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 / 2014.9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

 - 금속노조 법률원 김유정, 김태욱 변호사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장



실제로 법정에서 작업중지권은 작업중지권 행사에 따른 손해배상 및 징계와 같은 민사·행정사건, 혹은 업무 방해와 같은 형사 사건의 형태로 다루어진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김유정, 김태욱 변호사를 만나 실제 법정 및 법조계에서 작업중지권이 주로 어떤 측면에서 쟁점이 되는지 들어보았다. 이들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던 노동자가 받은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부당징계 구제재심판정취소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 노동자 측의 핵심적인 주장은 무엇이었나?


김유정 : 문제가 된 재해는 완성차 사업장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라인에 문제가 생겨 보전작업자가 혼자서 보전작업을 하던 중, 기계가 작동되던 상태에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보전작업을 수행하다가 손가락을 협착했다. 


라인을 정지하고 보전작업을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그러나 이 공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수리를 할 때 라인을 세우지 않고 보전작업을 해 보전작업자가 상시적으로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고장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위험이 남아 있는 상태였고, 이런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작업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산안법상 작업중지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사용자에게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어서 노동자들이 일할 때 생명이나 신체를 위해 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행할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이런 안전배려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노무제공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분, 안전배려의무와 노무제공 거부에 관한 명확한 판결은 지금까지는 없었고, 이 사건에서도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거나, 구체적인 사례로서 판결이 되지는 못 했다. 1심 판결은 안전배려의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노무제공 거부권을 입법화시킨 것이 산안법의 작업중지권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게 제한시켜 버리고 더 넓은 논의를 피해버렸다. 


또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반복되는 보전작업자 사고가 있었는데 회사가 안전 조치나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정당한 행위였다. 그래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용자 측의 핵심 주장은 어떤 점이었나?


김유정 : 무엇보다 사고원인이 개인 과실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 내 안전규정을 보전작업자가 안 지켜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라인을 멈추고 보전작업을 하라는 안전규정은 사문화 돼있었다. 생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전작업자들은 라인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렇게 사고원인을 개인과실로 돌리면, 남아있는 구조적인 위험성이나 문제는 쟁점이 안 되고 개인 과실에 의한 사고의 경우 노동자에게는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고가 기계랑 상관이 없으니까,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작업 중지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개선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27분 작업 중단으로 3억 3천만 원이나 손해가 발생하였는데 이것을 어떻게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있나? 아주 심각한 사고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겠다고 했을 때 패소에 무게를 두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김유정 : 산안법에 작업중지권이 매우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데, 이 사건은 중대재해가 아니었다. 또 라인 중지한 시점이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니라 1시간 10분 이후였다. 외부에 있던 대의원에게 뒤늦게 연락이 취해져서 그 대의원이 공장으로 돌아온 후에 작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직접적으로 산안법이 정한 것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 재해 성격 면에서 재해가 구조적인 원인과 사업주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면 재판 진행이 좀 더 쉬울 수도 있었는데 재해를 당한 해당 보전작업자가 스스로 그 재해의 원인을 자신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 아닌 인정을 하고 있었던 점도 불리한 점으로 생각되었다. 



김태욱 : 이 사건에서 아쉬운 점이 이 부분이었다. 보전작업자 당사자가 사고 발생이 자기 개인 과실 때문이라고 증언한 것이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으면 당연히 위험하다. 보행자가 부주의해서 사고가 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횡단보도 없는 거 아닌가. 기계를 멈추고 보전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이 작업자도 그렇게 일했다면 혹시 그가 부주의했더라도 사고가 안 났을 것이다. 


또 판결문 중 보전작업이 말 그대로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를 하는 건데, 그 때마다 라인을 멈출 수는 없다는 논리가 나온다. 사실 라인을 멈추고 수리하라는 것은 이 회사 작업 지침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오히려 재판부가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더 고려한 것이다. 이 얘기는 횡단보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드니 어쩔 수 없다, 잘 피해서 건너가라는 얘기랑 같다. 




실제로 법정 싸움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현행 법률의 가장 핵심적인 한계는 무엇인가?


김유정 : 산안법 규정이 불명확하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가 병렬적으로 써 있는데 이 재판부에서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 즉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로 해석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죽음의 위협을 느낄 때에만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 매우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또 작업중지권이라고 말은 하지만, 권리로 명확히 인정이 되어 있지 않다. 이걸 권리로 명시하고, 그 권리행사 요건에 대해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욱 : 정리해고 요건에 대한 법원 판례와 비교해보면, 정리해고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에 대해서는 법원이 아주 넓고 융통성 있게 해석 해주는 반면 산안법에서 말하는 ‘급박한 위험’ 은 정말 엄격하게 해석한다. 이것이 지금 법원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업 중지권과 관련해서 법정에서 이겼던 경우는 어떤 점이 달랐나?


김태욱 : 금속법률원에서 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이겼던 사례(형사 사건)가 2번 정도 있는데,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작업하면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고, 이렇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작업을 중단하는 관행이 있었던 사례이다. 그런데, 작업 중지 관행 존재 여부를 근거로 삼는 논리는 관행이 없던 곳에서의 작업 중지를 어렵게 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는 위 사건에서 보전작업자의 사고 시 작업 중지권 행사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업중지권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유정 : 얼마 전 현대제철 하청업체에서 감전사하신 노동자 사례를 상담했는데, 작업시간도 아닌 시간에, 제대로 된 절연 장비도 없이 가서 일하다가 감전사한 경우였다. 이처럼 제대로 된 예방 조치가 없고 이로 인하여 사망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에서는 재해로부터 생명과 신체적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업중지권이라는 관념이 들어설 여지가 거의 없다. 사용자의 예방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을 실제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산안법상 구체적인 안전보건상의 사업주 의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작업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산업 재해 예방과, 사용자들이 산안법을 지키도록 하는 것에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벌금을 더 매기는 것보다도 더 강력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의도 있지만 형벌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이런 것은 사후적이고 재판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정한 절차를 통해 증명을 요하는 재판절차에서 사업주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안전보건상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적극적으로 작업을 거부하도록 하는 것이 예방적인 의미를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김태욱 : 계약을 맺는다고 하면, 계약 당사자 간 주된 의무와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 법원의 다수 입장은 근로계약에서 근로제공과 임금만을 주된 의무라고 생각하고 안전배려의무는 부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임금을 안 주면 계약 이행이 안 되는 거라고 보지만, 안전배려의무가 안 지켜진다고 근로제공을 안 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는 근로계약을 다른 계약 관계를 똑같이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노무를 제공할 때 노동력과 노동자 인격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민사상 계약과 같다고만 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자 인격권 보장을 위해 ‘작업 거부나 거절’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학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법적 다툼 과정에서 인격권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은 재판에서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현장의 운동과 투쟁, 또 이와 함께 하는 입법과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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