. 

답 : 인격권의 구체범주를 보면 신체적 측면, 정신적 측면, 퍼블리시티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법적 차원에서 근로자의 인격권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충돌하여 분쟁을 일으킨다. 예컨대 정해진 복장 의무, 양심에 반하는 일 강요 등은 사용자의 지시권과 충돌한다.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기업자산의 소유권 및 시설관리권을 인정하고 근로계약에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노동자의 인격권을 사전에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방송사 파업의 경우 현행 노조법에 따른 정당성 문제와 별도로 인격권과 지시권의 충돌문제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문 : 설명을 들으니 흥미롭긴 한다. 결국 작업거절권, 인격권을 운운하는 것은 산안법의 작업중지권을 보완하자는 것인가?

답 : 당장은 그렇게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산안법을 보완한다는 것은 과정상의 결과이고, 결국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안녕을 위해서 이러한 권리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권리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상식적으로 구현될 권리가 아닌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작업중지권 등을 주목하고 주장하는 것은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구현하는 것뿐 아니라, 일하는 주체로서의 노동자의 자기 결정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문 : 여러 권리의 법리적 구성이 무엇이건 간에 정작 현장에서 행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은 어떠한 좋은 명분이 있어도 쉽지 않은 시기 아닌가?

답 : 그렇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이기에 더욱더 정당성의 논리와 명분을 만들고 우리 노동자들의 인정과 사회적 동의를 확대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노동자가 쟁취한 모든 것은 정당성에 대한 논리와 권리의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본은 자신들의 이해논리를 노동자에게 내면화하려 하고, 때로는 노동자가 먼저 이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더욱 더 노동자의 논리와 정당성의 구성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노안뉴스] “안전교육? 어렵고 졸리지 않아요” “조합원이 공감, 참여하는 교육해야” (금속노동자)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ilabor.org/news/articleView.html?idxno=4386


“안전교육? 어렵고 졸리지 않아요” “조합원이 공감, 참여하는 교육해야”

[현장] 경기지부 노동안전 기획교육 연극 <울고넘는 근골격계>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노동안전 활동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간부들에게 고민과 자신감이 생겼다. 김 부장은 “연극을 소개 하고 모여서 평가도 하면서 간부들이 스스로 기획사업을 했다는 보람을 느낀다”며 “조합원들과 함께할 사업을 더 고민해야겠다는 평가를 하는 간부들들도 많다. 똑같은 방식만 반복했던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시도해보려는 계기가 생겼다”고 간부들의 변화를 말한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