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2015.07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 신경아 교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주로 여성노동, 신자유주의 사회의 개인화, 노동자 가족의 일- 삶균형, 감정노동,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여성과 일: 일터에서 평등을 찾다>, <시간제 노동과 성평등: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 <감정노동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의 개인화>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나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자본의 폭력적인 인사정책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란 틀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학적·폭력적 노무관리와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다른가?


"'직장 내 괴롭힘'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폭력적인 노무관리는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가해대상과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 전반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조일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전개되는 인사관리, 실적을 쥐어짜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평가체계, CS(고객만족)를 추구하기 위한 과도한 교육 등이 이에 속한다. 이를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종업원 간의 관계, 즉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 모두에서 일어난다.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아닐지라도 개별 상사(관리자)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노동자를 괴롭힐 수 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데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업무상 성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양상을 띨 수 있다.

 

혹은 같은 직급 내, 수평적인 관계의 노동자들끼리 역시 갈등이 생기는데, 여성 직원에게 남성 동료들이 비하적인 언사를 하는 것, 직장 내 성희롱도 여기에 속한다. 혹은 같은 노동자임에도 노조에 가입한 사람을 백안시하며 따돌리는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이 있다. 고객을 직접대면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출되는 괴롭힘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최근 보고서나 논의들을 보면 여러 가지 외국의 사례나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는 것은 학술 진영에서 제기한 개념은 아니다. '성폭력' 사안이 그랬듯이, 현장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적 현상을 '문제화' 하고 이후 처벌기준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흐름 가운데 실태조사와 이론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관련 연구가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영어권에서는 workplace(직장)라는 단어에 bullying(약자 괴롭히기, 따돌림), harassment (괴롭힘, 학대), violence(폭력, 폭행)과 같은 단어를 붙여서 표현한다. 일본은 직장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파 워하라(power harassment)',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성적 괴롭힘은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 임신이 나 출산시기의 노동자를 괴롭히는 모성탄압은 '마타하라 (maternity harassment)'로 나눠 유형화 했다.

 

한국의 노동자 괴롭힘 양태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 전략'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다. 직장 내 괴롭힘의 여러 가지 양태 중에서도 관리자로부터의 괴롭힘 더 나아가 회사의 경영전략으로서 채택한 폭력적인 인사(노무)관리의 성격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사례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사회의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양상들을 보며 주목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노사관계가 안정된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즉, 고객에 의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많아 이 부분이 최근 가장 큰 이슈이다. 노동자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상사가 노동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3자에 대한 것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감정노동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만드는 '감정노동자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보니, 한국에서 만드는 이 메뉴얼이 그 어떤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내용이 많고 앞서 있더라. 유럽 등지에서는 기업이 과도한 감정 억압적 노동이나 CS평가를 노동자에게 마구 부가할 수 없다. '손님은 무조건 왕'으로 대하며 노동자가 고객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이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제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도할 경우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 의견 반영이 잘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세세한 법 규정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일상적인 괴롭힘, 폭력적 노동 통제를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의 맥락을 짚어보면 첫째로 실적관리가 가장 많다. 높은 실적, 시장 우위 선점을 이유로 노동자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골적 구조조정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고 싶으나 자를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업의 전략적 괴롭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 노동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근거 없는 경영전략이다. 엄격하게 근태관리를 하기 위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 정당한 이의제기 창구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의 '통제' 전략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성과를 올리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젠더차별로 나타나는 모성 탄압적 괴롭힘과 성적 괴롭힘 역시 노동자를 퇴출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기업이 공식적인 통제 전략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법정 육아휴직기간을 신청한 여성이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거나,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커피 타는 손님접대는 여성에게 요구되어 일 집중도나 직장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했다는 등의 얘기는 너무 많다."

 

성과를 높이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제고한다는 명목에 서 자행되는 한국 기업들의 엄격한 근태관리 정책이나 저 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실효가 없는 것인가?


"생산성과 이윤의 논리로만 봤을 때도 자본의 이러한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경영·경제학 쪽 이론에서 말하기를, 기업이 성과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노동자를 통제할 때 가장 우수한 노동자가 빠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회사의 억압적인 분위기 안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는 불만이 있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퇴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에서 눈엣가시로 여기며 퇴출시키고자 했던 '능력이 부족하고 실적이 없는' 노동자만 남는 결과를 기업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다.

 

한편 그런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 관료주의에 빠진다고 말한다. 압박에 지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열심히 뭔가를 달성하면 또 더한 성과를 요구받게 되니 위에서 시키는 선 정도만 맞추는 것이 노동자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즉,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 기업들의 행태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자본이 노동을 바라보는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인식('노동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작동하는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및 구조조정 전략이라고 보인다. 작년 말 발표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직무 성과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성과가 낮은 노동자는 해고가 용이하게끔 하는 개악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정책까지 이렇게 되어가고 있으니,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폭력적 경영전략이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노동통제가 상대적으로 더 폭력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타성적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노동자는 계속 통제하고 감시·감독해야 하는 존재이며,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그보다 더 긴 역사 속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위의 문화도 큰 문제이다.

 

반드시 성폭력과 같은 성적 괴롭힘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괴롭힘과 폭력의 양상들은 젠더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일쑤이다. 이 사회의 산업구조와 직무배치가 젠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여성노동자가 훨씬 많이 투입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큰 틀에 존재하고, 특히나 공공기관의 민원담당, 기업의 불만처리 창구·핫라인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자리에 젊은 여성노동자를 배치하는 경향이 짙다. 외국의 경우 특히 불만접수 업무는 전자 우편이나 우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천대,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산업구조와 맞물려 괴롭힘의 가해주체(기업·동료나 직장상사·고객들)들이 여성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약한 노동자에게 훨씬 더 폭력적으로 대한다. 비정규직, 이주여성, 성적소수 노동자에게라면 괴롭힘의 심도가 훨씬 더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혹은 선결과제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은 기업에 의한 경영전략상의 노동통제 측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주요하게 발생한다. 이것이 외국과 다른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우리와는 그 양상부터 다르기에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건 맞지 않다.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를 빌미로 기업 경영전략 차원에서 무개념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것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편 결과중심 자본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틀을 깨기 위한 새로운 성과지표 개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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