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15년차 기계장인 지헌 씨 이야기 /2016.8

15년차 기계장인 지헌 씨 이야기



정경희 선전위원 



지헌 씨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고 자동차 부품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다 기계 가공 일을 배우며 소위 남들이 말하는 공돌이를 선택했다. 몇 차례 회사를 옮기기는 했지만 15년째 같은 일을 하는 지헌 씨는 덩어리에 불과했던 소재를 가공을 해서 이 사회에 필요한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장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

 

저들이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할 무기가 없더라구요

전문대 건축학과 2년제를 다녔어요. 졸업하고 나면 보통 설계실에서 일하는데 건축사무실에서 설계하는 선배들을 보면 3~4년 일해도 월급이 130~140만원으로 박봉이어서 미래가 불확실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진로를 생각하다가 자동차 부품회사 사무직으로 2년 정도 일했는데 회사가 어렵게 되자 감원을 했어요. 이때 보니까 인사처에서 차장, 과장급들에게 전화해서 며칠까지만 나오고 짐싸라고 통보하는 걸 보니 다음엔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느껴졌어요. 동시에 저렇게 안되려면 저들이 마음대로 해고시킬 수 없는 무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같이 일하던 형이 기계 일 배울 사람 좀 알아봐 달라고 해서 선뜻 제가 가겠다고 했죠. 안산 시화 공단에 있는 조그만 회사에 들어가서 사상이나 도장 같은 기초적인 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10년 정도 일을 하고서야 큰 기계를 잡을 수 있었다는 지헌 씨는 공업고등학교나 산업대학원에서 이론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계를 능숙하게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보통 기계는 공고나 산업대학교, 기술교육원에서 배우는 분들은 이론과 실습 위주로 배우지만 현장에서는 일을 하면서 기계를 배워야 하니까 간단한 일부터 시작돼요. 처음 공장에 들어가서 기계로 작업하는 걸 보기 때문에 눈으로 익히는 과정은 초등학생이라고 보면 되고요, 중학교 과정 정도 되면 조그만 기계도 한 번 만져보고 도면 보는 방법, 측정 공구 사용하는 법도 배워요. 지금처럼 큰 기계를 맡는 과정은 대학교 과정이라고 보면 되요. 이쯤되면 도면 해석은 물론이고 어떤 물건을 가져다주면 관리자들은 몰라도 기술자들은 어떻게 만들면 되겠다는 것을 알아채죠. 10년 정도 넘으면 자유자제로 물건을 가공을 할 수 있어요.


아는 지인이 이 일을 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요

육체적으로 더 편한 직장을 포기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일이고, 지금은 숙련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젊은 사람이 이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88올림픽 당시에는 일이 참 많았어요. 그땐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기업 과장만큼 월급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 이후로 인건비가 오르지 않아서 지금은 많이 받는 게 아니에요. 솔직히 기계 일을 다른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진 않네요. 일을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한다면 충분히 급여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공돌이라고 무시했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개선이 돼서 도자기를 빚는 사람처럼 장인으로 인정 받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일을 배우는 기간에 비해 금전적인 대우는 많이 올라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추천은 못하겠네요.”


지헌 씨도 처음 시작할 때 6개월마다 급여를 10만원씩 올려 받았다고 한다. 일이 힘드니 그것이 동기부여가 돼서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초봉을 110만원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올려줬다고 해도 정당한 댓가를 받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처음 들어오면 잔업까지 포함해서 하루 12시간 정도 일을하면 월 160~170 정도 받을 거예요. 작은 회사들이 많은데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먼지도 많고 그라인더 작업하고 나면 팔도떨리고 손도 떨리는데 다른 더 쉬운 일을 해도 그 정도 급여는 받잖아요. 사실 젊은 사람들이 와도 멀리서 일을 바라보기만 하고 가버리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회사는 작고 환경은 더럽고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 보기가 힘들어요.”


지헌 씨가 하는 일은

힘든 일은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 맡아서 하고 젊은이들은 회피한다는 일의 과정이 궁금해졌다. 지헌 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주로 동을 취급하는데 보통 기계가공을 하는 곳에서는 철, 비철, 스테인레스 등의 소재를 사와서 부품이나 물건으로 만들어 철강회사나 반도체 업체에 납품하게 된단다.


주조반에서 동을 녹여서 수냉함이 흐르는 물건의 틀을 만들어요. 수냉함은 물건의 입구와 출구가 있어서 물이 들어가서 물건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주물반에서 물건을 청소해요. 그 다음 쇼트를 한번 쳐요. 쇼트란 작은 쇠구슬 알갱이로 된 곳에 물건을 집어넣고 때려주는 거예요. 가공반으로 내려오면 기계에서 가공을 하게 되는데 주물반에서 물건이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나오지 않거든요. 가공반에서 다듬고 구멍도 내주고 하죠. 용접반에서 물이 새면 안 되니 구멍 난 곳은 용접으로 때워 주죠. 사상반으로 가서 용접으로 지저분해진 곳을 그라인더로 갈고 깨끗하게 다듬죠. 그 다음 물을 담아서 새는 곳이 없는지 수압 테스트를 해요. 이 물건이 제철소에 들어가면 굉장히 높은 고열에 시달려요. 그래서 최대한 자유롭게 많은 물이 흘러줘야 빨리 식을 것 아니에요. 빨리 식지 않으면 열 압력 때문에 물건이 터져버리거든요. 그러면 사람이 다칠 수 있고, 기계가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압 테스트를 해줘야 해요. 주물 작업을 할 때 끓는 철은 아주 천천히 부어야 해요. 빨리 붓게 되면 안에 기공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 열을 받으면 팽창해서 터져 버려요. 마지막으로 주물 상태를 확인해 보죠. 주물의 두께가 잘 나왔는지 기공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출하를 하게 되죠.”


이 작업과정 중 지헌 씨가 일하는 과정은 가공반이다. 프레스나, 밀링, 보링은 소재를 테이블에 고정시켜놓고 기계에 공구를 끼워서 상하좌우로 파주거나 깎아서 모양을 만들어 주는 방법인데 이 중 지헌씨는 보링기를 이용해 동을 가공한다고 한다.


보링이라는 말이 구멍이라는 뜻이잖아요. 보통 구멍을 뚫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목적 기계예요. 선반도 되고 밀링도 되고 테이블 자체가 굴러가요. 그렇기 때문에 상하좌우 범용에서 쓰는 전천후 기계라고 보시면 돼요. 기계를 하다보면 단계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물건의 거친 부분을 다듬는 사상을 하거나 구멍을 파면 까칠까칠한 부분이 살아나는데 이것을 다듬어 주는 면칠을 하게 되죠. 철을 깎으면 마찰이 일어나서 소재도 그렇고 공구도 열을 받아요. 소재의 열을 식히기 위해 물에다 절삭유를 타면 우유처럼 하얗게 변해요. 절삭유는 10:1로 물에 희석해서 쓰기 때문에 오래 쓰는데 가공을 할 때 테핑유는 좀 비싸서 꼭 필요한 경우만 써요.”


앗 뜨거워하면서 털어요. 그러면 빨개요

손이나 다리를 삐거나 다치기도 하고 지헌씨도 물건을 잘못 들어 손가락이 부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 철을 깎을 때 나오는 먼지뿐 아니라 주물반은 먼지가 많아서 저녁에 보면 눈과 입을 빼고는 다 새까맣고, 목이 칼칼하고 마른 느낌이 많이 든다고 한다. 또 천정에서 물건을 나르는 호이스트 등 현장에 위험은 얼마든지 있다고 하는데 가장 흔한 사고는 화상이라고 한다.


흔하게 다치는 것은 화상이에요. 나무 깎을 때 톱밥이 날리듯이 기계로 깎을 때도 날려요. 기계의 회전이 빠르면 빠를수록 멀리 빨리 날아가고 이것이 얼굴에도 달라 붙어요. 그럼 엄청 뜨겁거든요. 앗 뜨거워하면서 털어요. 그러면 빨개요. 화상을 입은 거죠. 심한 경우는 6개월에서 1년까지 가고, 작은 것은 한 달 정도 가요.”


사장님이 기름 묻은 장갑을 빨아 쓰래요. 그러면 포상하겠다고.

지헌 씨 회사는 여느 회사 못지않게 잔업이 많다. 그래서 일이 지겨울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월급을 가져가려면 잔업을 해야 하니 쫓기듯이 일을 하게 된단다. 그래도 월급이 제 때 나오면 다행이다. 요즘 가장 힘든 것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월급이 제때 안 나오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이 제 때 안 나와요. 그나마 현장은 조금 빨리 주는 편이고 관리자들은 더 늦게 줘요. 사장과 임원진들은 법인 차량, 법인 카드 등으로 누리면서 살아왔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 경영진들이 경영관리의 책임을 지고 누리던 것을 내려놔야 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현장을 더 어렵게 만든단 말이에요. 절약차원에서 현장에 30개씩 지급하던 장갑을 스물다섯개로 줄였어요. 장갑에 절삭유나 기름이 묻으면 바꿔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습진이 생기는 것 처럼 피부가 안 좋아지거든요. 장갑 하나에 200원인이고, 일하는 사람이 25명 정도 되요. 그래봤자 한 달에 3만원 아끼는 건데, 그걸 아껴요. 그리고 사장님이 기름 묻은 장갑을 빨아 쓰래요. 그러면 포상하겠다고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만든 물건이 반도체 LCD, 제철소에 들어가서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단다.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을 어디 가서 살 수도 없어서 가족이나 주위 분들이 기계를 잡고 있는 지헌 씨에게 만들어달라고 할 때는 나만이 해 줄 수 있는 거라 뿌듯하단다. 천상 기계장인 지헌 씨. 결혼할 준비도 해 놨고 선을 50번도 넘게 봤지만 아직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는 지헌 씨. 자신의 선택이 잘했다는 것을 확인받는 앞날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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