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직장갑질119' 300일, 이제 정부가 답할 때 / 2018.09

'직장갑질119' 300일, 이제 정부가 답할 때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


오픈채팅방 [#후아] 이야기

"질문 있습니다. 직장 내 폭언, 폭행, 모욕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요? 말대답했다는 이유로 팀원들이 보는 곳에서 몇 차례 폭행 및 폭언을 당했습니다."

직장갑질119 공개채팅방 닉네임 [#후아]의 첫마디였다. 상사의 폭행에 고통받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회사에 별도의 고충 처리기구는 없다고 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공개채팅방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아래는 그가 보낸 메일 일부분이다.

(팀장이) "개○○이", "개○○가", "시○" 등의 저속한 욕설을 반복하여 심하게 모욕했고, 모욕 행위에 너무 놀라서 자리를 피해 물러나는 저를 향해 부근에 있던 두꺼운 책을 고의로 투척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특수폭행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머리로 날아오는 책을 보고 순간적으로 피하지 않았더라면 머리를 그대로 타격당하여 심각한 상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고, 이는 선배 A가 목격한 사실입니다.

저와 선배 A·B 그리고 후배가 함께 있는 사무공간에서 저는 소모품 결재를 가해자에게 올렸습니다. 그러나 결재가 반려되었고 가해자는 저에게 '결재의 반려 사유에 대해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여 모욕을 주었고, 철제 쇠뭉치가 붙어 있는 플라스틱 칸막이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던 저를 향해 고의로 발을 사용하여 있는 힘껏 칸막이를 가격하였으며 피할 사이도 없이 칸막이 상단 쇠뭉치에 의해 직접 흉부를 타격당하도록 하여 상해를 입혔습니다. 당시의 폭행상해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3주가 지난 현재에도 폭행당한 흉부의 통증이 지속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상사에게 네 차례의 폭행 및 폭언을 당했다. 상사의 폭행(폭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본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신고는 어디에 해야 할지, 어떤 처벌이 가능할지 등을 물었다.

답변을 담당한 스텝은 필요한 자료(목격자진술, 녹취, 진단서), 팀장이 [근로기준법 제2조2호]에 의거한 사용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 근로관계 중에 발생한 사건이니 노동부를 통한 진정을 추천한다는 의견 등을 전달했다.

일반적으로 이메일 상담은 3~4차례 이어진다. "정말 내가 신고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들기도 하고, 메일 답변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궁금한 내용이 추가로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안 [#후아]는 말이 없었다. 공개 채팅방에서는 이런저런 말을 섞었지만, 추가적인 메일을 보내지는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온 메일. [#후아]는 회사 내에서 문제를 풀고 싶다고 했다. 폭언은 여전하지만 신고를 하는 것이 망설여진다고도 했다. 회사는 보수적이었고, 임원의 막강한 입김과 위계질서 문화가 있는 조직이었다. 고소하면 회사가 팀장을 두둔할 수도 있고, 피해자인 본인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우려된다고 했다.

때마침 조현민의 '물컵 갑질'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우리 회사에도 조현민이 있다며 직장인들이 본인의 (준) 폭행 경험을 말하고 있었고, 언론도 직장에서 폭행당한 직장인들의 사례를 찾고 있었다. [#후아]에게 언론 제보를 권유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원한다면 당연히 익명이 보장되니 염려하지 말라제안했다. 고민 끝에 인터뷰까지 했지만, 방송예정일에 다른 이슈들이 잡히면서 충분한 분량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후아]는 신경 써 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언론 제보 이후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어떠할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공개채팅방의 상담을 보면서, 이 지긋지긋한 팀장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동료직원들과 마음을 모아야 하고, 노동조합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수있을 것이라 답했다. 해당 사업장에 맞는 노동조합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한 번 자세히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아직 그에게서 별다른 연락은 없다.

직장갑질 천태만상

직장갑질119에는 [#후아]의 사례가 매일같이 들어온다. 2017년 11월 1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갑질 제보만 1만 1938개¹⁾다. 가장 많이 벌어지는 갑질은 '임금(25.7%)'이지만 '직장내 괴롭힘(13.5%)'과 '잡무지시(14.8%)'도 심각한 수준이다. 못 받은 임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노동부에 진정 해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일 출근해서 마주쳐야 할 상사 갑질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갑질'은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전 현대자동차관리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고, 군홧발로 조인트를 까던 장면이 2018년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반복된다. 직장내 괴롭힘과 잡무지시, 직장갑질119로 제보된 황당한 사연들에 '갑질'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면 다음과 같다.

이름만으로 황당한 갑질백태. 갑질을 없애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노동조합을 만들어 집단적으로 회사에 맞서고, 회사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 10.3%²⁾. 이마저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300인 이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55.1%인데 30인미만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노동 내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해지면서 정규직 관리자가 정규직 직원에게 하던 갑질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하는 갑질로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돈 잔치를 하는 동안 가맹점주와 알바노동자는 '을'과 '병'이 되어 사투를 벌인다. 평생직장은 옛말, 3개월·6개월 호출노동이 난무하는 시대. 저항은 고사하고, 일을 구할 수만 있으면 천만다행이다. 회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해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참는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여전히 불온하게 취급받고, 양극화는 극심해지는 2018년. 운동장은 점점 더 기울어져 간다.

정부의 갑질근절 대책

한림성심병원 장기자랑, 간호사 태움, 항공사갑질, 대웅제약 갑질까지…. 연이은 직장갑질 폭로는 직장갑질119나 '블라인드앱' 등을 통한 '익명'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청계천과 1987년 울산에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직장인들의 절규는 익명공간을 통해 흘러나왔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갑질'을 '생활적폐'로 규정하고, 두 가지 대책을 내놓는다.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18.7.5)」과 그 후속으로 발표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18.7.18)」이다.

2018년 7월 5일 발표 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은 갑질의 개념을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상대방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 권한을 남용하여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라고 규정한다. 또한 △사전예방 △피해 신고 △적발·감시 △처벌·제재 △보호·지원 △민간확산을 주된 과제로 삼고 세부과제 18개를 제시한다.

익명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보자 불이익 방지를 위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종합대책'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후속조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8월까지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가 확대 운영되었어야 하고, 중앙행정기관, 광역지자체, 광역교육청, 지방공기업 등의 자체 기관별 신고센터도 개설되어야 했다. 둘 다 깜깜 무소식이다. 갑질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법률구조사업 시행지침'도 8월까지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후속대책으로 발표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이하 '근절대책')」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근절대책'은 10월 "관계부처 합동 가이드라인 발표"와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골자로 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예방 교육 의무화 등을 법제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7월에는 국가기관(근로감독관)의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근로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며, 8월에는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엇도 시행되지 않았다.

양치기 정부, 제발 좀 응답하라

'종합대책'은 10월 "관계부처 합동 가이드라인 발표"와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골자로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 등이 업무상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하여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예방 교육 의무화 등을 법 제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후속 조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7월에는 국가기관(근로감독관)의 직권조사를 시행하고, 근로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 지원, 8월에는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8월까지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가 확대 운영, 중앙행정기관, 광역지자체, 광역교육청, 지방공기업 등의 자체 기관별 신고센터 개설, 갑질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법률구조사업 시행지침' 개정. 하지만 어떤 것도 깜깜무소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떠오른다. 대선공약이었으며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던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누더기가 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정책실장과 차관을 했던 이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구성에서 진보정당이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등 상황은 '최저임금 인상' 때보다 안좋다.

발표한 지 한 달 반 만에 양치기 대책이 되는 '종합대책'과 '근절대책'이 하반기 근로기준법개정까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문제 앞에서 유달리 굼뜬 정부가 과연 이번에는 힘 있게 '갑질 근절'을 할 수 있을까. 

직장갑질119는 부족하지만, 상담과 제보를 통해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알려내는 작은 숨구멍 역할을 해왔다. 육아휴직 차별을 언론에 제보하고, 근로감독관 갑질과 산업기능 요원에게 벌어지는 갑질을 공개했다. 해당 기관은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직장갑질119로 연락해 '제보자가 누구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해왔다.

급한 불만 끄는 것은 만연한 갑질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합대책'이 제시한 것처럼 기관별로 신뢰 있는 제보 센터를 만들고, 익명 제보를 받으면 될 일이다. 이제 언론의 눈치는 그만 보시라. 공공부문이 앞서 '갑질 근절'에 나서야 민간영역으로 확대되지 않겠는가!

* 각주
1) <직장갑질119, 6개월의 기록> 보고서, 2018년 5월 22일 발행
2)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제외된 수치(5만3천명). 전교조 포함시 10.5%

[기자회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라


[기자회견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라

 

19701113, 스물 한 살의 노동자 전태일이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고 외치며 돌아가신지 48년이 지난 오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28%560만 명이다. 부산은 231680곳으로 전체 사업장의 81.7%이며 노동자수는 무려 414235(29.4%)이나 된다.

 

따라서 부산지역 사업장 10곳 중 8곳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이다. 근로시간 제한도 없을 뿐더러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연월차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고, 해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등 현행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권도 보장이 안 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뿐인 부산은 청년실업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해마다 수많은 청년들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최근 개정된 법정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대상에서 빠졌고 노동시간 52시간도 적용받지 못한다. 52시간 이상 초과근무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이 21.1%로 가장 높았는데, 그 이유는 저임금이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주말특근 등 장시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복리후생비로 임금의 일정 부분을 보장받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은 그대로인 피해를 가장 크게 받게 된다. 정작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필요한 곳에 혜택이 가지 않는데도 정부는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사업주들이 개정된 법을 피할 꼼수로 5인 미만의 소사장제를 확대하고 있는 제보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정부가 취임 전부터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더 이상 늦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인권위도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반영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노동존중사회의 첫걸음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으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2018차별철폐대행진단과 민주노총부산본부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폐기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문재인정부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하라!

노동시간 52시간 적용 및 법정공휴일 유급휴일을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라!

 

2018차별철폐대행진단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문.hwp

 

[언론도보] 사용자 대 노동자로 갈린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보도 (오마이뉴스)

사용자 대 노동자로 갈린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보도

[미디어비평] 보수·진보 신문의 판이한 '노동시간 단축 보완책'

18.05.24 21:41l최종 업데이트 18.05.24 21:41l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에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5년이 지나 20대 국회에 와서 겨우 통과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논쟁이 끝난 건 아니다. 개정안 통과 전후에 보수·경제신문과 진보신문은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전혀 다르게 내놨다. 


http://omn.kr/rdmv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다 (1)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최진일 조합원 인터뷰 / 2018.04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터>는 지난 2010년부터 3년여간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코너를 통해 전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개인적인 고민과 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하였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지금 그때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지, 새롭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시 시작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는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에서 자동차를 만들면서 지역에서 행복한서산을꿈꾸는노동자모임(행서모)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최진일 조합원를 시작으로 연재를시작한다.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화나 문자로는 몇 번 이야기 나눴는데 이렇게 뵌건 처음이다.

최진일 조합원은 전날 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민주노총 서태안 위원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터에서,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 만나 다양한 고민과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잘 부탁드린다. 우선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동희오토에서 일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2006년 입사해서 일하다 2008년 해고되고 현대차 본사 앞에서 투쟁하면서 2011년 말에 다시 복직했다."

최진일 조합원은 함께 해고 된 8명의 동료들과 복직 투쟁을 했다.

"회사에서 법적인 해고 사유를 '이력서 허위 기재'라고 했는데, 그거야 회사 주장이고 현장에 투쟁이 있었다. 그때가 피치업이라고 회사가 노동강도를 높이려는 상황이었다. 당시엔 한국노총 조합원이었는데 대의원들 중심으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대응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회사에 난리가 났다. 제가 있던 업체는 폐업하면서 저를 포함한 동료들이 해고됐다. 이후에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쭉 복직 투쟁을 했다."

당시 투쟁은 노동강도 저지 투쟁이었지만, 사실상 노조 민주화에 대한 투쟁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는 아주 완강히 저항했다.

"동료들이 투쟁하기 이전에 동희오토에서 민주노조 투쟁을 시작한 게 2004년부터였다. 그때는 조합원도 300∼400명 정도 됐는데 그때도 노조 활동을 하려고 하면 조합원 소속 업체가 폐업되고 다시 업체가 들어오고 그런 게 반복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이미 민주노조 투쟁이 쉽지 않은 현장인데 여기에서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때만 해도 동희오토처럼 완성차가 아닌 수십 개의 하청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완성차를 만드는 현장이 여기 말고 없었다. 그래서 동희오토는 자본에는 꿈의 공장이라고 불렸다. 동희오토라는 현장이 비정규직 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여서 여기를 왔는데, 와보니까 활동가들이 곳곳에 있었다. (웃음) 입사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사가 나를 뒷조사하고 해고까지 됐다."

현장에서 소소하지만 소중했던 시간들

언제부터 이른바 현장에 투신해서 운동해야겠다 생각했는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선배들은 등록금 투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노수석 선배라고 시위 중에 돌아가셔서, 입학하자마자 열사 투쟁을 했고 그게 제일 큰 계기였다. 사실 동기들이나 선배들한테 농담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대학에 갔을 때 운동권이 많이 있었으면 나는 안 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안 되는 사람들만 활동하다 보니 절실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노동강도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라 일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동희오토 가기 전에 이미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은 해봤는데 컨베이어 노동은 여기가 처음인 데다 여기는 워낙 노동강도 자체가 높으니까 힘들었다. 게다가 노동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입사했을 때만 해도 UPH라고 한 시간에 자동차가 나오는 속도가 32대였는데 지금은 60대가 나온다. 속도는 2배가 빨라졌는데 당연히 인원이 두 배가 늘지는 않았으니 힘들다. 교대하고 야간에 일하는 것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30대라 버텼는데 이제는 슬슬 힘들어진다."

최진일 조합원은 강도가 높은 일을 하면서도 소소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처음엔 제가 일하던 업체 안에서만 알음알음 활동을 했다. 4∼5명이 소소하게 회사의 속셈을 알아야 한다고 (웃음) 속셈학원 모임을 만들고 활동했다. 얼마 하지는 못했는데 그러다 처음 집단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여성 노동자분이 신입 사원으로 들어왔는데 한 분이 야간에 일 적응을 못 해서 반장이 엄청 갈궜다. 면담 들어가면 울면서 나오고 그래서 마침 저랑 같은 조원이라 쉬는 시간에 조원들이랑 의논을 했고, 한국노총 위원장한테 이야기해서 해결해달라고 하자고 결정해서 10명 정도가 찾아갔다. 그때 한국노총 위원장이 안타깝다고 알겠으니 회사에 이야기하겠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는데, 다음날 현장을 가보니 업체 사장이 노발대발 난리를 쳤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문제 해결은 커녕 업체 사장한테 우리가 한 이야기를 고자질했다. 그 뒤로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한국노총이 누구를 위한 노동조합인지 분명이 알게 됐다."

온갖 멸시와 왕따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활동

이른바 현장 활동 주범으로 찍힌 최진일 조합원은 복직 이후에도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단속을 받고 있다.

"동료들이랑 같이 해고됐을 때 아예 민주노총 조합원은 없었고 현장이 한국노총으로 싹 정리된 상황이었다. 회사는 우리가 복직하기 전까지 현장 관리를 했다. 민주노조 조합원 하고는 아예 말도 못 섞게 단속을 한거다. 물론 업체가 많다 보니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는데, 의장 쪽에서 일했던 동지는 관리자들이 대놓고 욕하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만들길래 우리가 모여서 그 업체를 쳐들어가서 관리자랑 푸닥거리를 했던 적도 있다. 관리자들은 우리를 늘 감시하니까 동료들이 말 섞는 것도 못 했다. 밥 먹을 때도 옆에 아무도 앉지를 않았다. 언젠가는 제가 한 번 동료들 옆에 가서 앉아봤는데 한 이틀인가 지나서 한 놈이 따로 얘기 좀 하자더라. 그러더니 하는 말이 미안한데 애들이 네가 옆에 앉아서 정말 불편해한다고 그러지 말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래 그러냐 그랬다."

복직 이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분위기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막 복직했을 때처럼 긴장이 있는 건 아닌데 지금도 여전히 관리는 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회식이 있었다. 회식 때도 다들 제 옆에 오기 힘들어하는데 조금 말이 통하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술이 좀 들어갔는지 저한테 사장하고 너무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고 그러면서 나랑 같이 가서 사장한테 술 한잔 따라주고 오자는 하더라. 저는 됐으니까 너나 갔다 오라고 그래서 혼자 갔는데 다시 오더니 표정이 일그러져서 오더라. 이 친구 딴에는 뭔가
관계를 풀어보려고 한 건데 사장이 진일이랑 친하게지내지 말라고 했다면서 왔다."

이런 회식 자리도 너무 괴롭고 힘들 것 같았다. 나라면 저란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맞다. 사실 회식에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일부러라도 꼭 갔었는데, 그때는 아예 회사가 회식 때 제가 앉아야 하는 자리를 만들고 옆에 관리자들로 포위시켜 버리기도 했는데 그나마 싸워서 관리자들이 옆에 없는 거다."

큰 전환점을 맞은 산재 인정 투쟁

동희오토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에게 황재민 씨 산재인정 투쟁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 전환점을 어떻게 마주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쓰러질 정도면 뭔가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 저희랑 알고 지내는 공장 형님이 정문 앞에 어떤 여성분이 피켓을 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다음날 동료들이랑 가봤는데 황재민 씨 아내분이었다. 일단 연락처 주고받고 다음에 상황을 들어보니 이미 산재를 한창 진행해서 심사청구가 끝나고 재심사청구를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저희가 노안투쟁이나 산재 관련해서 고민이 적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충남 갑을오토택에 있는 안재범 동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이훈구 동지께 도움을 요청했다."

동료들은 두 분에게 이번 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복직은 했지만 별다른 활동을 못 하고 있는데, 이것마저 듣는다못하면 민주노조가 있는 게 별 의미 없지 않겠냐. 그래서 이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다시 산재를 신청해서 진행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투쟁하면 회사가 황재민 씨에게 보상하고 산재는 법원에 가서 다툴 생각이었다. 그런데 안재범 동지와 이훈구 동지가 회사에서 공단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산재 조사 과정이나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근로복지공단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줬다. 비록 전례는 없지만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기자회견] “웹디자이너의 죽음”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합니다

웹디자이너의 죽음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합니다

 

- 근로기준법만 지켰어도, 내 동생은 살아있었을 것입니다. -

 

 [기자회견 순서]

 

이정미 국회의원

우리는 왜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하는가| 정병욱 변호사

연장근로위반, 근로감독 철저히 해야|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언니로서 난, 동생의 유지를 이어갈 것이다.” | 장향미 (유족 언니)

질의응답 

이정미 국회의원 /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근로기준법만 지켰어도, 내 동생은 살아있을 것입니다.”

근로감독만 제때 나갔어도, 우리 장민순님은 살아있을 것입니다.” 

 

지난 13,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인 장민순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8개월 동안 힘들게 버텼던 회사를, 그렇게 퇴사했습니다.

 공인단기, 스콜레웹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가질 법도 했지만, 자부심만 갖기에 그녀는 너무 힘들게 일했습니다. 재직기간 중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법이 정한 연장근로 한도를 넘겨가며 일했습니다. 4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하면서도, 그녀는 부끄러운 하루’, ‘저의 단점을 되뇌며 자신이 한 일을 스스로 깎아내렸습니다. CEO도 참조하고 팀원도 함께 보는 <업무일지>엔 온통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말들로 가득했고, 그녀는 그렇게 회사 생활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존감은 무너졌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정말로 잔혹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11월 한 달간 혹독하게 일을 시켰습니다. 짧은 한 달 새, 2번이나 연장근로 한도를 넘겨 일을 시켰고, “하나라도 더 나은 거를 요구하며 3~4일 중 하루(27.3%)12시간을 넘게 일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일을 시키면서도 직장상사는 주말에는 책을 읽어오라,” (채식주의자인 고인에게) “뇌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육식을 하라며 핀잔을 주었고, “자기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강좌상세랜딩을 끝냈을 것이라며 내일 할 일조차 오늘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용노동부라고 다를 바 없었습니다. 탈진에 이른 동생을 보며, 언니가 다급하게 이곳 야근 좀 없애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근로감독관은 그걸 위험신호로 인지하지 않았습니다. 연장근로 제한한도를 넘기면 과로로 사망할 수 있다는 걸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들이, 시급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근로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울증만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 우울증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자살하는 겁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 우울증을 악화시켰는지 그 선행원인을 따져야 합니다. 고인의 우울증이 악화된 것의 배경에는 걸핏하면 반복되는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 본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비인간적인 근무환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맞이하고 말 것입니다.

 신입직원들 야근 많이 하는 게 맘이 아프다. 내가 나서서 바꿀 수 있으면 바꾸겠다. 회사 떠날 각오하고 있다.” 하나뿐인 언니가 이걸 동생의 유언으로 기억하고 있듯, 우리 역시 고인의 유지를 따를 것입니다.

신입들이 야근하지 않는 회사, 디자이너들이 야근하지 않는 회사, 청년들이 야근하지 않는 세상.” 

연장근로위반, 근로기준법 위반이것이 웹디자이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바로 잡을 것입니다.

 

이정미 국회의원 /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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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에세이 - 과로자살 거둬내기]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 2018.04

세상의 중심에서 ‘과로죽음 이후의 무거운 짐덩어리’를 외치다

-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들의 이야기

강민정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운영자


1. ‘무거운 짐덩어리를 어떻게 하라고’

과로 죽음 유가족과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 과로 죽음 유가족들이 지니고 있는 ‘복잡·미묘한 마음 상태’를 잘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크게 일어나자 혹자는 과로 죽음 피해자인 망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크게 표현하기도 하고, 과로하게 만드는 회사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커다란 질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로 죽음으로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 속에 숨어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의 ‘무거운 짐덩어리’가족의 과로 죽음은 늘 예견 없이 찾아온다. 과로 죽음 사건을 갑작스레 겪게 되는 대부분의 유족은, 죽음에 대해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일하다가 죽었는데... 이건 뭐지?’와 같은 약간은 ‘어딘지 명쾌하지 않은 감정’을 시작으로 일명 ‘과로 죽음의 뒤처리’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유가족은 장례를 치루며 사측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게 되고 이때 부검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매우 커다란 감정적,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노동조합이 있지 않은, 개별화된 유가족의 경우에는 그 동요가 더욱 극심하다.

“새벽에 야간근로 중 회사에서 그렇게 된거라고 갑자기 전화가 왔길래.. 우리 애기아빠가 그냥 사고는 아닌건가? 그런 찜찜한 생각이 계속 들긴 했어요. 근데 마침 회사에서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장례마치면 산재처리랑 전부 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발인 마치니깐 말이 바로 달라지더라고요. 알아서 하란거에요.회사에서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어쩌면 산재 안넣었을꺼에요. 내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키워놓은 회사인데... 내가 산재신청해서 그런 회사에 피해가 간다면 그건 남편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깐.. 근데 세상에.. 회사에서 이렇게 나오니깐...어이가 없더라고요. 근데 뭘 어떻게 누구한테 이 문제를 말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장례를 치르고 가족이 없는 빈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가족의 황망한 과로 죽음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과로 죽음 해결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지식의 한계에 봉착한다. 나아가 가족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남에게 섣불리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고립된다. 앞으로 자신이 홀로 풀어나가야 할 ‘산업재해 인정문제’와 ‘회사 일은 혼자 다 하냐며 핀잔을 줬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라는 커다란 짐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오늘도 과로사·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사회에 무언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죽음사건에 대한 산재인정과정에서의 ‘무거운 짐덩어리’

과로사·과로 자살은 궁극적으로 인사노무관리과정에 생기는 산업재해로 의학적, 법률적, 사회학적 인과관계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절대 유가족의 경험에 근거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변호사, 노무사, 의사, 연구자 등 전문가들과의 결합 하에서만 온전하게 수행될 수 있다. 특히 의학적 진단과 사고에 대한 법률소송 진행은 제도화된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족이 독자적으로 진행이 어렵다. 이에 유가족들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선임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가족의 과로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늘 여러모로 바쁜 전문가들은 조력자일 뿐이다. 절대 알아서 잘해주지 않는다. 현재 과로사·과로 자살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산재처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줘야 하는 것은 온전히 유가족의 몫이다. 망인의 과로 생활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가족이기에, 자꾸만 관련 자료를 숨기는 회사에 대응하여 온종일 아니, 꿈 속에서도 과로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이 있을까? 이 자료를 가져다주면 도움이 될까? 망인의 목소리, 생활을 되짚으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장, 의견서, 진료기록감정서 등 관련 서류를 자세히 검토하고 끊임없이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며 발벗고 나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정신적,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 

아빠의 산재 인정을 준비하고 있는 딸 민희 씨(28세)의 자화상이다. 현재 그녀는 가족 중 가장 앞장서서 고군분투 중이다. 민희 씨에게 산재 인정은 늘 든든했던 아빠에게 ‘당신! 참 열심히 살았네요. 수고했어요.’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나무는 저에요.’ 라는 말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현 심정을 설명해줬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저는 나무인데 제 밑에 뿌리가 참 많아요. 뿌리는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산재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뿌리가 저의 양분을 뺏어먹고 있어요. 나무는 뿌리가 깊어지면 거기로 양분이 전부 가잖아요. 그런것처럼요. 아빠 사고 이후 산재를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 뭐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어요. 노무사님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셔도 결국은 제 몫이거든요. 하루종일 어떤 자료가 유리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는데 이 자체도 스트레스에요. 답이 없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는게 너무 어렵고, 뭐를 준비해야할지 모르니 엄마와 분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내가 힘들다고 이미 시작한 이상 그만둘 수도 없어요. 내 마음을 추스릴 시간조차 없어요.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가 다 없어질 것 같으니깐... 마음은 급한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답답해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풍성한 나뭇잎을 가진 조금은 슬프지만, 긍정적인 나무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비록 산재 인정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좋은 결과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가지에 싹을 틔우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의 과로 죽음사건에 대한 산재 처리 마무리 후의 ‘무거운 짐덩어리’

산재 인정결과는 그것이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유가족들의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승인된다면, 좌절감은 물론이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의 경제적 여건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승인된 유가족의 경우는 어떠할까? 혜원씨(48세)는 남편의 과로 자살에 대하여 산재 인정을 받은 후 3년 동안 지속적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것에 대하여 낙서하듯 작성한 그녀의 핸드폰 메모장에 그 이유가 있다.

(사진출처: 본인제공)

물질적, 경제적 보상으로는 절대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 즉,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아빠의 과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등 과로 죽음 이후의 가족해체 문제 등에 대해 늘 고민이었던 혜원 씨는 스스로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싶었던 것이었다. 산재승인 된 이후 3년 동안 혜원 씨는 사회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2. 무거운 짐덩어리 덜어놓을 수 있는 ‘유가족모임’

그렇다면 이러한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들의 ‘짐덩어리’를 덜어낼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유가족모임’이다. 일본에는 현재 약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존재한다. 공식명칭은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회(全国過労死を考える家族の会)’이다. 1981년 7월 오사카에서 과로사·과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노동조합, 유족, 변호사, 의료관계자 등 55명이 참가하여 ‘급성사등’ 산재인정연락회(急性死等労災認定連絡会)가 처음결성되었다. 이후 1988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과로사변호단전국연락협의회(過労死弁護団全国連絡協議会)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이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초창기에는 나고야, 도쿄, 교토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9년 각 지역 모임의 제안을 계기로 1991년 11월22일 근로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을 앞두고 전국 조직인 ‘전국과로사를생각하는가족’이라는 유족모임이 결성되었다. 

일본의 유족모임을 연구해본 결과 다음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었다. 

일상적인 연락 및 공동양육, 1박2일 캠핑: 유족모임을 통한 심리적 지원

지역별 유족모임 지부가 있으며 친구 혹은 가족에게 연락하듯 서로 간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도모한다. 나아가 공동양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다 함께 낚시, 스키 캠핑을 가기도한다. 아빠 혹은 엄마가 존재하지 않을 때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가족들은 소중한 가족의 과로사, 과로 자살이라는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유대감과 일치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 및 지지를 얻게 된다. 분명한 점은 다른 유족과는 달리 과로사, 과로 자살 유가족들은 이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1박2일 학습회: 유족모임을 통한 지식획득

일본의 유가족모임은 1년에 한 번 1박2일 학습회를 진행한다. 전국의 유가족, 연구자, 기자, 변호사, 의사, 심리상담가, 단체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1박일 함께 숙박하며 과로 죽음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유족들은 같은 일을 경험한 타인으로서 다른 유족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학습회에서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앞으로의 대응원칙과 구체적인 대응 방향, 목표 지점을 공유하게 된다. 즉 과로 죽음에 대한 체화된 지식을 유족 간에 공유하는 한편, 경험적인 원칙을 스스로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로죽음에 대한 승소율 등도 높아지게 되며 설사 패소하게 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로사방지법제정: 유족모임을 통한 법·제도 개선

일본에서는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과로사 방지법)(過労死等防止対策推進法)이 제정되었다. 이는 일본의 과로사 유족회가 해낸 일이다. 과로사방지법은 노동 관련 입법 중 유일하게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요청된 것으로 국회의원의 100% 찬성을 받아야만 제정이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에 일본 유가족모임이 주축이 되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집중적으로 연 3회 집회를 여는 등 의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 특히 일본유족모임 대표 테라니시 씨를 중심으로 의원실에 직접 찾아다니며 과로사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물론 법적 근거 등을 설명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 교수진 등과 함께 했지만, 진정한 과로사, 과로 자살에 대한 실태 설명, 산재 신청의 어려움, 인정받기의 어려움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볼수 있는 유족만이 할 수 있는바 유족회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의원들은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심각성을 인식, 100% 찬성을 받아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이뤄냈다.

유족들은 과로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의 당사자로 조직화하는 전후 과정에서 의식의 전환을 맞이 한다. 개인화된 유가족들은 개인화되었을 때보다 집단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겪은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고, 함께 법, 제도 등의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 법, 제도 개선이 된다면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화하여 나타날 수있다는 이점이 있다.

3. 한국 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2017년 7월, 한국에서도 첫 번째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있었고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매달 함께 모여 예술치료를 통해 심리치유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로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지난 가을엔 다 함께 손잡고 단풍구경을 갔다 왔다. 모임 날에는 늘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모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족들 간의 관계도 깊어져 이젠, 모임에서 보이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안부를 걱정하기도 한다. 올 해엔 다 함께 힘을 합쳐 스토리펀딩도 준비 중이다. 과로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활발히 활동하자며 서로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일본 유가족모임과의 교류도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한국의 과로사·과로 자살유가족모임이 과로 죽음 유가족들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덜어내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 노동자 건강 이야기] 공포의 빵 공장 / 2018.03

공포의 빵 공장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얼마 전 제빵 공장에 특수 건강 검진 출장을 다녀왔다. 24시간 빵을 만드는 라인이 돌아가는 곳이라 대부분 직원이 주야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고 1주일 위로 교대하는 패턴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내내 야간 근무를 하고 다음 주는 주간 근무로 돌아가는 근무 형태에서 제대로 된 잠을 자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안전보건공단의 ‘교대 작업자의 보건관리지침’은 ‘야간작업은 연속하여 3일을 넘기지 않도록한다.’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지침 때문에 검진을 시작하기 전에는 감시단속 노동에도 해당하지 않는 일반 제조업이 교대 근무를 일주일 단위로 하니 수면 장애나 다른 건강문제들이 심각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은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고 한번 잠들면 깨지 않고 잘 잔다고 했다. 검진이 한참 진행되고서야 10년 넘게 일하셨다는 분을 통해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24시간 내내 빵 공장이 돌아가는데 그렇게 하려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 근무한다. 야간은 다음 한 주간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일 시작 시간이 7시인 거지 옷 갈아입고 준비하는 시간 생각해서 30분에서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점심시간은 20분 안에 줄서기, 배식받기, 식사하기 등을 모두 마치고 제자리에 돌아가고 이외의 쉬는 시간은 거의 없다.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주 5일 근무는 해본 적이 없다. 찐빵이 만들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주 7일 근무를 하기도 한다. 업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서서 몸 쓰는 일이고 쉴 시간이 거의 없이 일하는 데다 근무 시간도 길다보니 대부분 집에 들어가면 다른 생활이 없이 잠만자게 된다. 하루라도 쉬는 날이 생기면 그런 날은오히려 더 잠만 자게 된다.’

이후에 검색해보니 인터넷상에 이 공장은 이미 ‘공포의 빵 공장’으로, ‘제빵 업계의 원양어선’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일부 인용해 보겠다.

“진짜로 힘들고 고단하면 그렇게 술 마실 기력도 없습니다. 생각도 안 듭니다. 기숙사 내에서 술 마시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요. TV도 잘 안보죠. 술은 최소한 인간일 때 마시는 겁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여유가 없고 너무 빡빡해서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적습니다. 애초에 영혼을 빼버린 듯한 좀비들만 일할 수 있는 곳이라서. 사람간의 갈등은 적은 편.”

“쉬는 시간이 30초 같은 느낌 느껴봤어? 월급이 200이 넘는데 200만원 보다 100만원 받고 살고 싶다는 생각해봤어? 이거 말고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생각 군대 때 말고 해본 적 있어?”

아무리 연장, 휴일, 야간 수당을 모두 받는다 하더라도 일과 잠이 생활에 전부가 되어버릴 정도의 노동 조건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장기 매매, 매혈을 법적으로 금지한 것처럼, 경제적 이익을 선택할 자율성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과 최소한의 건강권이 지켜지도록 법적으로 강제되어야한다. 실제로 이를 위해 각국의 노동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시간이 4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추가로 독일, 영국은 야간작업이 포함된 노동의 경우 1일 8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하고 있고 핀란드의 경우는 더 나아가 교대조가 2개뿐이라면 새벽 1시 이후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그래서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임금 이외의 노동 조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공포의 빵 공장’이 버젓이 존재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합의되었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명시된 나라에서 52시간으로의 단축을, 그것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매우 황당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합의가 현실적인 변화를 얼마나 가져올지, ‘공포의 빵 공장’이라도 없앨 수 있을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집 1. 일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보호의 대상일 뿐인가 / 2018.03

일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보호의 대상일 뿐인가

-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대해서

재현 선전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월 10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분야에서 사망자 수를 대폭 줄이기 위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프로젝트 목표로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50%로 감축하겠다고 한다. 지난 1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생명 3대 지키기 프로젝트’를 위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의결하였다.

이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9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반쪽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려면 이번 프로젝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이후 안전 사회를 위해 한국 사회의 프레임을 바꾸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물론, 개별 자본을 강제해야 하는 등 험난한 과정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설령 정부와 자본이 나선다고 해도 현재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조차 안 되고 있어 이 프로젝트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건 아닌지걱정이 앞선다.

안전보건에 있어서 노동자 참여 보장해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주체별 역할. 책임 명확화 및 실천’을 꼽았다. 가령 지금의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우선 법 제도를 개정하여 발주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원청의 안전관리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원청이 관리하는 모든 장소에서, 원청 회사는 하청노동자의 안전까지 관리하고 책임지도록 의무를 부여 하였다. 수은, 납, 카드뮴 제련 등 고유해 위험 작업 역시 도급 자체를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장에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평가하여 자체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위험성평가’제도가 실효성 있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집중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진전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위험성평가’ 제도에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노사가 참여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만일 이러한 고민 없이 위험성평가 제도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실제 원하는 효과와 뜻을 실현하는데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노동자의 참여로 현장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두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정부가 현장 관리·감독 시스템을 체계화를 꼽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노동자의 참여는 비어있다. 지금 현재 산업안전감독관 인력은 1명당 약 6,000개 사업장을 담당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이다. 참고로 독일은 1명당 493개, 미국은 1059개, 일본은 2,120개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부가 현장 안전보건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고 법 위반 사항은 적발하여 개선하는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만일 산업안전감독관 인력을 일부 늘린다고 해도 현장에서 매일같이 고위험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현장을 스스로 진단하고 위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권한과 시간을 부여하는 것 만이 근본적으로 산재 사망을 예방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고민해봄 직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등에 있어서도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 참여부터 보장해야

세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안전인프라 확충과 안전중시 문화 확산을 꼽았다. 특히 안전 교육을체험과 현장 중심교육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안전 교육도 작업 전 10분 안전 교육이 생활화되도록 지도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단 10분조차 안 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혀 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투자해서 위험 작업을 하는 작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다고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작업 전 10분 안전 교육을 장려하는 결정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는 사업장 개별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안전보건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조건인 것이 확인된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가령 중소영세사업장과 같은 공장의 경우 같은 지역/업종/구역 등에서 공동으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하도록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만일 개별 사업주를 강제하기 어렵다면 공공기관부터 우선해서 모범적인 현장 안전교육 사례를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안전보건교육은 단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위험 상황에서 작업자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기여할 수도 있다.

끝으로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서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에서까지 안전보건에 있어서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을 부여하지않았다. 단지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위치 지웠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진정으로 바라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도 할 수 없다는 걸 정부가 깨우치길 바란다.

[언론보도] [주52시간]'구로·판교의 등대' 게임업계 '발등의 불' (뉴스1)

[주52시간]'구로·판교의 등대' 게임업계 '발등의 불'

'빅3' 게임사는 '이상무'…중소게임사 "52시간 부족해"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8-03-08 07:41 송고 | 2018-03-08 08:39 최종수정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가 구로와 판교의 야간근무를 사라지게 할지 미지수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소위 게임업계 '빅3'의 경우는 '주52시간' 체제에 맞게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지만 중소게임업체들의 경우는 '그림의 떡'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news1.kr/articles/?3254219

[언론보도]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정부·지자체 현장실사 필수" (전북일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정부·지자체 현장실사 필수"

  • 천경석
  •  승인 2018.03.01 20:47


근로시간 단축안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근로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 개정 취지와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직권조사와 현장실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장근로의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00930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지난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 단축하고, 연장·휴일노동수당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으며,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며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촛불로 탄생한 현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노동자, 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개악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제한 연장노동을 조장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을 유지했다. 지난해 버스 졸음운전사고부터 집배 노동자, 게임개발 노동자, 방송 노동자, 병원 노동자 등 26개 특례업종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되면서 전사회적으로 특례업종 완전 폐지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폐지가 아닌 5종으로 ‘축소’하여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은 여전히 무제한 노동이 가능케 됐다. 근무일 종료 후 다음 근무 개시 전까지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이상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특례제도를 유지한 것은 앞으로도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되는 노동자는 이 세상에 없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보호되고, 벗어나야 한다.   

둘째, 마치 주 52시간이 기준처럼 다뤄지고 있다. 일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주당 최대 법정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당 법정노동시간은 주40시간이다. 사실상 1일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것 역시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1일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12시간 연장 근무가 당연한 것처럼 얘기 되고, 이것이 혁신적인 노동시간 단축인 것마냥 다뤄지고 있다. 이런 개악안을 두고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진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온 노동자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이다. 

이로서 전면시행 시기인 2021년 7월1일까지는 법정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아니라 주52시간제이며, 동시에 주 68시간 체제가 유지되게 되어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 

셋째, 실제 법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대 법정노동시간 52시간의 적용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받지 못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이미 노동시간 외에도 안전 문제, 고용 문제 등이 취약하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용 범위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계적 시행기간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1일로 정해져 3년 뒤에나 겨우 적용받게 된다. 관공서 공휴일 도입도 역시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에야 시행된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무제한 연장노동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시행일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근로기준법 대상 확대와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 그 어떤 노동자라도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8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부칙에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근로시간제도 확대적용을 논의하게 되어있다. 예외 조항을 두어 주 60시간을 허용하는 법안은 즉시 삭제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그간 노동시간 문제와 관련해 지적됐던 간주노동을 가능케 했던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제58조)와 농업, 수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던 적용의 제외(제63조)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물론 그동안 요구해왔던 관공서 휴일을 일반 사업장에 적용한 것, 연소노동자의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축소한 것 등은 진전된 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악화된 상황에서 이것만을 가지고 다행이라 여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핵심 노동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강행으로 처리된 여러 문제점을 담은 개정안을 우리는 개악안이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금 확인됐다. 현 환노위의 방향과 위치가 여전히 적폐의 대상에 머물고 있음을, 이번 개악안은 헌법적 가치를 심히 훼손할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2018년 2월2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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