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리포트] 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 2015.2

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주말노동은 노동자를 우울하게 만들까?

 

그 동안 연구소리포트를 통해서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었지만 ‘노동시간과 건강’에 대한 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노동시간 문제로 사용된 항목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또는 교대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노동시간 길이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는 비단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배치될 것인가 뿐 아니라, 1주일 중 어느 때에 배치될 것인지, 배치가 규칙적인지 또는 불규칙적인지, 휴일과 연중의 휴가는 어떻게 주어지는지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비록 주5일제도가 법제화되었지만 주말 노동은 ‘연중무휴’ 사회인 한국에서 아직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연구는 주말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이 있을지, 만약 전체 일하는 시간이 같다면 주말에 일하더라도 정신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시행된 연구이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취업자근로환경조사’의 2011년 자료를 이용하여 전체 50,032명의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29,7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주말노동은 “지난 한 달간 토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와 “지난 한 달간 일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 라는 두 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이용해 지난 한 달간 토요일 또는 일요일 근무가 없었던 집단, 1~4일, 4일 이상인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우울증상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개발한 ‘웰빙지수’ 설문을 이용하였는데 지난 2주간 ‘나는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와 같은 5가지 항목에 대해 ‘항상 그랬다’부터 ‘그런 적 없다’까지 6개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고 총점을 구하도록 되어있다. 다른 연구에서 우울증의 선별점으로 제시한 7점미만인 경우에 우울증상군으로 정의하였다. 우울증상에 영향을 함께 줄 수 있는 성별과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소득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주당 노동시간, 정규직·비정규직, 직업군, 회사규모,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 유무를 보정하였다.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집단을 기준집단으로 하여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에 우울증상을 가지게 될 위험도를 제시하였다.

 

누가 주말노동을 하는가?

 

전체 연구대상 노동자 중 지난 한 달간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는 40.7%, 1~4일은 46%, 5일 이상 주말노동을 한 경우는 13.3%로 약 60%의 노동자가 지난 한달 간 한번 이상의 주말노동을 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고, 월 소득이 250만 원 이상인 경우가 그 이하인 경우보다 주말노동을 하는 비율이 낮았다. 근무시간이 길수록 주말노동 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졌고 교대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결혼상태/학력/월소득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직업특성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주말노동과 우울증상 사이의 관계

 

표 1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위험요인이 있는 해당집단의 결과 즉,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분석 결과, 남성의 경우 주당노동시간 이외의 다양한 직업적, 인구학적 요인을 보정하였을 때 주말노동이 없는 군에 비해 주말노동을 1~4일 하는 군이 1.4배, 주말노동을 5일 이상 하는 군에서 1.6배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각각 1.3배, 1.4배가량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 만약 주당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하게 되면 비차비는 약간씩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표 1. 주말 노동자의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성별

주말노동 여부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1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2

남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

1.43 (1.241.65)

1.36 (1.181.57)

 

주말노동 5일 이상

1.58 (1.301.92)

1.45 (1.191.78)

여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

1.34 (1.131.58)

1.32 (1.121.58)

 

주말노동 5일 이상

1.38 (1.091.74)

1.36 (1.071.73)

* 비차비 1은 성별, 연령, 소득, 정규직/비정규직, 직업, 야간노동 포함 교대제를 보정하였고 비차비 2는 이 항목들에 주당 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함

 

연구결과 살펴보기

 

1) 우리나라의 주말 노동

주말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분석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역시 주말노동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주말노동일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노동시간 단축운동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가 주말노동과 우울증상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득을 3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는 주말노동이 가장 적었고,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중간 그룹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이는 주말노동과 동시에 수행된 장시간 노동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가족안에서의 남녀의 전통적 역할분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주말노동은 우울증상과 관련이 있다. 왜?

본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말노동은 높은 노동강도와 부족한 휴식시간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로서 주말에 일하지만 다른 요일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는 경우보다는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까지 특근을 하는 경우가 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이 고되고 휴식이 부족하면 자연히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고 피로와 건강문제는 우울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두 번째는 주말노동이 일-삶 균형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2004년 주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이 처음 도입된 이래 점차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전체적인 사회의 일주일 사이클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휴식과 재충전, 여가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과 친구 등 여가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사이클이 맞지 않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상을 가져왔을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에서 주당 노동시간을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우울증상 위험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노동강도와 휴식의 부족뿐만이 아닌 일-삶 불균형과 같은 다른 유발 경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주말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말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노동시간 단축운동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 본 연구결과는 국제시간생물학회지 2014년 10월호 (Chronobiol Int. 2014 Oct 7:1-8.)에 실린 내용입니다

[언론보도]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2014.08.18,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94&page=1&category2=203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2)

김보성(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주간연속2교대제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IMF 이후 작업장 정치의 변화, 즉 자본과 노동의 행동 목표와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준수해야하는 규칙이 바뀌었고, 동시에 사고방식은 특정한 합리성에 기반하게 되었다. 


새로운 규칙의 등장 


새로운 규칙의 핵심은 “고용은 유연하다 그리고 고용은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고용인원은 생산물량에 연동된다.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고, 고용 문제에 대해 절대적/상시적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고용을 위해서는 다른 어떠한 것도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시간과 몸에 대한 양보를 통해 최대한의 생산물량을 확보하거나, 또는 자신보다 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비정규직)를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인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최대한의 ‘주체성’ 발휘를 통해 규칙에 잘 적응하여 새로운 게임의 승자가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규칙에 적응하면 할수록, 지금 얻고 있는 성과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종적인 고용안정을 이룰 수는 없다. 그저 불안과 양보의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반복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작업장 정치의 특성 


첫째, 기업은 임금의 유연화·노동시간의 유연화·고용의 유연화를 모두 확보한다. 이제 임금·노동시간·고용은 모두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잔업과 특근을 ‘강요된 초과노동’이 아니라 ‘성취와 보상’으로 변화시킨다. 즉 장시간 노동은 거부하고 투쟁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동의와 욕구의 대상이 된다.


셋째, 위계적 갈등을 수평적 갈등으로 전환시킨다. 이제 물량을 분배하는 회사는 심판이 되고, 물량을 빼앗아가는 동료 노동자들이 적이 된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된다면, 한정된 수의 일자리(물량)를 둘러싸고 경쟁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낳지 않는다. 


넷째, 기업의 발전이 곧 고용안정의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다섯째,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달성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고용과 임금과 노동시간이 유연하다는 규칙을 따르는 한, 즉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생산’이라는 기업의 이해를 충족시키주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다. 언뜻 보기에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기본 규칙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이 점이 새롭게 형성된 작업장 정치를 지속시키는 핵심이다. 이처럼 자본과 노동 모두의 이해가 충족된다는 점을 두고, “노사간의 담합”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의 조정을 양측이 동등한 입장에서 타협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의 이윤과 경영이 전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의 의사 결정에 있어 모든 형태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노동의 대항권력은 오히려 그러한 유연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작업장 정치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며, 장기적인 목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재 획득하고 있는 성과조차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즉 권력의 비대칭 상황은 계속해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순간은 만족스럽기에, 거부한다면 현재마저 보장받지 못하기에, 벗어나려는 용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여섯째,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합리적’인 대안 제시, 즉 기존 질서의 유지를 전제로 그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게 된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가능성


현재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도권은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 그동안 노동운동 진영에서 임금과 고용에 비해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대제 전환이었다.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제도 하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


주간연속2교대제는 심야 노동을 더 이상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공장이 24시간 계속해서 가동되었다면, 일정시간동안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게 된다. 따라서 하루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말만 ‘잔업’일 뿐 사실상 의무적인 노동시간이 매일 추가되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연장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은 한국의 현실에서 특히 더 중요성을 가진다. 일터에서 기업의 권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연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곧 필연적으로/일상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잔업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시간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는 잔업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한다. 


또한 교대제 변화는 작업장 전반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노무 관리의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개별적 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는 집단적 의제는 기업의 통제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확산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하면 동기화되어 있는 부품 사업장으로의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기업의 교대제 전환을 연기하거나 혹은 전환하더라도 기존의 생산물량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전환하게 되면 관련 기업들이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영향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들이 기존의 작업장 정치의 규칙들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기준과 노동자들의 기대 수준을 높인다면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주 40시간제 도입이 노동시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주간연속2교대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의 통제권과 관련되어 있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현실에서는 노동시간의 통제권이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는다.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요구를 위해 격렬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통제권은 기업의 권력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적 범위를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통제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집합적 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은 시간의 개별화·유연화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화·고정화를 통해 노동시간단축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 


월급제 도입 : 기본급 비중 상승


교대제 전환은 임금 체계의 변화를 동반한다. 낮은 시급과 높은 변동급 비중이라는 현재의 임금 체계는 주간연속2교대제에서는 유지될 수가 없다. 잔업·특근의 할증률에 기대어 임금 수준을 유지하던 예전 상황과 달리,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는 그러한 변동급이 기본급에 포함된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고 기본급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교대제 전환을 통해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과 동시에,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해진다. 노동시간의 정상화와 더불어 임금구조의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 법칙은 아니다.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은 했지만 임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임금의 대폭적인 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강도 강화가 없다면 임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생산물량이 줄어든다면, 임금 하락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물량과 임금을 절대적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임금이 대폭 하락한다면 노동자들이 교대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서로 동기부여를 하는 상관관계라는 점이다. 이 둘 모두 물량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기존의 규칙을 거부하며, 이윤을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 기존의 합리성을 거부한다. 


대안적 규칙·원리 제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가 IMF 이후 일터를 지배하던 원리·규칙에 대안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물량 변동에 따른 노동시간/임금/고용의 유연성을 약화시킨다. 

IMF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원리·규칙은 생산량에 따라 노동시간이 변동하고 임금이 정해지며 나아가 고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은 언제나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생활임금 확보나 고용안정과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었고,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그저 생산량이 많기를, 즉 회사가 잘 나가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에서 물량은 더 이상 절대적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제 법정 노동시간을 전제로 생산계획이 세워지고 임금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에 따라 노동시간과 임금은 예상 가능한 것이 되고, 큰 변동이 없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둘째,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약화시킨다. 

IMF 이후, 이윤은 합리성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기업 경쟁력이 노동자들 생존의 최우선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기 시작한다.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비정규직 확산은 노동자들의 ‘동의’를 통해 합리적 원리·규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이윤 앞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삶의 행복, 연대와 단결 같은 가치는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심야노동의 철폐는 가치관·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심야노동의 철폐로 인한 공장 가동 정지는 물량의 ‘신성함’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무슨 방법을 쓰든 정해진 생산량을 맞춰 내는 것이 당연했던 현실에 대해, 그래서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였던 삶에 대해, 노동자들은 비로소 다른 가능성을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위의 두가지 변화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잠재해있는 가장 결정적인 효과이다. 물량을 기준점이 아니라 종속 변수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대신 노동자의 몸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일의 처리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합리성의 등장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 축소, 생활임금 보장, 일자리 창출, 노동강도 완화와 같은 사안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논의 지형을 가지게 된다. 


두원정공 사례를 통해서 본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의의


- 두원정공 사례는 작업장의 시간제도 전변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는 작업장의 시간성에 포박되어 있던 노동자들을 해방시켜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자유 시간을 계획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여가생활과 가족생활이 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결과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자아와 삶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질곡하는 역동을 역시 함께 관찰되었는데, 주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자유시간의 자발적 포기 및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임금’이라는 과거의 시간성으로의 회귀가 이에 해당한다.


- 결론적으로 두원정공은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정착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도정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투쟁의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성에 몸을 맡기고 시간 주권을 포기한 채 다시금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불안한 발을 떼어 앞으로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성찰성(Giddens, 2010)을 바탕으로 시간의 회복을 삶의 회복으로 진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 두원정공 사례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생산직 남성 노동자의 정체성과 노동자 가족 문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그러나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점은 이러한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역동이다. 어렵사리 확보한 자유시간을 추가적 소득을 위한 제2의 임금노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점, 연월차 미사용 사유의 가장 큰 이유가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 특근 통제에 대한 불만과 특근 선호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 등은 조사과정에서 종종 표면에 떠올랐던 조합원들 속의 또 하나의 지향이고 바램이었다. 이러한 역동은 작업장 시간성으로의 자발적 회귀 그리고 일상의 포기를 담보로 한 임금의 보상으로의 투항이라는 점에서 삶의 회복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것은 비단 몇몇 개인들의 선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분석을 요한다.


한국 제조업 생산직에 일반화되어 있는 ‘최소 기본급+시간외 수당’의 임금 구조는 그들로 하여금 돈의 보상이 잃어버린 시간을 대체할 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군대식 통제라는 뿌리 깊은 작업장 문화는 노동자들이 삶의 희생을 당연시 하며 ‘돈 버는 재미’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97년 경제위기와 뒤이은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마음 속 깊이 불안을 새겨 삶의 포기를 대가로 한 고용의 유지와 임금의 보상의 추구를 절대화 하였다. 


이러한 선호와 역동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겪어온 공통된 역사와 집단적 기억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산업 초창기부터 자유 시간, 가족과의 단란한 한 때, 지역 및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모두를 포기하고 일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희생이 크면 클수록 함께 커져 되돌아오는 임금이었다.

[연구소 리포트] 어느 완성차 생산 공장의 교대제 변화 후 삶과 건강의 변화 / 2014.8

어느 완성차 생산 공장의 교대제 변화 후 삶과 건강의 변화


김형렬, 최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1. 연구 배경 : 주간연속 2교대제, 정말 몸과 생활이 나아졌을까?


한국 완성차 생산 공장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실상은 장시간 노동과 그 대가에 따른 임금을 받아가는 ‘생계형 장시간 노동자’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평균 근로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장시간 노동을 해 왔다.


본 연구 대상 사업장 역시 10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특근을 밥 먹듯 하는 전형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7명의 노동자 중 2013년 12월 주·야 맞교대 시절, 2주 근무 중 4일 쉰 사람은 2명뿐이었다.


이러던 회사에서 올해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10시간씩 하던 맞교대가 전반조 8시간(오전 7시~오후 3시 40분), 후반조 9시간 20분(잔업 1시간 20분 포함, 오후 3시 40분~새벽 1시 50분)으로 노동시간이 줄었다. 


주간연속 2교대가 전격 도입되고 3개월 후,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동강도가 증가하지는 않을까? 임금이 줄어들지는 않았을까? 노동자들의 몸과 삶은 정말 나아졌을까? 이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함께 본 연구를 기획했다. 


2.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연구 과정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후 삶과 수면의 질이 좋아졌음은 이미 몇 개 회사에서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소규모라 하더라도 교대제 변화의 영향을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여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매일 생활일지를 직접 적어보기로 했고, 24시간 측정하는 혈압계와 신체활동 측정기기를 활용하여 교대제 변화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측정은 주야 맞교대와 주간연속 2교대 시기 각각 2주간 진행하였다. 먼저 주야맞교대를 하던 2013년 12월, 주간 근무 한 주, 야간 근무 한 주 동안 혈압과 신체활동도를 측정하고 생활일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주간연속 2교대를 3개월가량 겪은 뒤인 2014년 3월, 전반조 한 주, 후반조 한 주 동안 다시 측정을 실시했다. 가장 규모가 큰 조립부서에서 근무하는 7명의 노동자가 연구에 최종 참여하였다. 


3. 주요 연구 결과


1) 다시 찾은 여유와 가족생활


주간연속 2교대로의 변화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증가하였고, 이를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는 조합원이 많았다. 


“저는 훨씬 좋아요. 저 뿐 아니라 사람들도 아무래도 일찍 끝나니까 술도 덜 먹는 것 같고요. 같이 축구하는데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아요.”

“4시 반에 집에 갈 때 어린이집 끝날 시간이니까 둘째 데리고 집으로 가고... 밥을 일찍 먹고 저녁에 애들이랑 놀거나 공부 가르치거나 하는 시간이 늘었죠.”


하지만 새로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등의 적극적 여가 활동은 아직 많지 않아, 새로운 노동자 여가 문화의 형성을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편, 연구에 참여한 조합원들 대부분은 임금이 감소했지만, 이에 대한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는 매달 30만 원 정도 월급이 줄었는데, 이 정도면 바꿀만한 거 같아요. 몸이나 생활이 훨씬 좋아요.”


하지만, 임금 감소가 3~4개월 이상 지속되자 슬슬 특근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안정적인 임금체계 도입이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에 중요한 지점임을 알 수 있었다. 


2) 피로는 감소, 수면 질은 향상


주간연속 2교대 도입 이후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피로 감소, 체감하는 노동강도의 저하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후반조 근무는 이전 야간조에 비해 노동시간이 40분 줄어들었고, 여전히 야간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 감소 효과가 적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여러 조합원들은 그 40분 감소의 차이가 확연하다고 진술했다. 


“야간 때보다 지금 후반조 근무는 실제로는 40분만 줄어들었거든요. 근데 부담감이 훨씬 적고, 몸이 달라요. 다리 아프고 그런 게 훨씬 덜 하고요.”



교대조에 따른 주관적 노동강도 (12; 약간 힘듦)


이런 변화는 생활일지에 표시한 주관적 노동강도 점수에서도 나타났다. 6점(아주 편함)에서 20점(최대로 힘듦)까지 본인이 느끼는 노동강도 점수를 표시하도록 했고, 주간조에 비해 전반조가, 야간조에 비해 후반조가 노동강도가 낮다고 응답해 우려했던 노동강도 증가는 발생하지 않았고 피로도 감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수면의 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결과는 두원정공이나 기아자동차 등 주간연속 2교대 변화 이후 수면의 질을 조사한 다른 사업장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다만 전반조 근무 시작 시각이 이전 주간근무 때보다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아침 근무 시간에 피로와 졸림 증상을 호소하여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교대조에 따른 평균 수면의 질 점수 (낮을수록 좋음)


3) 더 활동적으로 변한 여가시간


주간연속 2교대 변화 후 신체활동량이 늘었다. 그런데 근무시간 중 활동량은 감소한 반면, 여가시간 활동량은 증가해서 총 신체활동량이 늘었다.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근무 시간과 여가시간에 모두 증가했다.

주간연속 2교대 이후 근무 시간 중 시간당 칼로리 소모가 많아진 것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감소, 실질적인 노동강도 강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의 시간당 활동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누워서 TV를 보내며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가사 일을 하거나, 운동이나 등산을 하는 등 더 활동적인 여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취미생활로 헬스장 다니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애들하고 놀고 공부 가르치고, 부인이랑 마트 같이 다니는 정도였는데, 최근에 좀 멀리 이사하면서 차라리 집에 일찍 가버리거든요. 그러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가 시 신체활동의 증가는 심혈관질환, 암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교대조에 따른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


4.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숙제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확인했던 선행 연구들에 비교하여, 본 연구에서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신체활동의 증가, 수면의 질 향상, 피로도 감소 등의 건강의 긍정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자유시간의 증가, 적극적 여가활동의 증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증가 등 삶의 변화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변화의 한계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여전히 후반조 근무가 새벽까지 이어져 야간 노동시간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후반조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면 새벽 3시경 취침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반대로 전반조 아침 출근 시간은 너무 빨라서 전반조 근무 때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 영향 중 수면의 양이나 질, 신체활동량은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혈압 감소 효과는 기대했던 것만큼 뚜렷하지 않았다. 앞으로 대상자 수를 늘려 지속적인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임금감소를 벌충하기 위해 또다시 잔업과 특근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본 연구 사업장인 대기업도 그럴진대,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의 사정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을 함께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사업장 차원의 과제로는 조합원들이 새로 생긴 여가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새로운 노동자 문화를 형성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특집] 3.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 2014.6

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 각계각층 5인에게 ‘노동, 시간’을 묻다 -

 

노동시간센터(준)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자”라는 제목의 게임을 하던 날이 있었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노동시간을 지배하며 일하고 있을까? 노동시간센터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일반 사무직, 프리랜서, 알바생, 전문직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딱 두 가지만 질문해 보았다.

 

Q1. 지금 일을 하면서 노동시간 부문 중 무엇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Q2. 그럼 노동시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길 원하십니까?

○○병원에서 3교대제로 일하는 간호사, 김○○ 씨

 

일하는 시간만 놓고 보면 아주 길지는 않아요. 식사시간 포함해서 8시간 30분에서 9시간이니까. 그런데 일하는 동안 잠시의 짬도 안 난다는 게 정말 힘들어요. 중간에 좀 쉬면서 티타임도 갖고 싶고, 가끔은 하늘도 보면서 일하고 싶은데 일하는 내내 쉴 틈이 없어요. 환자들이 계속 찾으니, 40분 식사시간도 다 못 채우고 밥만 먹고 올라와야 하죠. 저녁 근무 때는 식당 내려갈 틈도 없어 식판이 간호사실로 올라오고, 일하다 먹게 되니까 찬밥이 돼 있죠.


교대 근무라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낮 근무는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해서 오후 4시 안에는 퇴근하는데 퇴근 후에 뭘 배우고 싶어도 낮, 저녁, 밤 3교대 근무스케줄 때문에 규칙적으로 뭘 배우기가 힘들어요. 오후 2시 40분에 출근해서 밤 10시 30분에 퇴근하는 저녁 근무 때는 삶을 포기해야 해요.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나는 노니까요. 그래도 제일 힘든 건 ‘수면 장애’입니다. 밤 근무 때는 낮에 잠을 자 놓아야 하는데 주위가 밝으니까, 자는 듯 마는 듯 3시간 자고 마는 거죠. 낮에 자면 밤에 못 잘까 봐 낮에 안자는 사람도 많아요.


바꾸려면, 그냥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교대근무 자체가 가진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일하는 중에 좀 쉴 수 있고, 휴일을 늘리면 좀 나을 텐데. 그러려면 간호사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뽑아야겠죠.

 

 

○○25시 편의점에서 주말알바를 하는 대학생, 정○○ 씨

 

23살이고요, 대학교 다니면서 주말만 일하고 있어요. 근무시간은 토․일요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예요. 근무 자체에 어려운 점은 없지만, 한 명이 근무하는 업장이다 보니 교대할 사람이 안 오면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힘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첫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면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임금이라고 준 게 생각나네요. ‘3개월’이나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요.


오전 9시부터 근무했으면 좋겠지만 이건 편의점 사장님 사정상 쉽지는 않을 거 같고……. 일단 제시간에 교대자가 왔으면 좋겠고, 교대자가 오지 않더라도 약속된 근무시간이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업장 문 잠가놓고서 라도요.

 

 “편의점 알바의 패기” 출처| http://humorstorage.tistory.com/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송○○ 씨

 

우리 같은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시간 외 노동에 대한 인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법적 규정과 무관하게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지급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거죠. 사무직은 보이지 않게 법정 노동시간을 넘어 시간 외 노동을 하고 있고, 이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 과로사 같은 문제가 많지만, 타 직종만큼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한편 최근 들어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은 아예 노동시간 통계에서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우선은 법정 노동시간 준수가 사무직 노동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회적, 주체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이란 미명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관성이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IT를 통한 업무 시간 외 지시 등을 엄격히 금하는 사회적, 법적 강제 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 박원종

 

공중파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10년 차, 이○○ 씨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방송작가는 대표적인 ‘프리랜서’ 직종입니다. 시간 운영과 업무 운용이 자유롭죠. 쉽게 말해서 아이템과 섭외 대상자가 결정 됐다면(팀 내에서 일하는 방식에 합의된 경우) 집에 가서 일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TV든 라디오든, 메인 작가가 돼야 비로소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합니다. 서브작가나 막내 작가는요? 방송사에서 붙어삽니다. 서브나 막내급이 기혼자라면 어떨까요?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더욱) 얼마 버티기 힘듭니다. 물론 메인이어도 일의 분량까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맡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원고 마감(정규 1시간 분량 프로그램의 경우 A4 20장 안팎)이 있고, 시의성이 중요해서 사실관계나 시점이 틀리지 않도록 늘 뉴스의 추이에 안테나를 맞춰야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원고가 한 번에 완성될 수가 없어, 종일 일에 붙들리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업무 강도나 투입된 시간과 상관없이 작업 결과물, 애초에 계약된 원고료로만 급여가 지급되고 있어요. 게다가 이미 준비된 원고가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되지 않을 경우에도 급여가 (부분적으로도) 처리되지 않습니다. 그날은 똑같이 일하고도 공치는 거죠.

 

아주 소박한 바람 같지만,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장기적인 휴가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휴가(무급)신청을 하면 대타 작가가 무리 없이 일을 해주긴 하지만, 제작팀원은 기존 작가의 부재상황을 몹시 불안해하고 번거로워합니다. 결혼식을 앞둔 작가도 결혼식 전날 밤까지 방송에 매달려야 했죠.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이유겠지만 명확한 근로 계약 없이 고용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계약서상에 휴가를 며칠이라도 공식적으로 보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직 노무사, 유○○ 씨가 바라보는 현행 노동시간의 문제와 개선점

 

현재 근로기준법 체계는 노동시간에 맞춰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임금 수준은 별도로 정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생계비 이상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순응케 만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별 특례제도를 통해 근로시간, 휴게시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아 사용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동의 없는 연장근로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방안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일 노동시간의 단축, 주 30시간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지향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집] 1. 노동시간센터(준)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 2014.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김경근 노동시간센터(준)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 년 내내 일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 노동시간센터는 바로 이러한 위기에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다. ‘배치’의 문제, 즉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비슷했지만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이제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 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우선 임금과 법·제도의 문제, 사회적 규범 등을 원인으로 제시할 수 있다. 저임금에 기본급 비중이 낮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초과 노동에 대한 법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회적 분위기는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긴다.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노동자들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고용이 절대적 과제가 되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기존의 방식은 별다른 힘을 가지지 못했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부러움의 대상이자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작업장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용에 대한 불안과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무기력에서 시작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처럼 IMF 이후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았고 합리성의 기준이 되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가족과 여가의 문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가족이나 여가 그리고 본인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고리이자,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


이번 연재 기획을 통해 장시간 노동, 노동 강도, 심야노동, 여성노동과 가족,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과 같은 노동시간의 여러 측면들을 다룰 것이다. 각각의 사안들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안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간 문제가 어떻게 개인과 가족 그리고 일터를 넘나드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노동시간을 통해 일터의 안과 밖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

[연구 보고서] 2013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목 차

 

. 연구의 목적과 방법

1. 연구의 배경과 목적·····························································7

1.1. 연구의 배경·······························································7

1.2. 연구의 목적·······························································9

 

2. 연구의 방법과 내용····························································10

2.1. 연구의 방법······························································10

2.2. 연구의 내용······························································10

 

3. 연구 사업 경과································································13

 

. 설문조사 분석 결과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인적 특성··················································15

1.1. 설문 참여자 분포·························································15

1.2. 기초 인적 사항 및 생활 습관················································16

1.3. 지회별 기초 인적 사항 및 생활 습관·········································18

1.4. 고용 관련 특성···························································20

 

2. 근무형태와 노동시간···························································23

2.1. 근무형태·································································23

2.2. 노동기간·································································27

2.3. 노동시간·································································30

 

3. 사회 경제적 조건 및 여가생활···················································36

3.1. 임금····································································36

3.2. 생활의 만족도····························································40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46

4.1. 수면 건강································································46

4.2. 사고 위험································································63

4.3. 기타 건강문제····························································67

 

5. 정신적/육체적 소진·····························································70

 

6. 노동강도·····································································75

6.1. 현재 노동강도 상태························································75

6.2.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요구 ················································81

 

7. 교대제 개선 관련 사항··························································84

7.1. 교대근무의 문제점·························································84

7.2. 초과노동을 하는 이유······················································86

7.3. 다른 형태의 교대근무로 개선 시 중요사항·····································88

 

. 요약 및 제언

1. 요약·········································································90

1.1. 근무형태와 노동시간·······················································93

1.2. 사회 경제적 조건 및 여가생활···············································93

1.3.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93

1.4. 정신적/육체적 소진 및 동료의 수············································96

1.5. 노동강도·································································97

1.6. 교대제 관련······························································98

 

2. 제언·········································································99

2.1. 교대제로 인한 건강문제에 대한 대책 수립 및 적극적인 노동환경 개선 ············99

2.2.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최소화···········································101

2.3. 본조, 지부, 지회 차원의 다각적 노력 필요····································103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Tel : 02-324-8633

Fax : 02-324-8632

E-mail : laborr@jinbo.ne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