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도돌이표만 반복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 2019.01

도돌이표만 반복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조은혜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 회원) 


지난해 7월 1일부터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도로 봤다. 따라서  그동안 1주일에 휴일을 2일로 지정하여 주 52시간(연장근로 포함) 외에 휴일근로를 별도로 노동자에게 지시해왔던 사업장의 경우,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무조건 1주 52시간(휴일, 연장 포함)의 노동시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 근로기준법 제59조의 특례업종들도 이번 개정안에서 대거 제외되었다. 그래서 휴식시간과 노동시간을 자의적으로 운영했던 과거와 달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2019년 7월부터는 1주 52시간의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최근 유명드라마들이 장시간 근로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 또한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면서 더욱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이 발표되자 뉴스 등 언론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들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희망이 너무 섣불렀던 걸까? 시행일인 7월 1일을 열흘가량 앞두고 정부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건의한 경총의 요구를 수용하여 지난해 연말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시행하였고, 시정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였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근로기준법에 있지만 주목받지 않았던 유연근로시간제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기 시작했다. 마치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지만, 이 방식을 활용하면 예전과 같이 노동을 시킬 수 있다고 안내해주는 듯 했다.

유연근로시간제에서도 현재 가장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탄력근로제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내에 그 평균 시간은 법정 시간한도 내로 맞추되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은 주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업종, 업무 특성상 일정 기간에 업무가 가중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 운수업, 전기·가스 등 물량이나 소비량의 변동으로 일정 기간에 근무량이 많아지는 경우라면 2주 또는 3개월 단위 내에서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있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 혹은 1년으로 기간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탄력근로제에서도 3개월 단위로 하는 경우 연속 6주 동안 주 64시간의 노동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를 6개월 단위로 확대하게 되면 1주 64시간의 노동을 연속 13주 동안 할 수 있고, 1년으로 하면 연속 26주 동안 할 수 있게 된다.

단위 기간 확대는 사실상 주 52시간제 시행의 의미가 상실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계도기간으로 정한 6개월이 지나는 시점인 작년 연말에 다시 올해 3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였다. 현재 국회는 2월안에 탄력근로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사실상 탄력근로제 관련 입법을 염두에 두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합법적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연속적으로 더 길게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의미를 무시하는 개악에 불과하다.

사실 노동시간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도 지난해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도보다 820원이 올랐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은 중소 영세 상인을 망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몰려야 했다. 그러고 나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개악이 이루어졌다. 또 내달 중으로 최저임금의 결정구조에 대한 개편이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이 개편이 어떤 풍파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최저수준의 금액을 정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이 곧 노동자의 임금수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감소하게 되는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법 개정을 통해 그 인상속도를 저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에서 벗어나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함께 연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은 생활임금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정부는 지난해 그 발걸음을 힘차게 시작하는 듯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도돌이표를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돌파하지 않으면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의 문제를 개선할 기회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해 더 지체하지 말고 완전한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내] 2019년 개정된 노동안전보건제도 강연회 (부산)


"2019년 개정된 노동안전보건제도 강연회"

매일 5~6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사고로, 직업병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는 한국사회, 노동자 건강권 현실은 처참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노동안전보건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투쟁이 함께 해야 노동자 건강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제도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장소: 민주노총 부산본부 4층 대회의실 

- 참가비: 1만원 (2강좌)

- 문의: 010-6333-4395


강좌1.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해 

- 일시: 2019년 1월 23일(수) 19시30분

- 강사: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강좌2. 2019년 달라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 일시: 2019년 1월 30일(수) 19시30분

- 강사: 조애진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 근로기준법 59조 개정 및 탄력근로시간제를 둘러싼 현장 간담회 

- 일정: 2019년 3월 14일(목), 3월 28일(목) 예정 


주최: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언론보도] 어떤 경영자 눈으로 본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위험의 외주화 (매일노동뉴스)

어떤 경영자 눈으로 본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위험의 외주화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12.27 08:00







올 한 해 노동계 최고 관심사는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그리고 최근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시 점화된 위험의 외주화 방지일 것이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과로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또한 이것들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이미 상당수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표준임금’이 돼 버린 현실을, 그동안 휴일 16시간의 초과노동을 주당 근무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고용노동부의 꼼수를,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간 위험의 외주화를 바로잡기 위한, 즉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865

[언론보도] 돈 많이 주는 금융권?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오마이뉴스)

돈 많이 주는 금융권?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⑤] 금융업

18.12.18 18:02l최종 업데이트 18.12.18 18:02l



금융업, 그 중에서도 증권업은 노동시간 논의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 영업실적에 따른 급여 변동성이 커, 성과 압박 스트레스가 매우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퇴근 시간 이후 '자발적인' 영업시간이 매우 긴 업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게다가 모바일 시장 확대, '증권 거래 수수료 평생 제로'를 광고하는 대형 회사들의 공격적 마케팅, 지점 통폐합 등 시장의 변화도 빠르게 계속되고 있어, 노동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한 현장이기도 했다.

http://omn.kr/1f5t0

<일터> 통권 178호 / 2018.12



[특집] 탄력근로제라 쓰고 고무줄 노동시간제로 읽는다

1.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2.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3.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4.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지금 지역에서는]

부산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 개최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 개정안에 주는 메시지②

[안전과 건강 칼럼]

이상기후로 인한 노동자 건강장해예방 종합대책 필요하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고공의 노동자, 타워크레인 기사를 아십니까

[사진으로 보는 세상]

[현장의 목소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반올림 11년의 싸움 일단락 짓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케이블TV 설치 기사의 손목 부위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 건강상식]

건강검진 이야기(1) 

[문화읽기]

우리는 죄는 중대하다

[발칙 건강한 책방]

부자 동네는 장내 세균도 다르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마블 히어로와 마블 유니버스, 노동 찾기 

[이러쿵 저러쿵]

보이지 않는 간호사들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특집4.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 공공운수노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인터뷰 / 2018.12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 공공운수노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인터뷰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최근 방송, 영화업계의 과로사 문제가 이슈되었다. 한주에 80시간~100시간 씩 일하는 영화업계 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위태롭다. 몸이 아픈 것은 일상이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다행히 지난해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의 계속된 요구와 투쟁으로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업종에서 영화산업이 제외됐다.

그렇기 때문에 큰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탄력근로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영화업계에는 다시 장시간 노동이 성행하고 있다. 왜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안되는지에 대해 지난 12월 7일 공공운수노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전국영화산업노조 안병호 위원장은 영화업계의 과로사 문제를 돌아보며 탄력근로제 확대를 크게 우려했다

앞뒤가 안 맞는 탄력근로제

"영화 제작에 함께하는 스태프이 모여있는 노동조합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감독 밑에 촬영, 조명, 제작, 미술, 분장팀 스태프이 있거든요. 이분들을 보통 조수 스태프이라고 하는데 우리 노동조합은 스태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어요. 앞으로도 영화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하려고 하고요."

주요한 노동조합 활동

"노동조합이 투자사, 제작사, 정부와 함께 논의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일하도록 했어요. 무조건 강제할 수 없기는 한데 이제는 대부분 투자가, 제작사들이 영화를 만들 때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소한 법은 지키면서 하려고 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태프들은 계약서는커녕 개별로 용역 계약을 맺고 영화 촬영이 다 끝나도 월급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거든요. 또,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안전교육 등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가장 큰 변화였던 노동시간 특례 폐지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올해 특례 업종에서 제외된 거예요. 올해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59조를 바꿔서 영화 스태프 노동자들이 최대 주 52시간만 일하게 된 거죠. 물론 아직 몇 달 안 돼서 현장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요. 그래도 시스템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가령 영화 제작사들이 촬영 스케줄을 정할 때 스태프들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 4회 차로 맞추고 있어요. 예전에는 새 영화 촬영 들어가면 스태프들은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거든요. 앞으로 6개월 아니 길게는 1년 정도 연락을 아예 못하고 사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퇴근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여가도 즐기게 되었죠. 지금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 영화는 스태프들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한다고 공무원처럼 찍는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어요."

모두에게 같지 못한 변화

"촬영, 조명, 녹음 쪽 스태프들은 A팀 B팀 두 조로 나눠서 촬영하면 되니까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요. 영화 촬영할 때 분장하고 소품 정리하고 하는 스태프들은 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있어요. 가령 전투장면을 촬영한다고 하면 분장팀은 수많은 보조출연자들 분장해야 하고 소품 팀은 장비 챙겨서 준비해야 시간이 있거든요. 촬영을 마치면 분장 지우고, 장비 다시 챙기고 하는 시간이 걸리고요. 미술팀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하루도 못 쉬고 400시간을 일할 때도 있으니까 주 52시간은 너무나 먼 이야기에요."

앞뒤가 안맞는 탄력근로제

"제작사들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인력을 더 늘리거나 촬영 기간, 회차를 늘리는 것 보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만약에 정말이지 제작사들이 주 52시간으로 쭉 해봤는데, 이런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던가 영화 제작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흥행에 실패해서 탄력근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한번 이야기는 해볼 수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주 52시간으로 해보지도 않고 인력을 충원하거나 그러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까 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영화라는 작업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렇게 노동시간을 정해버리면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자고 하는 데 동의하기 힘든 것 같아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탄력근로제

"전 사회적으로 탄력근로제 논의가 되고 있으니까 제작사들도 스태프들하고 근로계약을 할 때 이거 도입할 거니까 알아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이랑 전체 스태프들에게 혹시 탄력근로제를 언급하는 근로계약서나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이야기하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뒷짐지고 구경하는 정부

"정부도 그래요. 영화 스태프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건강에도 문제가 되고 그러니까 특례업종에서 제외해서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나 탄력근로제 도입을 논의해서 제작사들이 스태프들을 주당 80시간까지 일을 시키도록 권장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특집3.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노동시간 단축운동 역사를 통해 본 탄력근로제 / 2018.12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이나래 (노동시간센터) 


본 글은 11월 13일에 발행한 이슈페이퍼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주물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기자말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하는 '탄력근로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제한 노동을 허용했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업종 축소, 연장근로 12시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주 52시간제, 최근엔 초과 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 중앙에 놓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일·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며, 초과 노동시간 가산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는 대상 제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에 탄력근로제 적합 직무를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비수기 등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업종.직무별 특성을 벗어나 사업주의 필요에 의하면 얼마든지 사업장에 도입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시간제의 의의를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업무 생산성 향상 및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일 · 생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자본은 탄력근로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구속해 자율성을 침해한다. 어떻게 노동하느냐, 어떤 노동시간과 휴게.휴식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주간 고정 노동자와 12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생활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필요, 욕구, 선택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의사와 판단, 필요와 무관하게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 동안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미 탄력근로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자기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심야교대, 주말교대, 파트타임 등 다양한 교대제가 대표적 예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자본의 생산 향상을 위한 시간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정해진 최장 3개월 단위 기간 조차 짧다며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단위 기간 확대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 대립은 오래된 첨예한 사안이다. '시간'을 누구의 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노동자에겐 곧 목숨과 삶이었고 자본에겐 이윤 창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쟁취 대상이었다.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피의 역사다.

1884년 미국 방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 실현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일해 주급 7~8달러 임금을 받으며 월 10~15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했고,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인 제1회 메이데이(노동절)가 열렸다. 우리나라도 1920년대부터 메이데이 행사를 치르며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외쳤다.

1953년 도입된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8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퍼졌고 1989년이 되어서야 주 44시간제로 개정됐다. 법정 근로시간 1주 4시간을 단축하는 데 36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 40시간제가 입법화된 것은 2003년이다. 사업장 규모별 적용 제한을 두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된 것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53년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8시간, 1989년 주 44시간, 2004년 1주 40시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 단위 기준으로 요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총 노동시간(주, 달)을 단축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시간 제한이 없다.

주 40시간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하루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연장근로 12시간을 제한하는 주 52시간제로 전환됐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명백한 장시간 노동의 고착화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 하루 노동시간 제한으로 이뤄져야

일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는데, 정작 내 삶은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우린 이미 오랫동안 길게 일해 왔다.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오랫동안 기록해왔으며, 이전에 묻혀 있던 노동자들의 장시간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과로사'라 명명되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페이퍼를 계기로 조사한 노동시간 상한선이 없는 특례 업종의 경우 운수업에서 35%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 달 10일 이상하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특수고용 운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장시간 노동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수 노동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혹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시간 제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삶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느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그것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특집2.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 2018.12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보수 언론들과 자본은 지속해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우려하는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노리는 더 큰 속마음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당 노동밀도 증가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듯하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문제는 양보(?)했으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꼭 도입하라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 먹혀들어 가는 듯하다. 탄력근로시간제가 확대되더라도 노사합의를 전제하므로 확대의 영향은 영세 사업장,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막아내기 위한 민주노총의 파업을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여론은 관성과 타성의 정도가 지나치다.

바쁠 때 일을 좀 더 하고, 일이 없을 때 노동시간을 좀 적게 하자는 것이 나쁜 것인가. 자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과 노동시간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만든다. 육아 문제를 포함한 생활 문제에서는 보다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추가적인 경제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서구의 나라들을 예로 들어 탄력적 근로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우리 상황은 너무 다르다.

적어도 탄력근로 시간제가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해서 생활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저임금구조가 아니어야 하고, 일을 많이 하는 시기에도 하루 노동시간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 탄력적 근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노동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문제를 기업과 사회가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임금수준이 생활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해 연장근무를 통해 생활임금을 유지하려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노동시간을 하면서도 이를 연장근무로 인정받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에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어 수면 부족을 초래할 정도의 노동시간으로 심혈관계질환을 촉발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연장근무의 확대로 아이돌봄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사용해야 하거나 생활의 불규칙성 증가로 사회 활동의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탄력근로시간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 탄력근로 시간제가 확대되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이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정책과도 충돌한다.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미 올해부터 시행되는 과로사의 인정기준은 주당 52시간을 넘어서는 경우 특정 직무스트레스를 하나만 가지고 있더라도 발생한 심혈관계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심혈관계질환 발생의 위험이 1.85배 증가하고, 주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4.23배 위험이 증가함을 보고하였다.¹⁾

심혈관계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내연구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우울 증상이 1.62배 증가함을 보고하기도 하였다.²⁾ 미국 자료를 이용하여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 61%의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³⁾ 독일에서는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사고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함을 보여주었다.⁴⁾

▲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인 경우와 아닌 경우 비교 결과

제4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시간센터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월 9일을 초과하여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들에서 '근무시간이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질문에 2.4배, '귀하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 어떠합니까?' 질문의 경우 1.5배, '내가 하는 일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1.5배, '지난 12개월 동안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은 2.4배, '지난 12개월 동안 전신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은 비율은 1.3배, '지난 12개월 동안 불명증 또는 수면장애'를 겪은 비율은 2.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할 경우 모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장시간 노동, 그리고 이를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탄력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정책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 각주
1) Jeong IC et al. Working Hours and Cardiovascular Disease in Korean Workers: A Case-control Stud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2013
2) Kim I et al.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atology among full-time employees: Results from the four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Scand J Work Environ Health. 2013
3) Dembe et al. The impact of overtime and long work hours on occupational injuries and illnesses: new evidence from the United States. OEM 2005
4)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무줄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이슈페이퍼 2018

특집1.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 2018.12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회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IMF 위기'로 회자되는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젊은 남성들, 그러니까 'IMF 키드'로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역시 종자돈이 있어야 위기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 있어. 우리한테 인생역전은 이럴 때 가진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거거든."
"그래. 곧 또 닥칠 텐데, 알바해서 참 많이도 모아봐라. 쯧쯧"


자신들도 어이가 없는지 낄낄거리며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IMF 위기. 따지고 보면 이상한 말이다. 김영삼 정부시절 경제위기가 있었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뒤집어놓는다. IMF로부터 야기된 위기인지, IMF로 극복된 위기인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때로는 모호한 의미가 복잡한 사건을, 엉킨 실타래를 표현하기도 한다. 단어 혹은 개념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어들 간의 관계이다. IMF 그리고 위기라는 단어가 맺는 관계. 이것은 위기의 자리이동 혹은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위기의 전화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위기는 여전히 한국사회를 떠받치는 불안의 이면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다른 위기 속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위기는 무엇일까?

<국가부도의 날>에서 내가 본 것은 위기의 층위다. 자본의 위기가 곧 노동자의 위기로 전화되는 국면, 자본이 위기를 극복했을 때 노동자의 위기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펼쳐지는 그 순간 말이다.

경제위기라는 이 의도적인 모호한 단어는 이 분열, 삶의 위기가 곧 자본의 위기가 되지 않는 IMF 이후 20년의 현실에 베일을 드리우는 효과적인 이데올로기가 된다. 그럼에도 위기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이 생활세계의 바깥에서 어떤 자본은, 어떤 부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에서 부를 축적하며 황금의 20년을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위기인가이다. 자본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로 간주되지만, 삶의 위기는 자본의 위기가 아닌 시대. 둘 중 하나는 현실이고 둘 중 하나는 기만인 이 기묘한 위기의 시대.

자본의 축적이 개인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금, 우리는 '유연화'라고 부르는 노동의 위기를 지렛대 삼아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자본이 어떻게 지난 20년간 부를 축적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처한 삶의 위기를 어떻게 재료로 삼아왔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은 왜 흔들렸는가?

한때는 영광의 표현으로, 지금은 비난의 표현이 된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논란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제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맞서 보수 언론이 내건 대응은 '자영업자의 눈물'과 '중소 자본의 한숨'이었다.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 관련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언론사들은 이른바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들의 문제를 현장의 목소리를 인용해 앞 다퉈 보도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의 가시적 인상을 무력화하고, 주 40시간인 법정노동시간을 사실상 주 52시간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 기묘한 상황이 펼쳐졌음에도 말이다.

이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소득은 노동자들의 임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소득까지 포함한 자본소득을 의미하고 이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론상으로는 대기업과 상위 1% 혹은 상위 10%의 부의 집중이 사실상 대다수 노동자 대중들의 소득을 약탈한 결과이며, 이러한 부정의한 분배를 다시 바꾸겠다는 것의 부분적 인정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조치와 함께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약탈적 거래, 건물주들의 약탈적 지대 수취의 문제 해결이 우선해야한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약한 지불능력' 원인이 중소기업의 부실함이나,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지난 20년간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부실한 중소기업이나 준비 안 된 자영업자들의 취약함은 지난 20년간 구조화된 거대자본과 중소자본 간 생산력 차이의 결과이며, 이 생산력의 차이는 IMF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강화된 재벌이 "약탈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높아진 지배력의 결과이다. 그 결과 대기업은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부분과 중소기업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나뉘었다(홍장표 2014).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 역시 기업규모 뿐만 아니라 업종과 고용형태에 따라 분할되었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지시하는 태세전환

그러기에 최근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은 매우 중요한 전환처럼 보인다. 이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 노동시간단축의 연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폐기이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진행된 IMF 위기를 노동자 대중의 '삶의 위기'로 정정하려는 시도의 발 빠른 포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기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의 입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표명되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제주영리병원 허용 등과 관련된 입장은 그가 여전히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보수 언론의 초점은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화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일반의 논조는 그 차이가 식별불가능하다. 지난 12월 3일 바른미래당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한 "ITC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라는 정책토론회의 부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저녁있는 삶과 선택근로제를 중심으로'이다.

여기에서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 혹은 "과도한 노동규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의 정당성을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는 IT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법에 대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이 획일적인 법, 제도가 반드시 자본주의의 재생산에 필요한 계기들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가령 기업은 노동력의 사용을 위해 노동력의 재생산 따위는 관심이 없기 마련이기에, 국가는 기업의 무정부적인 경쟁을 제어하며 교육이나 의료 등의 '획일적인' 조치를 취하며 노동력을 재생산해야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이러한 보편성(그들이 "획일적"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로 끌어내리고 있는)의 계급적, 사회적 의미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그런데 경제부총리 장관 후보와 여, 야 모두는 지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에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에 이르러 이러한 법의 보편성을 공격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IMF 위기이후 20년간 시장권력이 국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권력기반을 갖추었으며, 이제 그 시장권력이 국가의 정책과 제정된 법을 얼마나 마음껏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반격이 한 두해의 일이 아님을, 단지 올해의 노동정책을 둘러싼 문제만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삼스러운 것은 단지 '촛불정부'의 실망만은 아닐 터이다.

IMF 위기 이후, 20년 동안 이 위기는 과연 어떤 위기였는지, 누구의 위기였으며, 누군가는 이 위기가 엄청난 기회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얽힌 실타래를 붙잡고, 성급하게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자르지 않고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시도를 우리는 매번 반복했지만 또 다시 반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보수언론이 매순간 꺼내드는 '경제위기'에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자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 노선버스운송업 발제문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19시

- 발제: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_

* 자료 활용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근로기준법개정이후 현장변화_버스.pdf


[안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 사무직 간담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사무직 간담회

- 일시 :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김주열 (현대차투자증권지부 지부장)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건물 특성상 엘레베이터가 없어 이동권 제약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사전 신청은 laborr@jinbo.net 이나 02-324-8633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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