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2016.7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정재현 선전위원장



밥 한 끼도 못 사먹는 최저임금 

2016년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씩, 40시간 일한다고 했을 때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126270원이 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 정도의 소득으로 인간답게 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2,3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평균 점심 값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끼 점심값이 6,56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최저임금 시급으론 밥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다.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되면 그 부작용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며 중소자영업자가 몰락하고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인 소득불평등 개선효과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슈페이퍼 소득불평등 개선,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으로 희망을 말한다.’)

지난 6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264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13.7%) 집계되었다. 2001859만 명 (전체 노동자 중 4.4%)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 올해 3월 기준으로 법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85만 명 (전체 노동자 중 9.6%)이라고 하니 500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거나 이 조차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임금노동자의 48.3%가 한 달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한국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절반인 약 900만 명이 저임금 빈곤 상태에 있다해도 무방하다.

이렇다보니 최저임금 결정에 따라 소득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중 또한 20012.1%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엔 18.6%로 높아졌다. 민주노총의 경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약 6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고, 함께 살고 있는 가족 구성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최저임금은 몇몇 소수의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미혼 독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근거 로 산출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해외 연구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건강연구협회(Health Research Associates)에선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의 최저 임금 수준 변화가 저임금 근로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사 진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감소하여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향상되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최저임금 올리니 몸도 튼튼?) , 지난 4월 영국 오스퍼트대학, 리버풀대학,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이 학술지인 '보건경제학'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영국에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임금이 향상된 노동자들에게서 우울증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최저임금은 '항우울제'와 같아)

영국 정부의 가구 패널 조사 대상인 인구집단에서 추출하여 1991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기간 전국 약 5500만 가구와 개인 1만 명 표본을 추출하여 통상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일반건강설문’(GHQ)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데이비드 스터클러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금전적 여유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증세가 완화되어 그들에게 정신건강에 항우울제를 처방한 것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말인 즉, 노동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임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불안감과 우울 증세가 심각 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잔업과 특근을 맞바꾼다.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 노동자들의 경우 잔업과 특근이 많은 직장을 찾아 옮겨 다니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은 결국 노동자들을 안전사고와 각종 직업병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몬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빈곤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임금을 맞바꾸고 잔업과 특근에 목을 메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터> 통권 134호 / 2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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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4차 산업재해 예방 5개년 계획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 (2015~2019) 파헤치기
1.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이었나
2. 안전한 일터, 국민 행복 시대는 가능한가?
3.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노동자가 감시하자

 

03
[뉴스]
사내하청 노동자, 재해중 산재처리 비율 8.6%에 그쳐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삼성은 직업병이 아니라고 하는데...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네이티브 뺨치게 잘 가르쳐도 안정적으로 가르칠 순 없어요  l 정하나

 

12
[현장의 목소리]
나와 내 동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싸운다  l 재현

 

16
[연구소 리포트]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  l 김형렬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  l 쌀집아재

 

32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의사들은 왜 산재를 두려워하나요?  l 최민

 

34
[작업중지권 기획]
살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이진우

 

3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스마트하고 새로운 노동세계  l 노동시간센터(준)·한국학중앙연구원 김영선

 

40
[문화읽기]
웹툰으로 엿본 IT업계 그녀들의 사정  l 정하나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씹다 버려진 껌이 된 KTX 승무원 해고자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여성노동자, ‘노동’, ‘사회적인 것’, ‘건강’의 경계를 질문하다  l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영

 

46
[이러쿵저러쿵]
<일터>와 함께한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며  l 송홍석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 2014.3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곽경민 회원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흡연을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
 
얼마 전 공단검진 안내 팜플렛에서 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홍보하는 문구이다.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 왠지 낯설지 않는 이 문구는 얼마 전 참석하였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하였다.


같은 기관에 계신 선생님께서 전공의인 나에게 시간이 되면 본인이 질판위원으로 가는 서울지역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배석하여 참관하는 건 어떠냐고 해서 질판위에 참석하였다.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1년차로 경험이 일천한 나에게 첫 번째 질판위 참석이다. 자료를 보니 20여 명의 심의안건이 상정되어 있고, 상병명을 보니 오늘은 근골격계질환만 심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 지긋한 위원장이 있고, 6인의 위원(직업환경의학의사 1인, 신경외과의사 1인, 정형외과의사 2인, 영상의학의사 1인, 인간공학 전문가 1인)이 회의용 원탁 책상에 앉아 있다. 첫 번째 심의안건은 오늘 유일하게 재해자의 진술이 있는 안건이다. 위원장은 “신청서와 자료에 있는 내용은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여기에 없는 내용만 짧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하다 요통이 생겨 산재를 신청한 30대 남성의 진술이 있었고, 질판위원들의 몇 차례 질문이 이어졌다. 재해자 진술이 끝난 후 위원회의 짧은 토론이 있었다. 업무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상병이라는 의견들이 있어서 산재승인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좀 있으신 위원 한 분이 빈정대는 말투로 ‘옛날이었으면 이건 불승인’이라는 말을 던진다. ‘옛날드립’을 여기에서도 듣게 될 줄이야... 결국 표결로 가게 되었고, 다수의견으로 첫 번째 안건은 ‘산재 인정’이 되었다.


 

다음 안건은 양쪽 수지의 레이노증후군이다. 진동 폭로력이 확인되었고, 레이노스캔에서도 양성으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산재승인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의학의사가 레이노스캔을 한쪽만 했으니, 한쪽 손에 대해서만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결국 표결에서 한쪽에 대해서만 ‘부분인정’으로 결정이 되었다. 레이노증후군은 대개 양쪽으로 오는 질환으로, 실제 임상진료에서도 양쪽 다 증상이 있더라도 한쪽만 레이노스캔을 해서 양쪽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위한 것이니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부분인정’이라 한다.


 

이후로도 ‘객관적’이라는 이름의 주관적인 논의들이 이어졌다. 반대 의견이 없어 인정될 것 같은 안건도 표결에서 ‘불인정’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관련성은 인정되나 상병명이 업무내용이 달라 ‘불인정’되는 경우, 상병명을 잘못 적어서 ‘부분인정’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여건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니 후반부엔 아주 짧은 논의만 하고 바로 표결로 이루어져 위원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건들이 다 처리된 이후 위원장은 ‘우리가 의학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산재보험 재정이 부당하게 누수되는 것을 막는 책무가 있다’는 류의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니 담배소송 홍보문구처럼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흔히들 ‘질판위’라 줄여서 말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질병에 대한 판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2008년 7월부터 설치한 판정위원회이다. 하지만 질판위가 신설된 이후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질병 산재승인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산재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고자 객관성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불인정,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으니 개선책이라고 나온 것이 오히려 개악책이 된 것이다. 이런 질판위가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기구일까?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가 아닌 산재노동자의 선량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백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일까? 우리의 숙제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 하루였다.

[노안뉴스] 100년전과 다를 것 없는 비정규직 건강 문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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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23657.html

 

100년전과 다를 것 없는 비정규직 건강 문제 

고한수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연구원

 

[건강] 건강 렌즈로 본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힘들고 어려운 작업에 내몰리고, 각종 상해에 노출됐다. 낮은 임금 때문에 충분한 휴식 없이 연장 근무를 감당해야 했다. 이들은 장애와 감염성 질환에 가장 취약했고, 이런 이유로 노동력이 떨어지니 일할 기회와 기대임금은 다시 줄어들었다. 가족 또한 피해자였다. 아이들은 굶주림이나 영양부족에 시달렸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 부인들은 부족한 수입 탓에 의류공장에 취직했지만, 마찬가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통받았다. 고용주들은 노동비용을 줄이려 하도급을 서슴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반복되는 단기고용과 해직 때문에 노동자들이 단체를 조직해서 고용 조건을 향상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는 불가능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아는 것이 힘이다?! / 2014.1

아는 것이 힘이다?!


한노보연 이영일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미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20년 전에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말이 지금에는 더욱 실감 나게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나 신문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면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사실 이 말을 쉽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중소 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중에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건강에 대한 정보나 메시지 또한 엄청난데, 그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건강정보이해능력’이라는 평가 도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는 것은 건강에 대한 매체 광고, 올바른 약 복용법, 건강검진 결과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제작자, 검진 결과지를 발송하는 의료기관들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건강검진을 1년 혹은 2년에 한 번은 받을 것이다. 일반검진의 경우 기본적인 신체측정치 이외에도 혈압, 혈당 측정 및 간기능, 콩팥기능, 고지혈증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개별적인 검사들의 결과통보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듯하지만, 막상 결과지를 받아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검진결과 통보서에는 참고치가 정상 A와 정상 B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외래나 사업장 출장 검진에서 진료를 볼 때면 자신이 진료 받은 결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검진 결과표를 직접 들고 와서 설명을 요구하는 분들을 보면 A, B, C, D로 나뉘는 코드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검사 결과의 이해에 관한 문제 외에도 질병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한데, 다수의 노동자는 고지혈증을 단순히 ‘살이 쪘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특수검진의 경우도 일반검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음, 유기용제, 산화철 같은 분진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특수검진을 받게 되는데, 해당하는 검진의 항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흔한 유해인자인 소음의 경우를 보면, 청력이 떨어져서 계속 2차 검사를 받으면서도 귀마개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소음 노출 작업으로 생기는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인데, 많은 노동자가 청력이 떨어지면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귀마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일부러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기용제의 경우 표지자 검사는 주로 소변검사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사 결과를 노동자들이 유심히 살펴볼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1년에 한 번꼴로 시행하는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만의 잘못일까? 노동자들의 무관심은 어떠한 것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보건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잘 챙겨줄 수 없는 현재 한국의 보건관리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상시 보건관리자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보건관리자 또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2차 검진 대상자들의 경우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더욱 자세하게 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인 검진이 아니라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에게는 유해물질의 위해성, 검사항목의 의미와 결과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음의 경우 청력 2차 검진(오디오그램) 결과를 보여주면서 간략하게나마 검사 결과와 검사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귀마개 착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데에 충분한 도움이 된다.

 

올해 1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봉제의복 제조업, 가발 제조업, 폐기물 처리 관련업, 수리업 등 8개 항목은 종사하는 노동자수와 상관없이 업종 자체만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생겼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5명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안전보건교육제도 등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도록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안전보건관리의 틀 안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보건교육의 확대적용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자들의 건강 검진은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병의 위험도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개인 건강관리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가 중요한데, 바로 이것이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영세 사업장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건관리제도가 정착해야 할 것이며,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 보건관리자의 책임 있는 관리 등이 뒷받침된다면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평소의 건강관리 행태 또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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