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리포트]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6.3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

 

한노보연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 자문단팀

 


민주노총은 2015년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과거 활동을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전 조직적으로 힘 있게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에서 집행한 설문조사, 산하조직 현황, 전략위의 자문단 보고서를 총괄하여 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연구소는 전략위 자문단에 유일하게 팀으로 결합하면서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해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근거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필요성을 제출하였다. 그 의미를 <연구소 리포트>를 통해 일터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주노총의 노동시간 단축투쟁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부터 2003년까지 지속해서 40시간제도입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은 민주노총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총연맹의 지위를 가지고 전개한 유일한 투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1997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했. 1998년엔 법정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노사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때 당시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노동악법을 수용하면서 노동자 민중로부터 질타를 면하기 어려웠던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본과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였기에 노사정 위원회 산하에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노자 간 극명한 의견 차이로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나 20005월 민주노총은 40시간 노동5일제프레임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논의를 선도했다. 언론들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담론을 주5일제를 통한 삶의 질 문제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20023월 행정기관의 주5일제 시범시행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금융노조 (은행)에서 주5일제를 합의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여론 및 요구가 확대 되었다. 민주노총은 5월 파업의 주요 요구로 주5일 제 시행을 내결었고 금융, 공기업 등으로 주5일제가 확대되었다. 제조업의 주요 사업장은 단협을 통해 주5일 혹은 주40시간을 도입했다. 20115인 이상 사업장의 주 40시간 적용을 끝으로 주40시간 노동 은 안착하였다.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여전히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00시간 이내로 좀처럼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이후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성과 독자화, 단시간 노동자 확대 정책,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투쟁으로 돌파했다기보다 정리해고 등 노동 유연화를 내주고 얻었다거나, 자본의 필요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는 비판과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995년 출범부터 끊임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현장에선 투쟁을 통한 단체협약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점 역시 주목해야한다. 그래서 현재에도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숙명적인 과제임은 분명하다.


건강권을 중심으로 본 주간연속 2교대제 평가

1998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경험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위기로 인해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했다. 그러다 2003년 골병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더해진 노동강도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골병으로 아프다는 점을 깨닫고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이 노동 운동의 중심과제로써 위치 지워졌고,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와 노동 강도를 연결하여 노동과 자본의 생산지점의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2005년엔 H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합의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장시간 심야노동의 벽이 허물어졌다. 심야노동은 노동자들의 몸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우울증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했다.

20157월 현재 30여 곳의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심야노동 철폐,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이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웠던 3무원칙(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고용불안 없는)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진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분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 특근 근무 비중을 높이고 자본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완성차에서부터 기형적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사로 내려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다.

 

현장 투쟁의 바람직한 사례 D사업장을 중심으로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 직장폐쇄 위협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비롯해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을 강화해왔던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사 D사업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가는 과정에서 3무원칙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했다. D사업장 또한 처음 교대제 변경을 논의했을 당시엔 지긋지긋한 야간노동을 끝내고 싶은 조합원들의 요구는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을 감내하는 것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과거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부터 이어져왔던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투쟁의 기풍과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노동조합 집행부의 사업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필요와 요구를 담는 현장 투쟁 의제가 되었다.

2010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D사업장 조합원들은 근골, 직무스트레스, 수면 등 건강상태 전반이 좋아졌으며, 이전 심야교대 노동시절엔 엄두도 못했던 운동 동호회 활동을 물론 가사 노동에도 참여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한 사례는 2014년 충남의 자동차 부품사 K사업장으로 확산되었다.

K사업장은 D사업장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3무원칙을 실현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했다. 두 사업장의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노동자 건강권, 노동시간 단축을 의제로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현장 투쟁을 통해 현장의 권력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힘이 2014D자본의 직장폐쇄, 2015K자본의 노조파괴를 막아내면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이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D사업장 노동자들 (출처 : 미디어충청)


노동시간 투쟁의 중요성과 가능성 

오늘날 모두가 민주노조 운동 위기를 말한다. 그런데 각자가 생각하는 위기의 핵심은 다르므로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는 참여의 감소를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으로 인지했다. 활동가와 조합원 양자 모두의 활발한 참여를 자랑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언젠가부터 주체들의 참여가 없는 노동운동으로 변화했다. 물론, 세계 경제 불황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등 외부 요인과 어찌되었건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의 감소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라는 진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합원의 수 증가가 곧 노동운동의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IMF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노선 변화 등으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조합원과 활동가의 경계는 더욱 세워지고 활동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자, 조합원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위한 노동조합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나, 그러한 노력이 교육과 선전에 대한 강조로 국한되었다. 조합원들의 직접 행동과 일상적 실천을 동기 부여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지도부의 정책에 대한 동의와 승인을 구하는 것에 그친 한계를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혁신의 핵심은, 더 많은 노동 운동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실천에 주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조직할 활동가가 양성되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우리는 현장 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의 결합, 즉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이 노동운동이 직면한 문제의 만병통치약이거나 조합원들이 노동시간을 의제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기만 하면 위기가 극복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노동과 자본의 권력 격차가 극심하고 신자유주의 논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영향력을 얻는 지금 임금’ ‘고용을 우회하여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제인 노동시간에 주목 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투쟁이 그 자체로 더 중요하다거나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라 주장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조직/미조직 노동자 모두를 포괄하고 각 산별 사안을 관통하는 의제를 만들어 냄으로써 총 노동이 존재하는 전선을 만들어냄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노동자가 행동하면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목표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시간 투쟁이 민주노총 혁신에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구 리포트]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해서 '골병'을 함께 꼭 잡자 /2015.11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해서 골병을 함께 꼭 잡자


 

 


아이구 상임활동가

 

 


본 연구리포트 (본 연구리포트는 2016년 근골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TFT가 실시한 조사연구내용 중 주요내용으로 조만간 전국금속노조 노안실에서 조사보고서와 근골유해요인조사 지침 그리고 현장기획선전물로 현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는 전국금속노조 82년 차 노동안전보건실 사업으로 진행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조사연구 내용이다.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본 조사연구는 전국금속노조 노안실과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TFT (TFT에는 금속노조 노안실의 박세민 실장, 윤덕기 부장, 나현선 부장,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 집행위원 이은주, 산업보건연구회 사무국장 김은미,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현미향, 일과 건강 사무국장 한인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이숙견, 정재현, 최민, 아이구 상임활동가 등이 참여하였다.) 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진행했다.


투쟁으로 쟁취한 유해요인조사에 숨과 활력을


1997IMF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에서 노동강도와 자본의 현장통제력이 강화되었다. 2002년 집단적인 산재요양투쟁은 근골격계 직업병이 노동자 개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한 집단적인 노동자 건강권의 훼손임을 드러냈다. 노동강도 강화저지와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 노동자의 현장통제력 강화를 내걸고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결과,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병 예방의무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가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법제화 이후 총 4차례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시행되었지만 유해요인조사는 3년마다 돌아오는 형식적인 노동안전보건사업으로 관성화되는 경향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은 현장 노동자와 조합의 참여를 배제한 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무력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의 행태에 노동조합의 대응은 개별지회 차원에서 담당 중심의 수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2년 근골격계 투쟁


결과적으로 현재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에 대해 자본은 공상치료와 사업장 내 치료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자를 관리하는 등 현장통제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예방 측면에서는 유해요인조사를 통하여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인간공학 중심의 작업환경 평가만을 진행하면서 근본적인 작업환경 개선과 예방대책을 배제하는 등 예방활동 시행의 시늉을 내고 실제로는 하는 것이 없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6년 다섯 번째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앞둔 현실에서, 골병을 함께 꼭 잡을 조사를 제대로 하여 관성화되어 가고 있는 근골 유해요인조사에 숨과 활력을 불어넣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공상이 아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 인간공학적개선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체감할 노동 강도를 포함한 근본적인 노동조건 개선, 현장조직력 강화 등 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해요인조사를 조직적이고, 일상적이며, 조합원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자본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태는 골병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


90개 지회가 참여한 설문조사, 18개 지회가 참여한 심층면접 조사, 실태와 대안 마련을 위한 워크숍 등을 통해 확인한 유해요인조사 실태유해요인조사 실태와 관련한 설문항목, 면접내용, 워크숍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금속노조 노안실과 TFT 명의로 조만간 배포할 조사연구 보고서를 참조하길 바란다.는 골병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담당 중심의 관성화된 유해요인조사는 확 바꿔야 할 심각한 수준이다. 이대로는 골병을 잡기는커녕 공상처리조차 여의치 않게 될 현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이고 보호예방이라는 애초의 법적 취지가 무색하게 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태를 좀 더 살펴보자.


대부분의 지회에서 근골 문제를 제기하고 인식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노동 과정과 속도, 강도, 시간 구성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일터의 주인이 되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 설정과 기획이 부족했다. 근골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조사 전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준비와 과정을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한 현실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간부나 담당자 중심으로 참여하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산재 신청보다 공상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미 2012년부터 산재보다 공상을 많이 하는 사업장이 2/3가량 되고, 이 비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해요인조사를 하더라도 증상 설문 조사도 전체적으로 모두 시행하지 않고, 증상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검진과 검진으로 발견된 질환자의 치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유해요인조사를 시행하고도 조사가 끝난 후 이를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성과로 남기는 활동으로 충분히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애써 만든 유해요인조사의 성과마저 유실되고, 조사는 되풀이되지만 개선되는 점은 없다며 조합원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조사 결과가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상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3년마다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3년 동안 개선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필요를 조직하고, 현장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2015 근골 집단산재요양 투쟁


근골 집단산재요양투쟁으로 법까지 만들게 했던 전국금속노조는 2015년 근골격계 질환 소견자들 51명에 대한 집단산재투쟁을 시작했다.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청한 조합원들, 노안담당자들, 노조 노안실 만의 사업이 아니다. ‘일하다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했던 금속노동자들이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근골 유해요인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틀과 결을 바꾸자


조합원들의 관심이 많고 참여도도 높은 고용과 임금문제만이 아니라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심에 둔 건강권 쟁취 활동을 통해 활동의 틀과 결을 보다 구체화하고 일상화할 수 있다. 자본의 이윤에 맞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지향하는 가치와 필요를 구체화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산별노조 완성에 필요한 주체와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골병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첫째, 지회는 물론이고 금속노조와 지부 및 지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기획 그리고 조직적 태세가 필요하다. 둘째, 3년 주기의 관성적이고 담당 중심의 조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주체로 참여해서 진행하는 과정을 거쳐 조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셋째, 골병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인간공학적 개선은 물론이고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다. 넷째, 공상이 만연한 현실을 바꿀수 있는 조합원과 조합 차원의 각별한 인식전환과 실천이 중요하다.


골병을 꼭 함께 잡기 위한

2016년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를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의 사업목표는 건강권 쟁취, 조직력과 현장통제력 강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 노동조건 개선 등 현장문제 전체를 포괄 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기획과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현실과 요구, 참여를 반영하고 실현해 나갈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기획과 목표에 대한 논의와 결정 이후에는 조사와 개선,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과정은 현장의 모든 공정을 빠짐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몸과 삶의 필요에 기초한 목소리와 행동을 모으는 조직과정이다. 때문에 산보위나 특단협 요구를 매개로 한 조합의 사업기획과 목표 관철을 위한 노사협의구체적인 사업기획의 사전 검토 혹은 공유한 기관선정조합원의 실태와 관심 파악을 위한 사업 관련 설문 및 간담회우선 개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부담 작업을 중심으로 한 예비조사현장의 노동을 주시하고 기록하는 본 조사인간공학근적 개선은 물론이고 적정인력과 적정작업량 선정 등 개선할 내용과 근거를 찾고 개선방안을 모으는 과정조사 전반에 대한 보고 혹은 토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와 토론개선을 위한 체계-활동시간-우선순위 선정-개선 등 노사협의 및 실행사업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사업의 핵심주체인 조합원들이 얼마나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20154/4분기 산보위 혹은 20161/4분기 산보위 안건으로 채택하여 협의를 시작하자. 금속노조 차원에서 준비 중인 보고서 읽기는 물론이고 2016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지침서와 현장기획선전물을 통한 교육선전을 준비하자. 실제 조사에 함께할 조합원들을 찾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노조, 지부, 지회 차원의 조직적 활동을 위한 대응체계를 조직하자.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시하고 기록하면서 노동자의 필요와 기준을 만들자. 전국금속노조 사업장에서 공상을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자.


조사연구 과정에서 한 지회의 노동안전보건 간부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행동으로 옮겨지길 바란다. 그래야 노동자의 몸과 삶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무한 질주하는 신자유주의 유연화 공세에 맞서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일터에서 일하며 살 수 있지 싶다.


"현장을 조직하는 건데 다른 다양한 현안문제를 어떻게 반영해서 같이 할 거냐, 전술로서도 충분히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활용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해요....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사업을 어떻게 바라볼거고 이 사업을 올해 어떻게 만들어갈 거다, 조합원들을 어떻게 참여하게 할 거냐 이런 것만 활발하게 되면 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에서 만들고자 하는, 조직사업으로 가져가고자 하면 조직사업이 되는거고, 조합원들하고 일상적인 소통하는 걸 좀 만들어 가보자라고 하면 그렇게 가져갈 수 있고 그렇게 되는건데..." (K 지회)



[현장의 목소리]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2015.7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2008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서 문을 연 고려수요양병원은 서울 구로, 금천구에서도 20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엔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병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치료사들은 병원 명성과 달리 20대임에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관리자들의 성추행을 견디며 일하고 있었다. 그중엔 희선씨도 있었다. 희선씨는 이 병원 6년 차(치료사 9년차)면서 팀장으로 일하며 병원의 부당함에 대해 할말은 하는 정의로운 직원이었다. 희선씨는 본인 또한 근골격계 질환 또한 직업병이라는 생각에서 산재를 신청했고 병원의 협박과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산재 인정을 받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희선씨는 눈앞에 펼쳐있는 병원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심하던 중 동료들을 설득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1년 반을 준비했지만 병원에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140여 명의 직원 중 27명이 모여 지난 4월 3일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조합 깃발을 올렸다.

 

며칠 후 70명의 직원이 한국노총 산하 한국철도노조를 만들었고,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통해 지부는 교섭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지부는 상식적으로 요양병원 노동자들이 한국철도산업노조에 가입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웠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노동조합의 명칭을 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으로 변경하고 가입규약까지 바꿔버렸다. 병원은 현재 대표교섭권이 있는 한국노총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지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 치료실에서 쉼 없이 일하는 치료사들

 

심희선 지부장 : 우리 병원은 주로 중풍이 오거나 뇌혈관질환이나 뇌·척수에 손상이 온 중추신경계환자들의 재활을 위한 병원이에요. 병원 이름 이 손 수(手)자를 써서 고려'수'요양병원이듯 다른 병원과 다르게 기구나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치료사들은 이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손목 질환, 허리디스크 등 골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치료사들은 환자 한 명에 1타임(30분)씩 하루 꼬박 8시간을 치료한다. 쉬는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다음 환자 치료를 위한 대기 시간만이 존재한다.

 

심희선 지부장 : 만약 1타임이 비면 치료실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차트를 쓰면서 대기해요. 그러다 전화 오면 받고, 직원들이 부르면 가고. 그런데 병원은 치료 안하는 시간은 가만히 있으니까 쉬는 시간이라고 주장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예를 들면 연말(혹은 월말)에 성과 보고를 하면서 치료사들의 치료 시간을 평균으로 계산하는데 15개 타임 중 10번 정도 일한 걸로 나와요. 분명 치료가 없는 타임에 차트도 쓰고 치료 외에 업무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환자를 치료한 것만 타임수로 인정하는 거죠. 대기시간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산하니까 마치 우리가 5타임을 쉬는 것처럼 되요.

 

김지윤 사무장 : 시간뿐만 아니라 환경도 열악해요. 구로 병원에 있을 땐 치료실이 지하 2층에 있어서 환기가 전혀 안 되니까 1타임하고 나면 머리가 어지럽고 그랬어요. 그래서 다음에 병원 만들 때는 치료실을 지하에 짓지 말라고 요구했었는데 금천 병원도 기어코 지하 1층에 치료실을 만들어서 치료사들은 인후통, 인후염을 달고 살아요.

 

그뿐만 아니라 2014년 병원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을 강요했다. 그 결과 직원들 연차 15개에서 공휴일을 제외하면서 연차가 6개나 없어졌다. 또한, 연차 촉진제를 시행했는데 그마저도 2개월 전 서면 통보 등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결국 연차를 더 쓰지도 못하고 연차수당도 못 받게 됐다.

 

 

▲  부당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움을 결의한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자들

 (왼쪽부터 임미선 부지부장, 심희선 지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김지윤 사무장)  

 

 

동료 치료사가 일을 그만두길 바라게 하는 병원

 

치료사들은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3년 이상 병원에 다니지 못한다. 중간관리자들의 경우 병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팀장들에게 각 팀 내에서 권고사직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라도 다른 병원을 찾게 된다. 또한 병원은 이를 이용해서 동료가 그만둬야 남은 사람들의 연봉이 오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조장한다.

 

심희선 지부장 : 치료사 대부분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출산하고 다시 돌아온 사람도 없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거죠. 병원이 5년 차 넘은 직원들하고 연봉협상 할 때 "너희는 연애 안 하느냐" "너희 그만 안 두느냐" 는 등 노골적으로 그만두라고 말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연 차가 쌓인 동료들이 많으면 저희한테 "네가 연봉 많이 받고 싶으면 옆 사람을 나가게 해라"라고해요. 이러니까 동료가 그만둔다고 해도 내년엔 연봉이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분위기를 조장해요.

 

골병을 견디며 일하는 치료사들

 

치료사들은 자신들의 골병이 직업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고통을 혼자 감내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심희선 지부장의 산재신청을 계기로 동료들은 골병이 직업병이고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김지윤 사무장 : 동료들이 손목을 다치거나 허리디스크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저는 산재신청 하면 병원에서 돈을 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부장이 산재신청 했을 때도 팀장에서 강등되니까 무서워서 앞으로 누가 산재신청 하겠나 생각했죠.

 

심희선 지부장 : 재신청 한다니까 회사에서 "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병신도 아닌데 왜 산재를 신청해서 병신 낙인을 찍히려고 하느냐" "산재인정 받아서 병신 되면 다른 데 가서 일할 수 있겠느냐" 등등 온갖 협박을 했죠. 그래도 결국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일상적인 성희롱에 노출된 치료사들

 

연차가 낮고 나이가 어린 재활치료사들일수록 병원 관리자들에 의한 성희롱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심희선 지부장 : 하루는 술자리에 불려서 갔는데 저를 제외한 8명이 모두 남자 직원들이었는데, 저한테 오빠라고 부르라는 거에요. 또, 여성의 성기를 반복해서 묘사하거나 언급하길래 나중엔 듣기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불쾌하다 그만하라고 하니까 그냥 웃어 넘기더라구요.

 

노동조합은 4월 28일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현재까지도 병원 직원들은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물론, 진짜 문제를 제기하고 싶으면 고소해야 하는데 증거가 없지 않으냐는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인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노동조합 깃발을 띄우다

 

병원의 태도에 염증을 느낀 심희선 지부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부지부장, 사무장을 중심으로 27명의 노동자들과 결의를 모았다.

 

김지윤 사무장 : 지부장이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놀라웠죠. 마치 지구에 큰 이변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렇게 한 달을 고민하다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1년 3개월 동안 함께 준비했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저도 처음에 지부장님한테 제의를 받았을 때 꼭 해야 하나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연차나 취업 규칙 문제가 계속 터지니까 노동조합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준비하면서 노동법, 역사 교육받으면서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면서 점점 더 생각이 확고해진 것 같아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부는 병원에 교섭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병원은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과 이야기하겠다면서 민주노조와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 대표적인 노동조합 요구사항

1. 고용안정을 위한 호봉제 도입
2. 연차/공휴일 개별 지급 및 연차 사용의 자율성 보장
3. 휴게시간 및 휴게공간 보장
4. 직장 내 문화 개선위한 방안 (조직문화, 성희롱 예방)
5. 노조업무를 이행하기 위한 타임오프 시행

 

 

당신들을 만나서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투쟁에 대한 각오,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자들

  

임미선 부지부장 : 노동조합하면서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이제는 동료를 넘어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을 만나지 못했다면 예쁜 옷 사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남자 잘 만나서 시집가는 것에 관심을 두고 살았을 텐데, 앞으로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김지윤 사무장 : 사람들이 노동 조합한 거 후회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깨닫고 배우게 된게 많아요. 집에서도 이왕 시작한 거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제대로 싸우라고 응원해주세요. 앞으로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노동자들이 탄압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싸울 거예요.

 

심희선 지부장 : 성과라고 하면 성과인데 지난 5.1 노동절에 처음으로 유급 휴가를 받았어요. 이렇게 차츰차츰 빼앗겼던 우리 권리를 하나씩 찾으려고 해요. 무엇보다 제가 운이 좋아서 우리 조합원들처럼 멋진 사람들을 만나서 참 행복하고 감사한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후 과정에서 병원은 노동조합의 소식지 배포 등이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심희선 지부장 등 노동조합 간부 3명에게 각각 3천만원씩 총 9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간부를 포함한 전체 조합원들은 병원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아내고 있다. 힘든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조합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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