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쳇바퀴 속에서 병들어가는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오늘 /2016.3

쳇바퀴 속에서 병들어가는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오늘

 


재현 선전위원장

 

작년 1127일 반도체 칩을 가공, 조립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회사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이하 ATK, 서울 성수동)에서 일해 온 이미자 씨가 46세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고 이미자 씨는 18세부터 회사에 입사해 20년 이상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야간·교대 근무를 해왔다. 한편, 고 이미자 씨는 암 투병중에도 금속노조 ATK 지회 노안부장을 맡아 자신의 병과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으며 회사 최초로 산재신청을 준비했었다. 고 이미자 씨의 죽음을 계기로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금속노조 ATK 김선아 지회장을 만났다.

 

ATK는 어떤 회사인가?

1968년 안암 산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현재 서울, 광주, 부평에 공장이 있고 다 해서 노동자가 6,300여 명 된다. 다국적 기업이다 보니 5개국에 12개 공장을 더 두고 있다. 작년에 매출액은 약 13,500억 원으로 최근 들어 매출액이 1조를 계속 넘고 있는 자본력이 있는 회사다. 그런데 회사는 이렇게 매출이 높은데도 2009년에 이미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매년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 반도체 사업장이라고 하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도 그러한가? 

생산 직접인원과 생산 간접인원을 나눠서 봐야 할 것 같은데 생산 직접인원의 경우 40대 중후반 여성이다. 대개 여고 졸업하고 들어와서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직장을 다닌다. 이렇다 보니 기본 근속년수가 20~25년쯤 된다. 저만 해도 여기서 32년 근무했다. 여성이 한 회사를 30년 이상 근무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 말고도 현장에 더러 있다.

 

- 화학물질도 많이 취급하고 야간/교대 노동도 하고 오래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 근속년수가 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동종업체(ASE, 칩팩코리아)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은 아니라 급여 때문은 아닌 것 같고, 회사에서15년 전부터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양육하는데 부담이 덜하고 서울에 공장이 있는 게 큰 것 같다. 무엇보다 생산 직접인원에 비정규직이 없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런데 올해 3월 인천 송도로 공장을 이전하는데 2,000여 명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겉으로 볼 땐 회사가 자본금도 있고 서울에 있고, 어린이집 같은 시설도 잘 돼 있고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노동자들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노동 강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2000년대랑 비교하면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장비 대수가 4대에서 50대로 늘었다. 회사가 인건비 타령하면서 자동화 설비로 바꾸고 인원을 줄이면서 이렇게 됐다. 반도체 산업의 생명은 품질, 사이클 타임이라 휴식도 식사도 교대로 한다. 일 끝나면 아이들 데리러 가고 집에 가서 밥하고 살림해야 하니까 노동조합에 자도 꺼내기 힘들다. , 우리는 공정마다 화학물질이나 유기용제를 사용하다 보니 생식독성 문제도 있다. 결혼하면 10명 중 3, 4명은 유산을 했던 것 같다. 삼성, 하이닉스 반도체와 다르게 ATK는 폐암 발병환자가 최근 몇 년 세 증가하고 있는데 회사에선 해당 노동자의 가족력을 문제 삼거나, 평소 담배를 많이 피어 왔다면서 개인 질병으로 호도하고 있다.

 

- 얼마 전 고 이미자 씨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어떤심경이었나?

노동자들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걱정은 하는데 이걸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질병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 작년에만 6명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소식지나 대자보로 부고 소식을 알렸는데 그때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는 하는데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 회사 안전관리 실태가 어떠한지 궁금하다.

회사에 직업성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알음알음 추적해서 24분이 돌아가셨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실은 이보다 더 많을 거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특검, 작업환경측정 등은 형식적으로 지킨다. 광주공장의 경우엔 우리보다 규모가 더 크고 생산 직접인원도 많은데 MSDS에 등재도 되지 않은 유기용제를 드럼통으로 부어서 사용하는 등 무방비 상태다. 안전교육은 전산으로 아이디 입력해서 사인하면 끝이다. , 최근에는 R&D부서에서 암 환자가 계속 발생돼서 이미 사망했거나 지금도 두 명의 노동자가 투병중인데 회사가 취한 조치는 환풍구 시설 점검 외에 없었다.

 

-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올해 인천 송도로 공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어서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을 계획하기 힘든 조건이지만 적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노안부 활동을 활성화하면서 산재 관련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동종업체 노동조합과 직업성 암에 대한 공동대응체계를 모색하고 지속해서 연대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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