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근면 이데올로기 뿌리 뽑고 시간권리 찾아야" (투데이신문)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근면 이데올로기 뿌리 뽑고 시간권리 찾아야”
김도양 기자 승인 2018.07.28 14:36

‘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동시에 의미 있는 여가시간을 누릴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러한 가운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며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640

[기자회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라


[기자회견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라

 

19701113, 스물 한 살의 노동자 전태일이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고 외치며 돌아가신지 48년이 지난 오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28%560만 명이다. 부산은 231680곳으로 전체 사업장의 81.7%이며 노동자수는 무려 414235(29.4%)이나 된다.

 

따라서 부산지역 사업장 10곳 중 8곳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이다. 근로시간 제한도 없을 뿐더러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연월차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고, 해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등 현행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권도 보장이 안 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뿐인 부산은 청년실업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해마다 수많은 청년들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최근 개정된 법정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노동시간 52시간도 적용받지 못한다. 52시간 이상 초과근무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이 21.1%로 가장 높았는데, 그 이유는 저임금이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주말특근 등 장시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복리후생비로 임금의 일정 부분을 보장받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은 그대로인 피해를 가장 크게 받게 된다. 정작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필요한 곳에 혜택이 가지 않는데도 정부는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사업주들이 개정된 법을 피할 꼼수로 5인 미만의 소사장제를 확대하고 있는 제보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정부가 취임 전부터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더 이상 늦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인권위도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반영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노동존중사회의 첫걸음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으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2018차별철폐대행진단과 민주노총부산본부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폐기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문재인정부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하라!

노동시간 52시간 적용 및 법정공휴일 유급휴일을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라!

 

2018차별철폐대행진단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문.hwp

 

[언론도보] 사용자 대 노동자로 갈린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보도 (오마이뉴스)

사용자 대 노동자로 갈린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보도

[미디어비평] 보수·진보 신문의 판이한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18.05.24 21:41l최종 업데이트 18.05.24 21:41l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에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5년이 지나 20대 국회에 와서 겨우 통과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논쟁이 끝난 건 아니다. 개정안 통과 전후에 보수·경제신문과 진보신문은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전혀 다르게 내놨다. 


http://omn.kr/rdmv

[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 2018.04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강민정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운영자


1. ‘무거운 짐덩어리를 어떻게 하라고’

과로 죽음 유가족과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 과로 죽음 유가족들이 지니고 있는 ‘복잡·미묘한 마음 상태’를 잘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크게 일어나자 혹자는 과로 죽음 피해자인 망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크게 표현하기도 하고, 과로하게 만드는 회사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커다란 질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로 죽음으로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 속에 숨어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의 ‘무거운 짐덩어리’가족의 과로 죽음은 늘 예견 없이 찾아온다. 과로 죽음 사건을 갑작스레 겪게 되는 대부분의 유족은, 죽음에 대해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일하다가 죽었는데... 이건 뭐지?’와 같은 약간은 ‘어딘지 명쾌하지 않은 감정’을 시작으로 일명 ‘과로 죽음의 뒤처리’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유가족은 장례를 치루며 사측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때 부검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매우 커다란 감정적,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노동조합이 있지 않은, 개별화된 유가족의 경우에는 그 동요가 더욱 극심하다.

“새벽에 야간근로 중 회사에서 그렇게 된거라고 갑자기 전화가 왔길래.. 우리 애기아빠가 그냥 사고는 아닌건가? 그런 찜찜한 생각이 계속 들긴 했어요. 근데 마침 회사에서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장례마치면 산재처리랑 전부 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발인 마치니깐 말이 바로 달라지더라고요. 알아서 하란거에요.회사에서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어쩌면 산재 안넣었을꺼에요. 내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키워놓은 회사인데... 내가 산재신청해서 그런 회사에 피해가 간다면 그건 남편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깐.. 근데 세상에..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니깐...어이가 없더라고요. 근데 뭘 어떻게 누구한테 이 문제를 말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장례를 치르고 가족이 없는 빈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가족의 황망한 과로 죽음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과로 죽음 해결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지식의 한계에 봉착한다. 나아가 가족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남에게 섣불리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고립된다. 앞으로 자신이 홀로 풀어나가야 할 ‘산업재해 인정문제’와 ‘회사 일은 혼자 다 하냐며 핀잔을 줬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라는 커다란 짐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오늘도 과로사·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사회에 무언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죽음사건에 대한 산재인정과정에서의 ‘무거운 짐덩어리’

과로사·과로 자살은 궁극적으로 인사노무관리과정에 생기는 산업재해로 의학적, 법률적, 사회학적 인과관계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절대 유가족의 경험에 근거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변호사, 노무사, 의사, 연구자 등 전문가들과의 결합 하에서만 온전하게 수행될 수 있다. 특히 의학적 진단과 사고에 대한 법률소송 진행은 제도화된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족이 독자적으로 진행이 어렵다. 이에 유가족들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선임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가족의 과로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늘 여러모로 바쁜 전문가들은 조력자일 뿐이다. 절대 알아서 잘해주지 않는다. 현재 과로사·과로 자살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산재처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줘야 하는 것은 온전히 유가족의 몫이다. 망인의 과로 생활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가족이기에, 자꾸만 관련 자료를 숨기는 회사에 대응하여 온종일 아니, 꿈 속에서도 과로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이 있을까? 이 자료를 가져다주면 도움이 될까? 망인의 목소리, 생활을 되짚으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장, 의견서, 진료기록감정서 등 관련 서류를 자세히 검토하고 끊임없이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며 발벗고 나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정신적,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 

아빠의 산재 인정을 준비하고 있는 딸 민희 씨(28세)의 자화상이다. 현재 그녀는 가족 중 가장 앞장서서 고군분투 중이다. 민희 씨에게 산재 인정은 늘 든든했던 아빠에게 ‘당신! 참 열심히 살았네요. 수고했어요.’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나무는 저에요.’ 라는 말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현 심정을 설명해줬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저는 나무인데 제 밑에 뿌리가 참 많아요. 뿌리는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산재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뿌리가 저의 양분을 뺏어먹고 있어요. 나무는 뿌리가 깊어지면 거기로 양분이 전부 가잖아요. 그런것처럼요. 아빠 사고 이후 산재를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어요. 노무사님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셔도 결국은 제 몫이거든요. 하루종일 어떤 자료가 유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자체도 스트레스에요. 답이 없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는게 너무 어렵고, 뭐를 준비해야할지 모르니 엄마와 분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내가 힘들다고 이미 시작한 이상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내 마음을 추스릴 시간조차 없어요.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가 다 없어질 것 같으니깐... 마음은 급한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풍성한 나뭇잎을 가진 조금은 슬프지만, 긍정적인 나무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비록 산재 인정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좋은 결과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가지에 싹을 틔우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에 대한 산재 처리 마무리 후의 ‘무거운 짐덩어리’

산재 인정결과는 그것이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유가족들의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승인된다면, 좌절감은 물론이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의 경제적 여건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승인된 유가족의 경우는 어떠할까? 혜원씨(48세)는 남편의 과로 자살에 대하여 산재 인정을 받은 후 3년 동안 지속적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것에 대하여 낙서하듯 작성한 그녀의 핸드폰 메모장에 그 이유가 있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물질적, 경제적 보상으로는 절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 즉,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아빠의 과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등 과로 죽음 이후의 가족해체 문제 등에 대해 늘 고민이었던 혜원 씨는 스스로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싶었던 것이었다. 산재승인 된 이후 3년 동안 혜원 씨는 사회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2. 무거운 짐덩어리 덜어놓을 수 있는 ‘유가족모임’

그렇다면 이러한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들의 ‘짐덩어리’를 덜어낼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유가족모임’이다. 일본에는 현재 약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존재한다. 공식명칭은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회(全国過労死を考える家族の会)’이다. 1981년 7월 오사카에서 과로사·과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노동조합, 유족, 변호사, 의료관계자 등 55명이 참가하여 ‘급성사등’ 산재인정연락회(急性死等労災認定連絡会)가 처음결성되었다. 이후 1988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협의회(過労死弁護団全国連絡協議会)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이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초창기에는 나고야, 도쿄, 교토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9년 각 지역 모임의 제안을 계기로 1991년 11월22일 근로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을 앞두고 전국 조직인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이라는 유족모임이 결성되었다. 

일본의 유족모임을 연구해본 결과 다음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었다. 

일상적인 연락 및 공동양육, 1박2일 캠핑: 유족모임을 통한 심리적 지원

지역별 유족모임 지부가 있으며 친구 혹은 가족에게 연락하듯 서로 간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도모한다. 나아가 공동양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다 함께 낚시, 스키 캠핑을 가기도한다. 아빠 혹은 엄마가 존재하지 않을 때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가족들은 소중한 가족의 과로사, 과로 자살이라는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유대감과 일치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 및 지지를 얻게 된다. 분명한 점은 다른 유족과는 달리 과로사, 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이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1박2일 학습회: 유족모임을 통한 지식획득

일본의 유가족모임은 1년에 한 번 1박2일 학습회를 진행한다. 전국의 유가족, 연구자, 기자, 변호사, 의사, 심리상담가, 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1박일 함께 숙박하며 과로 죽음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유족들은 같은 일을 경험한 타인으로서 다른 유족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학습회에서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앞으로의 대응원칙과 구체적인 대응 방향, 목표 지점을 공유하게 된다. 즉 과로 죽음에 대한 체화된 지식을 유족 간에 공유하는 한편, 경험적인 원칙을 스스로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로죽음에 대한 승소율 등도 높아지게 되며 설사 패소하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로사방지법제정: 유족모임을 통한 법·제도 개선

일본에서는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로사 방지법)(過労死等防止対策推進法)이 제정되었다. 이는 일본의 과로사 유족회가 해낸 일이다. 과로사방지법은 노동 관련 입법 중 유일하게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요청된 것으로 국회의원의 100% 찬성을 받아야만 제정이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에 일본 유가족모임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집중적으로 연 3회 집회를 여는 등 의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 특히 일본유족모임 대표 테라니시 씨를 중심으로 의원실에 직접 찾아다니며 과로사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물론 법적 근거 등을 설명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 교수진 등과 함께 했지만, 진정한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실태 설명, 산재 신청의 어려움, 인정받기의 어려움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볼수 있는 유족만이 할 수 있는바 유족회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의원들은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심각성을 인식, 100% 찬성을 받아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이뤄냈다.

유족들은 과로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의 당사자로 조직화하는 전후 과정에서 의식의 전환을 맞이 한다. 개인화된 유가족들은 개인화되었을 때보다 집단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겪은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고, 함께 법, 제도 등의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 법, 제도 개선이 된다면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화하여 나타날 수있다는 이점이 있다.

3. 한국 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2017년 7월, 한국에서도 첫 번째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있었고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매달 함께 모여 예술치료를 통해 심리치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로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지난 가을엔 다 함께 손잡고 단풍구경을 갔다 왔다. 모임 날에는 늘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모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족들 간의 관계도 깊어져 이젠, 모임에서 보이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안부를 걱정하기도 한다. 올 해엔 다 함께 힘을 합쳐 스토리펀딩도 준비 중이다. 과로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활발히 활동하자며 서로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일본 유가족모임과의 교류도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한국의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과로 죽음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덜어내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연구리포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 2018.04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작년 12월 13일에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한국공항(주) 소속 고 이기하 노동자(만 49세)가 장시간 노동으로 일터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2월 30일에는 한국공항(주)의 기내청소 외주위탁업체인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월 18일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고 여객과 화물 수요도 앞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이러한 노동실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항공산업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공항 시설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되어서 정규직 인력을 적절하게 충원하지 않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속에 상관없이 비행기의 안전한 운행과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민간부문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본 페이퍼는 한국공항(주) 소속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실태와 한국공항(주)의 경영 분석을 바탕으로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2.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늘어나지만 정규직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 확대 

항공기 지상조업은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도착과 출발을 위해 필요한 급유, 화물상하역, 정비, 견인·유도, 기내청소,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항공기 지상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벌 대기업이 출자해서 설립한 자회사가 대부분 담당하고있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지상조업을 수행한 항공편수로 업무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2016년에 184,303편 수로 2010년 대비 40,956편 수(28.5%)가 증가했다. 항공편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무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저가항공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형비행기의 경우, 전부 수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외여행 증가는 물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등으로 한국공항(주)의 사업 부문은 2017년 이후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주)의 현업 정규직 인원은 2010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현재 인력은 2,973명인데 2010년 인력 규모인 2,913명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력 구성을 보면 관리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고 현업직의 변화가 다소 심한 편이다. 그런데 현업직도 기간제와 정규직으로 나눠보면 정규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었다. 2014년과 2015년 등에서 현업직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업직 정규직은 2010년에 2,144명에서 2017년 9월에 2,229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관리직은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업직 기간제 인력의 변화가 한국공항(주) 총인원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공항(주)은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 객실 기내 등의 청소, 세탁, 시설경비, 화물창고 업무, 항공유 수송, 항공기 정비, 기내 판매 등의 업무를 20개 업체들에 외주하청을 주고 있다. 2017년 현재 고용형태 공시제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공항(주)의 외주위탁(간접고용) 노동자는 2,794명으로 나와 있다. 2017년 9월 현재 한국공항의 정규직이 2,955명이므로 정규직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94.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한국공항(주)은 2010년에 3,637억 원이었던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2016년에는 4,421억 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감률의 차이는 있지만, 영업이익도 2013년을 제외하고는 백억 원대를 넘고있다. 2016년에는 무려 249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7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은 대폭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인력운영을 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3. 한국공항(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

현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1) 1일 8시간을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2) 근무와 근무 다음의 휴게시간 부족 3) 주 내지 월 단위 근무시간(일수) 과도 4) 근무 중 휴게시간이나 장소 부족 등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우선 고 이기하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1일 12시간 이상 근무한 날들을 산정해보면 9월에는 9일, 10월에 7일, 11월에 7일 등이었다. 고 이기하 노동자가 속한 램프 여객팀뿐만 아니라 한국공항(주)의 타 현업직도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1일 근무시간이 많으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의 연속 휴게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 이기하 노동자들도 이러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었다. 10시간 연속휴게를 보장받지 못한 날이 9월에는 6일이나 되었다. 9월 2일에는 퇴근이 밤 9시 24분이었는데 출근은 다음 날 6시 32분이었다. 근무와 근무 사이의 휴게시간이 9시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접근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걸리므로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을 제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도 되지않았다.

1일 노동시간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항공정비부서 노동자들의 근무표를 보면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은 45.5시간(2,73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은 총 1,200분으로 20시간이었다. 주당 총 근로시간은 65.5시간에 달했다. 그다음 주도 비슷한데 정상근무시간이 44.5시간(2,67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도 11.5시간(690분)으로 총 56시간에 달했다. 램프 화물소속의 노동자도 11월 7일~13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이 52.3시간(3,142분), 연장이 7.3시간(440분)으로 총 54.1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도 각각 52.3시간(3,143분)과 5.8시간(350분)으로 총 58.1시간이었다. 특히 램프 화물소속 노동자는 주 6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때때로 주5일근무도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공항(주) 현업 정규직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항공기 지상조업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 이기하 조합원이 조업장으로 근무한 램프 여객 93조의 9월 9일 작업 현황을 보면 1개 조에 5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상조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 조에 6인이 편성되어야 함에도 5인이 근무하도록 작업지시가 짜여 진 것이었다.

외주위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상당히 열악하다. 2018년 1월 2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이케이맨파워(주)소속 노동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4시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7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항공기가 연착되면 계속 기다리면서 근무시간도 늘어나게 되며 공항의 특성상, 휴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공항(주)은 외주위탁업체에 20~30분 안에 항공기 청소를 끝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작업이 늦어지면 한국공항(주)이 회사에 페널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서 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모든 청소를 끝내야 하며, 일이 끝나면 바로 대기 중에 다른 항공기에 투입된다. 이러한 작업환경이다 보니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4%가 근골격계질환(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외주위탁 업체에서 자주 야기되는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금을 인상하는 조삼모사식의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식사나 생리현상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휴게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재사고 은폐도 지적되고 있다.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청소노동자 6명은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구토 증상과 함께 쓰러졌다. 대양주(호주, 뉴질랜드 등)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의무적으로 운항 전에 비행기 실내와 화물구역에 대한 전체소독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소독 이후에 충분한 시간(3~5시간) 동안 환기를 하고 객실 청소 등의 조업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원청의 요구로 빨리 청소를 해야 하고 소독업체에서도 20분만 환기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여 충분한 환기 시간 없이(또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객실 청소가 진행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8월에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직원 6인이 환기가 충분하게 되지 않은 비행기에 청소작업을 들어갔다가 혼절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4. 개선방향 : 재벌 대기업 모회사-자회사 원하청 관계 개선과 사업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충원과 직영화 필요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공항(주)이 사업매출 규모에 맞게 적절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야하고 외주위탁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인력운영이 지속된다면 한국공항(주)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항공 등의 대기업 모회사들이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고 자회사의 경영을 압박하지 않아야한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자회사에 지급하는 지상조업 서비스 단가를 계속 깎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윤을 창출하도록 압박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되었음에도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은 늘어난 수요만큼 적절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정부재정이 투자되면서 수혜를 입었지만, 민간 기업은 이윤확보에만 혈안이되어 있는 것이다. 공항 사업 자체도 공공과 민간이 혼재되어 있고 공공부문 성격이 강하므로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정부나 국회 등에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고 이기하 노동자와 같은 산재 사망이 항공기 지상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고 적절한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한다. 아울러 외주위탁 업무의 직영화를 통해서 비정규직들의 노동조건 또한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언론보도]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정부·지자체 현장실사 필수" (전북일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정부·지자체 현장실사 필수"

  • 천경석
  •  승인 2018.03.01 20:47


근로시간 단축안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근로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 개정 취지와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직권조사와 현장실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장근로의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00930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지난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 단축하고, 연장·휴일노동수당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으며,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며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촛불로 탄생한 현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노동자, 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개악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제한 연장노동을 조장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을 유지했다. 지난해 버스 졸음운전사고부터 집배 노동자, 게임개발 노동자, 방송 노동자, 병원 노동자 등 26개 특례업종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되면서 전사회적으로 특례업종 완전 폐지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폐지가 아닌 5종으로 ‘축소’하여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은 여전히 무제한 노동이 가능케 됐다. 근무일 종료 후 다음 근무 개시 전까지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이상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특례제도를 유지한 것은 앞으로도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되는 노동자는 이 세상에 없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보호되고, 벗어나야 한다.   

둘째, 마치 주 52시간이 기준처럼 다뤄지고 있다. 일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주당 최대 법정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당 법정노동시간은 주40시간이다. 사실상 1일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것 역시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1일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12시간 연장 근무가 당연한 것처럼 얘기 되고, 이것이 혁신적인 노동시간 단축인 것마냥 다뤄지고 있다. 이런 개악안을 두고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진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온 노동자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이다. 

이로서 전면시행 시기인 2021년 7월1일까지는 법정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아니라 주52시간제이며, 동시에 주 68시간 체제가 유지되게 되어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 

셋째, 실제 법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대 법정노동시간 52시간의 적용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받지 못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이미 노동시간 외에도 안전 문제, 고용 문제 등이 취약하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용 범위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계적 시행기간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1일로 정해져 3년 뒤에나 겨우 적용받게 된다. 관공서 공휴일 도입도 역시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에야 시행된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무제한 연장노동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시행일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근로기준법 대상 확대와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 그 어떤 노동자라도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8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부칙에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근로시간제도 확대적용을 논의하게 되어있다. 예외 조항을 두어 주 60시간을 허용하는 법안은 즉시 삭제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그간 노동시간 문제와 관련해 지적됐던 간주노동을 가능케 했던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제58조)와 농업, 수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던 적용의 제외(제63조)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물론 그동안 요구해왔던 관공서 휴일을 일반 사업장에 적용한 것, 연소노동자의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축소한 것 등은 진전된 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악화된 상황에서 이것만을 가지고 다행이라 여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핵심 노동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강행으로 처리된 여러 문제점을 담은 개정안을 우리는 개악안이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금 확인됐다. 현 환노위의 방향과 위치가 여전히 적폐의 대상에 머물고 있음을, 이번 개악안은 헌법적 가치를 심히 훼손할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2018년 2월2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연구소 리포트]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 2017.12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연구를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취임 일성으로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했던 것이 벌써 옛날 일로 느껴진다. 쉽게 진행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후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나 일자리 창출 규모는 기대보다 미미했다. 예상 밖으로 강력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와 적대감은 바라보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 조금은 기대가 남아 있을 때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방안 중, 낡은 교대제를 개선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심야·교대노동이 노동자의 몸과 삶에 다양한 해를 끼치는 것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교대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결합된 낡은 형태로 교대·야간 노동의 유해성을 증폭시켜왔다. 공공·운수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경로로 노동조합이 낡은 교대제 개편을 고민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좋은 일자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그 중 교대제와 노동시간 측면에서 공공·운수부문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교대제 제안을 만드는 것 실제로 교대제가 이렇게 개선됐을 때, 노동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새로 창출될 일자리는 얼마나 되며,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가늠해보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교대제 관련 법제도 개선안도 만들고자 했다.

 

연구 방법

이를 위해 그 동안의 교대제 개선 및 변경 사례를 검토했다.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사례, 포스코와 유한킴벌리 42교대제 사례, 교대제 유형에 따른 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 사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 시범 적용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교대제 변경 과정에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고, 출근 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교대제를 변경하는 42교대의 경우가 그랬다. 출근 일수가 줄어드니 노동자들도 찬성했지만, 하루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특히 심야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제조업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교대제 개편이 노동자보다 사측 주도로 이루어졌고, 교대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목표가 희석되고 말았다.

교대제 관련 국제기준 및 해외 입법례도 살펴봤다. 교대근로 관련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과 권고를 검토하고, 교대근로 관련해 핀란드, 영국, 독일, EU, 터키, 프랑스, 스웨덴 등의 법령을 검토했다. 이들 나라와 국제 협약 및 권고에서는 대부분 야간 노동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체 노동시간 길이 규정 외에 야간 노동시간 길이를 제한하고 있었다. EU 대부분의 나라들은 교대 근무 혹은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연장근무를 금지하는 식이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다음 날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며, 여기에 더해 주휴일 24시간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하여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35시간 이상 휴식이 보장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호주에서는 주간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연간 4주 연차를 보장 받을 때 교대근무자들은 5주간 연차를 보장받는다.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가급적 휴일을 주말과 맞추도록 하라는 ILO 권고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법은 현재 교대근무 관련 원칙이나 세부 내용이 전혀 없다. 교대·야간 노동에 대한 정의도 없고(야간근로 임금 가산을 위한 정의만 있음), 교대근무 시간 규정, 1일 혹은 1주 단위의 연속 휴게시간 보장 관련 내용이 모두 전혀 없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 및 적용 제외 업종의 경우 법적으로 야간노동을 포함하여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상태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서 장시간,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 운전업무 등을 행하는 경우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열거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아니라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연구 결과 (1)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 및 운영 가이드라인

다양한 업종의 교대제 개선 사례와 국제 기준, 해외 법령을 보면서 공공·운수부문에서 교대제를 개선하는 과정, 그리고 교대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의 원칙 중 부분>

(1) 교대제 변경 목표

교대제 변경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이 첫째다.

야간, 교대근무는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대제 변경과정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대제 변경과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아야 한다.

교대제 개편은 인력충원과 함께 진행돼야 하고, 정원에 반영되어야 한다.

(2) 임금 보장과 시민 안전 보장

교대제 변경과정에서 실질 임금 저하가 없어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안정된 일자리는 대시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부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시민 안전 보장의 필수조건이다.

(3) 차별 없는 교대제 개선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

고정된 야간 노동의 용역, 파견, 하청화는 금지한다.

통상근무자와 교대근무자의 노동 조건에 불합리한 격차가 없어야 한다.

(4) 노동자 참여 보장

각 사업장 별로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준비 과정에서부터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교대제 변화와 연관된 임금, 인력, 업무 재분배 등 제반 문제 역시 노동자 참여 하에 논의·결정돼야 한다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운영의 원칙 중 부분>

(1) 야간 노동

야간노동을 하는 횟수를 최소화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야간 전담 근무는 없어야 한다.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 하지 않도록 한다.

(2) 노동시간

24시간 연속 조업하는 사업장의 교대근무는 3교대가 원칙이다.

교대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4시간 연속 교대제를 운영할 경우,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24시간 격일제 노동은 금지한다.

(3) 휴식시간

근무와 근무 사이에는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연속 35시간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바뀌는 경우에는 역일(曆日)24시간(오전 0시에서 오후 12)의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1회 이상 주말에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
(2) 업종별 교대제 개편 인력 및 비용 추계
 

이런 개선과 운영 원칙에 맞추어, 공공운수노조 내 교대제 사업장 몇 군데에 대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대제 개선안을 제안하고, 필요인력 및 비용을 추계해보았다. 추계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에 필요한 인력은 전체 정규인력 충원을 원칙으로 하고, 평균임금이 하락하지 않는 모델을 기본으로 했다. 다만 사회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비용 수준을 고려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변형안도 제시했다.

교대제 개선 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으로 임금하락 규모가 매우 크고,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 실질임금 저하가 없어야 교대제 변경의 목적인 노동자 몸과 삶의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대제 개선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줄어드는 노동시간을 별도의 지원근무나 대근으로 벌충하는 방식은 배제했다.

교대제 개선비용 추계 사업장 중에도 32교대 근무로 연간 2,312시간, 43교대 근무로 연간 2,281시간 근무 중인 경우가 있었다. 이 노동자들의 교대제를 주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고, 24시간 조업하는 업무의 경우 심야노동의 부담을 고려하여 35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 35시간 쉬도록 보장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쉬어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했다.

서로 업무 내용이나 특징이 상당히 다른 6개 사업장을 뽑아 계산해보니, 전체 인원의 13.3%~24.9%까지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다. 다른 말로는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1,765시간~1,825시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규채용으로 인력 충원을 하게 되니 인력 충원비율보다는 인건비 증가폭은 적지만,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개선해봤자 이 사업장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1,800시간인 셈이다.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수준의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본다.

 

연구 평가와 시사점

연구는 흥미롭게 진행됐고, 의미 있는 제안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에 기반해 이후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거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인천공항지역지부(비정규직노조)의 경우 임금이 낮고, 이를 장시간 노동으로 벌충하는 체계여서 우리 연구에서는 노동시간은 줄이고 시간당 임금은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규직화 요구만으로도 무임승차하려는 사람 취급받고 있어 앞으로 논의가 걱정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인간다운 노동시간도 쟁취하길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기업의 경우 임금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해야 한다는 고민이 현장 조합 활동가들에게도 있었다. 일부 기업에서라도 연구 결과에 따라 좀 더 인간적인 교대제 운영, 파격적인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에 대한 소정근무시간 단축(35시간)의 실험이 현실화되고 교대제 개선 전과 후를 비교하는 연구에 다시 한 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시간 에세이] 야간노동, 교대제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2017.6

야간노동, 교대제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김재광 소장



새 정부 들어서 연장과 휴일을 포함한 최대 허용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이는 '법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지침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으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나 실 노동시간의 단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노동시간 관련하여 현 정부의 공약이나 현재의 논의에서 야간노동과 이를 동반한 교대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현 정부의 공약에서는 이른 바 '칼퇴근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교대제 노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교대제는 대부분 야간(오후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 노동법에서는 이를 야간근로라고 지칭함)노동을 포함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간의 양뿐 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점이다. 고용노동부는 교대제를 "근로자가 일정한 기일마다 근무시간이 다른 근무로 바뀌는 근무 상태 혹은 제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상적인 낮 시간(오전7시에서 오후7시 사이) 이외에 이루어지는 노동시간"으로 확장하여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고용노동부의 정의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기업체의 15%, 30인 이상 기업체의 경우 33.6%, 300인 이상 기업체의 46.1%가 교대제를 운영(2013년 현재)하고 있어 노동시간의 양과 질의 문제를 언급하는 데 있어 상당한 고려가 필요한 영역임에 분명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교대제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고사하고, 초과노동시간에 대한 기준과 규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다른 문제를 접근하는데 엄두를 낼 수 없다 점이고, 둘째, 교대제는 고용과 연관되어 있어 이를 개선하려 할 때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셋째, 24시간 돌아가는 생산과 서비스를 한국의 역동성인,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낮에 이루어지는 교대제는 실 노동시간의 단축과 고용 증진에 긍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한데, 오히려 이를 이유로 고용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점이 없지 않아, 이를 논의하기에 한국 사회의 상황이 녹록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필수적인 영역을 제외한 생산과 서비스의 전 분야에서 24시간 노동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이를 근거로 한 야간노동의 폐지를 방향으로 삼아야 하며, 불가피한 야간노동에 대한 최대한 보호와 규제를 새 정부는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도입될 정도로 야간노동은 종사하는 노동자는 수면장애, 위장장애, 우울감, 만성피로, 뇌심혈관 질병의 위험의 중가 암 발생 위험 증가, 안전사고의 위험증가, 가정 및 사회생활의 유대 약화 및 단절 등등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위험을 실질적으로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이에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하루 빨리 노동시간의 양과 질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불가피한 분야의 교대제, 개선의 원칙


<야간노동>

- 가능한 야간노동을 안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다.

-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하지 않도록 한다.

- 고정된 야간노동을 용역, 파견, 하청화하는 것을 금지한다.

- 야간노동 교대조에서 상시 주간노동조로 전환될 때 반드시 휴일(24시간)를 가지도록 한다.

- 40세 이후는 가능한 주간노동으로 전환한다.


<노동시간, 노동 인력>

- 야간노동의 횟수를 최소화한다. 이를 위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한다.

- 야간노동일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휴일을 부여한다.

- 주 단위 노동시간과 최대노동시간을 미리 확정한다.

- 야간노동의 노동 강도를 완화한다.


<교대가 이루어지는 시간>

- 오전 6시 이전이나, 심야에 교대하지 않는다,

- 교대시간에 교통의 편의를 제공한다.

- 교대시간에 안전의 문제를 보장한다.


<야간수면>

- 야간노동이 이루어지는 동안 안정적인 가면(假眠)을 보장한다.   


<교대주기>

- 24시간 격일제(맞교대)를 금지한다.

- 짧은 주기 교대 방식을 선택한다.

- 교대근무와 주간 고정 근무를 일정한 시기를 두고 번갈아 실시한다.

- 정교대(오전-낮근무-밤근무 순) 순서를 지킨다.


<휴식시간>

- 야간노동 시 주간노동 시에 비해 2배 이상, 식사시간을 제외한 1시간 이상의 절대적 휴식시간을 보장한다.

-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된다.


<휴일>

- 교대근무 시, 최소 1일주일에 1일이상의 유급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 월 1회 이상 주말에 유급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사회적 휴일 보장)


< 예측 가능한 일정>

교대 일정은 최대한 간단해야 하고, 예측가능 하여야 한다.


<업무내용과 형태>

야간노동 시 정밀한 작업이나, 안전 위험이 있는 작업은 금지하거나 최소화하여야 한다.


<작업환경>

- 야간노동 시 적절한 조명과 환기, 고립최소화, 적절한 구급시설 등의 요건을 확보한다.

- 야간노동 시 가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임금>

- 주간 노동만으로도 생활임금이 달성되도록 한다.

- 야간노동에 대한 부가 수당은 당연한 것이나, 이를 위한 노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고령, 임산부 등 민감 집단에 대한 배려>

- 임신 중에는 야간노동을 금한다.

- 40세 이후 야간노동을 최소화 한다.

- 심혈관 질환, 위장장애, 수면장애, 간질, 야맹증 등이 있는 경우 야간근무를 금한다.

[노동시간 에세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2017.4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의 초과근로수당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중소기업 등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만일까? 대기업 역시 정면으로 나서진 않지만 같은 심정일 것이다. 더 부정적인 해석은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이 초과근로수당의 인상을 노린 노조의 꼼수라는 견해다. 많은 기업이 초과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수당 지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과적으로 초과근로수당 인상을 통한 임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공공운수노조의 자기희생적 타협안까지 발표되었지만,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늘 그래왔듯이 ‘임금 인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임금 인상 이슈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힘을 잃고 왜소해진다. 이런 현상은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임금인데, 더 높이기는커녕 노동시간까지 줄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나, ‘생산성을 높여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기업은 망하고 말 것’이라는 위협까지 노동시간은 늘 임금의 종속 변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더욱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래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후보들 모두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잠시 살펴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칼퇴근법’이란 이름으로 야근 금지를 통한 정시 퇴근을 보장하고, SNS를 이용한 업무지시 등 돌발노동을 금지하며, 최소 휴식시간과 최대 근로시간, 근로시간 공시제 등을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 주당 노동시간 40시간 완전 정착, 노동시간단축특별위원회 설치와 수퍼우먼방지법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연간근로시간 1,800시간, 포괄임금제와 고정초과근무제 관행 개선, 최소휴식시간, 휴가 저축제, 교대제 개선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연차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기 부모의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로 제한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겠다고 한다. (정책 소개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이 충실한 후보부터 제시한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두드러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리의 긴 노동시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까? 저녁 6시가 되면 칼같이 컴퓨터를 끄고 상사의 카톡 걱정 없이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포괄임금제라는 두루뭉술한 임금 대신 일한 시간만큼 보상받는 임금체계를 누릴 수 있을까? ‘수퍼우먼’이란 말이 사라진, ‘워킹맘’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 생산성과 노동시간을 등치시키는 후진(後進) 자본주의, 인간의 삶에서 노동 이외에 그 어떤 것의 가치 부여에도 인색한 야만(野蠻)의 시대를 끝내고 말 그대로 ‘휴머니즘’,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의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관계없이 대선후보들이 한결 같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는 모습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너무 오래 일해 왔고 많이 지쳤다. 청년 취업 빙하기 사회에서 취업을 위해 몇 년씩 고생한 신입사원들이 정작 입사 후 1년을 못 넘기고 직장을 떠나는 데에는 긴 노동시간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긴 노동시간과 무거운 업무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르고 심각한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게임 산업 노동자의 자살,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의 죽음, IT산업 개발자로 폐질환에 걸려 8년여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산재 판결을 받은 양도수씨의 사례는 언제든 우리사회에서 재발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또 ‘경력단절’ 여성을 돕겠다고 정부가 법까지 만들었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경력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는 지속되고 있으며, 긴 노동시간이야말로 그 핵심이다. ‘당당한 직업인’을 꿈꿨지만, 일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으로 일할 에너지도 정신적 의지도 잃어가는 지친 모습들이 우리사회 ‘워킹맘’의 얼굴이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한국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만큼 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어떤 대답들이 있을까? 쉬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저녁엔 집밥을 해먹기 위해서? 주말엔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 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현실을 넘어 우리의 사고(思考)의 한계를 넘어 상상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想像)의 한 가운데, 구심(求心)에 놓인 인간의 성향을 ‘돌봄(care)'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돌봄’이나 ‘케어’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 ‘범람’해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어떤 노동자를 ‘OO돌보미’라고 부를 때 우리는 쉽게 그(또는 그녀)의 임금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추측한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그(또는 그녀)가 하리라고 짐작한다. ‘케어’라는 말 역시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특수한 숙련(special skill)보다는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에 가깝다. 케어는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 앞에 다른 단어가 붙어 ‘OO케어’라고 해도 그리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기 쉽다.


그러나 여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돌봄이야말로 노동만큼 가치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란 것을 하기 전에, 태아(胎兒)에서부터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 인간의 삶은 돌봄에서 시작해서 돌봄으로 끝난다. 어쩌면 사회는 이런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돌봄이란 활동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의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돌봄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트론토(Tronto)는 “돌봄이란 우리의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하고 보수해 나가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이며 돌봄의 대상은 “우리의 몸과 자아, 환경 등 삶을 지속하는 데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돌봄이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과 같은 특정한 인간 집단이나 시기에 국한된 것이라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과정이자 활동이다. 또 육체적 활동이자 정신적인 활동이고, 의식주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물론 관심과 배려, 친밀감 등 정서적 차원을 포함한다.


트론토 등 돌봄연구자들은 우리는 태어나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 역시 갖는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라고 할 때 여기서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은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으로 독립할 때까지 부모 등 타인에게 의존하며, 노인이 되어 역시 타인의 돌봄을 받는다. 또 성인의 시기에도 아프거나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의식주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간은 혼자서만 살 수 없으며, 먹고 마시고 입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 대부분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한다.


때문에 돌봄연구자를 포함한 여성학자들은 인간사회의 도덕성 원리로 돌봄의 윤리(the ethic of care)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사회관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정의의 윤리(the ethic of justice)였다. 이것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을 기초로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에 기초한 공적 영역의 도덕성 원리다. 그러나 여성학자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분리된 개인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존재라는 것이 여성학적 인간관이다. 이런 돌봄의 윤리는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밀성, 인간관계와 유대, 상호관심, 반응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가치관이다. 


미국의 법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누스바움(Noussbaum)은 돌봄의 윤리를 중심으로 사회의 정의를 다시 구성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돌봄수혜자)이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보는 사람(돌봄제공자)이 타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착취되지 않는 사회를 가리킨다. 지난 역사 동안 인간의 사회에서는 타인을 돌보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려는 욕구가 지닌 보편성을 폄하하고 돌봄을 주변화해 왔다. 돌봄을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따라서 극복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전제하고 사회와 제도를 조직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의 사회가 노동중심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인간 활동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부상했고, '임금노동'이나 '경제활동'이 인간의 지위를 평가하는 최우선적인 규준이 되었다. 그리하여 맞게 된 일 중독 사회에서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과잉 생산 된 상품을 팔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리고 과잉 생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저평가되고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되었다. 그뿐이랴?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빼앗겨 왔다. 총체적인 돌봄의 위기, 돌봄의 공백상황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이 직장에서 쓰러진 후 정부는 뒤늦게 매월 1회 금요일 4시 퇴근을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인가? 아니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빠지는 근무시간을 다른 날에 덧붙이겠단다. 이것은 좋은 제도인가? 돌봄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은 부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적 돌봄은 1일 단위로 이루어지며, 매일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밥을 지어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쉬어야 하는 것은 매일 치러야 하는 재생산 노동이다. 한 달에 한번 몰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평일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퇴근이 늦어지면 돌봄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일하는 부모들은 더 늦어진 퇴근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귀가시간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인가?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동시간에세이]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2016.4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하루 8시간 노동을 부르짖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노동운동 역사의 핵심 주제였고, 현재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정당들도, 심지어 경총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가? 어떤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고 있는가?


여전히 장시간노동, 하지만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2014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은 연 1770시간인데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300시간 가량 많은 2057시간을 기록했다. 멕시코(2327시간), 칠레(2067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독일(1302시간), 네덜란드(1347시간), 프랑스(1387시간)와 비교하면 무려 절반을 더 일한다. 우리가 12개월 일하는 사이, 유럽 노동자는 8개월만 일한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게 길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속도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엔 1년 평균 노동시간이 2512시간이었으니, 14년 동안 500시간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상당히 보편화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지난 대선 때 나왔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주 40시간보다 짧은 노동을 하는 단시간 근무 노동자의 증가 추세로 인해 평균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장시간 근무 노동자의 줄어든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늘어난 단시간 근무 노동자들의 비율도 OECD에서 이야기하는 연평균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처럼 고용이 안정화되어 있고, 사회보장이 잘된 상태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과는 사뭇 다른 단시간 노동자의 확대는 우리가 바라는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연동되는 다음의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닐 수 있다.


노동강도 문제, 노동시간은 줄어들었는데 일을 끝내고 나면 '녹초'

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되는 자동차 대수도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 속도를 높이거나, 줄어든 물량만큼 임금을 줄이려 할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임금이 줄어드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생산량 유지를 선택하게 되고 생산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질 것이다. 노동시간은 줄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힘들게 일해야 한다면 이건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 교대제

야간에 일하면 1시간 적게 일할 수 있거나 하루 적게 일해도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루 24시간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교대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야간노동을 하려는 노동자가 없다면, 야간노동을 하면 높은 임금을 주거나 노동시간을 줄여주어 야간노동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야간노동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의 혼란을 가져와 호르몬 불균형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 심장질환, 위장장애 등을 발생시키며 유방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발암물질과 같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 시간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야간노동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비공식적 노동시간의 연장, 집에서도 일하는 사람 늘어

"오늘 회사에 안 나와도 돼. 그 일만 끝내서 내일 보고해." 

"차라리 하루 10시간 일해서 회사에서 일 끝내고 나머지 시간을 마음 편하게 보내고 싶어요." 

집에 와서도,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도 해야 하는 회사 일 걱정. 쉬고 있을 때도 울리는 카톡, 문자, 이메일.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우리의 휴식 시간. 집에 와서도 끝나지 않은, 회사에 있는 시간만 단축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업무시간 종료 후 상사가 휴대전화 메시지로 황급히 업무지시를 하는 한 통신사의 광고 장면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생소한 개념이 입법 예고돼 화제가 되었다. (출처 : 올레광고 캡쳐)


임금과 연동되어 있는 노동시간 문제, 돈을 벌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현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의제가 만들어지고 노동조합과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막상 이를 가장 반대하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시간제 임금을 받는 대다수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감소가 결국 임금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은 생활 임금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기본급이 매우 낮거나 없는 임금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활임금이 유지되는 구조이다. 생활임금이 위협받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는 이유 (출처 : K전기,I콘트럴스 장시간 노동의 주요원인 조사 결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2015)


인력확보가 먼저다,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는 노동자

운전노동자는 이들의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대부분 나라에서 법적으로 장시간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유럽, ILO, 일본 등 하루 9시간 이상 운전금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운전시간을 제한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경기도 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7시간씩 운전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루를 쉬고, 그 다음 날 또 하루 17시간을 운전한다.

만약 이 회사 차량이 30대라면 이런 방식의 교대를 하려면 최소 60명의 운전노동자가 필요하다(아무도 개인 경조사가 없어야 하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50명 정도만 고용한다. 그러면 휴일 없이 3일 연속 17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10명의 노동자를, 실제로는 20명 정도의 노동자를 더 뽑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버스는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많은 운전기사를 채용해서 하루에 9시간씩만 운전한다. 경기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우리는 3일 연속 하루 3시간만 자며 17시간씩 운전하고 있는 운전노동자들의 버스를 타고 있다. 인력확보가 없는 노동시간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아니,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


노동시간단축은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는 여러 복잡한 고려 요인들이 얽혀 있어서 이것만을 주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정책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임금구조, 퇴근 후 문화, 작업현장의 노동 구조,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체계, 소비와 생산 그리고 고용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성장논리에 대한 반성과 대안, 교육과 복지의 사회적 책임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연동되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드는 곳들이 있다. 기본소득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정의당은 연봉 3천만 원 보장, 노동당은 월 30만원 기본소득 보장), 교육, 복지의 확장을 노동시간 단축과 연동하여 설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사람들이다. 좀 더 나아가면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임금삭감도 없고(혹은 조금 벌어도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교대·야간 근무도 안 하고, 노동시간을 줄일 만큼 인력도 충분하고, 집에서는 진짜 푹 쉴 수 있고,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만큼의 일을 하는, 그러면서도 짧은 시간 일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일터> 통권 147호 / 2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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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 안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6 안전? 얼마면 살 수 있는데?

28 산업안전 없는 국가의 안전계획이 시사하는 점

30 지역주민의 요구로 만들어진 양산지역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의 의미

32 세월호 참사를 인권으로 말하다

34 [부록]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 선언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노조파괴가 또 사람을 죽였다


8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정신건강문제, 묵묵히 참으면 언제가 터진다!


10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몸과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기


12 [현장의 목소리]

그녀가 강의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에 있는 이유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오늘 뭐 먹지?"말고 "오늘 뭐 먹이지" 고민하는 이들


20 [연구소 리포트]

직업에 따른 사망의 불평등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우리 사업장이 변할까요?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위험 상황을 인재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1)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48 [문화읽기]

'뽑기'가 고단해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하이브리드카 개발지연에 자책하던 현대차 연구원의 자살


52 [일터 다시 보기]

여성이라는 곤란함


54 [이러쿵저러쿵]

꿈을 일구는 공감의원에 출근하다


[연구 리포트]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6.3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

 

한노보연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 자문단팀

 


민주노총은 2015년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과거 활동을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전 조직적으로 힘 있게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에서 집행한 설문조사, 산하조직 현황, 전략위의 자문단 보고서를 총괄하여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연구소는 전략위 자문단에 유일하게 팀으로 결합하면서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해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근거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필요성을 제출하였다. 그 의미를 <연구소 리포트>를 통해 일터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주노총의 노동시간 단축투쟁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부터 2003년까지 지속해서 40시간제도입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은 민주노총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총연맹의 지위를 가지고 전개한 유일한 투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1997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했. 1998년엔 법정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노사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때 당시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노동악법을 수용하면서 노동자 민중로부터 질타를 면하기 어려웠던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본과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였기에 노사정 위원회 산하에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노자 간 극명한 의견 차이로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나 20005월 민주노총은 40시간 노동5일제프레임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논의를 선도했다. 언론들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담론을 주5일제를 통한 삶의 질 문제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20023월 행정기관의 주5일제 시범시행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금융노조 (은행)에서 주5일제를 합의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여론 및 요구가 확대 되었다. 민주노총은 5월 파업의 주요 요구로 주5일 제 시행을 내결었고 금융, 공기업 등으로 주5일제가 확대되었다. 제조업의 주요 사업장은 단협을 통해 주5일 혹은 주40시간을 도입했다. 20115인 이상 사업장의 주 40시간 적용을 끝으로 주40시간 노동 은 안착하였다.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여전히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00시간 이내로 좀처럼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이후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성과 독자화, 단시간 노동자 확대 정책,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투쟁으로 돌파했다기보다 정리해고 등 노동 유연화를 내주고 얻었다거나, 자본의 필요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는 비판과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995년 출범부터 끊임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현장에선 투쟁을 통한 단체협약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점 역시 주목해야한다. 그래서 현재에도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숙명적인 과제임은 분명하다.


건강권을 중심으로 본 주간연속 2교대제 평가

1998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경험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위기로 인해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했다. 그러다 2003년 골병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더해진 노동강도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골병으로 아프다는 점을 깨닫고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이 노동 운동의 중심과제로써 위치 지워졌고,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와 노동 강도를 연결하여 노동과 자본의 생산지점의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2005년엔 H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합의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장시간 심야노동의 벽이 허물어졌다. 심야노동은 노동자들의 몸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우울증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했다.

20157월 현재 30여 곳의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심야노동 철폐,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이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웠던 3무원칙(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고용불안 없는)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진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분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 특근 근무 비중을 높이고 자본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완성차에서부터 기형적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사로 내려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다.

 

현장 투쟁의 바람직한 사례 D사업장을 중심으로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 직장폐쇄 위협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비롯해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을 강화해왔던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사 D사업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가는 과정에서 3무원칙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했다. D사업장 또한 처음 교대제 변경을 논의했을 당시엔 지긋지긋한 야간노동을 끝내고 싶은 조합원들의 요구는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을 감내하는 것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과거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부터 이어져왔던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투쟁의 기풍과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노동조합 집행부의 사업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필요와 요구를 담는 현장 투쟁 의제가 되었다.

2010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D사업장 조합원들은 근골, 직무스트레스, 수면 등 건강상태 전반이 좋아졌으며, 이전 심야교대 노동시절엔 엄두도 못했던 운동 동호회 활동을 물론 가사 노동에도 참여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한 사례는 2014년 충남의 자동차 부품사 K사업장으로 확산되었다.

K사업장은 D사업장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3무원칙을 실현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했다. 두 사업장의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노동자 건강권, 노동시간 단축을 의제로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현장 투쟁을 통해 현장의 권력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힘이 2014D자본의 직장폐쇄, 2015K자본의 노조파괴를 막아내면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이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D사업장 노동자들 (출처 : 미디어충청)


노동시간 투쟁의 중요성과 가능성 

오늘날 모두가 민주노조 운동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 각자가 생각하는 위기의 핵심은 다르므로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는 참여의 감소를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으로 인지했다. 활동가와 조합원 양자 모두의 활발한 참여를 자랑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언젠가부터 주체들의 참여가 없는 노동운동으로 변화했다. 물론, 세계 경제 불황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등 외부 요인과 어찌되었건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의 감소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라는 진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합원의 수 증가가 곧 노동운동의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IMF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노선 변화 등으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조합원과 활동가의 경계는 더욱 세워지고 활동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자, 조합원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위한 노동조합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나, 그러한 노력이 교육과 선전에 대한 강조로 국한되었다. 조합원들의 직접 행동과 일상적 실천을 동기 부여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지도부의 정책에 대한 동의와 승인을 구하는 것에 그친 한계를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혁신의 핵심은, 더 많은 노동 운동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실천에 주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조직할 활동가가 양성되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우리는 현장 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의 결합, 즉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이 노동운동이 직면한 문제의 만병통치약이거나 조합원들이 노동시간을 의제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기만 하면 위기가 극복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노동과 자본의 권력 격차가 극심하고 신자유주의 논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영향력을 얻는 지금 임금’ ‘고용을 우회하여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제인 노동시간에 주목 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투쟁이 그 자체로 더 중요하다거나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라 주장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조직/미조직 노동자 모두를 포괄하고 각 산별 사안을 관통하는 의제를 만들어 냄으로써 총 노동이 존재하는 전선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노동자가 행동하면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목표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시간 투쟁이 민주노총 혁신에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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