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이젠 기업을 처벌하자 /2016.8

특집 2.이젠 기업을 처벌하자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②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조선소, 지하철, 건설현장, 에어컨을 수리하는 장소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재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장성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 참사로 시민들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다.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은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서 위험을 양산하고,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은 위험한 업무는 하청에게 넘기고, 안전관리는 대행기관에게 넘기고 있다. 노동현장의 무너진 안전시스템은 노동자를 병들고 죽게 만들었고, 시민도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에 대해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은 최대 수천 만 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최고책임자나 원청 대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통은 기업의 하위직 직원이나 현장관리책임자 정도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지우는데 그치게 된다.


기업 자체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 현행 법체계에서는 기업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개인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기업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선 '법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활동방식이 자체의 조직문화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업에 대한 처벌은 단순히 그 종업원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 책임만을 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업살인법 논의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자 사망을 유발하는 원인과 시민이 겪게 되는 사고의 원인이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또한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최고의 사고예방 방안 중 하나라는 것에 동의했다. 기업의 책임분산 조직구조로 경영책임자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 경영책임자가 처벌될 경우에만 양벌규정으로 기업자체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현행법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넘어서는 법안을 구성하고자 했다. 


법안에서는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수행이나 사업장관리에서 안전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고와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과 다중이용시설 및 다중을 상대로 교육·강연·공연 등을 행하는 장소에서 안전 관리 및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보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범죄"에 대하여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을 처벌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서도 기업처벌법이 적용할 수 있도록 '제조물'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포함하였다.


적용대상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소에 국한 없이) 및 사업장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안전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지역주민, 이용자에게 사상이 발생한 경우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상의 고용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특수고용형태, 도급용역 하청노동자가 재해를 당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뿐만 아니라, 불산가스 누출사고,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를 포함 할 수 있도록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라고 규정하였다


기업처벌의 이론적 근거는 '위험을 방치하는 조직구조 또는 조직문화'에 두었다. 법인처벌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는 양벌규정을 취하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직접 지시하거나, 위반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면서 방치·묵인·조장한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행정상의 제재로 영업정지와 허가 취소 조항이 있고,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처벌 사실을 공표하도록 규정했다. 재해사고를 예방하는데에는 엄중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도 새롭게 포함하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입법청원 운동과 리플렛 및 소책자 발간 등의 활동을 전개해왔다. 비록 19대 국회에서 입법발의를 진행하진 못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알려내는 과정에서 '산재사망과 재난참사는 기업과 정부정책 및 조직의 구조적인 살인행위'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켰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에는 '세월호에서 옥시참사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입법추진의 시작을 알렸다. 국회사업뿐만 아니라, 참사 유가족과의 연대, 산재·재난사고 대응, 살인기업 선정과 언론대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 노동자의 힘을 모아나갈 예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이젠 정말 기업을 처벌하자.



<일터> 통권 151호 / 2016.8



- 차례 -

[특집]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26 20대 국회 기대해도 좋은가?

28 생명안전업무 노동자 정규직화 보장해야

30 이젠 정말 기업을 처벌하자

32 작업중지권 실효화로 중대재해 예방하자

34 인격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36 실 노동시간을 줄이자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노동자는 위험상황을 대피할 권리가 없는가?


8 [포커스]

사드의 전자파 보다 더 위험한 것은?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5


12 [현장의 목소리]

'주님'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15년차 기계장인 지헌 씨 이야기


20 [연구소 리포트]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연구 (2)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귀족노동자?의 실체


44 [시간의 재발견]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들, 그들의 노동시간


48 [문화읽기]

현실은 영화보다 막 간다


50 [발칙X건강한 책방]

고통에는 이름이 필요하다


5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인천국제공항 노동자의 86%가 간접고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54 [이러쿵저러쿵]

나는 왜 큰일에만 분노하는가


56 2016 노동보건연구공모 선정


[공동성명] 안전에 대한 책임전가와 유해위험업무 외주화가 계속되는 한 사고공화국의 오명은 벗을 수 없다!

[성명] 안전에 대한 책임전가와 유해위험업무 외주화가 계속되는 한 사고공화국의 오명은 벗을 수 없다!

 

2014년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분노했고, 4․16 이후 한국사회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진정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세상이 도래하길 기원했다. 하지만 4․16 이후에도 고양종합터미널 창고 화재,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판교 테크노벨리 공연 사고, 오룡호 침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서울지하철 강남역 외주 노동자 사고 등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중대재해의 악몽은 2016년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월 3일 오전 9시경,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81세 여성이 전동차 출입문에 끼인 가방을 빼내려다 스크린도어와 전동차사이에 몸이 끼어 7m 가량 끌려간 뒤 선로에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4명이 메탄올 급성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지난 2월 4일에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한 사고는 시민의 사망으로, 한 사고는 노동자의 실명으로 결과가 나타났지만 두가지 모두 비용절감 논리와 외주화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서울역 승강장 사고와 유사한 사고는 수차례 반복되었다. 2012년 용두역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 사이에 의료용 스쿠터가 끼인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하면서 선로로 승객이 떨어지면서 숨졌다. 2013년에는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2014년에는 이수역에서 82세 여성의 지팡이가 출입문에 끼어 있는 상태로 열차가 출발하면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몸이 낀 채 28m가량 끌려가다 숨졌다. 2015년에는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28살의 하청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반복되는 사고에서는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사고의 원인은 “승무원과 기관사의 과실”, “점검자 부주의, 매뉴얼 불이행”뿐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사고 발생의 위험을 높이는 정부의 규제완화 등에 대한 얘기는 없다. 정부와 철도지하철은 안전보다는 인력감축, 1인 승무, 역사 무인화, 정비 및 점검주기 연장, 외주용역 등의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비용절감과 맞바꾸겠다는 정부와 철도지하철의 기조가 유지되는 한 결코 사고를 줄일 수는 없다. 인력의 문제는 안전의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국내에서 운행되는 지하철은 대부분 1인 승무를 하고 있다. 또한 혼잡도가 높은 한국의 지하철은 역사에도 안전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1인 역무로 운영되는 역사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승강장에서의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안전의 의무는 등한시 하고 안전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3차 협력업체(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고전적 유해물질인 메탄올에 의한 급성 중독 사고는 위험공정과 업무의 외주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2007년 산업안전공단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유해위험 업무(40.8%)’를 꼽았다. 임금이나 노사관계 보다 우선 순위였던 것이다. 제조업 현장의 화학설비부터, 철도, 지하철의 선로 및 차량보수, 모든 건물의 전기, 가스, 냉동설비 등 각종 설비보수 업무가 단순 작업으로 분류되어 무차별적으로 외주화 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은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안 처리 등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파견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파견법 위반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임을 감안해 볼 때, 파견법이 개악되어 파견대상 업무가 늘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반복되는 지하철 사고와 대기업 하청업체 사고의 원인은 ‘안전업무의 외주화’와 ‘안전 관련 인력부족’때문이다. 위험작업 인력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화할 경우 안전 공백을 야기하고, 결국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이미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다. 지하철과 같이 시민들의 안전과 긴밀한 관련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 노동자들의 안전이 지켜져야 시민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다. 이는 공공부문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13년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의 경우도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주변의 시민들까지 27시간 넘게 불산 가스에 노출되었다. 현장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 주변의 시민들의 안전도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가 사고공화국으로 방치되는 근본 원인에 주목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연이은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그 책임자인 서울메트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유해업무를 다단계 하도급으로 외주화하면서, 하청의 노동자 생명과 건강이 침해되는 것을 방관한 삼성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외의 대형사고 이후 수습과 대응 과정, 기업과 정부 상급관리자에 책임을 지우는 과정들이 좋은 사례다. 호주는 안전을 무시하거나 안전관리를 등한시하도록 조장·묵인하는 ‘기업문화’를 중시하여, 그것의 존재 자체를 근거로 하여 기업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기업살인법을 2003년 제정하였다. 우리에게도 안전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기업과 정부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제정이 필요하다.


1. 정부와 철도지하철은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라

1. 안전업무와 유해위험업무 외주화를 금지하고, 대기업 하청 산재사망 근절방안을 이행하라 

1. 산재사망, 재난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2016년 2월 12일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녹색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반올림,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안전사회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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